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인천지법 1999. 8. 18. 선고 96가합8303 판결 : 항소
[손해배상(기)][하집1999-2, 71]
판시사항

[1] 공해소송에 있어서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

[2] 공해소송에서 유해한 원인물질과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가 피해자에게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한 요건

[3] 비산된 유리섬유로 인하여 인근 주민들이 입은 건강장해 및 생활방해에 대하여 가해기업의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하면서 그 손해배상액을 주거지와 가해공장과의 거리 및 거주기간에 따라 차등 결정한 사례

판결요지

[1] 공해소송에서는 피해자가 가해기업이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어느 정도로 입증하였다면, 가해원인의 조사가 용이하고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는 가해기업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하고 이를 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형평의 관념상 적합하다.

[2]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인근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병군의 발생률이 역학조사결과상 일반적인 경우에 비하여 유의성이 인정될 정도로 높아서 유해한 원인물질이 그 질병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이 추정되어야 비로소 인과관계상 의미가 있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즉 위 질병군의 발병률이 유해한 원인물질과 관련이 없는 타 지역의 발병률과 유사하다면 이는 유해한 원인물질과의 인과관계상 의미 있는 손해로 볼 수 없을 것이다).

[3] 비산된 유리섬유로 인하여 인근 주민들이 입은 건강장해 및 생활방해에 대하여 가해기업의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하면서 그 손해배상액을 주거지와 가해공장과의 거리 및 거주기간에 따라 차등 결정한 사례.

원고(선정당사자)

변영택(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평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진재섭외 3인)

피고

피고주식회사(소송대리인 홍익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정규외 7인)

변론종결

1999. 5. 12.

주문

1. 선정자 민영복, 같은 김선배의 이 사건 소 중 각 금 1,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별지1목록 기재 선정자들(다만 선정자 민영복, 공정자, 김창하 제외)에게 별지7목록 기재의 각 금원 및 이에 대한 1996. 6. 12.부터 1999. 8. 18.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3. 선정자 공정자, 같은 김창하의 각 청구 및 나머지 선정자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선정자들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별지(1)목록 기재 선정자들에게 각 금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는 판결.

이유

1. 이 사건 분쟁의 경위

가. 원고 및 선정자들의 거주와 신분관계

(1) 원고 및 별지1목록 기재 선정자들(이하 ‘선정자들’이라고 한다)은 인천 남동구 고잔동에서 별지2목록 기재와 같이 장기간 거주하였는데 선정자들의 각 주거지는 위 목록 기재와 같이 인근에 있던 피고공장에서 25m 내지 350m 정도 떨어져 있었다(25m 내지 30m 떨어진 곳에 민관능 등 6가구의 주민들이 거주했고, 나머지 선정자들은 250m 내지 350m 떨어진 곳에 거주하였다).

(2) 선정자들은 위 주거지에 거주하면서 농업, 어업에 종사하거나 인근 공장에서 근로자로 근무하였는데 별지3목록 기재와 같이 피부질환과 호흡기 증상, 지방종, 소화기 질환 등의 지병을 앓고 있다.

(3) 소외 망 방인숙은 1937. 4. 1. 선정자 민관능과 혼인한 뒤 고잔동 1통에 거주하다가 1987. 4. 23. 사망하였는데 상속인으로는 위 민관능, 자녀들인 소외 망 민영기(장남), 선정자 민성기(차남), 같은 민명기(3남), 같은 민영숙(녀, 1971. 8. 21. 혼인하였다), 같은 민명숙(녀, 1985. 2. 6. 혼인하였다)이 있고, 장남인 망 민영기 역시 1961. 2. 13. 선정자 김선배와 혼인하여 이곳에 거주하던 중 1994. 4. 11. 사망하였는데 상속인으로는 처인 선정자 김선배, 자녀들인 같은 민영옥(1녀), 같은 민진경(2녀), 같은 민애경(3녀)이 있다.

[증 거] 다툼없는 사실, 갑제2호증의 14, 내지 21, 23, 24, 32, 35, 38 내지 40, 48 내지 51, 54 내지 64, 69 내지 71, 73, 갑제4호증의 1 내지 20, 22 내지 30, 갑제5호증의 1 내지 22, 갑제8호증, 갑제15호증, 갑제19호증

나. 유리섬유의 발생과 매립

(1) 피고회사는 1974. 11.경부터 선정자들의 인근 지역인 인천 남동구 논현동 (번지 생략) 공장에서 건축용 유리섬유를 생산하기 시작하여, 연간 약 630만 톤 정도를 생산하였는데 이로 인한 생산제품 중의 불량품 등 유리섬유 폐기물의 발생량은 연간 60여 톤에 이르렀다.

(2) 유리섬유는 광물원료를 고온으로 가열하여 녹인 후 가늘고 길게 늘여 뽑아 성형한 후 급랭시켜서 만든 섬유 형태의 유리로서, 피고는 건축물의 벽체, 배관설비, 보일러 및 냉장고 등에 단열, 보온, 방음재료로서 사용되는 단섬유(솜면이라고도 한다)를 생산하였다. 피고회사의 유리섬유 제조공법은 가장 기초적인 화염분사식의 낙후된 공법(일명 화염식)으로 발열체를 사용한 전기로에 수집상으로부터 공급받은 판유리를 투입시켜 액상의 유리를 녹여낸 뒤 이를 내화물 판의 각 노즐로부터 인출시켜 유리실로 만들고 이를 다시 화염으로 분사하여 유리섬유를 만드는 방식이었는데, 피고회사는 1986. 이전에는 유리섬유 굵기가 10 내지 12㎛ 정도의 제품을 생산하다가 공법개선을 하지 못하여 1989. 12.말.경 유리섬유 생산을 중단하였고, 이후부터는 타회사가 생산한 유리섬유 제품을 구입하여 이를 이용한 임가공작업만을 하였다.

