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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창원) 2020. 6. 24. 선고 2019노344 판결
[살인·살인미수·현주건조물방화치상·현주건조물방화·특수상해·재물손괴·폭행·특수폭행] 상고[각공2020상,682]
판시사항

피고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다음 2층 비상계단으로 이동하여 위층에 거주하는 갑 등이 대피하기를 기다렸다가 무방비 상태로 대피하는 갑 등을 회칼과 장어칼로 찔러 5명을 살해하는 등 총 22명을 사상에 이르게 하였다고 하여 살인·살인미수 및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 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 형을 감경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다음 2층 비상계단으로 이동하여 위층에 거주하는 갑 등이 대피하기를 기다렸다가 무방비 상태로 대피하는 갑 등을 회칼과 장어칼로 찔러 5명을 살해하는 등 총 22명을 사상에 이르게 하였다고 하여 살인·살인미수 및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 등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피고인이 약 10년 전 폭력사건의 재판에서 조현병으로 진단되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판단되었고 이후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점, 범행 동기와 경위 등에 관하여 ‘다수의 주민들이 패거리를 이루어 자신에게 불이익을 가한다’는 등의 피고인의 진술은 수사기관, 정신감정 당시의 면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될 뿐만 아니라, 위 살인 등 범행 이전에 수차례 위층에서 벌레를 뿌렸다며 항의를 하고 오물을 투척하는 등 소동을 일으킨 점 등의 여러 객관적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 조현병적 증상이 각 범행의 동기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망상이 범행 동기가 되었다’는 공통된 내용의 임상심리평가와 정신감정 결과는 피고인이 각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신빙성 있는 자료로 판단되는 점, 피고인의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이 범행의 동기가 된 이상 피고인이 범행을 준비하여 계획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을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에다가 각 범행의 경위, 수단 및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각 범행 당시 조현병의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정신적 장애에 기인한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으로 말미암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법상 심신미약에 따른 법률상 감경 조항을 적용함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례이다.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변수량 외 4인

변호인

변호사 윤정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압수된 회칼 1개(증 제1호), 장어칼 1개(증 제2호), 라이터 1개(증 제3호), 흰색말통(휘발유통) 1개(증 제15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판시 범죄사실 2019고합153호 사건 중 제2의 가.항 부분에 관하여 현주건조물방화의 점에 대해서는 원심 판시 각 현주건조물방화치상 범행에 흡수되어 별도로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유무죄로 판단하면서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각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관하여 피고인만 항소하였고, 검사는 항소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상소불가분의 원칙에 따라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함께 항소심에 이심되는 것이기는 하나, 이유무죄 부분은 이미 당사자 간의 공격·방어의 대상에서 벗어나 사실상 심판대상에서 이탈되었으므로 이 법원이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도1293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의 결론에 따르기로 하고, 이 법원에서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심신미약 주1)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이하 이 사건 각 범행 중 2019. 4. 17.자 범행은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이라 한다) 당시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

나. 양형부당 주장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사형, 몰수)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심신미약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의 성장과정

가) 피고인은 (생년월일 생략)으로 진주시에서 4남 중 차남으로 태어나 진주시에서 거주해 왔다. 피고인의 집은 어린 시절부터 궁핍한 편이었고,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부모 사이에 싸움이 잦아 모친이 가출하기도 했다. 부친은 2002년경 암으로 사망했다. 피고인의 중학교 성적은 하위권이었으며, 체육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으나 가정형편이 어렵고 학업에 흥미도 없어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하였다. 피고인은 만 18세이던 1995. 12. 19.경 본드흡입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아 소년원에 다녀왔다.

나) 피고인은 방위산업체 근무로 군복무를 해결한 후, 자동차정비공장, 제조공장, 대기업 하청업체 등 여러 직장을 전전하였다. 2008년경 ○○전자 공장에서 3개월 정도 전자제품을 상차하는 업무를 하다가 디스크 협착증이 왔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몸이 좋지 않은데, 당시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산업재해로 처리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관계 기관에 수차례 방문하는 등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를 원했으나 결국 인정되지 않았다.

다) 이후 피고인은 모친 및 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동생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며 지내던 중 동생과 다투고 한동안 승합차에서 생활하기도 하였다.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과 과학수사계는 피고인의 피해의식이 심해지면서 이 무렵부터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다니는 바람에 회사 관계자들이 자신을 쫓아다니며 감시하고 대인관계를 방해하는 등의 불이익을 입히고 있다’는 망상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원심 판시 2019고합153호 (이하 ‘원심 판시’는 생략하고 사건번호만 표시한다) 증거기록(이하 ‘증거기록’이라고만 하고 다른 사건 증거기록을 인용하는 경우는 별도로 사건번호 표시를 한다) 1,229면].

2) 2010년경 폭력사건과 조현병 진단

가) 피고인은 2010. 5.경 회사에서 자신을 감시하라고 보냈다고 믿은 사람에게 칼을 휘두르며 협박하고 상해를 가하였다. 피고인은 위 사건으로 입건되어 2010. 8.경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는데, 정신과적 진단은 편집형 정신분열병(조현병)이었다. 당시 작성된 정신감정서의 요지는, “감정인의 의식은 주2) 명료 하나 주3) 지남력 은 현실 판단력 및 망상적 사고내용으로 인해 손상되어 있다. 사고과정상 비논리적이고 지리멸렬하다. 비현실적 사고,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의 사고내용을 보인다. 지각장애는 부인하였으나 행동관찰상 환청이 의심된다. 지능검사상 ‘평균 하’ 수준으로 유의한 인지기능의 저하는 없어 보인다. 판단력의 장애가 의심된다. 지각장애를 보이고, 의심이 많고 불안하며 분노와 적개심이 뚜렷해 보이는 등 정서적 불안정성이 시사된다. 그 증상이 중증에 해당하고, 범행 당시 및 현재 심신미약 상태로 보인다.”(증거기록 1,881면 이하)라는 내용이다.

