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였으나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경우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나. 해고되어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때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조치는 부당해고라 할 것이다.
나.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
참조조문
가.나.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가. 민법 제107조 나. 민법 제2조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한국방송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평우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인용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1977.10.10. 피고 공사 전주방송국에 입사하여 사역직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1978.8.1. 고용직 직원으로 임용된 사실, 1980년도의 국가적 혼란 속에서 발족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정화 및 공직자의 기강확립이라는 명분하에 공직자, 국영기업체 및 금융기관의 임직원과 언론인에 대한 정화계획과 대규모의 숙정방침을 수립한 다음 피고 공사에 대하여도 주무부처인 문화공보부를 통하여 문제가 있는 임직원을 선별하여 해직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피고 공사 전주방송국장은 같은 해 7.경부터 소속 실국장 및 기자들에 대하여 사표를 제출할 것을 종용한 데 이어 같은 해 8.11.경에는 동 방송국 업무과장을 통하여 업무과를 포함한 모든 부서의 일반직 직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할 것을 지시한 사실, 그리하여 원고는 사직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국가의 방침임을 내세우는 피고 공사측의 종용과 당시의 억압된 사회분위기에 위축되어 어쩔 수 없이 1980.8.11. 다른 일반직 직원들과 함께 사직원을 제출하고 그것이 같은 달 12. 임면권자인 위 전주방송국장에 의하여 수리됨으로써 의원면직처리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조치는 부당해고라고 할 것인데 ,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은 의원면직처분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위 의원면직처분은 의원면직이라는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해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를 해고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이나 정당한 징계절차를 밟아 해고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으므로 위 의원면직처분은 부당해고로서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부당해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이 의원면직된 후 어떠한 이의나 유보도 없이 피고 공사로부터 소정의 퇴직금을 수령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여 어엿한 주부로서 집안살림을 하고 있고, 그 동안 피고 공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도 하지 않은 채 지내왔으므로 위 사직원이 수리된 후 10년여가 경과된 시점에 이르러 위 의원면직의 효력을 다투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피고 주장에 대하여 위 피고 주장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소의 제기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처분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 할 것이므로( 당원 1992.3.13. 선고 91다39085 판결 및 1992.5.26. 선고 92다367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원고가 위와 같이 퇴직금을 수령하고 해고에 해당하는 위 의원면직의 효력을 묵시적으로라도 다투고 있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객관적 사정도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신의칙 위반 등에 관한 피고의 위 주장을 가볍게 배척하고 만 것은 신의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