(3) 피고회사는 유리섬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규격별로 절단한 후 발생하는 유리섬유 짜투리를 피고회사 공장의 마당에 야적하여 보관하면서 그 중 일부만 재생가공업체들에게 판매하였고 나머지 짜투리는 폐기물로서 야적해 두었는데, 한때는 공장부지 내에 보관 중이던 유리섬유 폐기물량이 약 500톤에 달하기도 하였다.

(4) 피고회사는 1984. 10.경 공장건물의 증축을 위해 기존의 축대를 30m 정도 뒤로 이전시키는 공사를 하면서 생긴 깊이 약 6 내지 7m의 빈 공간을 메우는 등 공장부지( 생략)에 대한 정지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공장부지 마당에 야적해 온 유리섬유 폐기물을 흙과 함께 불법매립하였다

(5) 인천시가 1995. 4. 14., 15. 양일간 지질조사 전문업체에 용역을 의뢰하여 피고회사 공장 내 5곳에 대한 지질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시까지 확인된 트럭 3백 10대분(75,000여㎡)의 유리섬유를 제거한 공장건물 앞 이외에도 공장 옆 공터 등 5곳의 토양에서 폐유리섬유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다. 분쟁의 발생

(1) 선정자들을 비롯한 고잔동 1통 1, 2반 주민들은 위의 유리섬유 매립지 턱 부근에 있었던 공동우물을 사용하였는데, 1976.경 피고회사의 공장신축시 유류저장탱크에서 경유가 유출되어 공동우물을 오염시킨 사건이 발생하자 각 가구별로 마당에 깊이 15 내지 30m의 지하수 관정을 설치하여 지하수를 식수 및 생활용수로 사용하였다

(2) 이후 고잔동 주민들은 피고회사를 인근 지하수와 저수지의 오염원으로 지목하여 불만이 많았고, 그 이후로도 피고회사가 유리섬유 폐기물을 방진막 조차 씌우지 않고 공장마당에 야적해 둠으로써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유리섬유가루가 날려 주민들의 주거지에 날아 오곤 하였다.

(3) 그런데 1994. 9.경 소외 동아자동차학원이 자동차운전 교습학원을 설립키 위해 피고회사 공장부지에 인접해 있던 저수지를 매립하는 공사를 하던 중 피고회사가 불법으로 매립하였던 유리섬유 폐기물이 다량 발견되자 주민들이 강력하게 항의하였고 같은 해 10. 하순부터 지역신문에서 피고회사에 의한 유리섬유 불법매립으로 인한 피해, 수질오염으로 인한 암, 종양 등 각종 질병의 발생, 피고회사의 공장가동 이후 고잔동 63, 65 일대 30여 가구의 채소밭에는 유리가루가 눈처럼 뒤덮이고 우물에서는 악취가 진동하였으며 위 주민들이 집단괴질에 시달린다는 내용의 기사가 연일 보도되면서 커다란 사회문제화 되었다.

[증거] 다툼없는 사실, 갑제2호증의 4 내지 12, 75 내지 106, 111, 갑제3호증, 갑제7호증의 3, 갑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2.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선정자들은 모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이 사건 소의 청구원인과 동일한 사실관계를 내용으로 한 분쟁조정의 재정신청을 제기하였다가 1996. 4. 2. 위 조정위원회로부터 이에 대한 재정결정문을 송달받았으므로 위 재정결정은 결정문의 송달일로부터 60일이 지난 1996. 6. 2. 이미 확정되어 재판상 화해조서와 동일한 효력을 발생하였던바, 선정자들은 재정결정이 확정된 이후인 같은 달 3.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선정자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재정문서 정본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인정사실

(1) 피고공장 주위의 거주자들로서 유리섬유에 의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이 피고회사를 상대로 하여 공동으로 피해분쟁조정신청을 하기로 하고 주민 중 198명이 미리 작성된 재정신청서에 각각 기명 날인하였다. 신청인들 중에서 선정자 김선배, 민영복, 공정자(이하 위 3인이라고 한다)는 1995. 3. 23. 위와 같이 작성한 재정신청서를 지참하고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라고 한다)에 재정신청서를 접수시키러 갔는데, 접수담당 공무원이 위 3인에게 그곳에 준비된 재정신청서 양식에 맞추어 새로이 재정신청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면서 위 3인을 대표당사자로 선정할 것을 권유하였다. 이에 따라 위 3인은 그 자리에서 김선배 외 197명을 신청인, 자신들 3인을 신청인들 전원의 대표당사자로, 피고회사를 피신청인으로 한 대표당사자선정서를 임의로 작성한 뒤 피고에 대하여 유리섬유로 인한 인체 및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각 신청인들에게 개별적으로 금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서를 새로이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2) 조정위원회는 1996. 3. 28. 피고가 유리섬유 폐기물을 야적하면서 관리를 부실하게 하여 야적장으로부터 비산된 유리섬유가 야적장으로부터 147m 이내에 거주하는 신청인들(25명)에게 생활상 불편 등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는 이유로 신청인 김선배, 민영복에게 각 금 1,000,000원의 지급을 명하는 등 별지5목록 기재와 같이 25명에게 금 1,000,000원 내지 700,000원의 지급을 명하되, 위 지역을 벗어나 거주하는 신청인 공정자 등 나머지 신청인들의 신청을 기각한다는 내용의 재정을 하였다(위 김선배, 민영복, 공정자는 재정신청시 각각 금 46,000,000원, 금 16,666,666원, 금 15,000,000원을 구하는 취지로 청구하였다).

