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가합105669 차별구제청구 등
원고
1. A
2. B
3. C
4. D
5. E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초록, 이태영, 이상현, 김진영, 김예
원, 이주언
피고
서울교통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김필진, 홍정환
변론종결
2019. 4. 12.
판결선고
2019. 6. 14.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서울지하철 2, 5호선 영등포구청역사, 서울지하철 3, 4호선 충무로역사, 서울지하철 1, 5호선 신길역사, 서울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사 및 구산역사 내의 별지1 '엘리베이터 설치를 구하는 구간' 기재 각 구간에 별지2 '엘리베이터의 구조 · 재질에 대한 세부 기준' 기재 기준에 의한 장애인용 승강기를 각 설치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서울특별시 산하의 지방공기업으로서 서울지하철 1호선 내지 8호선을 관리 · 운영하는 교통사업자이고, 원고들은 휠체어를 타고 피고가 관리하는 청구취지 기재 각 역사(이하 '이 사건 각 역사'라 한다)를 이용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또는 뇌병변장애인이다.
나. 이 사건 각 역사의 환승통로 등 가파른 경사로의 일부 계단인 별지1 '엘리베이터 설치를 구하는 구간' 기재 지점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위한 장치로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다. 2017년경 뇌병변장애인이 신길역사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다 계단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 등 휠체어리프트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아 원고들을 비롯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불안이 계속되었고, 원고들을 비롯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피고와 피고에 대한 감독관청인 서울특별시장을 비롯한 관계기관에 지하철 역사의 휠체어리프트를 철거하고 수직 승강기를 설치하여 장애인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였다.
라. 피고와 서울특별시장은 각 지하철 역사에 장에인 등 교통약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승강기를 이용하여 하나의 동선으로 지상과 지하철 승강장 사이를 오고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피고는 이를 '1역 1동선 확보'라 한다)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1역 1동선이 확보되지 아니한 각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승강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① 승강기 설치를 위한 계획 수립,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계약 체결을 위한 과업내용서 작성 → ② 과업내용서에 대한 서울특별시의 타당성 심사 → ③ 외주업체와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계약 체결을 통하여 설계도서 등 작성, ④ 설계도서에 따른 공사계약 체결을 위한 서울특별시의 타당성 심사 → ⑤ 공사도급계약 체결 → ⑥ 공사완료
마. 피고가 추진하고 있는 위 사업 중 원고들이 승강기 설치를 구하는 이 사건 각 역사의 청구취지 기재 구간에 관한 부분의 추진 경과는 다음과 같다.
1) 신길역사(별지1 제3항 기재 장소)
가) 15인승 승강기 설지 계획 수립
나) 2018. 10. 29. 공사업자와 공사계약을 체결(2020, 10, 30. 설치 완료 예정)
2) 영등포구청역사, 디지털미디어시티역사, 구산역사 (별지1 제1, 4, 6항 기재 장소)
가) 기본 설계용역 과업내용에 대한 타당성 심사 종료
나) 2019. 1. 4. 설계업체와 역사 승강편의시설 설치 기본설계용역 계약 체결 (계약기간 2019. 1. 4.부터 2019. 8. 4.)
다) 현재 기본설계 진행 중(2019. 8. 4. 완성 예정)
라) 기본설계가 완료되어 설치 가능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실시설계를 수행(2019년 11월 ~ 2020년 7월경으로 예상)
마) 아직 기본설계가 미완료되어 있어 착공시점에 대한 예측은 불가
3) 충무로역사(별지1 제2항 기재 장소)
가) 2018. 2. 8. 승강기 추가 설치를 위한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계약 체결 (용역완료 예정일 2018. 10. 10.)
나) 위 용역수행 완료일이 2019. 3. 31.로 연기(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하안전영향평가 대행용역 수행 필요성이 생긴 데에 따름)
다) 위 용역수행이 완료되면 서울특별시의 타당성 심사를 거쳐 2019년 7월경에는 설치 공사 착공 예정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 4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관하여
가. 피고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하지 아니한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 한다)이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명령으로서 이 사건 각 역사의 일정 장소에 특정 규격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명하는 판결을 구하는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미 이 사건 각 역사에 원고들이 구하는 바와 같은 승강기 설치계획을 수립하여 그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진행 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청구 근거로 삼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조(차별행위)
①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3.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② 제1항 제3호의 “정당한 편의"라 함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인적·물적 제반 수단과 조치를 말한다.
제38조(진정)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이하 "피해자"라 한다)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
제42조(권고의 통보)
위원회는 이 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의 권고를 한 경우 그 내용을 법무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제43조(시정명령)
① 법무부장관은 이 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의 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그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1. 피해자가 다수인인 차별행위에 대한 권고 불이행
2. 반복적 차별행위에 대한 권고 불이행
3.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고의적 불이행
4. 그 밖에 시정명령이 필요한 경우
② 법무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시정명령으로서 이 법에서 금지되는 차별행위를 한 자(이하 "차별행위자"라 한다)에게 다음 각 호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1. 차별행위의 중지
2. 피해의 원상회복
3. 차별행위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4. 그 밖에 차별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
③ 법무부장관은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시정명령을 서면으로 하되,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차별행위자와 피해자에게 각각 교부하여야 한다.
