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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선고유예
서울고등법원 2005. 6. 10. 선고 2003노1555, 2004노1851(병합)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피고인최태원에대하여일부인정된죄명및피고인3,7,8에대하여인정된죄명업무상배임)·업무상배임·증권거래법위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 고 인

최태원외 9인

항 소 인

피고인들 및 검사

검사

조재연외 4인

변 호 인

변호사 최정수외 23인

주문

원심 제1판결 중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9(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6)에 대한 유죄 부분과 원심 제2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한다.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에 대한 형을 각 징역 3년으로, 피고인 9에 대한 형을 징역 2년으로 각 정한다.

원심판결들 선고 전의 구금일수 111일을 피고인 최태원에 대하여, 172일을 피고인 2에 대하여 위 각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에 대하여는 각 5년간, 피고인 5에 대하여는 4년간, 피고인 9에 대하여는 3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2에 대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피고인 3(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2), 4, 6(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3), 7(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4), 8(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5), 10(대법원 판결의 피고인 7)의 각 항소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의 개요와 판단의 순서

가. 항소의 개요

(1) 원심 제1판결에 대한 부분

먼저, 판시 제1죄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 10이, 관련된 피고인 3, 6, 9에 대한 무죄 부분(이하 판시 제1죄 부분 및 관련된 무죄 부분을 합쳐 ‘이 사건 옵션계약 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검사가, 판시 제2죄 부분 및 관련 무죄 부분(이하 ‘이 사건 주식교환 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 7, 8 및 검사가, 판시 제3죄 부분(이하 ‘이 사건 주식매매 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 5, 6, 8, 9가 각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주장을 한다.

다음으로, 피고인들은 모두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하고, 검사는 오히려 피고인들에 대한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주장을 한다.

(2) 원심 제2판결에 대한 부분

먼저, 피고인 2는 판시 제1의 가 죄 부분(이하 ‘이 사건 금전대여 부분’이라 한다), 판시 제1의 나 (1), (2)의 죄 부분(이하 ‘이 사건 조세포탈 부분’이라 한다), 판시 제1의 다 죄 부분(이하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거래 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주장을 한다.

다음으로, 피고인 2 및 검사는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한다.

나. 판단의 순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위와 같은 주장들을 판단함에 있어서, 판단의 편의상 원심판결들의 공소사실 순서에 맞추어 관련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주장을 모아서 함께 판단하고, 이어 양형부당의 주장에 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이하 판단 근거가 되는 증거나 관련 자료의 출처를 인용할 때는 원심 제1판결의 공판기록을 ‘제1공판기록’, 그 수사기록을 ‘제1수사기록’이라 하고, 원심 제2판결의 공판기록을 ‘제2공판기록’ 그 수사기록 중 서울지방검찰청 2004년 형제6660호, 형제6661호, 형제6684호 사건의 수사기록을 ‘제2수사기록’이라 부르기로 한다)

2. 이 사건 옵션계약 부분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3, 4, 5, 6, 10, 9는 1999. 9.경 에스케이증권 주식회사(이하, ‘SK증권’이라 한다)가 JP Morgan Chase Bank N. Y.(당시 명칭은 Morgan Guaranty Trust Company Of New York, 이하 ‘JP모건’이라 한다)와 사이에 SK증권이 파생금융상품인 TRS(Total Return Swap)를 이용하여 JP모건으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태국 바트화 및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관련 채권에 투자하였다가 발생한 손해 미화 3억 5,600만 달러(이하 ‘달러'는 모두 미화이다) 상당을 JP모건에 배상하게 되었으나 당시 SK증권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1999. 9. 30.을 기한으로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상태로서 만약 JP모건에 현금으로 바로 손해배상을 하여 줄 경우 그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어 SK증권뿐만 아니라 SK그룹 계열사 전체에 대한 신인도 추락까지 예상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SK그룹을 지휘하는 회장단 및 에스케이글로벌 주식회사(현재 에스케이네트웍스 주식회사로 상호변경됨, 이하 ‘SK글로벌’이라 한다)의 임원으로서 SK글로벌과 그 회사가 지배하고 있는 해외 현지법인인 SK Global Asia-Pacific Pte, Ltd.(이하 ‘싱가폴 법인’이라 한다) 및 SK Global America, Inc.(이하 ‘미국 법인’이라 하고, 싱가폴 법인과 미국 법인을 합하여 ‘해외법인들’이라 한다)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부당하게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반하여 SK그룹 차원에서 SK글로벌과 해외법인들을 동원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고 싱가폴 법인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2, 미국 법인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3 등과 공모하여 1999. 9. 17.경 및 1999. 11. 3.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4-31 섬유센터빌딩 12층 사무실에서 SK증권이 JP모건과 사이에 손해배상소송에 관한 화해계약을 체결하면서 SK증권이 JP모건에게 지급하는 손해배상금 3억 2,000만 달러 중 합계 1억 7,000만 달러(1999. 9. 17.자 및 1999. 11. 3.자 화해계약을 통하여 각 8,500만 달러)에 대하여는 JP모건이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아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하되 그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합의 하에 이면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1999. 10. 14. 같은 장소에서 위 화해계약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해외법인들으로 하여금 JP모건과 사이에 JP모건이 싱가폴 법인에 대하여 3년 후에 SK증권 주식의 유상증자분(이하 모두 ‘SK증권 주식’이다) 중 10,416,128주를 주당 4.79달러씩 합계 49,912,778여 달러에, 미국 법인에 대하여 2년 후에 유상증자분 중 1,838,140주를 주당 4.79달러씩 합계 8,782,199여 달러에 각각 되팔 수 있다는 ‘풋옵션(Put Option)’ 등이 포함된 옵션계약을, 1999. 11. 30. 같은 장소에서 JP모건이 싱가폴 법인에 대하여 3년 후에 유상증자분 중 10,034,060주를 주당 4.97달러씩 합계 49,898,131여 달러에, 미국 법인에 대하여 2년 후에 유상증자분 중 1,770,716주를 주당 4.97달러씩 합계 8,783,676여 달러에 각각 되팔 수 있다는 풋옵션 등이 포함된 옵션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고(이하 그와 같이 화해계약의 이면으로 JP모건과 해외법인들 사이에 체결된 계약들을 ‘이 사건 옵션계약’이라 한다), 2001. 10.경 이 사건 옵션계약 중 미국 법인 부분에 대하여 만기가 도래하자 미국 법인이 만기를 1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그 소유의 1,820만 달러 상당 예금을 옵션계약의 담보로 제공한 다음, 이어 2002. 10.경 JP모건이 이 사건 옵션계약의 이행을 요구하여 오고 국내 증권거래법 및 관련 규정상 해외법인들이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의 주식을 직접 취득할 수 없게 되자 SK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주식회사 워커힐(이하 ‘워커힐’이라 한다)과 에스케이캐피탈 주식회사(이하 ‘SK캐피탈’이라 한다)로 하여금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 주식을 당시 증권거래소 장내 가격인 주당 1,535원씩 총 369억여 원에 매수하도록 한 후 주당 4.9달러로 산정한 원래 약정금과의 차액 88,425,650달러(1,114억여 원 상당)는 해외법인들로 하여금 JP모건에 대하여 부담하게 함으로써 SK증권에게 합계 88,425,650달러(1,114억여 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반면에 JP모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무관한 SK글로벌의 해외법인인 피해자 싱가폴 법인에게 74,660,582달러(941억여 원), 미국 법인에게 13,765,068달러(173억여 원), 합계 88,425,650달러(1,114억여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 10에 대하여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고, 다만 공소사실 중 위 피고인들이 직접 해외법인들의 업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처럼 기재되어 있는 것을 해외법인들의 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는 공소외 2, 3이고 위 피고인들은 그에 적극적으로 가공하여 배임죄를 저지른 것이라는 취지로 범죄사실을 일부 정리하였다.

한편, 원심은 피고인 3, 6, 9에 대하여는, 피고인 3은 2000. 12.경부터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이하 구조조정추진본부(1998. 4.경까지의 명칭은 경영기획실이었다)를 ‘구조본’이라 한다}으로, 피고인 6은 2001. 1.경부터 SK글로벌의 부사장으로, 피고인 9는 2000. 4. 1.부터 SK글로벌의 재무지원실장으로 각각 근무하기 시작한 관계로 1999. 10. 14. 및 1999. 11. 30.에 이루어진 이 사건 옵션계약의 체결과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아니하였는바, 손해를 발생시키는 계약이행행위에만 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적 실행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위 피고인들이 별도로 추가적인 배임행위를 하고 그러한 배임행위에 따라 이 사건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피고인들에게 이 부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지울 수는 없다고 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 10

(가) 위 피고인들은 1999. 당시 SK증권과 JP모건과의 파생금융상품 거래로 인하여 결국 SK증권이 거액의 채무를 지고 퇴출당하게 하는 것보다는 화해를 통하여 SK증권을 존속하게 하는 것이 SK증권은 물론 SK글로벌 본사 및 그 해외법인들 등의 SK그룹 계열사, 더 나아가 당시 IMF 구제금융위기로 인하여 극도의 어려움에 빠져 있던 국가경제를 위하여 바람직하고, SK증권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해외법인들에 이익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경영 판단에서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가 임무에 위배한 것인지 여부는 계약 체결 당시의 정황에 터잡아 경영판단의 원칙을 감안하여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지, 계약 이후 발생한 주식시장의 침체 등으로 인한 SK증권의 주가하락이라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생긴 불리한 결과만을 보고서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어느 기업집단에 속하는 한 계열사, 특히 금융기관 계열사의 위기나 도산은 바로 기업집단 계열사 전체의 신용도 하락으로 연결되는 것이고 관련기업의 도산을 기한이익의 상실사유로 하는 금융권의 거래관행이나 사업의 성격 및 재무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SK글로벌 및 해외법인들의 입장에서도 SK증권의 회생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필요했다. SK증권을 퇴출시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위 피고인들로서는 JP모건과의 화해계약을 체결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고, 또한, JP모건의 강력한 요구와 SK글로벌에 대한 연쇄적 피해를 회피하기 위하여 SK글로벌 해외법인들이 이 사건 옵션계약의 당사자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나) 피고인들은 SK증권을 살리기 위하여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도 SK글로벌에 피해가 없도록 손해보전을 위한 구두약정, 콜옵션, CLN(Credit Linked Note:신용연계채권) 등 여러 가지의 안전장치를 마련하였으며 전문법무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옵션계약이 국내법상 문제가 없다는 법률의견서까지 받았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배임죄 성립에 요구되는 임무의 위배가 없었다.

(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옵션계약과 관련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SK증권이 책임져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그 담보로 SK증권이 CLN까지 매입하였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해외법인들에게 손해를 가한다거나 이로 인하여 SK증권에게 이익을 얻게 한다는 의사가 없었다. 실제로 SK증권은 원래 JP모건으로부터 손해배상채무를 면제받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체결할 의무가 있는 옵션계약을 해외법인들에게 떠넘긴 것이 아니며, JP모건에 대하여 옵션계약 이행시점에 당시 실제 주가를 상회하는 주식인수대금을 지급할 채무를 부담한 바 없어서 이 사건 옵션계약을 통해 이러한 채무를 면한 것도 아니므로, 결국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인하여 취득한 이익이 전혀 없다.

(라) 옵션은 그 자체로서 증권거래소 또는 증권회사를 통해 거래자들 사이에 파생상품의 하나로 거래되는 일정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재산권이기 때문에 옵션계약의 경우에는 계약 체결의 순간에 옵션이라는 재산권이 발생 또는 이전하게 되어 이득이나 손해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 사건 옵션계약과 관련된 배임죄의 기수시기는 옵션계약 체결시점으로 보아야 하며, 그에 따를 때 이 사건의 손해액은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그 계약 체결 당시에는 그 수액의 특정이 불가능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2) 피고인 4

이 사건 옵션계약의 체결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고 해외법인들이 옵션계약의 이행단계에서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할 수 있었음에도 옵션계약을 그대로 이행하고 CLN 상환대금을 SK증권으로 귀속시킨 것이 배임죄에 해당하는바, 피고인 4는 옵션계약 이행단계에는 SK그룹에 근무하지 않아서 이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 이 사건 화해계약과 옵션계약은 JP모건 사태의 해결을 위하여 SK증권 경영지원부문본부장으로 발령받은 피고인 10을 중심으로 SK증권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것이고 최종결정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가 행한 것이었으므로 피고인 4는 그 체결에 적극 관여하지 않았다.

(3) 검사

피고인 3, 6, 9는 이 사건 옵션계약의 체결에는 관여하지 않고 이후 이행행위에만 가담하기는 하였지만, 피고인 3은 SK그룹 구조본 본부장으로서 JP모건과의 협상과 무관한 SK글로벌 해외법인들에 대하여 손실을 가하지 않을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K글로벌 측에 옵션계약의 이행을 지시하여 손실을 입게 하였고, 피고인 6은 SK글로벌의 대표이사로서 옵션계약을 이행하면 회사에 큰 손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옵션계약대로의 이행을 결정하였으며, 피고인 9는 SK글로벌의 임원으로서 SK글로벌 해외법인들에 대한 추가적인 채무보증을 시행하는 등 구조본의 지시를 받아 옵션계약의 이행을 실무적으로 주도하였으며,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인한 손해는 옵션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위험성이 먼저 발생하고, 옵션계약의 이행을 통하여 그 위험성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것인데, 이와 같이 사후에 손해가 현실화되고 그 손해를 현실화하는 데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었고 그 행위가 손해발생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경우에는 그 이행행위를 실행행위에 포함시켜 배임죄의 공범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피고인 3, 6, 9는 CLN이 옵션계약 이행의 담보로 별도 제공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담보를 통해 옵션계약에 응하지 않고 해외법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해외법인들의 유동성으로 옵션계약을 이행하도록 하여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이는 해외법인들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라. 판단

(1) 기초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 최태원은 SK그룹의 사실상 총수로서 1999. 3.부터 2000. 3.경까지 SK글로벌의 이사로, 1997. 12. 15.경부터 에스케이 주식회사(이하 ‘SK’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로, 1995. 12. 30.경부터 에스케이씨앤씨 주식회사(이하 ‘SK씨앤씨’라고 한다)의 이사로 근무하면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K씨앤씨 및 SK 등을 통하여 SK그룹 산하 60여 개 회사들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고, 피고인 2는 SK그룹의 전문경영인 회장으로서 1994. 7. 7.부터 1998. 9. 1.경까지 에스케이텔레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부회장, 2001. 3. 16.부터 SK글로벌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SK그룹은 1998. 8. SK그룹의 전 회장인 최종현이 사망한 후부터는 그룹 계열사 사장단의 인사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피고인 최태원과 피고인 2가 협의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제1수사기록 768쪽, 1167쪽, 2019쪽, 2335쪽 이하, 2625쪽 이하, 5419쪽, 제1공판기록 101쪽).

피고인 3은 2000. 12.부터 2003. 5.경까지 구조본 본부장으로, 2002. 2. 25.부터 SK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피고인 4는 1998. 9.경부터 2000. 12. 8.까지 SK그룹 구조본 본부장, 2000. 12. 8.부터 2002. 2. 24.까지 SK의 대표이사로, 피고인 5는 1993. 3.경부터 SK글로벌의 대표이사 사장 또는 부회장으로, 피고인 6은 2001. 1.경부터 SK글로벌의 부사장 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피고인 7은 2002. 3. 1.부터 SK씨앤씨의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피고인 8은 1994. 1. 1.부터 SK그룹 구조본 재무담당 부장 또는 상무로, 피고인 9는 2000. 4. 1.부터 2003. 3. 28.까지 SK글로벌의 재무를 총괄하는 재무지원실장으로, 피고인 10은 1998. 6. 1.부터 2002. 5.말경까지 SK증권의 상무로, 2002. 6. 1.부터 SK그룹 구조본 경영지원실 전무로 각 근무하였거나 근무하고 있다(제1공판기록 99쪽).

(나) 구조본은 SK그룹 전체의 사업기획이나 재무, 인사 등을 담당하는 부서로 본부장 산하에 재무팀, 인력팀, 전략기획팀 등이 구성되어(제1수사기록 795쪽),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의 직접 지시를 받고 중요 업무는 팀장이 구조본부장과 함께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에 직접 보고하는 체제로 되어 있다(제1수사기록 767쪽, 1166쪽, 2173쪽, 2335쪽, 2627-2628쪽).

(다) IMF 구제금융사태에 즈음하여 금융감독위원회는 1998. 8. 21. SK증권을 비롯한 4개 증권사에 대하여 영업용 순자산비율을 150%, 재산채무비율 100%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1998. 9. 19.까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명령하였고 그와 같이 마련된 경영개선계획에 따라 영업용 순자산비율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하는 시한이 1999. 9. 30.까지로 정하여졌다(제1수사기록 34쪽 이하). 위 경영개선명령은 1999. 11. 12.에 가서야 SK증권이 경영개선계획의 주요 사항들을 이행하여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해제되었다(당심에서 변호인들이 제출한 2004. 11. 16.자 옵션계약 부분에 관한 석명요구에 대한 답변서 뒤에 첨부된 참고자료 1).

