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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9. 11. 12. 선고 98가합102307 판결 : 항소
[연대보증계약무효확인][하집1999-2, 29]
판시사항

[1] 연대보증계약과 같은 일방적 채무부담 행위가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된 회사 및 그 대표이사가 도산위기에 처한 가운데 단지 대표이사의 처라는 이유만으로 부담할 능력 밖에 있는 거액의 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초하여 약 11년간 계속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매년 갱신하여 온 경우, 그 연대보증계약은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04조 가 규정하는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 함은 자기의 급부에 비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반대급부를 하게 하여 부당한 재산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연대보증계약과 같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법률행위는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법률행위가 아니다.

[2]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된 회사 및 그 대표이사가 도산위기에 처한 가운데 단지 대표이사의 처라는 이유만으로 부담할 능력 밖에 있는 거액의 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초하여 약 11년간 계속 동일한 내용의 계약을 매년 갱신하여 온 경우, 그 연대보증계약은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한 사례.

원고

신봉자(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진곤외 2인)

피고

주식회사 제일은행(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최우영외 1인)

변론종결

1999. 10. 15.

주문

1. 원고가 1996. 1. 3. 주식회사 삼익주택을 위하여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연대보증(포괄근보증)계약에 터잡은 연대보증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은 판결 {원고는 주위적으로, 원고가 1996. 1. 3. 주식회 사 삼익주택을 위하여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연대보증(포괄근보증)계약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예비적으로 주문과 같은 판결을 구하고 있으나, 주위적 청구취지는 예비적 청구취지와 동일한 의미라고 보여지므로 결국 주문과 같은 판결을 구하는 하나의 청구를 하는 것으로 본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갑2의 1내지3, 을1, 을2내지5의 각 1,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85. 11. 21. 당시 주식회사 삼익주택(이하 삼익주택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이며 대주주(발행주식의 16.93% 소유)이던 이종록의 처이다.

나. 삼익주택은 회사의 재정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1985. 11. 21. 정부로부터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되어 같은 날 피고 은행과 사이에 관리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위 이종록은 피고 은행에 삼익주택 주식과 회사경영권 등 삼익주택에 관한 모든 권한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하였고, 1986. 9. 22. 위 산업합리화업체 지정에 대한 승인이 있은 후에 이종록은 1987. 3. 4. 삼익주택의 대표이사직에서, 같은 달 7.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그 이후 삼익주택은 피고 은행에 의하여 경영돼 오다가 1998. 9. 17. 부도가 발생하였다.

다. 한편, 원고는 1985. 11. 21. 피고 은행과 사이에 삼익주택의 피고 은행에 대한 모든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포괄근보증)계약을 체결한 후, 매년 위 연대보증계약을 갱신하여 1996. 1. 3. 마지막으로 연대보증계약(이하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이라고 한다)을 갱신체결하였다.

라. 삼익주택의 피고 은행에 대한 채무는 1985. 11. 30.경에는 144,600,000,000원 가량이었고, 1995. 12. 31.경에는 188,700,000,000원 가량이었다.

2.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 은행은, 원고가 원고와 피고 은행 사이에 1996. 1. 3. 삼익주택을 위하여 체결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1) 불공정한 법률행위이거나, (2) 기망에 의한 행위로서 원고의 취소의사표시에 의하여 취소되었거나, (3)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그 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이는 과거의 권리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청구로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위 청구는 위 연대보증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 은행에 대한 연대보증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취지로서 당초 원고가 예비적으로 구한 청구와 동일한 청구이어서 원고가 그와 같은 하나의 청구를 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 은행이 위 연대보증계약에 기한 원고의 피고 은행에 대한 연대보증채무의 존재여부에 대하여 다투는 이상 원고로서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불공정한 법률행위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1985. 11. 21. 최초의 연대보증계약은 원고가 궁박한 상태에서 피고 은행이 원고의 경솔, 무경험을 이용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무효이고, 이에 터잡아 갱신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도 역시 무효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민법 제104조 가 규정하는 현저히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 함은 자기의 급부에 비하여 현저하게 균형을 잃은 반대급부를 하게 하여 부당한 재산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과 같이 아무런 대가관계 없이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채무를 부담하기로 하는 법률행위는 그 공정성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성질의 법률행위가 아니라 할 것이므로(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52238 판결 참조), 원고의 위 주장은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는, 피고가 1985. 11. 21. 최초의 연대보증계약 체결 이래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삼익주택의 피고 은행에 대한 대출금액이나 삼익주택의 재정상태에 대하여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 체결 전인 1995. 12. 하순경에는 피고 은행 본점 부부장인 정인호가 원고에게 삼익주택은 부도날 일이 없으며 위 연대보증계약이 형식적으로만 체결될 뿐 실제로는 위 연대보증계약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아니할 것이라고 기망하여 원고는 이를 믿고 위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사기에 의한 법률행위로서 이를 취소한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증인 신현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정인호는 1995. 12.하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63빌딩 지하 커피숍에서 원고와 만나 원고의 삼익주택을 위한 연대보증문제에 관하여 논의하던 중 원고가 연대보증계약을 갱신하기를 주저하자, “삼익주택은 부도날 일이 없다, 보증서에 서명날인은 그냥 형식적으로 해 오던 것이고 원고에게 절대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사실 및 원고는 그 자리에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서에 서명날인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 은행이 원고를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신의칙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원고가 삼익주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1985. 11. 21. 당시 대표이사이며 대주주였던 이종록의 처라는 이유만으로 체결된 것이고, 피고는 실제로 원고의 재산이 미미하여 채권확보에 큰 실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원고를 압박할 목적으로 위 연대보증계약의 체결을 강요한 것이므로 이러한 연대보증계약은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이다.

