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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6. 11. 28. 선고 96헌가13 결정문 [관세법 제182조 제2항 위헌제청]
[결정문]
관련사건

제주지방법원 95고합197 관세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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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대상조문】

① 생략

【참조 조문】

【참조 판례】

1. 1995. 11. 30. 선고, 94헌가2 결정

2. 1994. 2. 24. 선고, 92헌바43 결정

1995. 3. 23. 선고, 94헌가4 결정

주문

관세법 제182조 제2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이 사건 위헌심판 제청의 전제가 된 당해 소송사건은 제주지방법원에 계속중인 95고합197호 피고인 고○석에 대한 관세법위반사건이다. 피고인 고○석은 1995. 9. 1. 중국으로부터 냉동전갱이를 수입하면서 관세금 3,699,120원을 포탈하려다가 제주세관직원에게 적발되어 미수에 그친 것으로 공소제기 되었고, 위 법원은 1심재판을 진행하던중 관세법 제182조 제2항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1996. 5. 4.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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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관세법 제182조 제2항이며, 대상규정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위헌여부심판대상 규정

관세법 제182조 제2항 ; 제179조 내지 제181조제182조의 2의 죄를 범할 목적 으로

그 예비를 한 자와 미수범은 각각 해당하는 본죄에 준하여 처벌한다.

(2) 관련 규정

(가) 관세법 제180조 제1항 ;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의 전부 또는 일부를 포탈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포탈한 세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에 상당한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186조의 3의 규정에 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나) 형법 제25조 ; ①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②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다) 형법 제28조 ;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 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라) 형법 제29조 ; 미수범을 처벌할 죄는 각 본조에 정한다.

2. 위헌여부심판 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제청이유의 요지

형법상 미수범의 처벌은 장애미수의 경우는 임의적 감경을, 중지미수의 경우는 필요적 감면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관세법위반죄의 미수범에 대하여는 미수감경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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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범처벌의 근거에 관하여 주관설과 객관설의 대립이 있으나 현행 형법은 절충적 입장에서 임의적 감경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위 관세법의 규정은 미수범의 임의적 감경까지도 배제하도록 해석될 수 있어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미수범의 감경에 관한 형법총칙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한 합헌으로서 한정합헌의 여지도 있다).

형법상의 미수범은 구성요건적 결과 즉 법익의 침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이므로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처벌할 수 없으나 법익침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더라도 행위자의 범죄의사 및 법익침해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처벌의 필요성이 특히 강하게 요구되는 범죄에 대하여는 미수범 처벌규정을 두고, 그 처벌은 장애미수의 경우 법익침해가 없어 기수범에 비하여 가벌성이 약하므로 감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법에서와 달리 형법의 미수감경을 배제하고 있는 관세법의 규정은 다른 위법행

위에 대한 처벌과는 형평의 원칙상 불합리한 결과가 됨은 자명하고, 특히 예비를 본죄의 기수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은 형법상 책임원리에 반한다.

물론 관세법의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미수범도 기수범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될 여지는 있지만, 조세범처벌법에서는 미수감경이 가능하도록 규정된 것을 고려하면 관세범의 미수감경배제가 차별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형법의 기본원리인 책임원리에 의하면 책임없이 형벌없고, 책임에 상응한 형벌이 과해져야 한다. 책임원리는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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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파생되는 비례원칙의 형법상의 한 표현이라고 해석되는데 미수감경을 배제하고 나아가 예비도 기수범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위 관세법의 규정은 형법상의 책임원리에 반하고, 따라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이 된다.

나. 이해관계인들의 의견

(1) 재정경제원장관 및 관세청장의 의견

자연범인 일반 형사범의 기수범과 미수범은 법익침해결과가 확연히 구별됨에 따라 처벌형량도 차등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관세법 제179조 내지 제181조의 2의 규정에 의한 관세범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서 범죄의 완성에 이르는 특성을 갖고 있어 범죄의 완성과 미완성의 의미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미수범과 기수범을 구별하여 차등처벌하는 실익이 없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관세범의 경우 "수입승인 → 수입신고 → 관세납부 → 면허"등의 일련의 과정이 종결되어야만 기수범으로 취급이 되나, 동 과정은 수입승인전 계약 등의 단계부터 명백한 범의를 가지고 실행중인 일련의 사건임을 고려할 때, 단순히 수입면허라는 형식적 절차요건을 거치지 않았다 하여 미수범 처벌을 경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또한 관세범은 국민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므로 범죄예방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대법원도 관세법 제182조 규정의 미수범은 각 해당법조의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한 규정은 관세범의 특성상 자연범을 처벌하는 형법의 규범과는 달리해야 할 특수성이 인정되어 미수범을 본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므로서 미수경감을 아니하여 형법 규정을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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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다(대법원 1976. 11. 23. 선고 75도363 판결)고 해석하고 있고, 관세범에 대하여

미수를 기수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은 형사정책적인 필요에 대한 입법적인 합리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서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0. 1. 29 선고 79도2663 판결)고 하고 있다.