(라) SK증권은 위 경영개선명령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 외에 JP모건이 1998. 1. 13. 파생금융상품 거래계약을 해지하면서 제기한 각종 소송에 휘말려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제1수사기록 770쪽 이하, 2628쪽 이하, 제1공판기록 103-104쪽). 1997. 12. 당시 구조본 본부장인 피고인 2는 SK그룹 차원에서 SK증권이 당면하고 있는 JP모건과의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조본 소속 이사이던 피고인 10을 SK증권에 투입하였고, 1998. 6. 1.부터는 경영지원본부장이라는 직책으로 근무하게 하였다(제1수사기록 786쪽, 787쪽, 2183쪽). 피고인 10은 1998. 9. 피고인 4가 구조본 본부장이 된 후로는 JP모건과의 협상에 관련된 사항을 피고인 4에게 보고하였고, 피고인 4는 이를 다시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에게 보고하였다(제1수사기록 825쪽, 1230쪽 이하).

(마) SK증권은 경영개선계획을 실행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노력하는 한편 JP모건과 손해배상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 결과, JP모건에 손해배상금으로 3억 2,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대신 JP모건이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으로 쌍방의 입장차이를 좁히게 되었다(제1수사기록 768쪽 이하). JP모건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규모에 관하여 처음에는 7,000만 달러만 출자하고 나머지 손해배상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SK증권에게 1억 달러를 대여하겠다고 하였으나(제1수사기록 774쪽), 당시 자금사정이 좋지 않고 1998.부터의 SK증권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로 인하여 추가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SK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도 없었던 SK증권의 끈질긴 요구로 결국 1억 달러를 추가로 출자하는 것으로 양보하면서 그 대신에 SK증권에 대하여 화해계약 체결의 조건으로 총 출자금액 1억 7,000만 달러 중 추가로 출자하기로 한 1억 달러에 해당하는 SK증권 주식에 대하여는 이를 되팔 수 있도록 옵션계약이 체결되어야 하고 그 옵션계약의 상대방은 향후 옵션계약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송제기 및 집행상의 편의를 위해 해외법인이 되어야 하며 SK증권이 옵션계약 이행의 담보로 CLN을 매입하여 JP모건에 보관하여 둘 것 등을 요구하자, SK증권이 그러한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1999. 10. 14. 및 1999. 11. 30. 두 차례에 걸쳐 화해계약 및 옵션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제1수사기록 770쪽 이하, 1243쪽 이하, 제1공판기록 192쪽, 당심 제8회 공판에서 증인 공소외 4가 한 진술).

(바) 이러한 화해계약과 옵션계약의 체결은 해외법인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의 지시와 피고인 5의 결재 하에 피고인 4가 본부장으로 있던 구조본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그 실무는 피고인 10이 담당하고, 구조본 소속 미국변호사 공소외 5 등이 지원하였다(제1수사기록 792쪽 이하, 829쪽, 1228쪽 이하, 1693쪽 이하). 해외법인들의 대표이사는 SK글로벌 임직원으로 근무하다가 파견된 사람들로서(제1수사기록 1170쪽) 피고인들의 지시를 어길 수 없어 이 사건 옵션계약의 내용, 계약이 해외법인들에게 미칠 영향, 손해발생가능성 등에 대하여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법인들이 당시 막대한 부실채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SK글로벌의 지급보증 하에 상당한 채무까지 부담하고 있고 이 사건 옵션계약이 해외법인들의 업무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음에도 이 사건 옵션계약의 당사자가 되었다(제1수사기록 1179쪽 이하, 1690쪽 이하, 2899쪽). 특히 해외법인들은 JP모건과의 협상에 참여하거나 직접적인 접촉을 전혀 하지 않는 상태에서 피고인 10이 해외법인들의 대표이사 위임장을 팩스로 송부받아 옵션계약서에 서명하였다(제1수사기록 142쪽, 166쪽, 782쪽, 당심 제8회 공판에서 증인 공소외 4가 한 진술).

(사) 한편 SK증권은 JP모건이 유상증자에 참여함에 있어 인수가를 할인하여 줄 것을 요구하자 그에 응하여 상장법인재무관리규정에 따라 20% 및 39%를 할인한 가격인 주당 4,920원으로 인수가를 결정하였고, 그에 맞추어 일정한 금리를 가산하여 만기시 풋옵션 행사가격을 주당 4.79달러(1999. 10. 14.자 옵션계약의 경우) 또는 4.97달러(1999. 11. 30.자 옵션계약의 경우)로 정하였으며, 풋옵션과 아울러 해외법인들이 주당 4.08달러 또는 4.24달러에서 시작하여 기간의 경과에 따라 연 5.5%의 금리를 가산한 금액으로 만기 전 언제든지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 약정도 포함시켰다(제1수사기록 117쪽 이하, 143쪽 이하, 190쪽 이하, 213쪽 이하, 277쪽 이하, 342쪽 이하, 775쪽 이하, 당심 제8회 공판에서 증인 공소외 4가 한 진술).

(아) 그 후 JP모건은 1억 7,000만 달러의 SK증권 주식을 인수하였는데, 인수의 조건으로 2년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주식을 처분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었다(제1수사기록 281쪽 이하, 326쪽 이하, 345쪽 이하, 384쪽 이하). SK증권의 주가는 옵션계약 체결일인 1999. 10. 14. 현재 주당 6,400원, 1999. 11. 30. 현재 주당 7,000원으로 만기시의 풋옵션 행사가격을 다소 상회하고 있었으나, 그 후 2000. 1.에 접어들면서 주당 2,000원대로 급락한 후 그 수준의 가격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제1수사기록 97쪽, 제1공판기록 636-639쪽).

(자) 또한 SK증권은 JP모건의 요구에 따라 1999. 10. 13.과 1999. 11. 26. 두 차례에 걸쳐 JP모건의 자회사인 Crombie, Shirane으로부터 합계 8,500만 달러의 CLN을 매입하여 JP모건에게 이 사건 옵션계약 중 싱가폴 법인과 관련된 주식의 이행 담보로 제공하면서, 싱가폴 법인이 이 사건 옵션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담보로 제공된 CLN의 원리금이 JP모건에 귀속되도록 하는 조건을 부기하였다(구조본 재무팀 작성 2001.자 ‘JPM Put/Call Option 계약 대응방안’ 제1수사기록 1469쪽 이하, 제1공판기록 121쪽, 127쪽). SK증권이 CLN을 매입하려면 외국환관리규정에 의하여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옵션계약 이행보증조건이 있는 경우에는 분기보고서 및 재무제표의 주석에 그 취지의 기재를 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제1수사기록 49쪽, 86쪽 이하).

(차) 구조본의 지시로 실무를 담당하던 피고인 10은 이 사건 옵션계약 체결 전에 윤순한으로부터 SK증권의 주가가 하락한 상태에서 JP모건이 풋옵션을 행사할 상황이 오면 옵션계약의 당사자가 될 해외법인들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고, 이러한 내용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에게까지 보고되었다(제1수사기록 1239쪽 이하, 1693쪽). 그럼에도 위 피고인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해외법인들도 SK줌권으로부터 옵션계약 이행시 해외법인들이 입을 수 있는 손해에 관하여 손해보전약정을 받아내거나 어떠한 담보도 취득하지 못하였고 SK증권이나 구조본에 대하여 그러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제1수사기록 1724쪽, 2020쪽, 2249쪽 이하).

(카) 피고인 10은 JP모건과 이 사건 화해계약 및 옵션계약에 이르기 전인 1999. 9. 27. 화해계약 합의의 조건이 SK증권의 이익에 반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법무법인 율촌에 의견조회를 하였고, 이에 법무법인 율촌은 소송에 의한 분쟁해결보다는 유리한 결과이고 폿옵션 및 콜옵션으로 SK증권의 자금부담을 수반할 수 있으나 계열사들이 주식을 매수하여 주는 경우에는 자금부담이 없을 수도 있으며, SK증권의 임원이 경영판단의 원칙 등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으나, 그 회신에는 SK증권의 임원들이 아닌 해외법인들의 임원들이 같은 이유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제1수사기록 1118쪽 이하).

(타) 그 후 2001. 10.경에 이르러 이 사건 옵션계약 중 미국 법인 부분에 대하여 만기가 도래했는데도 SK증권의 실제 주가가 옵션행사가격을 하회하여 손해발생이 예상되자, 미국 법인은 구조본의 요구로 만기를 1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그 소유의 1,820만 달러 상당 예금을 JP모건을 위하여 담보로 제공하였다(제1수사기록 894쪽, 896쪽). 해외법인들은 2002. 10.경 JP모건이 이 사건 옵션계약의 이행을 요구하여 오고 국내 증권거래법 및 관련 규정상 해외법인들이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의 주식을 직접 취득할 수 없게 되자 구조본이 강구한 방안에 따라 콜옵션을 행사하여 2002. 10. 15. JP모건에게 주당 4.9달러로 산정한 원래 약정금을 지급하고 SK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워커힐과 SK캐피탈로 하여금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 주식을 당시 증권거래소 장내 가격인 주당 1,535원씩 총 369억여 원에 매수하도록 하여 그 대금을 다시 JP모건으로부터 돌려받았고(제1수사기록 857 이하, 909쪽 이하, 923쪽, 1175쪽 이하), 그 차액 88,425,650달러(1,114억여 원 상당)는 해외법인들이 SK글로벌 본사의 지급보증 하에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JP모건에 대하여 부담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옵션계약에 관련된 거래를 종결하였다(제1수사기록 808쪽, 2021쪽, 2303쪽 이하, 제1공판기록 1330쪽). 워커힐은 당시 건축중이던 더블류호텔의 신축자금을 동원하여 SK증권 주식을 매수하였고(제1수사기록 3756쪽, 5245-5246쪽), SK캐피탈은 다른 곳에 투자하였던 자금을 회수하여 매수하였다(제1수사기록 3783쪽).

(파) 당시 옵션계약의 이행과 관련한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해외법인들이 JP모건에 대하여 채무불이행(default)을 하는 것도 하나의 대응방안으로 언급되기는 했으나 SK증권이 입는 불이익 외에도 해외법인들의 여타 차입금거래분에 대한 교차채무불이행(cross default) 발생, 현지법규상의 제재 및 회사 이미지의 실추, 담보로 제공된 미국 법인 예금의 대손처리 초래 등의 문제점 때문에 가능한 대응방법에서 제외되고 이에 관하여는 더 이상의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제1수사기록 1786쪽 이하, 당심 제2회 공판에서 피고인 9가 한 진술).

(하) SK증권은 2002. 10. 21. JP모건으로부터 CLN 상환대금으로 98,135,912원을 지급받아 차입금 변제 등에 전부 사용하였고(제1수사기록 246쪽, 2306쪽, 2367쪽, 당심 제2회 공판에서 피고인 10이 한 진술), 이미 CLN 매입이 공시되어 있고 SK증권의 재무구조에 타격을 받을 상황이어서 그 상환대금을 해외법인들의 손실보전을 위하여 사용할 수 없었다(제1수사기록 2366쪽 이하).

(거) 한편, 구조본과 SK증권 및 해외법인들은 옵션계약 이행 후 2002. 10.경 옵션계약에 대한 구조본의 내부문건이 언론에 의하여 공개되기 전까지 이 사건 옵션계약 체결 및 그 이행사실을 비밀로 하여 두었고(제1수사기록 1172쪽 이하), 그 후 해외법인들은 2002. 12. 12.에야 SK증권에 대하여 손실보전요청을 하여 2003. 1. 7. 당사자 사이에 합계 88,425,651.37달러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다(제1수사기록 2187쪽, 2221쪽 이하).

(2) 임무위배행위와 배임의 고의가 있는지 여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고,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 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도169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바, 이익을 취득하는 제3자가 같은 계열회사이고, 계열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한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살피건대, 해외법인의 대표이사들이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고 주가의 변동에 따라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해외법인들 자신의 사업상 필요나 수지타산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 10의 지시 내지 요청에 따라 구조본이 정해준 내용과 조건에 맞추어 해외법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업무 내지 영업목적과 무관한 이 사건 옵션계약의 당사자가 되도록 한 점, 해외법인들이 거래상대방과 거래조건을 둘러싼 흥정이나 직접적인 교섭조차 해 보지 않은 채 계약 체결 자체도 실질적으로 피고인 10으로 하여금 체결하도록 위임한 점, 해외법인들은 그 당시 과다한 부실자산의 존재, 상당한 채무 부담 등으로 경영 상태가 매우 어려웠고 실제로 JP모건에 지급한 자금도 대부분 외부로부터 차입하여 조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옵션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주가가 만기시 옵션행사가격보다 다소 높고 만기 도래 전이라도 해외법인들이 임의로 시기를 정하여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는 하나, 주가는 기업의 경영상태나 자본시장의 환경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동하는 성질을 지니는 것이고 옵션계약의 만기가 장기여서 만약 그 사이에 주가가 옵션행사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현실적 손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실제로 이에 관한 검토, 보고도 이루어진 점, 해외법인들이 이 사건 옵션계약 체결에 즈음하여 SK증권으로부터 아무런 손해보전약정을 얻어내거나 손해담보도 취득하지 못한 점, 이 사건 옵션계약을 이행한 후에도 사건의 실체가 공개되기 전까지 SK증권에 손실의 보전을 요구하지 않은 점, SK증권을 지원함으로써 SK글로벌의 해외지사격인 해외법인들이 거래계에서 얻는 신용상의 혜택이 있다고 하여도 이는 간접적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실해의 위험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미미한 이익이고 또한 그것도 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함께 누리는 이익이므로 해외법인들로서는 마땅히 다른 계열사에 대하여도 SK증권에의 지원에 동참하거나 그 지원으로 인한 손실을 분담할 것을 사전에 요구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점, 법무법인의 의견조회회신에 해외법인들의 임원들에 대한 형사적 면책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서 특별히 위법성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해외법인들의 대표이사들이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를 통하여 SK증권 및 SK그룹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고 그 행위의 결과 본인인 해외법인들이 일부 도움을 얻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SK증권에 이득을 주고 해외법인들이 실해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의사가 주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는 본인인 해외법인들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배임의 고의도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 10은 SK증권 및 SK그룹을 위하여 해외법인들의 대표이사들에 대한 지시 또는 요청의 방법으로 이러한 배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위 피고인들은 해외법인들의 대표이사들이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취득한 콜옵션을 통하여 SK증권 주식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이익을 얻고자 일종의 모험거래를 한 것이므로 이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살피건대, 위와 같은 주장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인한 손익 귀속의 주체가 손해보전약정 또는 기타의 안전장치의 효과로 인하여 해외법인들이 아니라 SK증권이라는 취지의 위 피고인들의 다른 주장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 등에게 어느 정도의 모험거래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본인과 행위자 사이의 내부관계에서 모험거래에 대한 본인의 동의가 존재하거나 적어도 본인의 추정적 승낙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배임행위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위에서 본 이 사건 옵션계약 체결의 제반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해외법인들의 동의나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해외법인들의 손해를 막을 안전장치가 있었는지 여부

