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기존의 질병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로 악화되거나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경우,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필요한 입증의 정도
판결요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4. 12. 22. 법률 제48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상고인
원고
피고,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3. 10. 14.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제관과 가공반에서 근무하여 오던 중, 1997. 10. 4. 소외 회사의 작업장에서 양생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걸려 있는 직경 700㎜의 주철관을 손으로 밀어 넣다가 주철관이 튀어나오면서 원고의 몸에 부딪히는 바람에 허리가 뜨끔하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 사고를 당한 후 제4, 5요추간 척추전방전위증의 진단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상병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요양불승인처분은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위 상병은 원고의 입사 당시에 실시된 신체검사에서 이미 판명된 바 있는 기존질병으로서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그 전위의 정도가 더욱더 진행된 것이라고 단정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원고의 상병이 더욱 진행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원심의 신체감정촉탁결과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일시에 위 상병이 진행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원고가 평소에 담당하였던 작업이 그다지 허리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었던 점 및 척추전방전위증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의 반복적 동작 등에 의하여 진행할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의 입사 이전의 증상이 원고의 소외 회사에서의 작업으로 인하여 그 자연적 경과를 넘어 급속히 악화되었거나 발현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살피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9. 11. 14. 선고 89누2318 판결 참조). 그리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022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입사일인 1993. 10. 14. 무렵에 실시된 신체검사에서 동위원소검사 결과 원고는 제4, 5요추간 척추가 4㎜(8.3%) 정도 전위된 상태였고, 이 사건 사고 직후인 1997. 10. 15.경 실시된 CT촬영 결과 그 전위의 정도가 10㎜(20.8%)로 판정되었지만, 1999. 8.경에 실시된 원심의 신체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동위원소검사와 CT촬영은 그 검사 방법이 다른 것이어서 일치된 기준으로 볼 수가 없고, 원고의 척추 전위 정도는 입사시나 이 사건 사고 직후나 모두 제1단계 정도의 전위 소견을 보이고 있는 사실, 그러나 원고는 소외 회사에 입사할 당시에 위와 같은 기존질병을 갖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가벼웠던 관계로 소외 회사에서 4년 이상 같은 작업에 종사하면서도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거나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작업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현상은 없었던 사실, 원고가 소외 회사에서 평소 담당한 작업은 소구경 주철관의 보수와 운반작업이었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대구경 주철관을 담당하는 작업자가 없었던 관계로 원고는 평소에 다루지 아니하던 대구경 주철관을 어쩔 수 없이 취급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요양급여는, 업무상 재해로 상실된 노동능력을 일정 수준까지 보장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장해급여 등과는 달리 업무상 재해에 의한 상병을 치유하여 상실된 노동능력을 원상회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후 허리에 이상을 느끼고 조퇴하여 집으로 가던 중 통증을 참지 못한 채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고 입원하기에 이르렀고, 당시의 진단 및 검사결과에 의하면 약 4주간의 입원가료가 필요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가 평소 통증 등을 느끼지 못하던 위 기존질병의 증상이 위와 같이 갑자기 발현된 것은 기존질병의 자연적 경과를 넘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말미암아 그 상태가 현저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비록 원심의 신체감정촉탁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로 말미암아 원고의 기존질병이 보다 악화된 상태로 고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장해급여의 지급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요양신청만을 한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위와 같은 부상을 입고 입원치료를 요할 정도의 통증 등이 구체적으로 발현되었다가 원래의 기존질병 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이 사건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입은 부상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고 피고의 이 사건 요양불승인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만 것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 및 요양급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