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공1999.5.15.(82),956]
[1] 배임죄의 주관적 요건과 그 인정 방법
[2] 동일한 토지에 관하여 피해자로부터는 소유권이전등기신청 업무를, 제3자로부터는 가압류신청 업무를 각 의뢰받은 법무사 사무실 사무장이 가압류 기입등기 촉탁 후 피해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접수시키기 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 업무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점에 관한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한 사례
[3] 배임죄에 있어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및 그 손해액을 잘못 산정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적극)
[4] 제한물권이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지 않는 경우
[1]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 이외에도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득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내지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그 간접 사실 중에는 피고인이 배임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2] 동일한 토지에 관하여 피해자로부터는 소유권이전등기신청 업무를, 제3자로부터는 가압류신청 업무를 각 의뢰받은 법무사 사무실 사무장이 가압류 기입등기 촉탁 후 피해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접수시키기 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 업무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게 하였다는 점에 관한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한 사례.
[3]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한 경우를 말하고,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케 할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므로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산정되지 않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나, 본인에게 발생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여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잘못 산정하는 것은 위법하다.
[4] 한 물건에 대한 소유권과 제한물권이 한 사람에게 돌아갔을 때는 제한물권은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 물건이 제3자의 권리 목적으로 되어 있고 또한 제3자의 권리가 혼동된 제한물권보다 아래순위에 있을 때에는 혼동된 제한물권이 소멸하지 아니한다.
[1] 형법 제355조 제2항 [2] 형법 제355조 제2항 [3] 형법 제355조 제2항 [4] 민법 제191조
[1][3]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919 판결(공1998상, 818)
[1] 대법원 1996. 5. 28. 선고 95도161 판결(공1996하, 2062)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618 판결(공1997하, 2106) 대법원 1999. 2. 9. 선고 98도2074 판결(공1999상, 510) [3]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9도641 판결(공1989, 1828) 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1083 판결(공1990, 1015)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공1996상, 620) 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도531 판결(공1997하, 1952) [4] 대법원 1962. 5. 3. 선고 62다98 판결, 대법원 1998. 7. 10. 선고 98다18643 판결(공1998하, 2100)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김석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피해자 한종수와 공소외 한태영은 1994. 9. 4. 피고인이 사무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법무사 공소외 1 사무실로 찾아가 피고인에게 위 한태영 및 공소외 유치상 앞으로 지분등기되어 있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한태영 앞으로의 공유물분할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후 피해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신청을 의뢰한 사실, 당시 피고인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아 오면 즉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밟아주겠다면서, 다만 피해자의 주거지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는 통작거리가 20㎞를 넘어 농지매매증명을 받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한 사실, 피고인은 1994. 9. 16. 위 한태영 앞으로의 공유물분할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신청을 접수시켜 같은 날 한태영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사실, 피해자는 1994. 9. 15.경 피해자의 주거지와 이 사건 토지와의 거리를 실측해 본 결과 20㎞ 이내인 사실을 확인한 후 피고인을 찾아가 농지매매증명신청서를 교부받아, 토요일인 1994. 9. 24.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았고, 당일 피해자의 동생인 공소외 한종만이 피고인에게 농지매매증명을 갖다주면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서둘러 줄 것을 부탁한 사실, 피고인은 월요일인 1994. 9. 26. 위 농지매매증명을 첨부하여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여 1994. 9. 29. 토지거래허가를 받은 사실, 한편 이에 앞서 1994. 9. 22.경 공소외 유영섭이 피고인을 찾아와 위 유영섭의 위 한태영에 대한 금 145,000,000원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그 당시까지 위 한태영 명의로 남아 있던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피해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가압류를 신청하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이를 승낙하고 신청사건을 담당하던 같은 사무실 직원인 공소외 한상철에게 위 유영섭을 소개하여 가압류신청사건을 처리하도록 한 사실, 이에 위 한상철은 가압류신청서류를 구비하여 1994. 9. 26. 인천지방법원에 가압류신청서류를 접수시켰고, 1994. 9. 28.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가압류결정이 내려진 사실, 1994. 9. 30.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등기수수료로 금 402,000원을 입금시키라고 하였고, 피해자가 위 금원을 송금하자, 수수료산정이 잘못되었다면서 다음날인 1994. 10. 1. 다시 추가로 등기수수료 금 869,930원을 송금하라고 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지연시킨 사실, 같은 날 법원의 촉탁에 의해 김포등기소에 접수번호 26776호로 위 유영섭의 가압류기입등기촉탁서가 접수되었고, 피고인은 그 직후에 위 등기소에 접수번호 26828호로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접수시킨 사실, 위 한태영이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한 후 수년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의 업무를 수차례 피고인에게 의뢰한 적이 있어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당초부터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위 유영섭은 피고인의 친구의 동생인데다가 농기구대리점을 운영하면서 피고인에게 여러 차례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의 등기업무을 의뢰하거나 민사문제를 상담해 와서 피고인과 평소부터 잘 아는 사이였던 사실, 위 유영섭은 가압류신청 며칠 전에 위 한태영과 같이 피고인을 찾아와 피해자가 제출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살펴보고 간 적이 있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상과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유영섭이 가압류신청한 토지가 이 사건 토지라는 것을 알면서, 위 유영섭의 가압류 기입 등기 촉탁 후 피해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접수시키기 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업무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위 유영섭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2. 