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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9. 9. 26. 선고 88다카32371 판결
[정기예금반환][집37(3)민,117;공1989.11.15.(860),1560]
판시사항

가. 관련형사판결의 민사재판에 있어서의 증명력

나. 이른바 수기식통장에 의해 거래한 예금주의 과실비율을 낮게 참작한 위법이 있다고 본 사례

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의 손해를 안 날의 의미

라. 수기식통장에 의한 거래로 인해 예금주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있어서 "손해를 안 날"의 확정기준 제시 사례

판결요지

가.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 있어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나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

나.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과실상계의 적용비율은 구체적인 사안마다 공평의 관념에 따라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인 바, 정상적인 은행예금의 거래형태를 잘 알 수 있었던 피해자들이 사채중개인으로부터 정상적인 은행금리 이외에 별도의 선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예금계약을 가장하여 사채자금을 받으려는 은행직원에게 돈을 교부하였고, 그 선이자 내지 저축장려금을 은행점포 아닌 다방 등에서 은행직원도 아닌 사채중개인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받았고, 거액을 예금하면서 예금거래신청서의 중요부분인 금액란은 빈칸으로 한 채 이를 창구직원에게 제출하면 금액란을 볼펜으로써 넣는 통상의 방법이 아닌 이른바 수기식통장을 교부받고, 예금을 할 때 암호를 사용하며, 이러한 예금이 그 은행의 한 지점에서만 가능하였음에도 피해자들이 은행에 이를 확인하여 보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면, 높은 금리만을 탐내어 비정상적이고도 위험한 방법으로 금융기관의 잘못을 이용하려 한 피해자들에게도 그로 인한 위험을 상당부분 감수하게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도 합당하리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피해자들의 과실비율을 1할 정도로만 본 원심의 조처는 위법하다.

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손해"란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해발생의 사실을, "가해자"란 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으로 될 자를 의미하고,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위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함을 뜻하는 것이므로, 결국 여기에서 말하는 손해를 안 날"이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피해자가 알았을 때를 의미한다.

라. 고객들이 은행창구직원에게 예탁한 돈을 당좌예금 담당대리가 사채로 사용하기 위하여 위 창구직원들을 통하여 이를 수령하면서도 마치 정기예금으로 수령한 것처럼 하여 수기식통장을 고객에게 교부한 후 임의로 소비하여 버려 고객들이 사용자인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 있어서 은행대리의 위와 같은 진의아닌 행위는 이례에 속하는 것이었고,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위의 경우에 은행과의 예금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았다가 일부 고객이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예금반환청구의 상고심에서 비로소 고객들은 위 담당대리의 진의아닌 행위를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여 예금계약의 성립을 부인하기에 이르렀다면, 위와 같은 특수한 사정 아래에서는 고객들은 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위 상고심판결이 있은 때로부터 비로소 위 담당대리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 및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현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재황 외 1인

주 문

원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된 부분의 상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원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 있어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나 민사재판에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는 것 인 바( 당원 1989.5.9. 선고 88다카6075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 은행 ○○동지점 당좌예금 담당대리였던 소외 1의 위법행위와 원고들의 금원교부경위 등에 관한 그 판시사실을 확정하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정기예금계약은 성립되었다 할 것이나, 위 소외 1은 은행창구를 통하여 원고들로부터 제공된 금원을 예금이 아니라 소외 2에게 조달한 사업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사채로 받았으므로 그의 진의는 사채계약을 맺으려는 것이었고, 원고들로서는 비록 이러한 사정을 알지는 못하였으나 통상의 주의만 기울였다면 위 소외 1의 의사표시가 진의 아님을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니 이 사건 각 정기예금계약은 무효라 하여 소론 형사확정판결의 내용과는 달리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배척하고 있는 바, 위 판단과정은 옳다고 수긍이 되고 여기에는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위반이나 판례위반의 위법이 있다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2. 피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확정사실에 터잡아 이 사건 거래과정에서 보아 원고들에게 위 소외 1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지 못한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 피용자인 위 소외 1의 예금계약을 가장한 사무집행상의 위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하여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고 있는바, 위 판단은 옳고, 그 과정에 소론과 같은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도 이유없다.