(2) 법무부장관의 의견

(가) 재판의 전제성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제청법원에서 재판중인 위 관세법위반사건은 피고인이 관세를 포탈하려다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사안으로서 관세포탈예비에 관한 범죄사실은 전혀 없으며, 관세법 제182조 제2항 중 예비에 관한 부분은 위 본안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위 부분이 위헌으로 선고된다 하더라도 위 본안사건의 판결주문이나 이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관세법 제182조 제2항 중 예비부분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은 부적법 각하되어야 할 것이다.

(나) 본안

관세법은 관세의 부과, 징수 및 수출입물품의 통관을 적정하게 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고 관세수입의 확보를 도모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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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제정한 것이며(관세법 제1조 참조), 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자를 관세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관세범은 관세징수의 확보를 위한 규제에 위반한 행위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재정범의 일종이고 행정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여기서 행위 자체의 반도덕성이나 반사회성을 이유로 처벌하는 일반 형사범과는 다른 관세범의 특징이 있다.

그리고 관세범은 통상 일련의 절차를 거치는 수출입통관의 특성상 기수와 미수, 나아가 미수와 예비를 엄격히 구별하기 곤란하고 통관절차인 수입승인이나 수입면허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차등 처벌할 실익이 없다.

따라서 행정의 합목적성의 관점에서 관세법은 관세범의 처벌에 관하여 일부 형법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데, 관세법 182조 제2항에서 제179조 내지 제181조의 2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그 예비를 한 자와 미수범을 각 해당하는 본 죄, 즉 기수범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제청법원은 다른 법에서와 달리 형법상의 미수감경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나아가 예비도 기수범과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는 관세법 제182조 제2항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우리 헌법상 보장되는 평등이란 결코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에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사리에 맞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은 얼마든지 허용된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관세법 제179조 내지 제181조의 2의 규정에 의한 관세범에 대하여 예비죄와 미수범을 기수범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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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정책적인 필요에 대한 입법적인 합리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서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며(대법원 1980.1.29. 선고 79도2663 판결 참조), 결국 관세법 제182조 제2항은 입법권자의 입법형성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형사정책적인 필요에 따른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형법상의 책임원리나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3)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대체로 같으며, 아울러 미수범에 대한 감경규정의 적용배제는 관세법위반행위의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가 일반형사범에 비해 크다고 볼 수 있어 오히려 책임에 상응한 형벌이라고 볼 수 있고, 관세법 제194조가 관세범을 징역형에 처할 경우 작량감경을 허용하고 있어 비록 미수감경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처벌상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며, 벌금형의 경우 작량감경이 허용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관세범이 재정범이며, 관세수입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크게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관세법의 이러한 태도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공공복리의 관점에서 그 합리적 제한인 것으로 인정된다.

3.판 단

가. 예비범에 대한 부분의 재판의 전제성

이해관계인인 법무부장관은 당해사건의 공소사실이 미수사실 뿐이므로 예비범에 대한 부분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부분은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살피면,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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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재판의 전제성은 첫째 구체적인 사건이 법원에 현재 계속중이어야 하고, 둘째 위헌여부가 문제되는 법률 또는 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과 관련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세째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2. 12. 24. 선고 92헌가8 결정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제청법원의 위헌제청결정서 기재 사건의 개요에 의하면 피고인 고두석이 관세포탈죄의 미수범으로 공소제기되어 1심 재판진행중인 것을 알 수 있으므로 미수부분에 관하여 재판의 전제성이 있음은 명확하나, 관세법 제182조 제2항 중 관세포탈죄의 예비에 관하여는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문이 있다. 그러나 재판의 전제성과 관련하여 법률조항 중 관련사건의 재판에서 적용되지 않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경우에도 그 조항 전체가 위헌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제청법원이 단일 조문 전체를 위헌제청하고 그 조문 전체가 같은 심사척도가 적용될 위헌 심사대상인 경우 그 조문 전체가 심판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며(헌법재판소 1995. 11. 30. 선고, 94헌가2 결정 참조), 관세법 제182조 제2항과 같이 병렬적으로 적용대상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도 그 내용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같은 심사척도가 적용될 위헌심사대상인 경우 그 내용을 분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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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따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할 것이다. 제청법원이 단일 조항 전체에 대하여 위헌제청을 한 취지도 위와 같다고 보이므로, 제청법원의 이와 같은 의견을 존중(헌법재판소 1993.5.13. 선고, 92헌가10 결정 참조)하고 헌법재판소가 규범통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단일조항을 함께 판단하는 것은 구체적 규범통제 제도의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이해관계인의 의견은 부당하여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있어서 평등이라 함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서 합리적 근거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하므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 내지 불평등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다. 또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인지의 여부는 그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원리에 반하지 아니하면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4. 2. 24. 선고 92헌바43 결정 참조). 따라서 관세법의 예비범과 미수범을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 다른 예비범이나 미수범에 대한 처벌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대우한 규정인지 여부는 위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1) 입법목적