④ 법무부장관이 차별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하는 기간, 절차,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44조(시정명령의 확정)
① 법무부장관의 시정명령에 대하여 불복하는 관계 당사자는 그 명령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기간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시정명령은 확정된다.
제48조(법원의 구제조치)
① 법원은 이 법에 따라 금지된 차별행위에 관한 소송 제기 전 또는 소송 제기 중에 피해자의 신청으로 피해자에 대한 차별이 소명되는 경우 본안 판결 전까지 차별행위의 중지 등 그 밖의 적절한 임시조치를 명할 수 있다.
②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
③ 법원은 차별행위의 중지 및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그 이행 기간을 밝히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늦어진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사집행법」 제261조를 준용한다.
위 관계법령의 내용을 종합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장애인(이하 '피해자'라 한다)은 그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국가인권 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위반행위자에게 구제조치 등을 권고하였으나 위반행위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피해자는 법무부장관에게 시정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은 행정기관을 통한 구제수단과 별개로 피해자는 법원에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을 명하는 판결을 청구할 수 있다(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원고들이 구하는 바와 같은 승강기 설치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 수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승강기 설치가 완료되지 아니한 이상 그 승강기 설치 여부는 여전히 피고의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원고들의 청구가 이미 목적을 달성하였다거나,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원고들의 청구에 관하여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각 역사의 별지1 '엘리베이터 설치를 구하는 구간' 기재 각 지점에 별지2 '엘리베이터의 구조 · 재질에 대한 세부기준' 기재 각 규격에 의한 승강기를 설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의무 이행을 구한다.
나. 판단
1) 피고의 승강기 설치 의무의 존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위 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면서 같은 법 제19조는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의 의무로서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그 적용에 있어서 그 적용대상의 단계적 범위 및 정당한 편의의 내용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은 장애인의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의 이용에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할 적용대상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라 한다) 시행령 별표1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교통사업자 등이 장애인에게 제공하여야 할 정당한 편의의 내용은 같은 시행령 별표2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표1의 제2의 나.는 이동편의 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시설로 도시철도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도시철도시설의 역사를 열거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별표2의 '2. 여객시설'은 대상시설별 이동편의시설의 종류로서 도시철도 역사에 '보행접근로', '주출입구',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상 매개시설), '통로', '경사로',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계단'(이상 내부시설), '장애인전용화 장실'(대변기, 소변기, 세면대 포함, 이상 위생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계 법령을 종합하여 보면, 교통사업자인 피고는 도시철도 역사에서 장애인인 원고들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피고에게 장애인들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별지1 기재 각 역사 구간에 별지2 기재 규격의 승강기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구체적 의무가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앞서 본 관계법령을 종합하여 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교통사업자 등에게 반드시 교통약자법 시행령 별 표2에 열거된 시설을 모두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러한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시설로 통로, 경사로,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계단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교통사업자 등은 정당한 편의 제공에 필요한 범위에서 위에 열거된 여러 시설 중 유효·적절한 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장애인차별금지법만으로 피고가 반드시 특정 지점에 일정한 규격을 갖춘 승강기를 설치할 의무가 있거나 원고들에게 그 의무이행을 구할 사법상 권리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2) 적극적 조치 판결 여부
앞서 본 것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은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법원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경우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 이때의 적극적 조치 명령 판결에 있어서 이를 청구한 피해자에게 반드시 그에 관한 사법상의 구체적인 이행청구권이 있어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피해자에게 이미 구체적인 이행청구권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장애인차별금지법 규정과 관계없이 법원은 민사소송법에 따라 그 이행청구권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이행판결을 하여야 하므로 위 장애인차별금지법 규정은 불필요한 입법에 불과한 것이 되기 떄문이다. 뿐만 아니라, 위 장애인차별금지법 규정은 적극적 조치 명령 여부를 법원의 재량에 맡기고 있는데, 일반적인 이행소송에서는 원고에게 이행청구권이 인정된다면 법원은 반드시 그 이행의무를 선언해야하는 것이지 그에는 어떠한 재량의 여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적극적 조치 명령 판결을 위하여는 피해자가 사법상의 이행청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해석하고 위 법률 조항의 문언과 같이 일반적인 이행소송에서와는 다르게 그 판결 여부가 법원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일반적인 이행소송의 경우보다 피해자의 소송상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이 되어 특별히 장애인 피해자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하려는 위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따라서 만일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행위의 이행을 구할 권리가 있는 경우 피해자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이행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한 이행청구권이 없는 경우에 피해자가 위 법률에 따라 제기한 적극적 조치 명령 청구 사건은 법주체간의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 사건이 아니라, 비송(非訟) 사건으로 이해함이 옳다].
