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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고등법원 2003. 7. 24. 선고 2002노1153 판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미간행]
피 고 인

이석채

항 소 인

피고인외 1인

검사

정명호

변 호 인

변호사 이민희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및 변호인

(1) 사실오인

(가) 피고인이 청문평가의 채점방식을 이른바 평균배점방식에서 이른바 전무배점방식으로 변경하고 기업의 경제력 집중의 폐해에 관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인이 삼성과 현대의 연합 콘소시움인 에버넷을 개인휴대통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탈락시킬 의도를 가지고 채점방식을 변경하거나 심사위원들에게 경제력 집중 등을 강조한 것이 아니다.

(나) 채점방식을 이른바 평균배점방식에서 이른바 전무배점방식으로 변경한것은 청문심사에 주어진 점수가 매우 적다는 점, 심사항목이 5개 항목으로 나뉘어 점수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서류심사의 역기능을 치유한다는 청문심사제도 도입의 의의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서, 그 변별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공소외 1, 2등의 실무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최종 채택은 심사위원들이 결정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심사위원들에게 이른바 전무배점방식을 권유한 것일 뿐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

이른바 전무배점방식은 채점방식의 내용이지 배점방식의 내용이 아니다. 통신위원회에서 심의한 평균배점방식은 정부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 정부가 적용하는 합산의 한 방식이고, 심사위원들이 정보통신부의 권유를 받아들여 채점방식을 전무방식(만점과 영점으로 채점)으로 평가한 이상 기왕의 평균방식대로 최고점·최저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점수를 평균냈으므로, 우와 같이 변경한 전무방식은 채점방식의 변경에 불과하고 배점방식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

또한 위와 같은 채점방식의 변경이 반드시 엘지텔레콤에 유리하게 작용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 청문평가의 심사위원 선정은 실무진의 건의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지 피고인이 능동적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고, 선정된 심사위원들은 모두 피고인이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고 전문적인 식견이 탁월한 사람들로서, 보안 관계상 서류심사에 비하여 충분한 시간과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청문 심사에 가장 적절한 사람들이므로, 청문심사위원 구성 및 심사과정에 아무런 문제점이 없었다.

(라) 피고인은 1996. 6. 3. 07:30경의 청문평가 심사위원들과의 조찬모임에서 “재벌들이 컨소시움을 형성하여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게 되고 기업경영의 도덕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이에 부합하는 공소외 3의 각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한편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청문심사시에 경제력집중이나 기업경영의 도덕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여 달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인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정책적 소신을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고 청문심사에 영향을 주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2) 법리오해

(가) 당시 시행되던 전기통신기본법 제37조 에 정한 통신위원회는 심의기관에 불과하므로, 통신위원회에서 청문심사의 심사방법을 평균배점방식으로 정하였다 하더라도 정보통신부장관은 재량에 의하여 그 방식을 변경할 수 있으며 이는 위법한 것이 아니다.

(나) 이른바 전무배점방식의 채택은 그러한 방식이 에버넷에 불리하고 엘지텔레콤에 유리하리라는 예견가능성이 전혀 없는 점, 그 선정된 청문평가의 심사위원들은 그 중 2명은 서류 심사위원들 추천에 의하여 자동 천거되었고 나머지 5명은 성격상 직책에 대한 임명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상임위원이나 중소기업청 소속의 공무원처럼 정보통신부장관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는 사람들인 점, 청문심사위원들은 모두 피고인이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고 소신과 판단이 뛰어난 사람들로서, 피고인과는 별개의 인격체라는 독자성을 갖고 있는 점, 청문심사위원들이 피고인의 위 조찬모임에서의 발언 내용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판단으로 청문평가를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미수죄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가사 피고인이 직권남용적인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제3자의 독립행위가 개입되어 피고인의 발언이나 채점방식의 변경이 심사위원들의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이상, 권리행사방해 결과에 대한 상당인과관계가 없어 결국은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다) 가사 피고인의 행위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이는 당시 통신장비제조업체가 서비스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하였고, 또한 장관으로서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정책적이고도 정당한 정책의지에 기인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정보통신부 장관으로서의 정당한 직무수행행위에 속하는 것이다.

(3) 양형부당

가사 유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형은 너무 무겁다.

나. 검사(양형부당)

이 사건 여러 양형 조건에 비추어 원심판결의 형은 너무 가볍다.

