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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7. 2. 10. 선고 86도2399 판결
[존속살인,절도,횡령][공1987.4.1.(797),483]
판시사항

임의성 있는 자백의 증명력

판결요지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자백이 증명의 자료로서 사용될 자격 즉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자백의 신빙성 유무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혹은 자백외의 정황증거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서석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중 존속살인의 점에 관하여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절도등 전과 2범인 자로서 인천전문대학무도과를 졸업했고 일정한 직업이 없으면서도 1983.경 공소외 1에게 인하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새한자동차주식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여 동녀를 속이고 이에 속은 동녀와 교제하다가 1984.3.15경 동녀와 결혼하였으나 일정한 직업이 없어 공소외 1이 경영하는 구멍가게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되어 가장으로서 체면이 없게되자 1985.7.경 공소외 1과 장모인 피해자 에게 선박회사인 대한교역에 취직이 되었다고 거짓말하고 매일 아침에 출근한다면서 집을 나와서 시내 각처를 배회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귀가하는 생활을 되풀이 하던중 공소외 1에게 회사에서 받은 월급이라면서 줄 돈을 마련할 길이 없자 피해자 가 평소에 계를 조직하여 운영하면서 걷은 계금을 보관하고 있는 것을 알고 1985.7.하순경 피해자 집 장농에서 현금 180,000원을 절취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해 8.19 금 480,000원을, 같은해 9. 하순경 그820,000원을 각 절취하고, 같은해 11.4 피해자가 피고인 명의로 예금해놓은 금 2,000,000원중 금 1,000,000원을 임의 인출하여 횡령하였는데 피해자가 위 절취사실을 눈치채었을 뿐 아니라 1985.11.경 피해자가 피고인 명의로 예금한 예금통장을 달라고 하자 자기가 위와 같이 금 1,000,000원을 횡령한사실을 감추기 위하여 피해자에게 금 1,000,000원을 자기 회사직원에게 빌려주었는데 같은해 11.하순까지 받아 주겠다고 거짓말하였다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같은해 12. 초순경까지 받아 주겠다고 했다가 이 약속도 지키지 못하여 피해자로부터 독촉을 받자 다시 같은해 12.20까지 돈을 받아 주겠다고 해놓고는 돈을 마련할 길이 없자 피해자를 살해하면 위와 같이 동녀의 돈을 절취, 횡령한 사실을 영구히 은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같은 해 9.경 자기형인 공소외 2로부터 물고기를 잡는데사용한다는 명목으로 받아 보관하고 있던 청산염(속칭 사이나)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결의하고 1985.12.23.19:50경 피해자의 집에서 당시 감기를 앓고 있던 피해자가 일부 복용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복용하려고 남겨둔 채 그 집 방안 경대위에 놓아둔 감기약인 올시펜 물약병을 몰래 들고 나와서 그 곳으로부터 7,8미터 가량 떨어진피고인 집으로 돌아와 처인 공소외 1에게 자기가 사온 통닭을 함께 먹게 장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하여 동녀가 피해자 집에 간 사이에 위 올시펜 병에 미리 소지하고 있던 청산염 덩어리를 넣고 흔들어 녹인 후 이를 다시 피해자 집에 가져다 놓아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마시게 하려다가 위 약이 부옇게 흐려져서 그대로 가져다두면 자신의 범행이 곧 탄로날 것 같자 이를 자기집 작은 방에 있는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 피해자가 바로 위 약을 찾을 것에 대비하여 인근 약국에 가서 위 올시펜 1병을 새로 사와서 