관세법 제182조 제2항이 관세포탈죄 등의 예비범과 미수범을 기수범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목적은, 동 조항이 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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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금지품수출입죄(제179조)·관세포탈죄(제180조)·무신고수출입죄(제181조)·부정수출입죄(제181조의 2)만은, 다음에서 보는 특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여, 이를 처벌함에 있어 조세범이나 다른 일반범죄와는 달리 함으로써, 관세의 부과·징수 및 수출입물품의 통관을 적정하게 하여 국민경제를 발전시키고 관세수입을 확보하는 등 보다 더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함에 있다(제1조 참조).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우리나라의 경제질서에 관한 헌법 제119조 제2항(경제의 규제·조정), 제125조(무역의 규제·조정) 규정의 정신에 부합하여 정당하다고 인정된다.

(2) 필요성 및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

예비범과 미수범을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이 위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적정한 것인지에 대하여 법익침해가능성·위험성·관세범의 특성·차별의 정도의 면에서 살펴본다.

(가) 법익침해가능성 및 위험성

관세범에 있어 기수와 미수 및 예비의 법익침해가능성 내지 위험성의 차이를 관세포탈의 유형에 따라 통관절차를 경유하지 않는 경우, 보세구역을 경유하는 경우, 통관절차를 경유하는 경우로 나누어 살피면,

먼저, 통관절차를 경유하지 않는 경우의 기수시기는 물품을 우리나라에 인취한 때 즉 육로의 경우 국경선을 유월할 때, 해로의 경우 선박으로부터 양륙할 때, 공로(空路)의 경우 항공기로부터 물품을 하륙한 때로 보는 것이 판례(대법원 1990. 7. 10. 선고 90도1049 판결) 및 통설인 바, 국경유월이전, 양륙 또는 하륙이전에 있는 단계인 예비나 미수의 단계가 기수에 비하여 그 위험성이나 법익침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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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이 다음에서 보는 관세범의 특성에 비추어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다음, 보세구역을 경유하는 경우의 기수시기는, 보세구역으로부터 물품을 반출하는 때로 보

고 있으며(대법원 1984. 12. 26. 선고 83도1988 판결), 보세구역에 장치되어 있는 상태에서 면세통관을 물색하는 경우는 보세구역 반입당시에 관세포탈의 범의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예비에 해당하므로(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898 판결) 사실상 기수와 미수 및 예비간에 별 차이가 없다.

끝으로, 통관절차를 경유하는 경우, 수입신고시에 실행의 착수가 있고(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496 판결), 수입면허(통관)시에 기수가 된다고 보고 있으나(대법원 1985. 4. 9. 선고 85도225 판결) 수입신고후 면허까지는 명백한 범의를 가지고 진행되는 일련의 절차에 불과하므로 예비나 미수가 기수에 비하여 위험성이나 법익침해가능성이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나) 관세범의 특성

관세범은 행정범(재정범)으로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조직성과 전문성, 지능성, 국제성을 갖춘 영리범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쉽게 근절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범행의 인지·범인의 체포 등이 극히 어렵고 특히 기수와 미수, 미수와 예비를 엄격하게 구별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범죄에 대하여 철저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법률의 위하적 효과로서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제고할 필요도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차별의 정도

관세법 제194조는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작량감경을 할 수 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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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규정하고 있어 구체적 사건의 양형에 있어 법관의 양형에 대한 재량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벌금형에 처할 경우 작량감경이 허용되지 않으나 벌금형의 법정형이 포탈세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로 규정되어 있어 법관의 재량의 폭이 넓으며, 하한으로 규정된 포탈세액의 2배 이상이 관세범의 특성에 비추어 적정할 뿐 결코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두고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볼 수도 없다.

(라) 따라서, 관세법 제182조 제2항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할 뿐 아니라 그 수단·방법에 있어서 적정하다고 인정된다.

