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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5조 제2항 등위헌소원", 결정해설집 8집, 헌법재판소, 2009, p.261

[결정해설 (결정해설집8집)]

본문

(헌재 2009. 6. 25. 2007헌바25, 판례집 21-1하, 784)

황 치 연*1)

1. 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의 산입을 규정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특수강도강간죄의 그것과 동일하게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소극)

나. 위 조항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다. 위 조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여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것, 이하 ‘성폭법’이라 한다) 제5조 제2항“형법 제334조(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부분(이하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이라 하고, 위 조항에서 정한 죄를 ‘특수강도

강제추행죄’라 한다)과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하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이라 한다)의 각 위헌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57조(판결선고 전 구금일수의 통산) ①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구금일수의 1일은 징역, 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의 기간의 1일로 계산한다.

형법 제334조(특수강도) 또는 제342조(미수범. 다만, 제334조의 미수범에 한한다)의 죄를 범한 자가 동법 제297조(강간) 내지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청구인은 강도상해 및 강제추행상해의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그 중 강도상해로 기소된 부분이 특수강도의 죄를 범한 자가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죄로 인정되어 징역 5년을 선고받고(창원지방법원 2006. 8. 23. 선고 2006고합84 판결)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고(부산고등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노557 판결), 다시 상고하였으나 역시 기각되어 확정되었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도7882 판결). 한편, 항소심 법원은 이유없는 항소라는 이유로 청구인의 구금일수 30일을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하였고, 대법원은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상고후의 구금일수 중 100일만을 본형에 산입하였다.

청구인은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제청신청(2006초기478)을 하였으나 2007. 2. 8. 재판부가 그 신청을 기각하였고, 2007. 3. 2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심판을 청구하였다.

1. 형법 제57조 제1항은 해당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되, 그 산입범위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처럼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를 방지하여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있다. 그러나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남상소를 방지하려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고, 남상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한다. 더욱이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이와 같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사실적 측면에서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되고,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

라 한다) 제5조 제2항 부분은 입법자가 피해자의 재산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서 가정파괴의 결과에 이르는 성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기 위하여 특별법으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신설한 것인바, 보호법익의 중요성, 범죄의 죄질, 행위자책임의 정도 및 일반예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고려하여 비교적 중한 법정형을 정한 것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그 자체로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수 없다.

나. 입법자는 특수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자에 대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인데 위 결단이 자의적이라 보기 어렵고, 법률상 감경사유가 경합되거나 법률상 감경사유와 작량감경사유가 경합되는 경우 집행유예가 가능하므로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다. 강제추행이 경우에 따라서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또한, 통상적인 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 범행 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특수강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에 비하여 반드시 가볍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1) 미결구금의 본질

본래 미결구금(판결선고전 구금)1)은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자를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구금하는 것을 말하는데, 형사소송에서 증거의 보전, 공판

절차에서의 출석의 확보, 판결확정후의 집행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강제처분으로서 범죄행위에 대한 법률효과로서의 형벌과는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나, 다만 미결구금도 범죄에 수반되는 처분으로서 실질에 있어서 형벌의 집행과 유사하며 국가가 형벌권 확보 및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기간이므로 그 불이익을 피고인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미결구금일수 중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미결구금은 자유를 박탈하여 고통을 주는 효과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형과 유사하고, 구금 여부 및 구금기간의 장단은 피고인의 죄책 또는 귀책사유에 정확하게 대응되는 것이 아니라 형사절차상의 사유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유죄의 경우에는 미결구금기간을 형기에 산입하는 것이 형평에 맞고 피고인들 사이에서도 공평을 도모할 수 있다(헌재 2000. 7. 20. 99헌가7, 판례집 12-2, 17, 26 참조).

(2) 미결구금일수 산입에 관한 재정통산과 법정통산

형법 제57조는 “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유기징역, 유기금고, 벌금이나 과료에 관한 유치 또는 구류에 산입한다”고 정하고 있다.

형법상 미결구금일수를 어느 정도 산입하느냐는 법원의 재량이지만(裁定通算)2), 전혀 산입하지 아니하거나 미결구금일수보다 많은 일수를 산입하는 것은 위법이다. 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는 법률상 당연히 통산할 경우가 아닌 이상 그 전부를 산입할 것인가 또는 그 일부만을 산입할 것인가의 여부는 판결법원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것이다(대법원 1969. 4. 22. 선고 69도269 판결; 대법원1983. 11. 22. 선고 82도2528 판결;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669 판결; 대법원 1990. 6. 12. 선고 90도672 판결;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505 판결 참조).

형사소송법 제482조 제1항은 “상소제기후의 판결선고전 구금일수는 다음 경우에는 전부를 본형에 산입한다”고 정하면서, 그 제1호로 “검사가 상소를

제기한 때”, 제2호로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상소를 제기한 경우에 원심판결이 파기된 때”를 각 들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482조는 이른바 법정통산(法定通算)에 관한 규정으로서 상소후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에 관한 법관의 재량을 배제하고 미결구금일수의 전부를 본형에 산입시킴으로써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려는데 입법취지가 있다. 따라서, 상급심에서 검사가 상소를 제기한 경우나 또는 피고인등의 상소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상소제기후의 미결구금일수의 통산을 판결에서 선고할 필요가 없이 집행단계에서 당연히 그 전부가 통산된다(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원심판결전의 구금일수 산입에 관하여만 선고하면 된다).

(3)미결구금일수에 대한 통산의 기준으로서 전부통산설과 일부통산설3)

가) 전부통산설

미결구금은 범죄에 대한 효과로서의 형벌을 초과한 해악을 범인에게 가하는 것이고, 소송절차상의 필요 때문에 인정된 부득이한 해악이다. 아무리 그것이 부득이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해악은 당연히 보상되어야 하므로 재판의 결과 무죄로 된 경우에는 형사보상으로 塡補되는 것으로 하고, 유죄의 경우에는 형벌을 초과한 해악으로서의 미결구금의 일수는 당연히 본형에 통산하여야 공평의 이념에 맞는 것이 된다. 다만 피의자ㆍ피고인의 고의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구금기간이 연장된 경우, 즉 피의자ㆍ피고인이 고의로 수사ㆍ심리를 지연시켜 그 결과 구속기간이 연장된 경우에 한하여 그 기간만을 통산의 대상으로부터 제외할 수 있다.

