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임차인이 임차건물과 그 안의 동산 및 기계 등에 대하여 자신을 소유자로 기재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중 건물 부분에 관하여는 건물주를 위한 물건보험(화재보험)을 체결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공장을 경영하는 임차인이 임차건물과 그 안에 있는 동산 및 기계 등에 대하여 피보험자에 대하여는 명확한 언급이 없이 자신을 보험목적의 소유자로 기재하여 '사업장종합보험'을 체결하였고 그 보험계약에 편입된 보통약관상 보험회사는 보험에 가입한 물건에 입은 화재에 따른 손해, 소방손해, 피난손해 등을 보상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 그 보험계약은 손해보험의 일종인 화재보험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임이 분명하고, 이러한 화재보험은 다른 특약이 없는 한 피보험자가 그 목적물의 소유자인 타인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까지 보상하기로 하는 책임보험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없으며, 또한 이와 같이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험의 목적물과 위험의 종류만이 정해져 있고 피보험자와 피보험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그 보험계약이 보험계약자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위한 것인지는 보험계약서 및 당사자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약관의 내용,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 보험회사의 실무처리 관행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하는바, 위의 보험계약 체결시 건물의 임차인인 사업자가 건물주를 피보험자로 한다는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므로 보험청약서의 소유자란에 사업자의 성명을 그냥 기재하였을 뿐인 점, 한편 건물의 임차인인 사업자가 그의 이름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건물주의 동의서를 제출하게 한 후 보험금을 지급하여 온 점, 이 때 지급되는 보험금은 당해 건물에 발생한 손해액 전액에 해당하는 금원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의 보험계약 중 건물에 관한 부분은 보험계약자인 임차인이 그 소유자를 위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보험회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계약자인 임차인이 그 건물의 소유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그 건물의 소유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제3자를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용은)
피고,상고인
손호대 (소송대리인 서초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상기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피고는 1988. 12. 10.경 그 소유의 원심판시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을 소외 권운오에게 임대하였고, 권운오는 이 사건 건물에서 섬유공장을 경영하면서 1992. 1. 31. 이 사건 건물과 그 안에 있는 동산 및 기계 등을 보험목적으로 하여 원고와 사이에 '한아름사업장종합보험'이라는 명칭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 보험기간 중인 1992. 4. 9. 00:40경 이 사건 건물에서 전기합선인 것으로 추정되나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기계, 동산 등이 소실되었고, 원고측 손해사정인의 손해액 산정에 의하면 건물 손해액은 금 19,432,688원, 기계 손해액은 금 118,073,013원, 동산 손해액은 금 2,645,736원으로 평가되었다. 원고는 그 후 권운오의 채권자들로부터 권운오의 위 보험금청구권에 대하여 가압류 혹은 압류·추심명령을 받았고, 이에 따라 1992. 10. 2. 위 보험금 140,151,417원 전액과 권운오가 별도로 가입한 기계류에 대한 일반화재보험금 110,719,796원을 합한 금 250,871,213원을 민사소송법 제581조 제1항 에 의하여 공탁하였다.
