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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425 판결
[상해치사][집40(2)형,761;공1992.10.15.(930),2805]
판시사항

형법 제10조 소정의 심신장애를 인정하기 위한 요소 및 정신분열증과 같은 고정적 정신질환을 가진 자가 범행의 충동을 느끼고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의 의식상태가 정상인과 같아 보이지만 심신미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

판결요지

형법 제10조 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판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음은 물론이나, 정신적 장애가 정신분열증과 같은 고정적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범행의 충동을 느끼고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에 있어서의 범인의 의식상태가 정상인과 같아 보이는 경우에도 범행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 흔히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아 행위통제능력이 저하된 것이어서 심신미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윤승영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1심판결이 인정한 피고인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그 판시 및 장소에서 피고인과 같이 식사를 하러 갔던 다방종업원인 공소외 최경숙이 시간요금을 받고도 시간 전에 돌아가려고 했다는 이유로 점퍼 안주머니에 넣어 소지하고 있던 길이 34㎝되는 식칼을 오른손에 꺼내 들고 휘두르는 것을 위 식당주방일을 하던 피해자 용월순(여, 72세)이 피고인을 가로막고 제지하는 데에 격분하여 들고 있던 식칼로 위 피해자의 왼쪽 어깨, 왼쪽 등, 왼쪽 배부분을 각 1회씩 찔러 위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1:20경 병원에서 좌측배부자창에 의한 좌심실관통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케 한 것이라고 함에 있는바, 원심은 피고인이 정신이상으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위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피고인측의 주장에 대하여, 1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여러 증거들(특히 의사 이정식 작성의 정신감정서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을 전후한 피고인의 행동,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검토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을 징역 10년에 처한 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그러나 형법 제10조 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생물학적 요소로서 정신병, 정신박약 또는 비정상적 정신상태와 같은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심리학적 요소로서 이와 같은 정신적 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판별능력과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되거나 감소되었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하여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판별능력이나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음은 물론이나, 정신적 장애가 정신분열증과 같은 고정적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범행의 충동을 느끼고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에 있어서의 범인의 의식상태가 정상인과 같아 보이는 경우에도 범행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것이 흔히 정신질환과 연관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아 행위통제능력이 저하된 것이어서 심신미약이라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망상형 정신분열증질환을 가진 자로서 1983.10.28. 정신분열증세가 발작하여 그의 처를 살해한 사실로 치료감호처분을 받아 1990.12.5.까지 치료감호를 받은 전력이 있고, 또 이 사건에 관한 검찰조사에서 피고인은 “약 3개월 전부터 누군가가 저를 감시하는 것 같고 따라다니면서 저를 죽이려고 하여 그날 아침 생각해 보니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식칼을 저의 점퍼 안주머니에 넣고 위 사람을 만나 대결하려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찾을 길이 없어 강릉으로 가서 술이나 실컷 마시고 자살을 하려고 강릉까지 온 것입니다”, “···이번에는 자살를 하러 왔다가 술을 마신 것이 취하여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하여 칼을 휘둘렀는데 술만 취하지 않았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진술하고 있으며, 한편 원심이 채용한 의사 이정식 작성의 정신감정서에 의하면 피고인이 망상형 정신분열증질환을 가지고 있으나 이 사건 범행은 환청이나 피해망상이 관련되어 있지 않았고, 다만 이 사건 살인은 자살하려던 피고인의 억압된 분노가 술로 인하여 억압되지 못하고 타인에게로 향해져 야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결론적으로 피고인은 생물학적으로 정신분열증을 가지고 있지만 범행 당시 살인의 위법성을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우며 술로 인해 억제기능이 저하되어 있기는 하지만 의사결정능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감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망상형 정신분열증의 정신적 장애를 가진 자로서 범행 당시 범행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는바, 피고인이 느낀 범행의 충동이 직접적으로 위 정신질환의 증상인 환청이나 피해망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하여도, 정상인이라면 그 정도의 술을 마신 것 만으로는(피고인은 검찰에서 술에 조금 취한 상태라고 진술하고 있다)범행의 충동을 억제할 수 있는데도 피고인이 정신질환으로 말미암아 그 억제능력이 저하되어 억제하지 못하고 범행에 나간 것이라면 정신질환은 행위통제능력감소의 원인을 이루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의 범행충동의 억제능력이 저하된 것이 술만이 아니라 피고인이 앓고 있던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의 여부를 좀더 밝혀 본 후에 심신미약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름이 없이 위와 같이 판단하고 말았음은 심리미진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만운(재판장) 이회창 김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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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2.5.15.선고 92노1198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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