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본 담당변호사 정원일)
피고, 항소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도규창)
변론종결
2015. 6. 18.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들 패소부 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2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2. 15.부터 2015. 8.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들의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 총 비용 중 3/5은 원고가, 그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5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2.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1은 2010. 2.경부터 2011. 2. 18.경까지 피고 농협은행 주식회사(이하 ‘피고 농협’이라 한다)의 예천군청 출장소(이하 ‘이 사건 출장소’라 한다)에서 과장으로 근무하였다. 소외 1은 1997. 1. 17.경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2012. 9. 9.경까지 예천군 종합민원과에서 근무하며 지적측량성과검사, 지적공부정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그 후 재무과에서 지방시설 7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2. 9. 25.경 직위해제되었다.
나. 소외 1은 1997년경부터 주식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입게 되자 자신이 예천군의 공무원인 점을 이용하여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 등으로부터 군유지 불하대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원고에게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인근지역인 경북 예천군 호명면 (주소 1, 2 생략) 각 토지(이하 ‘이 사건 각 토지’라 한다)가 예천군의 소유인데 이를 불하받도록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한 후, 2011. 2. 10.경 입찰서 작성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원고로부터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교부받았다.
다. 소외 1은 2011. 2. 10. 이 사건 출장소에서 피고 농협의 담당직원인 피고 1에게 위와 같이 교부받은 원고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제시하고 거래신청서에 원고의 인감도장을 날인하여 제출하는 방법으로 원고 명의의 농협중앙회 계좌((계좌번호 생략), 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를 개설하였다. 피고 1은 이 사건 계좌의 개설과정에서 소외 1에게 원고 명의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하지 않는 등 적법한 위임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고, 소외 1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계좌의 원고 성명란 아래 부분에 ‘(예천군)’이라는 부기를 해주었다.
라. 소외 1은 그 후 이 사건 계좌의 통장에 예천군청 민원실 직인을 찍은 다음 원고에게 예천군청의 법인통장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 계좌에 이 사건 각 토지의 대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하도록 요구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1. 2. 14. 이 사건 계좌로 5억 원을 입금하였다.
마. 소외 1은 2011. 2. 15. 미리 원고의 도장을 찍어 놓았던 출금전표를 이용하여 이 사건 계좌에서 5억 원을 출금하여 이를 편취하였다. 소외 1은 원고 등에 대하여 위와 같은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2013. 3. 7.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으로 징역 8년의 유죄판결(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2고합102호 )을 선고받았는데, 그 판결은 2013. 6. 28. 검사와 소외 1의 항소를 기각하는 항소심 판결( 대구고등법원 2013노147호 )의 상고기간 경과에 의하여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한편 소외 1은 2012. 3.경 원고에게 편취금액 5억 원 중 1억 원을 변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관련 법리
금융기관에게 은행거래 당사자가 해당 금융자산의 실질적인 권리자인지의 여부를 조사·확인할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대리인을 자처하는 자에게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주는 과정에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받고 대리인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의 최소한의 확인절차마저 모두 생략한다면, 이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명의를 모용한 채 거래에 임하면서 임의로 개설한 은행계좌로 송금받는 방법으로 돈을 편취하는 범죄행위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은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금융기관이 위와 같은 최소한도의 조치만 취하더라도 그와 같은 잠재적 위험의 상당 부분을 제거할 수 있으며, 또 예금계좌의 개설에 임하는 금융기관 이외에는 위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주체가 전혀 존재하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금융기관으로서는 위와 같은 최소한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것이 불특정 다수의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범죄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타인의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않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것이다. 그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결과 개설된 모용계좌가 범죄행위에 이용되어 모용자가 제3자로부터 계좌에 금원을 입금받는 방법으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면, 금융기관의 그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은 해당 금융기관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실명확인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위법한 것으로서, 제3자가 입게 된 손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3다54599 판결 등 참조).
