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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6409 판결
[주주확인등][공1993.12.15.(958),3173]
판시사항

가. 공무원이 강박으로 사인 소유의 방송사 주식을 국가에 증여하게 한 것을 수용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나. 증여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다. 1980.6.말경의 비상계엄 당시 국군보안사령부 정보처장이 언론통폐합조치의 일환으로 사인 소유의 방송사 주식을 강압적으로 국가에 증여하게 한 것이 수용유사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수용이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행정처분의 일종인데, 비록 증여계약의 체결과정에서 국가공무원의 강박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증여계약의 체결이나 그에 따른 주식의 취득이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어떤 법률관계가 불평등한 것이어서 민법의 규정이 배제되는 공법적 법률관계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불평등이 법률에 근거한 것이라야 할 것이고, 당사자간의 불평등이 공무원의 위법한 강박행위에 기인한 것일 때에는 이러한 불평등은 사실상의 문제에 불과하여 이러한 점만을 이유로 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민법의 규정이 배제되는 공법적 법률관계라고 할 수는 없다.

나. 민법 제104조 가 규정하는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 함은 자기의 급부에 비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반대급부를 하게 하여 부당한 재산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증여계약과 같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법률행위는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법률행위가 아니다.

다. 수용유사적 침해의 이론은 국가 기타 공권력의 주체가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였고 그 효과가 실제에 있어서 수용과 다름없을 때에는 적법한 수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그로 인한 손실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1980.6.말경의 비상계엄 당시 국군보안사령부 정보처장이 언론통폐합조치의 일환으로 사인 소유의 방송사 주식을 강압적으로 국가에 증여하게 한 것이 위 수용유사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겸 피상고인

고려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승민 외 1인

피고, 피상고인겸 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피고, 피상고인

방송문화진흥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주위적 청구부분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피고 대한민국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주위적 청구부분에 대한 원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이 인정한 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소외 주식회사 문화방송이 발행한 주식 150,000주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원고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1이 1980.6.말경 당시 선포된 비상계엄에 따라 언론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피고 대한민국 산하 국군보안사령부의 정보처장이었던 소외 2로부터 원고 소유의 위 주식 모두를 언론통폐합조치의 수행을 위하여 피고 대한민국에게 증여할 것을 요구받고 처음에는 이를 거부하였으나 국군보안사령부의 계속적인 요구를 받고 만약 위 주식의 증여를 거부하면 위 소외 1이나 그러한 거부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신변 또는 원고 회사 등에 다른 손해가 가하여질지 모르겠다는 염려를 하게 되어 결국 같은 해 12.8. 이 사건 주식을 피고 대한민국에게 교부하여 증여하게 되었고, 피고 대한민국은 이를 국유재산법 소정의 기부채납의 형식으로 증여받은 다음 1981.12.7. 이를 소외 한국방송공사에게 양도하였으며 한국방송공사는 1988.12.31. 이를 피고 방송문화진흥회에 양도하였다.

2.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주위적 청구에 관한 원고의 청구원인, 즉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법률행위 또는 같은 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거나,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였던 위 소외 1이 의사결정의 자유를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강박에 의하여 이루어진 의사표시이므로 이 사건 소장 송달로서 이를 취소하였으며, 따라서 이 사건 주식은 원고의 소유라는 주장에 대하여, 국가인 피고 대한민국은 위와 같은 비상계엄하에서 언론통폐합이라는 공공정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을 기부채납의 형식으로 증여받은 것이나 이러한 주식의 귀속변동에 있어서 그 소유자의 명백히 자유로운 동의는 없었기 때문에 원고의 증여라는 법률행위는 형식에 불과하여 무의미하고, 따라서 국가의 이 사건 주식취득은 기부채납이 아니라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강제로 이루어지는 수용과 동일하다 할 것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사유재산을 수용하는 것은 법률상의 근거가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이 국가와 개인이 서로 대등한 지위에 있지 않은 경우의 사유재산권의 귀속변동에 민법을 적용하여 그 유무효나 취소가능 여부를 논할 수는 없고, 이와 같이 국가가 공공의 필요에 의하여 사인(사인)의 주식을 강제로 취득한 것은 국가가 주식을 수용한 것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주식의 소유권은 피고 대한민국에 귀속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나. 또 부가적으로 이와는 달리 민법의 적용이 있다고 본다면 위의 증여계약은 원고 주장과 같은 이유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는 제척기간의 경과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주위적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왜냐하면 수용이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행정처분의 일종인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비록 증여계약의 체결과정에서 피고 대한민국 산하 공무원의 강박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증여계약의 체결이나 그에 따른 주식의 취득이 같은 피고의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원심은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 대한민국과 원고가 서로 대등한 지위에 있지 않고 불평등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민법의 규정이 배제되는 주된 근거로 들고 있으나, 어떤 법률관계가 불평등한 것이어서 민법의 규정이 배제되는 공법적 법률관계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불평등이 법률에 근거한 것이라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당사자간의 불평등이 공무원의 위법한 강박행위에 기인한 것일 때에는 이러한 불평등은 사실상의 문제에 불과하여 이러한 점만을 이유로 당사자 사이의 관계가 민법의 규정이 배제되는 공법적 법률관계라고 할 수는 없다.

