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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3. 9. 13. 선고 83도712 판결
[살인·사체은닉·절도][집31(5)형,19;공1983.11.1.(715),1528]
판시사항

가. 임의성 있는 자백과 신빙성

나. 자백의 신빙성 유무의 판단기준

다. 객관적 상황에 맞도록 수차에 걸쳐서 한 자백진술의 변경과 동 자백의 신빙성

라. 일정한 증거 등이 발견되면 자백하기로 한 약속하에 된 자백의 임의성

마.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요건

판결요지

가.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그 자백이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서 사용될 자격 즉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 피고인의 자백진술의 수차에 걸친 변경이 당초에 의도적으로 숨겼던 사실을 밝히거나 부정확한 기억을 되살린 것이라기 보다는 피고인이 허위로 자백한 내용중 객관적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을 그후 객관적 상황에 맞추어 수정한 것으로 보여지는 경우, 이와 같은 자백은 그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이 결여된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

라. 일정한 증거가 발견되면 피의자가 자백하겠다고 한 약속이 검사의 강요나 위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던가 또는 불기소나 경한 죄의 소추등 이익과 교환조건으로 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자백의 약속하에 된 자백이라 하여 곧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마.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여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특히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여부의 판정은 거짓말탐지기가 위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하고 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내용을 객관성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라야 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어 증거능력을 부여할 것이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박승서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상고이유보충서 기재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내에서 판단한다.)

1. 자백의 신빙성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과 1심은 피고인이 검사 앞에서 이 사건 공소내용과 같은 범죄사실을 시인하는 자백을 한데에 대하여 이 자백은 임의성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나 그 진술내용이 최초의 자백 이후 일관되지 못하고 수차 변경되었을 뿐 아니라 다른 증거와도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허다함으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그 증명력을 배척하고 있다.

(1) 먼저 논지는 피고인이 대학 3년생으로서 사물의 판별능력이 있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으며 나름대로 살인죄의 법정형량을 알고 있는 자인데 원심인정과 같이 검사앞에서의 자백이 임의로운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무엇때문에 살인죄의 범죄사실을 허위로 자백하여 장기간의 구금생활을 감수코자 하였는지 경험칙상 이해할 수 없고 이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이나 1심판결에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고 주장하고, 또 논지는 원심은 피고인의 자백진술이 수차 변경되었음을 들어 그 신빙성을 배척한 1심판단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진술변경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에 관한 진술이 보다 진실한 사실의 고백으로 발전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오히려 자백의 신빙성을 높여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빙성배척의 자료로 거론하고 있음은 객관성없는 독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우선 위 각 논점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가) 형법 제309조 는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성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진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사유가 없어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그 자백이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서 사용될 자격 즉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저 임의로운 진술은 진실을 반영하는 개연성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범죄혐의를 받은 피의자는 임의로운 상태에서도 진실에 반하는 자백을 하는 경우가 있으며 특히 피의자가 외부와 격리된 상황에서 자기를 진범이라고 확신하는 수사관들로부터 집중적인 조사를 받는 경우에는 비록 그 수사의 방법이 피의자의 진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의 위법성을 띤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스스로 방어의 의사를 포기하고 수사기관의 의도에 영합하는 허위자백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의 자백이 주된 증거가 되어 있는 사건에 있어서는 자백의 임의성은 물론 나아가 그 신빙성의측면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자백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 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이 검찰에서 한 자백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제1단계로 최초로 범행을 시인한 자수서(수사기록 608정 이하)와 진술조서(같은 613정 이하)에서 한 자백, 제2단계로 자술서(같은 632정 이하)와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같은 677정 이하)에서 한 자백 및 제3단계로 그 동안의 자백을 번복하여 범행을 부인하였다가 다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같은 692정) 및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같은 716정 이하)에서 한 자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위 각 단계에서의 자백진술 사이에 여러 점에서 진술변경과 차이가 있음이 발견되다.

