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나2021453 손해배상(기)
원고피항소인겸항소인
1. R
2. AD
6. AE
7. AF
8. AG
9. AH
10, AN
11. AJ
12. S
16, AP
17. AQ.
18. AR
19. A
AV
25. AW
26. AX
27. AY
28. B
32. BD
33. BE.
34. BF
35, BG
36. T
39. BK
40. BL
41. BM
42, BN
43. BO
44. BP
45. BQ
원고항소인
3. C.
4. D
5. E
13. F
14. G
15. H
20. I
21. J
22. K
23. L
29. M
30. N
31. 0
37. P
38. Q(개명전 BT)
피고항소인겸피항소인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6, 2. 23.
판결선고
2016. 4. 8.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해당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표의 '1심 청구금액' 해당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1978. 10. 3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들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표의 '항소금액' 해당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1978, 10. 3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주문 제1항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 R, S, A, B, T에 대한 유죄 판결 및 형의 집행
1) 원고 R, S은 1978. 10. 30. 구속된 후 1978. 11. 23. 서울형사지방법원 78고합714호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그 요지는 'U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이던 원고 R과 V대학고 경영학과를 중퇴한 원고 S은 W, X과 공모하여 1978. 5. 12.부터 같은 달 14.까지 대한민국 헌법의 폐지 등을 주장하는 내용의 불온유인물 1,000매를 등사하여 제작하고, 서울시내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 추출한 주소와 각 대학교 과대표에게 위 불온유인물을 넣어 발송하여 배포하였고, 원고 R, S과 X 등은 공모하여 1978. 6. 19.부터 같은 달 21.까지 사실을 왜곡하고 불법 학생시위를 공연히 전파하는 내용의 불온유인물 500부를 등사하여 제작하고, 서울시내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 추출한 주소와 각 대학교 학생 약 80명에게 위 불온유인물을 넣어 발송하여 배포하 였다'는 것이다.
위 법원은 1979. 2. 23.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 R, S에게 각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79. 6. 29. 79도438호로 위 선고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하고 원고 R, S에게 각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였다(이하 '원고 R, S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이라 한다). 위 판결은 원고 R이 1979. 7. 24., 원고 S이 1979. 7. 18. 각 상고 취하하여 각 확정되었다. 2) 원고 A, B, T는 1978. 10, 30. 구속된 후 1978. 11. 24. 서울형사지방법원 78고합 719호로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그 요지는 '원고 A는 U대학교 동양사학과 4학년에, 원고 B은 같은 대학교 국문학과 4학년에, 원고 T는 같은 대학교 동양사학과 3학년에 각 재학 중이던 자로서 원고 A, B은 Y, Z 등과 함께 1978. 5. 3.부터 같은 해 6. 10.까지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 그 폐지를 주장하고 긴급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내용의 표현물 1,200여 매를 제작하고, 1978. 6. 12. U대학교 내에서 위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시위를 선동하고 약 1시간가량 헌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시위를 하고, 원고 A, B, T는 AA, AB 등과 함께 1978, 9. 9.부터 같은 달 11.까지 사이에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 반대하고 긴급조치를 공연히 비방하는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하고, 1978. 9. 13. U대학교 내에서 학생들에게 위 유인물을 각 나누어주며 선동하여 약 3시간가량 헌법의 폐지 주장 및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시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위 법원은 1979. 1. 12.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 A, B에게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원고 T에게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각 선고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79. 6. 20. 79노232호로 위 선고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하여 이를 파기하고 원고 A, B에게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원고 T에게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각 선고하였다(이하 '원고 A, B, T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이라 하고, 위 '원고 R, S에 대한 재심대상판결'과 함께 가리킬 땐 '이 사건 각 재심 대상판결'이라 한다). 위 판결은 원고 A가 1979. 7. 21., 원고 B이 1979. 7. 28., 원고 T가 1979. 7. 31. 각 상고를 취하하여 각 확정되었다.
3) 원고 R, S, A, B, T(이하 '이 사건 본인들'이라 한다)는 위와 같이 선고된 형에 따라 복역하다가 1979. 8. 15. 형 집행정지로 각 석방되었다.