(2) 인정사실 및 판단

원고가 피고 은행과 사이에 1985. 11. 21. 삼익주택을 위하여 최초의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가 삼익주택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오로지 1985. 11. 21. 당시 삼익주택의 대주주이며 대표이사이던 이종록의 처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이종록이 1987. 3. 4.경 삼익주택의 대표이사직에서, 같은 달 7.경에는 이사직에서 퇴임한 후에도 매년 위 연대보증계약을 갱신하여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에까지 이르게 된 사실, 삼익주택은 이종록이 대표이사의 직에서 물러난 후 피고 은행에 의하여 10여년간 경영되어 오다가 1998. 9. 17. 부도가 발생한 사실,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서의 보증금액란은 공란으로 되어있는바 삼익주택의 피고 은행에 대한 채무가 1985. 11. 30.경에는 약 144,600,000,000원, 1995. 12. 31.경에는 약 188,700,000,000원으로서 원고 소유의 재산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불가능한 거액인 사실, 피고 은행 본점 부부장인 정인호는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위 연대보증계약에 따른 채무를 부담시키지 않을 것처럼 말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고, 갑8,9,10의 각 1,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삼익주택과 함께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된 업체들 중 대표이사의 처로서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은 원고가 유일한 사실, 원고는 1985. 11. 21. 피고 은행과 사이에 최초로 삼익주택을 위하여 연대보증(포괄근보증)계약을 체결할 당시, 원고의 남편인 이종록이 경영하던 삼익주택이 도산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당시 채무액수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피고 은행의 일방적 요구에 의하여 위와 같은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것일 뿐 실제로는 144,600,000,000원에 이르는 거액의 채무를 보증할 의사가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않는 사실, 그 후 계속된 위 연대보증계약의 갱신을 거쳐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것도 위와 같이 피고 은행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서 위 정인호가 비록 기망의 정도에는 이르지 않는다 할 지라도 마치 원고가 면책될 것처럼 말한 것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지는 사실, 원고나 피고 은행 모두 원고에게 실제로 위와 같은 거액의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거나 부담시킬 의사는 없었다고 보여지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피고 은행과 사이에 체결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당초 위 이종록 및 그가 경영하던 삼익주택이 도산위기에 처한 가운데 피고 은행이 원고가 단지 위 이종록의 처라는 이유로 위와 같이 부담할 능력 밖에 있는 거액의 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을 하게 하고 그에 기초하여 약 11년간 계속 동일한 내용의 갱신계약을 체결해 온 것으로서, 이는 피고 은행이 회사 대표이사 또는 관계 경영자 등에 대하여 적법절차에 따라 합리적 방법에 의한 채권확보책을 강구하지 아니하고 특정 대표이사의 가족에까지 무제한책임을 지게 하는 비민주적 발상에 기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갑16의 1,2, 갑17의 1,2,3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은행은 원고가 위와 같은 연대보증책임이 있다 하여 원고를 출국금지조치시킴으로써 원고가 위 출국금지조치에 대하여 제기한 이의신청이 인용되어 위 조치가 해제된 1998. 10. 21.까지 신체의 부당한 제한을 받아온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위 연대보증계약은 신의칙에 반하는 무효의 계약이라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위 연대보증계약에 터잡은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피고 은행이 이를 다투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수형(재판장) 황병헌 김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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