우선 주요한 대목만 추려보면, 피고인이 범행당일인 1981.9.18 밤에 외출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제1단계 자백에서는 21:00경 어머니 몰래 현관문을 열어 놓고 집을 나와 차를 몰고 외출한 것으로 진술하였다가 제2단계 이후의 자백에서는 어머니에게 동화청소년교육관에 볼일이 있다고 말하고 나간 것이라고 변경하였으며, 또 피해자를 전화로 불러낸 경위에 대하여 제1단계 자백에서는 장미아파트 단지입구 공중전화에서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부탁하여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단지 입구에 나오게 한후 단지 입구에서 만났다고 진술하였다가 제2단계 이후의 자백에서는 장미아파트에 있는 삼촌집에 가서 숙모에게 부탁하여 전화를 걸게 하여 17동 앞으로 나오게 한 후 17동 관리사무실 앞에서 만났다고 변경하였고, 또 범행장소와 범행방법에 관하여 제1단계 자백에서는 삼정장여관 길옆에 차를 세우고 피해자를 포옹하려다가 심하게 반항하여 그 자리에서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고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진술하였다가 제2단계 자백에서는 여관에서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피해자를 포옹하려 하자 반항하여 그냥 차를 더 몰고 가다가 여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여관으로 가자고 하자 피해자가 대들면서 피고인의 뺨을 때리기 때문에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고 양손으로 목을 졸랐다고 변경하고, 다시 제3단계 자백에서는 양손과 자동차의 안전벨트를 사용하여 목을 졸랐다고 변경하였으며, 또 범행후의 귀가경위에 관하여 제1단계 자백에서는 사체매장후 집에 돌아와 담을 넘어 집안에 들어간 후 차고에 차를 넣었다고 진술하였다가 제2단계 이후의 자백에서는 집에 돌아와 인터폰으로 어머니가 문을 열어 주어 차는 집옆 공터에 두고 집에 들어가 자고 다음날 새벽 05:00경 차를 몰고 범행현장에 가서 매장장소를 확인하였다고 변경 진술하고 있다.

생각컨대,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 한 여러차례의 진술내용에 서로 차이가 있고 또 변경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곧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진술변경은 때로는 수사의 진전에 따라 진술내용이 실체진실에 가깝게 다듬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경우가 있음은 소론과 같다.

그러나 위 피고인의 진술변경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어머니나 숙모의 관련부분 진술은 논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근친자의 범죄관련을 숨길 의도로 제1단계 자백시에 일부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것이라고 친다 하더라도(어머니나 숙모의 관련부분 진술도 신빙성이 없음은 뒤에 판시하는 바와 같다), 그 나머지 사실부분 즉 피해자를 불러내어 만난 장소라든가 피해자를 살해한 장소 및 살해한 방법 등에 관하여는 범행을 자백하는 마당에 구태여 사실과 다르게 숨길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진범이라면 기억을 못하거나 제1 내지 3단계의 자백을 한 그 며칠 사이에 기억의 변동이 생길 수 있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당초의 자백내용을 변경 진술한 제2단계 자백시의 자백녹음검증결과(공판기록 제1485정 이하 및 1507정 이하)에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불러내어 만난 장소에 대하여 당초 자백시의 진술을 바꾸어 피해자 오빠인 공소외 박인태의 진술내용과 부합되게 장미아파트 17동 앞이라고 진술하면서도 왜 17동 앞을 지정하였는지 그 이유를 묻는 검사의 추궁에 대하여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 피해자를 살해함에 있어 차내의 안전벨트나 혁대 등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검사의 추궁에 대하여(부검의사 서재관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의 경부에 생긴 교흔은 끈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한 것임이 인정된다), 분명하게 이를 부인하고 피해자의 목을 손으로만 눌렀다고 진술하고 있음이 인정되는바, 제3단계 자백에서는 만날 장소로 17동 앞을 지정한 이유로서 친구인 전병율의 집이 장미아파트인데 7동인지 17동인지 불분명하여 그 당시 17동으로 생각하고 17동 앞을 지정하였으며 17동이면 장미아파트 중간쯤 될 것으로 생각되어 단지내 어디에서나 찾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또 살해의 방법에 관하여 피해자의 목을 차내의 안전벨트로 감고 양손으로 눌렀다고 변경진술하고 있으니, 피고인이 17동으로 착각하였다는 7동은 단지내 중앙이 아니라 북단에 위치하고 있음이 1심 확정사실과 같으므로 17동 앞을 지정한 이유에 관한 위 진술 자체가 모순됨을 알 수 있고, 또 살해의 방법에 관하여 특히 안전벨트사용여부를 추궁당하고도 이를 부인하였다가 안전벨트 사용을 시인한 대목은 희미한 기억을 되살린 것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겠다.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의 자백진술의 수차에 걸친 변경은 당초에 의도적으로 숨겼던 사실을 밝히거나 부정확한 기억을 되살린 것이라기 보다는 피고인이 허위로 자백한 내용중 객관적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을 그후 객관적 상황에 맞추어 수정한 것이라고 보여지므로, 이와 같은 자백을 그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이를 원심이 그 신빙성 배척의 근거로 삼은 조치는 정당하고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 없다.

