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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두5972 판결
[과태료등부과처분취소][공2000.7.15.(110),1540]
판시사항

[1] 과태료와 같은 행정질서벌을 부과하기 위하여는 위반자의 고의·과실을 요하는지 여부(소극) 및 그 면책사유로서 정당한 사유의 의미

[2] 부정한 급수장치가 설치된 건물을 그러한 정을 알지 못한 채 매수하여 단순히 급수를 계속 받아온 경우, 그 급수장치의 사용자가 요금 등을 면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거나 시장의 승인 없이 급수공사를 시행하여 시설분담금의 징수를 면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과태료와 같은 행정질서벌은 행정질서유지를 위한 의무의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과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과실을 요하지 아니하나, 위반자가 그 의무를 알지 못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어 그것을 정당시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때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을 그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이 있을 때 등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부과할 수 없다

[2] 서울특별시급수조례는 제34조 제2항에서 '급수를 도용한 자, 시장의 승인 없이 공사를 시행한 자 등과 기타 요금 또는 수수료를 면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는 금 500,000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시장의 승인 없이 급수공사를 시행하여 시설분담금의 징수를 면한 자에 대하여는 그 징수를 면한 금액의 5배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는 한편, 제5조 단서에서는 '급수장치가 설치된 건물 또는 토지의 취득자가 제34조에 의한 추징급수사용료 및 각종 과태료 납부의무를 승계하지는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부정급수장치의 설치나 유지 등의 부정행위에 가담하거나 동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이 부정한 급수장치가 설치된 건물을 그러한 정을 알지 못한 채 매수하여 단순히 급수를 계속 받아온 경우라면 급수장치의 사용자가 요금 등을 면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거나 시장의 승인 없이 급수공사를 시행하여 시설분담금의 징수를 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상고인

원고

피고,피상고인

서울특별시 성북수도사업소장

주문

원심판결 중 급수사용료과태료, 과태료 및 시설분담금과태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은, 소외인이 1992년경 서울 성북구 (주소 1 생략) 및 (주소 2 생략) 지상 철근콘크리트 및 벽돌조 슬래브지붕 5층 근린생활시설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아래에서는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신축하였는데, 당시 수도계량기 통과 전의 급수관에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또다른 13mm의 급수관을 연결 설치하여 이후 그 급수관에 의해 부정한 방법으로 수돗물을 공급받아 온 사실, 원고는 1995. 2. 8.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고 같은 해 4월 15일 이 사건 건물을 명도받아 위와 같이 부정급수관이 설치된 급수시설을 사용하여 온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과태료는 행정질서 유지를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과하는 제재로서 원칙적으로 그 부과에 있어 위반자의 고의·과실은 요하지 아니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 부정급수관이 설치된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부정급수관을 통하여 수돗물을 사용한 이상 서울특별시급수조례 제34조 제1항, 제2항, 제3항의 규정에 따른 사용료 및 과태료 부과대상으로 되나, 다만 이 사건 처분 중 급수사용료 및 급수사용료과태료 부분은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가 1995. 4. 15.임에도 같은 해 2월 8일부터 이를 사용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원고의 실제 사용일수에 따른 정당한 금액의 범위를 초과하는 한도에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의 급수사용료 중 금 1,709,600원을, 급수사용료과태료 중 금 8,548,000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나머지 급수사용료 및 급수사용료과태료, 과태료 금 500,000원 및 시설분담금과태료 금 925,000원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급수사용료과태료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와 보충상고이유의 판단

서울특별시급수조례(1996. 10. 5. 제3337호로 개정된 것) 제34조 제1항은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요금 기타 수수료의 징수를 면한 자에 대하여는 그 면한 금액을 추징하는 외에 징수를 면한 금액의 5배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과태료와 같은 행정질서벌은 행정질서유지를 위한 의무의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대하여 과하는 제재이므로 반드시 현실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도 법령상 책임자로 규정된 자에게 부과되고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과실을 요하지 아니하나, 위반자가 그 의무를 알지 못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어 그것을 정당시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때 또는 그 의무의 이행을 그 당사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는 사정이 있을 때 등 그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부과할 수 없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따른 즉, 원고는 소외인에 의하여 부정급수장치가 설치된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여 입주할 당시 소외인으로부터 그에 관한 설명을 듣지 못하여 그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적발 당시에도 부정급수관이 매설된 위치나 연결구조를 몰랐기에 소외인에게 전화로 연락한 끝에 겨우 찾아내게 된 사실, 한편 원고는 피고로부터 1995. 7. 16.자로 이 사건 건물에서 사용한 수도사용량에 대하여 처음으로 요금의 납부를 고지받은 사실을 알아 볼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으니 원고로서는 피고로부터 수도료 납부고지를 받거나 하여 수도사용량이 건물의 규모에 비하여 상당히 적게 계량된 점을 알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전소유자에 의하여 야기된 위반상태를 몰랐고 따라서 그 상태가 지속중인 급수장치를 이용하여 급수를 받은 것이 무리가 아니어서 그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고가 과연 언제 수도요금이 비정상적으로 적게 부과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는지의 점에 관하여 더욱 자세히 심리해 보지도 아니한 채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부정급수관을 통하여 수돗물을 사용하였다는 객관적 사실만을 이유로 이 사건 건물에 입주한 날로부터의 일수에 따른 급수사용료과태료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과태료 면책사유로서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3. 과태료 및 시설분담금과태료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와 보충상고이유의 판단

위의 급수조례는 제34조 제2항에서 급수를 도용한 자, 시장의 승인 없이 공사를 시행한 자 등과 기타 요금 또는 수수료를 면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는 금 500,000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3항에서 '시장의 승인 없이 급수공사를 시행하여 시설분담금의 징수를 면한 자에 대하여는 그 징수를 면한 금액의 5배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는 한편, 제5조 단서에서는 급수장치가 설치된 건물 또는 토지의 취득자가 제34조에 의한 추징급수사용료 및 각종 과태료 납부의무를 승계하지는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부정급수장치의 설치나 유지 등의 부정행위에 가담하거나 동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이 부정한 급수장치가 설치된 건물을 그러한 정을 알지 못한 채 매수하여 단순히 급수를 계속 받아온 경우라면 급수장치의 사용자가 요금 등을 면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거나 시장의 승인 없이 급수공사를 시행하여 시설분담금의 징수를 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비추어 보니, 시장의 승인 없이 이 사건 건물에 부정급수장치 시설공사를 시행하고 급수를 도용한 자는 원고가 아니라 소외인이고 원고는 위와 같이 부정급수되고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건물을 매수하여 사용하였으며, 1996년 9월경 평소보다 수도요금이 2, 3배 많은 액수로 부과되어 원고가 이를 피고에게 항의함에 따라 피고가 비로소 계량기의 이상 유무를 조사하다가 부정급수를 적발하게 된 사실을 알 수 있을 뿐, 달리 원고가 요금 등을 면할 목적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기록상 보이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의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과태료 및 시설분담금과태료의 부과처분이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나머지 위 급수조례 제34조 제2항,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 역시 정당하기에 이를 받아들인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급수사용료과태료, 과태료 및 시설분담금과태료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형선(재판장) 이용훈 조무제(주심) 이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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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8.2.11.선고 97구28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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