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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구지방법원 2016. 10. 19. 선고 2015노3877 판결
[명예훼손][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이수현(기소), 이근정(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김현익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혹은 법리오해

이 사건 호소문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불과하고, 공공성·사회성을 지닌 사안에 관하여 내부구성원에게 문제점을 알려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좋은 의도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으로 볼 수 없어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위 호소문을 작성 발송하였으므로 형법 제310조 에 따라 그 위법성이 조각됨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적시 여부에 관한 판단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혹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여야 하는바, 어떤 표현이 명예훼손적인지는 그 표현에 대한 사회통념에 따른 객관적 평가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기초로 이 사건 호소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 재단법인 ○○△△△이 아무런 죄도 없는 한센인들을 강제추방하고, 강제추방 당한 한센인들이 △△△에 입소하여 줄 것을 호소하자 용역들과 전투경찰 수십 명을 동원하였으며, △△△의 부지를 불법으로 팔아치웠고, 월 임대료를 이중으로 받아왔음이 확인되었다는 등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혹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명예훼손의 고의 또는 위법성 조각사유 존부에 관한 판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형법 제310조 에 따라 처벌할 수 없는데, 여기서 '진실한 사실'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일부 자세한 부분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도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하는데, 여기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는 것이고,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당해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 때문에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 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594 판결 ,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기초로 이 사건 기록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① 피해자 재단법인 ○○△△△은 한센병 환자의 구호와 보호 등을 설립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한센병 환자들을 보호, 요양하는 시설인 △△△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 ② 피해자는 2010. 초경 △△△에 입원한 한센병 환자 공소외 2를 상대로 △△△에서의 퇴거 등을 구하는 소(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0가단5452 )를 제기하였다가 공소외 2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아니함으로써 2010. 4. 28. 무변론 승소 판결을 선고받았고, 2010. 5. 15.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③ 그러자 피해자는 위 판결 정본을 근거로 하여 공소외 2를 △△△에서 퇴거시켰고, 2006.경에는 피해자의 임원진과 갈등이 있었던 한센병 환자 공소외 3 등도 퇴원 조치한 바 있었는데 이는 법원의 판결에 기초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사실, ④ 이후 공소외 1(대판:공소외인), 공소외 2 등이 △△△에서 퇴원 조치된 한센병 환자들의 재입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거나 △△△에 무단으로 들어가 퇴원 조치에 항의하자, 피해자 측이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관들이 출동한 적이 있었고, 피해자도 자체적으로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경호원들을 고용한 사실, ⑤ (방송국명 생략) 「(프로그램명 생략)」에서 2010. 10.경 △△△이 재단운영방식에 이의를 제기한 한센병 환자들을 쫓아내고, 중증 장애를 가진 한센병 환자를 방치하고 있으며, 지난 6년간 100억 원 가까운 재산이 증발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 언론에서 이와 유사한 취지의 기사들을 보도하였고, 이미 2008. 10. 20.경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의 내부 비리문제가 거론되기도 한 사실, ⑥ △△△이 2013. 8.경 □□□□ 회관 부지를 매각할 당시 공개입찰 절차에 따르기는 하였으나 대구광역시가 단독응찰함으로 인하여 결국 대구광역시에 매각되었고, 매각 전인 2013. 7. 29. 개최된 ◇◇◇◇◇◇◇회 임원회에서 위 부지 매각 청원 건에 대하여 이를 허락하는 결의가 아닌 “서기가 사실 확인한 후 총회장의 허락을 받아 처리하기로 한다”라는 결의만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호소문은 피고인이 이처럼 이미 알려졌던 사실 또는 제기되었던 의혹들을 바탕으로 공소외 1(대판:공소외인)의 동의를 받아 그의 명의로 작성하여 발송한 것으로서, 월 임대료 이중수령과 같은 세부적인 내용이 진실임이 확인되지 않고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기는 하나 앞서 살펴본 여러 사실에 비추어 보면 전체적인 취지에 있어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거나 피고인에게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실제로 검사는 피고인을 형법 제307조 제2항 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하였다가 원심에서 피고인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적용법조 및 공소사실을 형법 제307조 제1항 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원심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공소장이 변경되기도 하였다).

