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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8. 3. 10. 선고 98도70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폭행][공1998.4.15.(56),1106]
판시사항

[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의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의 의미

[2] 협박죄에 있어서 협박의 의미

[3] 해악의 고지는 있지만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기 때문에 협박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의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라고 함은 그 수인간에 소위 공범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수인이 동일 장소에서 동일 기회에 상호 다른 자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범행을 한 경우임을 요한다.

[2] 협박죄에 있어서의 협박이라 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고, 협박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또한 해악의 고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 등에 비추어 볼 때에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라면 협박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3] 협박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해악의 고지는 있지만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기 때문에 협박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인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그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 위반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그와 공소외 1(여, 20세)이 1997. 2. 22.경부터 같은 해 3. 12.경까지 여수시 등을 돌아다니며 수회에 걸쳐 간음한 사실을 구실로 그녀의 가족 등을 협박하기로 동거녀인 제1심 공동피고인와 공모하고 공동하여,

가. 1997. 4. 3. 15:00경 불상지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언니인 피해자 1(26세)에게 전화하여 "동거녀 제1심 공동피고인이 가출하고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공소외 1을 빨리 찾아내어 해결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공소외 1을 간통죄로 고소하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를 협박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같은 해 4. 2.경부터 4. 4. 14:00경까지 총 4회에 걸쳐 그녀를 협박하고,

나. 같은 달 7. 같은 구 신천3동 소재 우진빌딩 지하 그린필드 레스토랑에서 제1심 공동피고인은 피해자 1에게 "너희들이 잘못해 놓고 왜 사과하지 않느냐, 가정파탄죄로 고소하겠다."고 말하고, 피고인은 그 옆에서 위세를 과시하는 등 하여 피해자 1을 협박하고, 피해자 1이 이를 피하기 위하여 위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제1심 공동피고인은 위 레스토랑 지하 계단에서 양손으로 그녀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그녀에게 폭행을 가하고,

다. 같은 달 7. 경북 군위읍 광현동 746 소재 공소외 1의 집에서 제1심 공동피고인이 공소외 1의 아버지인 피해자 2에게 피고인이 작성한 유서를 보여주며 "읽어봐라. 딸이 가정파괴범이다, 시집을 보내려고 하느냐 안 보내려고 하느냐."라고 말하여 그를 협박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의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라고 함은 그 수인간에 소위 공범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고, 수인이 동일 장소에서 동일 기회에 상호 다른 자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범행을 한 경우임을 요한다 (당원 1997. 2. 14. 선고 96도1959 판결, 1996. 2. 23. 선고 95도1642 판결, 1986. 6. 10. 선고 85도11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위 1.의 가.의 각 항에 기재된 협박행위는 피고인 또는 제1심 공동피고인이 단독으로 협박 범행을 하였다는 것임이 분명하고, 위 1.의 다.항에 기재된 협박행위는 제1심 공동피고인이 협박 행위를 함에 있어 피고인이 어떠한 가담행위를 하였는지 알 수 없다( 피해자 2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제1심 공동피고인은 피해자 2의 집 방에 들어가 피해자 2에게 이야기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 2의 대문 밖에 서 있었다고 한다. 수사기록 77쪽, 79쪽 참조). 따라서 위에 적은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이 제1심 공동피고인과 공동하여 각 협박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의 '2인 이상이 공동하여'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거나, 이유를 갖추지 못한 위법이 있다.

나. 협박죄에 있어서의 협박이라 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의미하고, 협박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당원 1995. 9. 29. 선고 94도2187 판결). 또한 해악의 고지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의 관습이나 윤리관념 등에 비추어 볼 때에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라면 협박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원심이 인정한 공소사실 중 위 1.의 가.항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기재의 말은 설령 피고인이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 1의 어떠한 법익에 어떠한 해악을 가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으므로 해악의 고지라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제1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과 공모하여 피해자 1 또는 피해자 2를 협박하였다고 하는 위 1.의 가.항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4.와 위 1.의 나.항, 다.항 기재의 각 행위에 대하여 보면 기록에 나타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감안하여 볼 때에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서 협박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볼 소지가 있다.

