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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
[약정금등][집55(2)민,275;공2007하,2001]
판시사항

[1] 금전신탁과 예금의 구별

[2] 특정금전신탁과 불특정금전신탁의 구별

[3] 특정금전신탁에 관한 원본 보전이나 이익 보족 약정의 효력(무효)

[4] 강행법규에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지 여부(소극)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

[5] 시효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의 방법

[6] 특정금전신탁의 당사자가 신탁회사로 하여금 위탁자로부터 지정받은 운용방법과 달리 신탁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약정한 예외사유 중의 하나인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지정방법대로의 운용이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의 의미

[7]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고유재산을 신탁재산이 취득하도록 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8] 특정금전신탁에서 위탁자나 수익자가 신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묵시적으로 포기한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9] 신탁회사가 지정된 운용방법을 위반하고 자기거래 금지의무에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귀속된 자산을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으로 귀속시키고 대신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에 속한 자산을 신탁재산에 귀속시킨 경우, 신탁회사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판결요지

[1] 금전신탁은 신탁행위에 의하여 위탁자로부터 금전을 수탁받은 신탁회사가 이를 대출, 유가증권, 기타 유동성 자산 등에 운용한 후 신탁기간 종료시 수익자에게 금전의 형태로 교부하는 신탁의 일종으로서, 신탁된 금전은 금융기관의 고유재산이 아닌 신탁재산에 속하게 되고 신탁행위 또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자금운용이 이루어져야 하며, 실적배당주의가 적용되어 원칙적으로 원본과 이익이 보장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예금된 금원이 금융기관의 고유재산에 속하게 되고 예금에 관한 금융기관의 자금운용 방법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으며 원금 및 약정이율에 따른 이자의 지급이 보장되는 금전의 소비임치계약인 예금과 차이가 있다.

[2] 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가 신탁재산의 운용방법을 특정하는 금전신탁으로서 수탁자는 위탁자가 지정한 방법대로 자산을 운용하여야 하고 다른 신탁상품과는 합동운용할 수 없으며 원본 보전과 이익 보족이 금지되어 있는 반면, 불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가 신탁재산의 운용방법을 특정하지 않고 수탁자에게 일임하는 금전신탁으로서 수탁자는 관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법과 대상의 제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자산운용을 하고 다른 신탁상품과도 합동운용할 수 있으며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원본 보전과 이익 보족이 허용된다는 점 등에서 특정금전신탁과 차이가 있다.

[3] 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가 지정한 운용방법에 따른 자산운용에 의하여 그 수익률이 변동함으로써 항상 위험이 따르고, 그 위험은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가 부담하여야 하므로, 그 신탁재산의 운용 결과에 대한 손익은 모두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자기책임주의와 실적배당주의를 그 본질로 하고, 만일 지정된 운영방법에 따른 자산운용에 의하여 손실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본의 보전이나 일정한 이익이 보족된다면, 수익자는 항상 지정된 운용방법에 따른 자산운용에 수반하는 위험은 회피하고 이익만을 취득하게 되어 위와 같은 자기책임주의 및 실적배당주의에 반하는 것은 물론 개별 수익보장을 위하여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이나 영업이익에서 손실을 보전하는 것을 강요하게 되므로 신탁회사의 재정을 불실하게 만들고 다른 거래 상대방을 불이익하게 한다. 따라서 특정금전신탁에 관한 원본 보전이나 이익 보족의 약정은 모두 특정금전신탁의 본질과 기능에 반하고 건전한 신탁거래질서를 해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구 신탁업법(1998. 1. 13. 법률 제55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의 규정에 반하여 무효이다.

[4] 강행법규를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한편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5]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한다.

