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예금지급청구서상 인영과 비밀번호가 신고한 것과 같다고 하더라도 은행의 출금담당직원이 통상의 주의를 하였더라면 정당한 예금청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고 권한 없는 자에게 예금을 지급한 경우, 그 지급이 유효한지 여부(소극)
[2] 예금주가 아닌 자에 의하여 예금이 양도성예금증서로 대체 인출됨에 고의나 과실이 없는 금융기관 직원이 나중에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위 양도성예금증서가 진정하게 발급된 것인지 확인을 구하는 연락을 받은 경우에 그 사실을 예금주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3] 예금주가 아닌 자가 통장과 도장을 제시하여 예금을 인출하여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받은 사안에서, 제반 사정상 은행 측으로부터 계좌 비밀번호가 유출되었다거나 통상의 주의를 다하면 예금주의 적법한 대리인인지 여부를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예금인출 등에 은행 측의 고의 또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일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은행(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촌 담당변호사 장영기외 3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판단한다.
1. 비밀번호 유출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소외 1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최초에는 원고 회사 직원인 소외 2가 2003. 3. 26. 피고 은행 종로3가 지점(이하 ‘피고 종로지점’이라 한다)에서 원고 회사 명의의 계좌(계좌번호 생략, 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를 개설할 당시 옆에서 몰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고 진술하였다가 그 후 피고 종로지점의 지점장인 소외 3이 알려주었다고 진술을 번복하였고,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4나 원고 회사 직원으로부터도 이 사건 계좌의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계좌가 신규로 개설될 경우 예금원장이 보관고에 보관되기까지는 2~3일이 걸리므로 이 사건 계좌가 개설된 다음날인 2003. 3. 27.에는 소외 3이 직접 예금원장에서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없었으며, 달리 소외 3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준 직원이 있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는 점, ③ 소외 3은 이 사건 계좌와 관련하여 소외 1로부터 아무런 이익도 제공받은 바 없는 점, ④ 원고 회사의 자금담당팀장이었던 소외 5가 이 사건 계좌에서 처음 금원이 인출되었을 때 비밀번호가 어떻게 유출되었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하자 소외 4가 자신이 알려주었다고 이야기하였는바, 소외 4가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비밀번호가 유출된 사실에 관하여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소외 4, 6이 2003. 3. 27. 소외 7, 소외 1과 사이에 소외 4 등 소유의 원고 회사의 주식을 소외 7 등에게 매도하기로 하는 주식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후에는 소외 7 측이 소외 4의 동의를 얻어 원고 회사의 자금집행을 결재하기로 하였으며, 소외 7 측이 파견한 소외 8이 원고 회사의 정기예금 2건을 해약하고, 보통예금을 인출하여 그 다음날인 2003. 3. 28. 이 사건 계좌로 위와 같이 인출한 돈을 송금하는 등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체결 후에는 소외 7 측이 원고 회사의 자금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원고 회사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계좌의 비밀번호를 들었다는 소외 1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제출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석명의무 위반 및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2. 예금인출과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에 있어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의 점에 대하여
은행의 출금담당직원이 예금지급청구서에 찍힌 인영과 신고한 인감이 동일하고, 비밀번호 역시 신고한 것과 같아 예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은행업무상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를 하였더라면 정당한 예금청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고 권한 없는 자에게 예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그 지급이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피고 종로지점장은 소외 1이 원고 회사를 인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소외 7, 소외 1은 원고 회사의 주식 및 경영권 매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던 점, ② 피고 종로지점장으로서는 소외 1이 50억 원을 예금할 것이라고 해오던 중 원고 회사 직원이 2003. 3. 26. 피고 종로지점을 방문하여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였고 소외 1은 계좌개설 시점에 피고 종로지점을 방문하여 계좌개설 여부를 확인하는 등 계좌개설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는 태도를 보였으며, 계좌개설 당일 및 다음날 이 사건 계좌에 45억 원이 입금되었으므로 소외 1에게 원고 회사의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소외 1은 3차례에 걸쳐 예금이 입금될 때 그 시기를 알고 있었고 예금이 입금되자 이 사건 계좌의 통장과 도장을 제시하면서 곧바로 그 인출금으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받은 점, ④ 소외 1은 원고 회사의 예금을 인출하여 바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받아 대여금고에 이를 보관하는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서 소외 1이 원본을 보관하기만 한다면 이는 원고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만한 업무처리가 아니므로 피고 종로지점장이나 직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원고 회사에 대한 고지 필요성이 큰 업무처리였다고 할 수도 없는 점, ⑤ 원고 회사는 전혀 거래가 없던 피고 종로지점에 거액을 예금하면서 직원 소외 2를 통하여 계좌를 개설한 때 이외에는 피고 종로지점에 연락을 취하여 인출권한이 있는 원고 회사의 직원이 누구인지 통보한 사실이 없고, 소외 1만이 이 사건 계좌의 통장과 도장을 소지한 채 방문하여 예금인출을 한 점, ⑥ 소외 1의 최초 인출이 있었던 2003. 3. 27. 원고 회사의 자금담당자 소외 5는 소외 1의 예금인출 사실을 알고 이를 소외 4에게 보고하였음에도 소외 4는 피고 종로지점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단지 소외 7, 소외 1에게 그 경위를 물었을 뿐이며, 소외 5가 피고 종로지점에 항의전화를 하자 담당직원은 이를 지점장에게 보고하였는바, 피고 종로지점으로서는 원고 회사가 이처럼 이 사건 계좌의 자금인출 사실을 알고도 이후 아무런 조치가 없어 적법한 인출로 생각하여 이후에도 소외 1에게 예금을 인출해 준 것인 점, ⑦ 소외 8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체결 직후 원고 회사의 다른 정기예금 2건을 해약하고, 보통예금을 인출하는 등 적법한 대리인으로서 원고 회사 통장에서 금원을 인출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종로지점장 및 직원들로서는 통상의 주의를 다하여도 소외 1이 이 사건 계좌 예금주의 적법한 대리인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는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소외 1의 인출액이 고액이고 예금주 본인이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 종로지점장 및 직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적법한 대리인이 아닌 자에게 예금을 인출하여 주고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하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 및 제출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금융기관이 예금주 본인이 아닌 자와의 거래를 함에 있어 필요한 업무상 주의의무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 밖의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 종로지점의 직원이 소외 1에게 이 사건 계좌의 입금내역을 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은 이 사건 계좌의 통장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장정리를 통하여 언제든지 그 입금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원고 회사가 피고 종로지점 직원들의 위 행위로 인하여 원고 주장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고 종로지점 직원이 소외 1에게 이 사건 계좌의 입금내역을 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소외 1이 이 사건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소외 1이 예금인출청구를 하고 피고 종로지점에서 그에 응하여 예금을 인출해 준 때에 비로소 예금인출이 가능하므로, 피고 종로지점 직원이 소외 1에게 이 사건 계좌의 입금내역을 알려준 행위와 소외 1의 예금인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없다.
나. 예금주가 아닌 자에 의하여 예금이 양도성예금증서로 대체 인출됨에 있어 금융기관 직원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면 나중에 금융기관 직원이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위 양도성예금증서가 진정하게 발급된 것인지 확인을 구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사실을 예금주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소외 1이 이 사건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여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받음에 있어 피고 종로지점의 담당직원들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종로지점 직원들이 나중에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위 양도성예금증서가 진정하게 발급된 것인지 확인을 구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을 원고 회사에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기록에 의하면, 소외 4가 2003. 3. 26.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다가 2003. 9. 22. 해임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이 2003. 3. 27.부터 2003. 4. 1.까지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소외 4가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