피고인과 제1심 공동피고인은 1986. 2.경 이래 10년 이상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실상의 부부이다( 제1심 공동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164쪽 참조). 피고인과 제1심 공동피고인이 세들어 사는 집의 옆방에 1995. 10.경부터 공소외 1, 피해자 1 자매가 세들어 살기 시작하였고, 그 자매는 제1심 공동피고인을 언니라고 부르며 가깝게 지냈다( 피해자 1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83쪽 참조). 그런데 공소외 1은 아래에 적는 것처럼 피고인과 성관계를 맺고 몇 차례에 걸쳐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빌고, 제1심 공동피고인을 안심시켜 주기 위한 약속을 한바 있다. 공소외 1은 이 사건에서 자신이 아래에 적는 각 일자에 피고인에게 강간당하였다고 피고인을 고소하였으나 이 사건 제1심법원은 공소외 1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에 피고인과 공소외 1은 두 사람의 뜻이 맞아서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하여 피고인에 대한 각 강간 및 강간미수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는데, 당원은 기록에 비추어 그와 같은 판단이 옳다고 보는 것이다.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성관계와 그들의 제1심 공동피고인에 대한 행동, 태도 등을 일자순으로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연도는 모두 1997년이므로 생략).

2. 22.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여수시 여관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3. 8.까지 최소한 다섯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다.

3. 8. 공소외 1이 피고인과 여관에 투숙하여 피고인을 방에서 나가도록 하고 그 사이에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전화하여 자신이 피고인과 여관에 함께 있다고 알렸고, 제1심 공동피고인이 여관방에 나타나자 공소외 1이 나체 상태로 피고인과 여관방에 있는 것을 보여 주었다( 제1심 공동피고인의 제1심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그 때 공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당신 남편이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공판기록 65쪽 참조). 그로 인하여 격분한 제1심 공동피고인이 얼굴에 상처가 날 정도로 피고인을 폭행하고, 피고인은 무엇인가 잘못되어 억울하다고 울었다( 제1심 공동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166쪽 참조). 제1심 공동피고인은 피고인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공소외 1에게 매일 위치를 알려달라고 하였고, 공소외 1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였다( 공소외 1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20쪽 참조). 그 후 제1심 공동피고인은 집으로 돌아가고, 피고인은 일시 가출하여 영주 부석사로 간 것으로 보인다.

3. 11. 제1심 공동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피고인을 찾아 오라고 요구하였고,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무선호출기로 연락하여 거처를 알아낸 후 부석사로 가서 피고인을 만났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다시 영주시 소재 에이스장 여관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대구로 돌아와 제1심 공동피고인을 만났는데, 공소외 1은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피고인과 자고 왔다."고 말하여 제1심 공동피고인이 다시금 격분하게 만들었다.

3. 14. 공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피고인과의 관계를 자책하는 글(수사기록 103쪽의 제목이 없는 진술서, 수사기록 109쪽의 각서, 수사기록 112쪽의 진술서 참조)을 작성하여 주고, 제1심 공동피고인은 공소외 1을 용서해 주기로 하였다( 제1심 공동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169쪽 참조). 이때 제1심 공동피고인은 앞으로도 제1심 공동피고인 몰래 피고인과 공소외 1이 만날 것을 우려하여 피고인이 외출하였을 때에는 공소외 1이 피고인 집에 와 있으라고 하였고, 공소외 1도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3. 17. 피고인과 제1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 3인이 자동차로 남원에 갔다 대구로 돌아 오다가 제1심 공동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정신적인 보상을 받아야 되겠다."고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때 남원에 3인이 같이 가게 된 이유는 제1심 공동피고인이 피고인에게 이혼할 것을 요구하며 서로 싸웠는데, 피고인이 자신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것이 아니고 공소외 1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며 이혼할 수 없다고 하므로 공소외 1을 다시 불렀다는 것이다( 제1심 공동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341쪽 참조). 제1심 공동피고인이 집으로 들어간 후 피고인과 공소외 1은 가창 소재 여관으로 가서 성관계를 가졌다. 이때에 피고인과 공소외 1이 성관계를 가지는 것을 촬영하였다. 제1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을 강요하여 사진을 촬영한 것은 아니고, 두 사람이 합의하여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았다.

