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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4.7.선고 2013가합544515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3가합544515 손해배상(기)

원고

별지 1 원고목록 기재와 같다.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5. 3. 12.

판결선고

2015. 4. 7.

주문

1. 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의 고유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별지 3 각 표의 '인용금액' 해당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15. 3. 12.부터 2015, 4. 7.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의 청구 및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의 60%는 위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2 표의 '청구금액' 해당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1978. 10. 3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R, S, A, B, T에 대한 구금 및 수사1) 피고 소속 수사관들은 1978. 10. 18.경 원고 R을, 1978. 10. 8.경 원고 S을, 1978. 10. 11.경 원고 A를, 1978. 10. 9.경 원고 B을, 1978. 10. 11.경 원고 T를 영장 없이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변명할 기회도 부여하지 아니한 채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9호'라고 한다)위반 혐의로 강제 연행하였다. 1978. 10. 30., 위 원고들에 대한 법원

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2) 수사관들은 위와 같이 위 원고들을 구금한 상태에서 수사하면서 협박과 폭언을 하면서 자백을 강요하고, 구타하거나 잠을 재우지 아니하는 등의 가혹행위를 하였다.

나. 유죄 판결 및 형의 집행

1) 원고 R, S은 1978. 11. 23. 서울형사지방법원 78고합714호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그 요지는 'U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던 원고 R과 V대학고 경영학과를 중퇴한 원고 S은 W, X과 공모하여 1978, 5. 12.부터 같은 달 14.까지 대한민국 헌법의 폐지 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불온유인물 1,000매를 등사하여 제작하고, 서울시내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 추출한 주소와 각 대학교 과대표에게 위 불온 유인물을 넣어 발송하여 배포하였고, 원고 R, S과 X 등은 공모하여 1978. 6. 19.부터 같은 달 21.까지 사실을 왜곡하고 불법학생시위를 공연히 전파하는 내용의 불온유인물 500부를 등사하여 제작하고, 서울시내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 추출한 주소와 각 대학교 학생 약 80명에게 위 불온유인물을 넣어 발송하여 배포하였다'는 것이다.

위 법원은 1979. 2. 23.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 R, S에게 각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79. 6. 29. 79도438호로 위 선고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하고 원고 R, S에게 각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였다(이하 '원고 R, S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이라 한다). 위 판결은 원고 R은 1979. 7. 24. 상고 취하로, 원고 S은 1979. 7. 18. 상고 취하로 각 확정되었다.

2) 원고 A, B, T는 1978. 11. 24. 서울형사지방법원 78고합719호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그 요지는 '원고 A는 U대학교 동양사학과 4학년에, 원고 B은 같은 대학교 국문학과 4학년에, 원고 T는 같은 대학교 동양사학과 3학년에 각 재학중이던 자로서 원고 A, B은 Y, Z 등과 함께 1978. 5. 3.부터 같은 해 6. 10.까지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 그 폐지를 주장하고 긴급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내용의 표현물 1,200여 매를 제작하고, 1978. 6. 12. U대학교 내에서 위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시위를 선동하고 약 1시간가량 헌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시위를 하고, 원고 A, B, T는 AA, AB 등과 함께 1978. 9. 3.부터 같은 달 11.까지 사이에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 반대하고 긴급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하고, 1978. 9. 13. U대학교 내에서 학생들에게 위 유인물을 각 나누어주며 선동하여 약 3시 간가량 헌법의 폐지 주장 및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시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위 법원은 1979. 1. 12.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 A, B에게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원고 T에게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각 선고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79. 6. 20. 79232호로 위 선고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하고 원고 A, B에게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원고 T에게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각 선고하였다(이하 '원고 A, B, T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이라 한다). 위 판결은 원고 A는 1979. 7. 21., 원고 B은 1979. 7. 28., 원고 T는 1979. 7. 31, 각 상고를 취하하여 확정되었다.

3) 위 원고들은 선고된 형에 따라 복역하다가 1979. 8. 15. 형 집행정지로 각 석방되었다.

다. 재심판결의 확정

1) 원고 R, S은 2011. 4. 11. 서울고등법원 2011 재도60호로 원고 R, S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3. 6. 5.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무렵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

위 법원은 2013. 7. 26. 원고 R, S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3. 8. 3. 확정되었다.

2) 원고 A, B, T는 2011. 3. 24. 서울고등법원 2011 재도34호로 원고 A, B, T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3. 7. 30.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 무효라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무렵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

위 법원은 2013. 9. 10. 원고 A, B, T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 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3. 9. 18. 확정되었다.

라. 형사보상

1) 원고 R, S은 서울고등법원 2013코95호로 형사보상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2013. 11. 5. 원고 R, S에게 각 56,376,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형사보상결정을 하였다. 위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원고 A,B,T는 서울고등법원 2013코137호로 형사보상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2013. 11, 26. 원고 A, B, T에게 각 56,376,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형사보상결정을 하였다. 위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마. 원고들의 관계

1) 위와 같이 구금될 무렵 원고 R의 가족으로는 부 망 AC, 모 원고 AD, 형 원고 AE, AF, AG, AH, AI, AJ이 있었다. 망 AC은 1997. 1. 18. 사망하였다. 원고 C은 1987. 6. 16. 원고 R과 혼인하였고, 원고 D은 AK, 원고 E은 AL 각 출생하였다.