나) 일부통산설

심판법원은 당해사건의 접수일과 당해사건 심리에 필요한 적당한 기간등을 고려하여 자유재량에 의하여 결정한 구금일수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산입하는 것이다. 즉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산입할 것인가 아닌가는 범죄의 정상(情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사건 심리경과의 상황에 따라 제반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산입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당해사건

의 심리에 어느 정도의 기간을 필요로 할 것인가를 판단하고 현실의 구속기간에서 심리에 필요한 일수를 공제하여 그 잔여의 일수를 통산한다고 하는 견해이다.4)

다) 재정통산의 일부산입에 관한 특칙으로서 소촉법 제24조

형법 제57조의 재정통산 규정에 대한 특칙으로서, 피고인 등의 상소가 상당한 이유없이 제기된 것으로 인정될 경우 상소제기기간 만료일부터 상소이유서제출기간만료일까지의 일수를 본형에 산입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피고인등의 남상소에 대해 피고인에게 일정한 불이익을 과하도록 하는 규정(결과적으로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되는 결과가 된다)이다. 즉 상소심에서 피고인의 상소를 기각하는 때에는 형법 제57조에 의하여 원심판결선고후의 구금일수중 전부 또는 일부를 산입하게 되므로 상소제기기간만료일부터 상소이유서제출기간만료일까지의 일수도 위 규정에 의하여 불산입할 수 있으나, 이 사건 규정에 의하여 불산입이 강제되어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규정에 의한 기간은 불산입의 최저기간을 정한 것일 뿐이므로 그 이상의 기간을 산입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위법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상소제기후에는 보석을 원칙적으로 허가하지 아니하고 상소제기후의 미결구금일수의 산입도 없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상고심에서 미결구금일수 150일까지는 본형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한다(그 150일은 상고제기후 기록송부까지 약 30일, 국선변호인선임절차 소요기간 약 20일, 상고이유서제출기간 약 40일, 합의에 필요한 자료의 복사·인쇄에 소요되는 기간 약 20일, 그리고 조사·합의 및 판결에 소요되는 기간 약 30일을 합한 기간으로서, 이 기간에 대하여는 아무런 재판지연의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4) 결국 미결구금이 자유를 박탈하여 고통을 주는 효과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함에도,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에 의하여 법관이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일부만 산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된다.

(1) 헌법상 신체의 자유의 보장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체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자유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된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의 역사에서 신체의 자유는 주로 통치권력과 지배자의 강압에 의하여 침해받아 왔으므로, 신체의 자유에 대한 보장은 국가공권력으로부터의 보장이 중핵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신체의 자유는 국가형벌권의 행사에 의하여 침해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우리 헌법은 국가형벌권의 행사로 신체의 자유에 대한 불가피한 제한을 인정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국가형벌권의 부당한 행사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신체의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그 한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즉, 헌법 제12조 제1항 전문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선언하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같은 항 후문에서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속ㆍ압수ㆍ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적법절차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고,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법관의 영장에 의하여야만 한다는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여 기본권제한에 관한 일반적 법률유보원칙을 명시하고 그에

대한 입법권의 한계를 설정하여 두고 있으며,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라고 규정하여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2) 적법절차의 원칙

현행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과 제3항 본문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적법절차의 원칙을 헌법상 명문규정으로 두고 있는데, 이는 개정 전의 헌법 제11조 제1항의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ㆍ구금ㆍ압수ㆍ수색ㆍ처벌ㆍ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당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을 1987. 10. 29. 제9차 개정한 현행 헌법에서 처음으로 영미법계의 국가에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원리의 하나로 발달되어 온 적법절차의 원칙을 도입하여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며, 이 적법절차의 원칙은 역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제39조, 1335년의 에드워드 3세 제정법률, 1628년 권리청원 제4조를 거쳐 1791년 미국 수정헌법 제5조 제3문과 1868년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명문화되어 미국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로 자리잡고 모든 국가작용을 지배하는 일반원리로 해석ㆍ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으로서, 오늘날에는 독일 등 대륙법계의 국가에서도 이에 상응하여 일반적인 법치국가 원리 또는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원리로 정립되게 되었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76 참조).

이와 같이 현행 헌법상 규정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하여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적법절차의 원칙이 독자적인 헌법원리의 하나로 수용되고 있으며 이는 형식적인 절차뿐만 아니라 실체적 법률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로 확대 해석하고 있고, 나아가 형사소송절차와 관련시켜 적용함에 있어서는 형벌권의 실행절차인 형사소송의 전반을 규율하는 기본원리로 이해된다. 더구나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과 관련시켜 적용함에 있어서는 법률에 따른 형벌권의 행사라고 할지라도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만 그 적정성과 합헌성이 인정될 수 있음

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76-878 참조).

(3) 무죄추정의 원칙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피의자나 피고인은 원칙적으로 죄가 없는 자로 다루어져야 하고, 그 불이익은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무죄추정의 원칙은 증거법에 국한된 원칙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 공판절차에 이르기까지 형사절차의 전과정을 지배하는 지도원리로서 인신의 구속 자체를 제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헌재 2003. 11. 27. 2002헌마193, 판례집 15-2하, 311, 320 참조).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국가의 수사권은 물론 공소권, 재판권, 행형권 등의 행사에 있어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되고 그 신체의 자유를 해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을 기본권질서의 중심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질서 내에서 형벌작용의 필연적인 기속원리가 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원칙이 제도적으로 표현된 것으로는, 공판절차의 입증단계에서 거증책임(擧證責任)을 검사에게 부담시키는 제도, 보석 및 구속적부심 등 인신구속의 제한을 위한 제도, 그리고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 금지 등이 있다(헌재 2001. 11. 29. 2001헌바41, 판례집 13-2, 699, 703 참조).