3. 18. 공소외 1이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정신적 보상을 하기 위하여 앞으로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아침 저녁 문안을 드리겠다."고 약속하였다( 제1심 공동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177쪽 참조).

그러나 그 이후 공소외 1은 친구인 공소외 2의 집에 머무르면서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공소외 1의 검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310쪽 참조).

4. 1. 공소외 1이 피해자 1의 연락을 받고 자매와 피해자 1의 남자친구인 공소외 3이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을 만났는데 이때 피고인이 그들에게 이른바 '피눈물나는 유서'를 보여주고 "책임을 져라. 책임지는 방법은 너희들이 안다."고 하였다( 공소외 1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25쪽 참조). 피해자 1은 3. 29. 그녀의 이모로부터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유인당하여 성폭행을 당하고 계속하여 협박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강간당하였고, 위의 각서는 피고인의 폭행과 강요에 의하여 공소외 1이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피해자 1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82쪽 참조).

이와 같은 사실들에 의하면 제1심 공동피고인은 사실상 남편인 피고인과 공소외 1의 불륜관계에 대하여 심하게 분노하고, 공소외 1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피고인과의 관계를 폭로하고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사과한 후 다시 피고인과 부정한 행위를 하고, 또 다시 사과하고, 종전의 태도를 바꾸어 언니인 피해자 1에게 자신이 피고인에게 강간당하였다고 주장함에 따라 심각한 가정파탄상태를 맞이하였고, 피고인에 대한 불신과 공소외 1에 대한 배신감, 모멸감 등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한편 피고인은 자신이 먼저 공소외 1을 유혹한 것이 아니고,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유혹하여 부정한 행위를 하게 되었다고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변명하면서 이혼을 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며, 공소외 1의 말을 통하여 그것을 입증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뒤이어 4. 2.부터 4. 7.에 걸쳐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협박행위'들이 있었다. 그러나 공소외 1, 피해자 1, 2 누구의 진술에 의하여도 피고인이나 제1심 공동피고인이 그들에게 내놓고 돈을 요구한 일은 없다. 그들은 피고인과 제1심 공동피고인이 서로 짜고 피해자 1과 피해자 2에게 암시적인 방법으로 돈을 요구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공소외 1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25쪽, 33쪽. 피해자 1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87쪽, 피해자 2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79쪽 각 참조), 오히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과 제1심 공동피고인이 피해자 1, 2에게 요구한 것은 금전의 지급이 아니고 " 공소외 1을 찾아 내라."는 것이었다( 피해자 1은 피고인이 4. 7.부터 같은 달 21.까지 사이에 피해자 1에게 전화하여 남긴 음성메시지를 녹취하여 제출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 1에게 요구한 것은 " 공소외 1을 찾아서 제1심 공동피고인에게 보내 사과를 시켜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수사기록 190쪽 이하 참조). 피고인 역시 공소외 1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고 해놓고 나타나지 않아서 피해자 2의 집에 찾아간 것이라고 하고 있다(피고인의 경찰에서의 진술, 수사기록 156쪽 참조).

이와 같은 전제에서 볼 때에 위 1.의 가.항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4.와 위 1.의 나.항, 다.항 기재의 제1심 공동피고인이 피해자 1과 피해자 2에게 한 말 역시 " 공소외 1을 찾아 내어 피고인을 유혹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데에 대하여 사과하게 하라."는 것을 요구하며, 그 뜻을 강조하기 위하여 고소를 하겠다거나, 시집가는 데에 방해를 하겠다는 등의 언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공소외 1의 앞서 본 부정한 행동과 모순된 태도에 비추어 보면 제1심 공동피고인의 위와 같은 요구에 수반된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는 사회통념상 이를 용인하여야 할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

결국 원심이 위에 적은 각 언사를 모두 협박죄로 인정한 것은 협박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가 담긴 피고인의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종영(재판장) 이돈희 이임수(주심) 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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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7.12.23.선고 97노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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