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이른바 실효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판단기준
나. 근로자들이 면직 후 바로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으며 그로부터 9년 후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까지수령하였다면 면직일로부터 10년이 다 되어 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따라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않는다고 본 사례
다. 위 "나"항의 경우 사용자의 보상규정에 해직자 중 복직희망자는 사용자측이 별도로 정하는 바에 의한다는 규정이 있고, 근로자들이 보상금 신청시특별채용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실효의 원칙의 적용이 달라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가. 이른바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근로자들이 면직 후 바로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으며 그로부터 9년 후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까지 수령하였다면 면직일로부터 10년이 다 되어 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따라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
다. 위 “나”항의 경우 사용자의 보상규정에 해직자 중 복직희망자는 사용자측이 별도로 정하는 바에 의한다는 규정이 있고, 근로자들이 보상금 신청시특별채용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실효의 원칙의 적용이 달라지지 않는다.
참조조문
가.나.다. 민법 제2조 나.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4인
피고, 상고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중부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주재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들이 1980.7. 경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시달한 공직자 및 정부투자기관의 임직원 등에 대한 정화계획에 따라 원심판시와 같이 피고에게 일괄하여 사직원을 제출하였다가 선별적으로 사직원이 수리되어 각 의원면직처분이 된 사실을 인정하고, 원고들은 피고경영진의 지시 또는 종용에 따라 진의 아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피고는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사직의 의사표시를 받아들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사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이고 이에 터잡은 의원면직처분은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해고에 해당하는데 이는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로서 근로기준법 제27조 및 피고의 인사관리규약 제7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판단한 다음, 원고들은 의원면직이 된 후 아무런 이의의 유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함으로써 피고와의 사실상 근로관계가 종결된 후 10년 가까운 시일이 경과되었을 뿐아니라 제6공화국에서 제정된 1980년 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지급기준에 준한 보상금을 지급받았으므로 이제와서 면직무효를 주장함은 부당하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채택증거에 의하여 원고들이 의원면직처리된 직후 피고에게 퇴직금지급신청을 하여 1980.8. 중순경부터 같은 해 12. 말까지의 사이에 각자 아무런 이의나 조건의 유보없이 소정의 퇴직금을 수령한 이후 1989년 위 특별조치법이 시행될 때까지 면직처분의 부당성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바 없는 사실, 1989.3.29. 법률 제4101호로 위 특별조치법이 제정, 시행됨에 따라 피고도 같은 해 7.12. '80 수협중앙회 해직자 보상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였는데 위 보상규정에는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항 이외에 복직을 희망하는 자에 대하여는 회장이 정하는 별도의 절차에 따라 특별채용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있었던 사실, 이에 원고들은 위 보상절차에 응하여 보상금지급신청을 함과 동시에 특별채용을 희망하는 의사표시까지 하였는데 피고는 1989.11.부터 1990.1.까지의 사이에 위 보상규정에 따른 보상금은 전액 지급하였으나 특별채용은 아무도 시켜주지 아니한 사실을 각 인정하고, 비록 원고들이 의원면직처분 후 아무런 이의의 유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하였고 나아가 1989년경 해직자 등에 대한 보상절차가 이루어 질 때까지 8년 이상을 면직처분의 효력에 관하여 다툰 바는 없다 하더라도 위 면직처분의 경위나 1980년의 소위 정화계획을 담당하였던 사회주도세력이 지도적 위치를 견지하고 있었고 그 정당성에 대한 의문조차 공식적으로 제기되지 못하던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참작할 때, 원고들이 그 후 보상금지급신청을 하면서 특별채용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한 이상, 원고들이 위 면직처분의 효력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러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 당원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 , 1992.5.26. 선고 92다3670 판결 , 1992.7.10. 선고 92다3809 판결 , 1992.7.28. 선고 91다43121 판결 , 1992.8.14. 선고 91다2981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들이 1980.7. 면직된 후 바로 퇴직금을 청구하여 아무런 이의나 조건의 유보 없이 수령하였으며 그로부터 9년이 지난 1989.11.부터 1990.1.까지의 사이에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 소정의 보상금에 준한 보상금까지 수령하였다면 면직일로부터 10년이 다 되어 피고로서도 원고들에 대한 위 면직처분이 유효한 것으로 믿고 이를 전제로 그 사이에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조직을 관리 경영하여 오고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원고들이 이 사건 면직처분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피고가 마련한 위 보상규정(갑 제2호증)의 제10조(특별채용)에 해직자 중 복직희망자는 회장이 별도로 정하는 바에 의한다는 규정이 있고, 원고들이 보상금 신청시 특별채용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됨은 원심판시와 같으나, 회장이 별도로 정하는 바에 의하여 특별채용된 사례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도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특별채용의 의사표시를 한 일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실효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 위와 달리 볼 것이 아니다. 가령 특별채용이 신규채용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원고들이 이를 전제로 특별채용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면 원고들이 이 사건 면직처분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신의칙 또는 실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이상의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