(1) 불구속수사원칙

신체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려는 헌법정신 특히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하여 수사와 재판은 원칙적으로 불구속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구속은 구속 이외의 방법에 의하여서는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투쟁이 불가능하여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구속수사 또는 구속재판이 허용될 경우라도 그 구속기간은 가능한 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헌재 2003.11. 27. 2002헌마193, 판례집 15-2하, 311, 321 참조). 이처럼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2조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의 정신에 비추어 당연하게 해석되어 온 일반원칙은, 2007. 6. 1. 법률 제8435호로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이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입법화되었다.

(2) 미결구금의 통산

그러므로 수사의 필요상 또는 재판절차의 진행상 불가피하게 피고인을 구금하더라도 이러한 미결구금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자유라는 중요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신체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한 한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또한, 피의자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국가의 형사소송적 필요에 의하여 적법하게 구금되었더라도, 미결구금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하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그 구금기간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구금된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 형사보상법 등에 의하여 미결구금일수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통산하게 된다.

(3) 재량통산과 그 목적

그런데 우리 형법 제57조 제1항은, 대다수의 입법례가 미결구금기간의 ‘전부’를 형기에 산입하는 것과는 달리, 미결구금기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 산입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해당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를 형기에 산입하되, 그 산입범위는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미결구금일수 산입범위의 결정을 법관의 자유재량에 맡기는 이유는, 피고인이 고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아 형사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피고인의 남상소(濫上訴)를 방지하여 상소심 법원의 업무부담을 줄이는데 있다고 한다.

(4) 재량통산의 위헌성 여부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입법목적이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여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을 형기에 통산하는 것을 허용할 만큼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 우선 미결구금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대한 예외인데,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은 그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을 본형에 산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그 예외에 대하여 사실상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중하고 있다.

(나)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여 고통을 주는 효과면에서는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유사하고, 미결구금상태에서의 정신적 긴장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고려할 때 미결구금이 확정된 형의 집행보다 완화된 형태의 구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른바 기결수(旣決囚)에 비하여 미결수(未決囚)가 교도소 내의 면회횟수의 제한, 이감(移監), 노역 등의 처우에 있어 유리하다는 반론이 있으나, 미결수에 대한 이러한 처우는 무죄추정의 원칙상 인정되는 당연한 것이고, 기결수와의 위와 같은 차이는 기결수에 대한 교도소 내의 처우를 미결수에 맞추어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지, 미결수의 구금을 기결수의 형집행에 비하여 차등평가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다) 구속 피고인의 책임으로 부당하게 재판이 지연된 경우에는 재판의 효율성을 위하여 미결구금기간 중 그에 해당하는 부분을 형기에 산입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형사소송절차상의 사유에 의해 좌우되는 구금기간의 장단을 피고인의 귀책사유에 정확하게 대응시키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설사 구속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거나 부당한 소송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미결구금기간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처벌되지 않는 소송상의 태도에 대하여 형벌적 요소를 도입하여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서 적법절차의 원칙 및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라) 형사소송절차에서 상소제도는 오판(誤判)을 시정하고 법령의 해석ㆍ

적용을 통일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인바, 상소권의 남용은 형사재판절차를 불필요하게 지연시킬 뿐 아니라 상소심 업무를 과중하게 하여 신속ㆍ적정한 사법(司法)운영을 방해하므로, 이를 예방하거나 제어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상소권은 헌법 제27조의 재판청구권에 포함되는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에 의하여만 이를 제한할 수 있는바(헌재 1996. 10. 4. 95헌가1등, 판례집 8-2, 258, 270;헌재 1999. 7. 22. 96헌바19, 판례집 11-2, 73, 81 참조),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이 상소제기 후 미결구금일수의 일부가 법원의 재량으로 산입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상소의사를 위축시킴으로써 남상소를 방지하려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즉, 형사재판에서 인신이 구속되어 검사에 비하여 불리한 상태에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재판절차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변론이나 증거신청을 하려 하다가도 위 형법 제57조 제1항 부분 때문에 정당한 증거신청을 포기할 수도 있다. 또한, 형법 제57조 제1항에 의하여 미결구금일수를 산입하는 이상 그 산입일수는 법관의 자유재량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고(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4758 판결;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505 판결 등 참조), 재정통산의 경우에 1심 판결이 피고인의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판결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며 일부 통산하지 아니한 미결구금일수에 대하여 상소심에 재량권이 없으므로(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도2505 판결;대법원 1991. 4. 26. 선고 91도35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에 불복하는 구속 피고인이 상소심에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이 산입되어 사실상 구금기간이 연장되는 불이익을 입지 않기 위해서 상소를 주저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남상소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구속 피고인의 재판청구권이나 상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마) 구속의 목적은 형사소송절차의 실효성, 즉 적정한 사실조사 및 소송절차에의 출석 확보와 판결 후의 형벌의 집행을 담보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데에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의자나 피고인이 구속된 상태를 이용하여 소송의 지연이나 남상소의 방지라는 사법운영상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구속제도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바) 미결구금은 무죄추정원칙의 예외적 상태로서 신체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구속 피고인은 구속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불구속 피고인보다 불이익한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인데, 나아가 유죄판결 확정시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만이 산입된다면 사실상 구금기간이 늘어나게 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 자유형을 집행받는 피고인에 비하여 다시 한번 불리한 차별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의 위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죄 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함으로써 법률적ㆍ사실적 측면에서 유형ㆍ무형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된다. 특히 미결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는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인권보호 및 공평의 원칙상 형기에 전부 산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미결구금의 이러한 본질을 충실히 고려하지 못하고 법관으로 하여금 미결구금일수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게 허용하였는바,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절차의 원칙 등을 위배하여 합리성과 정당성 없이 신체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1) 신체의 자유에 관한 과잉금지(최소침해성) 원칙 위반을 추가한 위헌논증을 제시한 조대현 재판관의 보충의견