[6] 특정금전신탁의 당사자가 신탁회사로 하여금 위탁자로부터 지정받은 운용방법과 달리 신탁업무운용요강, 은행신탁업무의 종류 및 방법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탁재산의 운용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신탁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약정한 예외사유 중의 하나인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지정방법대로의 운용이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라 함은, 신탁 당시에 예견하지 못하였던 사정으로 인하여 위탁자가 지정한 운용방법의 대상이 되는 전체 자산의 거래시장이 일반적·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위탁자가 지정한 방법에 따라 신탁자금을 운용하여서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음이 명백한 경우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만일 단순히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으로 취득한 특정 자산의 가격이 예기치 않게 하락세에 있게 되어 이를 계속 보유하게 되면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을 위 예외사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비록 신탁재산으로 취득한 특정 자산의 가격이 하락세에 있더라도 신탁회사는 지정된 운용방법의 대상에 속하는 다른 종목 내지 종류의 자산을 운용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정되지 않은 다른 운용방법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어 위탁자 스스로 자산운용에 따른 위험과 손익을 고려하여 운영방법을 지정하도록 한 특정금전신탁의 취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신탁재산의 운용 결과에 대한 손익을 모두 수익자에게 귀속시키는 자기책임주의와 실적배당주의 근거 역시 흔들리게 되므로, 그와 같은 경우는 위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7] 신탁법 제31조 제1항 , 구 신탁업법(1998. 1. 13. 법률 제55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회사는 금전신탁에 관하여 그 운용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이 거래소의 시세가 있는 것이고, 신탁행위에 의하여 수익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신탁행위로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취득할 수 있을 뿐, 그 이외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유재산을 신탁재산이 취득하도록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아니한다.

[8] 특정금전신탁에 있어서 신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묵시적 포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탁자 또는 수익자(이하 ‘수익자 등’이라고 한다)가 거래 내용과 손실 발생 여부를 알고서도 신탁회사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선관주의의무 등을 위반하여 취득한 신탁자산의 운용수익을 일부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익자 등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운용수익을 일부 지급받은 동기나 경위 등 그러한 행위를 하게 된 전후 사정뿐 아니라, 그와 같은 행위를 함에 있어서 수익자 등이 신탁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는지, 수익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9] 신탁회사가 지정된 운용방법을 위반하고 자기거래 금지의무에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귀속된 자산을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으로 귀속시키고 대신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에 속한 자산을 신탁재산에 귀속시킨 경우, 신탁회사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는 신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및 자기거래 금지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한한다.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성 담당변호사 우승원외 5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권광중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제1, 2신탁계약의 법적 성질 및 이 사건 제2신탁계약의 운용방법에 관한 해석의 점

금전신탁은 신탁행위에 의하여 위탁자로부터 금전을 수탁받은 신탁회사가 이를 대출, 유가증권, 기타 유동성 자산 등에 운용한 후 신탁기간 종료시에 수익자에게 금전의 형태로 교부하는 신탁의 일종으로서, 신탁된 금전은 금융기관의 고유재산이 아닌 신탁재산에 속하게 되고 신탁행위 또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자금운용이 이루어져야 하며, 실적배당주의가 적용되어 원칙적으로 원본과 이익이 보장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예금된 금원이 금융기관의 고유재산에 속하게 되고 예금에 관한 금융기관의 자금운용 방법에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으며, 원금 및 약정이율에 따른 이자의 지급이 보장되는 금전의 소비임치계약인 예금과 차이가 있다.

