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20권 2집 186~219] [전원재판부]
1. 상고심에서 적용이 배제된 민법 제766조 제1항이 환송 후 항소심에서 재판의 전제성을 갖는지 여부(소극)
2.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6. 10. 4. 법률 제805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96조 제2항과 민법 제766조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고 한다)에 대한 한정위헌청구가 적법한 것인지 여부(적극)
3. 소멸시효제도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1. 대법원은 청구인들의 당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정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내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위 단기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당해법원은 다시 변론을 거쳐 재판하여야 하되 대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되고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없는 한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
2.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국가가 국가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을 고문하고 이를 통하여 사유재산권을 박탈하는 등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 제10조 등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므로 한정위헌청구의 적법 여부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다.
즉, 우선 적법하다는 의견을 보면,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은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국가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적용 예외 조항을 두지 않은 것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선해할 수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들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의견이고,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송두환은 법률의 적용대상이 유형적·추상적으로 한정되어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경우 그 한정되는 적용영역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는 결국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로 볼 수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전시·사변·쿠데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공무원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행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다른 적용영역으로부터 유형적·추상적으로 구별되는 영역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을 구하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적법하다는 의견이며, 재판관 조대현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은 법률 해석을 통하여 내용이 특정되고 구체적인 규범력을 가지게 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내용”이고, 법률에 대한 특정의 해석 내용을 한정하여 그 위헌 여부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한정위헌심판청구)도 그러한 해석 내용이 규범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허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는 것이다.
다음 부적법하다는 의견을 보면, 재판관 이공현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률조항 자체를 다투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법원의 사실관계 인정과 평가 및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를 다투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는 의견이고,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은 한정위헌청구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청구된 심판대상이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법률의 의미와 적용범위에 있어서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 사건 심판청구 대상인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관한 한정위헌청구는 위와 같이 분리될 수 없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질적 일부가 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는 의견이다.
3.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의한 국민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청
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다.
우선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의 합헌의견은 소멸시효제도의 일반적인 존재이유와 특히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목적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은 인정되고, 전시·사변·쿠데타 등 국가비상시기 등에 공무원들이 국가기관의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저지른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국가에 대하여 적시(適時)에 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일지라도 민법 등 관련규정상 시효의 기산점에 대한 해석, 시효의 중단·정지 및 시효이익의 포기 등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고, 실무상으로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늦추거나 소멸시효주장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여 배척하는 등으로 소멸시효제도로 인한 불합리한 결과를 최소화하려는 법해석이 가능하며,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도 이러한 법해석에 기초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어 최소침해성에 반하지 않으며, 소멸시효제도에 내재된 여러 공익적인 측면과 시효적용으로 인하여 해당 영역의 권리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성격과 내용 등을 비교형량하여 보면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의견은 위와 같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되는 점에 관하여는 의문이 없으나,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는 미지의 당사자간에 예기하지 못한 우연의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통상의 불법행위와는 확연히 구별되는데다가 심지어 가해자인 공무원에 의한 증거 내지 국가기록의 의도적 은폐, 폐기 등의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함께 일반법인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규율하고 있으며 나아가 국가재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어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은 5년의 단
기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면서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와 같은 특수한 불법행위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바 이는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나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볼 것이고,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되는바 입법자는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하여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은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한 범죄행위로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적으로 침해하였다면, 국가가 헌법 제10조의 기본권보장의무를 고의적으로 위반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 침해한 것이므로 그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5년 또는 10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하여 소멸시키는 것 역시 헌법 제10조에 위반되므로 그 내용을 제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6. 10. 4. 법률 제805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96조(금전채권과 채무의 소멸시효) ① 생략
②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또한 제1항과 같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위헌결정)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만을 결정한다. 다만, 법률조항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당해 법률 전부를 시행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전부에 대하여 위헌의 결정을 할 수 있다.
1. 헌재 1998. 7. 16. 96헌바33 등, 판례집 10-2, 116, 141
2. 헌재 2000. 6. 1. 97헌바74 , 공보 46, 448-449
헌재 2000. 6. 29. 99헌바66 등, 판례집 12-1, 848, 865 등
헌재 2000. 8. 31. 99헌바98 , 판례집 12-2, 225, 231
헌재 2005. 7. 21. 2001헌바67 , 판례집 17-2, 21, 29
헌재 2006. 2. 23. 2003헌바84 , 판례집 18-1상, 110, 119-120
3. 헌재 1997. 2. 20. 96헌바24 , 판례집 9-1, 168, 175
헌재 2001. 4. 26. 99헌바37 , 판례집 13-1, 836, 841-842
헌재 2005. 5. 26. 2004헌바90 , 판례집 17-1, 660, 663-665
청 구 인 [별지] 목록과 같음
대리인 법무법인 소망
담당변호사 임순명 외 3인
당해사건서울고등법원 2003나71077 손해배상(기)
1.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대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2.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되고, 2006. 10. 4. 법률 제805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96조 제2항, 민법 제766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원호대상자 정착직업재활조합 서울목공분조합(이하 ‘이 사건 분조합’이라고 한다)은 상이군경 등 원호대상자들의 직업재활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정된 구 원호대상자직업재활법 제17조에 의하여 1972. 3. 6. 설립된 단체로서 당초 광명시 광명동 근처에서 각종 가구류의 제조, 판매 등 목공업을 영위하여 오다가 1976.경 인천 북구 십정동 228 공장용지 3,499.7㎡ 외 4 필지 토지 및 그 지상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들’이라 한다)로 목공장(이하 ‘이 사건 목공장’이라고 한다)을 이전하였다. 청구인들은 1980. 7. 당시 이 사건 분조합의 분조합원들이거나 일부 분조합원들이 사망한 이후 그 지위를 승계한 사람들이고, 당시 조합장은 망 서○석이었다.
(2) 1980.경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관들은 이 사건 분조합 임원들의 공금횡령 및 뇌물공여 등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1980. 7.
10. 망 서○석 등 임원들을 적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강제연행한 다음 공금횡령이나 뇌물공여 등 위법사실을 밝히겠다면서 위 망인 등 임원들을 지하유치장에 감금하여 두고 그 자백을 강요함으로써 결국 장기간의 불법구금에 견디지 못한 위 망인 등 임원들이 공금을 유용하고 뇌물을 공여하였음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위 수사관들은 위 망인 등 임원들에게 부당하게 축재된 그들 명의의 개인재산 및 이 사건 분조합에 관한 지분을 자진헌납의 방식으로 국가에 증여하지 아니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감금하면서 그 사회, 경제적 행동에 대한 제재를 가하거나 신체의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위 망인 등 임원들로 하여금 같은 해 7.경 이 사건 분조합에서 탈퇴하면서 각 그 합유지분에 의해 이 사건 분조합 재산에 대하여 가지는 일체의 권리를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게 하였다.