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즉,

피고인은 1995. 12. 21.부터 1996. 8. 7.까지 정보통신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개인휴대통신(PCS) 사업 등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비롯한 정보통신업무를 총괄하여 왔는데, 1996. 4. 19.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116 소재 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사업자 허가와 관련하여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심사기준(안)’을 마련하면서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절차에 청문심사 방식을 도입하고 사업계획서 서류심사와 병행 실시하되 각 심사시 평가 방법은 7인의 심사위원이 개별적으로 채점한 후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5개의 점수를 평균하여 평가하는 ‘평균배점방식’을 채택하고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996. 4. 20.경 그 평가방법을 피고인이 결재·확정하여 공고하는 등 피고인이 스스로 ‘평균배점방식’으로 사업계획서 서류심사(총 배점 97.8점), 청문심사(총 배점 2.2점)를 진행한 후 그 점수를 합산하여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결정하고 그에 따라 1996. 5. 23.부터 ‘평균배점방식’으로 사업계획서 서류심사를 실시하였으므로, 개인휴대통신 사업자 허가권자인 피고인으로서는 모든 신청자들이 평등한 조건 하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어야 하고, 청문심사를 함에 있어 신청업체들을 차별 취급하여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하거나 평가의 변별력을 해치는 방식으로 평가방법을 변경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1996. 5. 28.경 충남 도고 소재 한국통신 수련관에서 개인휴대통신 사업계획서 서류심사업무를 지원하던 당시 정보통신자원국장 공소외 4로부터 전화로 “장비제조업체군에서는 주식회사 엘지텔레콤(이하, ‘엘지텔레콤’이라 한다)과 에버넷(삼성·현대의 콘소시움)이 백중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비제조업체군에서는 한솔 피씨에스가 월등하다”는 내용으로 심사 중간상황을 보고받게 되자, 1996. 6. 4.로 예정된 청문심사를 종전의 ‘평균배점방식’으로 평가하게 되면 에버넷이 사업자로 선정되고 경쟁업체인 엘지텔레콤이 탈락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겉으로는 경제력 집중 억제, 중소기업 육성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내심으로는 청문심사 배점방식을 변경한 다음 청문심사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특정 업체인 엘지텔레콤을 사업자로 허가해 주기로 마음먹고,

1996. 5. 29. 정보통신부 장관실에서 당시 차관이던 공소외 1, 정보통신정책실장이던 공소외 2 등에게 청문심사의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배점방식을 정문심사위원 7명이 토론을 통하여 의견을 종합하고 다수로 우세업체를 정하여 세부심사항목별로 우세업체에게는 만점을 주고 경쟁업체는 영점처리하는 이른바 ‘전부 또는 전무배점방식’(이하, ‘전무배점방식’이라 한다)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고, 1996. 6. 2. 밤늦게 청문심사위원의 대부분을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장 등 피고인이나 정보통신부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위촉·통보한 후 1996. 6. 3. 07:30경 서울 종로구 서린동 154-1 소재 서울체신청 구내식당에서 청문평가에 참여할 심사위원들과 조찬을 하면서 그들에게 “재벌들이 컨소시움을 형성하여 사업에 참여 하는 것은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키게 되고, 기업경영의 도덕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 “청문심사시에 경제력 집중이나 기업경영의 도덕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여 달라”고 말하는 등 재계 1, 2위의 삼성·현대 연합 컨소시움인 에버넷에 불리하고 엘지텔레콤에 유리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이어 1996. 6. 3. 10:00경 정보통신부 장관실에서 피고인을 대리하여 청문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하는 차관 공소외 1 등에게 “심사 직적에 심사위원들에게 경제력 집중의 폐해와 기업경영의 도덕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청문심사 평가방법을 전무배점방식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청문심사 평가방식을 변경하고, 1996. 6. 4. 10:00경부터 서울 서초구 우면동 소재 전자통신연구원 강당에서 장비제조업체 부분 개인휴대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청문평가를 진행함에있어 차관 공소외 1이 청문이 끝난 후 구체적 평가행위를 함에 앞서 피고인이 지시한 대로 ‘전무배점방식’으로 청문 평가를 진행케 함으로써 엘지텔레콤이 ‘통신사업에의 참여 타당성’등 청문 세부심사항목 5개에 배정된 점수의 만점(2.2점)을 받아 사업자로 선정된 반면 경쟁업체인 에버넷은 영점 처리되어, 사업계획서 심사에서 엘지텔레콤보다 0.38점을 앞섰던 에버넷을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게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하여 에버넷이 엘지텔레콤과 적법한 행정절차 아래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여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권리의 행사를 방해한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사실인정을 한 다음, 피고인의 행위는 정보통신부장관인 피고인이 그의 권한에 속하는 개인휴대통신사업허가와 관련하여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것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에버넷이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권리(심사결과에 무관하게 정보통신부장관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위법·부당한 터이므로, 그러한 권리는 법률상 인정되는 권리라 볼 수 있다)를 방해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인의 행위는 범죄사실에 설시한 바와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사실관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1995. 12. 15.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인 공소외 5는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을 사업계획서 심사, 출연금 심사, 추첨 방식의 3단계로 한다는 내용의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요령’을 공고하였는데, 그 후 피고인이 1995. 12. 21.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취임한 다음 1996. 3. 8.에 이르러 기간통신사업자 선정방법을 변경하기로 하여 종전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요령’ 내용 중에서 추첨제를 점수제로 바꾸고, 개인휴대통신의 사업권은 통신장비제조업체군과 비장비제조업체군으로 나누어 1개씩 부여하며 기존의 사업자 심사기준에 기업의 도덕성, 경제력 집중 억제, 중소기업육성방안 등을 추가하겠다는 내용의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신청 수정공고’를 발표하였다.

