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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1998. 7. 16. 선고 97헌바23 결정문 [구 형법 제314조 위헌소원]
[결정문]
청구인

【당 사 자】

청 구 인 최○순 외 16인

대리인 법무법인 덕수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창국 외 4인

당해사건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6고단3082 업무방해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주식회사 ○○방송의 직원들로서 ○○방송 노동조합의 간부들인바, 1996. 3. 14.부터 같은 해 4. 5.까지 사이에 서로 공

모하여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등 위력으로써 위 회사의 방송제작업무를 방해하였다 하여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어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재판(96고단3082)을 받던중, 위력업무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어 1996. 7.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제314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6초2194)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1997. 3. 3. 그 기각결정문을 송달받은 후 같은 달 15. 이 사건 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어 1996. 7. 1.부터 시행되기 전의 것)제314조 중 “또는 위력” 부분(이하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라고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14조(업무방해)전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만5천환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강제노역금지원칙 위배

기업의 근로관계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에 의하여 형성되는 사법상의 권리의무관계로서, 근로자의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결국 강제노동에 해당하여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누구든지……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위반되며,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 즉 파업의 경우도 그 본질은 근로자 개개인의 노무제공 거부행위와 같은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폭력이나 협박 또는 다

른 근로자들에 대한 위력의 행사 등 별도의 위법행위가 없는 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 그 자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제관습법으로서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의 지위를 갖는 국제노동기구의 제105호 조약인 강제노동폐지조약 제1조 d항이 동맹파업에 참가한 것에 대한 제재를 강제노동으로 보아 금지하고 있는 이유 역시 파업은 사용자와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계약상의 의무이행과 관련되는 사법상의 문제에 지나지 아니하여 평화적이고 자발적인 파업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근로제공을 강제하는 결과를 가져와 결국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조약 1007호)제8조 제3항이 “어느 누구도 강제노동 또는 강요된 노동을 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쟁의행위는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사용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그릇된 전제하에 폭력이나 협박 등의 별도의 위법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까지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여 왔는바, 이는 결국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제공을 강요하는 결과 즉, 강제노역에 해당한다.

(2) 단결권 등의 침해

근로자들이 개별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형법상 처벌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이는 근로자의 조직적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이고, 결국 본질적으로 위법하지 않은 행위를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하

여 처벌하는 것이 된다. 이는 근로자들의 ‘단결’ 그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으로서 근로3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다.

(3) 과잉금지원칙 위반

헌법상의 단체행동권을 비록 평화적으로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노동법상 ‘정당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위력업무방해죄에 해당되어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바, 위력이라는 포괄적 구성요건 아래 형기 5년에 이르는 자유형을 규정한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

(4) 평등권 침해

통상 처벌대상이 아닌 행위를 여럿이 같이 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하지 아니함이 원칙인데 유독 근로자들의 경우 그들의 개별적 노무제공 거부행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집단적인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근로자라는 신분만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5) 죄형법정주의 위배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은 ‘위계’ ‘위력’ ‘업무’ ‘방해’ 등과 같이 광범위하거나 모호한 행위유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그리고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한……”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미수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업무방해의 실행행위에 착수하였으나 현실로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는 처벌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업무방해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여 업무방해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까지 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부당하게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

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기각 이유

신청인의 신청은 이유 없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다. 법무부장관 및 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장의 의견

(1)헌법이 근로자들의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을 보장하고 있다 하여 근로자들의 모든 근로거부 행위가 당연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고, 법절차를 준수하고 공공질서 및 다른 사람의 자유, 재산 등을 침해하지 않을 경우에 한하여 파업 등 근로거부가 허용되는 것이다. 만약 파업이 법절차를 위반하고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며 그로 인하여 공공질서 등이 침해되는 경우, 근로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단순한 근로거부를 넘어 별도의 법익침해가 있기 때문이므로 이러한 처벌을 들어 강제노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제8조 제3항에 의하더라도 법원의 선고에 따라 징역형, 노역장유치 등의 중노동을 부과하는 것은 금지된 강제노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2)근로자의 단결권, 단체행동권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제약이 따르며 다른 기본권과의 관계에서도 한계를 가지는 것이어서, 예컨대 파업 등의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과 같이 사용자에게 처분권한이 있는 사항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벗어난 쟁의행위를 처벌한다 하여 단결권이나 단체행동권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

(3)개개 근로자가 단순히 혼자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는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할 만한 위력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으나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는 집단의 힘을 사용하는 위력에 해당하므로 이를 처벌하는 것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행위의 위험성 및 법익침해의 결과를 고려하여 위력으로써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자는 누구나 처벌하는 것이지 결코 근로자라는 신분을 가진 자만을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다.