(다) 다음에 피고인이 허위자백을 하게 된 동기나 이유 및 자백의 경위에 관하여 보건대, 수사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981.9.22과 9.26에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한 후 그해 12.30과 1982.1.9에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였는데 그해 1.19 다시 검찰에 출두하여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검사의 범행추궁을 받기 시작하면서 외부와 격리된 상황아래 1.21까지 계속 조사를 받다가 마침내 1.21. 22:00경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기에 이른 사실이 인정되는바, 검사의 피고인에 대한 제4회 피의자신문조서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허위자백을 하게 된 동기 내지 이유로써 " 제가 상은이 실종된 후의 행적에 대하여 계속 추궁을 당하고 조사하는 측에서 제가 범인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볼때 제가 더이상 버틸 수도 없었고 자백을 하게 되면 우선 조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생각하여 제가 범인인 것처럼 꾸며서 상은이를 죽였다고 자백한 것입니다" , " 저는 9.18 밤의 행적에 대하여 밤 9시경 집에서 잠을 잤다고 주장하였는데 제가 9.18 밤 9시 이후에 상은이를 만나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범행일체를 자백하기로 하였고, 두번째 죽은 상은이나 나의 주변에서 상은이의 소지품이나 머리카락, 피 등이 나온다면 범행일체를 자백하기로 하였고, 세번째 제가 거짓말 검사시에 옷 7개를 걸어놓고 본 사실이 있느냐는 검사를 받을 때 제가 가슴이 떨린다고 한 것이 상은이 옷을 보았을 때 한 사실이 있으면 그 옷을 알고 있고 9.18밤 만났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궁을 받고서 그것이 사실이라면 범행일체를 자백하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거짓말탐지기 검사시의 광경을 담은 비데오테이프를 보았던 바 제가 주장한 것처럼 검사시작 전에 가슴이 떨린다고 한 것이 아니고 세번째 옷을 마치고 네번째 옷에 대한 질문을 받기 직전 떨린다고 한 것을 확인하였고 또 네번째 옷이 상은이가 죽던날 입고 있던 것이라 하여서 자백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은 비데오를 보기전에 이미 검찰에서 저와 약속한 것이 모두 준비가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자백할 것을 결심하였는데 비데오를 보러 산장 어느 집에 가서 보고난 후 검사님에게 단독으로 만나게 하여 달라고 하여 그 곳에서 조사받는 장소로 돌아와 자백하게 된 것입니다" 라고 진술하고 있고, 1심법정(제2차 공판기일) 및 원심법정(제1차 공판기일)에서도 거짓말탐지 검사시 3번째 옷으로부터 4번째 옷 검사로 넘어갈 때 떨린다고 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거나 피고인의 몸 또는 주위에서 피해자의 소지품 기타 피해자와 관계된 자료 등이 발견되었을 때 또 피해자의 몸이나 주위에서 피고인의 소지품이나 흔적이 남아 있을 경우에는 범행을 자백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는데, 비데오를 보니까 3번째와 4번째 사이에서 떨린다고 나오기에 이제는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자백을 하게 되었고, 그때의 심정으로는 도와줄 사람도 없이 영영 범인이 되는구나 생각되었으며 구속까지 되었으니 어찌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허위자백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 기록(공판기록 121 내지 123정, 1934정 및 1959정)에 의하면, 수사관과 피고인 사이에 위 진술과 같은 내용의 자백의 약속을 하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생각컨대, 기록에 의하더라도 위 자백의 약속이 검사의 강요나 위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던가 또는 불기소나 경한 죄의 소추등 이익과 교환조건으로 된 것이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자백의 약속하에 된 자백을 곧 임의성이 없는 자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또 위 인정과 같은 자백에 이르게된 수사의 과정을 살펴보아도 자백의 임의성을 부인할만한 위법사유가 개재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피고인의 위 진술내용을 피고인이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와 피고인의 자백내용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한 점 등에 비추어 음미해 보면, 피고인이 외부와 격리된 상황아래 자기를 진범으로 믿는 수사관들로부터 집중적인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관이 유죄의 자료라고 열거하는 증거들이 발견된 경우에는 자백하기로 약속을 하였다가 그중 하나가 수사관의 지적대로 밝혀지자(이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죄인정의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더이상 수사관의 추궁에 대항하는 것이 무모한 일이라고 속단하여 스스로 허위자백을 하게 된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에 납득이 간다고 하겠으므로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없다고 할 것이다.