(가) 먼저, 해외법인들과 SK증권 사이에 SK증권의 손해보전을 위한 구두약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일부 피고인들이 실무자들 사이에 구두로 손해보전약정이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그러한 진술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옵션계약의 체결이 해외법인의 대표기관이 아닌 SK그룹 차원에서 위 피고인들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정하여지고 그 이행도 SK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고 해외법인들의 적극적인 의사개입이 전혀 없었던 점, 실제로 해외법인들이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인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옵션계약사실이 언론에 의하여 공개될 때까지 SK증권이 해외법인들의 손실을 보전할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고, 해외법인들도 SK증권을 상대로 이러한 청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옵션계약이 공개됨에 따라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들인 ‘J방향성 검토’(제1수사기록 1702쪽 이하) 및 ‘현대중공업 사건 및 시사점’(제1수사기록 1720쪽 이하, 특히 1724쪽)에 손해보전약정이 없었던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믿기 어렵고, 오히려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사전에 구두로나마 SK증권의 해외법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손해보전약정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설사, 피고인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옵션계약의 체결에 관련된 당사자들 사이에 SK증권이 해외법인들의 손실을 최종적으로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손해보전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외법인들과 SK증권 사이의 법률관계의 실질에 따라 그러한 약정이 없더라도 구상관계가 당연히 생길 수 있는 것인데다가 그 이행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전혀 없는 점, 위에서 본 바와 같이 SK증권에 의한 자발적인 손해보전의 노력이 없었고, 옵션계약사실의 공개 이후에도 SK증권은 해외법인들의 손해를 보전해 줄 마땅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이와 같은 손해보전의 약정은 해외법인들의 손해를 막을 안전장치가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나) 다음으로, 해외법인들이 가지는 콜옵션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옵션계약에서 해외법인들이 JP모건에 대하여 기간의 경과에 따라 일정한 금리를 가산한 금액으로 만기 전 언제든지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SK증권이 JP모건과 사이에 화해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옵션계약을 포함시킨 것은 당시 SK증권에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자력이 없고 SK그룹의 계열사들에게도 유상증자에 참여할 여력이 없어서 JP모건의 추가적인 유상증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고, JP모건으로서도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투자수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손해배상금과 그에 대한 이자 상당의 돈을 확실하게 받기 위하여 이 사건 옵션계약에 이른 점, SK증권측에서는 이 사건 옵션계약에 JP모건의 풋옵션에 대응하는 콜옵션을 포함시켜 JP모건이 일정한 규모를 초과하는 투자이익을 얻을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화해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일정기간 동안 자금의 대여가 이루어진 것과 같은 실질을 가지게 된 점(SK증권으로서는 JP모건의 유상증자 참여 대신 JP모건으로부터 그 증자대금 상당을 차용하고 또 다소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한다면 8,500만 달러의 CLN 매입용도에 소요된 자금을 이용하여 JP모건에게 손해배상금 1억 달러를 당장 지급할 수도 있었을 것이나, 이러한 방법은 경영개선명령에서 지적된 SK증권의 부채비율 증가를 가져오므로 부채비율의 증가가 없는 유상증자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였고, 장차 주식시장의 활황이나 SK그룹의 계열사 재무상태의 호전으로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며 2년 내지 3년의 시간을 벌기 위하여 이 사건 옵션계약을 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사건 옵션계약 당시 SK증권의 주가가 풋옵션 행사가격을 다소 상회하고 있기는 하였으나 해외법인들은 자력에도 문제가 있거니와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의 주식을 바로 취득할 수 없는 법률상 제한이 있었고, 원래 유상증자에 참여할 능력이 없었던 국내의 계열사들로 하여금 이를 대신 취득하게 할 수도 없었던 점, 해외법인들이 주가가 풋옵션 행사가격보다 높은 시기에 콜옵션을 행사하여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의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일정한 기간 내에는 주식을 처분할 수 없는 제한 때문에 이를 보유하는 동안에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굳이 콜옵션을 먼저 행사할 이유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해외법인들이 JP모건에 대하여 가지는 콜옵션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방지할 장치가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다) 끝으로 CLN 관련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위에서 인정한 사실과 당심 제8회 공판에서 증인 공소외 4가 한 진술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SK증권이 해외법인들의 손해담보제공요구에 따라 CLN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 JP모건이 해외법인들의 옵션계약이행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여 추가로 담보를 제공하라는 요구에 따라 CLN을 매입한 점, 그 조건으로 해외법인들이 이 사건 옵션계약을 불이행할 경우 담보로 제공된 CLN의 원리금이 JP모건에 귀속되도록 되어 있었으나, 해외법인들은 JP모건에 대한 채무불이행(default)을 선언하는 경우 거래계에서 신용의 손상을 피할 수 없었고, 다른 금융기관들과 사이의 대출계약에 통상 포함되는 교차채무불이행(cross default) 조항의 적용을 받아 대출금에 대한 기한의 이익을 바로 상실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므로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JP모건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수는 없었던 점, SK증권은 이면의 옵션계약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재무제표에 CLN을 담보 목적으로 취득하였음을 주석 사항으로 기재하지 않았던 점, 옵션계약 이행의 단계에서 해외법인들은 SK증권에게 JP모건과 협의하여 CLN의 원리금으로 옵션계약을 이행하도록 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고 SK증권도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이 사건 옵션계약 이행 후 CLN의 원리금이 SK증권에 완전히 귀속된 점, 이 사건 옵션계약이 공개된 후에도 SK증권은 위와 같이 귀속된 CLN의 원리금이나 그 대체물을 이용하여 해외법인의 손실을 보전할 방도를 마련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결국 SK증권이 매입한 CLN은 해외법인이 입을 수 있는 손해를 담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4) 해외법인들이 입은 손해가 없거나 이를 산정할 수 없는지 여부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고 이로써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게 되는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이 사건 옵션계약의 체결로 인하여 본인인 해외법인들이 임의로 계약의 효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서 부담하게 되는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때에 바로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게 된다고 할 것이다.

먼저, 해외법인들이 JP모건과 사이에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할 때에 SK증권의 주가가 옵션행사가격보다 다소 높은 상태에 있었던 것은 위에서 본 바와 같으나, 주가는 기업의 경영상태나 자본시장의 환경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급격히 변동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니는 것이고 옵션계약의 만기가 장기여서 만약 그 사이에 주가가 옵션행사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현실적 손해를 피할 수 없었던 점, 해외법인들은 주식 취득자금 동원의 어려움이나 취득에 대한 법률상 제한, 주식 처분시기의 제한 때문에 풋옵션의 만기 이전에 콜옵션을 먼저 행사할 능력이나 이유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옵션계약 체결시의 주가가 옵션행사가격보다 높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인하여 해외법인들에게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다음으로, 해외법인들이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인하여 입는 ‘실해’는 옵션행사가격과 실제 주가의 차액 상당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옵션계약의 성격상 주가의 등락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다가 옵션행사시기에 이르러야 실해의 유무 및 그 규모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해외법인들이 부담하는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은 극단적인 경우 옵션행사시 실제 주가가 0원이 되면 옵션행사가격 전액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데 옵션계약과 관련된 실해 발생의 위험을 이같이 항상 주가가 0원이 될 수도 있음을 전제로 옵션행사가격 전액에 이른다고 볼 수는 없고 개별적으로 당해 주식발행 기업의 경영상태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지만, 적어도 주가가 위와 같이 원래 급변한 수 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이변이 없이 기업의 경영상태나 자본시장 환경의 자연스러운 변화에 따라 이루어지는 주가변동으로 인한 옵션행사가격과 실제 주가와의 차액 상당 손해는 원래 옵션계약에 내재되어 있던 실해 발생의 위험이 현실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옵션계약으로 인하여 해외법인들이 부담하게 된 실해 발생의 위험은 해외법인들이 옵션계약의 이행으로 입은 실제의 확정 손해와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이는 그 수액을 산정할 수 있다.

(5) SK증권이 얻은 이익이 없는지 여부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SK증권은 이 사건 옵션계약을 통하여 JP모건을 추가 유상증자에 참여시킴으로써 그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자금을 마련하게 되었고, JP모건이 유상증자에 추가로 투입한 자금은 이 사건 옵션계약에 포함된 풋옵션 및 콜옵션으로 인하여 그 실질이 SK증권에 대한 대여금의 성격을 가짐에도 풋옵션의 만기가 도래한 후 옵션계약에 담보로 제공한 CLN의 원리금을 전액 지급받으면서 JP모건의 투자금 상당액을 상환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이익을 얻었고, 이는 해외법인들이 입은 손해와 대가의 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SK증권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 10이 해외법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하게 함으로써 위 손해에 상응한 이익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6) 피고인 4가 해외법인 대표이사들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인지 여부

이 사건 화해계약 및 옵션계약에 이르는 과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JP모건과의 분쟁해결을 위하여 구조본에서 SK증권에 투입한 피고인 10을 중심으로 구조본이 소속 변호사 등 인적 지원을 하는 가운데 진행되었고, 피고인 4는 1998. 9.부터 2000. 12. 8.까지 구조본 본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피고인 10으로부터 협상경과를 보고받고 관련 회의에 참석해 온 점에다가 위에서 본 구조본의 구조와 역할, 피고인 4가 구조본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비추어 피고인 4가 이 사건 화해계약 및 옵션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구조본의 핵심인물로서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면서 해외법인 대표이사들의 배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옵션계약의 이행이 아니라 그 체결이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인 4는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이 된다고 할 것이다.

(7) 피고인 3, 6, 9가 배임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피고인 최태원 등이 해외법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하게 함으로써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겨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게 되었고, 해외법인들이 CLN을 통하거나 그 밖의 방법을 통하여 이 사건 옵션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방도가 없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이러한 상태에서 피고인 3, 6, 9가 앞서 정하여진 계약내용에 따른 이행행위에만 관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적 실행행위에 가담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피고인들은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이 된다고 할 수 없다.

(8) 소결론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 10을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그 과정에서 배임죄의 기수시기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볼 것이나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피고인 3, 6, 9를 배임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4, 5, 10과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이 사건 주식교환 부분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 7, 8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의 출자총액제한규정에 따라 2002. 4. 1.이 되면 피고인 최태원이 대주주로 있는 SK씨앤씨가 자기 순자산의 25%를 초과하여 갖고 있는 SK의 주식에 대하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SK씨앤씨가 SK를 지배하고 다시 SK가 계열사를 지배하던 종전의 SK그룹의 지배구조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자 피고인들은 SK그룹을 지휘하는 회장단 및 SK씨앤씨의 임원으로서 SK씨앤씨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부당하게 손해를 입지 않도록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반하여 피고인 최태원 소유 워커힐 주식 3,256,298주를 SK씨앤씨 소유 SK 주식 6,463,911주(총 주식의 5%)와 교환하여 피고인 최태원이 SK의 대주주로서 SK그룹을 직접 지배할 수 있게 하기로 계획을 세운 다음, 상속세및증여세법(이하 ‘상증법’이라고 한다)의 규정을 이용하여 워커힐의 주당 가격을 자산가치로 산정함으로써 과대평가하고 SK씨앤씨 소유 SK 주식은 거래가격으로 인정하여 교환하는 방법으로 피고인 최태원에게 직접 SK를 지배하는 길을 마련하여 SK그룹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그 과정에서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기로 공모하여, 자산가치로 비교할 때 워커힐 주식 3,256,298주의 가치는 SK 주식 2,355,335주 정도의 가치에 불과하고 워커힐 주식은 비상장주식으로서 시중에서 거래도 되지 않고 있어 SK씨앤씨가 소유하고 있는 SK 주식과 교환하는 경우 SK씨앤씨는 매수금액 상당의 현금유동성을 포기하는 막대한 손해가 발생함과 동시에 100억 원 이상의 법인세 등을 부담하는 손해가 발생하게 되고, 불가피하게 교환하고자 하더라도 워커힐의 적정주가에 관하여 전문회계법인이나 한국신용평가 등 전문적인 제3의 기관에 의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하고 SK 주식은 SK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할 수 있는 주식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프리미엄까지 계산하여야 하고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2002. 3. 25.경 워커힐의 적정주가에 관하여 제3의 전문기관의 평가도 받지 않고 상증법을 원용하되 위 법률이 요구하는 감정평가는 하지 않은 채 장부가격에 근거하여 임의로 순자산가치를 주당 31,150원으로 산정한 후 위 법률의 규정에 따라 30%를 할증함으로써 주당 40,495원으로 계산하여 교환거래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 다음 SK씨앤씨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고 임의로 이사들의 인장을 날인하여 이사회가 의결을 한 것처럼 외양을 갖추고, 피고인 최태원 소유 워커힐 주식 3,256,298주와 SK씨앤씨 소유 SK 주식 6,463,911주를 교환함으로써 피고인 최태원이 약 721억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SK씨앤씨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교환계약으로 인하여 피고인 최태원이 재산상 이익을 취하고 SK씨앤씨가 그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기는 하였으나, SK씨앤씨가 입은 재산적 손해를 특정할 수 없다고 하여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최태원으로 하여금 적정한 거래가격으로 교환했을 때에 비하여 그 차액에 상당하는 만큼 가액 미상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SK씨앤씨에게 그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하여 업무상배임죄만 유죄로 인정하고(그 과정에서 위 피고인들의 지위와 역할 등에 관한 공소사실을 일부 정리하여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 교환의 대상이 된 양 주식의 적정가격은 각 주식 별로 개별적으로 따지면 되고 교환가격을 반드시 동일한 기준 하에서 평가·계산할 것은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양 주식에 대하여 동일한 순자산가치로 적정교환가격을 산정하여야 함을 전제로 위 피고인들이 약 721억 원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은 재산상 손해를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다.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 7, 8

(가) SK씨앤씨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7은 공소외 6 상무를 통하여 구조본의 상무인 피고인 8로부터 이 사건 주식교환의 요청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SK씨앤씨 입장에서 그러한 주식교환 요청에 응할 것인지 여부 및 그 주식교환의 구체적인 내용의 타당성 그리고 향후 워커힐 주식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검토를 하였고 SK씨앤씨의 공소외 6 상무는 피고인 7의 지시에 따라 구조본의 상무인 피고인 8과 비상장주식인 워커힐 주식의 정당한 가치평가 방법에 관하여 논의를 하였으며, 그 결과 거래계의 선례 등에 따라 상증법상의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를 하는 것이 가장 정당한 평가기준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이에 따라 워커힐 주식에 대한 평가를 하여 거래한 것이고, 교환가격 산정기준 중 특히 SK 주식에 대한 프리미엄 인정 여부에 관한 논의를 거쳐 SK 주식에 대하여 20%의 프리미엄을 가산하기로 거래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인 흥정과정을 거쳤으므로, 피고인들에게는 배임의 의사가 없었다.

(나)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 7, 8은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인하여 법인세법소득세법에 의한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이 적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비상장 주식인 워커힐 주식에 대하여는 적정한 시가를 산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비상장주식에 관한 상증법 소정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그 주당 기초가격을 산정한 후 이에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주식에 대하여 적용하기로 되어 있는 30%의 할증비율을 가산하여 그 가격을 정하였고, 상장 주식인 SK 주식에 대하여는 거래 전일의 최종시세가액과 상증법 소정의 상장주식 평가방법에 따른 가액 중 더 고액이어서 피고인 최태원에게 불리한 전자를 택하여 이에 상증법에서 정한 20%의 할증비율을 가산하여 그 가격을 정하였는데, 거래계의 관행이나 유사기업의 주가와 비교하여도 워커힐 주식이 과대평가되거나 SK 주식이 과소평가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SK씨앤씨가 손해를 입지 않았다.

(2) 검사

비상장주식과 상장주식의 적정한 가격이나 교환비율은 무조건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상식적인 거래관계라면 형성되었을 교환비율에 따라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인한 손해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고 만약 손해액을 주당 손익가치로 평가할 경우 손해액은 더 커져 약 811억 원에 이르게 되는 것이지만 공소사실에 기재된 손해액은 두 회사의 1주당 가치를 동일기준인 자산가치로 비교한 다음, 그 차이를 당시 시가로 산정하여 손해액을 산정한 것으로서 여러 가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산정방법 중 가장 보수적으로 판단한 최소액이어서 이를 특정 가능한 손해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인한 위 피고인들의 범행에 대하여는 위 손해액을 기준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되어야 하고, 가사 주식교환 자체로 인한 손해액의 특정이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SK씨앤씨는 그 외에도 굳이 필요 없는 거래를 행함으로써 약 117억 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받을 상황이어서 그만큼의 손해를 추가로 본 것이고 적어도 이 손해액은 특정이 가능한 것이므로 이 점에서도 마찬가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적용되어야 한다.

라. 판단

(1) 기초사실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 최태원은 2002. 3. 당시 SK씨앤씨에 대하여, 자신이 49%, 특수관계인 보유주식을 합하면 100%의 주식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SK씨앤씨는 SK 주식 10.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피고인 최태원이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의 역할을 하고 있던 SK에 대하여 SK씨앤씨의 지분 및 SK그룹의 다른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 약 25% 정도의 지배주식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그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의 지위에 있으면서 SK그룹의 실질적 총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으나(제1수사기록 1203쪽, 1294쪽), 당시 시행중인 공정거래법 소정의 출자총액제한규정에 따라 2002. 4. 1.이 되면 SK씨앤씨가 보유하고 있던 SK 주식지분 10.83% 중 9.5% 가량의 주식에 대하여 그 의결권이 제한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제1수사기록 731쪽 이하, 1204쪽).

(나) 이에 위 피고인들은 구조본을 통하여, 그러한 의결권 제한을 피하고 피고인 최태원의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경영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피고인 최태원 소유의 워커힐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여 SK 주식을 매수하는 방안, 피고인 최태원 소유의 워커힐 주식과 SK씨앤씨 소유의 SK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안, SK씨앤씨의 IT사업부문 중 피고인 최태원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SK씨앤씨로부터 SK 주식을 매수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여 피고인 최태원 개인이 SK 주식을 취득하려 하였는데(처음에는 그 밖에도 워커힐 주식을 실질적으로 매각하여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검토되었으나 성사시기, 매각금액, SK 주식의 주가가 과제로 지적되었고, 시기적으로 호텔업에 대한 인기가 낮아 성사가 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여 원매자 물색단계에서 이미 포기하였다, 제1수사기록 1455쪽, 당심 제3회 공판에서 피고인 8이 한 진술), 다른 방안에 의하여는 주식 매입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없게 되자 2002. 3. 초경에 이르러 결국 주식교환의 방법을 선택하였다(제1수사기록 1183 이하, 1191쪽, 1204쪽 이하, 2445쪽 이하, 제1공판기록 1320 이하, 당심 제3회 공판에서 피고인 8이 한 진술).