이를 약간 마셔 피해자가 먹다 남은약의 분량과 비슷하게 만들어 자기집 큰방에 있는 텔레비죤 장식대 위에 올려 놓은 후 그 다음날인 같은달 24.08:5경 출근한다고 집을 나가면서 정을 모르는 공소외 1에게 피해자의 약이 어디 있는지 특정하지도 아니하고 어머니 감기약이 있으니 가져다 드리라고 하였으나 동녀는 위 약을 피해자에게 가져다주지 아니하고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 같은날 10:30경 피해자가 자기집에서 위 약을 찾다가 없자 평소 왕래가 잦은 피고인의 집에다가 위약을 놓아둔 것으로 생각하고 정을 모르는 동녀의 아들 공소외 3에게 "자형집에 가서내가 먹던약을 찾아오라"고 하여 동인이 피고인의 집으로 가서 큰방에 있는 텔레비죤 장식대 위에 놓여있는 올시펜병을 가져다 주자 피해자가 이를 조금 마시다가 "이것은 내가 먹던 약병과 틀리니 다시가서 내가 먹던 약병을 찾아오라"고 시켜 동인이 다시 피고인의 집으로 가서 작은방에 있는 피아노 위에 놓여 있는 올시펜병을 가져다 주자 피해자가 자기가 먹던 약병임을 확인하고 이를 몇모금 마심으로써 청산염 중독으로 사망하게 하여 동녀를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2.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제1심판결 판시와 같이 피해자 집에서 피해자가 마시다가 남겨둔 올시펜감기약병을 피고인 집으로 가져와 남아있던 감기약을 모두 마시고 그 약병에다 피고인이 1985.9.경 입수하여 소지하고 있던 청산염 한덩어리를 넣고 물을 부어 이를 녹인 후 그 약병을 피고인 집 작은방 피아노 위 사진특 뒷쪽 우측에 놓아둔 다음 약국에서 새로운 올시펜 감기약을 사다가 약간 마신후 이를 큰방 텔레비죤 장식대 위에 놓아두고 그 다음날 아침 공소외 1에게 피해자의 감기약을 가져다 주라고 말한 사실과 피해자가 아들인 공소외 3에게 피고인 집에 가서 피해자의 감기약병을 찾아오라고 시켜 동인이 처음에는 안방 텔레비죤 장식대 위에 놓여 있는 진짜 감기약병을가져다 주었으나 피해자가 이를 조금 마신 후 약병 모양이 틀리다는 이유로 (위 감기약병들은 같은 제약회사의 같은 제품이나 다만 그 약병 모양이 피해자가 종래 마시던 것은 신형이고, 피고인이 새로 사온 것은 구형이다) 자기가 복용하던 약이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찾아 오도록 시켜 동인이 피고인 집에 다시 가서 피고인 집 작은방 피아노 위 사진틀 뒤쪽에 놓여있던 청산염이 든 약병을 찾아다 주자 피해자가 이를 자기가 먹던 감기약인 줄 알고 이를 마시고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피고인은 경찰 및 검찰에서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피해자가 먹던 감기약병에 청산염을 넣어놓은 것이라고 자백하였으나 1심법정부터는 피고인이 귀가하면서 사가지고 온 통닭을 피해자와 함께 나누어 먹기 위하여 피해자를 부르러 피해자 집에 들렀으나 피해자 집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피해자를 부르지 못하고 나오다가 피해자가 복용중이던 감기약병이 보이길래 그당시 피고인에게 감기 기운이 있어 이를 복용하려고 피고인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서 그당시 감기약이 얼마 남지 아니하여서 피고인이 조금 마시자 감기약병이 비게 되었는데 마침 그 빈병에다 피고인이 물고기를 잡는데 사용하기 위하여 비닐봉지로 싸서 장농에 걸어놓은 의복주머니에 넣어둔 청산염을 보관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그 병에다 청산염을 넣은 후 이를 눈에 잘 띄이지 아니하는 곳에 보관하여 둘 생각으로 평소 피고인 가족이 거처하지 아니하는 작은방 피아노 위에 놓아둔 사진틀 뒤쪽에 치워두고, 피해자의 감기약을 피고인이 다 마셔버린 결과가 되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줄 생각으로 같은 감기약과 쌍화탕 1병을 새로 사서 피고인이 조금 마신 후 피고인 가족이 평소 거처하는 큰방 텔레비죤 장식대 위에 올려놓고 공소외 1에게 피해자의 약을 가져다 주라고 말한 것 뿐으로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복용시키거나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피해자가 복용하던 감기약병에 청산염을 넣어둔 것이 아니라고 변소하면서 수사기관에서의 피고인의 위 자백은 고문에 의하여 이루어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주장한다.