나아가 보건대, 원심의 판시와 같이 피고 대한민국의 이 사건 주식취득이 법률에 근거가 없어 위법한 것이기는 하지만 수용에 해당하여 원고로서는 그 효력을 다툴 수 없다고 한다면, 법률에 근거한 수용의 경우에도 당사자로서는 행정소송 등의 방법에 의하여 그 수용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형평의 원칙에 어긋남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적인 수용의 법리에도 어긋나고, 또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써 하도록 규정한 헌법( 헌법 제23조 제1항 , 제3항 , 구 헌법 제22조 제1항 , 제3항 )이나 법치주의의 이념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4. 그러나, 이 사건 증여계약의 체결과정에 피고 대한민국 산하 공무원의 강박이라는 불법이 개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이 사건 증여계약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민법 제103조 에 따라서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당원 1992.11.27. 선고 92다7719 판결 ; 1993.3.23. 선고 92다52238 판결 ; 1993.7.16. 선고 92다41528,41535 판결 등 참조), 민법 제104조 가 규정하는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 함은 자기의 급부에 비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반대급부를 하게 하여 부당한 재산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증여계약과 같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급부를 하는 법률행위는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법률행위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당원 1993.3.23. 선고 92다52238 판결 ; 위 92다41528,4153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강박의 정도가 극심하여 의사표시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원고가 계엄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국군보안사령부의 정보처장이던 소외 2의 강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증여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하에서라면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피고 대한민국에게 증여한 것은 의사표시의 취소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의사결정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는 정도에까지 이르른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것만으로 위 증여계약이 무효라고 볼 수는 없고, 원고로서는 적어도 위 증여계약 체결 당시 실시 중이던 비상계엄이 해제된 1981.1.21. 이후에는 강박으로 인한 외포상태에서 벗어나서 위 증여의 의사표시를 추인 또는 취소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당원 1993. 2. 23. 선고 92다14632 판결 ; 위 92다41528,4153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가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1990.11.24.자 이 사건 소장의 송달로써 위 증여의 의사표시를 취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취소권에 대한 민법 제146조 소정의 3년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증여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의 주주임의 확인을 구하고, 피고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하여는 그 인도를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결국 이유 없고, 원심의 부가적 판단은 옳다고 아니할 수 없다.

다만 원심은 원고의 강박상태가 종료된 것이 위 증여의 의사표시를 한 그 무렵부터라고 보았고, 이는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원고의 취소권이 제척기간의 경과로 소멸하였다고 본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

5. 그렇다면 원심의 주위적 판단에 대한 법리오해는 이 사건 결과에 영향이 없고, 논지는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예비적 청구부분에 대한 피고 대한민국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원심은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의 이 사건 주식수용은 개인의 명백히 자유로운 동의는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나아가 법률의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위법한 침해이고 이는 결국 법률의 근거 없이 개인의 재산을 수용함으로써 발생한 이른바 수용유사적(수용유사적) 침해이므로, 이로 인하여 특별한 희생 즉 손실을 당한 원고는 자연법의 원리나 구 헌법 제22조 제3항 의 효력으로서 국가에게 그 손실의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그 보상을 구하는 원고의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수용유사적 침해의 이론은 국가 기타 공권력의 주체가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였고 그 효과가 실제에 있어서 수용과 다름없을 때에는 적법한 수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그로 인한 손실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해되는데, 과연 우리 법제하에서 그와 같은 이론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인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에 의하여 이 사건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이 사건 주식취득이 그러한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수용유사적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국가가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것이 원심판시와 같이 공공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 하여도 그 수단이 사법상의 증여계약에 의한 것인 경우에는 비록 공무원이 그 증여계약 체결 과정에서 위법하게 강박을 행사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사건 주식의 취득 자체를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그 증여계약의 효력은 민법의 법리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을 뿐만 아니라, 원래 원고로서는 위 증여계약이 강박에 의한 것임을 이유로 취소를 주장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수단을 취하지 않은 채 그에 대한 손실보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이 피고 대한민국의 이 사건 주식취득이 수용유사적 침해에 해당한다 하여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할 것을 명한 것은 손실보상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논지는 이 점을 지적하는 범위 안에서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주위적 청구부분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 부분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하고,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는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없이 피고 대한민국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배만운(주심) 김주한 정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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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2.12.24.선고 92나20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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