나)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2010. 8. 31. 위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인정하고 피고인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상해)죄 등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3년을 선고하였다.

3) 치료 경과와 사회적응노력 등

가) 피고인은 위 사건으로 인한 집행유예기간 동안 보호관찰을 받았다. 보호관찰소는 2010. 12. 15.경 피고인의 보호자에게 강제입원 조치를 권유하였다. 피고인은 어머니와 동생이 살고 있는 집에서 같이 살았는데, 피고인의 형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그들과 사이에 자주 갈등이 있었고, 결국 2011. 1.경 동생과 싸운 후 동생의 신고로 강제입원 조치되었으며, 이후 피고인과 가족들 사이의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609면). 피고인은 2011. 10.경 퇴원하기까지 입원해 있었다.

나) 피고인은 퇴원 후 2012. 3. 11. △△고등학교 부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2015. 2. 14. 졸업하였는데, 전체 110여 명의 재학생 중 4~5등 정도의 성적을 받았다. 피고인은 2012. 3. 20.경부터 굴삭기 자격 취득을 위해 중장비학원에 다녔고, 2010년경 6차례 응시했었으나 모두 낙방했던 굴삭기 자격시험을 2012년경에는 단번에 합격했다.

다) 피고인은 2012. 10. 8.경 굴삭기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운전 습득을 위해 일을 하러 갔다가 다시 허리를 다쳤다. 이후 포클레인 기사 보조일을 하며 월 15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었는데, 2013. 7.경 길에서 넘어져 왼쪽 발목을 다친 데다 허리 통증도 재발하여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형 공소외 2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9년 초경에는 진주지역자활센터에 나가보려 하였으나, 직원들이 커피에 약을 탄다는 망상에 빠져 며칠 만에 그만두었다고 한다(증거기록 757면). 피고인은 일을 하지 못하는 동안 50~60만 원 정도의 기초생활수급비와 형이 간헐적으로 보내주는 용돈으로 생활을 유지하였다.

라) 피고인은 퇴원 후 2016. 7.경까지 ◇◇◇◇병원에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 면담을 하고 약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등 조현병 진단하에 외래진료를 받았다. 피고인은 2016. 7. 28. 진료를 마지막으로 진료를 중단하였다.

4) ☆☆3차아파트 전입 후 피고인의 행동 등

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민원접수 내역에 따르면, 2018. 9. 25. ‘▽▽▽호 현관문 앞에 인분으로 보이는 오물이 버려져 있어 냄새가 많이 난다’는 민원이 접수되었고, 2018. 9. 26. ‘◎◎◎동 승강기 1, 2호기 내 오물 투척으로 냄새가 심하니 확인 및 청소를 부탁한다’는 민원이 접수되었다(증거기록 1,652면).

나) 피고인은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을 하기 약 3개월 전인 2019. 1. 17.경 진주시 진주지역자활센터에서 위 센터에서 근무하는 피해자 공소외 3(여, 27세)이 과거 피고인에게 약을 탄 커피를 주었다는 취지로 항의를 하다가 화가 나 위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던 다른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 2019고합154호 사건).

다) 112 신고 자료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9. 2. 28. 오전 ▽▽▽호 주민인 피해자 공소외 4가 출근할 때 계란을 던지고 폭언을 하였다(증거기록 2,201면).

라) 112 신고 자료에 따르면, 2019. 3. 3. 오전 ▽▽▽호 앞에 누군가 오물을 뿌린 것 같다는 내용이 신고되었다(증거기록 2,201면).

마) 피고인은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을 하기 약 1개월 전인 2019. 3. 10.경 진주시 한 호프집 앞에서 손님들과 시비를 하여 쇠망치를 든 채 주먹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2019고합155호 사건). 당시 피고인의 가방에는 쇠망치뿐만 아니라 칼 주4) 2점, 가위, 뺀치 등이 들어 있었다.

바) 피고인은 2019. 3. 12. 19:35경 ▽▽▽호 주민 피해자 공소외 4의 집 앞에서, 위 피해자가 같은 동 주민들을 선동하여 피고인을 험담하고 괴롭히며 피고인의 집에 벌레를 뿌린다고 생각하고, 간장과 식초, 오물 등을 섞은 액체를 ▽▽▽호 현관문과 복도 쪽 창문에 뿌렸다( 2019고합153호 사건 중 2019. 3. 12.자 범행).

사) 112 신고 자료에 따르면, ▽▽▽호 주민 피해자 공소외 4가 내려올 때 피고인이 욕을 하며 따라왔다(증거기록 2,201면).

아) 아파트 관리사무소 민원접수 내역에 따르면, 피고인이 2019. 4. 2.경 새벽에 베란다를 열고 “위층에서 벌레를 내던지는데 관리사무소는 뭐하냐.”라면서 고성을 질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증거기록 1,655면).

자) 한편 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형 공소외 2는 수사기관에서, “동생을 강제입원시키기 위해 2019. 4. 초경 검찰청 민원실, 법률구조공단, 동사무소 등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지만,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강제입원 추진을 단념해야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613면).