(2) 피고인은 1996. 3.경 그 수정공고가 발표된 후에 “이전에 공보처의 민방을 허가 하면서 청문심사를 병행하였는데 잘 되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공소외 4, 6 등의 실무자들에게 청문심사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고, 이에 실무자들이 피고인에게 청문심사의 배점비율은 2 내지 3%로 하는 것이 적절하고, 평가는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점수를 평균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건의를 하자, 피고인이 그 건의내용을 수용하여 1996. 4. 19.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1996. 4. 20.경 개인휴대통신사업자 선정에 청문심사를 도입하되 그 심사는 7인의 심사위원이 개별적으로 채점한 후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5개의 점수를 평균하여 평가하는 이른바 ‘평균배점방식’으로 한다는 내용의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심사기준(안)을 발표하였다.

(3) 개인휴대통신 사업계획서의 심사는 1996. 5. 23.부터 1996. 6. 1.까지 사이에 한국통신 도고수련관에서 행해졌는데 피고인은 1996. 5. 28. 11:00경 사업계획서 심사업무를 지원하던 공소외 4로부터 “장비제조업체군에서는 엘지텔레콤과 에버넷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비장비제조업체군에서는 한솔PCS가 월등하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다음, 1996. 5. 29.경 공소외 1, 2가 있는 자리에서 청문심사의 변별력을 높여야겠다고 말하면서 여러 심사위원들이 토론하여 우세한 업체에 점수를 몰아주는 방식을 제안하여 공소외 1, 2도 이에 동의하였고, 다시 피고인이 당시 정보통신지원국 통신기획과 서기관이던 공소외 7에게 그 방식에 따른 구체적 평가 양식을 만들도록 지식하였는데 당시 피고인이 공소외 7에게 지시한 방식은 ‘각 항목별로 7명의 심사위원이 서로 의견을 교환한 다음 각자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하나의 기업을 선택하고, 그 중에서 다수가 선택한 기업에게 그 항목에 배정된 모든 점수를 주고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업은 0점 처리하는 방식’(이하, 앞서 본 바와 같이 ‘전문배점방식’이라 한다)이었다.

(4) 피고인은 청문평가의 심사위원 7명 중 사업계획서 심사위원들끼리 호선하여 선출한 공소외 8(영업 부분), 공소외 9(기술 부분)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을 직접 선정하였고, 위 나머지 5명은 통신개발연구원(KISDI)장 공소외 10,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공소외 3, 한국정자통신연구소(ETRI)장 공소외 11, 한국통신학회장 공소외 12, 중소기업청 산업1국장 공소외 13이었다. 통신개발연구원(KISDI)장 공소외 10과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장 공소외 11은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장들이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공소외 3은 그 이전에 정보통신부 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적이 한번도 없는 데다가 경제력 집중방지를 주요 업무로 취급하는 부서에 소속되어 있어 피고인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있었으며, 중소기업청 산업1국장 공소외 13 역시 경제력 집중 방지라는 명목의 피고인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있었다.

