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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996. 6. 26. 선고 91가합63533 판결 : 항소
[손해배상(기) ][하집1996-1, 40]
판시사항

[1] 국가보안사령부의 강압에 의하여 신문이 폐간된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가 사실상·법률상의 장애로 인하여 제6공화국 수립시부터 진행된다는 주장을 배척하고 시효 완성을 인정한 사례

[2] 국가보안사령부의 강압에 의한 신문 폐간의 수단이 자진폐간이었다는 이유로, 수용유사적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가보안사령부의 강압에 의하여 신문이 폐간된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소멸시효가 사실상의 장애 또는 제5공화국 헌법 부칙 제6조 제3항에 의한 법률상의 장애로 인하여 제6공화국 수립시인 1988. 2. 25.부터 진행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민법 제166조는 기한의 미도래, 조건의 미성취 등 법률상의 장애로 인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그 법률상의 장애가 제거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는 의미이지, 강압통치가 자행되어 언론통폐합의 불법성을 주장하여 권리를 구제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다는 것과 같은 사유로 사실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까지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고, 그 강제폐간 조치가 제5공화국 헌법 부칙 제6조 제3항의 법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고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 사례.

[2] 수용유사적 침해의 이론은 국가 기타 공권력의 주체가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였고, 그 효과가 실제에 있어서 수용과 다름 없을 때에는 적법한 수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그로 인한 손실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바, 국가보안사령부의 강압에 의한 신문 폐간의 수단이 자진폐간이었고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수용유사적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66조 , 제766조 , 구 헌법(1980. 10. 27.) 부칙 제6조 제3항 [2] 헌법 제23조 제3항

원고

주식회사 한국일보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세중 외 1인)

피고

대한민국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0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1990. 11. 12.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또는 당원에 현저하거나, 갑 제2 내지 7, 9, 10, 12, 13호증, 갑 제14호증의 1, 2, 3,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8,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장강재, 김창열, 문현석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가. 1979. 10. 26.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등장한 신군부세력은 1979. 12. 12.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연행과 1980. 5. 17.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등을 통하여 정국을 장악한 다음, 계엄사령부와 국군보안사령부 및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국회 및 정당을 해산하고, 공직자 및 언론인을 강제로 해직하며, 일부 정치인과 고위 관료, 경제인들로부터 재산을 강제로 헌납받는 등 초법적인 강권통치를 펼치던 중, 1980. 11.경 건전언론육성방안이라는 취지하에 언론통폐합 조치를 계획하고, 위 조치의 구체적 집행은 국군보안사령부 및 그 예하의 보안부대가 맡기로 하였는바, 이에 따라 국군보안사령부 및 그 예하부대는 1980. 11. 12.을 기하여 국내 일간신문사 및 민간방송사의 경영주 등을 국군보안사령부 또는 각 지구 보안부대로 연행하여 당시 위 신군부세력의 언론계 재편성 구상의 내용대로 미리 작성되어 있는 언론사 주식의 양도, 포기 등에 관한 각서에 서명날인을 요구하였다.

나.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망 장강재는 같은 날 16:00경 국군보안사령부로 출석하라는 통고를 받고, 18:00경 원고 회사를 찾아온 국군보안사령부 요원과 함께 국군보안사령부 조사실로 출석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위 부대 소속의 성명불상의 장교는 강압적인 자세로 원고 회사가 발행하는 서울경제신문을 폐간하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위 장강재는 서울경제신문의 현황과 경영실태 등을 설명하면서 위 폐간 요구를 재고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위 장교 등은 재고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그날 밤 안으로 위 폐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원고 회사 및 위 장강재의 신변에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결국 위 장강재는 1980. 11. 25.자로 위 서울경제신문의 발행을 정지하고, 동일자로 위 신문의 등록을 자진하여 취소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였다.

다. 이에 따라 원고 회사는 1980. 11. 24. 문화공보부장관에게 위 서울경제신문을 1980. 11. 25.자로 종간한다는 내용의 정기간행물폐간신고서를 제출하고, 그 후 위 서울경제신문을 발행하지 않다가 제6공화국 출범 후인 1988. 8.경 복간하였다.