5) 이 사건 각 범행 동기와 관련한 피고인의 진술

가) 피고인은 2019. 4. 17. 이 사건 살인 등 범행과 관련한 최초 경찰 진술 당시 위 범행의 동기와 경위 등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계속 당하고 있었고 기업체 내에서 불이익도 많이 당했고 퇴사 이후에도 계속 불이익을 받았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도 많은 불이익을 당했고 그래서 홧김에 불을 지른 것이다. 화가 나서 칼을 들고 갔다. 불이익도 당하고 정신 나간 인간들이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했다. 문제점은 해결이 되지도 않고 그래서 화가 계속 났다. 평소 이웃 주민들에게 벌레가 있다, 몰카, CCTV가 있으니까 같이 해결을 하자고 말해도 성추행, 사기 등등 이야기만 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그랬다. 일일이 감시를 하고 그랬다.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해도 해결해 주지 않았다. 이웃 주민들을 향해 칼을 휘두른 사실이 있고, 그래서 사고가 많이 났다. 화가 많이 났고 그래서 칼을 휘두르고 그랬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25~730면).

나) 이후 피고인은 수사기관, 정신감정 당시의 면담, 법정 등에서 “10년 전 피고인이 허리를 다쳐 ○○ 공장을 그만둘 무렵부터 피고인 등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을 두고 피해를 주는 집단이 있었고, 이들이 성폭력, 살인, 강간 등의 흉악한 짓거리를 일삼았고, 국정농단 세력과도 관련이 있으며, 진주시에 비리와 부정부패가 심각하여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경찰서 등 관공서들도 모두 한 패거리다. 피고인이 ☆☆아파트에 전입한 후에는 주민들이 위 범죄자 무리들과 연계해서 집중적으로 본인을 괴롭히고 정신을 파괴시키고 있다.”라는 취지로 반복하여 진술하고 있다.

다) 또한 피고인은 자기만 이와 같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불이익을 가하는 패거리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 온다고 수사기관에서부터 본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당심 피고인신문에서 피고인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엘리베이터나 로비를 다니다보면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들린다고 진술하기도 주5) 했다. 나아가 주민들이 피고인을 감시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진술하기도 했고, “패거리들을 맞닥뜨리면 이들이 나에게 감정조절을 일삼는다.”라는 주6) 진술 을 하기도 했다. 또한 피고인은 위 4)항에서 본 바와 같이 ▽▽▽호 주민 등이 벌레와 벌거지 등 독충을 뿌려대기 때문에 피부가 자주 가려웠다고 진술하고 있다.

라) 피고인은 경찰 조사(증거기록 726면) 및 당심 피고인신문 당시 “화가 너무 많이 날 때는 ‘확 진짜 불을 질러버릴까’라는 생각도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경찰 조사에서는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한 적은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증거기록 1,232면).

마) 당심 피고인신문에서 피고인은 “2016년 말경 ☆☆3차아파트 ◎◎◎동 ◁◁◁호로 전입한 직후부터 주변에서 단지 내에 다른 이들을 헐뜯으며 싸움을 붙여대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들을 자기에게 하여 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3차 단지 곳곳에 패거리를 지어 사기행각을 벌이고, 아동학대·강간 등의 중범죄를 일삼고, 남의 험담을 퍼뜨리고,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각종 문제를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피고인은 특히 “◎◎◎동 ▽▽▽호 주7) 의 경우 범죄자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들락날락거리고, 피고인에게 인상을 쓰고 시비를 걸어오고, 벌레와 벌거지들을 피고인의 집을 향해 뿌리고, 아파트를 불법개조하여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는 피고인을 감시하고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호는 ▽▽▽호와 한 패거리인 범죄자집단이고, ♤♤♤호 남자는 형 공소외 2의 친구로 자기에게 잘해 주는 척을 하면서 뒤에서 욕하고 벌레를 뿌려대는 패거리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420면). 피고인은 또한 “♡♡♡호 주민은 설날 때 음식을 가져다주었는데, 음식에 병균을 타 쉰 냄새가 났고 그것을 먹는 바람에 토하게 되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증거기록 826면), 이 외에도 다수의 주민들이 패거리를 이루어 여러 불이익을 가한다고 수차례 진술하였다.

6) 범행 경위

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도구는 회칼(전체 길이 34cm, 칼날 길이 21cm) 1자루, 장어칼(전체 길이 24cm, 칼날 길이 11cm) 1자루, 그리고 건물을 방화하는 데 사용한 휘발유 등이다. 피고인은 칼 2점을 약 한 달 전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항상 옆에서 불이익을 주고해서 화가 나서 샀다. 항상 나의 감정을 억압해서 샀다.”라거나 “점점 불이익을 주는 정도가 심해져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증거기록 728, 1865면), 당심 피고인신문 당시에는 “낚시도구로 쓸 겸 보호본능에 의해 필요하여 사두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휘발유는 범행이 있던 날인 2019. 4. 17. 00:51경 집에서 3km 정도 떨어진 ●●셀프주유소로 가 구입하고 기름통에 담아 돌아왔는데, 당심 피고인신문 당시 피고인은 “평소에 이용하던 주유소 중 그 시간에도 열 것으로 생각했던 곳에 간 것뿐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또한 피고인은 당심 피고인신문에서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에 나아간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확 불을 질러버릴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있었지만, 일단은 오토바이 등 필요한 용도에 쓰기 위해 그냥 사두었다. 그리고 과일 소주 1병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또 ▽▽▽호에서 뿌리는 벌레와 벌거지 등 때문에 잠에서 깨야 했고 화가 끓어올랐고 마침 휘발유를 사둔 게 생각났다. 불을 지르면서도 사람들을 죽이려고까지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감정상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과 당심에 이르기까지 대체로 일관되고 있다.

다) 피고인은 피고인의 집에 불을 지른 후 곧바로 2층 비상계단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호, ▷▷▷호, ♤♤♤호 피해자들을 비롯하여 대부분 자신이 불이익을 주는 패거리라고 진술한 이들에게 살인 또는 살인미수의 범행을 가하였다.