(3) 그 무렵 국가보위비상대책회의에서는 이 사건 분조합의 재산을 환수하여 전체 원호대상자들의 복리증진을 위하여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이 사건 분조합을 해산하기로 결정하였고 같은 해 9. 17. 청구인 김○규 등 22인이 원호처로부터 생계보조비로 금 2,400,000원씩을 지급받으면서 이 사건 분조합을 탈퇴하고 분조합 재산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의결서의 각 해당란에 날인하는 등 이 사건 분조합 해산절차가 완료되었다.
(4) 그리하여 원호처장의 지시하에 구 국립재활원이 서울목공사업소라는 명칭으로 이 사건 분조합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여 왔는데, 이 사건 부동산들에 관하여 구 원호기금법 부칙 제5조의 규정에 터잡아 1981. 7. 7.자로 1981. 3. 27. 귀속을 원인으로 하는 대한민국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후 구 한국원호복지공단법 부칙 제4조 제2항 후단의 규정에 터잡아 1982. 3. 9.자로 1981. 11. 2. 권리귀속을 원인으로 하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고,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이 사건 분조합의 모든 자산과 부채 일체를 인계하여 인천목제사업소라는 명칭으로 경영하여 오다가 1989. 5. 25.경 이 사건 목공장을 안산으로 이전하면서 인천 북구 십정동 소재 공장건물에 남은 전력설비와 집진기 설비 등 일반공장의 기본시설은 다른 회사에게 임대하였다.
(5) 한편, 청구인들은 1990.경 이 사건 부동산들에 관하여 이루어진 위 1981. 7. 7.자 및 1982. 3. 9.자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그 귀속의 근거인 각 법률조항들이 위헌이므로 원인무효의 등기라고 주장하면서 서울민사지방법원 90가합37421호로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에서 같은 법원이 1991. 12. 13. 위 각 근거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자 헌법재판소는 1994. 4. 28. 선고 92헌가3 결정에서 위 각 근거 법률조항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6) 그리하여 위 서울민사지방법원 90가합37421호 사건은 그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97나45619호 사건을 거쳐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16896호 판결로 위헌무효의 법률조항인 보훈기금법(구 원호기금법) 부칙 제5조를 근거로 이 사건 부동산들에 관하여 경료된 위 각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라는 취지로 파기환송된 후 1998. 1. 15.경 확정되었고, 같은 해 3. 19.경 이 사건 부동산들은 청구인들에게 반환되었다
(7) 청구인들은 1998. 12. 31. 위 소송과는 별도로 대한민국을 상대로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98가합114393호 사건과 그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0나62218호 사건에서는 대한민국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청구인들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 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이미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의한 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각 청구기각판결이 내려졌으나, 상고심인 대법원 2001다44086호 사건에서는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소 제기일로부터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부 개정된 후 2006. 10. 4. 법률 제8050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96조 제2항의 소멸시효기간인 5년을 역산한 날 이전에 발생한 손해부분은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판시하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으로 환송하였다.
(8) 이에 청구인들은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인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과 민법 제766조 제1항, 제2항을 국가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자인 청구인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환송 후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03나71077호 사건에서 위 법률들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같은 법원 2004카기141)을 하였으나 2004. 7. 7.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04. 8. 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민법 제766조 제1항, 제2항(이하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과 민법 제766조 제2항만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고 한다)이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구 예산회계법 제96조(금전채권과 채무의 소멸시효)
①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권리로서 시효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것은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할 때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도 또한 제1항과 같다.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민법 제162조(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①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소멸시효제도는 사회질서의 안정, 입증곤란의 구제 및 권리행사 태만에 대한 제재 등을 그 존재이유로 하는 것인데, 국가가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을 강제연행, 장기구금, 협박·고문하고 이를 통하여 사유재산권을 박탈하는 등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는 보호하여야 할 제3자의 신뢰란 있을 수 없어 사회질서 안정과 무관하고, 국가권력 특히 수사기관이 개입된 범죄는 사후에 행위 당시 범행의 실체에 접근할 만한 여지가 별로 없거나 설령 있다고 하여도 은폐·조작되어 민사상 구제도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입증곤란을 구제할 필요성도 적으며, 나아가 국가권력의 담당자 또는 그 후계자가 계속 권력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피해구제를 위한 권리행사가 사실상 봉쇄되거나 극도로 위축 또는 제한될 수밖에 없어 권리위에 잠자고 있다는 이유로 보호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을 국민의 인권보장을 그 책무로 하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러 놓고 이에 대하여 스스로 면책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 제10조로 보호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헌법 제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
하는 것이고, 특히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은 합리적인 사유 없이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사인(私人)간에 적용되는 10년간의 소멸시효보다 단기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나. 서울고등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불법행위가 통상 서로 모르는 당사자 간에 발생하므로 채권자인 피해자가 장기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아니하면 채무자는 극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민법 제766조는 합리적 존재이유와 정당한 목적이 있어 채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할 정도로 시효기간이 불합리하게 짧다고 할 수 없고,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도 국가의 채권, 채무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고 예산 수립의 불안정성을 제거하여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규정으로 합리적인 존재이유와 정당한 목적이 있으며 그 권리제한 방법에 있어 수단의 적절성도 있으므로 채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할 정도로 시효기간이 불합리하게 짧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청구인들은 국가가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나 민사상 절차에서는 국가를 단지 사적(私的) 경제주체 중 하나로 보므로 국민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국가에 대하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의 적용을 배제할 합리적인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나아가 한정위헌결정을 구하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요청, 즉 법령의 적용 및 해석은 법원의 본질적 기능으로서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이 가능한 이상 대상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요청에도 반하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의견
소멸시효제도의 존재이유와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단기소멸시효기간은 그 형평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특히 청구인들이 1990.경 소유권이전등기말소소송을 제기할 때 이미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음에도 뒤늦게 당해사건을 제소한 것으로 이는 소멸시효제도의 근본취지 및 구 예산회계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반인도적 범죄라는 것이 도대체 어떠한 행위를 의미하는지 특정되어야 할 것인바, 가사 특정이 가능하고 반인도적 범행에 대하여는 소멸시효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국회에서 특별법 등의 제정을 통하여 적용
을 제외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해석을 통하여 소멸시효제도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이 청구인들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있을 것이 요구되는데, 이 경우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고 함은 문제된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로서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5. 7. 21. 93헌바46 , 판례집 7-2, 48, 58;헌재 1998. 7. 16. 96헌바33 등, 판례집 10-2, 116, 141).
