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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4. 1. 28. 선고 93도1278 판결
[업무방해][공1994.3.15.(964),862]
판시사항

가. 업무방해죄에 있어 허위사실 유포의 의미

나. 전문진술의 원진술자가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어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소정의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하나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 하여 그 증거능력을 부정한 사례

판결요지

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에 의하여 타인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업무방해죄에 있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함은 실제의 객관적 사실과 서로 다른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사실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시키는 것을 말하고, 특히 이러한 경우 그 행위자에게 행위 당시 자신이 유포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을 것을 요한다.

나. 전문진술의 원진술자가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어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소정의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하나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 하여 그 증거능력을 부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건호 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 제1, 2, 3점을 함께 본다.

1. 제1심법원이 유죄로 인정하고, 원심법원이 이에 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의 점에 관한 항소논지를 이유 없다고 배척하여 그대로 유지한 이 사건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1975.경부터 한양대학교 가정대학 식품영양학과 교수로서 여성단체협의회 소비자단체위원장으로 재직하는 자인바, 1989.3.16. 14:00경부터 16:00경까지 사이에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 20층에서 "국내외 시판 랩의 성분분석에 관한 보고"라는 강연회를 개최하면서, 국내외 기자 다수, 국내 시판 랩 제조회사 5개 업체 임직원, 소비자단체 임원 및 피고인의 제자 등 70여명이 모인 가운데, 사실은 피해자 주식회사 크린랩(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에서 제조, 판매하는 식품포장용 합성수지 필름인 피.이.랩(Poly Ethylene Wrap) 제품에 관하여는 현행 식품위생법규상 규격항목 중 재질실험에 산화방지제인 "디.엘.티.피."(Diraurylthioproptionate)의 실험항목이 없고 "디.엘.티.피."는 발암성 또는 기형아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아니며, 같은 산화방지제인 "일가녹스 1010, 1076"(Irganox 1010, 1076)과 비교하여 안전성에 있어 우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직접 국내외의 시판 랩 9종류를 성분분석한 결과 위 피.이.랩 제품에서 최기형성, 변이원성, 숙주경유 등 기형아의 원인이 되는 발암성 물질인 "디.엘.티.피."가 용출실험에서는 검출되지 아니하였으나 재질실험에서는 나왔다. 이러한 산화방지제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일가녹스"로 바꾸어야 한다"라는 내용을 발표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그 해 3.17.자 경향신문을 비롯한 석간신문과 그달 18.자 서울신문을 비롯한 조간신문에 "피.이.랩에도 발암물질"이라는 제목으로 위 허위사실을 보도케 하여 피해자 회사의 피.이.랩 판매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2.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에 의하여 타인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업무방해죄에 있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다고 함은 실제의 객관적인 사실과 서로 다른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사실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파시키는 것을 말하고, 특히 이러한 경우 그 행위자에게 행위당시 자신이 유포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인식하였을 것을 요함은 물론이다.

이 사건에 돌이켜 보건대, 우선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국내에서 시판 중인 식품포장용 랩의 안전성 조사를 위하여 1989.1.경 국내에서 피해자 회사가 생산한 피.이.랩을 비롯한 3종의 랩과 미국과 일본에서 각기 생산된 각 3종씩의 랩 등에 대한 안전성 여부의 검사를 일본국 식품위생연구소의 다까시다쯔노(진농륭, 이하 다까시라고 줄여 쓴다)에게 검사방법 등을 지시하여 의뢰하고, 이에 따라 다까시가 그 해 2.28.경 피고인에게 이에 관한 분석결과의 보고서를 보내오자, 피고인은 그 내용을 검토한 후 이를 그대로 근거로 삼아 그 해 3.16. "국내외 시판 랩의 성분분석에 관한 보고"라는 강연회를 갖고 그 자리에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실내용이 포함된 연구발표를 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업무방해의 죄책의 유무를 가리는데 있어서는 피고인이 발표한 내용이 과연 객관적으로 실제와 다른 허위의 사실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와 만일 그러하다면 피고인이 그 발표당시 위 발표내용의 허위성에 관하여 이를 주관적으로 인식하였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피고인이 발표한 내용이 허위의 사실인지의 여부가 구체적으로 문제된 사항으로서는 크게 나누어, 피.이.랩에 대한 재질실험의 결과 산화방지제인 "디.엘.티.피." 성분이 검출되었는지의 점과 위 "디.엘.티.피."가 발암성 또는 기형아의 원인이 되는 위해물질이 아니어서 같은 산화방지제인 "일가녹스 1010, 1076"과 비교하여 볼 때 그 안전성에 우열이 없는 것인지의 점이라고 요약되는바, 위 2가지 점에 관하여 원심이 모두 그 객관적인 허위성과 이에 대한 피고인의 주관적인 인식의 존재를 인정하는 전제하에서 피고인을 업무방해죄로 의율처단한 조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쉽사리 납득하기가 곤란하다.