국가형벌권의 행사를 위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구속기간을 형기에 산입하지 않거나 보상하지 않으면 기본권 제한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게 되는바, 형법 제57조는 미결구금일수의 일부만 산입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하지 아니한 채 법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

(2)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을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한다는 취지의 합헌논증을 제기한 이동흡 재판관의 반대의견

미결구금은 헌법에서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예외적으로 법관의 영장에 의하여 구속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법정의 구속기간 내에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수사 및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이므로 헌법이 인정한 무죄추정원칙의 예외로서 적법절차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의 적용을 받아 행하여진 미결구금 자체가 무죄추정원칙 또는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미결구금일수의 본형산입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인바, 그 재량행사에 따른 입법이 명백히 불합리하지 않은 한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전부 본형에 산입하여야만 인권이 보호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만약 형법 제57조 제1항이 미결구금일수의 일부 본형산입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면 형사절차상 본질적으로 다른 미결구금과 형의 집행을 동일하게 취급하게 되고, 다양한 성격의 미결구금기간 중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기간은 이를 본형에 산입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사법의 정의에 반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체 미결구금기간은 다양한 성격의 기간이 합쳐져 있다는 점, 각 미결구금기간의 성격에 따라 다른 취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결구금일수를 전부 본형에 산입하도록 하는 것보다 실무상 심리에 필요한 기간, 심리지연미결에 대한 피고인의 귀책사유 등을 참작하여 법관의 재량으로 본형에의 산입정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7조 제1항은 공평의 관점에 비추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형법 제57조 제1항 중 “또는 일부” 부분은 합리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이나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1) 특수강도가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는 그 동기가 주로 자신의 강도범행을 은폐하려는 데에 있는 경우가 많고, 특수강도범행으로 인하여 극도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에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저하게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죄질과 범정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아가 이러한 범행이 야간에 주거에서 발생하여 배우자 또는 가족이 목격하는 가운데 행해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재산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 생활의 기초단위로서 한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에까지 이르게 되어 이로 인한 피해의 정도도 통상적인 특수강도와 강제추행의 결과를 넘어 매우 심대하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특별법을 제정하여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을 신설하고 그 보호법익의 중요성과 범죄의 죄질, 행위자책임의 정도 및 일반예방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비교적 중한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강제추행이란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성기삽입 외의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그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강간의 경우에 비해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불법의 정도도 낮은 경우가 많지만, 극단적인 추행으로 성적 쾌감을 얻는 가학적인 행위(Sadistic Rape) 등 강간의 경우보다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통상적인 추행행위라고 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와 범행당시의 정황 및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강간보다 무겁게 처벌하거나 적어도 동일하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실무상 흔히 있다. 그러므로 가정파괴범죄를 예방하고 척결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배경과 가정의 평화와 안전이라는 보호법익의 중대성 및 성범죄의 피해자인 여성의 수치심을 악용하여 자신의 범행을 은폐한다는 동기의 불법성과 특수강도범행으로 인하여 극도로 반항이 억압된 상태라는 범행당시의 정황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특수강도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대한 비난가능성의 정도가 피해자를 강간한 경우에 비하여 반드시 가볍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오히려 구체적인 추행행위의 태양에 따라서는 강

간의 경우보다도 더 무거운 처벌을 하여야 할 필요도 있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 법조항이 양 죄의 법정형을 동일하게 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은 자의적인 입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2) 심판대상 법조항의 경우 입법자는 특수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자에 대하여 그 범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높게 평가하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법관이 작량감경은 할 수 있으되 집행유예는 선고하지 못하도록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결단은 위에서 본 여러가지 사정에 비추어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인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또한 심판대상 법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법률상 감경사유가 경합되거나 법률상 감경사유와 작량감경사유가 경합되는 때에는 그 형의 집행을 유예받을 수도 있으므로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법률상 전면적으로 봉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심판대상 법조항이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그 법정형을 정하였다고 하여 곧 그것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법관독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고 나아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3) 반대의견 요지6)

다수의견은 “통상적인 추행행위”를 기준으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성격을 파악하기보다는, 예외적이거나 비전형적인 유형을 기준으로 하여 본죄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이 범한 행위의 불법내용을 초월하는 예외적이거나 비전형적인 다른 행위자의 불법내용을 통상적인 범죄유형에서의 행위자의 책임으로 의제하는 것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범죄행위의 유형이 아주 다양한 경우 그 다양한 행위 중에서 특히 죄질이 흉악한 범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상 당연히 요청되는 것이지만 이 경우 다양한 행위유형을 하나의 구성요건으로 포섭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무겁게 책정하여 죄질이 가벼운 행위까지를 모두 엄히

처벌하는 것은 명백히 책임주의에 반한다. 나아가 특정범죄로서 상정되는 행위유형이 다양하고 그 경중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에 대한 법정형의 폭을 넓게 하여 탄력적인 양형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심판대상 법조항은 그 법정형의 하한을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하여 실무상 법관이 범죄자의 귀책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별도의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집행유예의 선고를 할 수 없도록 하여 인간존중의 이념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는 재량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층 책임이 무거운 특수강도강간죄의 미수범에 대하여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 반면, 한층 책임이 가벼운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기수범에 대하여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하여 각 행위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맞추어 그 책임에 알맞는 형벌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형벌개별화의 원칙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관의 양형결정권도 현저히 침해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형벌법규에 대한 입법권의 범위와 한계에 관하여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일탈하였다는 등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사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된다(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5, 229; 헌재 1995. 4. 20. 91헌바11, 판례집 7-1, 478, 487; 헌재 1995. 10. 26. 92헌바45, 판례집 7-2, 397, 404 등 참조).”라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

하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형벌을 과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권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로, 단순한 입법정책의 당부에 불과하고 헌법위반의 문제는 아니라 하고 있다.