그런데 앞서 보았듯이 대법원(2001다44086)은 청구인들의 당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위 법률조항이 정한 3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 내에 제기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청구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위 단기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고, 당해법원은 다시 변론을 거쳐 재판하여야 하되 대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되고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없는 한 위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1) 재판의 전제성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은 환송 후 항소심인 당해사건 법원을 기속하는 상고심 법원의 법률상 판단에서 청구인들의 청구를 일부 배척하는 근거법률로 적시된 것이기 때문에 당해사건에 직접 적용될 법률조항으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됨은 의문의 여지가 없고, 민법 제766조 제2항의 경우도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정한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이 당해사건에 적용되지 아니하게 되면 바로 적용되어야 할 것인데, 청구인들이 당해사건에서 20년간의 영업이익이나 그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어 소멸시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한 민법 제766조 제2항이 위헌으로 선고되는지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의 인용금액이 변경되는 등 재판의 주문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역시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된다.
(2) 한정위헌청구의 적법여부에 대한 판단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국가가 국가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을 고문하고 이를 통하여 사유재산권을 박탈하는 등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 제10조, 제23조 제1항ㆍ제3항 등에 위반한다.’고 주장하면서 한정위헌결정을 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청구인들의 한정위헌청구가 적법한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적법하다는 의견
1)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의 의견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은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는”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심판의 대상을 ‘법률’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동 조항에 의거하여 청구하는 헌법소원은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이어야 하고,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한 청구인이 그 헌법소원에서 어떤 법률조항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판단을 구하고 있다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아 판단한 경우는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법규정 자체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으로 보는 경우로서, 헌법상의 명확성원칙을 다투는 경우 혹은 조세법률주의(과세요건 명확주의) 위반을 다투는 경우(헌재 1999. 11. 25. 98헌바36 , 판례집 11-2, 529, 536;헌재 2000. 6. 1. 97헌바74 , 공보 46, 448, 449 등), 둘째 소위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구체화된 심판대상규정의 위헌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만큼 일정한 사례군이 상당기간에 걸쳐 형성, 집적된 경우(헌재 1998. 7. 16. 97헌바23 , 판례집 10-2, 243, 251-252;헌재 2001. 8. 30. 2000헌바36 , 공보 60, 852 등), 셋째 위 두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않지만 한정위헌의 판단을 구하는 청구가 법률조항 자체에 대한 다툼으로 볼 수 있는 경우(헌재 2000. 6. 1. 97헌바74 , 공보 46, 448-449;헌재 2000. 6. 29. 99헌바66 등, 판례집 12-1, 848, 865 등)이다.
그런데 청구인들의 주장취지를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시효소멸의 대상을 ‘국가에 대한 권리로서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것’,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으로만 규정하고 있는데 청구인들은 ‘국가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포함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법률해석상 다투어질 수
있는 것임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해석상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는 전제하에서 그 부당성 즉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국가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적용 예외 조항을 두지 않은 것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선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비록 청구형식이 한정위헌을 구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할지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청구로서 적법한 것이다(헌재 2006. 2. 23. 2003헌바84 , 판례집 18-1상, 110, 119-120).
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정위헌청구의 적법성에 관한 선례의 입장과 달리, 법률조항의 적용대상 중 유형적·추상적인 일부 영역에 관한 한정위헌청구 혹은 청구된 심판대상이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법률의 의미와 적용범위에 있어서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경우의 한정위헌청구는 적법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우리는 그와 견해를 달리하므로 다음과 같이 이를 밝혀두고자 한다.
첫째, 어떤 법률조항의 의미나 적용영역에 있어서 ‘유형적·객관적·개념적·추상적인 부분’을 위 견해가 설명하는 바와 같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기준으로서의 위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고 그 범위를 한정하기 매우 어려우며, 위와 같은 영역은 결국 법률조항의 해석에 의하여 파악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이해의 폭이 다양하고 때로는 자의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어떤 법률조항에 있어서 그 하위영역이 유형적·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의견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때 위 견해가 제시하는 ‘유형적·객관적·개념적·추상적’이라는 개념은 아무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위 견해가 각각 들고 있는 유형화의 구체적 기준이 실질적으로는 서로 동일한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하여 위 견해가 내린 평가가 서로 상반된 점을 보더라도 이 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즉 일부의 의견은, 청구인들이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적용 영역을 ‘전시·사변·쿠데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공무원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행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는 유형적·추상적으로 구별되는 영역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다른 일부 의견은 이와 반대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체적 사실관
계를 떠나 그 개념이나 유형이 객관적ㆍ개념적ㆍ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없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질적 일부가 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한정위헌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평가의 근저에는 바로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유형적·객관적·개념적·추상적’의 개념이란 것이 도대체 아무런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주지 않고 있는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부연하자면, 위 견해가 청구인들의 주장에 기초하여 유형화하고자 했던 ‘반인권적 국가범죄’라는 개념은 이를 정의한 법령이나 법원의 해석을 찾아 볼 수 없고, 이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이나 위 로마규정을 이행하기 위하여 2007. 12. 21. 법률 제8719호로 제정된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 내용을 살펴보아도 이는 위의 ‘반인권적 국가범죄’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 그 외에 반인권적 국가범죄와 관련한 민사손해배상에 대한 소멸시효제도의 적용배제를 위한 외국의 입법례나 국제조약 등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으므로 결국 ‘반인권적 국가범죄’는 어느 곳에서도 정의되고 있지 않은,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해석에 기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시·사변·쿠데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공무원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행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라는 개념 내지 적용 영역도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넓은 불명확한 것이라고 할 것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설령 이 부분에 대한 위헌결정이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어떠한 사실관계가 갖추어져야 위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의 판단에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국가에 의한 모든 기본권 침해행위와 같은 매우 넓은 범위의 행위가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적극적으로 이러한 불명확한 용어를 개념정의하고 이에 대하여 위헌 여부의 심사를 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된다. 요컨대, 모호하고 그 범위를 한정하기 어려우며, 결국 법률조항의 해석에 의하여 파악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이해의 폭이 다양하고 때로는 자의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큰 ‘유형적·객관적·추상적ㆍ개념적’이라는 기준에 의하여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 여부를 가리는 것은, 그 기준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판단 자체가 자의적이라는 비난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유형적·객관적·개념적·추상적 영역에 대한 한정위헌청구를 적법하다고 보는 견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심판대상을 법률조항 자체로 보아서는 아니되고, 그 허용의 취지와 본안판단의 범위를 고려해 볼 때 심판대상 자체도 위와 같이 한정된 영역으로 제한된다고 봄이 논리적일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심판대상이 제한된다면 본안판단도 그 제한된 범위에 대하여서만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만일 심판대상이 되지 않은 법률조항의 다른 영역에서 위헌성이 발견되더라도 이에 대하여 위헌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의미라면 불합리하고 규범통제의 속성에도 맞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만일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많은 유형적·객관적·개념적·추상적인 영역구분이 가능하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후행의 한정위헌청구가 가능하게 될 것이어서 이는 규범통제에 있어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며, 한정위헌청구를 통한 심판대상이 구분된다고 하더라도 이 구분된 영역의 범위확정은 해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후행의 한정위헌청구가 선행의 한정위헌청구와 그 심판대상이 동일한 것인지 여부의 판단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셋째, 유형적·추상적 영역에 대한 한정위헌청구가 허용된다는 것은 그러한 유형적·추상적인 개념구분이 가능하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밝히는 단계와 나아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이 관련된 사실관계가 그 범주에 해당하여 그 유형적·추상적 부분이 위헌이 되면 청구인도 구제될 개연성이 있다는 단계를 갖춘 것임을 의미한다. 