라) 피고인은 범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누구에게 칼을 휘둘렀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있었다.”(증거기록 732면), “찌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냥 맞닥뜨리는 대로 했다. 화가 계속 치밀어 올랐다.”(증거기록 1076면), “▽▽▽호에 거주하는 여성 2명을 만난 기억이 난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얄궂게 한 패거리로 불이익을 줬던 사람들을 만났다. 누구를 어떤 순서대로 만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호 여성 2명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증거기록 2340면), “범행 중 투항할 무렵부터 이성이 돌아왔다. 화가 났을 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찔렀고, 화가 좀 가라앉았을 때는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칼을 뽑고 자살을 하려고도 했다.”(당심 피고인신문)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범행 후 정황

가) 피고인은 체포 당시 경찰이 공포탄을 쏘자 “공포탄인 거 다 안다.”라고 하기도 했고, 이후 실탄을 쏘자 잠시 후 칼을 버리고 투항하였다. 피고인을 체포한 경찰은 “피고인은 체포되고 범행 동기를 묻자 정확하게 얘기하지는 않고 국정농단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횡설수설을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고(증거기록 256면), 다른 경찰 또한 “피고인을 순찰차에 태운 후 범행 동기를 묻자 ‘○○전자에 다녔는데 임금도 못 받고 임금체불이 심하다’고 했고, 파출소에 도착한 뒤 다시 묻자 ‘국정농단 사태가 심각한데 너희들은 무엇을 했냐’고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020면).

나) 이후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주장하는 한편, 자신에게 조현병적 증세가 있음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약 복용 등 치료에 대한 의지 또한 없다. 피해자들에 대한 생각을 물을 때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억울한 마음에 하소연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증거기록 733면), “잘못한 건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싫어도 받아들여야 되는 것은 안다.”(원심 피고인신문)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고, 당심 피고인신문에서는 “다시 돌아가면 안 할 것이다. 그런데 그때 가봐야 안다고 생각한다. 내 딴에는 노력을 했지만 불이익이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8) 임상심리평가와 정신감정 결과 등

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의 임상심리평가 결과

(1) 대검찰청 심리분석관들은 2019. 4. 19.~30.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에서 임상심리평가를 하였다. 의뢰사항은 주민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의 이유, 정신과적 병력 및 의무기록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 피고인의 지능, 계획적·목표지향적 사고능력, 사고장애 여부, 정신증상의 수준, 재범 위험성 및 치료 필요성 등 객관적인 임상평가를 통한 심신상태 판단이었다.

(2) 위 심리분석관들이 2019. 5. 3. 작성한 임상심리평가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신상태 검사〉
● 일반적 상태: 자신의 망상과 관련해서는 빠른 속도로 중언부언 많은 양의 말을 하였고, 검사자의 개입 없이는 발화가 중단되지 않는 모습이었음.
● 기분 및 정동: 입실 당시부터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에 종종 경계하는 눈빛이었으며, 뒤로 갈수록 짜증이 동반된 불쾌한 기분상태가 빈번하게 관찰되었음. 만성 조현병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부적절한 정동이나 둔마된 정서(blunted affect) 등은 관찰되지 않았음.
● 사고의 형태, 과정 및 내용: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모두 가능하였으며 간단한 질문에는 대체로 논리적인 응답을 할 수 있었음. 그러나 면담에서는 논리를 벗어난 피해망상, 사고장애가 뚜렷하게 시사되었음.
● 인지: 의식이 명료하며 지남력(시간·장소·사람 등)상의 신경학적인 문제는 시사되지 않음.
● 이상행동, 판단력 및 병식: 이상행동은 관찰되지 않았고 독립적인 생활유지에 필요한 일상생활 속의 기본적인 판단력은 갖추고 있었음. 그러나 피해망상이 매우 공고화된 수준이며, 이에 대한 통찰능력이나 병식은 크게 결여된 상태로 판단됨.
〈지각 및 사고〉
● 현실과 내면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의 와해된 지각의 장애(예: 환청, 환촉)는 뚜렷하게 시사되지 않음. 또한 대화가 전혀 불가할 정도의 기괴한 망상이나 신념, 자폐적인 사고행동은 관찰되지 않음. 그러나 ‘이웃 주민들이 단체로 짜고 나를 괴롭힌다’, ‘사람들이 나를 욕하고 감시한다’와 같이 주변인을 의심하고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관계망상(주8)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활성화되어 있음. 사고의 흐름 또한 일관되게 통제되지 못하고 우원증(주9)이나 심하게는 탈선적인 사고와 같은 사고장애가 나타나고 있음. 특히 망상 관련 주제에서는 비논리적이고 개연성 없는 신념을 빠르게 확장시키며 자기만의 고립된 사고에 함몰되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됨.
〈정서 및 성격〉
● MMPI-II 프로파일에서 임상적 규준점을 넘는 다수의 임상척도를 고려할 때, 피고인은 현재 강한 피해의식과 관계망상이 극대화된 상태로 평가됨. 가장 특징적인 정서적 요인은 관계망상에서 파생되는 분노감과 높은 언어적·신체적 공격 경향성으로 나타남. 특히 사건 발생 직전 약 2~3개월 동안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서, 사소한 단서에도 쉽게 예민성이 증가하여 주변인의 언행을 의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자신을 괴롭혔다고 지각하는 대상에 대한 보복의 시도와 기회 탐색의 노력이 상당히 많았을 것으로 추정됨.
● 자신의 피해망상과 적대적 감정에 극도로 몰두한 상태에서 본 범행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도 반성적 사고나 후회보다는 피해자들에 대한 분노와 보복심리에 더욱 초점화되어 있는 상태임.
● 피고인은 뚜렷한 관해기 없이 과거와 동일한 사고장애 및 망상이 지속되어 왔던 것으로 추정됨.
〈재범 위험성 평가〉
● 재범 위험성 평가(KORAS-G) 결과 총점이 절단점을 크게 뛰어넘는 19점으로 재범 위험성 ‘높음’ 수준에 해당됨.