(다) 이에 피고인 8이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의 지시에 따라 SK씨앤씨의 상무인 공소외 6을 통해 피고인 7에게 그러한 사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제1수사기록 1303). SK씨앤씨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7은 SK씨앤씨 측의 실무를 담당한 공소외 6으로부터 구조본 주도로 정한 방안을 보고받기는 하였으나 개별 기업인 SK씨앤씨 입장에서 주식교환의 필요성, 주식교환의 시기, 교환대상인 주식의 종목 및 수량, 교환가격 및 조건, 워커힐 주식을 취득할 경우의 문제점과 구체적인 운용계획 등에 관하여 별다른 검토를 하지 않았고, 또한 거래상대방인 피고인 최태원 측과 아무런 협상이나 흥정조차 없이 이 사건 주식교환 계약에 이르게 되었다(제1수사기록 1302쪽 이하, 1640쪽, 2447쪽, 2492쪽, 3089쪽, 3810쪽 이하, 5231쪽, 제1공판기록 188쪽, 당심 2회 공판에서 피고인 7이 한 진술).

(라) 그 후 이루어진 구체적인 주식교환의 절차 역시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8을 실무책임자로 하여 구조본에 의하여 주도되었던 바, 피고인 최태원은 당시 SK씨앤씨가 소유한 SK 주식을 최대한 많이 취득하기 위하여 소유 워커힐 주식을 전량 처분하기로 하여(제1수사기록 1182쪽), 당시 보유한 워커힐 주식 3,856,298주 중 3,256,298주를 2002. 3. 25. SK씨앤씨에 양도하고(이 사건 주식교환분, 제1수사기록 507쪽 이하), 나머지 60만 주를 2002. 3. 29. SK글로벌에 양도하게 되었는데(이 사건 주식매매분, 제1수사기록 532쪽 이하), 그 각 주식의 수량도 그 각 계약당사자들 사이의 교섭, 협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SK씨앤씨와의 주식교환에 따라 피고인 최태원이 납부하여야 할 양도소득세 등의 재원 마련을 위하여 필요한 수량의 워커힐 주식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전부 교환하기로 한 방침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었다(구조본 재무팀에서 2001. 10. 4.자로 작성한 ‘Corp 지분 인수방안’, 제1수사기록 1449쪽 이하, 1305쪽 이하).

(마) 피고인 8은 2002. 3. 초경 워커힐의 임원에게 전화로 부탁하여 워커힐의 순자산가치에 따른 주가를 산정하게 하였다.(제1수사기록 2961쪽 이하, 5243쪽, 당심 3회 공판에서 증인 공소외 7이 한 진술). 피고인 8 등은 상증법 규정에 따라 순자산가치로 워커힐의 주가를 산정하기로 하였고, 워커힐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평가함에 있어 상증법 제60조 에 규정된 방법 중 공시지가 등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에는 가격이 낮게 나오게 되므로 같은 조 제2항 , 상증법시행령 제49조 에 의하여 그 전단계 시가산정방법으로 인정된 ‘평가기준일 전후 6월 이내의 기간 중 당해 재산에 대하여 2 이상의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가액’에 의하기로 하되 시간적 제약으로 2002. 4. 1.까지 감정을 받기 어려운 관계상, 감정은 사후에 받기로 하고 우선 워커힐이 2000. 7. 1. 자산재평가법에 따라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중앙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그 보유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받아 기재한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부동산의 시가를 산정하여 그에 따른 주당 순자산가치 31,150원을 근거로 30%를 할증하여 결국 이 가액을 기준으로 이 사건 주식교환을 행하기로 하였다(제1수사기록 1659쪽 이하, 3096쪽 이하, 제1공판기록 108쪽). 이와 같이 산정된 교환가격은 피고인 최태원에게까지 순차 보고되었다(제1수사기록 1185쪽).

그 후 워커힐은 주식교환계약의 당사자도 아니면서 위 피고인들의 지시에 따라 워커힐 소유의 자산인 부동산에 관하여 2002. 4. 12. 중앙감정평가법인에 ‘주식평가’용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SK씨앤씨는 2002. 4. 19. 경일감정평가법인에 감정평가를 의뢰하였으며, 그 각 감정결과는 2002. 4. 30. 송부되었는데, 그 결과는 위 장부가액보다 다소 높았으나 대체로 유사하였다(제1수사기록 602쪽 이하, 607쪽 이하, 1662, 2974쪽 이하).

한편 워커힐 주식의 교환가격은 2001. 9.경부터 아예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30%를 할증하면 41,000원이 되는 정도로 고정시켜 둔 상태에서 이 사건 교환계약체결이 진행되어 왔었다(제1수사기록 1302쪽, 1451쪽, 1475쪽, 3089쪽).

(바) 위 피고인들은 구조본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 사건 주식교환 과정에서 구조본 실무담당자들이 작성한 ‘SK씨앤씨보유 Corp.주식과 TC(피고인 최태원을 지칭하는 것이다) 보유 W/H주식의 SWAP 검토’(2001. 9. 25.자, 수사기록 2525쪽 이하), ‘Corp. 지분 인수방안’(2001. 10. 4.자, 수사기록 2529쪽 이하) 등의 문건을 보고 받았는데, 그 안에는 주식교환을 하는 경우 대주주의 비상장주식을 고가로 하여 저가의 관계사보유 상장주식과 교환하는 것은 도덕적 비난과 상황에 따라 감독기관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제1수사기록 1453쪽, 1477쪽).

(사) 구조본에서 이 사건 주식교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던 재무팀 공소외 7과 법무팀의 공소외 8은 교환계약일로부터 불과 2일 전인 2002. 3. 23. 법무법인 율촌을 방문하여 주식교환의 구조를 설명하고 법률검토를 의뢰하여 다음날 팩스로 의견서를 제출받았다(제1수사기록 5236쪽, 5893쪽). 그 의견서에는 세법상의 부당행위계산 부인에 관한 검토 외에 SK씨앤씨의 이사들이 회사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피고인 최태원 개인의 이익이나 SK의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주식교환 거래를 행하였다는 비난을 받고 책임을 져야할 가능성이 크므로 SK씨앤씨의 이사회 결의시 매각시기 및 매각가격의 적절성 등에 관하여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본건 거래결정에 관한 합리적 이유를 최대한 강구하여 이를 이사회 의사록 등에 적절한 방법으로 기재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검토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제1수사기록 5294쪽 이하).

(아)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구조본의 주도하에 2002. 3. 25. 피고인 최태원과 SK씨앤씨와 사이에, SK 주식의 주당 교환가격은 전일 증권거래소 종가인 17,000원에 상증법의 규정에 따라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의 주식에 대한 20%의 할증비율을 가산한 주당 20,400원으로 정하고, 워커힐 주식의 주당 교환가격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산출된 주당 순자산가치인 31,150원에 30%의 할증비율을 가산한 40,495원으로 정하여 SK 주식 6,463,911주와 워커힐 주식 3,256,298주를 서로 교환하기로 하는 계약이 정식으로 체결되었다(제1수사기록 507쪽 이하, 1183쪽, 1299쪽).

(자) 이 사건 주식교환에 관한 SK씨앤씨의 임시이사회 의사록(제1수사기록 522쪽 이하)에 대표이사 피고인 7, 이사 피고인 3, 이정보 및 감사 피고인 8이 참가하여 이 사건 주식교환에 찬성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임시 이사회는 실제로 개최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의사록에 임의로 참가자들의 인장이 날인되었다(제1수사기록 1304쪽, 1643쪽, 제1공판기록 108쪽).

(차) SK는 1999, 2000, 2001회계연도에 이르기까지 매년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하여 주주들에게 일정액을 배당해 왔으나, 워커힐은 1999회계연도 이후 현재까지 배당가능이익이 계속 발생하였다고 하면서도 그 자금을 사내에 유보하여 재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실제 배당을 하지 않았다(제1수사기록 2453쪽).

(카) 워커힐은 1973. 1. 19. 관광호텔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2000. 5. 19. 주당 액면금 10,000원이던 것을 액면분할하여 5,000원으로 하는 외에는 장기간 발행주식의 총수에 변화가 없었다(제1수사기록 2424쪽). 워커힐의 재산으로는 서울 광진구 광장동 21 일대 임야와 대지 약 15만 평과 그 지상의 본관 및 부속건물이 가장 큰 자산이고 그 밖의 부동산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건물과 남양주시 화도읍 묵현리에 골프장 식당 종업원을 위한 기숙사 건물이 있다(제1수사기록 2962-2963쪽, 5241-5242쪽). 워커힐은 2000. 5. 19. 주당 액면금 10,000원이던 것을 액면분할하여 5,000원으로 하였고(그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가 800만 주가 되었다), 2000. 7. 1. 자산재평가법에 따라 부동산 등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였다.

(타) 워커힐 주식에 대한 매매 실례로는 피고인 최태원의 사촌형인 공소외 10 소유의 워커힐 주식 47,026주가 그의 처인 공소외 11에게 상속되었다가 2001. 2. 27. SK글로벌에 주당 40,650원에 양도된 사례가 있었을 뿐이고 다른 거래는 전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제1수사기록 498쪽, 580쪽).

(파) 이 사건 주식교환 당시 워커힐 주식은 자산가치평가방법에 의한 주당 순자산가치가 31,682원, 수익가치평가방법에 의한 주당 순손익가치가 5,677원 정도였고, SK 주식은 자산가치평가방법에 의한 주당 순자산가치가 43,801원, 수익가치평가방법에 의한 주당 순손익가치가 12,157원 정도였다(제1수사기록 1183쪽 이하, 제1공판기록 229쪽 이하, 268쪽 이하).

상대가치평가방법의 일종인 유사기업비교평가법에 따라 직전회계연도의 말일인 2001. 12. 31.의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대상 상장기업인 주식회사 호텔신라(이하 ‘호텔신라’라 한다) 발행 주식의 이 사건 주식교환계약 직전 거래일의 종가 12,100원을 기준으로 하여 비교 산정하면 주당 수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26,501원, 주당 자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36,700원이다(제1수사기록 436쪽 이하, 제1공판기록 978쪽 이하, 999쪽 이하). 그런데, 유사기업비교평가법은 통상 주가의 형성요인인 배당금액, 순손익액, 순자산가액의 3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하여 비교대상 기업 주식과의 상대가치를 산정하는데, 워커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1999회계연도 이래 2001회계연도에도 배당을 하지 않았으나, 호텔신라는 2000회계연도에 이어 2001회계연도에도 당기순이익 10,048,994,000원 중 7,794,742,000원을 배당하였다. 또한 워커힐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000. 7. 1.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여 2000회계연도의 순자산인 자본총계가 전년도보다 4배 가량 늘어났으나 그 기간 동안 호텔신라의 자본총계는 별 변동이 없었고, 1997회계연도와 2001회계연도를 비교하여도 워커힐은 자본금의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5배 이상 늘어났으나 호텔신라는 자본금이 2배 정도 늘어나면서 자본총계도 2배 정도 늘어났다.

(하) 이 사건 주식교환을 담당한 실무자들이나 관련된 피고인들은 비상장주식을 고가로 하여 저가의 관계사 보유 상장주식과 교환하는 것에 따른 대주주의 도덕성이 실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고(제1수사기록 1453쪽, 1477쪽), 워커힐 주식이 순자산가치에 30%를 할증한 주당 40,495원에 시중에 유통될 수는 없고, SK 주식과의 교환거래도 대가의 균형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였다(제1수사기록 1186쪽, 1189쪽, 1214쪽, 1649, 2448쪽, 2496쪽, 2522쪽, 2665쪽, 3091쪽, 3823쪽, 제1공판기록 195쪽, 1328쪽). 또한 SK씨앤씨는 그 외에도 현금 유동성을 포기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생각하였다(제1수사기록 1649-1650쪽, 2500쪽, 2667쪽).

(거) 한편, 이 사건 주식교환이 있기 전인 2000. 7. 31. SK 주식 14,699,169주를 보유하고 있던 SK글로벌이 에스케이에너지판매 주식회사(이하 ‘SK에너지판매’라 한다)를 합병하였고, 당시 SK가 SK에너지판매의 주식 71,220,193주(합병비율에 따라 SK글로벌 주식 37,205,420주로 되었다)를 소유하고 있었던 관계로 상호출자제한 문제가 발생하여 SK글로벌이 그 소유의 SK 주식을 6개월 내인 2001. 1. 31.까지 처분하여야 할 상황이 되자, 구조본 재무4팀 소속의 공소외 7 등이 피고인 8의 지시에 따라 SK글로벌 보유의 SK 주식지분 정리방안을 계획, 추진하면서 ‘GL보유 Corp지분 정리방안(2000년 8월자, 제1수사기록 2375쪽 이하), ‘주식 SWAP시기 및 관련문제 검토’(2000. 11. 24.자, 제1수사기록 2396쪽 이하), ‘Corp/GL 상호출자 해소검토(2001. 1. 5.자, 제1수사기록 2405쪽 이하)’ 등의 문건을 작성하여 위 피고인들에게 보고하였는데, 그 후 이루어진 이 사건 주식교환도 위 문건들에서 검토된 주식교환의 방안과 유사한 방법으로 실행되었다(제1수사기록 2428쪽 이하). 위 ‘Corp/GL 상호출자 해소검토’ 문건에는 호텔신라의 경우 당시 주가(4,580원)가 순자산가치(10,636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주주가 워커힐 주식을 순자산가치의 30%를 할증한 가격으로 관계사와 교환거래하는 경우 부당한 재산축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재가 포함되어 있었다(제1수사기록 2417쪽).

그 밖에 위 문건들에서는 SK글로벌 보유의 SK 주식지분 정리방안의 하나로 호주에 있는 맥컬리 투자은행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 최태원 소유의 워커힐 주식을 매도하고 그 대금으로 SK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SK 주식을 매입하려고 워커힐 주식의 양도단가를 25,932원에서 51,863원의 6단계로 나누어 각 경우에 따른 거래의 효과에 관하여 검토하기도 하였는데, 실제로는 위와 같이 산정한 가격으로 협상도 시작하지 못하였다(제1수사기록 2136쪽 이하).

(너) 한편, 피고인 최태원은 이 사건 옵션거래로 해외법인이 입은 손해를 보전하기 위하여 2002. 12. 18. 자신이 소유하는 SK증권의 주식과 함께 SK씨앤씨의 비상장주식 일부를 SK증권에 증여하였는데, 그 때 SK씨앤씨 주식은 1주당 순자산가치 167,118원, 순손익가치 339,110원, 미래현금할인법(DCF 방식)에 의한 가치 837,637원인 것을 유가증권의발행및공시등에관한규정시행세칙에서 정한 본질가치평가법에 따라 계산된 가액인 586,487원을 기준으로 산정하여 총 증여가액을 390억 원으로 정하였다(제1수사기록 989쪽 이하). 위 SK씨앤씨 주식은 원래 피고인 최태원이 1994.경 주당 400원에 취득한 것이었다(제1수사기록 2648쪽).

(2)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배임죄에 있어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며,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는 위에서 본 바와 같고, 또한 주식회사의 주식이 사실상 1인 주주에 귀속하는 소위 1인 회사에 있어서도 행위의 주체와 그 본인은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며 그 본인인 주식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배임의 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2330 판결 참조), 특정 회사의 이사가 그 회사의 이사, 주주 등 특수관계자와 사이에 교환의 방법으로 그 회사가 보유 중인 다른 회사 발행의 주식을 양도하고 그 특수관계자로부터 제3의 회사 발행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 있어서, 그 거래의 목적, 계약체결의 경위 및 내용, 거래대금의 규모 및 회사의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그것이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정상적인 거래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주로 교환거래를 하려는 특수관계자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와 같은 거래는 그 특수관계자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 사건 주식교환의 목적이 피고인 최태원으로 하여금 현금의 부담 없이 SK 주식을 취득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던 점, 피고인 최태원의 SK그룹 산하 직속조직인 구조본이 교환계약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결정하였던 점, SK씨앤씨는 이사회조차 정식으로 개최하지 않고 이사회의사록만 작성하여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있었다는 외관을 갖추는 일에 급급하였던 점, 다음에서 구체적으로 보는 바와 같이 SK씨앤씨가 이 사건 주식교환을 하여야 할 경영상의 필요나 이로 인하여 얻게 되는 이익이 별로 없었던 점, SK씨앤씨는 시장성이 높고 투자가치가 큰 SK 주식 대신 당장 현금화하기도 어려운 비상장주식을 취득함으로써 그만큼 유동성이 감소되고 아울러 현금으로 거액의 법인세를 내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 점, 실무자들이 작성하여 위 피고인들에게 보고된 각종 문건에서 사회적 비난 및 관계당국에 의한 책임추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고 위 피고인들도 스스로 거래 상대방이 피고인 최태원이 아니었더라면 이와 같은 주식교환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거나 워커힐 주식과 SK 주식은 대가의 균형이 맞지 않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구조본의 담당자들이 비록 법무법인의 법률검토를 의뢰하여 의견서를 제출받기는 하였으나 이는 교환계약일로부터 불과 1, 2일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미 거래에 관한 결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진 상태에서 합법적인 검토를 거친 외관만을 갖추려고 한 것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그 뒤에도 의견서에서 권고한 대로 SK씨앤씨의 회사이익을 고려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7이 이 사건 주식교환을 한 것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개별 법인인 SK씨앤씨의 대표이사로서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본인인 SK씨앤씨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주식교환계약 체결은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고 그 결과 SK씨앤씨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점에서 배임의 고의도 인정되며,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위 피고인들은 모두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이 된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피고인들이 SK씨앤씨의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이 사건 주식교환이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대하여 살피건대, SK씨앤씨는 공정거래법에 의한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이 사건 주식교환의 대상이 된 SK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SK 주식에 대한 효용이 감소하여 종전보다 용이하게 이를 처분할 수 있게 되었으나, ① 피고인들이 이 사건 교환계약에 이른 경영상의 필요에 관한 주된 사유로 내세우는 회사 재무구조의 개선이나 외자 유치에 유리한 환경의 조성이라는 목적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SK 주식을 처분하기만 하면 달성이 가능하므로 이를 위해 굳이 워커힐의 주식과 교환할 필요는 없다고 보이고, ② 또 다른 사유인 ‘그룹 경영권의 안정’이라고 하는 것은 개별기업인 SK씨앤씨가 아닌 SK그룹의 경영권 행사자인 피고인 최태원과 그 인사권의 범위 내에 있는 경영진의 주된 관심사이고, SK씨앤씨로서는 경영권 행사자의 투자의지나 합리성 및 창의성 등 경영능력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SK그룹의 계열사이기는 하지만 다른 계열사나 지배주주인 피고인 최태원과 별개의 인격인 SK씨앤씨가 SK그룹 전체 차원의 경영권 안정을 도모할 필요까지는 없으며, ③ 그 밖에 계열사들을 상대로 하는 영업의 비중이 크므로 그룹 경영권의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이러한 영업의 비중이 큰 것에는 계열사들의 기밀유지 등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므로 그룹의 경영권이 이전된다고 하더라도 SK씨앤씨는 당장 거래처를 잃을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영상의 필요는 가사 그 존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주식교환에 이르게 된 부차적인 동기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한편, 계열사들 상대 영업의 필요성이라는 주장은 원래 교환계약 당시에 내부적으로 검토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도 다른 주장들보다 뒤늦게 제기되었다).