전자의 문제점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후자의 판단과 관련하여서는 통상 법률조항 자체가 심판대상인 경우에는 비교적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나 유형적·추상적 영역에 대한 한정위헌청구에 있어서는 그 판단이 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즉, 이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청구인이 관여된 사실관계가 위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사실인정의 문제가 개입될 수밖에 없고 이 사건에서 일부 의견도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전시·사변·쿠데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국가기관에 의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개인의 기본권침해행위에 의한 것’에 해당하는지와 관련하여 당해사건에서의 구체적인 사실판단을 원용해서 이에 해당할 개연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식의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판단에 어느 정도는 개입하는 것이어서 적절하지 아니하고, 이는 규범통제를 해야 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이 정한 헌법소원의 근본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즉, 만일 아직 사실관계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는 아예 해당 여부의 판단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혹은 일정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판단을 하였더라도 이후 당해사건의 재판에서 다른 사실관계로 밝혀진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청구인들로서는 이러한 한정위헌 청구영역에 대한 아무런 관련이 없었던 것이 되어 재판의 전제성 자체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유형적·추상적 영역에 대한 한정위헌청구는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규범에 접근하는 것이어서 재판의 결과를 다투는 이른바 재판소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앞서 본 바와 같이 지금까지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청구는 원칙적으로 부적법하고 다만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법하게 된다.’고 판단하여 위 선례에 해당하는 경우를 적법한 것으로 보아 본안판단을 하여 왔다. 그런데 이러한 선례의 설시내용 및 예외적인 적법판단을 하게 된 취지 등을 고려해 보면, 청구인들 주장에 따라 평등권이나 부진정입법부작위 등의 주장으로 선해하거나 세 번째 예외유형을 활용하여 한정위헌청구를 법률조항 자체에 관한 다툼으로 보는 방법이 가능하므로 굳이 앞서 본 바와 같은 많은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는 유형적·객관적·개념적·추상적 부분이라는 개념을 새로 설정하여 이에 대한 한정위헌청구를 새로이 받아들이는 방법을 도입할 필요성은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이상의 이유로, 우리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이 사건 법률조항들 자체의 위헌성 주장으로 선해하여 적법성을 긍정한 다음 본안 판단을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송두환의 의견
가) 법률조항의 유형적·추상적 일부에 대한 한정위헌청구의 적법성
법률의 적용대상이 유형적·추상적으로 한정되어 다른 것들과 구별되는 경우에도 그 한정되는 적용영역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는 결국 법률조항에 대한 심판청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이 상당한 영역을 가질 때 그 적용대상의 구체적 범위는 개별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물론 결정되지만 그 적용대상 중 다른 것과 유형적·추상적으로 구별이 되는 특정한 범위의 것을 한정하고 이에 대하여 위헌 여부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그것이 재판의 전제가 되는 한도에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의 심판청구에 해당하므로 이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하고 여기서 유형적이라고 하는 것은 객관적인 징표와 기준에 의하여 다른 것들과 구별할 수 있는 하나의 범주로 파악이 가능한 것을, 추상적이라고 하는 것은 개별적
행위나 사실에 관한 구체적 판단 이전에 개념적·일반적으로 한계 획정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나) 이 사건 한정위헌청구의 적법성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취지가 단순히 당해사건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 법률해석과 구별하여 유형적·추상적 적용영역으로 설정되기 위하여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성립가능한 많은 종적, 횡적 적용영역 중 객관적인 징표와 기준에 의하여 다른 적용영역과 뚜렷이 개념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하나의 범주로 파악이 가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취지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유형적·추상적 범주를 획정한다면, 첫째 행위주체와 방법의 측면에서 ‘공무원의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행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파악하여 고의에 의한 직무상 불법행위이지만 개인적, 우발적으로 행하여진 경우와 개념적으로 구별하고, 둘째 행위대상의 측면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대상으로 본다면 대체로 살인 혹은 고문 등 같이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할 수 있으며, 셋째 시기적인 측면에서 평상시에는 사법부를 포함한 국가체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국가나 국가조직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사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일반 구제절차에 의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사변·쿠데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만으로 그 적용범위를 명확하게 하여 유형화ㆍ추상화의 범주를 획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를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전시·사변·쿠데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공무원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계획적으로 행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다른 적용영역으로부터 유형적·추상적으로 구별되는 영역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을 구하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가령 이 사건 심판청구가 위와 같이 유형적·추상적으로 구별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사건의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앞에서 본 적용영역에 해당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가 당해사건 재판의 주문이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됨으로써 재판의 전제성을 결여할 수 있다는 주장
도 가능하나, 앞서 인정된 사건의 개요에 의하면 당해사건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앞서 인정된 적용영역에 해당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위와 같은 사실관계 인정 문제는 당해사건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으로서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미리 판단함은 적절하지 않다(헌재 1996. 10. 4. 96헌가6 , 판례집 8-2, 308, 322;헌재 2001. 10. 25. 2001헌바9 , 판례집 13-2, 491, 498-498 참조).
3) 재판관 조대현의 의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심판은 당사자가 법원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가 기각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여기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란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고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내용”은 법률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구체화된다. 법률에 대한 해석은 법률을 집행하는 행정기관이나 법률을 적용하는 법원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헌법재판소도 법률 내용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기 위하여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판시하고 변경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2호). 이러한 해석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형성된 법률의 내용이 규범력(規範力)을 가지고 구체적인 행정처분이나 재판의 기준으로 된다.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은 법률 해석을 통하여 내용이 특정되고 구체적인 규범력을 가지게 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내용”이고, 해석에 의하여 내용이 특정되기 전의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아니다. 법률에 대한 해석의 내용이 통일되고 이론(異論)이 없을 경우에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와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내용”은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동일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다른 내용의 해석이 존재하거나 가능할 때에는 양자는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동일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어떠한 내용의 해석이 존재하고 구체적으로 적용되어 규범력을 가질 때에는 헌법재판소는 그 해석에 의하여 형성되는 법률의 내용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판하여야 한다. 법률의 내용이 합헌적인 내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위헌적인 내용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경우에는 입법권 존중의 원칙상 위헌적인 내용의 해석만 제거하고 합헌적인 내용의 해석은 존속시켜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 헌법재판소는 위헌적인 내용의 해석도 가능하다고 하여 합헌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 전체의 위헌을 선언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한정위헌심판의 형식을 취하여 합헌적
인 내용을 존속시키면서 위헌적인 내용만 제거하여야 한다.