(3) 또한 관세법 제182조 제2항은 특수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는 자에 한하여 특별히 기수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어느 특정인에 대하여 그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위와 같이 특수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특별하게 처벌하는 이유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함에 있을 뿐, 합리적 근거없이 어느 특정인을 일반국민과 차별하거나 다른 특정범죄와 차별하여 특별히 엄단하려 함에 있지 아니하므로(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4헌가4 결정 참조),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이나 헌법 제10조의 인

간의 존엄성 존중원리에 반하지 아니하며 입법형성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바가 없다고 할 것이다. 제청법원은 형법상의 책임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하나, 앞에서 법익침해가능성 및 위험성에 관하여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경우 기수·미수·예비행위의 책임이 반드시 다르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주장은 부당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4) 다만 위험성의 점에 있어서, 예비의 위험성이 과연 어느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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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 기수의 경우와 같은 정도라고 단정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하여서는,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즉 예비행위는 실제 법익침해가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범인의 심성·이해관계의 과다에 따라 중도에 범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며 예비의 정도에 따라 그 위험성이 기수의 경우와 같거나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은 입법기술상 매우 어렵기 때문에 앞서 본 입법목적과 필요성 및 적정성이 있다 하여 입법형성재량권의 범위내에서 입법한 것이라면, 이 문제만을 이유로 예비부분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기수와 준하여 처벌하는 예비의 정도를 가능한 한 구분하는 입법의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할 수 있을 뿐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관세법 제182조 제2항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의 반대의견

가. 형법상 예비행위란 특정의 범죄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준비행위로서 아직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일체의 행위를 말하고, 우리 형법 제28조에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예비행위는 원칙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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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되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다만 예비행위라고 하더라도 범죄의 완성에 상당하는 실질적인 위험성을 가지거나 본범이 중대한 법익을 침해하는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형벌권의 발동을 앞당길 필요가 있을 때에 예외적으로 특별한 규정을 둠으로써 비로소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예외적으로 예비행위를 처벌하는 경우에도 우리 형법은 이미 범죄행위

의 실행의 착수에 들어간 미수행위의 경우 본범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되 다만 그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달리 법정형 자체를 본범과 달리하면서 별도의 보다 가벼운 처벌조항을 두도록 하고 있다.

우리 형법이 예비행위를 본범과 엄격히 구별하여 다루는 것은 예비행위는 그 본범에 해당하는 경우와 형사상 책임이 동일할 수 없고, 그 죄책에 상응한 별도의 가벌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데에 근거를 둔 것으로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원칙과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에 관한 과잉금지 원칙의 형법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나. 관세법은 관세포탈죄와 무면허수입죄등 주요한 관세법위반사범들의 경우 기수 및 미수죄와 예비죄를 모두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형법이 예비죄를 기수 미수죄와 처벌상 구분하여 책임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것과는 명백히 배치된다. 관세범의 경우에는 기수 및 미수와 예비행위와의 구분이 비록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구성요건을 합리적이고 적정하게 해석함으로써 해결할 문제이지 이를 이유로 법규정상 미수와 예비행위의 구분을 포기하여 수범자인 국민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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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관세범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예비행위는 엄연히 미수행위에 앞서는 선행단계로서 아직 실행의 착수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에 불과하고, 이러한 경우에는 범행을 미리 철회한다면 행위자는 이에 상응한 책임의 경감 혹은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다.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적법절차에 따른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처벌이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여야 함은 물론 그 법률의 실체적 내용 또한 적정하여야 함을 말하는 것이고, 형벌규정의 실체적 내용이 적정하다함은 곧 행위의 불법정도와 형벌사이에 서로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상당성이 있어 형평의 관념에 합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예비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조항은 그 행위자의 위험성과 처벌의 필요성을 비교교량하여 위험성의 정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 질 때 비로소 그 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예비행위에 관하여 그 기수와 같게 처벌토록 한 것은 그 위험성의 정도에 비례하여 처벌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결국 적정성을 상실하고 있으므로 죄형간의 형평을 요구하는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리에도 위반된다.

또한 관세범 처벌의 입법 목적에 관하여 살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사회사정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제정당시와 크게 변화하여 이미 관세범의 예비행위에 대하여 특별히 엄하게 처벌해야 할 필요성도 많이 감소되었다고 판단된다. 국내산업의 기반이 취약하고 국민경제의 규모가 작았던 이 법률조항의 제정 당시에는 특히 밀수행위를 중심으로 한 관세범들을 엄히 처벌하는 것이 국내산업과 경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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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를 위하여 절실히 요청되었으나, 그 동안 국민경제의 성장 발전과 국제화의 실현으로 수많은 국내생산제품이 외국에 수출되고 외국과의 인적·물적 교류도 빈번하여지고 있는 지금 관세범은 조세범의 한 형태로서 다른 조세법위반사범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해악의 정도에 있어서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관세범도 여타의 조세범과 마찬가지로 조세범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형법상의 책임주의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특별히 관세범의 경우에만 예비죄를 기수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게된 지금 예비행위를 기수행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관세범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라. 그렇다면 관세법위반의 예비죄를 본죄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그 입법목적이나 관세범의 특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지금은 합리성이 없는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일 뿐 아니라 다른 조세범의 처벌과 비교하여 볼 때에도 불합리하게 차별한 것으로 볼 것이므로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과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 및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에 관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 위헌의 법률조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예비범을 본범에 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므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1996.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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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주심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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