(3) 조정위원회는 재정문정본을 대표당사자인 위 3인에게만 발송하여 재정문이 같은 해 4. 2. 위 3인에게 송달되었고 나머지 신청인들은 이를 송달받지 못하였다.

(4) 나머지 신청인들이 그후 위 3인으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알게되자 위 3인을 포함한 이 사건 선정자들은 위 재정에 불복하여 1996. 6. 3. 당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증 거] 다툼없는 사실, 갑제1호증, 갑제5호증의 8, 갑제7호증의 1, 2, 6, 갑제10호증의 1 내지 3, 을제1호증의 1, 2, 을제3호증,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의 사실조회결과, 증인 조재구, 변론의 전취지

다. 판 단

(1) 구환경오염피해분쟁조정법(1997. 8. 28. 법률 제5393호 환경분쟁조정법으로 전면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40조 제1항 은 재정위원회가 재정을 행한 경우에 재정문서의 정본이 당사자에게 송달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당사자 쌍방 또는 일방으로부터 당해 재정의 대상인 환경오염피해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에 관하여 소송이 제기되지 아니하거나 그 소송이 취하된 때에는 그 손해배상에 대하여 당해 재정문서는 재판상 화해조서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한편 위 재정결정문이 위 3인에게 송달된지 60일이 경과한 후에 선정자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므로 먼저 위 재정문서 송달의 효력이 위 3인 이외의 나머지 재정신청인들에게도 미치는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법 제31조 는 분쟁에 관하여 공동의 이해관계가 있는 다수인은 그들 중에서 전원을 위하여 재정의 당사자가 되는 1인 또는 수인을 대표당사자로 선정할 수 있고( 제1항 ), 이에 의한 대표당사자의 선정은 서면으로 하도록( 제3항 ) 규정하고 있는바, 전항에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위 3인이 재정신청서의 접수단계에서 접수담당 공무원의 권유를 받아 자신들 3인을 대표당사자로 선정한다는 취지의 선정서를 작성한 것은 나머지 재정신청인들로부터 대표당사자 선정에 관한 아무런 수권도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행한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고, 더구나 법 제31조 3항 에서 이러한 대표당사자의 선정을 서면으로 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위 선정행위가 재정절차상 중요한 행위로서 그 수권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함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키지 아니한 위와 같은 대표당사자선정은 어느모로보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가사 나머지 신청인들이 그후 위와 같은 사정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서면으로 추인하지 아니하는 이상 위 사정만으로 대표당사자선정행위가 유효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머지 신청인들을 대표할 권한이 없는 위 3인에게 행한 재정문의 송달은 나머지 신청인들에게는 효력이 없음이 명백하다.

(2) 그러나 한편 위 3인에 대하여는 법 제40조 제1항 에 의하여 위 재정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할 것인바, 선정자 김선배, 민영복의 이 사건 청구 중 이미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하여 피고의 지급의무가 확정된 금 1,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의 소는 그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이를 각하할 것이고, 위 선정자들의 위 금원을 넘는 부분의 청구(다만 김선배의 청구 중 상속분 청구부분은 제외) 및 선정자 공정자의 이 사건 청구는 각 위 재정결정의 기판력에 의하여 이를 기각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항변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다(한편 위 재정문상 피고는 망 민영기 및 망 방인숙에 대하여 배상금을 지급하되 그 수령인이 선정자 김선배, 민관능으로 되어 있는바, 재정 당시 이미 사망한 자에 대한 재정은 그 자체로서 효력이 없고 그 수령인을 상속인 가운데 1인으로 정하였다고 하여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망인들에 대한 재정의 효력은 상속인들에게 미치지 않는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① 피고회사가 야적된 유리섬유를 공장부지에 불법매립하였는데 이와 같이 매립된 유리섬유 폐기물이 지층으로 스며들어 인근 지하수를 오염시킴으로써 이러한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 등 생활용수로 사용한 선정자들에게 암, 지방종, 위궤양 등 소화기를 통한 질병을 발생케 하였을 뿐 아니라, ② 유리섬유 이외에도 피고회사에서 배출한 트리클로로에틸렌과 트리클로로에탄 등의 유기용제 폐기물 및 폐유 등이 지하수에 스며들어 암 등 건강장해가 발생하였으며, ③ 피고회사가 유리섬유제품인 보온, 단열재를 생산하면서 배출된 유리섬유 폐기물을 공장부지에 그대로 야적함으로써 야적된 유리섬유에서 발생한 분진이 바람 등에 의해 대기 중으로 확산되면서 선정자들의 주거와 농경지에 도달하여 그들에게 피부병, 호흡기질환 등의 질병을 일으키고 생활상의 고통도 야기하였으므로 피고회사는 이러한 신체침해와 생활방해로 인하여 선정자들이 입은 손해인 치료비와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선정자들이 근거로 내세우는 역학조사나 수질검사결과는 방법상 오류가 많아 그후의 다른 역학조사결과에 의하여 그 신빙성이 부인되었고, 유리섬유 매립지 주변 토양 성분이나 지하수의 이동경로상 선정자들의 지하수관정에 피고회사가 매립한 유리섬유가 침투할 가능성이 없어서 지하수 수질검사에서도 유리섬유가 검출되지 않았고 또한 선정자들이 주장하는 피해질병인 지방종, 암 등에 대하여 유리섬유가 그 원인이라고 볼 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선정자들의 질병 발병률이 다른 지역 보다 더 높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결국 피고가 매립한 유리섬유 등이 선정자들에게 피해을 입혔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다툰다.