한편,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개설된 모용계좌가 사기적 거래관계에서 이미 기망당한 피해자에 의하여 단순히 원인계약상의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입금하는 데 이용되거나 다른 방법이나 경로로 피해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얻은 이득금 등을 입금·보관하는 데 이용된 것에 불과한 경우 등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가 모용계좌의 존재로 인하여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원인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거나 가해자가 그 모용계좌의 존재로 인하여 피해자의 재산권에 대한 접근 및 침해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위와 같은 유형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에 부담시키게 된다면 불특정 다수인이 자신의 책임하에 행하여야 할 거래상대방에 관한 신용조사 등을 잘못하여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하자 있는 거래관계나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행하여진 다양한 형태의 재산권 침해행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무차별적으로 금융기관에 책임을 추궁하는 결과가 되어 금융기관의 결과발생에 대한 예측가능성은 물론 금융기관에게 본인확인의무 등을 부과한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의 보호범위를 넘어서게 되므로,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모용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의 잘못과 위와 같은 태양의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
나.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앞서 본 법리 및 인정된 사실에 의하면, 피고 농협의 계좌 개설 담당직원인 피고 1은 원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소외 1로부터 원고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받고 소외 1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확인절차를 거쳐 자신이 개설하여 준 계좌가 불법행위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위반하여 만연히 평소 안면이 있던 소외 1로부터 원고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만을 제시받고 그 인감도장이 찍힌 거래신청서만을 제출받은 뒤 소외 1에게 원고 명의의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여 준 과실이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피고 1의 과실과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대금 명목의 돈을 이 사건 계좌로 입금 받아 이를 편취하는 방법으로 원고에게 가한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1은 직접적인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농협은 계좌 개설 담당직원인 피고 1이 예금계좌 개설이라는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하여 피고 1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계좌의 개설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공동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들은 “소외 1이 원고와 함께 이 사건 출장소에 와서 대화를 하다가 피고 1에게 원고 명의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제시하며 이 사건 계좌의 개설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비록 피고 1이 원고 명의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계좌의 개설에 있어 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당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계좌 개설 당시 이 사건 출장소에 나간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점, ② 소외 1도 수사기관에서 “혼자서 이 사건 출장소에 가서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당심 법정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증언한 점, ③ 피고 1 또한 수사기관에서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나 계좌 개설 무렵 소외 1의 자리 옆에 원고가 자주 앉아 있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함께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여 소외 1이 원고와 함께 와서 계좌를 개설하였다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 ④ 원고가 이 사건 계좌 개설 당시 소외 1과 함께 이 사건 출장소에 나갔다면 원고가 직접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 소외 1을 대리인으로 내세워서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할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이 이 사건 출장소에 혼자 와서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또한, 피고들은 “이 사건 계좌는 원고의 의사에 기하여 개설된 것이고, 원고는 이 사건 계좌가 원고의 명의로 된 것을 인식하고 5억 원을 입금하였으며, 원고는 어차피 불하대금 명목으로 소외 1에게 5억 원을 지급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계좌 명의와 관계없이 그 돈을 송금하였을 것이므로, 이 사건 계좌의 개설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 1은 이 사건 계좌의 개설과정에서 소외 1이 예천군청 공무원으로 약 10년 전부터 평소 알고 지내왔다는 이유로 소외 1에게 원고 명의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하지 않는 등 적법한 위임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전혀 확인하지 않았고, 원고 본인에게도 이 사건 계좌 개설에 대한 의사를 별도로 확인한 사실이 없는 점, ② 소외 1은 당심 법정에서 “원고 몰래 원고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였다. 당시 제가 원고에게 예천군청 법인통장으로 돈이 입금된다고 말하기 위해 피고 1에게 ‘예천군’이라는 부기명을 기재하도록 부탁하였다”고 증언한 점, ③ 피고 1은 소외 1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계좌의 원고 성명란 아래 부분에 ‘(예천군)’이라는 부기명을 임의로 기재하여 주어 원고의 신뢰형성에 기여한 점, ④ 소외 1은 위와 같이 개설한 이 사건 계좌의 거래도장 란에 예천군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하여 이 사건 계좌가 마치 예천군의 통장 또는 원고를 위한 가상납부계좌인 것처럼 가장하여 원고를 기망한 점, ⑤ 원고는 이 사건 계좌의 존재 및 그 기재 내용으로 인하여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이 사건 계좌로 돈을 입금하기에 이른 점, ⑥ 이 사건 계좌가 단지 소외 1에 의해 이미 기망당한 원고에 의하여 단순히 원인계약상의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입금하는 데 이용되거나 다른 방법이나 경로로 원고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얻은 이득금 등을 입금·보관하는 데 이용된 것에 그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⑦ 피고들이 당심에서 주장하는 위 대법원 2005다21821 판결 의 사실관계는 본건 사안과는 다르므로 이를 곧바로 적용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계좌의 존재로 