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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439 판결
[업무상횡령][공2002.4.1.(151),709]
판시사항

[1]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의 의미

[2] 대표청산인이 청산위원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청산금을 지출한 행위가 본인인 청산법인을 위한 것으로서 대표청산인의 임무에 위배되지 않은 것이거나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3] 예산의 항목유용만으로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를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4]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예비비를 전용하여 기관운영판공비, 회의비 등으로 사용한 경우 이사회에서 사전에 예비비의 전용결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업무상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업무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한다.

[2] 대표청산인이 청산위원회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청산금을 지출한 행위가 본인인 청산법인을 위한 것으로서 대표청산인의 임무에 위배되지 않은 것이거나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3] 예산을 집행할 직책에 있는 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경비부족을 메꾸기 위하여 예산을 전용한 경우라면, 그 예산의 항목유용 자체가 위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거나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그것이 본래 책정되거나 영달되어 있어야 할 필요경비이기 때문에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그 지출이 허용될 수 있었던 때에는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한 유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그 유용자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예비비를 전용하여 기관운영판공비, 회의비 등으로 사용한 경우 이사회에서 사전에 예비비의 전용결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를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원구

주문

원심판결 중 제1심판결의 판시 제1, 3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3. 3. 11.부터 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의 공동이익 도모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인 공소외 1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이하 ' 공소외 1 연합회'라 한다)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연합회의 자금관리 등 제반 업무를 관장하는 자인바, ① 연합회의 전신인 공소외 2 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이하 ' 공소외 2 조합'이라 한다)이 1992. 8. 20. 청산법인으로 등기한 후 청산이 완료되지 아니한 상태로 존속하고 있는 한편 공소외 2 연합회가 별도로 설립되어 회장인 피고인이 공소외 2 조합의 청산인 대표직을 겸하던 중, 1994. 4. 5.경부터 1995. 12. 일자불상경까지 공소외 1 연합회 사무실에서 공소외 2 조합을 위하여 업무상 보관중이던 금 2,300만 원 가량을 서울시내 등지에서 피고인의 활동비 등으로 임의 소비하여 횡령하고, ② 1996. 12. 5. 충남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이하 '충남협회'라 한다) 회장 안철진으로부터 공소외 1 연합회 회비 금 150만 원을 계좌로 송금받아 업무상 보관중, 그 무렵 서울시내 등지에서 이빨 치료비 등으로 임의 사용하여 횡령하고, ③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이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는 등 업계가 어려움에 처하자 1997. 8. 14. 공소외 1 연합회 이사회 결의로 위 안철진, 김기태, 김성만을 공동위원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활동자금으로 예비비에서 금 3,000만 원을 책정하였는바, 1997년 12월경 공소외 1 연합회를 위하여 위 활동자금을 업무상 보관 중, 그 무렵 서울시내 등지에서 그 중 1,000만 원을 피고인의 판공비 등으로 임의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청산금은 청산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지출되어야 하나 피고인이 특별판공비로 사용한 금 2,300만 원 가량에 대하여는 공소외 2 조합의 청산위원회가 아닌 공소외 1 연합회 이사회에서만 결의된 사실, ② 1995. 12. 5. 공소외 1 연합회 통장으로 입금된 금 150만 원은 충남협회가 1997년 1월분 연합회 회비를 선납하기 위하여 송금한 것인 사실, ③ 1997. 12. 1. 공소외 1 연합회 이사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자금에서 금 1,000만 원 가량을 특별판공비, 기관운영판공비, 회의비로 전용하기로 하는 결의는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결국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의 각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공소사실 제1항에 대하여

이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원래 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들은 공소외 2 조합을 결성하여 전국에 시·도지부를 두고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전국연합회'라 한다)의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었는데, 1991년경 전국연합회의 회원조합이 각자 별도로 각 시·도협회를 회원으로 하는 연합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됨에 따라 공소외 2 조합은 1992. 5. 19. 정기총회에서 해산을 결의하고 1993. 3. 11. 각 시·도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를 회원으로 하는 공소외 1 연합회가 구성된 사실, 피고인은 1993. 5. 7. 이후 공소외 2 조합의 청산인 대표와 공소외 1 연합회의 회장을 겸임하면서 공소외 2 조합의 각 시·도지부로부터 미수회비 약 8억 원을 징수하여 공소외 2 조합의 채무 약 6억 7,000만 원 가량을 변제하는 등의 청산업무를 수행한 사실, 공소외 2 조합의 채무 중에는 공소외 2 조합이 전국연합회에 납부하여야 할 미납회비 금 509,969,400원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전국연합회는 1992. 8. 18. 공소외 2 조합으로 하여금 미납회비 중 2억 원만을 일정 시기까지 납부하고 나머지 금 309,969,400원은 납부를 면제하는 대신 이를 새로이 설립되는 공소외 1 연합회의 창립준비금으로 지원하도록 한 사실, 피고인은 1994. 4. 29. 공소외 1 연합회 이사회에서 공소외 2 조합이 공소외 1 연합회에 창립준비금으로 지원하기로 되어 있는 돈 중 2,000만 원 내지 3,000만 원을 피고인이 개별화물 사업권의 보호를 위하여 특별판공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받은 다음 금 23,065,075원을 특별판공비로 사용한 사실, 그런데 위 공소외 1 연합회 이사회에는 공소외 2 조합 청산인의 과반수인 7명이 이사로서 참석하여 전원 위 결의에 찬성하였고 1997. 5. 6. 열린 공소외 2 조합 청산위원회는 공소외 2 조합의 자금 23,065,075원을 공소외 1 연합회에 지급한 행위에 관하여 별다른 이의 없이 승인한 사실을 각 알아 볼 수 있다.