(1) 심판대상 법조항의 입법배경과 개정연혁

형법은 강도가 부녀를 강간한 때를 강도강간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하여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법정형을 두어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제339조). 이 죄는 강도죄와 강간죄의 결합범으로 강도가 강도범행으로 야기된 반항불능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는 경우가 빈번하였기 때문에 강도살인ㆍ강도상해죄와 마찬가지로 강도죄의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거운 처벌규정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강도강간범죄의 발생건수가 주목할 만한 정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7), 그 동기도 일시적인 성충동에 의한 우발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대부분 강간피해자인 여성의 수치심을 악용하여 자신의 강도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행해지게 되어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강도범행이 야간에 주거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또는 주거지가 아니더라도 흉기를 휴대하거나 다수인의 합동범 형태로 행해지는 경우에는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 폭력을 수반하여 심지어는 배우자 또는 자녀가 목격하는 가운데 강간범행이 자행되어 이로 인한 피해가 이미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생활의 기초단위로서의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이른바 “가정파괴범죄8)”로까지 이

르게 되어 그 범죄의 성격에 변화를 가져왔고,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도 강간 외에 여성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등 흉폭하고 비정상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형법에 규정된 강도강간죄는 이른바 가정파괴범죄로서의 강도강간유형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적절한 일반예방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였고, 성폭력 행위의 유형을 강간으로만 한정한 나머지 불법이나 책임의 내용에 있어 결코 강간보다 경미하다고 할 수 없는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전혀 규율할 수 없는 입법론적인 문제점만을 드러내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1989. 3. 25. 법률 제4090호로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5조의6 제1항“형법 제330조제331조의 절도나 제334조의 강도가 동법 제297조 내지 제299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라고 하여 기존의 강도강간죄로는 규율할 수 없었던 야간주거침입형 또는 흉기휴대ㆍ합동범 형태의 절도 및 강도죄와 강간죄 및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을 처벌할 수 있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 등을 신설하고, 그 법정형에 사형을 추가하여 강도강간죄의 법정형을 가중하여 규정하였다. 그러나 형법상 강도강간죄의 법정형 중 징역형의 하한이 10년 이상인데 반하여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경우에는 그 하한이 5년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어 실무상 법정형의 하한에 관하여 논란9)이 있자, 1990. 12. 31. 법률 제4291호로 개정된 특가법 제5조의6 제2항은 특수강도강간죄와 특수강도강제추행죄를 야간주거침입절도 등과의 결합범과 분리하여 규정하고 그 법정형을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높여 형법상 강도강간죄의 법정형과 균형을 맞추었다. 그 후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하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신장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94. 1. 5. 법률 제4702호로 제정된 성폭법은 위 특가법을 조항을 그대로 계수하여 제5조 제2항에서 특수강도강제추행죄를 정하고, 1997. 8. 22. 법률 제5343호로 개정된 현행법률은 특수강도의 미수범을 특수강도에 포함시켜 본죄의 성립범위를 확대하였다.

(2)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심판대상 법조항은 특수강도 또는 그 미수의 죄를 범한 자가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때에는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야간주거침입 또는 흉기휴대ㆍ합동범 형태의 강도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 이를 처벌하는 새로운 구성요건을 정함과 동시에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

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형법 제334조의 특수강도죄와 형법 제289조의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으로 야간에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여 또는 흉기휴대 또는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도를 하였거나 그 실행의 종료에 이르지 못한 자가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경우에 성립하며 그 미수범도 처벌된다(성폭법 제12조).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미수범은 강제추행행위의 실행행위를 종료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그 기수범과 구분되고, 신분적 요소인 특수강도의 기수 또는 미수에 따른 구분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미수범 처벌규정의 특성과 행위불법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특수강도의 가중적인 구성요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강제추행죄의 가중적 구성요건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심판대상 법조항이 정하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특수강도죄와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이기는 하나 그 결과는 피해자의 재산과 신체에 대하여 피해를 준다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계량할 수 없는 정신

적ㆍ심리적인 피해를 주게 되어 인간생활의 기초단위로서 최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나아가 잠재적인 피해자로서 일반 국민들에게도 극도의 불안감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중한 범죄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특별법을 제정하여 기존의 형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었던 강간 외에 강제추행도 처벌할 수 있는 구성요건을 신설하고, 그 보호법익의 중요성과 행위불법의 정도를 고려하여 형법상 강도강간죄에 비하여 무거운 법정형을 정한 것은 일응 필요하고도 바람직한 것이라 할 것이다.

(1) 입법현실

우리 형법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를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고 각 불법이 가중되는 유형에 대하여 가중적 구성요건을 두어 여성에 대한 성기삽입형식과,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성기삽입 이외의 성폭력 행위를 이분하여 전자를 불법이 가중되는 행위형태로 규정하고, 각각 다른 구성요건으로 정하여 각 구성요건이 분리되어 있다. 이러한 입법형식은 질성교보다 더 피해자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성폭력 행위, 즉 항문성교, 구강성교 등을 강제추행죄로 밖에 처벌할 수 없고, 어떠한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은 경우10)이를 처벌할 수 없는 형사정책적인 문제점이 제기될 수도 있다.

(2) 외국의 입법례(아래에서 살펴볼 미국, 일본 등 국가에서는 형법에서만 성폭력범죄를 규정하고 성폭법과 같은 특별법은 없다)

미국 등 각국의 입법례는 강간죄에 있어 행위객체의 중성화, 성기삽입에 이르지 않은 경우라도 강간죄와 불법의 정도가 유사하거나 오히려 높은 변

태적인 추행행위의 처벌강화, 강간죄에 있어 감경적 구성요건의 신설 및 성폭력범죄의 태양에 따른 법정형의 개별화에 그 특징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미국11)

미국의 Model Penal Code는 제213장에서 성에 관한 죄(sexual offenses)를 규정하면서 성교(sexual intercourse)는 구강, 항문 성교를 포함한다고 하여(제310.0조), 성기삽입에 상당하는 추행행위를 강간죄로 처벌하고, 저항할 수 없는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경우에는 1급 중죄로, 여성이 성행위를 당함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남자가 남편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을 기회로 성교한 경우에는 3급 중죄로 처벌하며(제213.2조 제2항), 강제추행도 행위유형에 따라 2급 또는 3급 중죄로, 경미한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경죄로 처벌하고 있다(제213.4조).