(2) 또 논지는 원심과 1심이 피고인 자백중 피고인이 범행전날 피해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에 관한 진술, 범행당일밤 장미아파트 삼촌댁에서 숙모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게 하여 피해자를 불러낸 사실에 관한 진술, 피해자를 장미아파트 17동 앞으로 불러낸 경위에 관한 진술, 피고인의 범행동기에 관한 진술, 검찰의 실황조사전에 한 피고인의 범행현장에 관한 진술 및 피해자로부터 절취한 지갑과 반지에 관한 진술 등 부분을 다른 정황증거와 대비하여 믿을 수 없다고 보고, 또 피해자의 얼굴에 남겨진 치흔의 생성경위와 그 치흔이 피고인의 것이 아닌 점 및 반항하는 피해자를 살해하고 양손으로 인조석을 파서 시체를 매장한 피고인의 팔목이나 손 등에 아무런 상처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도 피고인의 자백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은 독단에 불과하고 객관성이 없는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원심판결이나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이 들고 있는 증거내용과 피고인의 자백을 대비하여 보면, 논지가 지적하는 원심판단의 결론에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이 독단에 흐르고 객관성이 결여된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특히 피고인이 범행당일 밤 숙모인 공소외 1으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게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숙모인 공소외 1은 일관하여 전화를 건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이 백과사전을 가지러 삼촌댁을 방문한 일자에 대하여는 스스로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고 있으나 그 방문시각 만큼은 오전 10:00경 또는 09:30경이라고 일관하여 진술하고 있는바, 논지는 공소외 1이 경북 상주 태생으로서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생활하여 온 사람이므로 " 서울 말씨에 경상도 억양의 여자목소리" 로서 전화의 감도로 보아 아주 가까운 곳의 조용한 장소에서 걸려온 것으로 느꼈다는 피해자 오빠 박인태의 진술과 부합하고, 또 원심증인 이원오의 증언에 의하면 검찰에서 피고인과 대질할 때에 공소외 1은 피고인을 향하여 눈짓을 하면서 부자연스러운 태도로 너 미쳤니 하였고, 그 대질이 있은 후 동인이 살고있는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이 사건 사고발생 무렵 피고인이 아파트 출입한 사실에 관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을때 잘 말해주면 사례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음에 비추어 위와 같은 공소외 1의 진술은 허위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소외 1이 경북 태생으로 서울에서 생활하여 온 사람이라고 하여 반드시 " 서울 말씨에 경상도 억양" 의 말을 쓴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서 실지로 동인의 말씨가 어떠한지를 기록상 확인할 자료가 없고, 또 원심증인 이원오의 증언내용을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아도 공소외 1이 피고인과 대질시에 소론과 같이 " 피고인에게 눈짓을 하면서 부자연스러운 태도로 너 미쳤니" 라고 말하였다는 대목을 찾을 수 없으며 오히려 위 증인은 공소외 1의 표정은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또 검사의 허흥범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공소외 1이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찾아가 9.18이나 9.19 아침에 피고인이 위 아파트에 왔다간 것을 본 일이 있으면 본대로 검찰조사시에 진술하여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음은 인정되나 9.19 아침에 온 것을 보지 못하였더라도 그와 같이 진술하여 달라고 부탁한 취지는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위 논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밖에 논지는 피고인의 자백이, 첫째로 이 사건 발생의 객관적 상황에 그대로 부합하고, 둘째로 그와 같은 진술내용이 아니고서는 그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셋째로 자백후 수사결과 확인된 사실들이 그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과 완전히 일치하므로 자백의 진실성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척한 것은 독단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첫째로, 자백은 범죄행위의 시인이므로 범죄사실의 객관적 상황과 일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인의 자백이 위에서 본바와 같이 여러단계의 진술변경을 거쳐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과 일치되기에 이른 것이어서 원심이나 1심은 이러한 진술변경의 내용에 비추어 그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객관적 상황에 부합한다는 사실은 그 진실성 판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로, 피고인의 자백대로가 아니고는 설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논지가 지적하는 부분 즉 피고인 자동차의 시트카바 및 베개카바의 혈흔존재 및 그 산재형태, 피해자 두부의 외부열창상이 없는 두피하출혈 및 뇌지주막하출혈상, 피해자 목부분의 색흔, 피해자 사체의 팔구부린 모양 및 사체가 매장된 방향, 서울말씨에 경상도 