인하여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이 사건 계좌로 5억 원을 송금하였거나 소외 1이 이 사건 계좌의 존재로 인하여 원고의 재산권에 대한 접근 및 침해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1의 과실과 소외 1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3) 또한, 피고들은 “설사 피고 1의 계좌 개설행위가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돈을 송금한 날로부터 5일 정도 뒤에 돈이 인출된 사실을 알아 그 무렵 손해의 발생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손해의 발생을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함으로써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에서 규정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손해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손해의 발생사실뿐만 아니라 그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한 인식으로서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및 가해행위와 손해의 인과관계 등이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1328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제5호증의 기재, 당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및 당심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에 따른 예천새마을금고 제출의 금융거래정보에 의하면, ① 원고가 2011. 2. 14. 예천새마을금고에서 5억 원을 이 사건 계좌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그 금고 직원 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계좌의 명의가 원고로 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은 사실, ② 원고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그 달 19.경 그 돈이 인출된 사실을 알고 소외 1에게 그 경위를 추궁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소외 1은 당심 법정에서 “원고 몰래 원고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였다. 원고 명의의 통장에 예천군청 직인을 찍어 원고에게 예천군청 통장이라고 말하면서 통장 사본을 주었다. 원고는 그 통장으로 5억 원을 입금한 후에 그 통장이 원고 명의로 개설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증언한 점, ② 원고가 송금 시에 예금주 명의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예천군 공무원인 소외 1이 개설해 준 이 사건 계좌에 ‘예천군’이라는 부기명과 예천군의 직인이 날인되어 있어 원고로서는 예천군이 관리하는 자신의 명의의 가상납부계좌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는 점, ③ 소외 1은 2011. 8. 말경 예천군수 명의로 된 공유재산 매각 입찰(3차) 공고(예천군 공고 2011-413호)를 변조하거나 위조하여 원고에게 제시하는 등으로 이 사건 각 토지의 불하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원고를 계속 기망한 점, ④ 원고가 이 사건 계좌에서 돈이 인출된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는 소외 1의 기망행위에 관한 확정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2011. 2. 19.경 이 사건 출장소에서 이 사건 계좌를 확인하고 소외 1의 출금사실을 알게 된 시기에 피고 1의 불법행위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도 역시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의 범위
가. 책임의 범위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1이 소외 1에게 개설하여 준 이 사건 계좌를 신뢰하고 그 계좌에 5억 원을 입금하였고, 그 입금액을 소외 1이 편취하였으므로,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그 입금액 상당인 5억 원이다.
나. 책임의 제한
다만,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소외 1이 이 사건 편취행위 당시 예천군 소유 토지의 불하 업무를 담당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던 점, ②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그 법률에 따른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고 그러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원고는 소외 1과 관계 법령에 따른 적법한 군유지 불하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군유지를 싸게 불하받아 이익을 얻을 것을 기대한 점, ③ 원고는 위와 같은 위법한 방법으로 이 사건 각 토지를 불하받기 위해 정확한 용도를 확인하지 않고 자신의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함부로 소외 1에게 건네주고 거액의 돈을 송금한 점, ④ 원고는 거액의 돈을 송금하고 나서 5일 만에 그 돈이 인출된 것을 확인하였으면서도 소외 1을 상대로 이 사건 각 토지의 불하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⑤ 원고는 법무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근무한 자로서 법률문외한도 아니고, 특히 입금 당시 그 계좌 명의자가 원고 명의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 내지 신의칙상 피고들의 손해배상 범위를 전체 손해액의 4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다. 이득 공제 여부
피고들은 “원고가 2012. 3.경 소외 1로부터 1억 원을 변제받았으므로 그 금액이 피고들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때 금액이 많은 채무의 일부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는 경우 그 중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른 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이 아니라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7621 판결 ).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소외 1이 원고에게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는 5억 원이고(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3가합177호 손해배상 사건), 피고들은 5억 원 중 2억 원에 대해 소외 1과 부진정연대책임을 지는 것임을 고려할 때, 소외 1이 원고에게 지급한 1억 원은 소외 1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인 3억 원(소외 1의 손해배상채무액 5억 원 - 피고들과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 2억 원)에 충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와 같이 소외 1이 지급한 1억 원이 소외 1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부분에 충당한 후에는 남는 금액이 전혀 없으므로, 1억 원이 피고들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2억 원(5억 원 × 40%)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1. 2. 15.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5. 8. 1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위 인용 돈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들 패소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피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