주8) 관계망상

주9) 우원증

나)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

(1) 치료감호소는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으로부터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받아 2019. 5. 10.부터 2019. 7. 2.경까지 피고인을 치료감호소 병동에 입소시켜 면밀한 정신의학적 면담, 정신상태 검사, 심리검사, 두부 및 흉부 X-선 검사, 임상병리검사와 간호기록지 등을 통한 감정 기간 중의 행동관찰을 참조하여 감정을 하였다.

(2) 치료감호소가 2019. 7. 2. 작성한 정신감정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의식과 지남력: 의식은 명료하며, 지남력도 보존되었음.
● 감정상태: 입소 시 매우 화가 난 정동을 보였고, 불안정한 감정상태로 충동적임.
● 사고과정 및 내용: 사고과정은 지리멸렬하고 사고의 이완과 탈선을 보이며, 사고내용상 피해망상(예전에 근무했던 공장을 운영한 기업체, 진주시청 공무원,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 특히 ▽▽▽호, ▷▷▷호, ♤♤♤호, ♡♡♡호 거주민들이 자신에게 계속 불이익을 주고 감시하면서 사기, 폭행, 강간, 아동학대 등의 범죄를 했다고 함)과 관계망상(경찰서, 검찰 직원들,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뉴스를 방송하는 언론매체들이 가해자들과 결탁되어 피고인에게 적절한 조치를 해주지 않고 확인되지 않는 사건 내용을 방송한다고 함)을 보임.
● 지각: 환청을 호소하지는 않으나 의심됨.
● 지능: IQ 78로 경계선 수준에 해당함.
● 판단력과 병식: 현실 판단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병식(주10)은 결여됨.
● 임상심리검사 결과: 현재 지적능력(K-WAIS-IV)은 경계선 수준에 해당되었다. 피해망상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사고가 전개되고 있으며, 사고의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연결이 매우 이완되어 있고 자폐적인 논리에 의해 현실을 왜곡해 판단하고 있어, 현실 검증력이 손상된 상태이다. 피해망상과 관련하여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두 대상을 연결하여 자신의 의심과 불신을 강화시키고, 타인에 대한 불신과 상황적인 편집증적 신념을 강화하는 데 집중을 하나, 타인과의 실제 접촉이나 다른 주제나 현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 감정 결과
- 진단: 조현병(정신분열병)
- 설명: 조현병(정신분열병)이란 뇌의 기질적인 이상은 없는 상태에서 사고, 정동,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장애를 초래하는 뇌 기능장애로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심하게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증적 행동, 음성증상, 즉 정서적 둔마, 무논리증, 무욕증 등의 증상을 보임.
● 형사책임능력에 대한 정신의학적 의견: 피고인의 정신과적 진단은 조현병(정신분열병)이며 본소 입소 당시 정신상태는 피해망상 및 관계망상, 지리멸렬한 사고 및 언어, 불안정한 감정, 현실 판단력의 저하, 충동조절능력의 저하, 병식 결여 등의 정신증상들을 보였으며, 본 사건 범행 당시에도 입소 시 정신상태와 비슷한 정신증상들을 보였으리라 추정되며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즉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사료됨.

주10) 병식

다) 정신과 전문의 공소외 5

(1)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 의료자문위원인 정신과 전문의 공소외 5는 2019. 8. 27. 조현병 환자의 ‘인지능력, 사물변별능력’ 유무 및 ‘인지능력, 사물변별능력’이 있음에도 의학적으로 ‘심신미약’ 판정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자문에 대하여 회신을 제출하였다.

(2) 위 회신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조현병은 단일한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질병군이다. 조현병은 1)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심하게 와해된 또는 긴장증적 행동, 음성증상’의 5개 중 2개 또는 그 이상이 있고, 그 각각이 1개월의 기간(또는 성공적으로 치료되었을 경우 그 이하) 중 의미 있는 기간 동안 존재하며, 최소한 위 증상 중 하나는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에 해당하고, 2) 장애가 발생한 이후로 상당 기간 동안 일, 대인관계, 자기 돌봄 등과 같은 영역 가운데 하나 또는 그 이상에서의 기능 수준이 발병 이전에 성취한 수준보다 현저히 낮으며, 3) 질병의 계속적인 징후가 최소 6개월 이상일 때 진단된다.
● 조현병 환자의 현실 검증력은 정신병적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조현병 환자 전체를 일반화하여 평가할 수 없다.
● 조현병 환자의 일상적 기능 정도에 따라 정기적으로 경륜 도박을 하거나 소셜댄스 수업, 미용강좌 수강을 할 수도 있다.
● 조현병 환자의 경우 정신과적 증상(관계망상, 피해망상, 탈선적 사고)이 심하다면 의학적인 심신미약 판정을 할 수 있다. 즉, 망상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망상에 의해 감정표현이나 폭력을 행한 것을 현실 판단력의 저하로 보고, 이렇게 현실 판단력 및 현실 검증력(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저하된 것을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망상적 사고로 인해 아파트 CCTV를 이웃 사람들이 피고인을 감시하려고 설치했다고 믿은 것을 보면 사물변별능력, 즉 그 원래의 목적을 변별하는 능력이 저하되었다고 볼 수 있다.
● 편집(망상)적이면서 지능이 우수한 환자들은 그들의 망상에 기반하여 계획적인 공격행동을 하고, 낮은 지능이면 반응적 공격행동을 한다는 논문이 있다.
● 가족기능 및 지역사회 적응 등이 불량한 경우 역시 폭력행동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 공주치료감호소는 ‘환청을 호소하지 않으나 의심됨’이라고 기술한 반면, 법과학분석과는 ‘와해된 지각의 장애(환청, 환촉 등)는 뚜렷하게 시사되지 않음’이라고 기술했다. 환청을 비롯한 환각은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므로 당사자가 증상이 없다고 말하면 그 여부를 알 수 없고, 망상의 행태나 말이나 행동에서 추정할 뿐이다. 공주치료감호소는 피고인이 ‘많은 사람들이 짜고 나를 욕하고 험담하며 해코지한다’는 내용 등에서 환청의 가능성을 본 것으로 생각되고, 임상에서도 흔히 이러한 경우 환청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치료되거나 호전될 수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10조 제1항 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같은 조 제2항 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규정하는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판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지만, 정신적 장애가 조현병(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범행의 충동을 느끼고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에 있어서의 범인의 의식상태가 정상인과 같아 보이는 경우에도 범행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 흔히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아 행위통제능력이 저하된 것이어서 심신미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으며(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425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심신장애의 유무와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서 전문감정인의 정신감정 결과뿐만 아니라 범행의 경위, 수단,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등 기록에 나타난 제반 자료 등을 종합하여 독자적으로 심신장애의 유무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638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다가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수단 및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조현병의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그 정신적 장애에 기인한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으로 말미암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은 이유 있다.