3. 그런데 원심은 그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우선 외부적 사정으로서 피고인은 처음부터 그 처와 피해자 등에 대하여 1심판시와 같이 자신의 학력, 경력(결혼 전의 직장), 전과(그로 인한 병역문제와 관련하여)등의 사실을 속이거나 감추고, 나중에는 취직을 가장하기까지 하는등 허위에 찬 이중인격적인 생활을 계속하여 왔고, 취직을 가장하고 부터는 월급명목의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바로 측근에 있어 가장 손대기 쉬운 피해자의 돈을 수회에 걸쳐 절취 내지 횡령하다가 피해자의 의심을 사 그의 추궁을 받기에 이르고 그중 횡령액 100만원의 변상문제를 1985.12.20까지 유예받았으나 그때까지도 돈 준비가 될 가망이 없는 상태였고, 처에게도 2개월분 이상의 월급을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었으며, 내부적 사정으로서 피고인은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어서 피해자 등에대하여 자신의 약점이나 잘못을 적극적으로 털어놓지 못하고 끝까지 이를 위장하려고만 하여 위와 같은 취직가장, 절도, 횡령 등의 비행까지 저질렀으나 그 결과 피해자에게서 의심을 받게되자 일상적으로 대하는 피해자의 존재에 한층 더 불안과 부담을 느낀 나머지 끝내는 피해자의 제거를 꿈꾸는 도피적 심리가 작용하게 된 것으로 인정되고, 여기에다가 절도범행이 피해자에게 발각된 후인 1985.9.경 물고기를 잡는데 사용한다는 명목으로 독극물인 청산염을 입수하여 그 이래 이를 보관하여 왔고, 1985.12.23 저녁 피고인이 통닭을 사가지고 귀가하면서 먼저 피해자의 집에 들러 피해자가 부재중임을 확인하고 그가 복용하다 남겨둔 감기약 올시펜병을 들고 왔으면서도 처에게 이를 묵비하고는 통닭을 함께 먹게 장모를 모시고 오라고 하여 처가 피해자를 부르러간 틈을 타 위 올시펜병에 소지하고 있던 청산염을 넣었으나 색깔이 부옇게 변하는 등 눈에 뜨일 염려가 있게되자 다시 처 모르게 올시펜 1병을 사와서는 새로사온 약병과 청산염이 든 약병을 모두 눈에 잘 띄고 손이 잘 닿을 수 있는곳에 놓아두고(다만, 새로 사온 약병을 좀 더 잘 눈에 띄는 곳에 두었다), 이튿날 아침 처에게는 막연히 피해자에게 감기약을 가져다 주라고만 말해주고 출근하는양 집을 나와서는 10:00경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 다시 11:30경 집으로 돌아 온 사실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1985.9.청산염을 입수할 무렵 이미 막연하게나마 피해자에 대한 살해의 뜻을 품기 시작하였고, 다만 그 구체적인 시도는 보류하고 있던 중 마침내 1985.12.23경 위 청산염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결의하고, 그 방법으로 일단 통닭을 준비하였다가 감기약병을 보고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생각을 바꾼 다음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하지 못한채 망설이던 끝에 위와 같이 약병 2개를 모두 놓아 둠으로써 실패의 가능성을 감수하는 대신 우발적인 사고를 가장하고자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므로 결국 피해자의 감기약병에 몰래 청산염을 넣을 때 살해의 범의를 확정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그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볼 것이고 그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실행방법을 취함으로써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그 범의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같은 취지에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고, 나아가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한 피고인의 검찰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자료가 없다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4.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1985.9.경 고기잡이를 하는데 사용한다고 하여 피고인의 형으로부터 청산염을 얻었고, 피고인이 피해자가 먹던 감기약병에 넣어둔 청산염이 그 당시 입수한 청산염의 일부인 사실과 피고인이 1985.12.23 저녁에 귀가하면서 통닭을 사가지고 온 사실 등은 인정되나 원심이 들고 있는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원심판시와 같이 위 청산엽을 입수할 무렵부터 이미 막연하게나마 피해자에 대한 살해의 뜻을 품기 시작하였다거나 위 통닭을 살해의 방법으로 준비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며, 한편 공소외 1과 피고인의 처남인 공소외 3, 4의 수사기관과 1심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제1심판결이 판시한 피고인의 위 절취행위중 피해자가 단정적인 의심을 품은 것은 1985.8.19 금 480,000원을 절취한 것 뿐이고, 그에 대하여는 이미 피해변상을 하여 주었으며(수사기록 제256정 공소외 1 진술조서 참조), 