나. 이 사건의 쟁점

피고가 생산, 매립한 유리섬유가 지하수 침투 또는 공기중 비산에 의하여 선정자들에게 도달하여 질병을 일으켰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할 것인바, 특히 그 도달 여부 및 도달경로를 둘러싸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련학계에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소위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인과관계의 인정문제라고 할 것인바, 이러한 인과관계는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사실상의 조건적 인과관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에 의하여 밝혀진 다양한 인과적 사실 가운데에서 현실로 발생한 손해를 누가 부담하는 것이 형평의 원칙상 타당한가의 관점에서 그 유무를 가리는 가치판단의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공해소송에서는 피해자가 가해기업이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어느 정도로 입증하였다면, 가해원인의 조사가 용이하고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는 가해기업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하고 이를 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형평의 관념상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84.6.12.선고, 81다558 . 1997.6.27.선고, 95다2692 판결 참조).

그렇다면 이 사건의 경우 ① 피고공장에서 유리섬유가 배출되었고(이하 ‘배출요건’이라고 한다), ② 위 유리섬유가 일반적, 객관적으로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등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며(이하 ‘유해성요건’이라고 한다), ③ 그 유리섬유 중의 일부가 지하수 또는 대기를 통하여 선정자들의 거주지 등에 도달되었고(이하 ‘도달요건’이라고 한다) ④ 그후 선정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질병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하 ‘손해발생요건’이라고 한다)의 전부 또는 일부가 각 모순 없이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된다면 유리섬유의 배출과 선정자들의 질병 사이에 일응 인과관계의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피고회사가 ① 유리섬유가 인체의 건강에 피해를 끼치는 원인물질이 아니며, ② 유리섬유가 해롭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선정자들에게 도달되지 아니하였다거나 ③ 선정자들에게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등의 반증을 들 경우에 한하여 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이 사건에 대한 각 기관의 개별적인 조사결과를 살펴 본다.

다. 환경조사 및 역학조사 결과

(1) 국립환경연구원 1차 조사(1994. 10. 22.)

국립환경연구원이 1994. 10. 22. 피고회사의 폐기물 처리현황 파악, 주민의견 조사, 지하수, 토양 및 유리섬유 폐기물 등의 시료채취 등을 실시하였는데, 지하수 2건에 대한 음용수 수질기준과 휘발성 유기화학물질을 검사한 결과 음용에 부적합하였으며(음용수로 부적합한 내용은 경도, 대장균군, 냄새, 맛, 일반세균 등이었다), 지하수 1건은 석유화합물 특유의 맛과 냄새가 있었고, 토양의 중금속 함량을 분석한 결과 조사한 논 토양의 중금속 함량은 자연함량 범위 내여서 중금속 오염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폐 유리섬유에 대한 중금속 및 일부 유기화합물에 대한 용출 실험결과 비소만이 미량(0.011㎎/ℓ)검출되었다.

(2) 국립환경연구원 2차 조사(1995. 1. 18. - 1. 21.)

국립환경연구원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고잔동 일대 괴종양 실태조사라는 제목으로 피고회사 인근 주민들이 주장하는 암발생의 피해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995. 1. 18.부터 같은 달 21.까지 위 1차 조사보다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① 지하수 수질오염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피고회사를 기점으로 반경 1㎞ 이내에 위치한 지하수 12개소에 대하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된 시료 중 두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식수로서 불가(부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리섬유의 주성분인 규소는 피고회사를 기점으로 거리별로 함량의 차이가 없어 유리섬유에 의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② 유리섬유 비산분진에 의한 오염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피고회사의 사업장내와 주민의 거주지역 등 4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검사한 결과, 시료 2개의 비산분진량은 환경기준치를 초과하였으나 그 외 조사지점의 시료들은 기준치 이내였으며, 유리섬유는 미국 NIOSH의 작업장내 권장치(3,000개/L)에는 크게 미달하였다, ③ 암으로 사망한 가족 및 괴종양(지방종) 발생에 따른 주민피해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고잔동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피고회사의 근로자들 중에는 종양이 발생하였거나 종양으로 사망한 자가 없었던 반면, 조사지역 주민 중 1986. 이후 암으로 사망한 자는 4명이었고, 고잔동 거주력이 있는 사람 중에 괴종양(지방종)이 발생한 자 중 5명은 모두 선정자 민영복의 가족이었으며, 피고회사와 인접한 4개 가구에 거주하거나 거주하였던 주민들 중 10명에 대한 평화의원의 진료결과, 이들 중 7명이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였다.