한편, 구 신탁업법(1998. 1. 13. 법률 제55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조 , 구 신탁업법 시행령(1998. 4. 1. 대통령령 제157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1항 제1호 , 구 신탁업법 시행규칙(1998. 5. 20. 재정경제부령 제2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조 , 구 신탁업무운용요강(1996. 10. 21. 및 1996. 12. 26. 각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4조, 제6조, 제8조, 제8조의2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가 신탁재산의 운용방법을 특정하는 금전신탁으로서, 수탁자는 위탁자가 지정한 방법대로 자산을 운용하여야 하고 다른 신탁상품과는 합동운용할 수 없으며 원본 보전과 이익 보족이 금지되어 있는 반면, 불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가 신탁재산의 운용방법을 특정하지 않고 수탁자에게 일임하는 금전신탁으로서 수탁자는 관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법과 대상의 제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자산운용을 하고 다른 신탁상품과도 합동운용할 수 있으며 관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원본 보전과 이익 보족이 허용된다는 점 등에서 특정금전신탁과 차이가 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제1, 2신탁은 신탁재산의 운용대상을 위탁자가 지정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신탁재산의 운용대상을 이 사건 제1신탁의 경우에는 ‘기타 재정경제원장관의 인가를 받은 유가증권의 인수 또는 매입’으로, 이 사건 제2신탁의 경우에는 ‘기타 재정경제원장관의 인가를 받은 유가증권의 인수 또는 매입’ 및 ‘국·공채, 회사채의 인수 또는 매입’으로 각 특정하고 있으며, 신탁재산의 운용으로 인한 수익 및 손실이 모두 수익자에게 귀속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제1, 2신탁은 모두 특정금전신탁이라 할 것이고, 신탁보수를 신탁계약서에 명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예금계약이라거나 불특정금전신탁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신탁계약의 법적 성질 및 처분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이 사건 제1, 2신탁계약에 부수한 수익률보장약정의 효력의 점

구 신탁업법 제11조 , 구 신탁업무운용요강 제8조, 제15조의2는, 불특정금전신탁에 한하여 원본에 손실을 초래할 경우 또는 미리 정한 최소액의 이익을 얻지 못할 경우 이를 보전하거나 보족하는 계약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한편, 특정금전신탁에 대하여는 수익률보장약정을 금지하고 있고, 구 신탁업법 제17조의3 , 구 신탁업법 시행령 제6조 제11호 , 제11조 , 구 신탁업법 시행규칙 제1조 , 제5조 는 불특정금전신탁에 관하여 손실보전 또는 이익보족약정을 할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수익증권 및 신탁계약서 또는 신탁증서에 기재하고 신탁회사의 대표자가 기명·날인하여야 하며 그 비율도 일정한 비율을 초과하지 못하고 특별유보금을 적립하도록 규정하는 등 그 요건 및 절차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원래 특정금전신탁은 위탁자가 지정한 운용방법에 따른 자산운용에 의하여 그 수익률이 변동함으로써 항상 위험이 따르고, 그 위험은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가 부담하여야 하므로, 그 신탁재산의 운용 결과에 대한 손익은 모두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자기책임주의와 실적배당주의를 그 본질로 한다고 할 것이고, 만일 지정된 운영방법에 따른 자산운용에 의하여 손실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본의 보전이나 일정한 이익이 보족된다면, 수익자는 항상 지정된 운용방법에 따른 자산운용에 수반하는 위험은 회피하고 이익만을 취득하게 되어 위와 같은 자기책임주의 및 실적배당주의에 반하는 것은 물론, 개별 수익보장을 위하여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이나 영업이익에서 손실을 보전하는 것을 강요하게 되므로 신탁회사의 재정을 불실하게 만들고 다른 거래 상대방을 불이익하게 한다. 따라서 특정금전신탁에 관한 원본 보전이나 이익 보족의 약정은 모두 특정금전신탁의 본질과 기능에 반하고 건전한 신탁거래질서를 해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구 신탁업법 제11조 의 규정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제1, 2신탁계약 체결 후 이 사건 제1, 2신탁에 관하여 별도로 체결된 수익률보장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구 신탁업법 제11조 의 강행법규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수익률보장약정의 무효 주장이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의 점

