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경찰관이 임의동행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하여 강제연행하려고 대상자의 양팔을 잡아 끈 행위에 대하여 그 대상자가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저항한 행위에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나. 불법행위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와 위자료
판결요지
가. 경찰관이 임의동행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하여 강제연행하려고 대상자의 양팔을 잡아 끈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 대상자가 이러한 불법연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저항한 행위는 정당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행위에 무슨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나.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차광웅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충북투자금융주식회사 외 4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승서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과 피고 충북투자금융주식회사, 피고 2, 피고 3의 각 패소부분 및 위자료청구에 관한 피고 4, 피고 5의 각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4, 피고 5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고 이 상고기각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위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청주시 (주소 생략) 소재 ○○빌딩을 경락받아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조건으로 피고 충북투자금융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로부터 위 경락대금 2억 원을 대출받았으나, 그 후 원고가 위 금원을 경락대금으로 납부하지 아니하자 피고 회사는 원고가 위 금원을 편취하였으니 그녀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피고 대한민국 산하 청주경찰서에 제출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었는데, 1988.7.21. 새벽에 원고가 당시 거주하고 있던 위 ○○빌딩 내에서 이삿짐을 꾸리자 피고 회사의 영업부장인 피고 3은 그 사실을 영업과장인 피고 2를 통하여 전화연락을 받고, 원고가 밤중에 몰래 도망가는 것으로 판단하여 당시 원고에 대한 진정사건을 처리하고 있던 위 청주경찰서 소속 경찰공무원인 피고 4에게 전화하여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한 다음, 피고 2를 비롯한 몇몇 직원과 함께 원고를 붙잡기 위하여 위 이사 현장에 가게된 사실, 피고 4는 피고 회사로부터 원고가 몰래 도망가니 이를 제지하여 달라는 전화를 받고 당시 위 청주경찰서 당직 근무자인 피고 5로 하여금 현장에 나오도록 하게 한 다음 같은 날 05:30경 위 이사 현장에 도착하였는데, 현장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피고 3, 피고 2 등 피고 회사의 직원들이 몇몇 나와 있었고 이삿짐이 화물트럭에 거의 다 실려 있어 덮개를 씌우고 있는 중이었던바, 피고 4는 원고에게 행선지 등 몇마디를 물어보고는 바로 경찰서까지 임의동행을 요구하였으나 원고가 이에 불응하자 피고 5와 함께 원고의 양팔을 잡아 끌고 밀다가 길에 주저앉아 완강하게 버티는 원고로 하여금 요부 염좌 등 상처를 입게 하고, 이어서 원고가 그녀의 아들인 소외 1과 함께 그녀의 승용차에 올라타자 그녀를 경찰서로 데려가기 위하여 위 승용차에 피고 5가 원고와 함께 동승한 사실, 그러나 피고 5의 원고를 경찰서까지 데려오지 못하고 도중에 놓쳐 버리자, 피고 4는 원고가 위와 같이 승용차로 위 장소를 떠난 뒤 행선지를 몰라 소속회사로 향하던 위 이사화물트럭 운전사인 소외 2를 위 트럭과 함께 근처의 청주경찰서 우암파출소로 데려가 간단한 진술서를 받은 다음 청주대학교 뒤에 있다는 원고의 오빠집에 이삿짐을 내려놓도록 지시한 사실, 위 소외 2는 위 지시에 따라 이삿짐을 내려놓고자 원고의 오빠집에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려 했으나 그쪽에서 짐을 받을 수 없다며 거절하여 망설이다가 회사에 다시 전화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부근 오성주유소 앞에 위 트럭을 주차시켜 놓은 다음, 다음날까지 원고의 연락을 기다렸으나 아무 소식이 없어 직접 청주경찰서로 찾아가 거기서 원고를 만나게 되어 그 다음날인 7.23. 