(3) 동국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팀의 역학조사(1995. 1.)

(가)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임현술 교수 등(이하 ‘동국대 역학조사팀’이라고만 한다)이 위와 같은 언론 보도를 접하고, 1995. 1.경 유리섬유에 장기간 폭로된 지역 주민의 건강장해에 관한 역학조사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실시하였는데 그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다.

(나) ① 지하수 중 유리섬유의 존재; 고잔동 1통 1반 및 2반 내 32가구에서 지하수관정이 설치된 지하수 시료 33개를 채취하여 편광현미경(배율 100배)과 위상차현미경(배율 100배)으로 유리섬유의 농도와 크기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29개에서 섬유상 물질이 발견되었고, 유리섬유의 농도는 13.7~95.9 fiber/㏄의 범위였으며 유리섬유의 길이는 50㎛ 이상이 90%이었고 폭과 길이의 비는 1:20 이상이었다. ② 역학설문조사; 고잔동 1통 1반 및 1통 2반 32가구 주민 152명(남자 71명, 여자 81명)을 대상으로 각 가구에서 사용하는 상수원에 대한 조사, 같이 거주한 주민 중에서 최근 20년 동안 사망한 자의 인적 사항과 사망시기, 사망시 진단 및 직업력, 그리고 각 가구원의 피부질환, 피하종양 등의 유무 및 증상, 피하종양이 있는 가구원에 대한 의사의 이학적 검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피부질환은 35예로 유병률은 23.0%였고(다만 피부질환의 유병률은 공장에서의 거리 및 폭로기간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피하 양성종양은 모두 15예로 유병률은 9.9%이었다. ③ 병리 조직학적 검사; 피하종양이 있는 환자 3인의 종양 조직과 위암으로 사망한 민영기 조직 내 섬유상 물질의 농도와 크기를 측정하였고, 주민 4인의 혈액에 대한 말초 혈액 도말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종양조직은 육안 소견상 섬유지방조직으로 단면은 연한 백색의 유지성을 띄고 있었고 지방조직 사이에 섬유조직의 증식이 있었으며 섬유조직 사이에서 편광현미경 하에서 이중 반사 소견을 보이는 불규칙하게 생긴 유리섬유조각들(그러나 이것은 후에 활석 내지 규산 마그네슘으로 판명되었다)이 다수 발견되었으며, 피하 양성종양 조직 내 유리섬유의 농도는 5.1~10.2 fiber/㎎ wet tissue 또는 25.8~184.9 fiber/㎎ wet tissue였고, 유리섬유의 길이는 지하수내의 유리섬유에 비하여 더 짧은 쪽으로 분포되어 있었다. ④ 임상 병력 추적조사; 설문조사를 통하여 지역 내 거주자 중에서 최근 10년간 악성 종양에 의하여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병록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악성종양으로 사망한 주민은 4명으로서 암의 종류는 위암, 위암과 식도암, 구강암, 그리고 식도암이었는데, 이중 3예는 동일한 가구(김선배의 가족)에서 발생하였다.

(다) 동국대 역학조사팀은 전항과 같이 지하수 시료 33개 중 29개에서 유리섬유로 보이는 섬유상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점, 지방종 조직에 대한 병리조직검사에서 피고회사의 유리섬유 매립지에서 채취한 폐기물 시료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규산마그네슘이 관찰되었다는 점, 피고회사 공장으로부터 가장 인접한 고잔동 1통 1반 6가구 거주한 주민들의 지방종 유병율이 타 지역 주민의 지방종 유병율과 비교해 볼 때 현저히 높다는 점 등을 주요 논거로 하여 ① 유리섬유에 의해 피부질환 등 건강장해가 발생함이 확인되었다, ② 피하 양성종양은 유리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것을 확인하였다, ③ 악성종양의 발생가능성은 높았으나 유리섬유 폭로와의 인과관계는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4) 국립환경연구원의 수질검사(1995. 3.)

동국대 역학조사팀의 보고에서 지하수내의 유리섬유가 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되자 국립환경연구원에서는 1995. 3. 9. 고잔동 일대의 지하수를 채취하여 석면의 측정에 많은 연구업적을 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남원 교수에게 지하수 내의 섬유물질 분석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피고공장에 인접한 고잔동 일대의 지하수 시료 30개와 이 지역에서 벗어난 지역의 지하수 시료 1개, 그리고 수도수 시료 2개 등 총 33개의 시료를 검사한 결과 문제가 제기되고 있던 고잔동 지역의 지하수 30개소 중 1개소(선정자 변영택이 사용하던 지하수로서 검출된 유리섬유 농도는 5.5 fibers/cc이다)에서만 유리섬유가 검출되었다(갑제8호증의 1-14면 참조).

(5) 서울대 의과대학팀의 역학조사(1995. 5. 25. - 12. 9.)

