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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7621 판결
[약정금등][미간행]
판시사항

[1]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 등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 사용자책임의 성립 여부(소극) 및 이때 ‘중대한 과실’의 의미

[2]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 과실상계와 이득공제의 적용순서

[3] 금액이 서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 중 다액의 채무 일부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는 경우, 먼저 소멸하는 부분(=단독부담 부분)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대영)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김해 앤 세계 담당변호사 이원기)

주문

원심판결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원고와 피고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및 손해액에 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2006. 2. 무렵 같은 달 2. 6.자로 피고의 김해시 ○○동지점 차장 소외 1이 ○○동지점장 명의를 위조하여 원고에게 교부한 대위변제확인서 등을 믿고 소외 2에게 4억 원을 대여하면서 2개월분 선이자 4천만 원을 공제한 3억 6천만 원을 실제로 지급한 사실, 소외 2가 원고에게 위 대여금을 변제하지 못하던 중 소외 3이 위 대여금채무를 인수하였으나, 소외 3 역시 같은 해 8. 16. 4,000만 원, 같은 해 10. 2. 1억 2,000만 원을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그 피용자인 소외 1이 대출업무 등 그 사무집행과 관련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원고가 4억 원을 대여하면서 선이자를 공제한 3억 6천만 원을 실제로 지급하였으므로 피고의 그 피용자인 소외 1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액은 3억 6천만 원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용자책임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해자의 고의·중과실 여부 및 과실상계비율에 관하여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3993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불법행위에 있어서 과실상계는 공평 내지 신의칙의 견지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것으로, 그 적용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의·과실의 정도, 위법행위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원인이 되어 있는가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배상액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나, 그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5439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위 대위변제확인서 등이 소외 1의 권한 범위 내에서 작성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원고의 잘못이 피고의 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는 이르지 않고, 다만 이러한 사정 등을 참작하여 피고의 그 피용자인 소외 1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그에 기초한 피고의 면책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정당하고, 나아가 위와 같은 과실비율의 인정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 점에 관한 원고와 피고의 각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소외 3의 채무인수로 인한 피고의 면책 여부에 관하여

원심은, 소외 2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차용금채무와 피고의 사용자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므로, 소외 3이 소외 2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차용금채무를 인수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사용자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소멸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무인수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4. 소외 3의 일부변제로 인한 피고의 면책 여부에 관하여

손해발생으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이득이 생기고 한편 그 손해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과실상계를 하여야 할 경우에는 먼저 산정된 손해액에 과실상계를 한 후에 위 이득을 공제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73. 10. 23. 선고 73다337 판결 등 참조).

한편, 피고의 사용자책임으로 인한 위 손해배상채무와 소외 2의 위 차용금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고, 위와 같이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을 때 금액이 많은 채무의 일부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는 경우 그 중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와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부진정연대채무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른 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이 아니라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9. 11. 23. 선고 99다50521 판결 ,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다6737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소외 3으로부터 합계 1억 6,000만 원을 지급받음으로써 위 변제수령액 상당의 새로운 이득을 얻었고, 이는 피고의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인 소외 1의 불법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위 변제수령액 상당의 이득을 피고가 배상할 원고의 손해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고 보아 피고가 배상할 손해액을 원고가 지출한 3억 6천만 원에서 위 변제수령금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여 8천만 원[(3억 6천만 원 - 1억 6천만 원) x 0.4]으로 산정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의 피용자가 피고의 ○○동 지점장 명의를 위조한 변제확인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시·교부하고 이를 믿은 원고가 소외 2에게 4억 원을 대여하면서 선이자를 공제한 3억 6천만 원을 실제로 지급하였다면, 원고는 그 대여 즉시 3억 6천만 원의 손해를 입은 것이고, 여기에 원심이 인정한 피고의 과실 40%를 참작하면 피고가 사용자책임으로서 원고에게 배상할 손해액은 1억 4,400만 원(3억 6천만 원 x 0.4)이 된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소외 2는 원고에 대하여 위 3억 6천만 원에 미리 공제한 선이자가 있음을 감안하여 산정한 대여원금 상당의 대여금채무를 진다. 그리고 그 대여금채무 중 피고의 손해배상채무와 중첩되는 부분은 서로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그러한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지 아니하여 소외 2가 단독으로 책임져야 할 금액은 적어도 2억 1,600만 원(3억 6천만 원 - 1억 4,400만 원)을 초과한다. 그런데 소외 2의 대여금채무를 인수한 소외 3이 1억 6천만 원을 변제하였고, 그에 따라 먼저 소멸되는 부분은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소외 2 또는 소외 3이 피고와 부진정연대채무를 지지 아니하는 부분이라고 할 것인데, 그 금액이 위 변제금을 초과함은 수리상 명백하다. 그렇다면 위 변제로 인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채무가 일부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와 다른 판단을 한 원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에는 과실상계 및 부진정연대채무의 변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에 관한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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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9.10.7.선고 2009나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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