이어 1996. 6. 3. 07:30경 청문평가 심사위원들과 조찬을 하면서 “사업자 선정과정을 위한 1차 서류심사를 하였는데 서류심사로 측정하지 못한 부분을 청문심사에서 보충하려 한다. 청문의 배점은 총 100점 만점에 2.2점 만점에 불과하여 사업자 선정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재벌들이 컨소시움을 형성해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게 되고 이런 점에 대해서 여론도 좋지 않다. 청문평가에서는 경제력 집중문제와 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심사를 해 달라”고 말하면서(당시 피고인은 청문 평가가 전무배점방식에 의하여 채점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아니하였다. 공소외 3의 각 진술은 그 진술이 이루어진 전후 사정이나 진술태도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에 비추어, 그 신빙성이 충분히 있다) 다시 경제력집중의 폐해에 대해서 언급하였고 이에 대하여 심사위원인 공소외 10이 “그것은 앞으로 청문심사할 때 특정업체에 유리한 말로서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언급이니 너무 심한 말씀이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하였는데, 그런데도 피고인은 1996. 6. 3. 10:00경 장관실로 공소외 1을 불러 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와 도덕성 문제를 내일 청문장소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조찬모임에서 심사위원들의 동의를 이미 구했으니 청문심사 평가방식을 전무배점방식으로 하라고 다시 지시하였다.

(5) 한편, 청문평가의 심사항목은 ① 당해 사업의 향후 발전계획 및 실천방안, ② 차세대 관련기술계획 및 그 실현가능성, ③ 전문기술인력의 확보 및 양성계획, ④ 정보통신관련 중소기기제조업 및 S/W 산업육성의 종합계획, ⑤ 통신사업에의 참여타당성의 5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항목에 대하여 1996. 6. 4. 10:00경부터 12:00경까지 사이에 서울 서초구 우면동 소재 전자통신연구원 강당에서 장비제조업체 부분 개인휴대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청문 및 평가절차가 진행되었는데 심사위원들은 청문심사 직전에야 방대한 양의 자료를 배포받아 그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청문심사에 임했고, 청문심사 당시 청문평가가 전무배점방식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해 심사위원들이 청문을 하면서 그 전에 공고된 평균배점방식에 의해 평가한다는 전제 하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나름대로 평가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6) 청문심사 직후인 1996. 6. 4. 12:00경부터 13:00경까지 사이에 전자통신연구원 2층 소회의실에서 공소외 1 차관의 주재 하에서 청문결과에 대한 구체적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공소외 1은 다시 한번 기업의 도덕성과 경제력 집중 등을 강조한 다음 갑자기 배점방식과 관련하여 “각자 심사위원들이 채점하는 방식도 있지만 청문심사는 배점도 적은데다가 5개 항목에 대한 심사위원별 점수 차이가 다양하게 되면 변별력이 없으니 토론을 거쳐 우세한 쪽으로 점수를 몰아주면 별별력도 높이고 간편하지 않느냐”라고 말하면서 전무배점방식으로 평가하자고 말하였고, 이에 대해 심사위원 공소외 9가 “어떻게 한 업체에게는 100점을 주고 나머지 업체에는 0점을 주느냐”면서 항의하는 등 상당수의 심사위원들이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 심사위원들이 원래 정해진 룰이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면서 머뭇거리는 사이에 당시 통신기획과장이던 공소외 6이 전무배점방식에 근거한 채점표를 나누어주자 그 평가방식을 못 이긴 채 받아들였다.

(7) 결국 청문평가는 공소외 9가 차세대관련 기술계획 및 그 실현가능성의 항목과 당해사업의 향후 발전계획 및 실천방한의 항목의 2개 항목에 대해서만 에버넷에 우위를 주었을 뿐 다른 심사위원들은 모든 항목에서 엘지텔레콤에 우위를 주어 엘지텔레콤이 청문평가에 배정된 점수인 2.2점 만점을 받고 에버넷은 0점을 받아 에버넷이 이전의 사업계획서 심사에서 엘지텔레콤보다 0.38점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하였는데, 피고인은 1996. 6. 10.경 엘지텔레콤이 개인휴대통신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결과를 발표하면서 발표 당시 채점결과는 총점만 공개하였을 뿐 청문 평가의 방식이나 결과는 공개하지 아니하였다.

(8) 1996년 당시 시행되던 전기통신사업법 제5조 에 의하면 기간통신사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자는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장관은 위 허가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전기통신기본법 제37조 규정에 의한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장관은 위 허가를 함에 있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심사사항별 구체적인 심사기준, 신청방법 및 허가신청기간 등을 정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2조의2 제2항 에 의하면 정보통신부장관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조 제4항 규정에 의한 공고를 하고자 하는 경우 공고사항에 대하여 미리 전기통신기본법 제37조 의 규정에 의한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9) 청문평가에 배정된 점수는 총 2.2점이고, 심사항목 5개 항목의 각 배점은 ① 당해 사업의 향후 발전계획 및 실천방안 항목에 0.2점, ② 차세대 관련기술계획 및 그 실현가능성 항목에 0.4점, ③ 전문기술인력의 확보 및 양성계획 항목에 0.3점, ④ 정보통신관련 중소기기제조업 및 S/W 산업육성의 종합계획 항목에 1점, ⑤ 통신사업에의 참여타당성 항목에 0.3점이다.