따라서 법률에 대한 특정의 해석 내용을 한정하여 그 위헌 여부의 심판을 청구하는 것(한정위헌심판청구)도 그러한 해석 내용이 규범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정위헌심판청구의 대상으로 삼은 법률내용이 독단적인 해석으로서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아니하여 규범력을 가지지 못할 경우에는 심판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특정의 해석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용되어 규범력을 가지고 있다면 집행사례나 재판선례가 집적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 위헌적인 해석 내용의 규범력을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는 법률 해석의 주체가 법원이라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법원의 사법권은 법률을 해석하여 적용할 권한을 포함하지만,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구체화되고 재판의 기준으로 되는 법률 내용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심판할 권한을 가진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법률의 내용을 적용하여 그 법률효과를 판단하는 사법작용에 대하여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지만, 법원이 법률을 해석하여 법률의 내용을 결정하는 작용에 대해서는 법률의 내용을 위헌적인 내용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위헌법률심판제도의 통제를 받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법률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다투는 것이라 하여 부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인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은 국가에 대한 금전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고 있고, 국가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다.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은 구체적인 규범력을 가지고 재판의 기준으로 되고 있으므로, 그 위헌 여부를 심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이 국가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점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여 달라는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고 보아야 하고, 본안에 들어가 심판하여야 한다.
(나) 부적법하다는 의견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하다고 보아 본안판단에 나아간 위 의견들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1) 재판관 이공현의 의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심판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당사자의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의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에 신청을 한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규범심사를 하는 구체적 ‘규범’통제절차이고, 한편 구체적 사건에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한은 법원의 재판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며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따라서 단순히 법원의 사실관계 인정과 평가 및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를 들어 법원의 ‘재판’을 다투는 한정위헌청구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다만 한정위헌청구의 취지가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성을 다투는 경우로 이해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적법한 청구로 받아들여짐은 물론이다(헌재 1995. 7. 21. 92헌바40 , 판례집 7-2, 34, 37;헌재 2000. 8. 31. 99헌바98 , 판례집 12-2, 225, 231;헌재 2005. 7. 21. 2001헌바67 , 판례집 17-2, 21, 29등 참조). 우리 재판소는 청구인의 주장에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불명확성을 문제삼는 취지가 내포된 경우나, 법원의 법률 해석·적용에 의하여 심판대상규정에 관한 일정한 사례군이 상당기간에 걸쳐 형성, 집적된 경우 그와 같은 해석·적용이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어 법률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때에는 법률조항 자체에 대한 다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왔으며, 또한 청구인의 주장이 평등권 침해 여부, 부진정입법부작위 등의 문제로 선해될 수 있는 경우에도 ‘법률’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보아 본안판단을 하여 왔다.
‘법률의 해석·적용’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경우와 ‘법률’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경우를 준별하여 적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자의의 개입소지가 있다거나 국민의 권익보호에 충분하지 못하므로 한정위헌청구의 허용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규율대상에 관한 입법당시의 사회적 인식ㆍ이론ㆍ관념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일종의 틀로서 법률조항이 내포하고 있는 모든 추상적, 유형적 개념범주를 해체하여 위헌의 가능성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자칫 입법자의 의사를 왜곡하여 민주적 정당성에 기초한 입법권 행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으며, 무엇보다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된 당해 법률조항의 ‘법률해석 등’에 관하여 본안판단이 필요하고 가능한 것인지 여부 및 결정의 기속력의 인정 여부·범위에 관하여 실무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야기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위와
같은 시도는 한정위헌청구가 문제되지 아니하는 일반적인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의 심판대상 확정 및 본안판단의 기준 등에 관하여도 전면적 재고를 요하는 것으로 규범통제제도가 지니는 객관적 법질서보호의 측면을 약화시키고 지나치게 구체적 사건 해결의 면으로 편향되게 할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살피건대,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관한 심판청구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소멸시효를 배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위헌이라는 취지인바, 법률조항 자체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현재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법적인 개념이 확립되어 있다거나 그에 관한 판례가 집적되어 일정한 사례군이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소멸시효의 배제 여부가 당연히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법률조항 자체를 다투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법원의 사실관계 인정과 평가 및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를 다투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2)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의견
가) 선례에 대한 비판
우리는, ‘한정위헌청구는 원칙적으로 부적법하고 다만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법하게 된다’는 취지의 위 선례[앞의 3. 나. (2) (가) 1)]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변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함으로써 심판대상인 법률조항이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분리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바, 법률조항의 질적 일부 위헌청구라고 할 수 있는 한정위헌청구가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둘째, 위 선례의 예외범위 역시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우선 선례가 첫 번째 및 세 번째 예외로 들고 있는 ‘법규정 자체의 불명확성을 다투는 경우’ 또는 ‘법률조항 자체에 대한 다툼으로 볼 수 있는 경우’는 엄격한 의미의 한정위헌청구가 아니라 법률조항 자체에 대한 위헌청구를 당사자가 한정위헌의 형식으로 청구한 것이므로, 이를 한정위헌청구에 대한 예외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두 번째 예외로 들고 있는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구체화된 심판대상규정의 위헌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만큼, 일정한 사례군이 상당기간 걸쳐 형성·집적된 경우’는 ① 판례가 집적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새로운
법률의 경우에는 한정위헌청구가 적법하게 될 여지가 없는 점, ② ‘법원의 해석’과 같은 법률의 후발적 사유가 심판대상의 적법성 판단에 결정적 기준이 될 수 없는 점(그와 같은 논리라면 법률의 의미와 적용범위를 정하는데 후발적인 ‘시행령’등 하위규범의 내용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③ 만일 위와 같은 논리라면 대법원판례가 변경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청구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도 변경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한정위헌청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데 타당한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셋째,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양적 일부에 대한 위헌청구를 인정하고 있는바, 실제 사건에 있어서 양적 일부위헌과 질적 일부위헌 간의 구별이 모호한 경우가 많으므로, 질적 일부에 대한 위헌청구인 한정위헌청구를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결국 규범통제라는 헌법재판의 고유기능에 비추어 볼 때, 선례의 판시는, “한정위헌청구는 원칙적으로 적법하되, 다만 그 전제로서 법률조항의 일부라고 인정될 만한 적법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변경되어야 한다.