가. 먼저 전자의 점, 즉 실제로 피.이.랩에 대한 재질실험의 결과 "디.엘.티.피." 성분이 검출된 바 없고 피고인이 이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반대되는 내용으로 허위의 발표를 하였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본다.

원심은, 피.이.랩의 재질실험에서 "디.엘.티.피." 성분이 검출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서, 제1심의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김병인의 "일본에서 피고인의 의뢰에 의하여 식품포장용 랩의 성분분석을 한 다까시를 만나 문의한 바, 위 다까시는 자신이 분석하여 본 결과 크린랩에서는 재질실험, 용출실험 모두에서 "디.엘.티.피."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하였다"고 한 진술기재부분 과 다까시가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낸 "폴리에틸렌 랩의 안전성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문서사본의 기재를 들고 있다.

그러나 위 제1심의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김병인의 진술기재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소정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전문진술로서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단지 같은 법 제316조 제2항 의 요건을 갖춘 때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갖게 된다고 할 것인데, 원진술자인 다까시는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국적인으로서 우리 법원이 그의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관할구역 밖에 있어 "원진술자가 사망.질병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때"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가 전혀 없으므로, 위 전문증거는 증거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만, 원심이 든 다른 증거인 다까시가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낸 "폴리에틸렌 랩의 안전성에 관하여"라는 문서사본에는 "폴리에틸렌 랩의 첨가제에 '디.엘.티.디.피.'(이는 '디.엘.티.피.'의 다른 약어임)가 사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여부를 적외분광도법에 의한 실험결과로부터 추정하여 그것의 용출실험을 행한 결과 랩필름으로부터는 불검출되었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밖에도 원심이 채용하지는 않았지만 변호인이 원심법원에 제출한 다까시 작성의 "시판 랩필름의 위생적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산 폴리에틸렌에 디지오프로피온산계의 산화방지제가 분석상에 추정되었는바, 이것을 기초로 용출실험을 행하였더니 필름에서의 용출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랩필름의 재질에 관하여 적외스펙트럼을 찍은 결과 표 5의 결과를 얻었다"라고 적시하면서, 표 5(시료에 사용한 랩필름에 관하여)의 피해자 회사의 피.이.랩의 첨가제란에 "디라우리르티오프로피오네이트"(디.엘.티.피)를 들고 있으며, 이에 덧붙여 "시료 중의 산화방지제는 표 9에 나타낸 것이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재질에서 섭씨 60도, 30분간의 물에 의한 용출조건으로는 산화방지제 및 자외선 흡수제 이행은 볼 수가 없다. 위와 같은 용출조건에서는 용출을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적시하면서, 표 9(랩필름으로부터의 첨가제의 물로의 용출)의 피해자 회사의 피.이.랩의 산화방지제란에 "디.엘.티.디.피.", 용출량란에 "용출안됨"이라고 명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공판기록 제394면 이하 참조).