(3)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가) 워커힐 주식의 가격결정의 적정성

1) 비상장주식의 거래로 인한 손해액 및 시가산정의 방법

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한 경우를 의미하므로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회사의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게 한 경우 회사에 가한 손해액은 통상 그 주식의 매매대금과 적정가액으로서의 시가 사이의 차액 상당이라고 봄이 상당하며,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에 있어서 그 시가는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나, 만약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여러 가지 평가방법들을 고려하되 그러한 평가방법을 규정한 관련 법규들은 각 그 제정목적에 따라 서로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어느 한 가지 평가방법이 항상 적용되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거래 당시 당해 비상장법인 및 거래당사자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워커힐 주식에 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최태원의 사촌형인 공소외 10 소유의 워커힐 주식 47,026주가 그의 처인 공소외 11에게 상속되었다가 2001. 2. 27. SK글로벌에 주당 40,650원에 매각된 사례가 있기는 하나 이는 특수관계인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볼 것이다. 그 외에 워커힐 주식에 관하여는 거래가격을 시가로 볼 정상적인 거래의 실례가 없으므로 비상장주식에 관하여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여러 가지 평가방법들을 고려하여 워커힐 주식의 시가를 산정할 수밖에 없다.

2) 비상장주식 평가방법 등에 의한 가격의 결정

가) 가격 결정의 전제

먼저, 일반적인 재화와 마찬가지로 비상장주식의 가격 내지 객관적 교환가치는, ① 이론적으로는 시장에서 무수한 경제주체 사이의 재화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결정되고 그 상관관계에 의하여 변동되므로 이와 같이 재화의 수급균형을 정확하게 반영한 거래조건이 있다면 이는 객관적 교환가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② 실제로는 종류와 수량이 제한된 재화의 수급관계 위에서 숫자가 제한된 경제주체들 사이에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되는 거래활동을 통하여 시장에서의 가격이 형성되므로 그 거래에 이른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강압이나 개인적인 특이한 필요가 개입됨이 없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거래의 결과는 위와 같은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시가로 시인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의 객관적 교환가치 내지 시가는 일응 적절한 평가방법의 선택으로 산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법제도는 위와 같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사적자치 내지 계약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당해 거래당사자의 고유한 거래상의 필요를 반영한 자유롭고 정상적인 교섭의 결과로 나온 가격에 대하여도 역시 당해 거래에서 형성된 적정한 교환가치로 인정하여 정당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당사자 쌍방 모두에게 차선의 다른 거래당사자와 거래했을 때 달성할 수 있었던 거래조건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정도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이 부분은 배임죄와 관련해서는 먼저 배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가려질 것이지만, 손해액을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적정 가격의 기준으로 의미가 있고, 가사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하여도 거래를 둘러 싼 제반 상황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당해 거래당사자의 고유한 거래상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최선의 거래조건이라면 그 거래조건의 적정성이 역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나)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

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로는 당해 기업의 실적과 자산을 반영한 주식의 내재적 가치, 주식 일반 또는 당해 업종에 대한 시장의 선호도, 당해 주식에 대한 시장의 특별한 선호도를 들 수 있다.

주식 가치의 산정은 기업가치의 평가를 전제로 하고 있고, 기업가치의 평가에는 자산가치평가방법, 수익가치평가방법, 상대가치평가방법의 3가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각 평가방법들도 어떤 요소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더 세부적인 평가방법으로 나뉘게 된다.

자산가치평가방법 및 수익가치평가방법은 당해 기업의 재무상태나 영업실적을 직접 반영하여 기업 내지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점에서 장점이 있고, 주식 또는 동일 업종이나 당해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실제 선호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에서 단점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두 가지 방법을 종합하면 일정한 경우에 주식의 수급과 내재적 가치의 실현 측면을 반영한 가격의 형성범위를 일단 파악할 수 있다.

즉, 재화의 가격 내지 교환가치(P)는 그 수급균형이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결정되므로 공급 측면(즉, 그 재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에 중점을 두어 파악한 주식의 자산가치(X)나 수요 측면(즉, 그 재화를 이용하여 누릴 수 있는 효용)에 중점을 두어 파악한 주식의 수익가치(Y)가 바로 가격으로 되지는 않고 그 수급균형이 이루어지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이를 일응 수식으로 표현하면 X = Y = P로 된다). 만약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어 다시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주식의 가격은 실현되는 가치의 크기를 의미하므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라는 내재적 가치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는 전혀 다른 방식을 통하여 실현되므로 기업의 자산 전부 또는 대부분이 영업활동에 사용되는 경우에 주식이 갖는 자산가치 전부 또는 수익가치 전부를 실현하고자 하면 다른 가치의 실현은 전부 포기하여야 하고, 그 일부를 실현하는 경우에도 그에 상응한 다른 가치의 일부를 포기하여야 한다. 즉, 수익가치는 그 실현이 영업활동의 지속을 조건으로 하고, 자산가치는 그 실현이 영업활동의 중단을 조건으로 하므로 한 쪽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다른 한 쪽의 가치 실현을 포기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한 쪽의 가치 실현을 포기하는 것은 다른 가치의 실현을 선택하는 관계에 있게 된다.

위와 같이 수급균형이 이루어진 지점에서 일정한 가격(P)을 지불하고 주식을 취득한 소유자는 가치실현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면 어느 한 쪽의 가치 전부 혹은 적절한 조합을 통하여 자산가치 또는 수익가치 한 쪽의 일부분을 실현할 수 있다(즉, P = X = Y의 방식으로 가치실현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만약 주식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일치하지 않다면 합리적인 주식의 소유자로서는 그 중 높은 가치쪽을 선택할 것이므로 그 지점에서 주식의 가격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즉, P = Max(X, Y)로 된다}.

그러나, 영업활동의 지속 또는 중단이 가치실현의 조건을 이루고, 이러한 조건을 주식 소유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면, 주식소유자가 실현할 수 있는 가치 및 그 대가인 가격은 각 조건의 가능성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양 쪽의 가치실현의 가능성이 같다면, 즉 기업의 영업활동 지속의 가능성과 영업활동 중단의 가능성이 같다면 그 주식의 가격은 두 가치를 단순 산술평균한 값과 같게 된다{즉, P = (X + Y)/2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 쪽의 가능성이 개별기업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따라서 실제로는 P = (aX + bY)/(a + b)로 된다. a, b는 가치실현의 가능성을 반영한 상대적 가중치를 나타내는 상수}.

즉, 영업활동을 지속하는 계속기업의 경우에는 수익가치의 실현가능성이 높으므로 수익가치가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된 지표{즉, b/(a + b)가 1에 가깝게 된다}가 되고, 영업활동을 중단하는 청산기업의 경우에는 자산가치가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는 주된 지표{즉, a/(a + b)가 1에 가깝게 된다}가 되며, 다만 실제로 영업활동을 계속 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에도 자산의 일부를 처분하거나 담보로 활용(이 경우에는 잠정적으로 자산가치가 실현된다고 할 것이나 자산 처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금융비용이 그 상당 수익가치를 상쇄시키고 있고, 만약 금융비용이 수익가치를 전부 상쇄시킨다면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잃게 된다)하여 자산가치를 실현할 수도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늘 청산의 가능성을 안고 있으므로 자산가치 역시 계속기업 주식의 가격 결정에 제한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친다{즉, a/(a + b)가 0이 되지는 않고, 기업의 자산가치 실현이나 활용의 가능성 등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a, b의 값이 달라진다}.

한편, 과세표준 산정에 사용되는 상증법의 보충적 평가방법도 시가 산정에 있어 하나의 기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중 위 피고인들이 워커힐 주식 가격의 산정에 사용하였다는 2003. 12. 30. 개정전 상증법의 보충적 평가방법의 하나인 순자산가치법은 기업평가방법 중 자산가치평가방법의 일종으로 위와 같이 가격의 결정에 작용하는 한가지 측면의 요소만을 고려한 평가방법(즉, P = cX라는 전제에 입각하고 있다, c = 1, 1.2, 1.3)이고 주식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핵심 요소를 모두 배제한 채 가격이 순자산가치와 일정한 비례의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의제하고 있으며, 특히 계속기업의 경우에 자산가치는 주가 형성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부차적인 지표여서 그 산정결과를 객관적 교환가치로 볼 수 없다. 실제로도 특수관계인 사이의 특별한 목적에 의한 재화의 이전이 아니라면 독립적인 경제주체 사이의 거래에서는 상증법의 위와 같은 평가방법이 가격결정방법으로 잘 쓰이고 있지 않고 있다. 그 밖에 법령상 자산가치평가방법과 수익가치평가방법을 조합하여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일정한 가중평균치를 비상장주식의 주가로 인정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 역시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소를 배제한 것인데다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상대적인 가중치를 고정하고 있어서(즉, 위에서 본 a, b를 대개 각각 2, 3 또는 그 역으로 정하고 있다), 그 결과를 실제 거래에서 통용될 수 있는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로 보기 어렵다. 법령에서 이러한 획일적인 평가방법들을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 평가방법에 따른 결과를 바로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치로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일정한 재화의 이전에 관련된 세금부과나 행정규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 재화의 가격산정이 반드시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증법에서 채택되고 있는 위 순자산가치법은 위와 같이 그 결과 자체를 객관적 교환가치로 보기 어렵기는 하지만 같은 법에서 채택되고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수익가치평가방법의 일종인 순손익가치법과 함께 그 밖의 평가방법들보다 기초자료 및 산정방법이 단순하여 평가자의 주관적인 개입을 줄이고 객관성을 유지하기에 용이하고 각자 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소 일부씩을 잘 반영하고 있어서 기업가치에 관한 기본적인 평가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주식의 내재적 가치에 바탕을 둔 가격 형성에 관한 분석의 기초가 되는 계량화된 수치를 비교적 손쉽게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상대가치평가방법은 비교가 될 사례를 수집하거나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다른 유사 상장주식을 기준으로 당해 주식의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앞의 두 가지 방법에 비하여 주식이라는 자산 내지 당해 업종의 주식에 대한 시장의 실제 선호도가 반영되므로 시가에 근접할 수 있는 가장 실증적인 방법이지만, 비교대상의 선정이 적정하여야 평가결과에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고, 당해 주식에 대한 시장의 특별한 선호도를 반영하지는 못한다.

시장의 주식 일반 또는 당해 업종의 주식에 대한 선호도나 당해 주식에 대한 선호도는 모두 이를 특정할 수는 없으나 엄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한다면 일정한 범위 내의 수치로 계량화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러한 분석을 통하지 않더라도 비교대상 주식들의 특성과 거래상황에 비추어 당해 주식의 시가를 비교의 결과로 나온 상대적 가치보다 높일 것인지 아닌지와 어느 정도로 높일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는 있다.

다) 평가방법에 기초한 워커힐 주식 가격의 산정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워커힐은 전통산업에 속하는 호텔업을 주된 사업의 영역으로 하고, 그 자산의 대부분이 영업활동에 사용되고 있으며, 정보기술산업을 영위하는 법인과는 달리 부동산 등 고정자산이 많고, 매출액에 비례하여 영업용 자산의 유지, 관리비와 인건비가 많이 소요되는 사업의 특성을 지니고 있고, 현재 창업 후 약 30년이 경과하여 사업이 안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은 일반적인 기업의 평가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인 순자산가치법과 순손익가치법을 종합하여 그 주식의 내재적 가치에 바탕을 둔 가격을 산정하기에 적합한 것이고, 실제로 독립적인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 주식의 가치평가에 기초하여 거래가격을 정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일반적인 방법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하였을 것으로 여겨지며(적어도, 다른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위 평가방법들에 반영되어 있는 주가 결정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거래가격을 결정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 외에 다른 평가방법을 취하였을 것이라고 볼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더하여 상대가치평가방법의 일종인 호텔신라와의 유사기업비교평가법에 의한 수정을 거치고 그 밖에 영향을 미칠 개별적인 요인을 참작하는 방식으로 비상장주식인 워커힐 주식의 교환가치에 관한 추정치를 산정하거나 특정 수준과의 비교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먼저, 위와 같은 평가방법을 적용한 워커힐 주식의 교환가치에 관하여 살펴 본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워커힐 주식의 내재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주당 가격은 위에서 본 원리에 비추어 계속기업 주식 가격의 주된 지표인 워커힐 주식의 순손익가치 5,677원을 기준으로 하되 자산가치가 수익가치보다 상당히 크므로 그 영향을 받아 수익가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는 있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순자산가치 31,682원에 가까울 정도까지 높아진다고는 할 수 없다. 만약, 거래 당사자가 기업의 이러한 내재적 가치에 바탕을 둔 교환가치에 특히 중점을 두어 거래를 하는 경우라면 실제 거래조건도 위와 같이 결정된 가격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이 행하는 거래활동의 결과로 형성될 것으로 추정되는 상대가치는 이 사건 주식교환 전 2001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비교대상 상장기업인 호텔신라의 주식과 주당 수익을 비교했을 때가 26,501원, 주당 자산을 비교했을 때가 36,700원이므로(이 수치는 변호인들이 낸 자료를 바탕으로 이 법원이 계산한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변호인들의 주장과 같다), 만약 거래 당사자가 기업의 내재적 가치에 기초한 교환가치보다 시장에서의 선호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실제 가격은 위 두 수치를 일정한 가중치로 산술평균한 범위 내에서 정해질 수도 있을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유사기업비교평가법은 통상 배당금액, 순손익액, 순자산가액의 3가지를 주가의 형성요인으로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산정한 개별 상대가치를 종합하여 단일한 상대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배당을 하지 않은 워커힐의 주식은 당기 순이익의 70% 이상을 배당한 호텔신라의 주식에 비하여 종합적인 상대가치를 저감할 요인이 있고, 비교시점 워커힐의 자본총계는 증자나 이익잉여금의 적립이 아니라 2000. 7. 1.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효과로 장부상 그 전보다 4배 정도 증가한 것이므로 그 무렵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호텔신라의 자본총계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부풀려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 주당 자산을 비교하여 산정한 상대가치는 적절한 비교기준이 될 수 없고, 결국 개별 상대가치 가운데 주당 수익을 비교한 상대가치 26,501원만이 비교기준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그 밖에 워커힐 주식의 주당 가격을 상승시킬 경제주체들의 특별한 선호요인이나 비교대상 유사기업인 호텔신라보다 우월한 요인은 찾아볼 수 없다.

워커힐 주식의 평가와 관련하여 위 피고인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① 수익가치를 산정함에 있어서 순손익가치법이 아니라 DCF 방식을 사용할 수 있고 그 방법으로 산정한 주가는 38,162원 내외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이에 부합하는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고 있다.

살피건대, 위 평가방법은 미래에 영업활동을 통하여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현금흐름을 기초로 현재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어서 주가산정에 있어 주로 미래의 수익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정보기술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가치분석방법으로 적합한 것일 뿐 이미 성장단계상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미래의 수익이 고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전통산업인 워커힐의 사업특성에 맞는 적정한 평가방법이라 할 수 없고, 거래계에서도 전통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가치분석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으며, 위 감정서상의 수치도 전적으로 워커힐에서 제공한 자료와 낙관적인 전망에 의거하여 산정한 것이므로 그 결과에 객관성과 신뢰성이 부족하여 이를 적정한 수익가치라고 할 수 없다.