나) 한정위헌청구의 적법 요건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은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법 제45조). 그러므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질적 일부청구인 한정위헌청구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그 질적 일부가 양적 일부에 상응할 만큼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가능하여야 한다. 즉, 한정위헌청구된 심판대상이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법률의 의미와 적용범위에 있어서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에는, 심판대상이 의미와 적용범위에 있어서 독립된 개념으로 분리될 수 있는지 여부는 물론, 해당 법률에 포함된 다른 법률조항의 규정, 다른 법률의 규정, 헌법재판소가 종전 한정위헌결정을 한 사례, 집적된 대법원판례가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하여, 한정위헌청구된 심판대상이 구체적 사실관계를 떠나서는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면 이는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대한 청구가 아니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의 해석ㆍ적용을 다투는 것으로서 이는 일반 법원의 판단대상일 뿐(일반 법원은 증거에 의하여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해당 법률이 그 사실관계에 적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헌법재판의 심판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
① 이 사건 심판청구
청구인들은, “국가에 의한 반인도적 범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 소멸시효에 관한 민법 제766조 제1, 2항 및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동흡은 이를 이 사건 법률조항들 자체의 위헌성으로 다투는 것으로 이해하여 선례[앞의 3. 나. (2) (가) 1)]의 예외적 경우로서 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고,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송두환은 위 주장을 “전시ㆍ사변ㆍ쿠데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공무원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ㆍ계획적으로 행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로 보고 이를 유형적ㆍ추상적으로 구별되는 영역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구하는 취지로 이해함으로써 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선례가 변경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있으므로, ‘국가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 또는 ‘전시ㆍ사변ㆍ쿠데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시기에 공무원이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ㆍ계획적으로 행한 직무상 불법행위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가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가능한지, 즉 위와 같은 한정위헌청구가 그 적법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② 반인권적 범죄의 개념
우리나라에서 통칭되는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관한 한정위헌청구가 구체적 사실관계와 관계없이 법률의 의미와 적용범위에 있어서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가능한지를 살펴본다.
첫째, ‘반인권적 국가범죄’라는 개념을 정의한 법령이나 법원의 해석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1998. 7. 17. 채택 2002. 7. 1. 발효) 제7조 제1항은 “반인도적 범죄는 민간인 주민에 대한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로서 그 공격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범하여진 다음의 행위를 말한다. 가. 살해, 나. …… 마. 국제법의 근본원칙을 위반한 구금 또는 신체적 자유의 심각한 박탈”이라고, 제2항은 “제1항의 목적상, 가. 민간인 주민에 대한 공격이라 함은 그러한 공격을 행하려는 국가나 조직의 정책에 따르거나 이를 조장
하기 위하여 민간인 주민에 대하여 제1항의 행위를 다수 범하는 것에 관련된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고, 위 로마규정을 이행하기 위하여 2007. 12. 21. 법률 제8719호로 제정된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집단살해죄(제8조)’, ‘인도에 반한 죄(제9조)’. ‘사람에 대한 전쟁범죄(제10조)’ 등을 규율하고 있으며, 그 중 ‘인도에 반한 죄’는 주로 ‘민간인 주민에 대하여 공격을 행하려는 국가 또는 단체ㆍ기관의 정책과 관련하여 민간인 주민에 대한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공격으로 사람을 살해, 노예화, 국제법규에 위반한 감금, 신체적 자유의 박탈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중대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 고문하는 행위 등’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로마규정상의 ‘반인도적 범죄’는 이 사건 심판대상인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위 심판대상의 객관적ㆍ추상적ㆍ개념적 분리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둘째, 이러한 용어가 사용된 구 법률안들(모두 2008. 5. 29. 17대 국회임기만료로 폐기)을 살펴보면, 먼저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2005. 7. 10. 발의)은 그 적용대상을 ‘국가공권력에 의해 범해진 살인죄 등 반인권범죄 등’이라고 하면서 제2조에서 “공무원이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형법 제24장(살인의 죄)에 규정된 각 조의 죄를 범한 경우, 형법 제125조(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의 직무상 폭행·가혹행위)의 죄, 군형법 제62조(가혹행위)의 죄를 범하거나 이를 통해 사람을 살상한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소멸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특례법안’(2007. 6. 4. 발의)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조직적·계획적 불법행위’를 그 개념 및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다(제1조). 한편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배제 등에 관한 특례법안’(2008. 7. 16. 발의)은 ‘국가공권력을 이용하여 범한 살인죄 등의 중범죄를 포함하여 반인권범죄 및 그 조작·은폐행위 관련 범죄’를 규율대상으로 하면서, 제2조 제1항은 ‘국가의 소추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연장 또는 강화하거나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정책·방침 또는 기관의 이익을 실현할 목적으로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 등의 죄를 범한 경우’에 공소시효의 배제를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각 법률안들에서의 ‘반인권적 범죄’도 그 개념과 범위에 있어서 다양하므로, 위 법률안의 규정으로도 이 사건 심판대상을 개념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셋째, 대법원판결 중 소수의견이, 국가기관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는 “국가 소속의 공무원이 통상적인 공무수행을 하는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저지르게 된 일반적인 불법행위가 아니고, 그 당시의 비상한 시기에 국가에 의하여 대규모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실시된 …… 특수한 불법행위”(대법원 1996. 12. 19. 선고 94다22927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라고 정의한 바 있으나, 이는 사건에서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내린 판시이므로 ‘국가기관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의 추상적이고 객관적인 정의라고는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심판대상인 불법행위는 그 발생시기, 주체, 행위태양, 침해정도 등으로 개념이 설정되어 있으나, 그 각 개념이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가변적이어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떠나 그 개념이나 유형이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가분되거나 특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③ 적법 여부
이처럼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객관적·개념적·추상적으로 분리될 수 없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질적 일부가 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한정위헌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결국 국가의 위와 같은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국가 스스로가 소멸시효 항변을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원칙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반 법원이 증거에 의하여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정한 후 신의성실 원칙의 적용 여부 및 권리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라) 소 결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한정위헌청구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되어야 한다.
다. 소결론
이상 살펴 본 바와 같이 적법요건판단에 대하여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중 민법 제766조 제1항을 각하하는 점에 대하여는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는 재판관 6인이 적법의견이므로 본안판단의 대상이 된다 할 것이다.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하여만 살펴본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판단의 대상
이 사건 쟁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의한 국민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적용하는 것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청구인들
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다만 청구인들은 그 외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하여 헌법 제10조가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우선 국가기관이 인간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했을 때 피해자의 기본권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될 것이지만 그 후에 배상의 시효기간을 정하는 것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재산권이 관련될 뿐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직접 관련된다고는 보기 어려운바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보호범위에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실효적 보장’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손해배상을 일체 불허하는 규정이 아니라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시기를 한정한 규정이므로 더군다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거리가 멀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재산권 침해 여부를 다툼으로서 청구인들의 주장취지가 관철될 수 있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본안에서 판단하지 아니한다.