나. 재심판결의 확정
1) 원고 R, S은 2011. 4. 11. 서울고등법원 2011재노60호로 원고 R, S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3. 6. 5.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라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무렵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
위 법원은 2013. 7. 26. 원고 R, S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 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3. 8. 3. 확정되었다.
2) 원고 A, B, T는 2011. 3. 24. 서울고등법원 2011 재노34호로 원고 A, B, T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하였다. 위 법원은 2013. 7. 30.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 무효라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그 무렵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
위 법원은 2013. 9. 10. 원고 A, B, T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 무효이어서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2013. 9. 18. 확정되었다.다. 형사보상
1) 원고 R, S은 서울고등법원 2013코95호로 형사보상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2013. 11. 5. 원고 R, S에게 각 56,376,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형사보상결정을 하였다. 위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원고 A, B, T는 서울고등법원 2013코137호로 형사보상청구를 하였고, 위 법원은 2013. 11. 26. 원고 A, B, T에게 각 56,376,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형사보상결정을 하였다. 위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라. 원고들의 관계
1) 원고 R이 구속 수감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AC, 모 원고 AD, 형제자매로서 원고 AE, AF, AG, AH, AI, AJ이 있었다. 망 AC은 1997. 1. 18. 사망하였다. 원고 C은 1987. 6. 16. 원고 R과 혼인하였고, 그 사이에서 원고 D이 AK, 원고 E이 AL 각 출생하였다.
2) 원고 S이 구속 수감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AM, 모 망 AN, 형제자매로서 망 AO, 원고 AP, AQ, AR가 있었다. 망 AM은 1989. 1. 10., 망 AN은 2002. 3. 25., 망 AO은 1984. 12.경 각 사망하였다. 원고 F은 1981년경 원고 S과 혼인하였고, 그 사이에서 원고 G가 AS, 원고 H이 AT 각 출생하였다.
3) 원고 A가 구속 수감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AU, 모 원고 AV, 형제자매로서 원고 AW, AX, AY이 있었다. 망 AU는 2003. 3. 10. 사망하였다. 원고 1은 1985. 9. 16. 원고 A와 혼인하였고, 그 사이에서 원고 J가 AZ, 원고 K가 BA, 원고 L가 BB 각 출생하였다.
4) 원고 B이 구속 수감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BC, 모 원고 BD, 형제자매로서 원고 BE, BF, BG이 있었다. 망 BC는 1996. 12. 29. 사망하였다. 원고 M은 1982, 5, 11. 원고 B과 혼인하였고, 그 사이에서 원고 N가 BH, 원고 이가 BI 각 출생하였다.
5) 원고 T가 구속 수감될 무렵 가족으로는 부 망 BJ, 모 원고 BK, 형제자매로서 원고 BL, BM, BN, BO, BP, BQ이 있었다. 망 BJ은 2006. 2. 3. 사망하였고, 원고 P는 1986. 10. 23. 원고 T와 혼인하였으며, 그 사이에서 원고 (개명 전 BT)이 BR 출생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가지 번호 포함, 이하 특정하지 않는 한 같다), 제2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의 고유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부분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이 피고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고유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부분에 대하여, 피고는 위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 원고들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것이므로, 이 사건 소 중 위 원고들의 위 청구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한다.