억양의 여자목소리 전화,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17동 앞으로 간다고 말한 사실, 피해자가 친하게 사귀던 장경수와 헤어져 들어온 직후 전화받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간 상황등은 원심이 적법하게 판단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자백진술에 의하더라도 그와 같은 상황의 설명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나 소론과 같이 반드시 피고인의 자백 진술대로라야만 상황설명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셋째로, 자백후 수사결과 자백진술과 일치된 것으로 확인된 사항이라 하여 논지가 지적하는 점은, (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불러낸 후 범행장소까지의 드라이브 경로 및 소요시간에 관한 진술부분이 실지확인결과와 일치하였다는 것이나, 피고인의 진술서(수사기록 738정)에 보면 " 장미아파트에서 남산도서관을 거쳐 다시 삼정장여관으로 오기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생각했지만 실지로 현장답사시 덜 걸려 천천히 갔다고 했다" 는 진술기재가 있고 이에 의하면 위와 같은 드라이브 경로 및 소요시간이 실지확인 결과와 일치했다는 점은 피고인 자백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기에 미흡한 것이고, (나) 피고인이 범행당일 9시경 외출때 어머니에게 말했고 범행후 밤 11시경 귀가할 때 어머니가 문을 열어 주었다고 한 진술부분이 그 어머니의 진술과 일치한다는 것이나, 뒤에서 설시하는 바와 같이 어머니인 공소외 2의 진술자체가 신빙성이 없으며, (다) 범행당일 밤 10시 35분경 범행장소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매장장소를 물색할 때 피고인이 입은 옷은 붉은색 잠바와 청바지, 신발은 랜드로바였다고 한 진술부분이 그 무렵 그 매장장소 옆을 지나던 여관투숙객이 본 청년의 모습 및 시간과 일치한다는 것이나, 당시 여관투숙객인 공소외 김윤옥과 이금순의 법정증언이나 검사의 동인들에 대한 진술조서 기재에 의하더라도 당시 주위가 약간 어두워 동인들이 본 청년의 상의색상은 정확치는 않으며 짙은색 또는 짙은 벽돌색 같다는 것이고 몸매는 길고 키는 171센티미터 정도라는 것으로서 피고인의 진술 및 모습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 이금순은 처음 그 청년의 발을 보고 사람인 것을 알았을 때에는 얼굴을 보았으나 곧 그 사람이 머리를 숙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피고인의 자백내용을 보아도 위와 같은 여관투숙객을 만난 사실의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시는 여관출입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공판기록 1529정) 자백진술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라) 그밖에 피해자의 지갑에 들어있던 돈에 관한 진술이 실제와 부합한다든가, 범행후 귀가하여 차를 세워둔 장소와 범행 다음날 사체매장 장소를 확인하고 돌아온 후 담을 넘어들어간 점에 관한 진술부분이 실제와 부합한다던가, 범행후 잦은 여자관계를 갖고 술을 마시게 되었다는 진술부분이 실지 확인결과와 일치된다는 부분들은 원심이 적법하게 판단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자백이 진실한 것이라고 전제한 경우에 그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위에서 본 객관적인 상황과 정황증거들은 자백이 진실한 경우에 그 진실성을 담보하는 형식적인 보강증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자백진술내용 및 이와 관련된 다른 증거에 의하여 이미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자백의 진실성을 뒷받침할만한 실질적 증거들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4) 그밖에 원심이 피고인의 자백이 신빙성을 결여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조치에 소론과 같이 증거의 취사선택에 관한 자유심증주의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으니 자백의 신빙성에 관한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다른 증거들에 관하여,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1심은 피고인의 자백외에 피고인의 차량 시트카바 등의 혈흔, 피고인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시험결과, 법의학적 감정결과, 목격자들의 진술, 피고인의 어머니 공소외 2의 진술 및 그밖의 정황증거들에 대하여 각각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배척하여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와 같은 판단의 취지는 위 각 증거들이 각각 독립하여 공소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유죄인정의 실질적 증거가 되지 못함은 물론 이들을 종합하더라도 유죄인정의 실질적 증거가 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또 판결이유에서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자백의 진실성을 뒷받침할만한 실질적 증거도 되지 못한다고 본 뜻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겠으니 원심이 위 증거들의 증명력을 이 사건 발생의 객관적 상황 및 피고인의 자백진술과의 관련하에 판단하지 아니하고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판단함으로써 객관성없는 독단적인 증거판단을 한 허물이 있다는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논지가 위 각 증거들의 증명력에 관한 원심 및 1심의 판단에 대하여 다투고 있는 점을 차례로 살펴본다.

