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사형의 선고가 허용되는 경우 및 사형의 선고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상 고 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변 호 인
변호사 권영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사건에 대하여
가.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형의 선고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형법 제51조 가 규정한 사항을 중심으로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야 하고, 그러한 심리를 거쳐 사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 (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도354 판결 ,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도434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는 1990. 3. 4.생으로서 부모의 보살핌 속에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별다른 비행 없이 평범하게 보냈고, 이 사건이 있기 전에는 군 복무 중 후임병에 대한 가혹행위 등으로 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벌을 받은 것 외에는 특별한 범죄 전력이 없는 점, ② 피고인은 2009. 3. 대학에 진학한 후 주변의 다른 대학생과 다름없이 평범한 생활을 하여 온 점, ③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후 대체로 범행을 시인하고 잘못을 반성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피고인의 부모 또한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①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과 사귀던 중 그녀를 두 번에 걸쳐 폭행하였다가 결별당하고 피해자 공소외 1의 부모인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3의 항의로 피고인의 부모로부터도 꾸지람을 들었으며, 위 폭행 사실이 대학교 내에 알려져 총 동아리 연합회 회장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이는 전적으로 피고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결과임에도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과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 것이 피해자들 탓이라고 원망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결의하고 감행한 점, ②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3을 살해할 마음을 먹은 후 수일에 걸쳐 범행계획을 구상하고 범행을 위한 도구들을 차례로 준비하였는데, 이러한 도구 중에는 배관공으로 위장하기 위한 멍키스패너, 위 피해자들을 공격할 칼, 공격 과정에서 피고인이 다칠 경우 사용할 붕대와 소독약, 위 피해자들이 다량의 피를 흘릴 경우 이를 응고시킬 밀가루나 옷에 피가 묻을 경우 갈아입을 여분의 옷 등이 포함되고, 수첩에 자신이 배관공임을 믿게 하기 위한 내용을 미리 적어 두는 등 범행 준비가 매우 주도면밀하고 범행 실행에 대한 결의가 확고하였던 점, ③ 피고인은 배관공으로 가장하여 먼저 피해자들의 집에 들어가 내부 사정을 살피고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피해자 공소외 3에게 화장실 배관 수리를 도와달라며 유인한 후 그 머리와 얼굴 등을 칼과 망치로 여러 차례 찌르고 내리쳐 위 피해자를 살해하고, 다시 이를 목격하고 도망하던 피해자 공소외 2를 뒤따라가 망치로 위 피해자의 머리 부분을 여러 차례 내리치고 부엌칼로 위 피해자의 머리, 흉부 등을 마구 찔러 위 피해자마저 살해하는 등 범행방법이 매우 잔혹한 점, ④ 그 후 피해자는 태연하게 범행현장인 피해자들 집에서 피해자 공소외 1이 귀가하기를 기다리면서 이미 사망한 피해자 공소외 3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자신이 마치 피해자 공소외 3인 것처럼 피해자 공소외 1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 귀가를 종용하고, 귀가한 피해자 공소외 1에게 그 부모가 아직 살아있는데 피해자 공소외 1이 자신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상해를 가하겠다고 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1로 하여금 여러 시간 동안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피고인에게 잘못을 빌도록 한 점, ⑤ 여러 시간이 지나 피해자 공소외 1이 자신의 어머니가 이미 살해되었음을 알게 된 후 절박한 심정에 아버지라도 살릴 수 있도록 119에 신고하게 해달라며 옷을 벗으면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하면 신고를 하게 해 줄 수 있느냐고 애원하자, 피고인은 위 피해자가 이성을 잃고 심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것에 편승하여 ‘니가 하는 거 봐서’라고 말한 후 위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위 피해자를 간음한 점, ⑥ 그 후 자신의 아버지마저도 살해당하였음을 알게 된 피해자 공소외 1이 정신적 충격을 받아 자해하려 하자 피고인은 피해자 공소외 1을 아파트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감금하였고, 결국 피해자 공소외 1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4층 높이 베란다에서 뛰어내림으로써 위 피해자로 하여금 112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게 한 점, ⑦ 이 사건 범행 후 이루어진 심리검사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욕구 충족과 관련 행동 통제에 어려움을 보였고, 피해자 공소외 1이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 측에 책임의 일부를 전가하기도 하는 등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의심이 들며, 자신의 범행에 대한 자각, 인식, 죄의식 등과 관련한 피고인의 심리적 특성에 비추어 장래 다시 살인 범행을 저지를 재범의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보이고, 범행 도중 피해자 공소외 1에게 다른 사람들도 손봐주고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범행 종료 후 식도를 구입하는 등 추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⑧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3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잔혹하게 살해당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1 또한 오른팔과 양다리 및 골반이 골절되는 중한 상해를 입어 5개월 넘게 입원하면서 극심한 고통 속에서 수차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원심 변론종결 시까지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⑨ 피해자 공소외 1 및 그 가족들은 피고인이 다시 사회에 복귀할 경우 보복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엄벌을 내려 달라고 탄원하고 있는 점, ⑩ 피고인 측이 피해자 측에 대하여 피해 회복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계획의 내용과 대상, 범행의 준비 정도와 그 수단, 범행의 잔혹성, 피해자들과의 관계,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3이 살해당하고 피해자 공소외 1 또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을 겪게 된 점,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2, 공소외 3 살해 후 보인 행태가 지극히 패륜적인 점,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우리 사회에 끼친 충격, 그 밖에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을 모두 참작하면, 사형을 선고할 경우의 양형 기준을 아무리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에 상응하는 책임의 정도,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범죄에 대한 응보, 일반예방 및 사회보호의 제반 견지에서 볼 때, 이 사건은 피고인에 대한 극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사형제도에 관하여는, 국가가 생명의 절대적 가치를 전제로 하면서도 국가에 의한 인간의 생명의 박탈을 제도적으로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거나 사형의 범죄예방효과가 크지 않고 오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어 왔고,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이래 지금까지 장기간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사형선고의 실효성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에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형제도의 폐지에 관한 입법자의 결단이 아직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또한 2010. 2. 25. 선고 2008헌가23 결정 에서 사형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한 바 있는 이상, 법을 적용하는 법원으로서는 현행 법제상 사형제도가 존치하고 그것이 합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이 규정되어 있는 범죄에 대하여 최고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에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부착명령사건에 대하여
피고인이 피고사건에 관하여 상고를 제기한 이상 부착명령청구사건에 관하여도 상고를 제기한 것으로 의제된다. 그러나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