(가)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의 위탁(용역계약)을 받은 서울대 의대 조수헌 교수 등(이하 ‘서울대 역학조사팀’이라고만 한다)이 1995. 5. 25.경부터 같은 해 12. 9.경까지 사이에 고잔동 주민의 괴종양발생과 유리섬유간의 구체적인 연관성을 검증하고 이를 통한 주민건강 보호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역학조사를 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① 지하수 수질검사; 1차로 1995. 6. 25. 고잔동 1통 1반 및 1통 2반 지역의 25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하였고 2차로 같은 해 10. 8. 새로 뚫은 지하수 관정과 기존의 지하수관 중 25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2,000배 배율에서 길이 5㎛ 이상의 fiber에 대하여 정성관측한 결과, 관찰된 섬유상 물질 중 유리섬유는 피고회사 공장 구내식당의 지하수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만 관측되었는데, 농도는 1.4개/cc이었고 침상의 원통형 모양으로 그 크기는 100㎛이 넘었다. ② 지하수 유동계 분석; 1995. 7.경부터 10.경까지 사이에 고잔동 1통 1반 및 1통 2반 지역과 그 인근 약 18곳의 지하수에 관측정을 설치한 뒤 자연수위의 변동, 순간수위변화, 양수시험을 통한 수리 전도도 등을 분석한 결과, 매립된 유리섬유가 지하수에 침전되어 이동할 수 있는 범위는 피고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6가구(1통 1반)까지만 이동할 수 있고 나머지 선정자들의 주거까지는 이동할 가능성이 없슴이 밝혀졌다. ③ 주민에 대한 건강상태 역학조사; 1995. 6.부터 같은 해 10.사이에 주민 889명(고잔동 주민 701명, 논현동 주민 188명) 및 피고회사의 근로자 23명에 대하여 거주기간, 지하수 사용여부, 흡연, 음주, 직업력, 과거 질병력(소화기계, 피부, 호흡기계, 피하종양 절제 등) 조사, 이화학 진찰(소화기계, 피하종양, 피부증상에 관한 문진, 시진, 촉진 등)을 실시하였고, 일반건강진단(혈액소치, AST, ALT, γ-GTP, 혈당, 총콜레스테롤, 요당, 요잠혈, 요단백, 요잠혈, 흉부방사선 직촬 등)등의 광범위한 조사를 하였다. 또한 위 조사결과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113명에 대하여 위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였고 피하종양이 관찰된 9명에 대하여는 피하종양조직을 절제하여 조직표본을 획득하였다. 그 결과 어느 경우에도 유리섬유가 발견되지 않았고, 또한 유리섬유의 도달 가능성이 있는 1통 1반 6가구에 거주하는 주민을 유리섬유에 의한 폭로군으로, 조사대상자 전원에서 폭로군을 제외한 나머지 인구를 대조군(Ⅰ)로, 1통 1, 2반 주민 중 폭로군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을 대조군 (Ⅱ)로, 조사대상자 전원에서 폭로군 및 대조군 (Ⅱ)를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을 대조군 (Ⅲ)으로 비교할 경우 그 결과는 별지4목록 기재와 같다.

(다) 이상과 같은 조사결과를 기초로 서울대역학조사팀은 지하수에 의한 오염가능범위가 6가구에 한정되고, 지하수 분석결과 유리섬유의 존재가 확인되지 아니하며, 역학조사결과상 폭로군과 대조군 사이에 유리섬유와 관련된 유의의한 차이가 인정되지 아니하다는 점을 논거로 하여 매립된 유리섬유에 의한 지하수 오염이 주민들의 건강에 장해를 가져왔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증 거] 다툼없는 사실, 갑제2호증의 13, 갑제3호증, 갑제8호증, 갑제9호증, 갑제11 내지 14호증, 갑제17호증, 을제5호증, 증인 임현술, 조수헌, 환경부 장관, 동국대학교 포항병원 예방의학과 임현술 교수, 동국대학교 분당한방병원 김지용 교수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의 전취지,

라. 지하수오염에 의한 피해 여부

(1) 매립된 유리섬유가 지하수를 통하여 선정자들에게 도달되어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①유리섬유의 배출 및 매립, ② 유리섬유의 음용시 인체에 대한 유해성, ③ 지하수에 의한 각 주거지에의 도달, ④ 선정자들에게 건강상 장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이 인정되어야 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①배출요건은 인정할 수 있으나 나머지 요건에 관하여는 각 연구조사결과상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바 차례로 살피기로 한다.

(2) 유해성 요건(음용할 경우)

이 사건에서 지하수에 의한 건강장해의 유발은 주로 지방종과 소화기장애, 암 등이 대상인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각 질병에 대한 유리섬유의 유해성을 인정할 수 없다.

첫째, 유리섬유의 사람에 대한 발암성에 대해서는 아직 입증된 바가 없고 단지 유리섬유를 커피, 겨자, 사카린, 해열제 성분 등과 같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로 분류하고 있을 뿐이며, 또한 유리섬유가 대기중으로 비산되어 사람의 호흡기로 흡입되거나 피부에 접촉될 때의 호흡기질환이나 피부질환을 야기함은 관찰한 예가 많으나 사람이 유리섬유에 오염된 지하수나 물을 섭취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화기계통의 질환이나 질병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도 경험 내지 실험되거나 보고된 바가 없다.