나. 소멸시효제도의 의의
(1) 소멸시효의 존재이유
소멸시효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 즉 권리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켜 버리는 제도이다. 이러한 소멸시효제도의 일반적인 존재이유는 다음과 같다(헌재 1997. 2. 20. 96헌바24 , 판례집 9-1, 168, 175;헌재 2001. 4. 26. 99헌바37 , 판례집 13-1, 836, 841-842;헌재 2005. 5. 26. 2004헌바90 , 판례집 17-1, 660, 663-665 참조).
첫째, 일정한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 동안에 진정한 권리관계에 대한 증거가 없어지기 쉬우므로 계속되어 온 사실상태를 진정한 권리관계로 인정함으로써 과거사실의 증명의 곤란으로부터 채무자를 구제하고 분쟁의 적절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채무를 변제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증명이 어렵게 된 채무자의 경우 소멸시효의 이러한 기능에 의하여 이중변제를 면하고 법적 보호를 받게 되므로 진정한 권리관계가 실현된다.
둘째,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으며 시효제도로 인한 희생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계속된 사실상태가 권리관계로 인정됨에 따라 진정한 권리관계가 실현되지 못하게 되는
측면도 있으므로 시효기간의 차등, 시효중단ㆍ정지 및 시효이익의 포기 등에 의하여 진정한 권리자와 의무자의 이익을 상호 조정한다.
(2) 재산권 형성적 법률유보와 소멸시효
(가) 우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법적 성격을 살피건대, 민법 제750조에 의하면, 불법행위의 요건이 충족되면 그 효과로서 불법행위로 인하여 생긴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권리, 즉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하므로 불법행위는 사무관리ㆍ부당이득과 더불어 이른바 법정 채권발생원인의 하나이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채권의 일종이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는 헌법 제23조의 재산권보장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나) 그런데 헌법 제23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다른 기본권 규정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기본권 형성적 법률유보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는 것이므로 헌법상의 재산권은 이를 통하여 실현되고 구체화하게 된다(헌재 1993. 7. 29. 92헌바20 , 판례집 5-2, 36, 44 참조).
그렇다 하더라도 입법자가 재산권의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서 무제한적인 형성의 자유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재산권은 기본권의 주체로서의 국민이 각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자기 책임 하에 자주적으로 형성하는데 필요한 경제적 조건을 보장해 주는 기능을 한다. 그러므로 재산권의 보장은 곧 국민 개개인의 자유 실현의 물질적 바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자유와 재산권은 상호 보완관계이자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하겠다(헌재 1998. 12. 24. 89헌마214 , 판례집 10-2, 927, 945 참조).
(다) 소멸시효제도에 의하면 일정한 시효기간이 경과하면 그 권리는 소멸하고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소멸시효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이와 같은 법규정들은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재산권의 하나인 채권의 구체적인 모습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함으로써 재산권인 채권의 행사 및 존속을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위헌성의 심사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제한 입법의 한계를 지키고 있는 것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 여부
이에 관하여는 아래와 같이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나뉜다.
(1)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의 합헌의견
(가) 목적의 정당성
앞서 본 소멸시효제도의 일반적인 존재이유와 특히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경우 위와 같은 존재이유 이외에도 국가의 재정은 세입·세출계획인 예산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예산은 회계연도단위로 편성되어 시행되므로 국가가 금전채권을 가지거나 금전채무를 부담하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언제든지 채권자가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국가의 채권채무관계가 상당한 기간 확정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예산수립 시 예측가능성이 떨어짐으로써 국가재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이 어려워지게 되어 국가채무에 대하여 단기소멸시효를 두는 것은 국가의 채권, 채무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고 예산 수립의 불안정성을 제거하여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것인 점(헌재 2001. 4. 26. 99헌바37 , 판례집 13-1, 836)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헌재 1997. 2. 20. 96헌바24 , 판례집 9-1, 168, 175-176;헌재 2005. 5. 26. 2004헌바90 , 판례집 17-1, 660 참조).
(나) 수단의 적정성
한편 위와 같이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에 상당한 수단이라고 볼 것이다.
(다)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1) 문제의 소재
앞서 본 바와 같은 소멸시효제도의 본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소멸시효제도는 궁극적으로 법적 안정성을 존재이유로 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채권의 성질이나 내용에 따라 그 기간이 달라질 수 있어도 특정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적용 자체를 배제시킬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특정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의 적용 자체를 배제하면,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채권이 존속하는 결과 당해 채권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관한 법적 안정성이 극도로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법행위에 기한 법률관계는 통상 미지의 당사자간에 예기하지 못한 우연의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되는 것이고, 가해자는 언제 손해배상청구를 받을지 얼마나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지 등이 분명치 아니하여 매우 불안
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10년 또는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결코 짧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시효기간에 대하여는 입법자가 입법재량의 범위 내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므로 법적 안정성 등을 존재이유로 한 소멸시효제도의 본질, 특히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사법기관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는 평상시에는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시효기간(5년)의 적정성이나 그 기산점(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 등의 합헌성을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전시·사변·쿠데타 등 국가비상시기 등에 공무원들이 국가기관의 공권력을 이용하여 조직적으로 저지른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국가에 대하여 적시(適時)에 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가해자인 공무원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멸실함으로써 진정한 권리실현에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따라 소멸시효기간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진정한 권리자에게 가혹하거나 그 권리보호에 미흡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관련하여 검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위와 같은 이유로 적시에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한 경우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2) 최소침해성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한 소멸시효기간을 일률적으로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을 정도로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미흡한 경우도 발생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소멸시효제도로 인하여 제한될 수 있는 진정한 권리의 실현문제는 민법 등 관련규정상 시효의 기산점에 대한 해석, 시효의 중단·정지 및 시효이익의 포기 등에 의하여 보완될 수 있고, 실무상으로도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늦추거나 소멸시효주장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여 배척하는 등으로 소멸시효제도로 인한 불합리한 결과를 최소화하려는 법해석이 가능하며,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도 이러한 법해석에 기초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의 시효기간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로부터 진행하는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라 함은 ‘채권을 최초로 주장할 수 있고 필요하면 소로써 관철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할 것이며, 여기서 채권을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객관적 사정 때문에 소를 제기할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시효기간이 개시되지 않는
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앞서 본 국가비상시기 등에 있어서 공무원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특정불법행위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배상청구권을 주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동안에는 시효기간이 개시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에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정의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우리 민법상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원칙 등을 구체적 사안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함으로써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뒤로 늦추거나 소멸시효완성 주장을 배척하는 등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일률적 적용에 따른 불합리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법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소멸시효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불합리한 결과를 최소화하면서 진정한 권리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위와 같은 보완 방법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3) 법익균형성
앞서 본 바에 의하더라도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 규정을 둘 경우 그 피해자인 국민이 이로 인하여 받는 정신적, 물질적 손해의 정도와 충격이라는 사익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로 인한 불이익은 평상시의 권리구제절차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경우도 진정한 권리관계를 보호해야 할 사익과 법적 안정성을 비롯한 시효제도의 공익적인 요소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비교형량하는 과정에서 기존 소멸시효제도를 적절하게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불합리한 결과를 최소화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제도로 말미암아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구제하기 위하여 소멸시효를 배제한다고 하면 국가의 채무는 영원히 존재하게 되어 그 자체로 소멸시효제도의 목적인 법적 안정성의 본질적 내용이 크게 손상될 것임은 명확하다. 특히 법적 안정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국가배상청구권이 국민의 신체ㆍ생명 등 자유권의 침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에서 보듯이 재산권의 침해로 인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할 것으로, 실무상 다른 인접영역과 구별하여 소멸시효가 배제되는 해당 영역을 확정하는 것이 쉽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양자 간의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의 형평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국가의 재정운영 등과 관련하여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법적 불안이 가중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적용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그로 말미암아 침해되는 피해자인 청구인들의 사익보다 크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법익균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소 결
위와 같이 소멸시효제도는 법적 안정성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일률적으로 소멸시효를 적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고려할 때 최소침해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으며, 나아가 소멸시효제도에 내재된 여러 공익적인 측면과 시효적용으로 인하여 해당 영역의 권리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성격과 내용 등을 비교형량하여 보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의견
(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됨에 관하여는 의문이 없다.