나머지 절취행위에 대하여는 혹시 피고인의 소행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의심을 품고 있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에게 이를 내색하거나 그 범죄사실을 추궁하는등 하여 피고인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거나 핍박을 가한사실이 없으며 위 횡령행위에 대하여도 피해자가 다소 의심을 하기는 하였으나 명백히 알아 차리지 못하고 피고인 말에 따라 회사 직원에게 빌려준 것으로 생각하면서 빨리 받아 오라고 막연히 독촉하는 정도에 지나지 아니하였으며, 위와 같은 정도의 사실은 피해자 뿐 아니라 공소외 1 역시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과 피해자는 평소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정도로 사이가 친밀하였으며, 피고인의 위 절취행위나 횡령행위로 인하여 혹은 다른 이유에서라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다투거나 사이가 나빠질 만한 일이 없었던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청산염을 넣기전인 1985.12.22경 신문광고를 통하여 주택임대차계약서를 가져가면 주택임대차보증금을 담보로 하여 금원을 대여하여 주는곳이 있음을 알아내고 청산염을 넣어둔 다음날로서 사고당일인 1985.12.24 아침에 피고인 거주가옥에 관한 임대차계약서를 담보로 금 2,000,000원을 차용하여 금 1,000,000원은 피해자에게 횡령금을 변상하고, 나머지 금 1,000,000원은 밀린 월급조로 공소외 1에게 줄려는 마음을 먹고 공소외 1 몰래 위 임대차계약서를 가지고 집을 나와 전화로 금전대여 여부를 확인한 바 사실임을 확인하고 피해자 집에 전화를 걸어 오후에 월급이 나오니 공소외 1을 시내에 내보내 달라고 연락한 후 금전을 대여하여 준다는 곳을 찾아갔는데 뜻밖에 피고인의 임대차계약서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이어서 금전을 대여하여 줄 수없다고 거절당하자 공소외 1이 시내에 나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하여 서둘러 집으로 귀가하였다가 피해자의 위 사고소식을 알게 된 사실이 인정되는 바, 피고인이 평소부터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그 기회만을 찾고 있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위 절취행위나 횡령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로부터 심한 독촉이나 모욕을 받았다는 등의 사정이 있지도 아니하였고, 피고인으로서는 그 다음날 임대차계약서를 담보로 금원을 차용하여 횡령변상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태에서, 더우기 피고인의 처 역시 피해자가 알고 있는 정도의 피고인의 비행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통닭을 나누어 먹기 위하여 피해자를 부르러 갔다가 피해자 집에 아무도 없고 피해자감기약병이 놓여 있다하여 순간적으로 1심판시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여 피고인의 범행을 은폐시키기로 결의하였다거나 혹은 원심판시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의심을 받게되어 일상적으로 대하는 피해자의 존재에 불안과 부담을 느낀 나머지 끝내 피해자의 제거를 꿈꾸는 도피적 심리가 작용되어 오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감기약병을 보고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결의를 하게 되었다는 것은 평소 친밀하게 지내던 장모를 독살하려는 범행의 동기로서는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할 것이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집은 전면에 가게가 있고, 그 다음에 작은방이 있고, 작은방을 거쳐 맨뒤에 있는 큰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피고인 가족은 평소 큰방에 거처하고 작은방에는 거처하지 아니하는 사실, 피고인이 독약 감기약병을 놓아 둔 곳은 작은방 피아노 위에 놓여 있는 사진틀 뒤쪽 우측으로서 큰방에서 일어서서 작은방에 측면만 보이도록 놓여 있는 피아노 위쪽을 쳐다보면 사진틀 위쪽에 놓여 있는 위 독약 감기약병이 보이나 큰방에서 보더라도 앉아서 쳐다보거나 혹은 작은방 피아노 정면쪽에서 쳐다보면 위 독약병이 보이지 아니하며,피고인이 새로사온 진짜감기약병을 놓아둔 곳은 피고인 가족이 평소 거처하는 안방에 있는 텔레비죤장식대 위로서 눈에 잘 띄는 곳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위와 같은 상황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는 진짜 감기약병을 제쳐두고 눈에 잘 안띄는 곳에놓여 있는 독약 감기약병이 피해자에게 전달되거나 혹은 진짜 감기약병이 먼저 전달되더라도 피해자가 원래의 약병을 찾아오라고 하여(피해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감기약병 모양이 다르다는 것과 남아 있는 감기약의 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사진틀 