둘째, 동국대팀의 조사결과상 주민들의 피부조직에서 유리섬유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나, 위와 같이 발견된 이물질은 유리섬유가 아니라 활석(규산 마그네슘)인데, 규산 마그네슘은 자연상태로 일반토양에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위 검사결과를 가지고 막바로 유리섬유에서 위 물질이 나왔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서울대 역학조사팀에서 시행한 주민들에 대한 지방종 조직검사에서는 유리섬유 또는 규산 마그네슘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 지방종(피하 양성종양)은 성숙된 지방조직으로 구성된 양성 종양으로서 사람에게 발생되는 연부조직의 종양 중 가장 흔히 발생되나 그 발병원인은 아직 거의 알려진 바 없고 외상에 의하거나 가족력, 고콜레스테롤 혈증과 동반되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을 뿐이라는 점[갑제8호증, 갑제11 내지 14호증, 을제5호증, 증인 임현술, 조수헌] 등에 비추어 보면 유리섬유가 지방종 등의 질병을 일으켰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더구나 지방종도 1통주민 6가구 가운데에서 유독 민씨일가 1가구에만 국한되어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유리섬유가 과연 선정자들의 주장과 같이 지방종, 소화기장애 등의 질병발생에 나쁜 영향을 끼쳤는지 단정할 수 없다.

(3) 도달 요건

피고가 매립한 유리섬유가 지하수를 통하여 선정자 전원에게 도달하였다는 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그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

첫째, 이 일대의 지하수 유동계분석상 지하수의 도달 범위가 1통 6가구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위 6가구 이외에는 지하수를 통한 유리섬유의 도달은 원칙적으로 상정할 수 없다.

둘째, 동국대팀의 검사결과상으로는 지하수에서 유리섬유가 발견되었다는 것이지만, 위 다(3)의 국립환경연구원의 수질검사 및 다(4)의 서울대팀의 수질검사상에는 각각 30개소중 1개소 또는 50개소 중 1개소에서만 유리섬유가 발견되었고 나머지 장소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동국대의 검사결과만으로 지하수의 도달요건을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특히 동국대팀에서 시행한 지하수 분석결과를 보면 피고회사의 공장 인근지역 지하수(A지역, 4개 시료)에서는 유리섬유형 fiber가 평균 21.7개/cc가 나왔는데 피고회사의 공장에서 더 멀리 떨어진 지역(B지역, 25개 시료)의 지하수에서는 평균 40개/cc가 나왔다는 것인바(갑제2호증의 13, 을제5호증, 동국대학교 포항병원 예방의학과 임현술 교수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위 (3), (4)의 수질섬사에서도 각 1개소에서는 유리섬유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므로 위 각 수질검사가 방법론상 중대한 착오가 있어서 유리섬유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동국대 역학조사팀의 주장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4) 손해발생요건

(가) 선정자들이 별지3 질병력 기재와 같은 지방종과 소화기 장애 등 각종 질병(피부질환이나 호흡기질환은 선정자들의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지하수에 의한 손해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므로 이는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에 걸려 있는 사실은 앞서 보았으나 인체에 이러한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선정자들이 앓고 있는 위 질병군의 발생율이 역학조사결과상 일반적인 경우에 비하여 유의성이 인정될 정도로 높아서 유리섬유가 그 질병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이 추정되어야 비로소 인과관계상 의미가 있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즉 위 질병군의 발병률이 유리섬유와 관련이 없는 타 지역의 발병률과 유사하다면 이는 유리섬유와의 인과관계상 의미있는 손해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나) 그러므로 역학조사상 위의 질병율의 관계에 대하여 살피건대, 별지4목록 기재에 의하면, 지방종(피하종양)의 과거력상 유소견률이 폭로군 12.90%, 대조군(I) 1.90%, 대조군(Ⅱ) 1.89%로 폭로군의 발병률이 압도적으로 높으나, 폭로군의 발병례 4건은 모두 6가구 중 1가구(민씨가족)에게만 집중적으로 발생되어 통계상 의미성이 없고(나머지 5가구에서는 발병한 예가 없는 점으로 보아 위 가족의 식생활이나 생활습관, 유전적 요인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위 목록상 1통 1, 2반 주민 중 폭로군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인 대조군 (Ⅱ)와 조사대상자 전원에서 폭로군 및 대조군 (Ⅱ)를 제외한 나머지 인구인 대조군(Ⅲ)을 비교할 경우에는 피하종양의 과거력상 유소견률이 대조군(Ⅱ) 1.89%, 대조군(Ⅲ) 1.94%이고 피하종양의 현재 증상은 대조군(Ⅱ) 2.02%, 대조군(Ⅲ) 2.93%으로 양 집단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으로 보아 역학조사결과상 선정자들에게 위 질병이 특히 많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선정자들에게 별지3목록 기재와 같은 질병이 있다는 점만으로 선정자들에게 어떠한 건강상 장해를 입었다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5) 소결론

위의 각 인정사실을 모아보면, 지하수에 의한 손해발생은 배출요건만이 인정될 뿐이고 나머지 유해성요건, 도달요건, 손해발생요건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므로(지하수가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6가구에 대해서도 유해성요건이나 손해발생요건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마찬가지이다) 유리섬유의 매립으로 인하여 지하수를 식수로 음용한 선정자들에게 암, 지방종, 소화기질병을 발생케 하였다는 인과관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에 관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없다.