(나) 침해의 최소성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재산권의 하나로서 보장되
고, 특히 그것이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일 때에는 헌법 제29조 제1항이 직접 이를 보장하고 있다. 즉, 동 조항 전단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의 의미는 입법자가 법률로써 기본적으로 국민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실효적으로 마련하라는 것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만’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유보를 뜻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입법자가 단지 국가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제공할 뿐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법률에 의한 권리구제절차의 개설은 사실상 무의미하며(헌재 2002. 10. 31. 2001헌바40 , 판례집 14-2, 473, 481), 따라서 헌법이 정하고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이 형해화될 수 있는바, 특히 헌법 제10조 제2문이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천명하고 있으며, 오늘날 기본권이 직접 효력을 갖는 법으로서 입법자를 기속한다는 점에서 볼 때, 위 헌법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인정 여하를 전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긴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 보면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경우는 미지의 당사자 간에 예기하지 못한 우연의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통상의 불법행위와는 확연히 구별되는데다가 심지어 가해자인 공무원에 의한 증거 내지 국가기록의 의도적 은폐, 폐기 등의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고, 이 경우 평상시의 일상적 분규에 의하여 야기된 권리침해와는 발생배경과 경위가 현저히 다른 반인권적 범죄의 피해자인 국민이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국가가 갖는 신뢰가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바,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국가를 채무자로 하는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보다 장기간의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거나 혹은 그밖에 기본권을 실효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여야 할 것임에도, 오히려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따르면 일반적인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함께 일반법인 민법 제766조 제2항에 의한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규율하고 있고, 나아가 국가재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어 특별법인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은 5년의 단기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면서 그러한 특수한 불법행위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지고 있는 공무원이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해하는 ‘반인권적 범죄’를 범하였고, 그 피해자인 국민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까지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된다고 볼 것이고, 더욱이 반인권적 범죄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하여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를 도모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는 비상시의 극히 예외적 상황을 전제한 것이므로, 이로 인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앞서 본 합헌론은 법원에서 기산점을 늦추거나, 시효주장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는 등의 법해석 방법으로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 같은 경우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따른 일률적 소멸시효적용으로 인하여 초래가능한 불합리한 결과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언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확립된 것도 아니고, 기산점을 달리 하는 것도 법률해석상 한계가 있으므로, 이러한 방법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합헌성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논거라고 보기 어렵다.
(다) 법익의 균형성
위에 본 바를 종합하면 국가채무에 대하여 소멸시효 규정을 둘 경우 앞서 본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에 따른 법적 안정성 등 공익도 적지는 않다고 할 수 있으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여 주어야 할 의무를 지고 있고, 개인의 사적 복수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형벌권과 강제처분권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의 기관인 공무원이 오히려 공권력을 조직적으로 남용하여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해하는 ‘반인권적 범죄’를 범한 경우 그 피해자인 국민들이 입은 정신적, 물질적 손해의 정도와 충격이 가볍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비정상적인 예외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빈도수에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국가기관의 조직적 침해에 대해서는 사후에라도 손해배상 등의 구제수단을 통한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이 실질적 정의와 법치국가의 기본 이념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 것이다.
특히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의 경우 국가가 조직적, 계획적으로 심
각한 인권침해를 하고 증거를 은폐하거나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피해자들은 단지 평상시를 전제한 소멸시효규정 하에서는 실효성 있는 권리주장을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시효제도의 법적 안정성은 한 발 후퇴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의 특수성과 이로 인한 피해 및 구제수단의 불충분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그러한 시효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원칙에 위배된다.
(라) 소 결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는 재산권 제한의 한계를 일탈하여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균형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대해서는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바로 그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이 원칙이라 하겠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효력을 즉시 상실시킬 경우에는 여러 가지 혼란과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공무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하여 소멸시효제도의 적용을 제한함으로써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방법)하여야 하고 그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존속케 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3)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국가공권력의 불법행위와 소멸시효)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따라서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한 범죄행위로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적으로 침해하였다면, 국가가 헌법 제10조의 기본권보장의무를 고의적으로 위반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 침해한 것이므로, 그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5년 또는 10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하여 소멸시키는 것 역시 헌법 제10조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가의 공권력에 의하여 침해될 수 없는 기본권을 침해당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적으로 훼손당한 국민이 5년 또는 10년간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하여 국가가 헌법 제10조를 위반한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 제10조가 명백하게 밝히고 있는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를 명백하게 무시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의 위헌성을 해소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서 국가가 소멸시효의 항변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하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위헌성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그 위헌성을 선언하여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중 위헌적인 내용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을 국가의 위와 같은 손해배상채무에 적용하지 못하게 되면 민법 제766조 제2항이 적용될 것이므로, 민법 제766조 제2항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위헌성을 선언하여 위헌적인 내용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제2항 또는 민법 제766조 제2항을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한 범죄행위로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 침해한 경우에 생기는 손해배상채무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
다만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계기가 된 당해사건의 사실관계가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한 범죄행위로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 침해한 경우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당해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판단할 사항이다.
5. 결 론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 중 민법 제766조 제1항에 관하여는 그 청구를 각하하는 것으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관하여는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각하의견,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의 합헌의견,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송두환의 헌법불합치의견,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으로 나뉘었는바, 위헌의견에 찬성한 재판관은 3인이어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에 정한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의 정족수에 미달하므로, 이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선고를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별지] 청구인들의 표시: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