나) 프랑스12)

프랑스 형법은 “폭행, 강제 또는 기습적으로 사람에 대하여 성적 삽입행위를 하는 것은 15년의 징역에 처하고(제222-23조), 가중처벌하는 강간의 경우로서 상해를 입힌 경우, 피해자가 15세 미만인 경우, 피해자의 능력이 미약한 것이 명백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호감독권이 있는 자가 범행한 경우, 권한을 남용하여 범행한 경우, 수인(數人)이 범행한 경우, 무기를 이용한 경우 등에는 20년의 징역에 처한다(제222-24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성적 삽입행위에는 남ㆍ남, 남ㆍ녀, 여ㆍ남, 여ㆍ여 사이에서 행해지는 성적인 의미의 질, 항문, 구강에 대한 강제삽입이 모두 포함되고 삽입되는 물체가 남자의 성기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강간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때와 강간과 관련하여 고문 또는 가혹행위를 한 때에는 30년의 징역에 처한다(제222-25, 26조).

나아가, 위 형법은 강간 이외의 강제추행 등의 성적 침해에 대해서는 5년 이상의 구금형 또는 500,000프랑의 벌금형에 처하고(제222-27조), 가중처벌하는 강제추행의 경우로서 상해 또는 성적 수치심을 초래한 경우, 피해자에

대한 보호감독권이 있는 자가 범행한 경우, 권한을 남용하여 범행한 경우, 수인(數人)이 범행한 경우, 무기를 이용한 경우 등에는 7년의 구금형 및 700,000프랑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13).

다) 독일

1997. 7. 1. 개정 전의 독일형법(StGB)은 강간죄(제177조)와 강제추행죄(178조)를 두고 성기삽입의 경우를 강간으로, 나머지 행위를 강제추행으로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행위태양에 따라 그 법정형을 달리 하였다. 현재는 제177조에서 강간죄(Vergewaltigung)와 강제추행죄(sexuelle Nötigung)를 통합하여 규정하면서,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해 성적 행위(sexuelle Handlungen)를 강요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자유형에(제1항) 처하고, 특히 중한 경우 즉, 성기결합 또는 신체에 대한 삽입의 경우(남여 포함), 다수인이 공동하는 경우에는 2년 이상의 자유형에 처하며(제2항), 무기나 위험한 도구를 소지하거나 중대한 건강침해의 위험을 야기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자유형에 처하고(제3항), 무기나 위험한 도구를 사용하거나 중상해 또는 사망의 위험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자유형에 처하도록 하였다(제4항).14)

라) 일본

일본은 우리 형법과 동일하게 强制猥褻罪15)와 강간죄를 기본적인 구성요건으로 하여 가중적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고, 강도강간죄를 강도죄의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따로 정하고 있다. 그 법정형으로는 강제외설죄의 경우 6월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을, 강간죄의 경우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강도강간의 경우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정하고 있다. 우리 성폭법과 같이 강도와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은 없고, 이 경우 경합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심판대상 법조항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특수강도강간죄의 법정형과 동일하게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법정형이 다른 범죄 특히 특수강도강간죄와 견주어 볼 때, 지나치게 높아서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행위자의 귀책사유 이상으로 과잉처벌하는 것인지 여부를 보기로 한다.

(1)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하였는지 여부

가)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 고려의 대상

우리 헌법재판소는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하여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 일반의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당해 범죄의 보호법익과 죄질로서 보호법익이 다르면 법정형의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보호법익이 같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다르면 또 그에 따라 법정형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1997. 3. 27. 95헌바50, 판례집 9-1, 290, 298-299).

나) 특수강도강간죄와의 비교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는 특수강도라는 신분적 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데에서는 동일하지만, 구체적인 성폭력 행위의 태양이 강제추행과 강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양 죄에 있어 그 행위의 불법과 행위자의 책임이 가중되는 이유는 재물강취의 수단으로 피해자를 강간하거나 또는 강제추행한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간과 강제추행의 구체적인 불법정도와 행위자의 책임에 있어 차이가 일응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1) 성폭력범죄16)에 대한 형사법의 규율체계17)및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관계

① 성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법의 규율체계

형법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성폭법, 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 등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기본적 범죄로 강간죄(형법 제297조)와 강제추행죄(제298조)를 두고 이에 대하여 각 행위불법 및 책임의 내용이 가중되는 특수강간ㆍ강제추행죄(성폭법 제6조)와 강간 등 상해ㆍ치상죄(형법 제301조), 강간 등 살인ㆍ치사죄(제301조의2) 등 가중적 구성요건을 정하며, 그 법정형도 분리하여 강간 및 그 가중적 구성요건보다 강제추행 및 그 가중적 구성요건을 경하게 정하는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다.18)19)물론 준강간ㆍ준강제추행죄(형법 제303조), 미성년자간음죄(제304조), 혼인빙자간음죄(제304조) 등과 같이 독자적인 구성요건도 있으나 이 역시 강간죄와 강제추행죄를 기본 범죄로 하여 이를 변형한 구성요건이다.

②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관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형사법의 성폭력범죄에 대한 규율체계는 강간죄와 강제추행죄를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여 이에 대한 각 가중적 구성요건을 정하는 이원적인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고, 강간죄보다는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경하게 정하고 있는데, 기본적 구성요건으로서 강간죄와 강제추행죄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견해의 대립이 있다.

A. 학설

o 강제추행죄가 기본적인 구성요건이라는 견해(유기천, 이재상)

강간과 추행의 죄의 기본적인 구성요건은 강제추행죄라고 보는 견해이다.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라는 보호법익으로 볼 때 이를 침해하는 고유한 형태는 강제추행죄이고, 강제추행행위가 더 나아가 그 대상이 부녀이고, 추행을 넘어 간음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였기 때문에 강간죄는 그 불법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이라고 본다.

o 강간죄와 강제추행죄가 모두 기본적 구성요건이라고 보는 견해(김일수, 박상기, 배종대, 이형국 등)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주된 행위태양은 강간과 추행으로 형법성폭법은 이를 각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여 각 가중적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양죄는 모두 독자적인 범죄구성요건을 정한 것으로 보는 견해이다. 그러나 이 견해에서도 강간죄가 강제추행죄에 대한 불법가중유형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이형국, 형법각론연구, 262면).