그런데 원심은 나아가 피고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그 손해발생에 경합된 원고들의 과실정도를 1할 정도로 보고 이 범위내에서 배상액을 감경하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과실상계의 적용비율은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 할지라도 구체적인 사안마다 공평의 관념에 따라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과실의 경중에 관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인 바( 당원1983.12.27. 선고 83다카1389 판결 참조),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원고들은 수차 은행거래를 하여 온 경력이 있어 정상적인 은행예금의 거래형태를 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채중개인으로부터 정상적인 은행금리 이외에 별도의 선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 예금을 하였고, 금융기관이 예금유치를 위하여 거액의 정기예금을 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유치금명목의 비용을 주는 것이 관례라는 점은 기록상 인정되지도 않는데다가 위 별도의 선이자 내지 저축장려금은 은행점포 아닌 다방 등에서 은행직원도 아닌 사채중개인에 의하여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거액을 예금하면서 예금거래신청서의 중요부분인 금액란은 빈칸으로 한 채 이를 창구직원에게 제출하면 금액란을 볼펜으로 써넣은 통상의 방법이 아닌 이른바 수기식통장이 교부되고, 예금을 할 때 암호가 사용되어야 하며, 피고 은행의 많은 지점 가운데서 오로지 위 ○○동지점에서만 이러한 예금이 가능하였음에도 원고들은 피고 은행에 이를 확인하여 보지 아니한 점 등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이 사건 예금계약이 위 지점의 정상적인 거래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은행의 정기예금금리에 따른 이자가 위 지점창구에서 지급되었고 원고 1의 경우는 은행원장에 3억원 전액이 입금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며 위 통장이 수기식이기는 하지만 피고 은행의 정규양식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이 인정되고, 따라서 원고들의 과실이 피고의 과실보다 크다고는 말할 수 없을 지라도 이 사건 금원거래에 있어 원고들의 과실은 상당히 높다 아니할 수 없고, 더욱이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면서까지 높은 금리만을 탐내어 비정상적이고도 위험한 방법으로 금융기관의 잘못을 이용하려 한 원고들에게는 그로 인한 위험도 상당부분 감수하게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도 합당하리라는 점 ( 당원1987.7.7. 선고 86다카1004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원고들의 과실비율을 1할 정도로만 본 것은 원·피고의 과실비율에 대한 비교교량을 현저히 잘못하여 낮게 참작한 것으로서 정의와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3. 피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다 함은 사실에 관한 인식의 문제이지 사실에 대한 법률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고, 타인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사실만 알면 되고 법률상 어떠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였는가의 문제까지 알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 함은 소론과 같다.

그러나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법적판단과는 별개의 문제라 할 것인바, 여기에서 말하는 손해란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해발생의 사실을, 가해자란 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으로 될 자를 의미하고, 또한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위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결국 여기에서 말하는 손해를 안 날이란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피해자가 알았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하여야 할 것이다 ( 당원 1975.4.22. 선고 74다1548 판결 ; 1977.3.22. 선고 76다25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은 앞서 본바와 같이 이 사건 금원을 피고의 ○○동지점 창구직원에게 정기예금의 의사로 제공하였으나 그 업무담당자인 소외 1이 소외 2의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사채로 사용하기 위하여 위 창구직원들을 통하여 이를 수령하면서도 마치 피고를 위한 정기예금으로 수령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이른바 수기식 예금통장을 원고들에게 교부한 것이니 위 소외 1의 의사표시는 진의 아닌 것으로서 이례에 속하는 것이었고, 위 소외 1은 이 사건 예금거래 등과 관련하여 업무상횡령등 죄로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1983.12.28. 서울형사지방법원으로부터 위 예금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이를 유지한 항소심판결이 당원에서 1984.8.14. 상고기각됨으로써 그 무렵 위 형사판결이 확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예금주들이 이 사건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피고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있어서도 대부분 위 소외 1의 예금에 관한 의사표시가 진의 아닌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이 배척되다가 뒤늦게 당원 1987.7.7. 선고 86다카1004 판결 로 예금주들은 위 소외 1의 표시의사가 진의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하여 예금계약의 성립을 인정한 하급심판결들을 파기하기에 이른 것이므로, 이와 같은 특수한 사정 아래에서는 원고들로서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당원의 위 파기환송판결이 있은 때로부터 비로소 위 소외 1의 행위에 대한 위법성 및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수기통장신고를 한 1983.8.25.경부터 단기소멸시효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한 것은 옳고 여기에는 소론과 같은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가 있다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없다.

4. 그러므로 원판결 중 피고의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고, 원고들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상원(재판장) 배석 김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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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8.11.11.선고 85나3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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