(4)‘위력’ ‘업무’ ‘방해’ 등의 구성요건이 비록 다소 규범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더라도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그 내용을 알 수 있어 자신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는지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대법원이 업무방해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여 사실상 미수범까지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문제는 원칙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을 간과한 주장으로서 이유 없다.

3. 판 단

가. 적법성에 관한 판단

청구인들 주장의 핵심은, 폭행ㆍ협박 등 별도의 위법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대법원이 위력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여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고, 이는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법률의 해석 내지 그 법률이 어느 경우에 적용되는가를 확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이 한도내에서는 헌법재판소로서도 법률의 해석 내지 그 적용에 관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며, 정당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위력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결국 법원의 해석에 의하여 구체화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위헌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위력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이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의 위헌여부에관한 문제로서 헌법재판소의 판단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5. 5. 25. 91헌바20 , 판례집 7-1, 626 참조).

나. 본안에 관한 판단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의 쟁점은, 요컨대 폭행ㆍ협박 등의 위법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단순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행위를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규정하는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아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의 해석방법이 헌법상의 근로3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거나 강제노역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와 나아가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죄형법정주의,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2) 쟁의행위 면책의 근거와 한계

(가)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근로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을

통해서 임금 및 근로조건의 개선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헌법이 위와 같이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경제의 기본질서로 채택하면서 노동관계 당사자가 상반된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계급적 대립, 적대의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활동과정에서 서로 기능을 나누어 가진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때로는 대립ㆍ항쟁하고 때로는 교섭ㆍ타협의 조종과정을 거쳐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결국에 있어서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복지국가 건설의 과제를 달성하고자 함에 있다(헌재 1993. 3. 11. 92헌바33 , 판례집 5-1, 29).

(나)이러한 근로3권 중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가장 의미를 갖는 것은 단체행동권이다. 단체행동권이라 함은 노동쟁의가 발생한 경우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의미하며, 이는 근로자가 그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쟁의행위는 업무의 저해라는 속성상 그 자체 시민형법상의 여러 가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정당성을 가지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이 면제되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헌법 제33조에 당연히 포함된 내용이라 할 것이며, 정당한 쟁의행위의 효과로서 민사 및 형사면책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제4조구 노동쟁의조정법 제8조, 구 노동조합법 제2조 등은 이를 명문으로 확인한 것이라 하겠다.

(다)그러나 모든 쟁의행위가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에서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취지에 적합한 쟁의행위만이 면책된다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다. 이것이 바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의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도 “노동관계 당사자가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상의 한계를 존중하지 않으면 아니되며 그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한 범위 안에서 관계자들의 민사상 및 형사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다. ……쟁의행위는 노동관계 당사자가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을 정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보다 유리한 결과를 자신에게 가져오게 하기 위하여 행사하는 최후의 강제수단이다. 따라서, 쟁의행위는 주로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이고, 단체협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자에 의하여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헌재 1990. 1. 15. 89헌가103 , 판례집 2, 14)라고 판시하여 쟁의행위에 내재적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라)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조(구 노동조합법 제2조)단서는 쟁의행위에 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대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나아가 같은 법 제37조는 쟁의행위의 기본원칙으로서, 쟁의행위는 그 목적ㆍ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되고(제1항),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곧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의 기준을 입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와 업무방해

(가) 근로자 개인이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에 위배하여 노무를 제공하지 아니하였을 경우 채무불이행 등의 민사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형사처벌할 수 없음은 헌법상 강제노역금지 규정에 비추어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동맹파업 등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행위가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한 형사책임을 추궁할 수 없음 또한 당연하다. 그런데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행위의 경우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의문이 없으나 나아가 형사책임까지 지울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단순한 노무제공을 거부함에 그치지 아니하고 폭행ㆍ협박 등 별도의 위법행위가 수반된 때에는 해당 범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는 한도에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리고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일체의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고 폭행ㆍ협박은 물론 그에 이르지 못하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을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한, 폭행ㆍ협박에 이르지 않는 실력행사, 예를 들어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피케팅이나 직장점거와 같은 경우도 위력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위법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순수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위력업무방해죄와 관계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쟁의행위는 본질적ㆍ필연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쟁의행위는 그 개념상 집단적 행동이며, 노사간의 평화상태를 깨뜨리고 가장 날카로운 갈등의 충돌상황에서 발휘되는

