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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8. 14. 선고 91다29811 판결
[면직처분무효확인][공1992.10.1.(929),2651]
판시사항

가.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의 주장 입증책임의 소재(=사용자)

나. 해고되어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때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다. 근로자가 합동수사본부에 불법연행되어 가혹한 신문을 받고 강요에 의하여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어 당시의 분위기에서는 복직을 위한 법적 조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더라도 이른바 6.29 선언때까지 억압적 사회분위기가 계속되었다거나 위 근로자가 복직을 위한 소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외포상태가 지속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무효이고( 근로기준법 제27조 ) 그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사용자가 주장 입증하여야한다.

나.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그 해고 이후에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처분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다. 근로자가 합동수사본부 소속 수사관들에 의하여 불법연행, 감금되어 가혹한 신문을 받은 후 사용자측의 강요에 의하여 외포된 상태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어 당시의 억압적 분위기에서는 복직을 위한 법적 조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1987년의 이른바 6.29 선언때까지 그와 같은 억압적인 사회분위기가 계속되었다거나 위 근로자에게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하고 복직을 위한 소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외포상태가 지속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창래

피고,상고인

한국방송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평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의 소의 이익 및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 공사의 지방부장으로 근무하던 때인 1980.8.29. 당시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구성된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소속 수사관에 의하여 국군보안사령부 서울지구 대공분실에 불법 연행, 감금되어 전혀 알지도 못하는 판시의 유언비어에 관하여 13시간 동안 가혹한 신문을 받은 후 석방되었는데 피고 공사는 국군보안사령부로부터 원고가 수사받은 사실을 통보받음과 아울러 원고를 사직시킬 것을 요구받자 위 유언비어건에 피고 공사 전체가 휘말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 나머지 원고에게 사직서의 제출을 강요한 사실과 원고가 피고 공사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위와 같은 가혹한 신문을 또다시 받게 되고 피고 공사에도 예측할 수 없는 박해가 가해질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하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경우에는 사표제출에 의한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에 의한 부당한 해고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면직처분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의 위 사직의 의사표시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그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소장의 송달로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였는바, 의원면직의 형식에 의한 사표제출이 부당한 해고라는 점에 관한 원고의 주장이 명백하지는 않지만, 피고 공사로부터 아무런 사직사유를 통고받지 못하였고, 피고 공사의 사규에 정한 적법한 절차와 소명의 기회를 부여받거나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면직되었고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또는 진의 아닌 표시라는 주장(1989.10.6.자 준비서면)에는 위와 같은 취지도 포함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이 변론주의에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무효이고( 근로기준법 제27조 ) 그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사용자가 주장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 당원 1991.7.12. 선고 90다9353 판결 ) 기록상 피고가 그와같은 주장 입증을 하지 아니하였음이 명백하므로 원고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이 지적하는 이유불비 또는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1980.9.5. 피고 공사에게 사직원을 제출한 후, 소정의 퇴직금을 이의 없이 수령하였으며 1984.4.19.에는 소외 에너지관리공단에 입사하여 종전보다 많은 급료를 받고 있는데 그 동안 아무런 이의의 제기도 없이 거의 8년을 지난 지금에 이르러 본건 면직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제소의 이익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바, 기록에 의하면 위 주장의 사실관계는 수긍이 간다. 이와 같이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그 해고 이후에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처분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수 없다 고 함이 당원의 견해이므로( 당원1992.3.13. 선고 91다39085 판결 ; 1992.5.26. 선고 92다3670 판결 ; 1992.7.10. 선고 92다3809 판결 각 참조). 원심이 이와 취지를 달리하여 원고의 이 사건 소가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관계된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2. 상고이유 제1과 제3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사법적 절차를 통한 복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강박상태가 계속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 공사에 사직원을 제출한 후 소정의 퇴직금을 수령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외 에너지관리공단에 입사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공사와의 근로관계는 이미 종결되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를 구할 이익이 없고,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는 때로부터 3년이 이미 경과되어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피고 소송대리인의 항변에 대하여 원고들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유언비어의 내용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당선자에 관한 것이어서 원고가 복직을 위해 법적 절차를 취할 경우 그 유언비어의 내용이 필연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데다가 원고가 석방되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외부에 발설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이른 바 보안각서를 제출한 터여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극도로 제한되고 사회 각 분야에서의 강제숙정이 행해지는 등 공포분위기와 권위주의가 팽배해 있던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이 계속되는 한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대한 취소권을 행사하여 복직을 위한 법적 조처를 취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상황은 1987.6.29.의 이른바 6.29선언때까지 계속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에 대한 강박상태도 이때에 비로소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원고의 사직의사표시는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이 사건 소장의 송달로 적법하게 취소되었다는 이유로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합동수사본부 소속 수사관들에 의하여 불법연행, 감금되어 가혹한 신문을 받은 후 피고 공사측의 강요에 의하여 외포된 상태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서 당시의 억압적 분위기에서는 복직을 위한 법적 조처를 취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상황이 원심이 인정한 1987년의 이른바 6.29 선언때까지 계속되었다고 가볍게 단정할 수는 없을 것 인데다가( 당원 1991.9.10. 선고 91다18989 판결 ; 1992.3.13. 선고 91다39085 판결 각 참조),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수사관들에게 원심판시의 유언비어를 발설한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았으므로 복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취할 경우 그 유언비어의 내용이 드러난다거나 원고가 국군보안사령부에서 석방될 때 원심판시의 보안각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법원에 제소하는 등의 사법적 구제절차까지도 취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이 채택한 증거와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위 6.29선언이 나올 때까지 원심판시와 같은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계속되었다거나 원고에게 위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하고 복직을 위한 소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의 외포상태가 지속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결국 원심은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강박으로 인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3. 그러므로 피고 소송대리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판단할 필요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우동 김상원 윤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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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1.7.12.선고 90나1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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