라. 이 법원의 판단

형법 제123조 가 규정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구성요건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임은 법문상 명백하다.

(1)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있어서의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것을 불법하게 행사하는 것, 즉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법원 1991. 12. 27. 선고 90도2800 판결 , 1992. 3. 10. 선고 92도116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① 개인휴대통신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청문심사 도입과 청문심사 채점방식의 평균배점방식에서 전무배점방식으로의 변경이 모두 피고인이 실무자들에게 지시하여 이루어 진 것인 점, ② 피고인이 공소외 4로부터 엘지텔레콤과 에버넷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보고를 받은 바로 다음날 이미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고된 평가방법인 평균배점방식을 통신위원회의 심의나 공고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한 채 위법하게 임의로 전무배점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실무자들에게 지시하여 시행하도록 한 점, ③ 그 평가방법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청문심사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알리지도 아니하여 심사위원들은 심사 당시까지도 평균배점방식에 의한 채점을 하고 있었으며, 전무배점방식의 평가방법이 사전에 심사위원들의 논의와 의사수렴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점, ④ 심사기준 등은 통신위원회의 심의를거쳐 정보통신부장관이 공고하도록 되어 있어, 공고사항 중 심사기준은 물론 이미 정하여진 심사방법과 달리 심사위원들은 심사방법을 정할 수 없는 점, ⑤ 더구나 피고인이 변경한 채점방식인 전무배점방식과 이전의 평균배점방식은 i) 평균배점방식에서는 양 업체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하고 5명의 심사위원의 점수를 합산하여 평균하므로 열세업체에게도 부분점수가 인정되는데 반해 전무배점방식에서는 열세업체가 영점 처리되므로(열세업체가 7인의 심사위원 중 3인의 지지를 받는다 하더라도) 부분점수가 전혀 인정되지 아니하고, ii) 평균배점방식에서는 심사위원들 사이의 토론과정이 없는데 반해 전무배점방식에서는 토론을 거쳐 우세업체를 다수결로 결정하게 되므로 토론 과정에서 그 세부심사항목의 전문가인 발제자가 어느 특정 업체를 지지하면 비전문가인 나머지 심사위원들이 발제자의 의견을 쫓아갈 가능성이 있어 점수가 한쪽에 치우쳐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따라서 평균배점방식에서의 아주 근소한 차이가 전무배점방식에서는 만점과 0점의 극단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점에 비추어 이러한 전무배점방식은 아주 예외적인 평가방법으로 보이는 점, ⑥ 피고인이 변경하여 시행하게 한 전무배점방식(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7에게 변경된 방식에 따른 구체적 평가 양식을 만들도록 지시하였는데 당시 공소외 7에게 지시한 방식은 ‘각 항목별로 7명의 심사위원이 서로 의견을 교환한 다음 각자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하나의 기업을 선택하고, 그 중에서 다수가 선택한 기업에게 그 항목에 배정된 모든 점수를 주고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업은 0점 처리하는 방식’임)은 피고인의 주장처럼 단순히 ‘채점’방식의 변경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배점’방식의 변경으로서의 성격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고(예컨대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변경된 ‘채점’방식에 따라 우세업체인 A업체에게 7인의 심사위원 중 4인이 만점을, 나머지 3인이 영점을 채점하였다고 가정할 경우 배점을 평균배점방식으로 하면 최고점과 최저점을 각 제외한 다음 5인의 채점인 만점 3인, 영점 2인의 합계 300점을 평균하여 60점이 되지만, 피고인이 변경하여 시행한 전무방식에 의하면 이 경우 우세업체인 위 A업체는 만점 즉 100점을 받게 되고, 열세업체는 위 경우 평균배점방식에 의하면 최고점과 최저점을 각 제외한 다음 5인의 채점인 만점 2인, 영점 3인의 합계 200점을 평균하여 40점이 되지만 피고인이 변경하여 시행한 전무방식에 의하면 영점 즉 0점을 받게 된다. 이는 단순히 변별력을 높인다는 명목의 사소한 채점방식의 변경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배점’방식의 변경에까지 이르게 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 이 사건과 같이 사업계획서 심사에서 0.38점이라는 근소한 차이를 보인 백중 상태에서는 배점 2.2점의 청문심사에 전무배점방식을 도입할 경우 이는 전체의 심사결과 자체를 뒤엎을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을 가진 것인 점, ⑦ 피고인은 청문평가의 심사위원 7명 중 공소외 8, 공소외 9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을 직접 선정하였고, 위 나머지 5명은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장들 2명과, 경제력 집중 방지라는 명목의 피고인의 의사가 반영될 여지가 있던 사람들 2명을 포함시켰던 점, ⑧ 피고인은 공소외 4로부터 사전보고를 받아 엘지텔레콤과 에버넷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미 실무자들에게 청문심사의 평가방법을 전무배점방식으로 하도록 지시한 상태이었으므로 청문심사가 사업자 선정을 좌우하게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심사위원들과의 조찬모임에서는 청문심사가 사업자 선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한편, 이미 사업계획서 심사내용에 경제력 집중, 기업의 도덕성에 관한 항목이 포함되어 평가된 바 있고 청문심사의 5개의 심사항목에는 경제력 집중이나 기업의 도덕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찬 모임에서 이를 굳이 강조하였으며(심지어 재벌들이 컨소시움을 형성해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게 된다고 말하여 에버넷을 겨냥하는 언급을 하기도 하였다), 공소외 1에게 청문평가 직전에 다시 한 번 강조하게 한 점, ⑨ 더나아가 개인휴대통신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사업계획서 심사는 1996. 5. 23.부터 1996. 6. 1.까지 10일간에 걸쳐 이루어졌음에 반해 청문심사는 단 2시간에 걸쳐 그나마 심사 위원들에게 청문심사와 관련된 자료를 검토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하지 아니한 채 진행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정보통신부장관인 피고인이 그의 일반적 권한에 속하는 개인휴대통신사업자 선정허가와 관련하여, 형식적·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그 실질은 정당한 권한 이외의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가 방해되었는지 여부