(1) 피고인 차량의 시트카바 등의 혈흔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1심은 피고인의 자동차 시트카바 및 베개카바 등에서 검출된 혈흔이 피해자의 혈액형과 동일한 혈액형이라고 하여 피해자의 혈흔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좌석 시트카바 2개중 1개에만 머리 받침대를 꽂는 구멍이 뚫려 있음에 비추어 동시에 사용하지 아니하였음이 분명한 2개의 머리받침대 베개카바에서 모두 혈흔이 검출된 사실은 위 혈흔이 동시에 생성된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혈흔은 이 사건 범행인정의 증거로서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여 관련된 증거를 살펴보면 위와 같은 판단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이 점에 관하여 논지는 두개의 베개카바중 사용하지 않던 것은 피고인 차의 운전석 옆자리 앞에 있는 열려진 공간에 넣어 두었기 때문에 이 사건 범행시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는 것이나, 단순한 추측에 불과할 뿐 그 추측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는 없다.

뿐만 아니라 검사의 문자영, 김문근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의 집에서는 이 사건 범행일시경 사용하던 시트카바와 베개카바를 1981.9.23경 새것으로 교체한 다음 그 차의 뒤트렁크에 넣어두었다가 그후 경찰에 임의제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9.23이라면 이 사건 범행이 있은 9.18로부터 불과 5일 후이므로 위 각 혈흔이 이 사건 범행으로 부착된 것이라면 능히 식별될 수 있었으리라고 보여지는데 위 카바교체를 의뢰한 문자영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범행으로 혈흔이 부착된 것이라면 수사의 단서가 되는 시트카바 등을 없애지 아니하고 보관하고 있다가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않는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위 각 혈흔의 증거가치를 배척한 1심조치를 수긍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