강행법규에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고, 한편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 대법원 1999. 3. 23. 선고 99다4405 판결 ,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3다1601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이 사건 제1, 2신탁계약 체결 후 별도로 이 사건 제1, 2신탁에 관하여 체결된 수익률보장약정이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이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금반언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및 시효중단의 점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손해’란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의 사실을, ‘가해자’란 손해배상청구의 상대방이 될 자를 의미하고,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위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함을 뜻하는 것이므로, 결국 여기에서 말하는 ‘손해를 안 날’이란 불법행위의 요건 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피해자가 알았을 때를 의미한다(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28780 판결 ,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다8538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1999. 10. 22.경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제1, 2신탁계약 당시 원리금 및 약정이율을 보장하는 확약서를 통한 가입 유도 및 임의의 약정을 통한 대우캐피탈 기업어음 매입 등 신탁법 제38조 에서 정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우채권 지급에 대한 원만한 해결이 안 될 때에는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을 통지하고, 1999. 11. 15. 다시 위와 같은 내용의 통지를 하면서 “1999. 11. 25.까지 당사 특정금전에 대한 원만한 해결이 안 될 시 피고 및 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을 통보한 사실과 그 당시 이미 주식회사 대우를 비롯한 대우그룹 전체가 부도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 대외적으로 부각되었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로서는 늦어도 1999. 11. 15.경에는 피고의 불법행위 및 그로 인한 손해발생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02. 12. 31. 제기되었으므로 신탁가입 부당권유 등을 이유로 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마.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승인의 점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고 묵시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묵시적인 승인의 표시는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2. 4. 14. 선고 92다947 판결 ,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4다5995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가 원고에게 신탁이익을 지급한 것은 이 사건 제1, 2신탁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한 것일 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있다는 뜻을 표시한 것은 아니므로, 위 신탁이익의 지급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승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무승인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사건 제1신탁계약의 해석의 점

특정금전신탁의 당사자가 신탁회사로 하여금 위탁자로부터 지정받은 운용방법과 달리 신탁업무운용요강, 은행신탁업무의 종류 및 방법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탁재산의 운용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신탁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약정한 예외사유 중의 하나인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지정방법대로의 운용이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라 함은, 신탁 당시에 예견하지 못하였던 사정으로 인하여 위탁자가 지정한 운용방법의 대상이 되는 전체 자산의 거래시장이 일반적·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위탁자가 지정한 방법에 따라 신탁자금을 운용하여서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음이 명백한 경우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만일 단순히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으로 취득한 특정 자산의 가격이 예기치 않게 하락세에 있게 되어 이를 계속 보유하게 되면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을 위 예외사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비록 신탁재산으로 취득한 특정 자산의 가격이 하락세에 있더라도 신탁회사는 지정된 운용방법의 대상에 속하는 다른 종목 내지 종류의 자산을 운용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정되지 않은 다른 운용방법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어 위탁자 스스로 자산운용에 따른 위험과 손익을 고려하여 운영방법을 지정하도록 한 특정금전신탁의 취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신탁재산의 운용 결과에 대한 손익을 모두 수익자에게 귀속시키는 자기책임주의와 실적배당주의 근거 역시 흔들리게 되므로, 그와 같은 경우는 위 예외사유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1998년 11월경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이하 ‘동아건설’이라고 한다) 기업어음(이하 ‘동아건설 CP’라고 한다)의 상환가능성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원고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서 동아건설 CP를 편출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제1신탁계약의 계약서 제4조 제1항 단서에서 피고로 하여금 원고로부터 지정받은 운용방법과 달리 신탁업무운용요강, 은행신탁업무의 종류 및 방법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탁재산의 운용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신탁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 ‘신탁계약 후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지정한 방법대로의 운용이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고가 제1신탁재산에 원고가 지정한 운용방법을 위반하여 대우중공업 회사채를 편입한 것은 수탁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음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신탁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및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신탁재산과 고유재산 간의 거래의 점

신탁법 제31조 제1항 , 구 신탁업법 제12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하면, 신탁회사는 금전신탁에 관하여 그 운용에 의하여 취득한 재산이 거래소의 시세가 있는 것이고, 신탁행위에 의하여 수익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신탁행위로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취득할 수 있을 뿐, 그 이외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신탁재산을 고유재산으로 하거나 이에 관하여 권리를 취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유재산을 신탁재산이 취득하도록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해석된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제1신탁재산을 운용하는 도중 1998년 11월경에 이르러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서 동아건설 CP를 편출하여 피고의 고유재산에 편입시키고, 대신 피고의 고유재산인 대우중공업 주식회사(이하 ‘대우중공업’이라고 한다) 회사채를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 편입한 행위는 관계 법령에 의하여 금지된 자기거래 행위로써 허용되지 아니한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수탁자의 채무불이행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다. 묵시적 추인의 점

