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요건
[2] 국방조달관리전산시스템 개발용역 계약에 따른 용역산출물을 검수한 사업관리단장 또는 검수관의 행위에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범의가 있어야 한다.
[2] 국방조달관리전산시스템 개발용역사업의 사업관리단장 및 검수관인 피고인들이 그 개발용역 계약에 따른 용역산출물을 검수한 행위에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김주한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의 상고이유와 피고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을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설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음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한 위법이나 정당행위와 가벌성 내지 기대가능성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한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그 채택의 증거에 의하여, 국방군수본부 재무관이 1992. 8. 28. 한국전산 주식회사(이하 한국전산이라고만 한다)와의 사이에 그 판시의 국방조달관리전산시스템(이하 전산시스템이라고만 한다)을 개발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이 계약서에 의하면 위 용역의 납품기한은 1993. 3. 31.이고, 납품된 제품에 대하여 시험평가단에 의하여 기술시험평가 및 사용자의 운용시험평가를 실시하여 사용자 및 기술자 평가의 합계 평균이 80%를 넘지 못하면 적법한 검사 및 인수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고 검사관(검수관)은 위 평가를 근거로 인수 여부를 결정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산이 1993. 3. 31.에 이르러서야 용역사업 개발완료 보고서를 제출하자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 2가지의 평가절차를 모두 거치면 위 용역의 실제 납품일이 계약상의 납기일을 훨씬 도과하게 되어 한국전산이 지체상금을 물게 되므로 이를 면제하여 주기로 하여 일단 위 시험평가 중 우선 사용자의 운용시험평가 결과만이라도 80% 이상이 되면 납기 내에 납품이 완료된 것처럼 하기로 하고, 각 임무에 위배하여, 피고인 2는 1993. 4. 위 검사 및 납품조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한국전산에 교부하고 피고 1는 1993. 4. 재무관인 국방군수본부장에게 '조달관리 DBS 외주용역 사업완료 보고'를 하여 위 용역사업이 종료된 것처럼 처리하여 한국전산으로 하여금 용역대금 641,115,000원 전액을 지급받게 함과 동시에 단계별 산출물에 관련한 지체상금 약 18,966,310원, 1993. 4. 1.부터 재평가 결과 불합격된 1993. 7. 30.까지의 지체상금 약 193,937,287원을 각 면하게 하여, 한국전산에게 합계 약 금 854,018,597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하고 국가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은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를 판단함에 있어서 계약 만기일인 1993. 3. 31.에는 위 평가가 끝나지 않았으므로(1993. 4. 13. 실시 결과 합계 평균 74.75%로 불합격) 실제상 검사(검수)가 불가능하였으며 또한 중간산출물인 사용자지침서 및 운용지침서가 계약상 납기일에 제출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 2는 상피고인 1에게 요구하여 허위로 작성된 '조달 DBS 용역사업 검수의뢰'를 근거로 허위의 검사 및 납품조서를 발부하게 하여 위 개발용역대금이 한국전산에 지급되게 하였고, 위 계약 당시 예상한 프로그램 본수는 계약 성질상 그 증감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단순히 본수가 증가되었다고 하여 계약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실제로 위 평가 당시 일부 부서에는 평가대상 자체가 없었으며 계약기간 만료시로부터 1년이나 지나서야 위 전산시스템이 작동한 점 등을 인정할 수 있으며, 지체상금이란 계약상 지체일수에 따라 당연히 부과되어야 할 국가채권이므로 설사 그 이후에 귀책사유 여하에 따라 그 액수가 달라진다 해도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제1심판결에 대한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한 조처는 수긍할 수 없다.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범의가 있어야 하는바 ( 대법원 1987. 3. 10. 