(가) 거짓말탐지기 검사는 피검사자의 신체에 호흡운동기록기, 혈압, 맥박기록기 및 피부전기반사기록기 등을 부착하여 피검사자가 일정한 질문에 답변할 때에 호흡, 혈압, 맥박 및 피부반응 등을 다각적으로 측정하고 그 측정내용에 의하여 그 답변의 진실여부를 판가름하는 검사방법을 말하는 것인바, 이러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하려면 우선 그 검사결과가 사실적 관련성 즉 요증사실에 대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요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원리는 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자는 양심의 가책이나 거짓발각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이것이 호흡, 혈압, 맥박, 피부 등에 생리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전제아래 그 생리적 반응을 측정하여 거짓말인 여부를 판독한다는 데에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검사결과에 대하여 사실적 관련성을 가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려면 첫째로, 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고 둘째로, 그 심리상태의 변동은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며 셋째로,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하여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다는 세가지 전제요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마지막의 생리적 반응에 대한 거짓여부 판정은 거짓말탐지기가 검사에 동의한 피검사자의 생리적 반응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장치이어야 하고 질문조항의 작성과 검사의 기술 및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검사자가 탐지기의 측정내용을 객관성있고 정확하게 판독할 능력을 갖춘 경우라야만 그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상과 같은 제반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거짓말탐지기 검사결과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부여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검찰이 사용한 거짓말탐지기 기종은 울트라스크라이브이고 긴장절정 시험인 피오티(POT)검사방법에 의하여 범행당시 피해자가 입고 있었던 상의 및 피해자 오빠집에 가설된 전화번호를 질문대상으로 하여 이것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지의 여부를 검사한 결과 피고인이 모른다고한 답변은 모두 거짓으로 판정되었다는 것인바, 위 거짓말탐지기에 의한 검사결과가 과연 위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서 그 정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인지를 확정할 자료가 없으니 위와 같은 검사결과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1심 및 원심판단은 정당하다.

(나)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아도 그 질문조항과 검사의 방법이 불합리할 뿐 아니라 그 판정결과도 신빙성이 없는 것임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먼저 질문의 대상이 된 물건중 피해자가 피살당시 입고 있었던 옷은 이 사건 발생후 이미 여러 신문 등에서 그 모양과 색상 등이 자세하게 보도되어 널리 알려졌을 가능성이 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공판기록 1971정 이하) 검사에 앞선 인식여부 확인에서 피고인이 그 옷을 본 일이 없는 것처럼 말하였다고 하여도 질문의 대상물로서 적합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겠으니 그 질문조항과 검사방법이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음에 피해자 오빠집의 전화번호에 대한 검사결과에서도 피고인이 모른다는 답변이 거짓말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범행을 자백한 당초부터 위 전화번호는 종이쪽지에 써두었다가 범행후 버렸기 때문에 기억할 수 없다고 진술하고 있고(수사기록 609정, 625정) 범행을 자백하는 마당에 전화번호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일부러 가장하였다고 볼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인은 위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것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위 전화번호를 모른다고한 피고인의 답변이 거짓말이라는 검사반응은 위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결과가 신뢰할만한 것이 못됨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라고 하겠다.

(3) 법의학적 감정결과와 목격자의 진술

공소외 문국진의 소론과 같은 법의학적 감정결과 및 증언은 피고인의 자백이 진실한 경우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될 수는 있으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백의 진실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감정결과를 가지고 자백의 진실성을 뒷받침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할 것이니, 결국 유죄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배척한 원심조치는 정당하다.