2) 원고 S이 위와 같이 구금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AM, 모 망 AN, 형제자매 망 AO, 원고 AP, AQ, AR가 있었다. 망 AM은 1989. 1. 10., 망 AN은 2002. 3. 25. 망 AO은 1984. 12.경 각 사망하였다. 원고 F은 1981년경 원고 S과 혼인하였고, 원고 G는 AS, 원고 H은 AT 각 출생하였다.

3) 원고 A가 위와 같이 구금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AU, 모, 원고 AV, 형제자매 원고 AW, AX, AY이 있었다. 망 AU는 2003. 3. 10. 사망하였다. 원고 I은 1985. 9. 16. 원고 A와 혼인하였고, 원고 J는 AZ, 원고 K는 BA, 원고 L는 BB 각 출생하였다. 4) 원고 B이 위와 같이 구금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BC, 모 원고 BD, 형제자매 원고 BE, BF, BG이 있었다. 망 BC는 1996. 12. 29. 사망하였다. 원고 M은 1982. 5. 11. 원고 B과 혼인하였고, 원고 N는 BH, 원고 이는 BI 각 출생하였다.

5) 원고 T가 위와 같이 구금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BJ, 모 원고 BK, 형제자매 원고 BL, BM, BN, BO, BP, BQ이 있었다. 망 BJ은 2006. 2. 3. 사망하였고, 원고 P는 1986. 10. 23. 원고 T와 혼인하였으며, 원고 Q은 BR 출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가지 번호 포함, 이하 특정하지 않는 한 같다), 제2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의 고유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이 피고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고유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에 대하여, 피고는 위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위 원고들의 위 청구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한다.

나.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 같은 법 제2조 제1호, 제2호 (라)목, 제10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8조 제2항, 민주화보상법 시행령 제20조 제3호 [별지 제10호 서식]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 상법 제18조 제2항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이하 '보상 금 등'이라 한다)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 회'라 한다)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전원합의체 판결)다. 이 법원의 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 A는 2001. 5. 15., 원고 B은 2001. 4. 3.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원고 A, B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 등과 관련된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지정되었고, 그 이후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따라 원고 A는 2005. 8. 22.경 390일간의 구금에 대한 생활지원금으로 14,765,400원을, 원고 B은 2005. 10. 10.경 310일간의 구금에 대한 생활지원금으로 11,736,600원을 각 지급 받은 사실, ② 위 각 보상금을 지급 받을 당시 위 원고들은 "보상결정에 이의가 없으며 보상금 등을 받을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계약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하겠음을 서약합니 다"라는 문구가 기재된 동의 및 청구서에 서명·날인하여 위원회에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 A, B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의 고유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원고들의 주장

가. 주위적으로, BS 전 대통령은 긴급조치권의 발동과 같은 국가긴급권으로 대처해야 할 국가적 위기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장기집권을 공고히 하고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의 반대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제9호 등을 발동하였다. 내용상으로도 긴급조치는 헌법상 영장주의,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위헌적 조치이다. 따라서 BS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발동 및 그에 따른 수사, 재판 등 행위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을 하면서 고의로 법령을 위반한 것이고,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나. 예비적으로, 피고 소속 수사관 등은 긴급조치를 위반한 원고 R, S, A, B, T(이하 '이 사건 본인들'이라 한다)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구금하고, 변호사와 그 가족들의 접견을 제한한 채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 위와 같이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었으며 출소 후에도 피고로부터 지속적인 감시를 당하거나 예비검속되어 구금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4.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가. 관련 법리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이자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그러나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 · 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참조).

나아가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 제9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 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 의 이유, 사건 관련자가 재심 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나.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 자체 및 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위적 주장에 관하여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BS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 및 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 자체가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긴급조치 제9호에 따른 수사 및 처벌 등으로 인한 예비적 불법행위 주장에 관하

1)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재심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325 조 전단에 의한 무죄가 확정되었으나, 그러한 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을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

① 이 사건 본인들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사실로 체포될 당시 범죄사실의 요지 및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 받지 못한 채 영장 없이 체포되었고, 가족들도 체포 및 구속에 대한 통지를 받지 못하였다. ② 유신헌법에 의하면 체포·구속된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이 보장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본인들은 강제연행된 이후 변호인, 가족 등을 접견, 면회할 수 없었다. ③ 이 사건 본인들은 수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선임권 등에 대한 고지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고문·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였다. ④ 그 후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 또는 진술서를 받는 단계에서도 그러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한 것이라고 보인다. ⑤ 나머지 압수물들 역시 증명력이 부족하거나 단순한 정황 증거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가 커서 위 증거들만으로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2)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헌법형사소송법에서 정해진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이 사건 본인들을 체포 내지 구금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혹행위를 하여 허위자백을 받아내었고, 이를 기초로 공소제기가 이루어지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공권력 행사는 공무집행의 외관만 갖추고 있을 뿐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로 인하여 이 사건 본인들과 그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이 경험칙상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원고 R, S, T 및 이 사건 본인들의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다만, 이 사건 본인들의 석방 이후 가족관계를 형성한 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에 대하여는 그 무렵에는 긴급조치 제9호의 근거가 되는 유신 헌법이 폐지되고 새로운 헌법이 시행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갑 제18호증의 2의 기재, 원고 S, T, A 본인신문 결과만으로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배상으로 위자할 만한 구체적인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다른 증거가 없다. 따라