선고 81도2026 판결 참조),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범의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즉 기록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전산시스템(DLA-DBS) 개발용역계약은 종래의 주전산기중심체계와는 달리, 개인용 컴퓨터의 기능향상으로 최신기법인 클라이언트/서버(CLIENT/SERVER)체계의 소형분산처리기법{이른바, 다운사이징(DOWNSIZING)기법}으로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하고, 사용언어는 삼보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제4세대 언어인 엑스·엘/4(XL/4)를 주축으로 하며(C, Extend SQL도 혼용함),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사이베이스(SYBASE)를 사용하고, 개발방법은 사용자중심의 프로토타입(Prototype), 즉 용역업체에서 매단계의 개발이 완료되면 이에 대한 사용자의 확인을 거친 후 다음 단계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방법으로 개발키로 하였는바, 이와 같은 프로토타입으로 이 사건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게 됨으로써 사용자들의 개선·추가요구에 의하여 프로그램이 항시 수정될 가능성이 있는 사실, ② 한국전산이 위 계약에 따라 이 사건 전산시스템개발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사용자측인 국방군수본부의 수정·보완 요구로 인하여 프로그램의 본수가 당초 계약체결했던 644본에서 795본으로 151본이 증가함에 따라 그 개발기간도 늦어지게 된 사실, ③ 당초 계약상으로는 중간산출물인 사용자지침서 300부, 운영지침서 10부는 1993. 2. 20.까지 제출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 원래 인쇄본을 제출하여야 하지만 계약 당시 검수용에 한하여 복사본을 제출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위 1993. 2. 20. 당시 국방군수본부측의 프로그램의 수정·추가의 요구로 이에 대한 보완작업이 진행중에 있었으므로 위 사용자지침서나 운영지침서의 수정도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되어 인쇄본을 제출하는 것은 그 인쇄비의 낭비를 가져오는 것이 자명하여 한국전산이 우선 복사본으로 각 8부씩만을 제출하여 사용자의 교육에 활용하고 프로그램의 완성 후 인쇄본을 1993. 3. 31.까지 납품하겠다는 요구를 하자 피고인들이 정식으로 계약내용의 변경절차를 밟지 않고 이를 묵인한 사실, ④ 이 사건 계약특수조건 제13조에 의하면 계약체결 후 품질보증 및 검사기준을 정하여 통보하여 중간산출물 이후에 중간단계검사를 실시하고 개발완료되면 최종완료검사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는데도 국방군수본부가 계약일로부터 6개월여가 지난 1993. 3. 12.에 이르러 비로소 이를 통보함으로써 중간단계검사를 실시하지 못한 사실, ⑤ 위 품질보증 및 검사기준에서 정한 평가방법은 기술평가와 사용자 운영평가를 구분하여 실시하되, 각 항목마다 상 3점, 중 2점, 하 1점으로 채점하여 기술평가와 사용자 운영평가의 총득점비율의 평균이 80% 이상이 되어야 합격하도록 하였는바, 이와 같은 기술평가는 그 성질상 프로그램의 상세 설계, 구현, 시험, 설치의 각 단계별로 실시하여 다음 단계로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 것인데도(이 사건 전산시스템 용역내역서 9항 및 한국전산원의 관리기법/1 참조) 국방군수본부의 개발요원들의 능력부족으로 단계별 평가를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전체 프로그램이 완성된 단계에 이르러 실시하기에 이르렀고, 위 평가를 위한 각 항목의 설정이나 이를 위한 세부적인 점검내용은 미국방성에서 정한 내용을 번역하여 일부 수정하여 놓은 것으로 보이는바 그 수정 근거가 불확실하고 그 항목 가운데에는 고도의 전문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평가요원들에게도 높은 기술수준이 요구됨은 물론 평가를 위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므로 국방군수본부측 평가위원들로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하기도 곤란했던 것으로 보일 뿐더러, 기술적인 평가는 평가항목을 분류하고 구현의 난이성·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개발기술 부분·소프트웨어 부분·문서 부분 등으로 나누어 각각 가중치를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다 객관화할 필요가 있는데도 각 항목마다 일률적으로 상 3점, 중 2점, 하 1점으로 평가기준을 정한 것은 그 합리성에도 의심이 가고, 또 합격기준도 80% 이상이면 합격, 80% 미만이면 불합격으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그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세분화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이는 사실(이주헌 작성의 소견회답서, 김려성 작성의 검토소견서, 수사기록 1019쪽 이하 및 1061쪽 이하 참조), ⑥ 한국전산은 이 사건 전산시스템을 완성하여 1993. 