당원의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는 인식 이외에도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득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 내지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배임죄의 범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 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도2919 판결, 1997. 6. 13. 선고 97도618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그 간접사실 중에는 피고인이 배임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징표와 어긋나는 사실의 의문점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이 배임행위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압류등기를 먼저 경료되게 하고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지연시키는 것이 필요한바,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인의 신청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반면 위 가압류 기입등기는 법원의 촉탁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그 가압류등기촉탁서가 등기소에 접수되는 것은 피고인의 통제범위 밖에 있어, 가압류등기를 먼저 경료되게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위 가압류 기입등기 촉탁서가 등기소에 접수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고,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동일한 토지에 관하여 같은 날 두 개의 등기가 신청된 경우에는 접수 순서에 따라 등기효력의 선후가 결정되므로, 그 접수 순서를 맞추기 위하여 피고인이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가 피고인이 배임의 범의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결정하는 징표가 될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이 1994. 9. 30. 등기수수료를 잘못 산정한 것처럼 하여 추가로 송금을 받는 방법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지연시켰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피고인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방법으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하루 지연시켰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날로서 가압류기입등기촉탁서가 접수된 동일한 날인 1994. 10. 1.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류를 접수하는 경우에는 다시 가압류기입등기촉탁서가 먼저 접수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후순위로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를 접수할 것이 요구되므로, 이 사건에서 과연 피고인의 그와 같은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피고인의 이 사건 배임죄의 고의 및 배임행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점에 대한 증거로서 원심이 거시하고 있는 증거는 이 사건 피해자인 한종수의 진술이 유일한바, 위 한종수의 진술 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이 1994. 9. 30. 위 한태영으로부터 전화로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신청 독촉을 받고 김포등기소에 알아 본 결과 위 유영섭의 가압류 결정문이 도착되지 않은 것을 알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지연시키기 위하여 고의로 수수료 일부만 송금하라고 하였다가 그 다음날 위 가압류 서류가 도착된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나머지 수수료를 송금하라고 하여 고의로 지연시킨 것이라는 취지인바(수사기록 179면), 이는 위 한종수가 직접 경험한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추측이라고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실제로 피고인이 어떤 방법으로 이 사건 가압류 기입등기 촉탁서가 이미 등기소에 접수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는지에 대하여 심리를 하였어야 할 것이다.
또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수사기록 89면)의 접수인에 의하면 그 서류는 1994. 10. 1. 12:00에, 가압류등기촉탁서(수사기록 139면)의 접수인에 의하면 그 서류는 같은 날 16:00에 각 김포등기소에 접수된 것으로 되어 있는 반면, 그 접수번호는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가 26828번이고 가압류등기촉탁서는 26776번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등기소 접수인에 나타난 접수시각에 의할 경우에는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가 가압류등기촉탁서보다 먼저 위 김포등기소에 접수된 것으로 보여, 이 점에서 피고인이 고의로 이 사건 가압류등기촉탁서가 접수된 후에야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를 접수하였다는 공소 사실에는 배치되는 반면에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 내용과 합치되므로, 원심으로서는 위 서류들의 접수시간과 접수번호의 순서가 달리된 경위에 관하여도 심리해 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점들에 대하여 심리하여 보지도 아니한 채 피고인이 이 사건 배임죄를 범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배임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사실을 인정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한 경우를 말하고, 실해발생의 위험을 초래케 할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므로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산정되지 않았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나, 본인에게 발생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여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잘못 산정하는 것은 위법하다 (대법원 1990. 3. 27. 선고 89도1083 판결, 대법원 1989. 10. 24. 선고 89도641 판결 등 참조).
한편, 한 물건에 대한 소유권과 제한물권이 한 사람에게 돌아갔을 때는 제한물권은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 물건이 제3자의 권리 목적으로 되어 있고 또한 제3자의 권리가 혼동된 제한물권보다 아래순위에 있을 때에는 혼동된 제한물권이 소멸하지 아니한다 고 할 것이다(대법원 1962. 5. 3. 선고 62다98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피해자 한종수는 이 사건 유영섭 명의의 가압류 등기 이전인 1993. 1. 9. 이 사건 토지 중 위 한태영의 지분인 1893분의 700지분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금 250,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받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해자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위 유영섭의 가압류등기 이후에 경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유영섭의 가압류등기에 앞서 경료된 피해자 명의의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혼동으로 소멸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는 적어도 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액만큼은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토지의 시가 및 위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액 등에 관하여 심리한 후 그 차액과 위 가압류 청구채권액을 비교하여 피해자에게 발생된 구체적 손해액을 산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점을 간과하여 위 가압류 청구채권 전액을 막바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액으로 인정한 것은 배임죄의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미진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논지도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