아침에 원고가 지시한 대로 피고 회사의 차고 안과 그 부근 노상에 이삿짐을 내려놓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3일 간 폭우 속에 위 화물트럭을 노상에 주차시킴으로써 이사화물 중 민화 등 몇몇 골동품이 비에 젖은 채로 장시간 방치되어 부패 변질되는 등 피해가 발생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4, 피고 5는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들로서 그 직권을 남용하여 임의동행을 거부하는 원고에 대하여 불법체포를 시도함으로써 그녀로 하여금 원하는 시간에 이사가지 못하게 한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피고 3, 피고 2는 이에 적극 가공한 공동불법행위자들로서 각자 그 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한편 피고 대한민국은 그 소속 공무원인 피고 4, 피고 5의 위와 같은 직무집행중 위법행위로 말미암아, 피고 충북투자금융주식회사는 피고 3, 피고 2의 사용자로서 그들의 위와 같은 직무와 관련한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모든 손해를 피고 4, 피고 5, 피고 3, 피고 2와 함께 각자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다만 원고로서도 피고 4, 피고 5가 위와 같이 양팔을 잡아 끌자 이에 완강하게 저항하며 이들을 뿌리치다가 스스로 넘어지는 바람에 상처를 입게 되었고, 또 경찰서에로의 동행을 피하기 위하여 먼저 승용차를 타고 감으로써 이사화물트럭 운전사인 소외 2가 행선지를 몰라 우암파출소 근처 오성주유소 앞에 트럭을 주차시켜 놓고 회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원고로서는 이사 화물트럭의 소속 회사에 전화 기타 방법으로 위 화물트럭의 소재를 알아내어 비로 인한 이사화물의 피해발생 또는 그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인데도, 그렇지 못하고 청주대학교 뒷편과 청주경찰서를 왕복운행한 다음 곧바로 경기도 기흥의 이사집으로 올라가 경찰서에 몇번 전화했을 뿐 적극적으로 이사화물트럭을 찾아 나서지 아니한 잘못으로 위와 같이 화물트럭이 3일 간 노상에 방치된 채로 계속 비를 맞음으로써 손해가 확대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이 사건 손해확대에 기여한 원고의 과실을 피고들이 배상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을 70퍼센트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고 한 후, 원고가 이 사건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입은 재산상 손해인 치료비와 이삿짐 훼손으로 인한 손해의 합계액 35,280,000원 중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을 21,168,000원으로 정하고 있고 또 위와 같은 불법행위의 발생동기 및 결과 등을 참작하여 위자료액을 5,000,000원으로 정하고 있다.
(2) 그러나 우선 위 원심판시사실에 의하더라도 경찰관인 피고 4, 피고 5가 원고가 임의동행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하여 강제연행하려고 원고의 양팔을 잡아 끈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이러한 불법연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원심판시와 같이 저항한 행위는 정당한 행위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행위에 무슨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원심이 불법연행에 저항한 원고의 행위를 과실상계사유와 위자료참작사유로 삼았음은 잘못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소론은 원심이 원고가 위와 같이 저항한 것 외에도 이삿짐을 적재한 화물트럭의 소재를 알아내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은 것이 과실이라고 판단한 부분도 잘못이라고 주장하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 위반으로 사실을 오인하거나 과실상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그런데 원심의 이유설시를 보면 원고가 피고 4 등의 불법연행에 저항하다가 다치게 된 과실을 치료비손해만이 아니라 이삿짐 훼손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도 과실상계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이 사건 재산상 손해 전체에 대한 원심의 과실상계 및 위자료에 관한 판단은 도저히 유지될 수 없고 논지는 이점에서 이유 있다.