3. 20. 국방군수본부에 평가를 의뢰했는데도 국방군수본부는 그 납기인 1993. 3. 31.까지 평가를 게을리하다가 납기를 넘겨 1993. 4. 13.에야 기술평가를 하여 64.2%라고 하였는바, 이와 같은 합격점에 미달하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위와 같은 합리성이 의심되는 평가기준에 따른 것 이외에도, 국방군수본부가 중간산출물에 대한 단계별 검사를 실시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를 실시하지 아니하여 적시에 수정·보완할 기회를 주지 않은 점, 국방군수본부측에서 개발언어로 채택한 엑스·엘/4의 기능상에 단점(열의 합산불능 등)이 있거나 국방군수본부측에서 위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교체가 지연된 점(서버 등 전산장비의 교체지연 및 개인용 컴퓨터의 메모리가 2MB이상이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도 1MB만이 장착되어 있는 점 등), 위 전산시스템을 운용할 데이터자료가 충분히 입력이 되지 않은 점, 율곡업무 등 비밀문서에 대한 보안에 대하여 한국전산이 비밀자료관리 시행계획안을 만들어 국방군수본부에 제출하였으나 국방군수본부가 보안규정에 따른 대책을 정립하여 한국전산에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그 보안프로그램이 만들어지지 않은 점 등에도 그 원인이 있었던 사실, ⑦ 그런데 위와 같은 기술평가가 낮게 나온 것과 달리 사용자 운영평가는 84.7%로서 합격점 이상을 받은 사실, ⑧ 이 사건 용역계약에 준용되는 구 예산회계법 제94조(1995. 1. 5. 법률 제486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에 근거한 동법시행령 제129조(1995. 7. 6. 대통령령 제1471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에 의하면 계약의 이행이 국방군수본부의 귀책사유로 지체되었을 때에는 지체기간을 공제하여 부과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이 사건 계약 특수조건 제13조 다항에 의하면 국방군수본부의 사정으로 납기 내에 검사를 완료하지 못하였을 경우 이로 인한 제반 사항을 국방군수본부와 한국전산이 상호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피고인들은 한국전산에 지체상금을 물리려 해도 국방군수본부측의 귀책사유가 더 크다고 생각하여 결국에는 소송에 이르더라도 부과하지도 못하게 되리라고 판단하는 한편, 한국전산측의 사업중단 등으로 인한 손해 등을 감안하여 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하자를 보수케 하는 것이 국방군수본부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국방군수본부장에게 보고하여 개발 결과에 대하여 수정보완조건으로 인수하고 계약대금을 지급케 한 사실, ⑨ 1993. 8.경부터 1993. 9. 17.까지 사이에 외부 감리기관인 위세정보소프트웨어에 감리를 의뢰하였던바, 전체프로그램 795본 중 226개를 시험한 결과 그 중 29개 프로그램에서 문제점이 있어 이에 대하여 최적화(tuning)함으로써 개선하고 프로그램 자체에 큰 문제점은 없었던 사실, ⑩ 1994. 3. 24. 이 사건 용역개발 지체처리문제가 국방군수본부 계약조정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의되었는데 동 위원회에서는 지체상금은 면제하고, 이 사건 전산시스템은 하자보수케 하여 사용토록 결정된 사실, ⑪ 위 계약체결 후 1년이 지나서부터는 위 전산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비록 원심 판시와 같은 허위공문서를 작성·행사하고 이 사건 전산시스템의 검사 결과 합격된 것으로 보아 그 용역사업이 종료된 것처럼 처리하였다고 하여도 피고인들에게 자신들의 임무에 위배하여 한국전산의 이익을 위하여 국가에 손해를 가한다는 배임의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상 배임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필경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는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의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의 점에 관한 부분은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를 살필 필요도 없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바, 위 죄와 이 사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와는 실체적 경합범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