(1) 피고인은 2010. 8.경 조현병으로 진단되어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피고인은 2011. 1.~10.경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고, 퇴원 후 2016. 7.경까지 외래진료를 받다가 2016. 7. 28. 진료 후 더 이상 외래진료를 받지 않았다.

(2) 피고인에 대하여 대검찰청 심리분석관들이 실시한 임상심리평가에 의하면, ‘피해망상이 매우 공고화된 수준이며, 이에 대한 통찰능력이나 병식은 크게 결여된 상태’로 판단되고, ‘이웃 주민들이 단체로 짜고 나를 괴롭힌다’, ‘사람들이 나를 이용하고 감시한다’와 같이 주변인을 의심하고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관계망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3) 피고인에 대하여 치료감호소가 실시한 정신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의 사고과정은 지리멸렬하고 사고의 이완과 탈선을 보이며, 사고내용상 피해망상(예전에 근무했던 공장을 운영한 기업체, 진주시청 공무원,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 특히 ▽▽▽호, ▷▷▷호, ♤♤♤호, ♡♡♡호 거주민들이 자신에게 계속 불이익을 주고 감시하면서 사기, 폭행, 강간, 아동학대 등의 범죄를 했다고 함)과 관계망상(경찰서, 검찰 직원들, 치료감호소 감정의사, 뉴스를 방송하는 언론매체들이 가해자들과 결탁되어 피고인에게 적절한 조치를 해주지 않고 확인되지 않는 사건 내용을 방송한다고 함)을 보인다’고 하며, 결론적으로 ‘조현병(정신분열병)으로 진단되고, 형사책임능력에 대하여는 범행 당시 및 현재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이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와 관련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을 괴롭히고 피해를 주는 집단이 있고, 진주시 경찰서 및 관공서들도 모두 한 패거리이며, ☆☆아파트 내에도 이들과 연계해서 피고인을 괴롭히고 정신을 파괴시키는 이들이 있고, 앞으로도 이들로부터 극도로 많은 피해를 받을 것 같아서 이를 중단시켜야 했으며, 특히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이 일어난 새벽에는 피부가 가려워 잠에서 깨자 또다시 범죄자 무리의 주범인 ▽▽▽호에서 벌레와 벌거지 등을 뿌렸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화가 치밀었기 때문’이라고 반복하여 진술하거나 이와 유사한 내용을 기재한 항소이유서 등을 반복하여 제출하였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은 그 내용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 스스로는 조현병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심신미약 감경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술을 꾸며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살인 등 범행 이전부터 칼 2점을 가지고 다녔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살인 등 범행 이전에 수차례 ▽▽▽호에서 벌레를 뿌렸다며 항의를 하고 오물을 투척하는 등 소동을 일으킨 점 등의 여러 객관적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떠나서 기억하거나 생각나는 대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내용의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 조현병적 증상이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인 것으로 보인다.

(5) 검사는 ①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한 치료감호소의 감정 결과에 대하여 치료감호소 측이 수사기록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3차례의 면담만으로 감정한 것으로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② 이 사건 각 범행 이후의 치료감호소의 감정 결과는 2010. 8.경 감정 결과와 달리 지남력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 점, ③ 법과학분석과의 감정 결과에 ‘조현병 환자에 흔히 나타나는 부적절한 정동이나 둔마된 정서는 관찰되지 않고, 기본적인 판단력은 갖추고 있다’고 기재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치료감호소 의료부장인 원심 증인 공소외 1이 “감정에 필요한 수사기록 내용은 확인하였고, 치료감호소에서는 여러 명의 의사가 감정서를 검토하여 전문의마다 다른 의견을 내지 않도록 하고 있고, 이 사건과 같이 주목을 받는 사건의 경우에는 훨씬 많이 고심하고 더 많이 환자를 면담하며 컨설턴트를 이루어 다 같이 살핀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점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주장한 사정만으로는 치료감호소의 감정이 신빙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앞서 본 임상심리평가와 정신감정 결과의 요지는 ‘피고인에게 인지능력, 기억력, 의사표현능력 등의 문제는 없으나, 망상 등에 지배되어 판단력, 사고능력이 손상되어 있고, 피고인의 망상이 범행 동기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공통되고 있고, 치료감호소가 심신미약 의견을 제출한 점, 원심 증인 공소외 1은 ‘2010년 감정과 달리 지남력이 보존되어 있다고 하여 반드시 상태가 좋아졌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임상심리평가에 기재된 부분은 피고인의 인지능력 등에는 문제가 없어 ‘와해형 조현병’은 아니라는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전체적인 내용은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앞서 본 임상심리평가와 정신감정 결과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신빙성 있는 자료로 판단된다.