② 실제 거래사례인 하이야트 호텔을 운영하는 서울미라마 주식회사(이하 ‘서울미라마’라고 한다)의 주가 16,000원을 기준으로 순자산가치, 당기 순이익 등을 비교할 때 워커힐의 주가는 과대평가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록에 있는 참고자료 13(제1공판기록 489쪽 이하), 14(제1공판기록 500쪽 이하)의 각 기재에 의하면 1998. 8. 중순 하이야트 호텔을 운영하는 서울미라마의 지분 49%가 약 630억 원에 매각되어 주당 16,000원 정도에 거래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거래는 이 사건 주식교환보다 약 3년 7개월 전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 사건에서 워커힐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거래를 둘러싼 제반 사정도 알 수 없고, 자산재평가로 인한 영향으로 자본총계에 편차가 엿보이는 점은 호텔신라와 비교한 경우와 같다).

다음으로, 이 사건 주식교환의 쌍방 당사자들의 각 주관적 사정을 살펴 본다.

이 사건 주식교환의 일방 당사자인 SK씨앤씨가 워커힐의 주식을 취득함으로써 얻는 회사 자체의 효용은 다른 경제주체에 비하여 크지 않다. 오히려 워커힐 주식의 40.9%의 지분을 취득하였음에도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점은 다른 경제주체들보다 매우 불리하다. 만약 SK씨앤씨가 사업상 호텔업종의 주식을 취득할 필요가 있었다면 워커힐과 유사한 상장 또는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취득하여 의결권까지 행사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다.

상대방인 피고인 최태원 측에서도 보더라도, 거래를 검토한 담당자들이 워커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거래조건을 흥정하다가 너무 조건이 좋지 않아 일찍 포기하였고 매각은 시장상황이 나빠 시도해 보지도 못하였다거나, 워커힐 주식의 가치가 과장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당시 워커힐 주식을 SK 주식의 취득에 필요한 가격으로 타처에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워커힐의 주가는 그 주식 자체의 내재적 가치에 기초한 교환가치의 수준, 거래계 유사기업 주식과의 상대적인 가치, 교환계약 당사자들의 거래 필요성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30% 할증하기 이전의 가격마저 적정가치를 상당하게 초과하여 과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주당 단가는 거래량이 클수록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수백만 주의 비상장주식이 문제된 이 사건에서 그 적정성은 매우 엄밀하게 평가되어야 마땅하다(325만 주의 거래이므로 주당 5,000원의 차이가 있어도 162.5억 원의 거래액 차이가 생김). 더구나 SK씨앤씨로서는 다른 곳에 할증액을 반영한 가격으로 전매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주식에 대하여 30% 할증한 대금을 지급하고 취득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 사건 주식교환에 있어서 워커힐의 주식은 과대평가되었음이 분명하다.

라) 거래당사자의 거동에 비추어 본 워커힐의 주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의 법제도는 당해 거래당사자의 고유한 거래상의 필요를 반영한 자유롭고 정상적인 교섭의 결과를 정당한 것으로 승인하는 사적자치 내지 계약자유를 보장하고 그 내용으로 계약내용 결정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어서 독립적인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거래조건이 쌍방의 개별적인 의사의 합치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지만, 특수관계인들 사이에서는 정상적인 교섭 없이 어느 일방이 제시한 바에 따라 거래조건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관계인들의 내심의 의사 속에도 거래의 적정에 관한 나름의 인식과 판단이 있을 수 있고, 이는 곧 독립당사자 사이의 거래였다면 가졌을 개별적인 의사의 내용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특수관계인들 사이의 거래가 그 특수관계인들 및 그 거래와 관련하여 특수관계인을 보조했던 관계자들의 인식과 판단에 비추어 어느 한쪽 특수관계인에게 일방적으로 이익을 주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이러한 사실에 기초하여서도 당해 거래조건이 적정을 잃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주식교환의 당사자들이나 관련 실무자들이 모두 워커힐 주식이 순자산가치에 30%를 할증한 주당 40,495원에 시중에 유통될 수는 없고 SK 주식과의 교환거래도 대가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인식과 판단을 하고 있었던 것이므로, 워커힐 주식은 이 점을 근거로도 벌써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첨언하건대, 위와 같은 사적자치의 원칙상 비상장주식의 거래에 있어서 거래조건 결정의 전제가 되는 평가방법의 선택도 원래는 거래당사자의 의사에 맡기고 이에 대한 사법심사는 자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비상장주식은 평가방법이나 평가자에 따라 수 배 내지 수십 배의 가격차이가 발생하기도 하는 평가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고, 만약 회사의 지배주주가 이러한 문제점을 특수관계자 사이의 거래에 악용한다면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은 아무런 장애 없이 손쉽게 막대한 이익을 얻고 이는 곧 지배를 받는 회사나 소수주주 또는 채권자 등의 피해로 돌아가게 되어 결국 자원의 적정한 배분을 막고 경제정의를 해친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비상장주식과 관련된 거래조건 결정의 전제가 되는 주식 평가방법의 선택에 관하여 거래당사자들의 선택을 일단 존중하되 그 선택이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이에 대한 사법심사가 불가피하다.

이 사건에서 위 피고인들이 특수관계인 사이에 거래조건을 정하는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상증법의 순자산가치법에 의한 보충적 평가방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과세관청이 과세표준을 정하는 관점에서 사용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그 과세의 목적을 위하여는 반드시 단일한 수치로 표시된 재화의 가격을 정할 필요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규정한 방법에 불과하여 적정 교환가치를 산정함에 적합하지 않으며, 실제로 거래계에서 독립당사자 사이의 거래에 잘 사용되고 있지도 않으므로 거래당사자 사이에 일반적으로 거래조건을 정할 기준이 되는 평가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과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세관청이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을 통하여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① 기준이 될 거래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해 거래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이지 않을 때에만 적용할 수 있는 평가방법이고, ②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증책임을 과세관청이 부담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0. 3. 13. 선고 88누2861 판결 등 참조), 과세대상 거래의 주체들은 기준이 될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라도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당해 거래의 적정이 유지되도록 하고 이에 따른 세금만을 납부하면 되므로 감세의 목적이 아니라면 적정한 거래에 따른 세금의 과중한 부담을 우려하여 위 보충적인 방법을 따라 거래를 실제로 하여야 할 이유는 없다(당해 거래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이어서 거래가격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로는, 1987. 5. 26. 선고 86누408 판결 , 1989. 10. 13. 선고 88누10640 판결 , 1992. 10. 27. 선고 92누1971 판결 등 참조). 실제로 위 피고인들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최태원이 이 사건 옵션거래로 해외법인들이 입은 손해를 보전하기 위하여 SK씨앤씨의 비상장주식을 SK증권에 증여할 때에 상증법에 따라서 그 가액을 산정하지 않았다(비상장주식의 유상거래에 대하여는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상증법이 적용되지만 위와 같은 증여의 경우에는 상증법이 직접 적용되는 것이다). 결국, 위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이 어떤 관행을 행위규범으로 삼으려면 먼저 그 관행의 근거와 정당성을 따져보아야 하는 것이고, 거래의 결과에 대하여 부과되는 세금 산정의 기준이 있다고 하여 이를 당해 거래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에 불과하다.

(나) SK 주식의 가격결정의 적정성

1) SK 주식은 거래 무렵 공개시장에서 형성된 1주당 단가가 있으므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기준으로 하여 시가 내지 적정가치를 산정하여야 한다. 다만, 자산 총액이 수십조 원에 이르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가 되기에 족한 주식지분의 거래이므로 비록 그 지분의 취득 자체로 경영권을 취득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최대주주의 지위에서 평상시 혹은 경영권 분쟁 등 특별한 상황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에 상응한 프리미엄이 가산되어야 하고, SK그룹의 자산규모에 비추어 시가 기준으로 한 총액이 1,000억 원을 약간 상회하는 이 사건 SK 주식에 대하여 20%의 프리미엄(즉, 200억 원 정도)을 가산한 것은 그 비율이 과다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다. 설사 20%의 비율이 과다하다고 하더라도 워커힐 주식에 대한 할증율 30%보다 낮은 비율의 프리미엄을 가산한 것이므로 워커힐의 주식을 기준으로 볼 때는 그 SK 주식의 가치가 과소평가된 것이 분명하다.

2) 피고인 최태원은 SK그룹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SK씨앤씨 보유의 SK 주식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프리미엄을 지불할 이유가 있었고, 다른 방법으로 같은 물량의 SK 주식을 취득할 경우 이보다 더 적은 비용을 지출할 수는 없었다고 보인다.

피고인들은, 피고인 최태원이 SK 주식의 취득을 위하여 시장에서 시가에 따라 충분히 매집할 수 있고, 실제로 외국계 투자회사인 크레스트 시큐리티즈가 SK 주식 14.99%를 시장에서 취득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나 기타 추가비용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최태원도 SK 주식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할 이유 없다고 주장하나,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대량으로 취득하는 것과 공개시장에서 소량을 계속 매집하는 것은 거래조건과 상황에 큰 차이가 있어 서로 비교하기 어렵고, 피고인들은 그 주장의 근거로 위 크레스트 시큐리티즈가 2003. 3. 26.부터 2003. 4. 2.까지 SK 주식 10,968,730주(8.64%) 매집하였음에도 주가는 8,000원 대로 거의 변동이 없었던 점을 들고 있으나, 위 기간은 갑자기 SK글로벌의 천문학적 부실과 회계분식이 드러나 SK그룹 계열사들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손상되었고 피고인 최태원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 구성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상황에 처하는 등 사실상 경영권 행사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 SK그룹 및 지주회사 SK에 대하여 시장이 극도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였고, 그나마 크레스트 시큐리티즈의 대량매집으로 인하여 당시 SK 주식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므로 크레스트 시큐리티즈가 대량매집에 따른 추가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SK씨앤씨로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보유하고 있는 SK 주식을 반드시 시급하게 처분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른 원매자를 물색하거나 장내 매도의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으므로 통상적인 수준의 프리미엄이나 적정한 가격수준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주식교환에 있어서 워커힐 주식의 가액은 반대급부인 SK 주식의 객관적인 가액에 비하여 상당히 과대평가되었고, 거래당사자들의 고유한 필요를 고려하더라도 적정한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 사이에 엄존하고 있는 유동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인데, 일반기업의 경우 투자활동이나 영업, 재무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쳐 현금 유동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사항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유동성 차이에서 생기는 SK씨앤씨의 재산상 손해를 추가로 인정할 수 있다. 다만, SK씨앤씨의 법인세 상당 손해는 원래 법인이 거래로 이익을 얻었을 때 법인세를 당연히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거래로 인한 손익과 별도로 다룰 것이 아니므로 별도 손해로 인정할 수 없다.

(4)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 7, 8이 공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SK씨앤씨에 대한 배임행위를 함으로써 손해를 입게 한 것은 인정되지만 SK씨앤씨가 그로 인해 입은 재산적 손해액은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 중 위 피고인들이 SK씨앤씨에게 약 721억 원의 재산적 손해를 가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위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바, 가액 미상의 재산적 손해를 가하였다는 업무상배임의 점은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

따라서,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상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하고(다만, 이 법원은 SK 주식과 워커힐 주식 사이의 현금 유동성 차이에서 생기는 SK씨앤씨의 손해를 추가로 인정하나, 이 부분 역시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손해인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은 무죄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위 피고인들과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이 사건 주식매매 부분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 5, 6, 8, 9는, SK그룹을 지휘하는 회장단 및 SK글로벌의 임원들로서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발생한 피고인 최태원의 양도소득세를 마련하기로 공모하여 2002. 3. 29.경 피고인 최태원 소유의 워커힐 주식 60만 주를 이 사건 주식교환 부분에서 본 것과 같이 주당 40,495원으로 평가한 다음, 당시 투자 및 영업상의 손실로 인하여 재무상태가 극히 좋지 않은 SK글로벌로 하여금 24,297,000,000원에 매수하게 함으로써 피고인 최태원으로 하여금 매도금액 상당의 현금 유동성 취득으로 인한 이익과 함께 실제 시장가치보다 고평가된 가액에 그 주식을 매도하여 그 차액에 상당하는 가액 미상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SK글로벌에게 매수금액 상당의 현금 유동성 포기로 인한 손해와 함께 적정한 거래가격보다 고평가된 가액에 그 주식을 매수하여 그 차액에 상당하는 가액 미상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 5, 6, 8, 9의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5, 6은 투자수익 등 SK글로벌 자체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워커힐 주식을 매수하였으므로 그 주식매매는 SK글로벌에 대하여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닐 뿐 아니라, 위 피고인들은 실제 피고인 최태원에게 이익을 주고 SK글로벌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없었다.

(2) 이 사건 주식매매를 위하여 산정된 워커힐 주식의 가격은 이 사건 주식교환에 적용된 가격과 동일하고, SK글로벌은 이 사건 워커힐 주식을 매입하면서 동종업계 상장회사인 호텔신라의 주가와 워커힐의 주식 가치를 상호 비교하면서 필요한 검토를 다하였고, 그 결과 워커힐 주식의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워커힐 주식을 매입하였으며, 실제로 그 주식매매가액이 전혀 과대평가되지 않은 이상 피고인 최태원의 양도소득세를 마련해 주기 위하여 SK글로벌이 워커힐 주식 60만 주를 매수해 주었다고 하여 손해를 입은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주식매입은 SK글로벌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들의 충분한 토의 및 검토를 거쳐 결정되었고, 당시 SK글로벌은 유동성이 아주 풍부하였으므로 유동성 상실로 인하여 어떠한 손해도 입지 않았다고 할 것인바, 결국, SK글로벌은 본건 워커힐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다.

다. 판단

(1) 기초사실

(가) 피고인 최태원은 이 사건 주식교환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이 워커힐 주식과 SK씨앤씨 소유의 SK 주식을 교환함에 따라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2002. 3. 29. SK글로벌에게 위 주식교환에서 제외된 워커힐 주식 60만 주를 매각하였다(제1수사기록 1305쪽, 제1공판기록 109쪽).

(나) 위 매각은 원래 구조본에서 피고인 최태원의 승인을 받아 마련한 계획에 따라 피고인 8이 SK글로벌의 피고인 9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매입을 요청하고, 피고인 9가 피고인 5, 6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 요청에 응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제1수사기록 1305쪽 이하, 2028쪽, 2309쪽 이하).

(다) 피고인 8은 이 사건 주식교환에서 정하여진 주당 40,495원씩에 매입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SK글로벌에서는 워커힐 주식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상대방과 흥정을 하거나 주식가격의 적정성을 알아보려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아니하고 구조본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서 그대로 매입하였다(제1수사기록 1307쪽, 2029쪽 이하, 2141쪽 이하, 2504쪽, 2670쪽).

(라) SK글로벌에서 이 사건 주식매매에 관하여 이사회결의가 있기는 하였지만, 피고인 5, 6, 9는 실제로는 피고인 최태원의 요청에 의하여 주식을 매입하는 것임에도 이를 숨기고 다른 이사들에게 워커힐과 거래관계가 있고 사업분야 확장으로 투자가치가 있어서 주식을 매입하게 되었다는 다른 이유를 내세웠다(제1수사기록 2029쪽).

(마) 이 사건 주식매매에 관련된 SK글로벌의 담당자들은 워커힐 주식의 가격산정이 합리성을 잃었고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주식을 위와 같은 가격으로 매입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였다(제1수사기록 2030쪽, 2311쪽, 2313쪽).

(바) 당시 SK글로벌은 분식회계문제로 자금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현금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여 매입대금 243억 원 상당을 비상장주식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제1수사기록 2034쪽 이하, 3105쪽, 3226-3227쪽). 실제로 2003. 2.경 SK글로벌의 분식이 노출되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에 SK글로벌은 이 사건 주식매매로 취득한 워커힐 주식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였다(당심 제3회 공판 중 피고인 9가 한 진술).

(2) 임무위배 및 배임의 고의와 손해가 있는지 여부

배임죄에 있어서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 및 배임의 고의와 재산상의 손해의 의미 및 비상장주식의 시가 산정에 관한 법리는 앞서 본 바와 같고, 한편 비상장주식의 실거래가격이 시가와 근사하거나 적정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여 실거래가격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가 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있어서도, 그 거래의 주된 목적이 비상장주식을 매도하려는 매도인의 자금조달에 있고 회사가 그 규모 및 재정 상태에 비추어 과도한 대출을 일으켜 그 목적달성에 이용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그와 같이 비상장주식을 현금화함으로써 매도인에게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반대로 회사에 그에 상응하는 재산상의 손해로서 그 가액을 산정할 수 없는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위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과 앞서 이 사건 주식교환 부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함께 살피건대, SK글로벌이 피고인 최태원으로부터 워커힐 주식을 매수하게 된 목적 내지 동기 자체는 피고인 최태원 개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부담하게 될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었고 SK글로벌의 입장에서는 워커힐의 주식을 매수할 필요나 이유가 없었던 점, 그 주식매수에 있어 가격, 수량, 시기 등 모든 구체적인 조건들이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3의 지시에 따른 구조본의 요청에 의하여 전적으로 결정되었던 점, 워커힐 주식의 가격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과대평가되었고 SK글로벌로서는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물량인 총 주식의 7.5%에 해당하는 60만 주를 매수하면서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하여 지급할 이유는 더욱 없었던 점, 당시 SK글로벌에 시재금이 다소 있었다고 하더라도 SK글로벌은 부실이 심각하여서 항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그 후 SK글로벌의 부실 및 회계분식이 노출되어 유동성 위기를 겪었을 때에 이 사건 주식매매로 취득한 워커힐 주식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 5, 6, 9는 SK글로벌의 대표이사 부회장, 사장 또는 임원으로서 본인인 SK글로벌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위배행위를 하여 피고인 최태원으로 하여금 매도금액 상당의 현금 유동성 취득으로 인한 이익과 함께 실제 시가와의 차액에 상당하는 가액 미상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SK글로벌에게 이에 상응한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위 피고인들의 이 부분에 관한 주장은 이유없다.