나, '민주화보상법'의 입법 취지, 같은 법 제2조 제1호, 제2호 (라)목, 제10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18조 제2항, 민주화보상법 시행령 제20조 제3호 [별지 제10호 서식]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 내용에 더하여 민주화보 상법 제18조 제2항의 입법 목적이 신청인이 보상금·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이하 '보상 금 등'이라 한다)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 특히 기판력을 부여함으로써 소송에 앞서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 회'라 한다)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절차를 통하여 이를 신속히 종결·이행시키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위자료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제1심법원의 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 A는 2001. 5. 15., 원고 B은 2001. 4. 3.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원고 A, B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 등과 관련된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지정되었고, 그 이후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 결정에 따라 원고 A는 2005. 8. 22.경 390일간의 구금에 대한 생활지원금으로 14,765,400원을, 원고 B은 2005, 10, 10.경 310일간의 구금에 대한 생활지원금으로 11,736,600원을 각 지급 받은 사실, ② 위 각 보상금을 지급 받을 당시 위 원고들은 "보상결정에 이의가 없으며 보상금 등을 받을 때에는 그 사건에 대하여 화해계약하는 것이며, 그 사건에 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다시 청구하지 아니하겠음을 서약합니 다"라는 문구가 기재된 동의 및 청구서에 서명·날인하여 위원회에 제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 A, B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의 고유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원고들의 주장
가. 주위적으로, BS 전 대통령은 긴급조치권의 발동과 같은 국가긴급권으로 대처해야 할 국가적 위기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장기집권을 공고히 하고 구 대한민국헌법(1980, 10. 27. 헌법 제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유신헌법'이라 한다)의 반대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제9호 등을 발동하였다. 내용상으로도 긴급조치는 헌법상 영장주의,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위헌적 조치이다. 따라서 BS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발동 및 그에 따른 수사, 재판 등의 행위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을 하면서 고의로 법령을 위반한 것이고,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나. 예비적으로, 피고 소속 수사관 등은 긴급조치를 위반한 이 사건 본인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구금하고, 변호사와 그 가족들의 접견을 제한한 채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 위와 같이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재심 대상판결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되었으며, 이 사건 본인들은 출소 후에도 피고로부터 지속적인 감시를 당하거나 예비검속되어 구금되었다. 따라서 피고는 수
사와 재판 과정 및 석방 이후에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4. 판단
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발동 및 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위적 주장에 관하여 긴급조치 제9호는 그 발령의 근거가 된 유신헌법 제53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 자체를 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로서 유신헌법과 현행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 영장주의와 신체의 자유, 주거의 자유, 청원권,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 무효이다(대법원 2013. 4. 18.자 2011초기689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그러나 긴급조치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국가긴급권의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 4882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BS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발동 및 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 자체가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한 수사 및 처벌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예비적 주장에 관하여
1)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한 수사와 재판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이 위헌으로 선언되기 전에 그 법령에 기초하여 수사가 개시되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선고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에 의하여 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긴급조치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유신헌법 제53조 제4항이 '제1항과 제2항의 긴급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하였던 이상,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내용, 유죄를 인정할 증거의 유무, 재심개시결정의 이유, 사건 관련자가 재심 무죄판결을 받게 된 경위 및 그 이유 등을 종합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더라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음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 명이 이루어진 때에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4. 10. 27. 선고 2013다217962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본인들이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하였다는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되었고, 구속 상태에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됨으로써 복역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여 영장 없이 이 사건 본인들을 체포·구금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의 직무행위나 유죄판결을 선고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는 당시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아니한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로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다) 나아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재심 대상판결의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범죄사실에 관하여 긴급조치 제9호의 위헌·무효 등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없었다고 할 경우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① 이 사건 각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개시결정은 '대법원 2013. 4. 18.자 2011 초기 689 전원합의체 결정 등에 의하여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라고 판단
되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삼고 있을 뿐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의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하지 않았다.
② 원고 R, S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은 위 원고들의 긴급조치 제9호 위반 범죄사실에 대하여 '검사 및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이 작성한 위 원고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압수된 편지봉투 150매, 등사용 로라 1개, 유리 1장'을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다. 한편 원고 T, B, A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은 '위 원고들의 법정진술, 검사가 작성한 위 원고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각 진술기재,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이 작성한 원고 S, BU, BV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등본의 각 진술기재, 기록에 편철된 유인물(BW 1매, BX 1매, BY 등본 1매, BZ 1매, CA 1매, CB 1매) 6매, 압수된 등사용 줄판'을 유죄의 증거로 들고 있다.