(6) 검사는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 대상을 선정한 점, 사전에 범행 방법을 계획하고 범행도구를 준비한 점, 범행 실행을 결의하고 범행 기회를 포착하는 행태를 보인 점, 범행 대상을 끈질기게 추격하고 정밀하게 타격한 점, 범행 당시에도 대상을 구별한 점 등에 비추어 철저히 계획적인 범행이었으므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앞서 본 인정 사실을 토대로 살피건대, 피고인이 막연하게나마 사전에 방화나 살인 등의 범행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있었던 점, 방화 후 사람들이 대피하는 통로인 계단으로 가 대기한 점, 자신이 가해자로 생각하던 사람들을 위주로 공격한 점, 자신이 가해자로 인식하는 피해자를 쫓아가 공격하는 경우도 있었던 반면, 가해자로 인식하지 않는 피해자는 그대로 보내주기도 한 점 등의 사정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나, ① 범행도구인 칼 2점은 피고인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휘발유 또한 처음부터 방화를 하기 위해 사온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진술한 바와 같이 당시 잠에서 깨어 화가 치밀어 오르자 마침 사둔 휘발유가 생각나 범행을 결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② 앞서 제3의 가. 6)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들을 맞닥뜨리자 화가 치밀어 공격한 기억은 있으나 구체적인 정황을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점, ③ 피고인의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이 이 사건 범행의 동기가 된 이상 피고인이 그와 같은 범행을 준비하여 계획하고 이에 따라 범행을 실행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을 심신미약 상태로 판단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7) 검사는 또한 피고인의 범행 전후 행동, 즉 소셜댄스를 수강하거나 경륜장에서 경륜 도박을 한 점, 범행 당시 추적을 회피하기 위하여 집에서 3km나 떨어진 셀프주유소를 이용한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의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일반인과 동일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치료감호소 의료부장인 원심 증인 공소외 1은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반드시 인지기능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어서 무엇을 배우거나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판단력에 손상이 있는 것이지 완전히 결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피해망상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과 인지능력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는 조현병 환자도 경륜 도박, 소셜댄스 수업, 미용강좌 수강을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전문의 공소외 5의 회신과 같은 취지이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점(공판기록 308면), ② 피고인은 당시 자신이 자주 이용하던 주유소 중에서 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주유소에 갔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로 당시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었으며, 피고인은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다가 기계가 잘 작동하지 않자 직원의 도움을 요청하였던 것(증거기록 776면) 등에 비추어 주유소에 갈 때부터 추적을 회피하기 좋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검사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8) 마지막으로 검사는 피고인이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논거로 주장하나, 5명을 살해하고 모두 22명의 피해자를 만들어 낸 이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그 범행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하는 피고인의 태도야말로 피고인의 정신상태가 일반인과 동일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핵심적인 사정으로 보이고, “망상증 환자들은 망상의 세계에만 집중하고 있고, 현실 상황에 별 관심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주로 피해망상 속에서 가해자와 본인의 관계에서 어떤 위협이 미래에 닥칠 것인지 거기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피고인도 피해망상에서 사고가 멈춰 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원심 증인 공소외 1의 증언(공판기록 311면) 또한 그러한 취지로 이해된다.

나) 소결론

2018. 12. 18. 법률 15982호로 개정되어 시행된 형법 제10조 제2항 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심신미약자의 행위에 대하여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는 것으로 위 조항이 개정되었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되는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법상 심신미약에 따른 법률상 감경 조항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아 피고인에 대하여 법률상 감경 조항인 형법 제10조 제2항 을 적용하지 않고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심신미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점에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및증거의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범죄사실’란 서두에 “피고인은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아래 각 범행을 저질렀다.”를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 (살인의 점), 각 형법 제254조 , 제250조 제1항 (살인미수의 점), 각 형법 제164조 제2항 전문, 제1항 (현주건조물방화치상의 점), 각 형법 제258조의2 제1항 , 제257조 제1항 (특수상해의 점), 각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의 점), 각 형법 제260조 제1항 (폭행의 점), 각 형법 제261조 , 제260조 제1항 (특수폭행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 제50조 (각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 상호 간,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공소외 6에 대한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 살인죄, 살인미수죄: 각 사형 선택

○ 현주건조물방화치상죄: 유기징역형 선택

○ 재물손괴죄, 폭행죄, 특수폭행죄: 각 징역형 선택

1. 심신미약 감경

○ 각 형법 제10조 제2항 , 제55조 제1항 제1호 (살인 및 살인미수의 점: 심신미약 감경하여 무기징역형 선택)

○ 각 형법 제10조 제2항 , 제55조 제1항 제3호 (현주건조물방화치상, 재물손괴, 폭행 및 특수폭행의 점)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 제50조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공소외 7에 대한 살인죄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하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1. 몰수

양형의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무기징역

1.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판시 살인 및 주11) 살인미수죄)

[유형의 결정] [제5유형]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특별양형인자]

- 감경요소: 심신미약(본인 책임 없음)

- 가중요소: 계획적 살인 범행,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특별가중영역, 무기징역 이상