5. 이 사건 금전대여 부분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2는 주식회사 아상(이하 ‘아상’이라 한다)이 SK글로벌의 지급보증을 받아 운영자금 등을 차입하여 오던 중 1980.경 이전에 이미 사업부진으로 자본이 완전히 잠식된 상태에 이르고, 또한 1980년대 중반부터 차입원리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1997. 말경에는 단기차입금 누적액이 약 3,381억 원, 이월결손금 누적액이 약 3,031억 원, 단기차입금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이 약 600억 원에 달하는 등 사실상 파산상태였으므로 더 이상 거액의 자금을 차입하더라도 이를 변제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인 SK해운의 여유 자금을 아상에 대여하면서 SK해운의 대표이사로서 자금대여 상대 기업의 사업전망, 유동자산 및 부채현황 등 차입금의 변제능력을 면밀히 검토하여 대여금의 규모와 조건을 결정하지 않고 충분한 담보를 확보하는 등 대여금의 회수에 필요한 조치도 강구하지 않으면서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않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1998. 5. 30.경 200억 원을, 같은 해 6. 3.경 390억 원을, 같은 달 26.경 1,902억 원을 각 송금하는 등 총 3회에 걸쳐 합계 2,492억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아상에 송금함으로써, 아상으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SK해운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피고인 2의 항소이유의 요지

SK글로벌은 SK그룹의 모회사로서 SK해운의 2대 주주이며 SK해운의 용선료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여 1998. 말 기준으로 그 용선료 미지급분이 126,853,533달러에 달하고 SK해운이 건조하는 선박들에 공동 선박건조자로 참여하는 등 SK해운과 영업 및 재무의 측면에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고, SK글로벌이 지급보증을 한 아상의 부도는 바로 SK글로벌의 부도 및 SK그룹 전체를 부도에 이르게 할 위험이 있었다. SK해운은 1998. 15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의 선박금융을 도입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선박금융 계약서에는 모두 SK해운이 당해 계약 이외의 다른 계약분에 대하여 일정한 규모 이상의 채무불이행을 하는 경우에는 당해 계약의 채권자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교차채무불이행 조항이 있어서 SK글로벌의 부도로 SK해운이 일부 계약상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그 채무불이행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나머지 계약 채권자들도 일시에 조기상환을 요구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어 SK해운도 부도를 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피고인 2는 SK글로벌의 부도를 막고 나아가 SK해운의 부도를 막기 위하여 아상에 자금을 대여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SK해운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도 이익이 되었으므로, 피고인 2가 한 아상에 대한 자금대여는 아상의 부실문제에 관한 다른 해결방법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SK해운을 위한 고도의 경영판단에 기한 것으로서 SK해운의 대표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피고인 2는 SK글로벌이 IMF 위기상황만 벗어난다면 SK글로벌로부터 대신 충분히 변제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상에게 금원을 대여한 것이므로 피고인 2에게 SK해운에 대한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다. 판단

업무상배임죄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의미 및 배임의 고의에 관한 법리와, 특히 이익을 취득하는 제3자가 같은 계열회사이고 계열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한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관련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금전대여 당시 아상은 사실상 파산상태였으므로 거액의 자금을 차입하더라도 이를 변제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제2수사기록 1303쪽, 2507쪽, 2842쪽 이하, 제2공판기록 74쪽), 피고인 2는 채권회수에 충분한 담보를 확보하지도 아니하고 이사회의 결의 절차도 밟지 아니한 채 아상에 SK해운의 자본금 전액과 대등한 정도인 2,492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대여한 점(제2수사기록 311쪽, 2438쪽, 2832쪽, 2852쪽, 제2공판기록 74쪽), 피고인 2는 당시 SK그룹의 구조본 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아상을 관리하던 SK글로벌의 담당자들로부터 아상의 부실에 대하여 여러 차례 보고를 받아 아상의 위와 같은 재무 상태를 잘 알고 있었던 점(제2수사기록 2843쪽), 계열사인 SK글로벌을 지원하기 위하여 아상에게 자금을 대여하였고 장차 SK글로벌이 위기상황을 벗어나면 SK글로벌로부터 대여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고 하여도 SK글로벌을 상대로 이에 대한 담보를 취득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구체적인 변제계획에 관한 확약도 받지 않은 점(제2수사기록 2510쪽, 2857쪽), SK그룹에 속하는 계열사로서 그룹 전체를 위하여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이 사업상 필요하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계열사와 그에 따른 부담을 안분할 방도를 전혀 검토하지 않은 점, SK글로벌이 SK해운의 2대 주주라거나 SK해운이 건조하는 선박 일부에 공동 선박건조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정은 SK해운이 위와 같은 거액의 자금을 대여할 이유가 되지 못하고, 또한 SK글로벌이 SK해운을 위하여 거액의 용선료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한 상태여서 SK글로벌이 부도에 이르는 경우 SK해운에게도 그 파급효과가 미친다고 하더라도 이는 용선료의 주채무자인 SK해운이 그보다 많은 자금을 지급보증인을 위하여 사용할 이유가 되지 못하는 점, SK해운이 당시 15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의 선박금융을 얻고 있고 교차채무불이행 조항 때문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사정은 도리어 SK해운이 현금 등 유동성 관리를 엄격히 하여 나중에 회수가 어려운 금전대여는 가능한 삼갔어야 할 이유로 합당한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2가 SK해운의 대표이사로서 아상에게 자금을 대여한 행위는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용인되는 경영판단의 범위를 벗어나 회사에 대한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 2에게는 위와 같은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아상으로 하여금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SK해운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도 있었다고 할 것이며, 비록 피고인 2에게 아상에 대한 자금대여를 통하여 SK글로벌의 부도를 막아 결과적으로 SK해운을 위한다는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위와 같은 직접적인 이득 및 가해의 의사에 비하여 간접적이고 부수적일 뿐이므로 이를 이유로 배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6. 이 사건 조세포탈 부분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2가 SK해운의 공동대표이사인 공소외 12와 공모하여 이 사건 금전대여 부분에서 본 것과 같은 경위로 발생한 회수불능 대여금 채권 2,492억 원을 회계장부에 그대로 계상해 두기가 곤란하게 되자 선박 매각대금 등 수익을 누락하여 그 금액에 상당한 금액을 아상에 대한 대여금 회수로 처리하고, 실제 구입하지도 않은 선박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아상에 대한 거액의 회수불능 대여금 채권문제를 해결함과 아울러 법인세를 포탈하기로 마음먹고 1999. 11. 2.경 SK해운 사무실에서, 공소외 13 등 SK해운의 실무자들로 하여금 사실은 같은 날 SK해운에 UK텍스리스 수익금으로 64억 원이 입금되었음에도 이를 회사의 수익으로 회계처리하지 아니하고 같은 날 아상에 대한 대여금이 회수된 것으로 회계처리하게 하는 등 그 무렵부터 1999. 12. 31.경까지 당해 연도 수익 누락 및 가공비용 합계 13,565,972,842원 상당의 법인 소득금액을 감소시킨 다음 2000. 3.경 SK해운의 1999사업연도 결산신고를 함에 있어 위와 같이 탈루시킨 소득금액만큼 법인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과소신고한 후 납부기한인 2000. 3. 31.을 경과하게 함으로써 1999사업연도 법인세 3,798,472,396원 상당을 포탈하고, 이어 같은 수익 누락의 방법과 2000사업연도 결손금 과다계상액 18,217,550,211원 및 2001사업연도 결손금 과다계상액 98,428,081,646원을 각 2002사업연도에 이월시키고 법인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과소신고하고 납부기간을 경과하게 함으로써 2002사업연도 법인세 34,380,389,717원 상당을 포탈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피고인 2의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2는 SK해운의 사장이었던 공소외 12로부터 아상에 대한 대여금이 회수되지 않고 있지만 일단 위 대여금이 회수된 것으로 회계처리를 해 둔다는 보고를 받고 부적절한 회계처리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뿐이고 그러한 회계처리로 인하여 법인세 포탈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하였다. SK해운으로서도 조세포탈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SK해운의 아상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정상적으로 회계처리하거나 2,5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단번에 손실로 처리하면 아상에 대한 대여가 사회적인 주목을 받게 되어 아상에 대하여 지급보증을 한 SK글로벌의 부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 아상에 대한 대여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되는 것과 같은 외양을 만들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SK해운의 수익을 누락시키고 비용을 과다계상한 후 이를 갖고 아상에 대한 대여금이 회수된 것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회계분식의 부수적 효과로서 법인세의 과세표준이 낮아졌을 뿐이고 법인세 포탈을 목적으로 위와 같은 분식이 행해진 것은 아니므로, 이를 법인세 포탈로 의율할 수 없고, 피고인 2에게 법인세 포탈의 범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2) SK해운은 다음 항의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거래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년 간 주가지수선물투자의 결과 5,184억 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주가지수선물투자를 숨기기 위한 분식과정에서 위 손실을 그대로 계상하지 않고 그 대신 단기대여금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가공의 단기대여금에 대한 이자 수익도 계상하고 있었다. 이러한 주가지수선물투자손실을 실제로 계상하고 가공으로 계상되어 있던 이자 수익을 차감하면 SK해운의 과세표준이 크게 낮아져 SK해운이 실제로 포탈한 법인세는 전혀 없게 된다.

다. 판단

(1)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함으로써 성립하는 조세포탈범은 고의범이지 목적범이 아니므로 범인에게 조세를 회피하거나 포탈할 목적까지 가질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범의가 있다고 함은 납세의무를 지는 사람이 자기의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부정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3도185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 2는 SK해운의 사장인 공소외 12에게 지시하여 변제능력이 없는 아상에 2,492억 원을 대여하고 회계처리를 실무자들에게 알아서 하도록 지시하였고(제2수사기록 2873쪽), 그 후 공소외 12로부터 아상에 대한 대여금이 회수되지 않고 있는데 일단 위 대여금이 회수된 것으로 회계처리를 해 두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하였으므로(제2수사기록 2896쪽, 3273쪽, 3284쪽, 제2공판기록 75쪽, 병합 전 당심 제1회 공판에서 피고인 2가 한 진술), 그 회계처리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의 신고도 이루어질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SK해운의 실무자들이 SK글로벌의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거액의 위 대여금 회수를 가장하기 위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에 여러 차례로 나누어 SK해운의 수익을 누락시키고 비용을 과다계상한 방법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통상적인 방법이고(제2수사기록 2656쪽, 2769쪽, 2801-2802쪽, 2896쪽 이하, 제2공판기록 396쪽), 그 외에 조세포탈의 결과를 수반하지 않도록 별도의 허위 계정을 설정하거나 다른 계정의 내역을 허위로 기장하는 방법은 노출의 위험을 그 계정으로 이전시키는 효과만을 가져와 원래 분식을 하게된 취지에 맞지 않게 되는 점, 회계분식이 그로 인한 조세포탈을 정당화할 사유가 되지 못하는 점 등에 비추어 SK해운의 법인세의 과세표준과 세액 과소신고 행위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또한 피고인 2는 조세포탈의 목적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SK해운이 수익을 누락하는 등의 방법으로 아상에 대한 대여금이 회수된 것처럼 변칙적 회계처리를 한다는 사정을 알고 이를 묵인하였고(실무자들도 SK해운에서 2,0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대여금을 실제로 변제받지 않으면서 회계상으로 회수된 것으로 처리하는 결정은 피고인 2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제2수사기록 2784쪽, 2802쪽, 3246), 나아가 그러한 변칙적 회계처리의 결과 SK해운의 법인세 과세표준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법인세를 포탈하게 된다는 점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 할 것이다.

(2) 또한, 이 사건에서 SK해운은 수익을 누락시키고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생긴 실제와의 차액을 아상에 대한 대여금 회수로 처리하고 그에 대한 조세를 포탈한 것이므로 피고인 2가 주장하는 주가지수선물투자로 인한 손실이나 가공의 단기대여금에 대한 이자 수익은 SK해운이 위와 같이 누락시킨 수익이나 과다계상된 비용과 관련이 없고, 신고납부를 원칙으로 하는 법인세에 있어서 당해 법인이 스스로 손금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익금을 늘여서 확정신고를 한 경우에 이를 실제대로 계상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사정은 위 수익 누락 및 비용 과다계상으로 인한 조세포탈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한편, SK해운은 2002. 12. 31. 기준으로 위 주가지수선물투자로 인한 손실을 포함한 7,166억 원을 대여금으로 계상하고 그 중 4,786억 원은 SK글로벌에서 결손으로 처리하였고, 나머지 2,380억 원은 SK해운에서 결손으로 처리하였는바(제2수사기록 3153쪽), 그 과정에서 세금문제가 세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3) 따라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7.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거래 부분에 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2는 피해자 SK해운의 대표이사로서 회사 재산의 처분을 포함한 중요한 회사 재산의 운용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는 등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회사의 사업목적에 따라 당해 회사를 위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하여야 하고, 회사의 사업목적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주가지수선물투자와 같은 투기적 거래행위에 회사자금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가사 SK해운의 사정상 불가피하게 자금운용의 일환으로 주가지수선물투자를 하더라도 주가지수선물투자는 고위험, 고난도의 금융자산 운용방식이므로, 비전문가인 피고인 2로서는 전문가의 충분한 자문을 받고, 투자를 담당할 전문 투자조직을 만든 후 나아가 다른 금융자산과 일정한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구축하여 적정 운용한도를 설정하고, 자산운용 실무자들의 경험 축적과 병행하여 취급 규모를 늘려가되 특정 상품에 거액의 자금을 투입할 경우에는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반대거래 및 사전승인에 관한 내부통제지침을 마련하여 반드시 이에 따르도록 하여야 하며, 주가지수선물투자 운용한도 및 내부통제지침에 대하여도 그 위험성에 비추어 사전에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운용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마다 운용결과를 합리적으로 점검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즉각 투자를 중단하여 회사에 치명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사전에 아무런 주가지수선물투자 운용한도나 운용지침을 마련하지도 아니하고 회사 자금의 인출 및 주가지수선물투자 여부에 대해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전문 투자조직 없이, 1998. 4. 6.경 SK해운의 자금 100억 원을 임의로 주주임원단기대여금 계정을 사용하여 인출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02. 8. 14.경까지 사이에 총 33회에 걸쳐 SK해운의 자금 합계 7,884억 원을 주주임원단기대여금 계정을 사용하여 인출한 다음 각 인출 시점 무렵에 SK증권을 통해 주가지수선물거래 비전문가들인 피고인 2와 피고인 3이 매수 주문을 내는 등 주가지수선물투자에 관한 결정을 하고,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계속 활황을 유지하는 경우에만 수익이 생길 수 있는 조건 즉, 매도는 하지 않고 매수만을 하되 매수한 주가지수선물을 손익에 무관하게 만기까지 보유하며 만기에 이른 주가지수선물은 그 정산금액으로 다시 최근 월의 주가지수선물을 재매수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투자방법에 따라 주가지수선물투자를 하고, 위와 같은 투자방법으로 지속적으로 거액의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계속하여 주가지수선물을 매수하여 그 정산 결과 5,184억 원 상당의 손실을 봄으로써, 주가지수선물거래의 반대 당사자인 성명불상자들로 하여금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SK해운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피고인 2의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 2는 SK해운을 포함한 계열사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수단으로 한국 경제의 회복 및 재도약과 그에 따른 주식시장의 발전을 신뢰하여 그에 부합하는 주가지수선물투자의 원칙을 세운 후 처음 세운 원칙에 충실하게 투자하였을 뿐, 주식시장에 대한 아무런 전망이나 투자에 대한 아무런 원칙도 없이 SK해운이 손실을 입을 것을 예상한 채 투자한 것이 아니다. 또한, 주가지수선물투자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른 임직원에게 책임소재에 관한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고 투자사실을 비밀로 유지한 것이며 장기적인 투자계획에 따른 투자이므로 전문적인 투자조직 등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주가지수의 향배에 대한 예측이 틀려 결과적으로 SK해운에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이를 이유로 경영판단에 따른 모험거래인 피고인 2의 위 행위를 SK해운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할 수 없고, 나아가 피고인 2에게 투자결정 당시부터 SK해운에 손해를 입힌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2) 피고인 2는 SK해운에게 자본적인 이익을 얻게 하려는 의사로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거래를 한 것이지 SK해운에게 손해를 가하면서 주가지수선물거래의 불특정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할 의사, 즉 불법이득의 의사가 없었다. 실제로 주가지수선물거래의 상대방은 공개시장을 통하여 시장가격으로 주가지수선물을 매각 또는 매입한 것이므로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다.

