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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6. 11. 15. 선고 96구8354 판결 : 확정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하집1996-2, 560]
판시사항

선천성 질병으로 유발된 돌연사와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근로자가 관상동맥 회선지 형성 부전증이라는 선천성 이상을 가진 상태에서 입사 이래 재해에 이르기까지 지게차 운전과 출하 업무 및 잡일 등을 번갈아 해야 하는 등 업무 내용이 고정되지도 아니하고 비교적 힘든 업무를 계속 수행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피로 회복이나 휴식이 쉽지 아니한 회사 내의 임시 숙소에서 기거하여 와 피로가 누적되어 오다가, 사고 당시 업무를 준비하기 위하여 작업복으로 갈아 입으려 기숙사로 들어가던 중 순간적으로 그 선천성 이상이 심장성 돌연사를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유로, 그 근로자의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사례.

원고

최재선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우덕성)

피고

근로복지공단

주문

피고가 1995. 7. 18.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갑 제2, 3호증의 각 1, 2, 갑 제4, 5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각 제4호증은 을 제5호증과, 갑 제5호증은 을 제4호증의 2, 3과 각 같고, 갑 제2, 3호증의 각 2와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각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가. 원고들의 아들인 소외 최윤기는 1994. 7. 18. 경기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 170의 44에 있는 철제포장기기 제조 회사인 소외 상아 제관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병역법상의 산업기능요원으로 입사하여 지게차 운전 보조자로 근무하여 왔다.

나. 그런데 위 최윤기는 1995. 6. 5. 08:30경 그 전날이 휴일인 관계로 서울에 있는 원고들의 집에서 쉬다가 소외 회사로 출근하여 작업복으로 갈아 입기 위하여 기숙사로 들어가던 중 그 입구에서 갑자기 쓰러져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967의 1에 있는 남수원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왼쪽 관상동맥 회선지의 형성 부전으로 인한 심장성 돌연사로 사망하였다.

다. 이에 원고들은 1995. 7. 10. 위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하여 피고에게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1995. 7. 18. 위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당해 사망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업무상의 정신적, 육체적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 경과를 넘어 급속히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한편 업무와 재해인 질병 또는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2. 2. 25. 선고 91누8586 , 1992. 5. 12. 선고 91누10466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위에서 본 증거와 갑 제6호증의 기재 및 증인 박장진, 백영문의 각 증언(증인 박장진의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과 이 법원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에 대한 사실조회의 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일부 어긋나는 갑 제2, 3호증의 각 2, 을 제1호증의 각 일부 기재와 증인 박장진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 없다.

(1) 소외 회사는 화공 약품 제조업체 등에 중형 철제 드럼통을 제작·판매하는 회사로서 병역법에 따라 산업 기능 병역 특례업체로 지정되었는바, 위 망인은 지게차 조종사 면허를 가지고 병역법상의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되어 소외 회사에 지게차 운전자 보조 기사로 입사하였다. 그런데 위 망인의 출근 시각은 08:30이고 퇴근 시각은 17:30이며 그 밖에 1일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의 연장 근로를 하여 왔으며(따라서 망인은 1995. 3.에는 21시간, 4월에는 37.5시간, 5월에는 35시간의 연장근로를 하였다), 근무 시간 중에 하루 3시간 정도는 지게차 운전을 보조하였고 그 나머지 시간에는 제품출하반에서 3.1㎏ 내지 8.3㎏ 정도되는 드럼통을 11t 내지 15t 화물자동차에 하루 160 내지 300개 정도씩 차에 실어 올리는 작업을 하면서, 그 외에도 제품 분류와 불량품 색출 등의 잡일 등도 하여 왔다.

한편 위 망인은 집이 서울이어서 출·퇴근이 어려워 소외 회사 사무실 옆에 만들어 놓은 임시 숙소에서 기거하여 왔던 관계로, 근무 시간이 끝난 뒤에도 가끔 경비 업무 등을 보조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2) 그런데 위 망인은 부검 결과 심장관상동맥의 내강이 선천적으로 정상인에 비해 좁고 벽이 얇은 '관상동맥 회선지(회선지) 형성 부전증'을 가지고 있었는바, 이러한 관상동맥 회선지 형성 부전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신적 흥분이나 과로, 노동 등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가하면 급성 증상이 발생하여 갑자기 사망하게 되는 심장성 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다.

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은 위와 같은 선천성 이상을 가진 상태에서 소외 회사에 입사한 이래 이 사건 재해에 이르기까지 지게차 운전과 출하 업무 및 잡일 등을 번갈아 해야 하는 등 업무 내용이 고정되지도 아니하고 비교적 힘든 업무를 계속 수행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근무 시간이 끝난 뒤에도 피로 회복이나 휴식이 쉽지 아니한 회사 내의 임시 숙소에서 기거하여 와 피로가 누적되어 오다가, 위 사고 당시 업무를 준비하기 위하여 작업복으로 갈아 입으려 기숙사로 들아가던 중 순간적으로 위의 선천성 이상이 심장성 돌연사를 유발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망인의 사망과 위 업무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강국(재판장) 고의영 노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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