것으로서 특히 동맹파업은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소기의 목적을 관철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실력행사이다. 따라서 쟁의행위는 집단적 행동이라는 면에서 위력의 개념요소인 ‘위세와 인원수’ 요건을 이미 충족하고 있으며, 압력을 가하는 실력행사라는 점에서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성질을 띤다. 이처럼 쟁의행위는 대부분의 경우 위력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외형상 위력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대법원은, 쟁의행위는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사용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행위를 위력업무방해죄로 처벌하여 왔다(대법원 1991. 1. 29. 선고, 90도2852; 1991. 4. 23. 선고, 90도2771 판결 등). 즉 파업 등의 쟁의행위는 본질적ㆍ필연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정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력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당하지 않는 쟁의행위는 폭행ㆍ협박 또는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실력행사 등을 수반하지 아니하여도 그 자체만으로 위력에 해당하여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며, 여기서 정당성의 한계를 지켰는가 하는 문제는 바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가 되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다)이에 청구인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 판례의 해석은 헌법상의 강제노역금지원칙에 위반되고, 근로3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의 요지는, 파업 등의 쟁의행위는 본질적ㆍ필연적으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폭행ㆍ협박 또는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실력행사 등을 수반하지 아니하여도 그 자체만으로 위력에 해당하므로, 정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한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는 기본적으로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비록 단체행동권의 행사가 본질적으로 위력성을 가져 외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범위 내의 행사로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대법원 판례는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3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행위(헌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는 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처벌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노역을 강요하거나 또는 근로자라는 신분만으로 그들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를 부작위범으로 처벌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다수의 근로자가 상호 의사 연락하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작위의 일종인 위력으로 파악하여 이것이 별도의 독자적인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고, 이는 다수 근로자의 상호 의사 연락하에 이루어진 노무제공의 거부는 근로자 개개인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근로자 개개인의 행동과 근로자 다수가 공동으로 세력을 형성하여 하는

행위는 그 세력의 정도나 위험성의 면에서 서로 같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로 인하여 방해된 업무가 있느냐 하는 점에 관하여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생산, 판매, 관리 등의 사용자의 업무는 생산수단과 근로자의 노동력의 결합에 의하여 수행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노동력 제공은 그 업무의 한 요소일 뿐 업무의 전부가 아니다. 따라서 노동력의 제공을 중단함과 동시에 방해받는 사용자의 업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은 결국 노동력의 제공을 업무의 전부로 보는 것으로서 노동력 제공을 단지 업무의 하나의 요소로 파악하는 한 수긍할 수 없다.

한편 정당성을 결여한 쟁의행위에 대하여는 민사책임의 추궁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은 실정법과 노동현실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위법한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이 그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만한 충분한 자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예를 많이 보아 왔다. 오히려 사용자가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을 상대로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경우 근로자들이 그 소송의 취하를 요구하며 새로운 쟁의행위를 하는 예도 적지 않다.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하여 민사책임만 물으면 충분하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주장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청구인들의 주장은,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이기는 하지만 폭행ㆍ협박 기타 다른 근로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 등의 적극적인

위법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쟁의행위에 대하여 민사책임의 추궁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정당성의 판단기준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근로자들의 근로3권의 행사를 위축시키고 사실상으로 의사에 반하는 노동을 강요하는 결과에 이른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쟁의행위의 목적 등과 관련하여 정당성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여 많은 근로자들을 형사처벌함으로써 정당한 근로3권의 행사마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법원 판례는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3권의 내재적 한계를 넘어선 행위를 규제하는 것일 뿐 정당한 권리행사를 처벌함으로써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므로, 대법원의 해석방법이 헌법상의 강제노역금지원칙에 위반되고 근로3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할 것이다.

(라)다만 연장근로의 거부, 정시출근, 집단적 휴가의 경우와 같이 일면 근로자들의 권리행사로서의 성격을 갖는 쟁의행위에 관하여도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1. 11. 8. 선고, 91도326; 1996. 2. 27. 선고, 95도2970;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등)의 태도는 지나치게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여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실상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근로자들로 하여금 형사처벌의 위협하에 노동에 임하게 하는 측면이 있음을 지적하여 두고자 한다.

왜냐하면 쟁의행위의 정당성의 판단기준이 반드시 명백한 것이 아닌데다가 특히 쟁의행위의 당사자로서 법률의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 정당성을 판단하기가 더욱 어려

울 것인데, 연장근로의 거부 등과 같은 경우에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긍정한다면 이는 결국 근로자로 하여금 혹시 있을지 모를 형사처벌을 감수하고라도 쟁의행위에 나아가도록 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고 따라서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사실상 제약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까지 위력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의 노동3권을 침해하여 적용상 위헌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나 이 사건의 당해사건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굳이 한정위헌 내지 한정합헌을 선고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이며,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규범인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 자체가 바로 위헌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겠다(헌재 1997. 3. 27. 94헌바24 , 판례집 9-1, 287 참조).