따라서 증거능력이 없는 위 제1심의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김병인의 진술기재를 제외하더라도, 위에서 든 다까시 작성의 증거자료들을 종합하여 보면, 다까시는 피.이.랩에 대한 재질실험의 결과 '디.엘.티.피.' 성분이 검출되었거나 포함되었음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고, 단지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도의 분석결과를 얻은데 그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위 자료들의 기재내용을 그대로 근거삼아 이 사건 강연회를 하면서 피.이.랩에 대한 재질실험결과 '디.엘.티.피.'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단정지어 발표한 이상, 피고인의 위 행위는 객관적으로는 허위사실을 발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위 보고서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이.랩의 재질에 대한 적외분광도법에 의한 분석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추정하였다'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랩필름의 재질에 관하여 적외스펙트럼을 찍은 결과 표 5의 결과를 얻었다"고 명시하면서 표 5에는 피해자 회사 제품인 피.이.랩의 첨가제란에 "디라우리르티오프로피오네이트"를 들고, 또 "시료 중의 산화방지제는 표 9에 나타낸 것이 사용되고 있다"고 확정지으면서, 표 9의 위 피.이.랩의 산화방지제란에 '디.엘.티.피.'를 들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다까시로부터 다른 자료를 받지 못한 피고인으로서는 위 보고서의 기재내용에 터잡아 재질실험에서 피.이.랩으로부터 '디.엘.티.피.'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그다지 무리가 없다고 여겨진다.

이와 같이 보는 한, 피고인이 위 발표에서 피.이.랩의 재질실험결과 '디.엘.티.피.'의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내용은 비록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인은 다까시 작성의 보고서를 위와 같이 해석하여 이를 토대로 발표한 것이어서, 피고인에게 그 발표내용의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아니한다는 점을 제대로 살펴보지 아니한 과실이 있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그 발표내용의 허위성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후자의 점, 즉 '디.엘.티.피.'는 발암성 또는 기형아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아니며 같은 산화방지제인 '일가녹스 1010, 1076'과 비교하여 안전성에 있어 우열이 없는 것이고, 피고인이 이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디.엘.티.피' 성분은 최기형성, 변이원성, 숙주경유 등 기형아의 원인이 되는 발암성 물질로서 이를 보다 안전한 다른 산화방지제인 '일가녹스'로 바꾸어야 한다고 허위로 발표하였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 점에 부합하는 증거로서 원심이 들고 있는 것 중에서, 다까시가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낸 "폴리에틸렌 랩의 안전성에 관하여"라는 문서사본에는 "디.엘.티.디.피.는 일가녹스 1010 등과 동등하게 세계 제국에서 안전한 산화방지제로 인가되었으며, 발암성에 있어서는 물론 사람에 대한 안전성이 넓게 보고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또 국립보건원장에 대한 업무협조의뢰에 대한 회신에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및 세계보건기구의 합동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JECFA)의 '디.엘.티.디.피.'에 대한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디.엘.티.디.피.'가 식품첨가물 목록에 수재되고 그 1일 허용 섭취량이 조건부여 없이 0-3mg/kg(체중)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디.엘.티.디.피.'가 발암성 또는 기형아의 원인이 된다는 자료는 찾아보지 못하였고 '디.엘.티.디.피.'와 '일가녹스 1010 및 1076'의 안전성에 대한 비교평가가 보고된 바 있는지의 여부도 알 수 없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 원심이 채용한 한국소비자보호원장에 대한 업무협조의뢰에 대한 회신의 기재에 의하면, 관계 문헌상 쥐 등에 대한 급성독성실험에서는 '디.엘.티.피.'는 중등도의 독성, '일가녹스 1010, 1076'은 약독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및 세계보건기구의 평가보고서상 '디.엘.티.피.'의 1일 섭취 허용량은 3mg/kg임에 반하여 '일가녹스 1010, 1076'에 대하여는 그 기준의 정함이 없으며, 또 폴리에틸렌에 대한 미국, 독일, 일본 등 각국의 규제에 있어서도 '디.엘.티.피.'와 '일가녹스 1010, 1076'에 대한 식품으로의 이행허용기준치를 각각 일정비율의 범위내에서 서로 달리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수사기록 제627면 이하 참조), 또한 기록에 편철된 변호인 제출의 훼더럴 레지스터(Federal Register) 제47권 제157호의 기재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은 '디.엘.티.피.'를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직접 사용할 때 안전성이 있는 식품첨가물로 인정된 목록(GRAS)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하여 그 안전성에 관하여 식품의약국에 의하여 종합적인 검토,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공판기록 제450면 이하 참조), 위에서 본 다까시 작성의 "시판 랩 필름의 위생적 검토" 보고서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피.이.랩의 재질실험결과 산화방지제로는 미국제에 있어서는 '일가녹스 1010 및 일가녹스 1076'이, 일본제에 있어서는 '일가녹스 1010'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바 있음을 알 수 있다(수사기록 제250면, 제258면 참조).