따라서 피해자의 적극적 조치 명령 청구가 있는 경우, 법원은 피해자의 주장과 같은 차별행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심리한 뒤, 차별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이에 관한 시정을 명령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특정 사항의 이행 명령이 차별행위의 중단∙시정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는지 여부, 특정 사항의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피고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워 다른 대안을 선택할 여지는 없는지 등(비례원칙)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한 뒤 적극적 조치 명령 판결을 할 것인지 여부를 정하면 된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3항은 적극적 조치 명령 판결에 관하여 강제집행으로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명하려는 적극적 조치가 이행가능성과 특정가능성을 모두 갖추어 유효한 강제집행이 가능한 것인지 여부도 물론 고려되어야 한다.
가) 차별행위의 존재 여부
피고는 경사로에 훨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이동수단으로 영등포구청역사, 충무로역사, 신길역사, 디지털미디어시티역사, 구산역사 내의 각 환승통로의 가파른 계단에 휠체어리프트만을 두고 있는 사실, 휠체어리프트와 관련하여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아니하였고 급기야 2017년경 이용자가 계단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발생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바, 위와 같이 휠체어리프트와 관련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 휠체어리프트의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따라서 교통사업자인 피고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한 편의제공은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가 존재한다.
나) 적극적 조치 명령 여부
이와 같이 원고들에 대한 차별행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반드시 피고가 원고들이 구하는 바와 같은 승강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만 차별상태를 중단 내지 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원고들이 구하는 것처럼 승강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승강기를 설치하는 데에는 기존 시설물이나 건물 구조 전체의 재조정 등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지나치게 과다한 비용이 드는 등의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승강기의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경우에는 기존 휠체어리프트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대폭 개선하는 대안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원고들은 별지2 '엘리베이터의 구조 · 재질에 대한 세부 기준'에 의한 승강기 설치를 구하면서도, 그와 같은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수직형 승강기의 설치가 어려운 경우에는, 경사형 승강기(안전성과 편의성이 대폭 향상된 휠체 어리프트와 다름 아니다) 등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에 의하면 원고들이 승강기 설치를 구하며 별지2 '엘리베이터의 구조 · 재질에 대한 세부기준' 기재와 같이 설치를 구하는 승강기를 규격을 특정하였으나, 이는 일응의 기준을 그대로 옮긴 것일 뿐 이 사건 각 역사의 구조, 이용현황 등 형편에 따라 특정된 것은 아니며, 위 규격과 같은 승강기의 설치만이 차별상태를 시정할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원고들의 2019. 1. 16.자 준비서면 참조]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피고와 서울특별시장은 그 관리 아래의 모든 지하철 역사에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승강기를 이용하여 하나의 동선으로 지상과 지하철 승강장 사이를 오고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1역 1동선 확보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위하여 원고들이 승강기 설치를 구하는 역사를 포함하여 1역 1동선이 확보되지 아니한 각 역사에 승강기를 추가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신길역사의 경우 공사업자와 공사계약을 체결하여 곧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고, 영등포구 청역사, 디지털미디어시티역사, 구산역사의 경우 기본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며, 충무로 역사의 경우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수행이 진행 중(완료예정일은 2019. 3. 31.)이다.
이에 의하면, 피고와 감독관청인 서울특별시장은 현재의 휠체어리프트 시설로는 원고들을 비롯한 장애인들에 대한 충분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인식 아래에 원고들이 구하는 각 지점에 승강기를 설치할 계획을 수립하고 그 시행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는바, 공행정기관인 피고와 서울특별시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시행에 관한 충분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이 명목상의 계획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울러 피고와 서울특별시장의 위와 같은 계획은 단순한 내부계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대외에 공표된 것이므로 그에 관한 이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또한,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를 추가 설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 구조에 대한 분석, 역사 전반의 이용관계에 관한 재조정, 설치 가능한 승강기의 형태와 규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인바,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검토를 위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이에 관하여는 일차적으로 행정기관의 전문성을 존중할 필요도 있다. 뿐만 아니라, 피고와 서울특별시장은 설치 계획의 세부내용을 모두 확정하여 착공을 예정하고 있거나, 전문업자에게 이미 승강기 설치에 관한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을 도급함으로써 승강기의 설치 가부, 설치 가능한 승강기의 규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와 서울특별시장은 원고들을 비롯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시정을 위하여 진지한 노력을 다하고 있어 그 임의이행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들에게 기존 건물구조에 대한 검토, 역사 전반의 이용형태에 관한 재조정, 설치 가능한 승강기의 형태와 규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여 법원이 이를 심리하기 보다는 그 차별상태의 개선을 일차적으로 피고와 서울특별시에 맡기는 것이 원고들에게도 이로움은 물론 공익에도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피고와 서울특별시장이 위와 같이 1역 1동선 확보 원칙을 공표하고도 그 실행을 위한 조치를 부당히 지연하거나, 장애인들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할 수 있을 수준에 미흡한 정도의 개선에 그친다면,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고들이 구하는 바와 같은 적극적 조치 이행은 명하지 않기로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되, 원고들이 주장하는 차별행위의 존재는 인정한 터이므로 소송비용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9조를 적용하여 승소자인 피고에게 일부를 부담시키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최병률
판사 임재남
판사 공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