B. 판례

이 점을 직접 다루는 대법원의 판례는 보이지 않지만, 서울고등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강간의 기회에 강제추행의 행위가 있었다면 “위 각 범행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실체적 경합범이 아니라 (강간죄의) 단순일죄라 할 것이다(서울고법 1998. 3. 18. 선고 98노97 판결)”라고 하여 강간 또는 강간미수죄가 성립되는 경우 이에 수반되는 강제추행죄는 강간 또는 강간미수죄에 흡수되는 관계에 있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C. 검토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기본적 구성요건의 개념과 관련되는 듯하다. 즉, 기본적 구성요건이란 특정구성요건 집단의 공통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데 강간과 추행의 죄의 장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행위유형이 다른 강간과 추행을 모두 기본적인 구성요건으로 하여 이에 대한 가중적인 구성요건을 규정하였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죄를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이해하기는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느 견해에 따르든지 간에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양 죄의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볼 때에는 강간도 넓은 의미에서 강제추행의 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부녀를 간음함으로써 부녀의 성적 자유가 현저하게 침해되었기 때문에 그 불법의 정도가 증가되는 강제추행죄에 대한 가중적 범죄의 유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20)

(2) 특수강도강간미수죄와의 처벌상 불균형 여부

가) 문제의 제기

위에서 살핀 것과 같이 성폭력범죄를 규정한 우리 형사법의 체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강제추행죄와 강간죄를 두는 이원적인 입법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강제에 의한 여성에 대한 간음의 경우에는 이로 인해 부녀의 성적 자유가 현저히 침해된다는 이유로 그 죄질이 무겁다고 보아 강제추행죄보다 높은 법정형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강간죄도 넓은 의미에서 강제추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별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강간죄 또는 강간미수죄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이에 수반되는 강제추행의 불법내용이 모두 강간죄 또는 강간미수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전부법은 부분법을 폐지한다.”는 법원리에 의하여 강제추행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고 이에 흡수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성폭법 제12조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두어 특수강도가 강제추행 또는 강간행위의 종료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형법의 미수범 처벌규정에 따라 그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하거나 또는 필요적으로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추행죄의 경우 그 구성요건적 행위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미수범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매우 좁다고 할 것인바, 이와 관련하여 양 죄의 처벌에 있어 일정한 불균형의 문제가 제기된다.

나) 강제추행죄와 강간죄에 있어 실행의 착수시기와 미수범의 인정범위

강간죄에 있어서는 강간의 의사로써 부녀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때에 실행의 착수가 있고21), 남성의 성기를 여성의 성기에 일부라도 삽입하는 순간 기수에 이른다. 강제추행죄에 있어서는 추행의 의사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하는 때에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하나, 본죄에 있어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그 항거를 곤란하

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경우라 할 것이고,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대법원 1992. 2. 28. 선고 91도3182 판결; 대법원 1994. 8. 23. 선고 94도630 판결 등)”한다고 하므로 실행의 착수와 기수의 시기를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특수강도와 결합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있어서는 특수강도범행의 실행착수가 신분적인 요소로서 요구되어 이미 폭행ㆍ협박은 이루어졌다고 볼 것이고, 이 과정에서 추행행위로 볼 만한 행위가 있었다면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므로 미수범의 인정범위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래에서 언급할 추행행위의 포괄성과 폭행과 추행의 동시성으로 인하여 미수범으로 처벌되는 경우는 폭행ㆍ협박과 추행행위가 명백히 구별되는 때에 한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회적인 폭행에 수반한 또는 이미 강도 등 다른 범죄행위로 야기된 상황을 이용한 추행행위의 종료로 이미 기수에 이르게 되므로 실질적으로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미수범이 인정되는 범위는 좁게 된다.

다) 검토

그러므로 특수강도가 강간의 의사로 범행을 한 경우에는 강간 그 자체가 미수에 그친 이상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등 아무리 심한 강제추행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두 강간미수행위에 흡수되어 그 동기의 여하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까지 받을 수 있음에 반하여, 강간의 의사 없이 단순히 강제추행의 의사로 범행을 한 경우에는 아무리 그 정도가 가볍다고 하더라도 이미 강제추행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므로 특수강도강간죄보다도 오히려 무거운 처벌을 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처벌상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일면이 있다.

(3) 소결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의 재산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및 가정의 안전과 평화의 보장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그 행위의 불법정도와 행위자의 책임은 구체적인 성폭력 행위의 불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입법자는 특수강도가 행한 성폭력 범죄의 구체적인 불법과 비난가능성의 정도 및 가정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할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개별적인 형벌의 부과가 가능하도록 발생가능한 다양한 행위태양에 따라 법정형을 세분하여 규정하든지 또는 법정형의 범위를 넓게 정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그 범위 내에서 이에 상응하는 형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심판대상 법조항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을 통상적인 경우 그보다 죄질이 더욱 무거운 특수강도강간죄의 법정형과 동일하게 정하고 있어 형벌체계상의 균형을 상실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불법과 책임의 정도 및 보호법익의 침해가능성의 측면에서 반인륜적이고 흉포한 추행행위라도 죄질이 더 나쁜 강간의 의사로써 그러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단순한 강제추행의 의사로 벌금형 정도에 상당하는 추행행위를 한 경우보다 더 경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고 또한 그 역진적인 처벌을 초래할 가능성 마저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도 특수강도강체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는 완전히 그 성격을 달리하는 범죄라는 것을 전제로 할 때에는 그 법정형을 동일한 차원에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 사건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을 고려하고, 입법당시의 시대적 상황 및 현재의 범죄상황, 국민들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잭적 측면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입법자가 그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합리적 결정을 넘은 자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4) 과잉처벌인지 여부