또 이 사건 범행현장에서 청년 또는 차량을 목격하였다는 공소외 김윤옥, 이금순과 같은 박옥주의 진술에 대하여 원심이 유지한 1심판결이 이 사건 범죄사실 인정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이유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넉넉히 수긍되고 그 판단에 소론과 같이 불합리하고 공정을 잃은 허물이 있다고 할 수 없으니 이 점에 관한 논지도 이유 없다.

(4)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2의 진술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어머니인 공소외 2는 1982.1.19에 작성된 검사의 진술조서와 그달 21에 작성된 진술서에서 이 사건 범행당일인 1981.9.18 밤에 피고인이 외출한 일이 없다고 진술하였다가 1982.1.23에 작성된 진술서와 검사작성의 진술조서에서는 위 진술을 변경하여 피고인이 1981.9.18 밤 9시경 자가용을 몰고 나가 밤 11시경 돌아와서 대문을 열어준 일이 있다고 피고인의 자백내용 일부와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음이 인정된다.

그런데 공소외 2는 1심법정에서 후자의 변경진술은 1982.1.23 아들인 피고인의 범행자백 녹음을 듣고 검찰에 피고인과의 면회를 간절히 요청했으나 검찰에서 먼저 자술서를 쓸 것을 요구하면서 피고인 말대로 시인하고 협조하면 만날 수 있다고 하여 아들을 만나기 위한 일념으로 허위내용을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부모된 사람이 살인 피의자로 조사받고 있는 아들을 면회하려고 거짓사실을 꾸며 내어 범행 당시의 아리바이를 깨뜨리는 진술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경우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검사의 공소외 2에 대한 진술조서(1981.1.23자) 기재일부, 1심에서 공소외 2 및 공소외 3의 증언내용 및 피고인의 자백녹음과 부모면회 녹음테이프 녹취검증결과(기록 1478정 이하) 등에 의하면 피고인의 부모인 공소외 2와 3은 1982.1.22 검찰에 출두하여 검사로부터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였다는 말과 함께 간단한 내용의 자백녹음을 듣고 당시는 그 자백을 믿지 아니하였으나, 그 다음날인 1.23 다시 검찰에서 보다 상세한 내용의 자백녹음을 듣게되자 공소외 2는 아들의 범행자백이 사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충격을 받고 피고인과의 면회에 앞서 검찰의 요구에 응하여 자술서와 진술조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피고인의 자백내용과 같이 범행당일 밤 피고인이 외출하였다가 귀가한 것처럼 진술하였던바, 위 자술서 및 진술서 작성후 피고인과의 면회가 허용되어 검사 입회하에 피고인과 대담하던중 피고인이 종전의 자백을 번복하고 범행사실을 부인하기에 이른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증거에서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2는 아들인 피고인의 두번째 자백녹음을 들은뒤 일시 피고인의 범행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피고인이 자백한 이상 범행당일의 외출과 귀가 경위에 관한 어머니의 진술이 피고인의 범죄인정을 크게 좌우할 사유가 못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리라고 능히 추정할 수 있고, 그렇다면 공소외 2가 우선 피고인을 만나려는 일념으로 피고인의 자백에 맞추어 외출과 귀가경위에 관한 허위내용을 진술한 것이라는 공소외 2의 변소에 수긍이 간다고 하겠으므로, 공소외 2의 변경진술 내용을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한 1심판단은 정당하고 논지는 이유 없다.

(5) 그밖의 정황증거들과 원심증인 박광희, 이원오, 박태선, 이정빈의 각 증언에 대하여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인정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조치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조치에 수긍이 가고 소론과 같이 증거판단을 그르친 허물이 없으니 이 점의 논지도 이유 없다.

3. 결국 원심이 피고인의 자백과 다른 증거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는 논지는 모두 이유없으므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성렬(재판장) 이일규 전상석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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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2.11.20선고 82노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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