마. 독성 유기물질과 폐유에 의한 피해여부

서울대팀의 역학조사에서 시료로 채취된 일부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넘는 트리클로로에틸렌(TCE), 트리클로로에탄, 망간, 알루미늄, 아연이 검출되었고, 다량의 폐유가 나왔으나[갑제8호증], 피고공장에서 이러한 유해물질을 사용, 배출하였다는 점, 즉 배출요건에 관한 구체적인 입증이 전혀 없으므로(선정자들의 주거지 부근에는 중소기업체가 다수 가동중이었다)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없다.

바. 유리섬유의 공기중 비산에 의한 피해

(1) 유리섬유가 공기중 비산되어 선정자들에게 도달되어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①유리섬유의 배출, ② 비산된 유리섬유의 인체에 대한 유해성, ③ 공기비산에 의한 각 주거지에의 도달, ④ 선정자들에게 건강상 장해의 발생이라는 요건이 인정되어야 한다.

(2) 그런데 피고회사가 유리섬유를 생성하여 공장에 덮개나 분진방지시설 없이 쌓아 놓았고(배출요건), 인체가 공기중 비산된 유리섬유에 폭로될 경우 피부염이나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점은 학계에서 이미 공인되어 있으며(유해성요건), 피고회사의 공장과 원고 및 선정자들의 거주지와의 거리는 최소 25m에서 최대 350m에 이르고 있고 유리섬유분진이 선정자들의 주거지역에 날아와 쌓였으며 위 지역이 서해안에 가까운 곳으로서 바람이 비교적 많이 부는 지역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회사의 공장부지에 야적되어 분출, 비산된 유리섬유 분진이 원고 및 선정자들의 거주지까지 확산, 도달되었다고 보는데 경험칙상 모순이 없다(도달요건).

(3) 마지막 요건인 손해발생요건에 대하여 보건대, 별지3목록 기재와 같이 선정자 중 상당수가 피부질환과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으며, 특히 별표4목록 기재에 의하면, 호흡기의 과거력 유소견율상 폭로군이 대조군에 비하여 2배 내지 4배에 이르고, 대조군 내부간의 유소견률 비교상 대조군(Ⅱ)가 대조군(Ⅲ)에 비하여 피부질환과 호흡기질환이 각각 약 2배 가까이 많은 현상을 보이고 있는바, 이러한 발병률에 비추어 볼 때 선정자들은 위 유리섬유로 인하여 위의 각 질병에 걸렸거나 구체적인 질병에 걸리지는 않았더라도 장차 발병이 가능한 만성적인 신체상의 장해를 입었을 뿐 아니라( 대법원 1991. 7. 26. 선고 90다카26607, 26614 판결 참조)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서 적지 않은 불편과 고통을 당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위 손해발생요건은 그 개연성의 증명이 충분하다.

(4) 그렇다면 선정자들은 피고회사가 배출한 유리섬유로 인하여 위와 같은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피고회사는 유리섬유를 야적할 경우에는 방진망이나 덮개시설 등을 함으로써 유리섬유의 비산을 막을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피고회사는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선정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사. 소 결 론

(1) 결국 피고는 피고회사의 공장에서 비산된 유리섬유로 인하여 원고 및 선정자들 중 민영복, 김선배, 공정자를 제외한 나머지 선정자들에게 입힌 손해의 배상으로서, 나머지 선정자들의 건강장해 및 생활방해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원고는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한 금원의 의미로서 위자료 지급을 구하고 있다).

(2) 다만 선정자 김창하는 1995.경부터 1996.경까지 사이에 피고공장에서 250m 떨어진 곳에 일시적으로 거주하였다는 사실만 인정되는바, 이때에는 공기중 비산된 유리섬유가 거의 없었고(국립환경연구원 2차조사결과 참조) 따라서 위 선정자가 이로 인하여 건강상 장해나 생활방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선정자들은 주거지에 거주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위와 같은 피해를 입었으므로 유리섬유의 발생 및 배출경위, 배출기간, 오염의 정도 등 가해자측 사정과 선정자들의 각 거주기간(국립환경연구원 2차조사 당시인 1995. 1. 말경에는 이미 유리섬유의 공기중 비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선정자들이 그 이전에 거주한 기간만을 고려한다), 피고공장으로부터의 거리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선정자들에게 지급할 손해배상액은 피고공장에 가장 근접한 6가구 주민들로서 10년 이상 거주한 자, 위의 주민 중 10년 미만 거주한 자와 그 나머지 구역의 주민들로서 10년 이상 거주한자, 그 이외의 자로 나누어 별지7목록 기재와 같이 3,000,000원, 2,000,000원, 1,000,000원씩으로 차등 결정함이 상당하다고 하겠다.

나. 망 방인숙, 민영기도 사망 이전에 이미 위와 같은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의 상속인들은 망인들이 취득한 각 3,000,000원의 손해배상채권을 별표6목록 기재와 같은 상속지분별로 상속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상속인들의 손해배상액은 별지7목록 기재와 같다.

5. 결 론

그렇다면 선정자 민영복, 같은 김선배의 이 사건 소 중 금 1,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의 소를 각 각하하고, 선정자 민영복의 청구 중 위 금원을 넘는 부분의 청구 및 선정자 공정자, 김창하의 청구를 각 기각하며, 피고는 나머지 선정자들에게 별지7목록 기재와 같은 각 금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1996. 6. 12.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1999. 8. 18.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나머지 선정자들의 이 사건 청구는 각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재윤(재판장) 정재훈 현병희

arrow
본문참조조문
기타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