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로서 추행이란 성욕을 만족시키거나 성욕을 자극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정의에 따른 추행행위의 범위는 매우 넓기 때문에 대법원은 “개인의 성적 자유가 현저히 침해되고, 또한 일반

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추행행위라고 평가될 경우에 한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키스, 포옹 등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 그것이 추행행위에 해당하는가에 대하여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인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토하여야만 한다.22)”라고 판시하여 일응 그 인정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한적한 길에서 여성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붙잡고 가슴을 주무르거나, 강제로 키스를 하는 행위로부터(서울고법 1998. 3. 18. 선고 98노97 판결), 여성의 성기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등의 행위에 이르기까지 강제추행의 행위태양은 매우 다양하므로 형법은 징역형 외에 벌금형을 규정하고 그 형기 및 벌금액의 상한만을 정하여 구체적인 추행행위의 불법정도와 행위자의 책임에 따라 법관이 이에 상응하는 형벌을 정할 수 있도록 그 법정형의 종류와 폭을 넓게 정하고 있다.

나) 한편 심판대상 법조항은 특수강도가 강제추행에 이른 경우라도 강간을 한 경우와 동일하게 그 법정형을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만 정하여 법관이 행위불법에 상응하는 형벌을 정하기 위하여 작량감경 등 여러 양형작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법정의 감경사유가 없는 한 실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 입법자는 특수강도가 강도의 기회에 강제추행을 한 경우에도 강간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개인적 차원의 재산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를 넘어 생존의 기초단위로서 가정의 파괴에까지 이르게 될 위험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가정의 안전을 보호하고 이러한

범죄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형사정책적인 고려에서 특수강도강제추행죄를 신설하고 특수강도강간죄와 동일한 법정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입법자의 판단은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 그러나 특수강도강제추행죄는 특수강도와 강제추행죄의 결합범으로 그 불법과 책임가중의 본질은 특수강도가 강도의 기회에 피해자를 강제추행함으로써 자신의 범죄를 은폐한다는 동기의 불법과 그 결과 한 가정의 안전과 평화를 파괴한다는 보호법익의 중대성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특수강도강제추행범의 구체적인 책임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이러한 위험의 발생에 구체적인 강제추행행위가 어느 정도 원인이 되었는지가 핵심적인 문제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든 예와 같이 극단적인 추행의 경우에는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이 강간죄의 경우보다도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특수강도강간죄의 법정형으로 처벌하더라도 죄와 형의 균형이 상실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벌금형 정도의 강제추행행위가 특수강도의 기회에 행해진 경우에도 강간을 한 경우와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한다는 것은 일응 죄와 형의 균형을 상실하였다고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라) 그러나 추행행위가 아주 경미한 경우에는 심판대상 법조항의 입법취지 및 보호법익의 중대성에 비추어 법관이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있어 강제추행행위를 강간죄에 이르는 정도의 불법정도를 가진 것으로 한정해석하고, 또한 수사과정에서도 이러한 불합리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특수강도죄와 강제추행죄의 경합범 정도로 의율한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상당한 정도 해소될 수도 있다. 재판규범과 행위규범으로서 다른 법률보다 엄격한 해석이 요구되고, 그 해석과 적용에 있어 통일성이 특히 강조되는 형벌규정의 해석에 있어 보편적인 의미를 가지는 ‘강제추행’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강간죄의 불법에 상응하는 정도의 강제추행’으로 제한적으로 해석ㆍ적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물론 있을 수 있다.

마) 그렇지만 구체적인 행위태양에 따라 형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이상, 심판대상 법조항이 법정형의 하한을 너무 높게 정함으로써 행위의 반가치성과 행위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할 수 있는 양형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죄와 형의 균형을 현저히 상실하

여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반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23)할 것이다.

그렇다면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대하여 특수강도강간죄와 같이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의 법정형을 정하고 있는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의 법정형이 과중하고 가혹한 형벌을 규정하여 책임원칙에 반한다거나 형벌체계상 균형을 상실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비례원칙,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거나 나아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성폭법 제5조 제2항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가 단지 특수강도죄와 결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죄질과 범정이 크게 다른 특수강도강간죄와 특수강도강제추행죄에 대하여 동일한 법정형을 규정하면서 일률적으로 ‘사형ㆍ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과도하게 높인 반면 성폭법 제6조 제2항은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 당시 재물강취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정형 간에 현격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행위의 불법성과 가벌성에 있어서, 후자가 전자보다 위와 같은 편차를 정당화할 만큼 가 볍다고 보기 어렵고, 그 죄질 및 법익침해 정도를 고려할 때 양자의 차이가 합리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또한, 단순히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경우, 이는 형법상 강제추행죄를 구성하고 그것이 특수강도죄와 결합하면 성폭법 제5조 제2항이 적용되어 특수강도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데, 이처럼 벌금형에 상응하는 정도의 경미한 강제추행행위까지 강간과 동일하

게 취급할 수 있을 만큼 죄질의 차이가 상대화된다고 볼 수는 없고, 죄질의 차이가 나는 특수강도강제추행죄와 특수강도강간죄를 서로 다르게 규율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것도 아니다.

따라서 성폭법 제5조 제2항 부분은, 죄질과 책임에 비례하는 법정형을 규정하지 않아 형벌의 체계 정당성에 반하고, 헌법 제11조의 실질적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미결구금일수의 본형 산입에 관한 재량통산에 대하여 위헌결정함으로써 헌법상의 신체의 자유가 더욱 강고하게 보장되었으며, 현실적으로 검찰사무 및 재판실무에서 미결구금일수의 전부가 산입되어 집행되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1. 11. 29. 2001헌가16 사건에서 심판대상 법조항에 대한 합헌결정을24)하였고 이와 달리 판단할 사정변경도 존재하지 아니하여 동일하게 합헌결정을 하였다. 2001헌가16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피력한 3인 재판관(하경철, 김영일, 주선회)의 위헌의견은 재판판 김종대, 재판관 목영준의 위헌의견으로 계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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