(3) 이 밖에 소론은 피고들이 이삿짐을 적재한 화물트럭을 3일 간 간수자 없이 노상에 방치케 함으로써 원고 소유 물건들이 도난당하거나 그 와중에서 파손되어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음으로써 판단유탈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보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훼손된 것으로 인정한 각 고가구와 서화를 제외한 나머지의 도예작품 및 고가구에 대하여 원고 주장과 같이 폭우 속에 노상에 방치되어 있는 동안 깨지거나 금이가는 등 파손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그 밖에 위 파손이 피고들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원심이 취사한 증거 관계에 비추어 보면 위 원심판시는 위 원고 주장에 대한 판단까지 포함한 취지라고 보이고 그 판단결론에도 수긍이 가므로 소론과 같은 판단유탈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들(피고 대한민국 제외)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본다.
(1) 먼저 피고 4, 피고 5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부분에 관하여 본다.
원심이 취사한 증거관계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위 피고들에 대한 원심의 사실인정에 수긍이 가고 그 사실인정의 과정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는바, 원심이 인정한 사실 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 4, 피고 5는 수사업무를 담당한 경찰관으로서 그 직권을 남용하여 임의동행을 거부하는 원고를 강제연행하려고 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원하는 시간에 이사가지 못하게 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하겠으므로, 공동불법행위자들로서 각자 그 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이 밖에 소론은 원심이 이 사건 손해발생에 기여한 원고의 과실비율을 40%로 본 것은 원고의 과실을 과소평가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것이나, 원심이 원고의 과실로 적시한 사유 중 불법연행에 저항한 행위는 과실이 될 수 없음이 위에서 본 바와 같고 그 나머지 사유만으로는 원심이 인정한 원고의 과실비율이 과다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다음에 피고 충북투자금융주식회사, 피고 2, 피고 3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충북투자금융주식회사의 영업부장인 피고 3이 영업과장인 피고 2로부터 당실 새벽에 원고가 이삿짐을 꾸린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원고에 대한 진정사건을 처리하고 있던 경찰공무원인 피고 4에게 이를 알린 뒤 위 피고 2를 비롯한 직원 몇명과 함께 원고를 붙잡기 위하여 이사현장에 가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 2, 피고 3은 피고 4 등의 위법행위에 적극가공한 공동불법행위자들로서, 피고 회사는 위 피고 2, 피고 3의 사용자로서 각자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강제연행시도는 피고 4, 피고 5가 경찰관으로서의 직권을 행사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 명백한바, 경찰관으로서 그 직권을 적법하게 행사하여야 함은 그 자신의 의무이거니와 어떠한 방법으로 직권을 행사할 것인가도 경찰관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는것이므로, 특히 피고 2, 피고 3이 경찰관인 피고 4 등에게 원고를 불법한 방법을 써서라도 연행할 것을 요구하였거나 또는 현장에서 조세하는 등 공모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피고 2, 피고 3이 원고가 이사간다는 사실을 피고 4에게 제보하고 이사현장에 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 피고 4 등이 행한 불법적인 직권행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위와 같은 불법적인 직권행사에 대한 공모가담 여부를 가려 봄이 없이 만연히 피고 4, 피고 2가 경찰에 제보하고 현장에 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위 피고들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의 책임과 위 피고 회사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유불비 내지 공동불법행위에 관한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위 피고 회사, 피고 4, 피고 5, 피고 2, 피고 3에 대한 위자료청구에 관하여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상처를 입었음은 물론 평소 소장해 왔던 고가의 골동품 등이 훼손됨으로써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되는 바이므로 피고들은 이를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그 위자료액은 금 5,000,000원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고들에게 원고가 평소 소장해 왔던 고가의 골동품 등이 훼손됨으로써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피고들이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 즉 원고 주장과 같이 고가품이 이사짐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할 것인바, 원심은 이러한 점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않은 채 만연히 피고들에게 원고가 골동품훼손으로 인하여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도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 내지 이유불비의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과 피고 충북투자금융주식회사, 피고 2, 피고 3의 각 패소부분 및 위자료청구에 관한 피고 4, 피고 5의 각 패소부분을 파기환송하고, 피고 4, 피고 5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며 이 상고기각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