(4)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법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뿐더러 범죄의 성립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권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사용하는 ‘위력’ ‘업무’ ‘방해’ 등의 용어들이 다소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의 보호법익, 같이 규정된 다른 행위태양인 ‘허위사실의 유포’나 ‘위계’ 그리고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과 함께 같은 장에 규정되어 있는 신용훼손죄나 경매방해죄의 해석, 그외 형사법상의 폭력, 폭행, 협박 등의 개념과 관련지어 볼 때 일반적으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ㆍ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하고, ‘업무’란 사람이 그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뜻하며, ‘방해’란 업무에 어떤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

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도 능히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청구인들은,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고 그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여야 이를 처벌할 수 있다 할 것임에도 대법원은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여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하고 있는바,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방법은 부당한 확장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떠한 범죄의 구성요건이 보호법익에 대한 현실적 침해를 필요로 하는 침해범이냐 그렇지 아니하면 법익침해의 구체적 또는 일반적 위험만을 필요로 하는 위험범이냐 하는 문제는 그 법문의 문리적 의미, 보호법익, 입법목적 기타 관련 법조문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와 내용을 밝히는 일반법규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3. 10. 27. 93헌마247 , 판례집 5-2, 368; 1992. 12. 24. 90헌마98 , 판례집 4, 908; 1992. 11. 12. 90헌마229 , 판례집 4, 796 참조).

(5)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

법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범죄의 실태와 죄질 및 보호법익 그리고 범죄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국가의 입법정책에 관한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죄질과 이에 대한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고 이로 인하여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헌법상 평등의 원리에 반하게 된다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으로부터 파생되는 비례의 원칙 혹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등 입법재량권이 헌법규정이나 헌법상의 제원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가 아닌 한, 법정형의 높고 낮음은 입법정책의 당부의 문제이지 헌법위반의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이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 판례집 4, 225; 1995. 4. 20. 91헌바11 , 판례집 7-1, 478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위와 같은 헌법원리에 위배될 정도로 입법자가 입법재량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경우에 해당하는 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법정형의 종류를 징역형과 벌금형으로 선택적으로 규정여 그 하한에는 제한을 두지 아니하고, 다만 상한에 대해서만 5년 이하의 징역형 내지 2만 5천환(1996. 11. 23. 법률 제5167호로 개정되기 전의 벌금등임시조치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금 2,000,000원으로 증액)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제한을 둠으로써 형량을 정함에 있어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형(형법 제260조 제1항)에 처하도록 되어 있으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을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형(형법 제261조)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사람을 협박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형(형법 제283조 제1항)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런 폭행이나 협박 없이 단순히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였을 뿐인 경우에 5년의 징역형까지 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그 구성요건에 나타나는 위법성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너무 가혹하고 형평에 어긋나는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과 폭행죄 등은 그 보호법익이나 죄질이 다르고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여러가지 요소도 근본적으로 같지 아니하므로 법정형의 상한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하여 그 과중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5년의 징역형까지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만으로는 그것이 곧 전체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어 다른 범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평등의 원리에 반한다거나, 그러한 유형의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기능과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함으로써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등 입법재량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거니와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 헌법 제10조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6) 국제법규와의 관계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의 법정형으로 규정된 징역형의 집행 자체가 강제노역에 해당한다는 것은 아니고, 노무제공의 거부에 대하여 이 사건 심판 대상 조항을 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형사처벌의 위협하에 노무제공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강제노역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법규에 위배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강제노동의 폐지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제105호 조약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바가 없고, 헌법 제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 헌법적 효력을 갖는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도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의 위헌성 심사의 척도가 될 수 없다.

그리고 1966년 제21회 국제연합(UN)총회에서 채택된 “시민적및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1990. 6. 13. 조약 1007호, 이른바 B규약)제8조 제3항은 법원의 재판에 의한 형의 선고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강제노동을 하도록 요구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강제노동이라 함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과해지는 노동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범죄에 대한 처벌로서 노역을 정당하게 부과하는 경우와 같이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노역은 과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는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과 같은 취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강제노역금지에 관한 위 규약과 우리 헌법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 또는 그에 관한 대법원의 해석이 우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이상 위 규약 위반의 소지는 없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다음 5.와 같은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대한 별개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조승형의 주문표시에 대한 별개의견

나는 주문표시 중『구 형법(……)제314조 중 “또는 위력”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재판소가 1995. 10. 26. 선고한 92헌바45 군형법 제75조 제1항 제1호 위헌소원, 93헌바62 구 주택건설촉진법 제52조 제1항 제3호 등 위헌소원, 94헌바7 ·8(병합)구 조세감면규제법 제62조 제3항 위헌소원, 95헌바22 징발재산정리에관한특별조치법 제20조 제1항 위헌소원, 94헌바28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위헌소원의 각 사건 결정시에 주문표시에 관한 별개의견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제47조 소정의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합헌결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의 경우는 국민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심판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그 뜻을 받아 들일 수 없는 결론 즉 합헌이라면 굳이 아무런 실효도 없이 국민이 청구한 바도 없는 “합헌”임을 주문에 표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주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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