이러한 제반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비교검토하여 보건대, 다까시가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낸 "폴리에틸렌 랩의 안전성에 관하여"라는 문서의 기재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것도 '디.엘.티.피.'의 인체에 대한 안전성에 관하여 명확하게 언급하거나, '일가녹스 1010, 1076'과 비교하여 동등하게 안전도를 지닌 산화방지제로서 인가된 것이라고 확정하고 있지는 아니함이 분명하므로, 다까시가 위 문서의 기재내용과 같이 '디.엘.티.피.'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아니고 '일가녹스 1010' 등과 동등하게 안전한 산화방지제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견해는 절대적으로 널리 학문적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통상으로는 '디.엘.티.피.'를 일정 조건하에서 비교적 인체에 안전한 물질로 보아 식품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지만 이에 대하여 반대하는 견해도 유력하고, 더구나 '일가녹스 1010, 1076'과의 안전성의 우열비교에 관하여는 일반적으로 긍인되는 견해가 존재하지도 아니하는 것으로 충분이 짐작이 된다.

따라서 원심이 객관적 사실로서 전제하고 있는바, "디.엘.티.피.는 발암성 또는 기형아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아니며 같은 산화방지제인 일가녹스 1010, 1076과 비교하여 안전성에 있어 우열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충분한 입증이 되었다고 보기는 매우 곤란하다.

더욱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발표 당시 "피.이.랩 제품이 식품위생법상의 규격에 적합하여 보통 사용조건에 의한 사용의 경우 인체에 대한 안전성이 있다고 추정되므로 이를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고 전제한 다음, 나아가 "선진국에서 '디.엘.티.피.' 성분을 발암성 등의 의심이 있다고 보아 산화방지제를 '일가녹스 1010,1076'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으므로, 우리 업계에서도 산화방지제를 '디.엘.티.피.' 보다 안전성이 높은 '일가녹스' 종류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수사기록 제22면 이하, 공판기록 제93면 참조), 이는 피.이.랩 제품에서 사용되는 '디.엘.티.피.'가 일정 조건하에서 인체에 대하여 안전성을 지니는 것이기는 하나, 다만 이를 선진국의 사용례에 비추어 보다 안전성이 높은 다른 산화방지제인 '일가녹스 1010, 1076'으로 대체 사용함이 좋겠다는 피고인 자신의 학문적 견해를 표명한데 그 취지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반드시 '디.엘.티.피.'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아니고 '일가녹스 1010, 1076'과 견주어 안전성면에서 동등한 것이라고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이와 반대의 내용으로 허위의 발표를 하였다고는 도저히 비난할 수 없다 하겠다.

다. 결국 원심이 피고인이 한 이 사건 연구발표행위에 대하여 그 발표내용이 전부 객관적으로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의 사항에 속하는 것이고, 피고인에게 그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보아 업무방해의 점에 관한 유죄를 인정한 조치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당해 범죄의 성립요건이 되는 사실관계의 인정을 그릇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더 판단할 것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준서(재판장) 김상원 윤영철(주심) 박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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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형사지방법원 1993.4.23.선고 90노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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