1. 선고형의 결정: 무기징역

피고인은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의 경우 피고인은 피해망상과 관계망상에 사로잡혀 언젠가 집에 불을 지른 후 피해자들을 살해하여 자신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을 끝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던 중, 사건 당일 화가 치밀자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피고인은 휘발유를 자신의 집 안 곳곳에 뿌리고 불을 질러 건물을 소훼하였고, 이에 따라 건물 전체에 연기와 유독가스 등이 퍼지게 하였다. 피고인은 곧바로 2층 비상계단으로 이동하여 항상 상비하던 칼 2점을 양손에 나눠 쥐고 피해자들이 대피하기를 기다렸다. 피고인은 대피하던 피해자 공소외 8, 피해자 공소외 4를 만나자 두 칼을 번갈아가며 목과 어깨, 옆구리 부위 등을 수회 찔렀고, 이들이 각각 도망치자 지체장애로 걸음이 느린 피해자 공소외 8을 뒤쫓아 가 목, 가슴 부위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였다. 이어 대피하던 피해자 공소외 9, 피해자 공소외 10을 마주치자 피해자 공소외 9의 얼굴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고, 이를 보고 도망가는 피해자 공소외 10을 뒤따라가 머리와 얼굴, 목 등을 수회 찔러 살인미수의 범행을 저질렀다. 피고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12세의 피해자 공소외 7, 피해자 공소외 11을 만나자 피해자 공소외 7의 머리와 얼굴, 목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11이 그 딸인 피해자 공소외 7을 보호하기 위해 막아서자 그 옆구리를 수회 찔러 살인미수의 범행을 저질렀으며, 계속하여 피해자 공소외 12가 손녀의 비명을 듣고 달려와 피고인에게 달려들자 목과 얼굴 부위 등을 수회 찔러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아내인 공소외 13 앞을 막아선 74세의 피해자 공소외 14의 목과 어깨를 수회 찌르고 바닥에 넘어뜨린 후, 발로 그의 얼굴을 수회 밟고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목을 수회 찔러 살해하기도 했다.

인간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다. 나아가 이 사건 살인 등 범행은 그 수단과 방법이 잔혹하고 무자비할 뿐만 아니라 그 범행 결과 역시 너무나도 중대하고 참혹한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고 있고 그러한 의지를 보이지도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억울함만을 호소하며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조현병에 대한 치료의지가 없어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아 보이는 점,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키는 중형에 처할 사정이 있음은 인정된다.

다만 앞서 제3항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이 조현병에 의한 폭력적인 성향을 여러 차례 드러냈고 피고인의 가족들은 피고인을 입원시키려 노력했으나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을 보면 피고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여 이러한 비극이 일어난 것에 대해 우리 사회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이는 점,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는 점(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도5785 판결 등 참조), 조현병으로 인하여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을 형사법의 책임주의 원칙에서 전제하는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여 그가 저지른 행위의 불법성만을 보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만, 이 사건 각 범행을 오롯이 피고인만의 책임으로 보아 피고인을 사형에 처함이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8. 12. 18. 법률 15982호로 개정되어 시행된 형법 제10조 제2항 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심신미약자의 행위에 대하여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할 수 있는 것으로 되었으나, 피고인에 대하여는 형법상 심신미약에 따른 법률상 감경 조항을 적용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함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과 환경,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과 양형기준에서 정한 위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김진석(재판장) 반병동 이수연

주1) 피고인은 항소이유서의 ‘심신장애(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란에 체크하기는 하였으나, 그에 관한 내용은 기재하지 아니하였고, 당심 변론기일에 변호인의 심신미약 주장과 같은 의견이라고 진술하였다.

주2) ‘의식이 명료하다’는 것은 ‘외부자극에 대해서 명료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의식이 명료하다’는 것과 ‘일상적인 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이다(원심 증인 공소외 1의 증언, 공판기록 286면).

주3) 지남력은 시간과 장소와 사람에 대해서 인식할 수 있는 정신상태를 이야기한다. 지남력은 판단의 영역이 아니고 지각능력을 이야기한다(원심 증인 공소외 1의 증언, 공판기록 287면).

주4) 이 사건 살인 등 범행 당시 범행도구로 사용된 칼 2점(증 제1, 2호)과는 다른 것들로, 피고인은 위 폭행사건이 일어난 후 증 제1, 2호를 추가로 구매했다고 밝혔다.

주5) 치료감호소의 정신감정 결과에 환청이 의심된다고 기재된 부분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해 온다고 진술한 부분들 때문으로 보인다.

주6) ‘감정조절’이란 피고인의 몸이 덜덜 떨릴 만큼 불안해지게 만드는 현상을 말하는데, 피고인은 패거리들이 종교집단에서 가르치는 어떤 특수한 방법으로 피고인의 감정을 위와 같이 조절한다고 진술하였다(당심 피고인신문).

주7) 피고인이 ◁◁◁호에 거주하였으므로 피고인의 바로 윗집에 해당한다.

주8) 확인된 사실이나 근거 없이 타인의 말과 행동이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는 주관적인 추측 또는 망상으로, 주로 피해망상과 같은 정신증적 증상으로 쉽게 발전함.

주9) 사고의 진행과정 중 사고의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하지 못해 여러 부수적 연상의 가지를 우회하다 결국 목적했던 결론에 이르는 현상을 말함.

주10) 자신이 병에 걸린 환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주11) 그 외 다른 범죄에 대하여도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으나, 살인 및 살인미수죄에 관한 권고형의 범위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이상 나머지 범죄에 관한 양형기준은 추가로 살펴보지 않는다. 다만 선고형을 결정함에 있어서 나머지 범죄에 대한 정상을 충분히 고려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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