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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7637 판결
[업무상배임(인정된죄명:업무상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업무상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의 의미

[2] 횡령죄 구성요건 중 ‘반환의 거부’의 의미와 판단 기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산지 담당변호사 곽란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여야 하고( 형법 제356조 , 제355조 제1항 ), 여기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한다 (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43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횡령죄에서 '반환의 거부'라고 함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뜻하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단순히 반환을 거부한 사실만으로 횡령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반환거부의 이유 및 주관적인 의사 등을 종합하여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만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도7487 판결 ,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827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상가의 관리업체인 공소외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상가 구분소유자인 피해자들을 대신하여 구분점포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인들로부터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을 받아 피해자들을 위하여 업무상 보관하던 중 관리비, 특별관리비, 개발비에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그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피해자들이 공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 관리비 등의 지급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회사와 피해자들 사이에 점포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을 위 관리비 등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합의한 적도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업무상횡령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3. 그러나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의 반환을 거부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회사는 피해자들을 비롯한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상가 관리 업무와 함께 각 구분점포의 임대에 관한 모든 업무의 처리를 위임받아 그 업무를 수행해 왔다.

(2) 공소외 회사와 구분소유자들이 합의한 이 사건 상가의 관리규정에 따르면, 공소외 회사는 상가의 유지관리 및 상가 활성화 관련 업무, 구분점포의 매매·임대차 알선 및 허가에 관한 업무, 관리비의 부과·징수·예치·사용에 관한 업무 등을 담당하고(제21조), 상가의 관리운영권을 가지며(제19조 제3호), 구분소유자 등이 1개월 이상 영업행위를 하지 아니할 경우 새로운 임차계약자를 선정하여 입점시킬 수 있고, 구분소유자들은 공소외 회사의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제36조).

한편 구분소유자들은 건물의 유지·보수 및 영업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비용 등을 부담하고, 상가 활성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임차인이 모집되지 않은 공실 점포에 대하여 임차인이 입주할 때까지 관리비를 부담할 의무가 있다(제6조).

또한 구분소유자 등은 전유부분의 전기료, 상하수도료, 냉난방비와 전유부분 및 공용부분의 관리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관리비로서 부과 기준에 따라 부담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관리비에는 공용부분 등의 수선·개조·복구·제거 등 유지와 관리에 필요한 비용, 관리법인인 공소외 회사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 등이 포함된다(제33조 제1항). 위와 같이 공소외 회사에 지급하여야 할 관리비 등의 채무는 입점자가 부담하되 구분소유자도 연대하여 책임지며, 임대보증금 등에서 최우선 변제하도록 하고(제8조), 공소외 회사는 구분소유자 등이 관리비를 2개월 이상 체납할 경우 단전·단수·상품 반출입 금지·폐문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제33조 제2항).

(3) 피고인이 2007. 1. 21. 공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이 사건 상가는 구분점포의 임대 진행이 원활하지 않고 상가 영업도 부진한 상태에 있었는데, 피고인은 건물 내·외부 공사를 통하여 상가를 정비하는 방법 등으로 임차인을 모으고 상가를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4) 공소외 회사는 이 사건 상가의 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구분소유자 등에게 관리비를 부과·징수하여 왔고, 이와 별도로 2007. 12.경, 공소외 회사에 부과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등의 납부와 공소외 회사가 이 사건 상가의 인테리어 공사비를 마련하고자 차용한 금전의 변제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분소유자들에게 ‘특별관리비’를 부과하였다. 또한 공소외 회사는 2008. 2.경 이 사건 상가의 활성화를 위하여 상가 외벽 및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한데 그 공사비 지급에 사용한다는 이유로, 구분소유자들에게 ‘개발비’를 부과하였다.

그런데 공소외 회사는 구분소유자 일부가 참석한 주주 및 집행위원 총회, 분양자 총회 등을 개최하여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구분소유자들에게 위와 같은 특별관리비와 개발비를 부과하였고 구분소유자들에게 서면으로 위 개발비의 납부를 요청하기도 하였으나, 그 후 구분소유자 중 일부가 공소외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이 사건 상가 관리단집회의 적법한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 특별관리비와 개발비 채무의 부존재 확인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당시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는 약 500명이었는데, 그 중 250명 이상이 위 개발비를 납부하였다.

(5) 공소외 회사는 구분소유자들과 임대차보증금, 차임, 기간 등 임대차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따로 협의하지 않고 이를 스스로 결정하여 이 사건 상가를 임대해 왔고, 임대차계약서의 임대인란에는 구분소유자가 아니라 공소외 회사를 기재하였으며, 임대차계약 체결 후 해당 구분소유자들에게 그 사실을 개별적으로 통지하지는 아니하였는데, 이 사건 각 임대차계약도 2007. 9.부터 2008. 12.까지 사이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 체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각 임대차가 종료할 때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공소외 회사가 모두 부담하였다.

(6) 피고인은 이 사건 무렵 구분소유자들로부터 받은 개발비 등과 상가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임대차보증금, 차임을 대부분 이 사건 상가의 공사비 지급 등에 사용하였는데, 관리비 등을 체납하지 않은 구분소유자들에 대해서도 그 동의를 얻어 해당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차임 등을 구분소유자들에게 반환하지 아니하고 공사비 또는 상가 개발비용 등에 사용하였다.

나. 먼저 위와 같이 공소외 회사가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임대에 관한 업무와 상가 관리에 관한 업무를 함께 위임받아 처리해 온 점, 구분소유자들은 건물의 유지·보수 및 영업관리를 위하여 관리비 등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이 사건 상가의 활성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본적 의무가 있는 점, 공소외 회사는 상가의 유지·관리, 상가 활성화, 관리비의 부과·징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관리비 등의 우선 변제와 체납 방지를 위한 여러 조치를 실행할 권한이 있는 점, 이 사건 상가의 관리규정 등에서 공소외 회사가 구분점포의 임대 수익금을 구분소유자의 체납 관리비 등에 충당하는 것을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구분소유자가 정당하게 부과된 관리비 등을 체납하는 경우 공소외 회사가 구분소유자의 위임에 따라 구분점포의 임대를 통하여 받는 임대차보증금과 차임 등을 위 관리비 등의 채무 변제에 충당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공소외 회사가 구분소유자들에게 부과한 관리비, 특별관리비, 개발비 중 이 사건 상가의 유지·보수와 상가 활성화, 공소외 회사의 운영 등에 필요한 부분은 원래 구분소유자들이 부담하여야 할 것으로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부과되었다면 이에 관한 구분소유자들의 채무로 인정될 수 있었고, 또한 공소외 회사가 이 사건 각 임대차의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임대차보증금, 차임 등은 이 사건 상가의 공사비 지급, 임대차 종료 시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비록 공소외 회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관리비, 특별관리비, 개발비를 부과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임대차의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을 피해자들의 체납 관리비, 개발비 등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고 믿고서 피해자들의 반환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이를 거절하였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을 횡령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임대차보증금과 차임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이를 업무상 횡령하였다고 단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반환거부에 의한 업무상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해서는 더 살피지 아니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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