채권의 포기 내지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권의 포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기는 하나, 이와 같이 인정하기 위하여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대법원 1987. 3. 24. 선고 86다카1907, 1908 판결 ,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다2715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특정금전신탁에 있어서 신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묵시적 포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탁자 또는 수익자(이하 ‘수익자 등’이라고 한다)가 거래 내용과 손실 발생 여부를 알고서도 신탁회사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선관주의의무 등을 위반하여 취득한 신탁자산의 운용수익을 일부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익자 등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운용수익을 일부 지급받은 동기나 경위 등 그러한 행위를 하게 된 전후 사정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행위를 함에 있어서 수익자 등이 신탁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는지, 수익자 등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제1신탁계약의 만기일인 1999. 11. 29.까지 신탁원본 3,069,152,187원 및 신탁이익 2,245,074,556원(대우중공업 회사채에 대한 이자 포함)을 수령하고, 그 후부터 2002. 12. 26.경까지 대우중공업 회사채에 대한 원본 및 이익 합계 206,295,984원을 수령하면서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나, 1999. 8. 14. 피고로부터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 대우중공업 회사채의 편입사실을 통보받은 후 1999. 8. 30.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신탁재산 중 대우그룹 유가증권의 보유내역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한 이래 1999. 10. 22.과 1999. 11. 15. ‘대우채권’과 관련하여 피고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사실을 지적함과 아울러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최초로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 대우중공업 회사채가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시기는 이 사건 제1신탁계약의 만기일인 1999. 11. 28. 전으로 원고로서는 만기에 이르러서는 대우중공업 회사채가 편입되어 있다 하더라도 수익률보장약정에 따라 약정금액 전부가 지급될 것이라고 기대하였을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피고로부터 대우중공업 회사채의 편입사실을 통보받고도 일정기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대우중공업 회사채에 대한 원본과 이자를 수령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대우중공업 회사채를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 편입하는 것을 추인 내지 승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묵시적 추인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라. 손해배상의 범위 등의 점