원고가 운용하는 '한아름사업장종합보험'은 공장 등 사업장을 경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개발된 보험상품이어서 통상적으로 공장건물과 그 안에 있는 기계 및 동산 등을 한꺼번에 보험목적으로 하여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사업자가 건물을 임차하여 사업을 경영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소유자와 그 안에 있는 기계 등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므로 원고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보험청약자에게 건물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제출케 하여 당해 건물이 사업자의 소유인가 여부를 확인한다. 당해 건물이 사업자의 소유가 아니라고 확인된 경우에는 보험청약자가 제3자인 건물주를 피보험자로 하여 달라는 의사표시를 특별히 하지 않는 이상 보험청약자인 사업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서의 보험목적물 소유자란에 당해 사업자의 성명을 기재하고, 반대로 보험청약자가 건물주를 피보험자로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건물주를 당해 건물의 피보험자로 하여 소유자란에 건물주의 성명을 기재하거나 또는 건물주라고 기재해 왔다. 원고 회사의 서울 동부지점 소장인 소외 김인자는 권운오와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건물이 피고의 소유인 사실을 확인하였으나, 권운오가 건물주인 피고를 위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려 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므로 사업자인 권운오를 피보험자로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청약서의 소유자란에 권운오의 성명을 기재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원고와 권운오는 ① 권운오를 피보험자로 하고, ② 권운오가 이 사건 건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와 이 사건 건물이 권운오의 귀책사유로 소실된 경우에 권운오가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됨으로써 입게 된 손해 등 권운오가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는데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피보험이익으로 하며, ③ 보험사고가 권운오의 귀책사유로 발생하였는가 여부를 불문하고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권운오는 이 사건 건물에 발생한 손해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아 그에 상당하는 금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변형된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원고가 보험금을 공탁함으로써 소멸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편입된 '한아름사업장종합보험 보통약관(갑 제6호증, 기록 139면)'에 보험회사인 원고는 보험에 가입한 물건에 입은 화재에 따른 손해, 소방손해, 피난손해 등을 보상하도록 되어 있으므로(위 약관 제3조 제1항), 이 사건 보험계약은 손해보험의 일종인 화재보험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임이 분명하고, 이러한 화재보험은 다른 특약이 없는 한 피보험자가 그 목적물의 소유자인 타인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까지 보상하기로 하는 책임보험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목적물 중 기계·동산은 보험계약자인 권운오의 소유이고 이 사건 건물은 피고의 소유이나, 이 사건 보험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피보험자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보험계약자와 보험목적의 소유자로 권운오의 이름을 일괄하여 기재하였을 뿐인 사실을 알 수 있는바(원심 증인 김인자의 증언, 기록 244면; 갑 제3호증의 1, 기록 18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목적물 중 기계·동산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자와 그 소유자가 일치하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자 겸 소유자인 권운오를 그 피보험자로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 건물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자와 그 소유자가 서로 달라 보험계약자인 권운오를 피보험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보험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상대방이 재산 또는 생명이나 신체에 관하여 불확정한 사고가 생길 경우에 일정한 보험금액 기타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불요식의 낙성계약이고( 상법 제638조 ), 보험계약자는 위임을 받거나 받지 아니하고 타인을 위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 그 타인은 당연히 그 계약의 이익을 받는 것이므로(1991. 12. 31.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기 전의 상법 제639조 제1항 ), 이와 같이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험의 목적물과 위험의 종류만이 정해져 있고 피보험자와 피보험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그 보험계약이 보험계약자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위한 것인지는 보험계약서 및 당사자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삼은 약관의 내용, 당사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그 과정, 보험회사의 이 사건과 같은 보험계약에 있어서의 실무처리 관행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할 수밖에 없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 회사는 그가 운용하는 '한아름사업장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인 사업자로 하여금 건물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제출케 하여 당해 건물이 사업자의 소유인가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고, 원고 회사의 직원인 김인자는 권운오와 사이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 사건 건물이 피고의 소유인 사실을 확인하였는데, 권운오가 별다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므로 보험청약서의 소유자란에 권운오의 성명을 그냥 기재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며, 한편 원고 회사는 건물의 임차인인 사업자가 그의 이름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그 보험사고가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사업자로 하여금 사업자가 그 건물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받는 데 대하여 건물주가 동의한다는 건물주의 동의서를 제출하게 한 후 건물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여 왔다는 것이고, 이 때 지급되는 보험금은 보험가입금액의 범위 내에서 당해 건물에 발생한 손해액 전액에 해당하는 금원이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 중 이 사건 건물에 관한 부분은 보험계약자인 권운오가 그 소유자인 피고를 위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원고 회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계약자인 권운오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그 건물의 소유자인 피고에게 위와 같은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제3자를 위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보험계약을 권운오가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는데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피보험이익으로 하는 변형된 화재보험계약으로 보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것은 화재보험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사해석 및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사실인정에 있어서 채증법칙을 위배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겠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