뒤쪽에 놓아둔 독약 감기약병을 다시 찾아다 주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보이는 점과 독약 감기약병이 부옇게 흐려져서 탄로날 위험이 있다면 이는 피고인 자신이 독약 감기약병을 피해자 집의 제자리에 가져다 놓던가, 피고인의 처를 시켜 가져다 주게 하던가 그 들킬 위험성은 마찬가지이고, 또한 피고인이 아무리 우연인 것처럼꾸며 피고인의 처를 시켜 독약 감기약병을 가져다주게 함으로써 사고사를 가장하더라도 그 약을 복용하고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면 약을 가져다 주라고 시킨 피고인이 직접적인 의심을 받을 것임은 뻔한노릇이고, 비록 형사적 혐의는 벗어난다 하더라도 처가집 식구들로부터 평생 원망을 듣게될 것임에 반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감기약병을 들고 나올 당시 아무도 본 사람이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을 드나드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피고인 스스로가 아무도 모르게 독약 감기약병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은 비교적 용이할 것으로 보이고, 또한 그와 같은 방법을 택하는 것이 원심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시도하는 것보다 목적달성의 가능성이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범행을 은폐시키기에도 훨씬 더 용이한 방법으로 보이는 점등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독살하려고 감기약병에 청산염을 넣고서도 그 색깔이 부옇게 흐려져서 그 감기약병을 가져다 놓으면 범행이 곧 탄로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자신이 위 독약 감기약병을 제자리에 가져다 두는 방법을 포기하고 이 사건과 같은 방법을 택함으로써 실패의 가능성을 감수하는 대신 우발적인 사고를 가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였다는 것은 너무나 기교적인 설명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할 것이니, 위와 같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동기가 수긍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방법을 택한 이유가 납득키 어려운 점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의사로 피해자가 마시던 감기약병에 청산염을 넣어 놓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5. 한편 피고인은 검사앞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하여 청산염을 넣어 놓았다고 자백하였고, 기록상위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위법사유가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 있지는 아니하여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자백이 증명의 자료로서 사용될 자격 즉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 자백의 신빙성 유무는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혹은 자백외의 정황증거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 당원 1983.9.13. 선고 83도712 판결 ; 1985.2.26. 선고 82도2413 판결 등 참조),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정황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살해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자백은 위와 같은 정황증거들에 저촉되는 신빙성 없는 자백으로서 믿을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6.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한 존속살인 사실을 인정처단해 버린 원심판결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인정하였거나 심리미진 및 이유불비의위법을 범하였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는 한편 이 사건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상고이유를 내세우지 아니하고 있는 원심판시의 절도죄와 횡령죄에 관한 부분의 상고는 그 이유없다 하겠으나 원심판결은 위의 죄들과 이 사건 존속살인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으로 처단하고 있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여 이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최재호 김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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