(가) 형법 제123조 가 규정하는 타인의 권리행사방해죄에서 권리행사를 방해한다 함은 법령상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해당하려면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가 방해된 경우라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6. 6. 30. 자 86모12 결정 참조).

뿐만 아니라, 형법 제123조 의 타인의 권리행사방해죄가 기수에 이르려면, 권리를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행위에 결과가 발생한 것을 필요로 하므로, 공무원의 직권남용이 있다 하여도 현실적으로 권리행사의 저해가 없다면 본죄의 기수를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1978. 10. 10. 선고 75도2665 판결 참조).

(나)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이 그 행사를 방해하였다는 권리를 “에버넷이 엘지텔레콤과 적법한 행정절차 아래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여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 먼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직권남용행위로 말미암아, 에버넷이 사업계획서 심사절차가 종료된 이후 실시된 청문심사 및 평가절차에서, 엘지텔레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개인휴대통신사업을 비롯한 기간통신사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인 점, ② 장관이 위 허가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 부분에 관한 한 통신위원회의 성격이 심의기관인 점, ③ ‘이미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발표되고 사업계획서 심사에 적용된 평균배점방식’이나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채 부당하게 변경하여 청문평가시 시행하게 한 전무배점방식’ 자체는 각 에버넷이나 엘지텔레콤 중 어느 일방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이 아니고 에버넷과 엘지텔레콤을 모두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 점, ④ 청문 심사위원의 선정 자체는 장관의 재량권에 속하는 것이고, 청문평가의 심사위원 선정에 있어서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장 등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였지만, 피고인과 특별한 예산과 인사상의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한국통신학회장 공소외 12(당시 연세대학교 교수였다)를 포함시켰고, 더구나 사업계획서 심사위원들끼리 선출하여 피고인이 그 선정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공소외 8(영업 부분), 공소외 9(기술 부분)가 포함되어 있어, 청문심사위원 선정이 명백하게 에버넷에게 불리하다라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단정할 수는 없는 점, ⑤ 특히, 피고인의 위 조찬모임에서의 발언 내용과 관련하여, 청문심사위원들 중 공소외 9는 당시 자신은 위 조찬모임에 참석하지 않았고, 공소외 13을 제외한 대부분의 청문심사위원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 내용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판단으로 청문평가를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점, ⑥ 에버넷이 청문 심사 및 평가 절차에서 배제된 것도 아니고, 에버넷은 오전에 실시된 청문심사과정에서 보충발언의 기회까지 부여받아 발언하기도 한 점, ⑦ 이 사건 청문평가 절차에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발표된 평균배점방식에 의한 청문 평가가 이루어졌더라면, 평균배점방식이 부분점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무배점방식에 의한 평가보다는 에버넷에게 유리할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이 에버넷이 위 심사절차 안에서 향유하고 있는 이익 내지 지위는 에버넷 뿐만 아니라 엘지텔레콤 역시 공히 향유하고 있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평균배점방식 여부가 공고사항에 속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이 사건 청문심사 및 평가과정에서 에버넷만이 특별히 청문심사위원들에 의하여 불공정하게 대우받아 엘지텔레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라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라) 한편 ‘에버넷이 최종적으로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권리’라고 하는 것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직은 구체화된 권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가령 에버넷이 ① 사업계획서 심사결과만으로 청문심사결과(배점 2.2점)에 관계없이(즉 가사 0점을 받는다 하더라도) 엘지텔레콤보다 총점에서 앞선 것이 확실하다거나, ② 사업계획서 심사결과가 백중이어서 청문 심사결과까지 포함하여 최종적으로 합산한결과 엘지텔레콤보다 총점에서 앞선 것으로 확정된다면, 그러한 