신탁회사가 지정된 운용방법을 위반하고 자기거래 금지의무에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귀속된 자산을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으로 귀속시키고 대신 신탁회사의 고유재산에 속한 자산을 신탁재산에 귀속시킨 경우, 신탁회사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는 신탁회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및 자기거래 금지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에 한한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1998. 8. 12. 동아건설 CP를 이 사건 제1신탁재산으로 취득하였는데, 채권금융기관들은 같은 해 8. 24. 동아건설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추진을 위한 소집통보를 한 후 같은 해 8. 31. 동아건설을 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확정한 다음 같은 해 9. 1. 채권상환청구 등의 채권행사와 보증채무이행청구 등을 유예하기로 결정한 점, 동아건설은 그 이후 재정상태가 개선되지 못한 채 2000. 11. 4. 회사정리절차개시결정을 받고 2001. 5. 11. 파산선고를 받게 된 사실, 피고는 1998년 11월경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서 편출하여 피고의 고유재산으로 편입시킨 동아건설 CP(액면가 1,943,908,000원, 만기 1998. 9. 1.)로부터 그 이후 총 71,621,331원 상당을 회수함에 그친 반면, 피고의 고유재산에서 편출하여 이 사건 제1신탁재산으로 편입시킨 대우중공업 회사채(액면가 1,931,540,000원)로부터는 그 이후 총 713,362,810원 상당을 회수하거나 회수 가능한 상태에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이 피고가 동아건설 CP의 상환가능성이 불투명해진 1998년 11월경 동아건설 CP를 다른 방식으로 처분하여 수익을 올릴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하에서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서 동아건설 CP를 편출하고 대우중공업 회사채를 이 사건 제1신탁재산으로 편입함으로써 채권회수율을 높인 행위는, 그 자체만을 놓고 볼 경우 특정금전신탁의 실적배당주의 및 자기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동아건설 CP의 상환불능에 대하여 수익자인 원고가 부담해야 할 손실을 결과적으로 감소시킨 것이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나 자기거래 금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로 말미암아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동아건설은 1998년 초경부터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부도위기에 처하게 된 점, 동아건설 발행의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은 1997. 12. 31.경에는 CCC, 1998. 5. 12.경에는 CC 또는 CCC 등급이었고, 동아건설 CP에 대한 1997년 12월경의 신용평가는 B+였으나 그 이후로는 그에 대한 신용평가가 없었던 점, 동아건설은 1998년 1월경에 주요 채권은행들로부터 2,200억 원의, 1998년 4월경에 1,400억 원의 각 협조융자를 받았음에도 같은 해 5. 6.경에 다시 채권금융기관에 협조융자를 요청한 점, 피고를 포함한 채권금융기관들은 같은 해 5. 21.경 동아건설의 긴급자금 추가지원에 대한 공동대책 마련을 위해 동아건설에 대한 채권금융기관 협의체를 결성하고 자금관리단을 구성하였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고, 같은 해 5. 26.경에는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이 동아건설에 대해 CP의 조기결제를 요구하는 등으로 계속적인 자금압박을 가하였으며, 같은 해 6. 9.경에는 은행감독원이 동아건설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의 여신한도 초과 대출 요청을 거부하였던 점,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같은 해 8. 12. 동아건설 CP를 이 사건 제1신탁재산으로 매입한 지 20일 만에 동아건설이 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확정되어 채권행사가 곤란하게 된 점 등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피고가 동아건설의 위기가 외부적으로 표출된 시점인 1998. 8. 12. 곧 기업개선작업 대상으로 확정되고 채권상환이 유예될 상황에 있었던 동아건설 CP를 이 사건 제1신탁재산으로 매입한 행위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아가 원고가 피고의 동아건설 CP 매입행위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범위는 피고가 1998. 8. 12. 동아건설 CP 매입에 투입한 1,943,908,000원 및 그에 대한 상법 소정의 연 6%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에서 그 이후 원고가 이 사건 제1신탁과 관련하여 회수하였거나 회수가능한 합계 713,362,810원을 공제 내지 변제충당한 금원이 될 것인데, 피고의 대우중공업 회사채 편입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고 본 원심은 1998년 11월경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 편입된 위 대우중공업 회사채의 액면가 1,930,887,581원 및 그에 대한 상법 소정의 연 6%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에서 그 이후 원고가 이 사건 제1신탁과 관련하여 회수하였거나 회수 가능한 합계 713,362,810원을 공제 내지 변제충당하여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가 1998. 8. 12. 동아건설 CP 매입에 투입한 1,943,908,000원의 액수는 1998년 11월경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 편입된 위 대우중공업 회사채의 액면가 1,930,887,581원의 액수보다 더 큼이 명백하므로, 원고가 피고의 동아건설 CP 매입행위로 입은 손해액은 원심이 피고에게 대우중공업 회사채의 편입행위에 대하여 배상을 명한 손해액보다 더 큰 계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1998. 8. 12.자 동아건설 CP의 매입행위가 피고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피지 아니한 채 피고가 1998년 11월경 이 사건 제1신탁재산에서 동아건설 CP를 편출하고 대우중공업 회사채를 이 사건 제1신탁재산으로 편입한 행위가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바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나아가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것은 잘못이라 하겠지만, 원심은 원고가 피고의 동아건설 CP 매입행위로 입은 손해액보다 더 적은 손해액을 지급하도록 명하여 결과적으로 피고에게 더 유리한 판단을 한 것이므로, 피고만이 이 사건 손해배상액 산정의 위법 여부를 상고이유로 다투는 이 사건에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을 원심판결의 파기사유로 삼을 수는 없고, 달리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손해의 범위에 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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