업무상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업무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여야 할 것이고, 여기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대법원 2001. 5. 8. 선고 99도4699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공소외 1 연합회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위 금원을 특별판공비로 사용한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그 전제로서 피고인이 공소외 2 조합의 위 자금을 공소외 1 연합회에 이관한 행위가 횡령행위에 해당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2 조합이 공소외 1 연합회에 대하여 금 309,969,400원을 지원할 의무가 있었다면 피고인이 위 자금을 연합회에 이관한 것은 청산인 대표로서 청산조합의 채무를 변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소외 2 조합이나 공소외 1 연합회는 그 목적이나 구성원을 같이 하여 실질적으로 동일한 단체라고 볼 수 있으며, 청산인 중 과반수가 공소외 1 연합회 이사회에 참석하여 피고인의 자금사용에 찬성한 이상 청산위원회를 개최하였다면 위 자금의 공소외 1 연합회에의 이관에 찬성하는 결의가 이루어졌으리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공소외 2 조합 소유의 위 자금을 공소외 1 연합회에 이관한 행위는 비록 청산위원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본인인 공소외 2 조합을 위한 것으로서 대표청산인으로서의 임무에 위배되지 않은 것이거나, 적어도 당시 피고인에게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한다는 의미에서의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청산위원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청산금을 지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위 행위가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횡령행위 또는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공소사실 제2항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1996. 12. 5. 연합회 통장에 입금된 금 150만 원은 충남협회가 그 협회의 자금으로 1997년 1월분 연합회비를 선납하기 위하여 송금한 돈이라고 인정하였는바,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공소사실 제3항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공소외 1 연합회의 1997년도 예산상 예비비로 금 37,484,000원이 책정되었고 이 중 금 3,000만 원이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자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되어 있었는데, 위 예비비 중 특별판공비로 금 4,147,000원, 기관운영판공비로 금 1,809,370원, 회의비로 금 4,451,250원, 비상대책위원회 스티커 제작비로 금 300만 원이 각 전용되어 사용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위 활동자금 중 1,000만 원을 횡령하였다는 구체적 내용은 위 특별판공비, 기관운영판공비, 회의비 합계 금 10,407,620원의 지출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결국 피고인이 순전히 개인적인 용도에 공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라 공소외 1 연합회의 예산을 전용하였다는 것에 귀결된다.

그런데 예산을 집행할 직책에 있는 자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경비부족을 메꾸기 위하여 예산을 전용한 경우라면, 그 예산의 항목유용 자체가 위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거나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그것이 본래 책정되거나 영달되어 있어야 할 필요경비이기 때문에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그 지출이 허용될 수 있었던 때에는 그 간격을 메우기 위한 유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바로 그 유용자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도291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1997년 11월말을 기준으로 피고인의 특별판공비 잔액은 금 3,000원뿐이었고 기관운영판공비는 잔액이 금 21,630원이었으며 회의비는 금 1,176,250원이 초과지출된 상태이었던 사실, 1997. 12. 1. 공소외 1 연합회 공소외 1 연합회 이사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자금에서 금 1,000만 원 정도를 특별판공비, 기관운영판공비, 회의비로 전용하기로 정식 의결되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아니하더라도 적어도 피고인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양해되었던 사실, 이에 피고인은 1997년 12월경 예비비를 전용하여 시·도협회 이사장 숙박료, 관련 기관 및 방문객에 대한 식사비 등으로 위 기관운영판공비 상당액 금 1,809,370원, 회장단 회의, 이사회, 간담회 등의 비용으로 위 회의비 상당액 금 4,451,250원을 각 충당하고, 영수증 등 증빙서류가 필요 없는 특별판공비로 금 4,147,000원을 지출한 사실, 그 후 1998. 3. 27. 개최된 연합회 이사회에서는 그 사용내역에 대한 소명을 다음 이사회에서 하기로 하는 조건으로 위 예비비의 전용지출을 승인한 사실을 각 알아 볼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고인은 이미 책정되어 있던 특별판공비, 기관운영판공비, 회의비가 부족하거나 적자 상태에 이르러 이를 메꾸기 위하여 예비비 중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자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된 돈 중 일부를 전용한 것으로, 예비비는 그 성격상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지도 아니하고 위 활동자금의 전용에 관하여도 공동위원들과 양해가 되어 있었으므로 이러한 전용지출이 이사회에 상정될 경우 통과될 수 있었다고 보이는데다가 달리 피고인이 특별판공비 등을 가장하여 사적으로 유용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는 이상, 1997. 12. 1. 열린 연합회 이사회에서 피고인 주장과 같은 전용결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를 가지고 위와 같이 예산을 전용하여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달리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제1심판결의 판시 제1, 3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같은 판시 제2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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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지방법원 2001.9.27.선고 2001노3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