경우에는,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그 심사결과에 무관하게 정보통신부장관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위법·부당한 터이므로, 그러한 권리는 법률상 인정되는 권리라 볼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에버넷이 이전의 사업계획서 심사결과에서 엘지텔레콤보다 0.38점 우세한것에 불과하고 청문 평가의 배점이 2.2점으로 정하여져 있는 현실에서, 아직 청문 심사 및 평가 절차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청문 심사 및 평가 결과와 무관하게,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직권남용행위가 있었다는 사실과 에버넷이 이전의 사업계획서 심사에서 엘지텔레콤보다 0.38점 앞섰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에버넷이 최종적으로 개인 휴대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직권남용행위가 없었더라면, “에버넷이 청문 평가 결과를 포함하더라도 전체 심사결과 총점에서 엘지텔레콤보다 앞서 최종적으로 사업자를 선정될 수 있었는지 여부”, 즉 “에버넷이 청문심사에서 엘지텔레콤에 앞서거나, 엘지텔레콤에 뒤지더라도 적어도 0.38점보다 큰 점수차이를 허용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뒤질 수 있었는지 여부”(환언하면 “엘지텔레콤이 에버넷보다 ‘0.38점 초과의 차이’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사업계획서 평가의 열세를 뒤집을 수 없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청문평가에 배정된 점수는 총 2.2점이고, 심사항목 5개 항목의 각 배점은 ① 당해 사업의 향후 발전계획 및 실천방안 항목에 0.2점, ② 차세대 관련기술계획 및 그 실현가능성 항목에 0.4점, ③ 전문기술인력의 확보 및 양성계획 항목에 0.3점, ④ 정보통신관련 중소기기제조업 및 S/W 산업육성의 종합계획 항목에 1점, ⑤ 통신사업에의 참여타당성 항목에 0.3점으로 각 정하여져 있는 점, 2) 청문평가의 심사위원 선정에 있어서의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장 등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였지만, 피고인과 특별한 예산과 인사상의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한국통신학회장 공소외 12(당시 연세대학교 교수였다)를 포함시켰고, 더구나 사업계획서 심사위원들끼리 선출하여 피고인이 그 선정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던 공소외 8(영업 부분), 공소외 9(기술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청문심사위원 선정이 명백하게 에버넷에게 불리하다라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단정할 수는 없는 점, 3) 특히, 피고인의 위 조찬모임에서의 발언 내용과 관련하여, 청문심사위원들 중 공소외 9는 당시 자신은 위 조찬모임에 참석하지 않았고, 공소외 13을 제외한 대부분의 청문심사위원들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 내용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신들의 판단으로 청문평가를 결정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4) 에버넷이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하여는 이미 사업계획서 심사에서 엘지텔레콤에 0.38점 앞섰으므로 청문심사에서 엘지텔레콤에 앞서거나, 엘지텔레콤에 뒤지더라도 적어도 0.38점보다 큰 점수차이를 허용하면 안된다는 것이 계산상 명백한데, 청문절차에서 총 배점이 2.2점임을 감안하면 위 0.38점은 100점 만점으로 계산할 경우 17.27827(이하 생략)점에 해당하는 것임이 계산상 분명한 점, 5) 청문평가는 공소외 9가 차세대관련 기술계획 및 그 실현가능성의 항목과 당해사업의 향후 발전계획 및 실천방안의 항목의 2개 항목에 대해서만 에버넷에 우위를 주었을 뿐 다른 심사위원들은 모든 항목에서 엘지텔레콤에 우위를 준 점, 6) 청문심사에서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부당하게 변경된 전무배점방식’이 아니라 ‘이미 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발표되고 사업계획서 심사에 적용된 평균배점방식’에 의한 평가를 하였을 경우(이는 실제가 아니라 일종의 가상이므로, 이 점만으로도 에버넷이 최종적으로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보다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크다)에 관하여, 청문평가의 심사 위원들의 각 진술을 살펴보면, ① 공소외 13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의 증거로 함에 동의한 바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고, ② 공소외 11의 당심 법정과 검찰에서의 진술은, ‘엘지텔레콤과 에버넷의 답변에는 어느 정도 차이는 있었으나 크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으며 평균채점방식으로 청문평가를 하였다면 아무리 많은 점수차이를 둔다고 하여도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여점 차이였을 것으로 생각된다’(수사기록 제6책 제3권 제1010면)는 내용( 공소외 11 : 약 20점 차이)이고, ③ 공소외 9의 원심 법정과 검찰에서의 진술은, ‘어느 