또한, 앞서 본 인정 사실에 피고인이 이 사건 호소문을 일반에 공개하지 아니하고 △△△ 임원의 선출기관인 □□□□ 회원들에게만 발송한 사실까지 더해보면, 이 사건 호소문은 퇴원 조치된 한센병 환자들을 재입원시키거나 △△△의 내부비리를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최소한 △△△ 임원의 선출기관인 □□□□ 구성원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 즉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이 사건 호소문을 작성하여 발송한 주요한 목적도 공공의 이익에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명예훼손의 범의가 없거나 형법 제310조 에 의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인에게 이 사건 호소문을 발송한 데 다른 사익적 목적이 일부 개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함에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 재단법인 ○○△△△(이하 ‘△△△’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2007.경부터 공소외 4 등으로부터 △△△ 공사를 발주받아 왔는데, 피고인을 도와주던 공소외 4 등이 ○○△△△의 부지 매각 과정에서 배임수재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고, 그 과정에서 원생인 공소외 2 등이 △△△을 나가게 되자, △△△을 사회복지사업법위반 등으로 고소하였다가 위 고소를 취하하고, ○○△△△ 협의회를 결성하여 위 협의회의 사무장이 되었고, 그 후부터 공소외 2 등의 △△△ 복귀를 요구하며 계속해서 △△△에 이의를 제기했다.

피고인은 공소외 1(대판:공소외인) 등이 공소외 2의 △△△ 복귀를 요구하며 △△△ 앞에서 시위하자, 공소외 1(대판:공소외인)의 명의로 △△△에 대해 비방하는 말을 담은 호소문을 작성하여 △△△ 이사 등의 선출기관인 대구 □□□□ 장로들에게 보내기로 마음먹고, 2013. 10. 1.경 대구 서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A4용지에 컴퓨터를 이용하여 공소외 1(대판:공소외인) 명의의 호소문이라는 제목으로 “○○△△△에는 한센인들에 대한 인권유린 및 불법부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이 강제추방 당해 노숙을 하는 한센인들이 △△△에 입소하여 줄 것을 호소하자 용역을 부르고 공권력을 동원하는 등 인권유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5명의 힘없는 한센인들이 △△△에 입원시켜달라고 원장 면담을 요청하니 용역들과 전투경찰 수십 명을 동원하여 또다시 저희들을 강제추방합니다.”, “△△△은 그 부지(□□□□ 회관 부지)를 불법으로 또 팔아치웠습니다.”, “임대보증금은 보관하였다가 임대인이 나갈 경우 지급하여야 하는데 수억 원에 달하는 그 임대보증금이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월 임대료도 2중으로 받아 왔던 것이 확인되기도 하였습니다.” 등의 문구를 기재하는 방법으로 문서를 작성한 후 같은 날 대구 서구 (주소 2 생략)에 있는 ▽▽▽우체국에서 ◎◎◎◎◎◎◎◎◎회 통합처 소속의 □□□□ 회원들 약 182명에게 우편을 이용하여 위 호소문을 발송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공소외 2 등 강제 퇴거된 원생들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적법하게 퇴거된 것으로 아무런 죄도 없이 강제추방된 것이 아니다. 또한, 공소외 1(대판:공소외인) 등이 공소외 2 등을 재입원시켜달라고 하면서 무단으로 △△△에 침입한 후,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2를 재입원시켜주지 않으면 △△△을 박살내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위협을 가하고, 원생들을 밀쳐 넘어지게 하는 등 폭력을 행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하였으며, 이후 △△△ 측에서 원생들의 안전을 위하여 경호원을 고용하였던 것이고, 당시 △△△이 용역이나 전투경찰을 동원하여 한센인들을 강제추방한 사실이 없다. 한편 2013.경 이루어진 △△△ 부지 매각 부분은, 피고인이 협의회 명의로 이의를 제기하는 등 위 매각 절차에 참여하여 그 매각 방식이 공개입찰 방식 등으로 변경되었고, 그 후 공개입찰 절차에 따라 매각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 월 임대료를 이중으로 받아 왔음이 확인된 사실도 없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만연히 사실이라고 믿고, 위와 같이 공소외 1(대판:공소외인) 명의로 △△△의 한센인 강제추방, 불법부지매각 등 각종 불법행위가 사실인 것처럼 기재된 호소문을 작성하여, 이를 □□□□ 회원들 약 182명에게 우편으로 발송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앞서 제2의 나.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윤직(재판장) 문현정 이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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