그런데 원고 S은 원고 R, S에 대한 재심대상판결이 이루어진 항소심에서 '공소사 실은 죄가 되지 아니함에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다투었으나, 항소심법원은 원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증거들과 특히 '원고 S이 원심법정에서 범죄사실을 자백하였던 점'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한 결과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 원고 R은 위 항소심에서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다투었을 뿐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R, S에 대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인물이 제작된 장소는 모두 원고 S의 자취방이었고, 더욱이 원고 A, B, T에 대한 1978. 9. 9.부터 같은 달 11.까지 사이의 긴급조치 비방 표현물 제작 공소사실에 따르면 위 원고들은 원고 S과 함께 그 자취방에서 원고 S이 준비하여 가지고 있던 등사기를 사용하여 위 표현물을 제작하였던 점, 원고 A, B, T는 원고 A, B, T에 대한 재심 대상판결이 이루어진 항소심에서 유인물 제작 및 배포 및 시위 가담 사실은 각 인정하면서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긴급조치를 적용한 것은 법리오해라는 주장과 함께 양형부당만을 다투었을 뿐, 그 원심법정에서도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던 점, 더욱이 원고 A, B, T에게는 위 항소심 및 그 원심 각 공판 절차에서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었던 점, 이 사건 본인들은 이 사건 변론에서 제출한 각 진술서(갑 제16호증의 1, 갑 제17호증, 갑 제18호증의 1, 갑 제19호증, 갑 제20호증의 1)에서 유인물 제작·배포 또는 시위 가담 사실을 각 인정하고 있는 점, 원고 S, A, T는 제1심법원에서 이 사건 각 재심 대상판결의 재판과정에 관하여 진술하면서, '재판과정에서 정당하게 유신체제의 부당성 주장을 했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유롭던 게 법정이었던 것 같다, 유신체제 비판하고' 등의 취지로 진술한 점, 그 밖에 위 각 증거물 압수절차가 위법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고 소속 수사관들의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본인들의 법정진술이 모두 그로 인한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거나, 위 재심대상판결에서 든 유죄의 증거들 중 이 사건 본인들의 경찰에서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이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당시 시행되었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하면,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 문서 등 표현물에 의하여 유신헌법 및 긴급조치 제9호를 공연히 부정, 반대, 비방하거나 그 폐지를 주장, 선동하고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거나동 내용을 담은 표현물을 제작, 배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본인들의 공소장 기재 행위는 당시 긴급조치 제9호에 위반되는 행위였다.
2)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본인들이 피고 소속 수사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되어 수사받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이 침해된 채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고, 당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하여 이 사건 본인들을 부당하게 장기 간 구속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체포 수사과정에서의 개별적 불법행위 자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취지로 보이므로 이에 관하여 살핀다.
가) 앞서 본 사실과 갑 제16 내지 20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원고 S, A, T 각 본인신문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본인들에 대한 체포 및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고 소속 수사관들에 의하여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이루어진 사실, 당시, 시행 중이던 형사소송법(1980. 12, 18. 법률 제3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사소송법'이라 한다)이 정한 수사기관 및 검사의 구속기간을 초과하여 이 사건 본인들이 구금된 사실, 이 사건 본인들이 강제연행된 이후 변호인, 가족 등을 접견, 면회할 수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나) 그러나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본인들이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1979. 8. 15.로부터 5년이 훨씬 경과한 2013. 9. 17. 제기되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예산회계법은 2006. 10. 4.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됨) 제71조].
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본인들이 재심을 통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기까지는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사정을 들어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변함없이 적용되어 왔던 법률상 장애와 사실상 장애의 기초적인 구분 기준을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통하여 아예 무너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역시 국가가 아닌 일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에서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때만 가능하다(위 대법원 2012다4882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BS 전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 그 자체가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
하지 아니한 점, ② 이 사건 본인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사유로 재심이 개시되거나 재심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것이 아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사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증 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와 유죄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는 점, ③ 당시 생존하고 있던 원고들은 이 부분 불법행위 사실을 그 무렵부터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구금상태가 종료된 지 30년 이상 경과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30년이 경과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사회적·정치적 분위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점, ④ 달리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이 부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이 사건 본인들이 출소한 이후 피고의 감시, 감금 등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갑 제13, 17, 20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법원의 원고 S 본인신문 결과만으로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이 이 사건 본인들의 출소 이후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이 사건 본인들을 감시하거나 감금하는 등의 활동을 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설령 위와 같은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위와 같은 개별 불법행위가 종료된 날부터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가 가능한데,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13. 9. 17.부터 역산하여 5년 내까지 위 개별 불법행위가 계속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 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원고 A, B의 고유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여 모두 각하하고, 위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와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원고 C, D, E, F, G, H, I, J, K, L, M, N, O, P, Q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부분 중 피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해당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고,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오석준
판사권순민
판사최항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