쪽이 우열이든 간에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93점에서 95점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공판기록 제244면)는 내용( 공소외 9 : 약2점 차이)이며, ④ 공소외 10의 원심 법정과 검찰에서의 진술은, ‘엘지텔레콤이 다소 우위라고 판단했고(공판기록 제261면, 수사기록 제6책 제6권 제2789면), 아무리 많은 점수차를 둔다고 하여도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업체에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80점 정도를 주고 나머지 업체는 20여점 이상의 점수 차를 주지는 않았다’(공판기록 제264-265면, 수사기록 제6책 제3권 제1086면, 제6책 제6권 2791면, 공소외 10은 원심 법정에서 ‘청문심사 점수가 총 2.2점이었으므로 증인의 경우에는 엘지텔레콤에게는 1.76점의 청문점수를 주었을 것이고 에버넷에는 최소한 1.32점 상당의 부분점수를 주었을 것으로 계산되는데, 그런가요’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예’라고 답변하였다-공판기록 제265면 참조)는 내용( 공소외 10 : 약 20점 차이)이고, ⑤ 공소외 3의 원심 법정과 검찰에서의 진술은 ‘제 나름대로는 엘지텔레콤이 통신사업에의 참여타당성 항목에서 나았다고 생각이 들어서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엘지텔레콤에 90점, 에버넷에 75점 상당을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공판기록 제422면, 수사기록 제6책 제6권 2804면)는 내용( 공소외 3 : 약15점 차이)이거나 ‘현장에서 답변한 것을 보면 엘지가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점수를 더 주었을 텐데 과연 점수차이가 10점인지 20점인지는 고민을 했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얼마의 점수차이가 났는지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공판기록 제440면)라는 내용이며, ⑥ 공소외 8의 검찰에서의 진술은, ‘엘지텔레콤이 약간 우세하다는 판단을 했고, 에버넷의 경우는 형식요건 미달로 0점처리하였을 것이고 엘지텔레콤의 경우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는 많은 사업과 그러한 사업수행을 위해 투입하려는 자금이 너무 작다는 답변간 모순된 점이 발견되어 40점 이상은 줄 수 없었다고 생각됩니다’(수사기록 제6책 제2권 제927면)라는 내용( 공소외 8 : 약 40점 차이)이고, ⑦ 공소외 12의 원심 법정 및 검찰에서의 진술은,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았다’(수사기록 제6책 제3권 제937면)는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직권남용행위가 없었더라면 “에버넷이 청문심사에서 엘지텔레콤에 앞서거나, 엘지텔레콤에 뒤지더라도 적어도 0.38점보다 큰 점수차이를 허용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뒤졌을 것이다”(환언하면 “엘지텔레콤이 청문심사에서 에버넷보다 ‘0.38점 초과의 차이’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사업계획서 평가의 열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즉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직권남용행위가 없었더라면 에버넷이 최종적으로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었다라고는 도저히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단정할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마)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그 행사를 방해하였다는 “에버넷이 엘지텔레콤과 적법한 행정절차 아래에서 공정하게 경쟁하여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권리”라고 하는 것은, 에버넷이 행사할 수 있는 구체화된 법령상 권리이라거나 형법 제123조 가 규정하는 타인의 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권리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와 같이 직권을 남용한 일련의 행위가 에버넷이 개인휴대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단정할 수는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바) 결국 이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일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피고인의 항소와 항소대상이 동일하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항소에 기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터이므로, 별도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지 아니한다), 이 법원은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은 바, 그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전효숙(재판장) 최종한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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