2. 판 단

가. 국가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구 계엄법(1981. 4. 17. 법률 제34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에 의하면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 안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도록 되어 있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신군부세력이 전국적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계엄사령부 등을 중심으로 건전언론을 육성한다는 취지하에 위와 같이 언론통폐합 조치를 시행한 것은 국가의 언론에 관한 행정사무로서 계엄사령부의 직무집행과 관련이 있다고 할 것인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계엄사령부의 산하부대인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장교가 위와 같은 언론통폐합 조치의 구체적 집행을 위하여 위 장강재를 협박하여 위 서울경제신문을 폐간하도록 한 것은 계엄사령부의 직무집행과 관련한 위법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계엄사령부 등을 중심으로 한 위 신군부세력 및 위 국군보안사령부의 장교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위 국가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이미 소멸하였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국가배상법 제8조 민법 제766조 에 의하여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인바,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 회사는 위 장강재가 위 서울경제신문을 폐간하기로 하는 내용의 각서(갑 제4호증)를 작성한 1980. 11. 12. 또는 위 서울경제신문을 종간한 1980. 11. 25. 무렵에 원고 회사가 입은 손해 및 그 가해자를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고,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일자가 1991. 8. 13.임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여 원고 회사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 회사는 위 신군부세력이 중심이 되어 탄생한 제5공화국의 통치기간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강권, 강압통치가 자행되던 기간으로서, 그 기간 동안 신군부세력이 집행한 위 언론통폐합의 불법성을 주장하여 권리를 구제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제5공화국의 통치기간 동안은 진행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제6공화국이 수립된 1988. 2. 25.부터 기산되어야 한다고 재항변하므로 살피건대, 민법 제166조 는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기한의 미도래, 조건의 미성취 등 법률상의 장애로 인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법률상의 장애가 제거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된다는 의미이지,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유로 사실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까지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원고 회사의 위 재항변은 이유 없다.

또한 원고 회사는 위 신군부세력이 중심이 되어 탄생한 제5공화국의 헌법은 그 부칙 제6조 제3항에서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제정한 법률과 이에 따라 행하여진 재판 및 예산 기타 처분 등은 그 효력을 지속하며, 이 헌법 기타의 이유로 제소하거나 이의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그 법률적 구제수단을 헌법으로 제한함으로써 언론통폐합 조치의 일환으로 위 서울경제신문을 강제로 폐간당한 원고 회사로서는 원고 회사가 입은 손해의 배상 등 권리 행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 후 제6공화국 헌법이 1988. 2. 25. 공포, 시행되어 제5공화국 헌법의 부칙 규정이 실효됨으로써 비로소 원고들은 위 언론통폐합 조치로 인하여 원고 회사가 입은 손해의 배상 등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니,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위와 같은 법률적 장애사유가 제거된 위 1988. 2. 25.부터 기산되어야 한다고 재항변하나, 원고 회사에 대한 위 서울경제신문의 강제폐간 조치가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제정한 법률과 이에 따라 행하여진 재판 및 예산 기타 처분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은 법문상 명백하고, 달리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 행사에 법률적 장애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 회사의 위 재항변도 이유 없다.

나. 수용유사적 침해에 기한 손실보상 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 회사는 피고가 비상계엄하에서 언론통폐합이라는 공공정책을 수행하기 위하여 위 서울경제신문을 강제로 폐간한 것은 위 장강재의 진정한 동의 없이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하여 강제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는 수용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위 서울경제신문의 강제폐간은 법률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수용으로 이른바 수용유사적 침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강제폐간에 따른 원고 회사의 손실을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수용유사적 침해의 이론은 국가 기타 공권력의 주체가 위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였고, 그 효과가 실제에 있어서 수용과 다름 없을 때에는 적법한 수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이 그로 인한 손실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바(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6409 판결 참조), 과연 우리 법제하에서 그와 같은 이론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서울경제신문의 폐간이 수용유사적 침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즉 수용유사적 침해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수용에 준하는 고권적(고권적) 조치에 의한 침해, 즉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재산권 침해가 있어야 할 것인바,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서울경제신문이 폐간된 과정에서 국군보안사령부 및 그 소속 군인들의 위 장강재에 대한 강박이 있었고, 이에 위 장강재는 원고 회사 명의로 1980. 11. 24. 문화공보부장관에게 위 서울경제신문을 1980. 11. 25.자로 종간한다는 내용의 정기간행물폐간신고서를 제출하고, 위 서울경제신문을 폐간하였던 것인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서울경제신문 폐간의 수단은 원고 회사 및 위 장강재에 의한 자진폐간이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강박이 있었다고 하여 위 서울경제신문의 폐간이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것이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위 서울경제신문의 폐간이 공권력의 행사에 의한 것이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 또는 손실보상청구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유재선(재판장) 김무겸 양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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