서 위 원고들의 손해배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1) 피고는, 원고들이 불법행위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 또는 불법행위 종료일인 석방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후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항변한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구 예산회계법(1961. 12. 19. 제정되었다가 2006. 10. 4. 폐지된 것) 제96조나 현행 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에 따라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할 때에는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그런데, 이 사건 본인들이 석방된 1979. 8. 15.로부터 5년이 지난 2013. 9. 17.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분명하다.

2) 다만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시효완성 전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어 권리 행사를 기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등 참조).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하여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후 국가기관의 위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채권자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인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01844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원고 R, S에 대한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된 2013. 8. 3.로부터 6개월 내, 원고 A, B, T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2013. 9. 18. 이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신의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피고의 시효 소멸 항변은 이유 없다.

5.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이하 이 항에서 '원고들'이라 한다) 및 원고 A, B의 망 AU, BC 위자료 청구권 상속분 청구 부분에 관하여]

가. 일실수입 손해의 인정여부

원고 R, S, T는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대학 졸업이 늦어졌으므로 대학 졸업이 지연된 기간동안의 일실수입(원고 R 4,478,089원, 원고 S 10,000,000원, 원고 T5,110,977원)의 지급을 구한다.

갑 제11호증의 1,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R이 1975. 3. 1. U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하여 1978, 11. 14. 제적되었고, 1980. 3. 6. 복학하여 1980, 10. 7. 졸업한 사실, 원고 T가 1975. 3. 1. U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하여 1978. 9. 14. 제적되었고, 1980. 3. 6. 복학하여 1984. 8. 30.에 졸업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사실만으로 피고의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원고 R, S, T가 각 1979년 2월경 정상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여 대학 졸업자로서 취업하였을 것이라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다른 증거가 없다. 다만 피고의 불법행위로 위 원고들이 졸업이 지연됨으로 인하여 취업이 늦어진 사정은 위자료에 참작한다.

나. 위자료의 액수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가 지급할 위자료 액수는 원고 R, S, T는 각 1억 8,000만 원, 이 사건 본인들의 부모는 각 4,000만 원, 형제자매는 각 1,000만 원으로 인정한다.

① 이 사건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여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크다. ② 원고 B이 311일 구금된 사실을 비롯하여 원고 R, S, A, T의 구금기간이 300여일에 이른다. ③ 이 사건 본인들은 장기간의 구금과 수사관들로부터 당한 가혹행위로 인하여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④ 이 사건 본인들과 그 가족들이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6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이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만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논리상 변론종결시 이전에는 지연손해금을 붙일 수 없는 결과, 위자료채무가 성립한 불법행위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을 붙이는 원칙적인 경우와는 달리 이 사건 불법행위시로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시까지 상당히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됨에도 그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전혀 가산되지 않게 된다. ⑥ 이 사건과 유사한 국가배상판결에서의 위자료 인정금액 사이의 형평성을 고려한다.

다. 상속관계

별지 3 각 표의 상속분, 상속위자료 해당란 기재와 같다.

라. 형사보상금의 공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은 '다른 법률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을 자가 같은 원인에 대하여 이 법에 따른 보상을 받았을 때에는 그 보상금의 액수를 빼고 손해배상의 액수를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각 56,376,000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이 확정되어 이 사건 본인들이 위 보상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 R, S, T의 위자료에서 위 형사보상금을 공제한 금액은 별지 3 각 표의 '인용금액' 해당란 기재와 같다.

다만, 원고 A, B은 망 AU, BC의 고유의 위자료 상속분을 청구하는 부분만이 남아 있는데, 위 보상금은 이 사건 본인들이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어 그 신체의 자유의 제한으로 인해 받은 손해에 대한 보상이어서 발생원인이 다르므로 위 상속분에서 위 보상금을 공제하지 않는다.

마.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위자료를 산정할 때에는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발생한 일체의 사정이 그 참작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도 변론종결 시의 것을 반영해야만 한다. 그러나, 불법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 간의 세월이 경과되어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행위 시와 비교하여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도 덮어놓고 불법행위시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에는 현저한 과잉배상의 문제가 제기되므로, 이런 경우의 위자료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그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 당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1. 13. 선고 2009다10395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불법구금이 시작된 1978. 10. 8.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5. 3. 12.까지 36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통화가치와 물가, 국민소득수준 등이 현저히 변동 내지 상승하였다. 원고들에 대한 위자료 액수 또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정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자료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위 변론종결일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바,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손해배상으로 원고들에게 별지 3 각 표 '인용금액' 해당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5. 3. 12.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5. 4. 7.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의 고유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위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와 위 원고들 및 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을 제외한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0, P, Q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김연하

판사박재민

판사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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