(3)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투자가 배임이라고 할 경우 피고인 2의 임무위배의 내용은 투자 판단에 이르게 된 과정에서 충분하고 합리적인 검토를 하였어야 할 임무에 위배하였다는 점이 될 것이고, 따라서 위 배임행위의 기수시기는 SK해운의 자금이 주가지수선물투자에 사용되는 시점이라고 할 것인바, 위 기수시점에서는 주가지수선물투자의 결과 손해가 발생할 것인지의 여부 및 그 규모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손해액이나 이득액을 특정할 수 없어 재산상 이득액을 기준으로 가중 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다. 판단

(1) 임무위배행위 및 이에 대한 인식이 있는지 여부

업무상배임죄에서 말하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경영상의 판단과 관련하여 기업의 경영자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여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임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어 당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행 형법상의 배임죄가 위태범이라는 법리를 부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기는 하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앞에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주가지수선물투자는 SK해운의 고유업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점(제2수사기록 2553쪽, 3110쪽), 피고인 2는 사전에 아무런 주가지수선물투자의 운용한도나 운용지침을 마련하지도 아니하고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전문 투자조직 없이,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주가지수선물거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피고인 2와 피고인 3 둘이서 투자에 관한 결정을 하고,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계속 활황을 유지하는 경우에만 수익이 생길 수 있는 조건 즉, ‘매도는 하지 않고 매수만을 하되 매수한 주가지수선물을 손익에 무관하게 만기까지 보유하며 만기에 이른 주가지수선물은 그 정산금액으로 다시 최근 월의 주가지수선물을 재매수한다’는 비정상적인 투자방법에 따라 주가지수선물거래를 하였고(제2수사기록 2541-2542쪽, 3082쪽 이하, 제2공판기록 76쪽),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더 이상 손실을 줄이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2002. 말경 최종 정산 결과 당시 SK해운 자본금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5,184억 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은 위와 같이 무모한 투자결정과 투자조건의 설정 및 유지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2는 구조본 소속 피고인 3이 처음 주가지수선물투자를 지시받고 피고인 2의 투자 및 투자 원칙에 대하여 반대하고 그 이후에도 주가지수선물투자를 중단하자고 수회 건의하였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를 무시하고 계속하여 주가지수선물투자를 한 점(제2수사기록 2941쪽, 3076, 3092쪽, 3265-3266쪽), 피고인 2가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투자를 시작하고 그 후 막대한 손실에 불구하고 투자를 지속하게 된 이유로 내세우는 SK글로벌의 부실 만회, 그룹 전체의 유동성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의 안정 내지 부양 유도, 관계사의 용이한 증자 지원이라는 목적은 모두 SK해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 점, SK해운은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투자의 초기에는 다소의 여유자금이 있었으나 곧 자금부족으로 CP를 발행하여 거액의 투자자금을 조달하였고 그 때문에 결국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점(제2수사기록 2485쪽 이하) 등에 비추어, 피고인 2의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투자는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인 SK해운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한편, 회사를 대표하는 대표이사나 대표사원에게는 어느 정도의 모험거래가 허용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모험거래는 본인과 행위자 사이의 내부관계에서 모험거래에 대한 본인의 동의가 존재하거나 적어도 본인의 추정적 승낙이 있다고 인정되어야 배임행위가 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투자는 SK해운의 고유업무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점, 투자결정 및 투자조건의 설정이 무모하게 이루어진 점, 내부적으로 이사회에 의한 적법한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은 점, 투자 목적이 본인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볼 사정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투자에 대한 SK해운의 동의나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2) 손해에 대한 인식과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으로 배임행위의 결과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나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얻게 하려는 목적은 요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1도1588 판결 참조).

피고인 2는 비록 SK해운에게 자본적인 이익을 얻게 하려는 의사로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거래를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주가지수선물투자는 SK해운의 고유업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고도의 위험성을 수반하여 적정한 투자계획과 전문적 투자조직 없이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으로 막대한 자금을 장기간 투자하는 경우에는 언제라도 SK해운에게 손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고 인식하였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 3의 반대도 이러한 염려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주가지수선물거래가 공개시장을 통하여 다수의 거래상대방 사이에 이루어져 거래당사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는 하나 일방 거래당사자의 손실이 상대방 거래당사자의 이익과 대가관계에 있는 것이므로 SK해운이 손해를 입는 경우에 거래상대방이 이익을 얻는 것이고, 피고인 2가 SK해운에게 손해를 가하고 거래상대방에게 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주가지수선물거래를 한 것은 아니겠지만 위와 같은 거래구조를 통하여 SK해운에 손해가 발생하면 거래상대방이 그 상당의 이익을 얻는다는 인식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업무상배임죄 성립에 요구되는 불법이득의 의사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3)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는지 여부

배임죄에 있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하고 이로써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게 되는 법리는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물론, SK해운의 자금이 주가지수선물투자에 사용되는 시점에서는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따라 주가지수선물을 거래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로 SK해운에 현실적인 손해가 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극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주가지수선물거래의 특성상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는 일응 볼 수 있고, 단기간에도 가격의 등락을 거듭하는 주가지수선물거래의 특성상 정산시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실해의 유무 및 그 규모가 확정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 2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임무에 위배하여 SK해운의 자금으로 주가지수선물투자를 하기로 결정한 후 계속적으로 주가지수선물거래를 하고(정산은 반대매매 또는 일일정산으로도 이루어지지만, 피고인 2는 대개 매수한 주가지수선물을 만기까지 보유하고 만기에 이르면 그 정산금액으로 다시 주가지수선물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거래하였다), 이에 따라 보유한 주가지수선물에 대한 정산이 순차 계속되어 2002. 말경 최종적인 정산이 이루어졌는바,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일련의 거래행위는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죄의 태양이 동일하며, 단일 범의의 발현에 기인하는 행위라고 인정되므로 포괄하여 1개의 죄가 된다고 할 것이고, 최종 정산 결과 발생된 손실액 5,184억 원은 피고인 2의 주가지수선물거래에 내재되어 있던 실해 발생의 위험이 그대로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SK해운은 피고인 2의 배임행위로 인하여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고, 거래 상대방은 그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수액을 산정할 수 있고, 결국 피고인 2는 이 사건 주가지수선물투자행위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의 죄책을 져야 할 것이다.

(4) 따라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8. 양형부당의 주장 등에 대하여

가.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9에 대한 원심 제1판결 판시 제4항에 관한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하여,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의 대상이 달라졌으므로 그 변경전 공소사실에 터잡은 이 부분 원심 제1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고, 이 부분 공소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는 원심 제1판결의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에 대한 나머지 부분(피고인 최태원의 경우에는 유죄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는 무죄 부분 포함)과 피고인 9에 대한 나머지 유죄 부분 역시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 제1판결 중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9에 대한 유죄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들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데, 별개로 항소된 위 각 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병합결정을 함에 따라 하나의 형으로 처벌하여야 하므로 이 점에서도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들은 더 이상 전부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 피고인 최태원이 직권판단을 구하는 부분

(1) 주장의 요지

피고인 최태원은 SK글로벌의 2001회계연도 결산재무제표의 분식에 관여하거나 이를 지시 또는 공모한 사실이 없다.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으므로 직권으로 파기되어야 한다.

(2)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기초사실

1) 구조본은 1995.경 SK글로벌의 부실 규모가 너무 커져 SK글로벌 내부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그룹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SK글로벌이 그 전부터 해오던 회계분식에 개입하기 시작하였다(제1수사기록 5353쪽)

2) 피고인 최태원은 1998. 8. 이후 SK그룹의 실질적인 총수가 되면서 SK글로벌의 누적된 부실 및 그로 인하여 분식이 계속되고 있는 사정을 알고 있었고(제1수사기록 2263쪽 이하, 2734쪽, 5369쪽), 피고인 3과 구조본의 담당자로부터 2001년도 결산방안에 대한 보고를 듣고 이를 승인하였다(제1수사기록 2743-2744쪽, 3110쪽).

3) 그 후에도 2002. 4.경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업무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SK글로벌의 은행부채를 점검한 것을 계기로 분식노출의 위험이 커져 2002. 5.경 SK글로벌에서 분식회계 해소방안을 만들어 구조본에 제시하고 구조본에서 다시 피고인 최태원에게 보고하여 이에 대한 토의가 이루어졌고, 피고인 최태원은 이 때 당분간은 분식회계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표명하였고, 그 때부터 2002. 12.경까지 월 1회 분식회계의 처리방법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였다(제1수사기록 1827쪽, 2052쪽 이하, 2323쪽 이하).

4) SK글로벌이 안고 있는 부실 및 회계분식 노출은 SK그룹 경영진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점의 하나였으므로 회계분식의 지속은 SK글로벌 대표이사에의 임명 조건과 같았고(제1수사기록 2273쪽 이하, 3121쪽 이하), 피고인 최태원이 사실상 SK글로벌 대표이사를 임명하였다(제1수사기록 2741쪽).

(나) 판단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최태원의 SK그룹 내에서의 지위와 직속조직인 구조본 및 계열사인 SK글로벌과의 관계, SK글로벌 회계분식의 문제점이 SK그룹 내부에서 안고 있는 심각성의 정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본의 개입 시기, SK글로벌의 분식에 관한 보고의 경로 및 대처의 방식과 관련자들의 거동 등에 비추어, 피고인 최태원은 SK글로벌의 회계분식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할 지위에 있고 회계분식의 지속 실행 여부는 사실상 자신의 의사에 달려 있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도 그대로 회계분식을 용인하였고, 이에 회계분식을 직접 담당한 피고인 9 등은 피고인 최태원의 의사결정에 따른다는 인식을 가지고 실행행위에 나아간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최태원은 피고인 2, 5, 9와 사이에 의사의 결합이 있어서 그들과 함께 공동정범이 되고, 따라서 이 부분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이를 법리오해 또는 사실오인을 이유로 직권으로 파기할 수는 없다.

다. 피고인 3, 4, 6, 7, 8, 10과 위 피고인들에 대한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4, 10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와 함께 SK증권이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투자실패로 거액의 손해를 입게 되자 JP모건의 요청에 따라, SK증권과는 이해관계가 다르고 엄연히 별도의 주주들이 존재하는 SK글로벌과 그 해외법인들을 동원하여 이 사건 옵션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게 함으로써 그 손해의 대부분을 부실을 안고 있는 해외법인들에게 전가하여 1,100억 원 이상의 큰 피해를 주었다. 피고인 3, 7, 8은 피고인 최태원과 함께 당초 계열사간의 순환출자를 통하여 SK그룹 전체를 지배해 오던 피고인 최태원의 지배구조가 출자총액제한제도로 인하여 유지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되자 비상장주식의 시가산정이 어려운 점을 이용하여 피고인 최태원에게 유리한 평가방법을 선택하여 주가를 산정한 후 이 사건 주식교환을 감행함으로써 피고인 최태원에게 이익을 주고 SK씨앤씨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며, 나아가 피고인 3, 5, 6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9와 함께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발생한 피고인 최태원의 양도소득세 등을 마련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에서 과대평가된 워커힐 주식을 천문학적 부실을 안고 있는 SK글로벌로 하여금 매수하게 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 7, 5, 6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몸담고 있는 개별 기업의 이익을 전혀 돌보지 아니하고 SK그룹의 총수로서 자신들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는 피고인 최태원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하여 주식회사의 이사에게 요구되는 선관의무 및 충실의무를 무색하게 하였다.

위 피고인들의 범행은 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배주주나 특정 계열사에게 이익을 주기 위하여 일정한 원칙이나 손해보전에 대한 방책도 없이 엄연히 별개의 인격이고 주주들이 따로 있는 다른 계열사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으로 시장경제체제에서 재화, 용역과 각종 국부를 생산하는 주역인 주식회사에 관한 법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위 피고인들은 초범이거나 극히 사소한 범행전력밖에 없는 자들로서 기업에서 일하면서 상사나 인사권자의 지시에 따라 나름대로 직책을 수행한다는 판단에서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 그 동기에 참작할 바가 있는 점, 범행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득한 것이 없고 범행에 대하여 전체적으로는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뒤에서 다른 피고인들에 대하여 판단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한 계열사들의 피해가 대부분 회복된 점 등 그 정상에 참작할 바가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위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그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적정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피고인들과 위 피고인들에 대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없다.

9. 결론

따라서 원심 제1판결 중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9에 대한 유죄 부분과 원심 제2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의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피고인 3, 4, 6, 7, 8, 10의 항소와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각 기각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일부 범죄사실을 고치고, 증거를 일부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들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원심 제1판결의 판시 제2항 중 10쪽 10줄의 “피고인 최태원으로” 이하 18줄까지를 “피고인 최태원으로 하여금 SK 주식과 워커힐 주식의 현금 유동성 차이 및 적정한 거래가격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가액 미상의 재산상 이익을 얻게 하고 SK씨앤씨에게 같은 상당의 손해를 가하고”로 고친다.

원심 제1판결의 판시 제4항을 다음과 같이 고치고 이에 대한 증거를 추가한다.

원심 제1판결의 판시 제4항 중 12쪽 15줄 내지 17줄의 “자산 6조 4,979억여 원”, “순자산이 6,621억여 원”, “당기순손실이 2,537억여 원”을 “자산 6조 590억 원”, “순자산이 2,232억 원”, “당기순손실이 3,264억 원”으로, 12쪽 8줄의 “447억여 원”을 “408억여 원”으로, 14쪽 4줄의 “2,501억여 원”을 “2,489억여 원”으로, 14쪽 5줄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실 2,501억여 원을 누락시키고”를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실 2,489억여 원을 누락시키고”로 각 고치고, 이어서 “같은 일시 장소에게 SK글로벌이 SK그룹 계열사인 SK해운에게 불상의 용도로 4,440억 원을 지원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동 금액을 SK글로벌이 기타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예금 4,440원을 과대계상하고”를 추가하고, 14쪽 8줄의 “실제 지급수수료 3,195억여 원을 2,492억여 원으로”부터 13줄 “실제 외환차손 2,261억여 원을 2,313억여 원으로” 사이 부분을 “영업외수익 내역 중 실제 이자수익 672억 원을 1,126억 원으로, 영업외비용 내역 중 실제 이자비용 3,048억여 원을 2,584억 원으로”로, 14쪽 15줄 내지 17줄의 각 “1,226억여 원”을 “1,954억 원”으로, “이익잉여금 1조 5,587억여 원”을 “이익잉여금 1조 9,976억 원”으로 각 고친다.

위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를 다음과 같이 추가한다.

1. 당심 제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9의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9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공소외 14에 대한 진술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1. 공판기록에 편철된 수사보고(참고자료 편철보고) 중 이에 부합하는 기재

1. 공판기록에 편철된 대차대조표, 연도별 분식내역 중 이에 부합하는 각 기재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의 원심 제1판결 판시 제1의 업무상배임의 점 : 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 형법 제356조 , 제355조 제2항 , 제30조 (유기징역형 선택)

나. 피고인 최태원의 원심 제1판결 판시 제2의 업무상배임의 점 및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5, 9의 원심 제1판결 판시 제3의 업무상배임의 점 : 각 형법 제356조 , 제355조 제2항 , 제1항 , 제30조 (징역형 선택)

다.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9의 원심 제1판결 판시 제4의 허위 재무제표 작성, 공시의 점과 피고인 2의 원심 제2판결 판시 제1의 라의 허위 재무제표 작성, 공시의 점 : 각 구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2003. 12. 11. 법률 제69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8호 , 제13조 , 형법 제30조 (징역형 선택)

라.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9의 사업보고서 허위 기재의 점 : 각 구 증권거래법(2003. 12. 31. 법률 제70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7조의3 제2호 , 제186조의 2 , 형법 제30조 (징역형 선택)

마. 피고인 5, 9의 사문서위조의 점 : 각 형법 제231조 , 제30조 (징역형 선택)

바. 피고인 5, 9의 위조사문서 행사의 점 : 각 형법 제234조 , 제231조 , 제30조

사. 피고인 2의 원심 제2판결 판시 제1의 가, 다의 각 업무상배임의 점 : 각 포괄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 , 형법 제356조 , 제355조 제2항 (유기징역형 선택)

아. 피고인 2의 법인세 포탈의 점 : 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8조 제1항 제1호 , 제2항 ,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제3호 , 형법 제30조 (유기징역형 선택, 벌금형 병과)

자. 피고인 2의 불법정치자금 교부의 점 : 각 구 정치자금에관한법률(2004. 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 형법 제30조 {원심 제2판결 판시 제3의 가 (1)항, 다 (1)항은 각 항별로 포괄하여, 각 징역형 선택}

2. 상상적 경합( 피고인 5, 9)

형법 제40조 , 제50조 (원심 제1판결 판시 제6의 나 항 각 위조사문서행사죄 상호간, 범정이 더 무거운 신한은행 무교동지점장 명의의 금융거래조회서 송부에 의한 위조사문서행사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징역형 선택)

3.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5에 대하여는 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판시 싱가폴 법인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죄에 정한 형에 각 가중하고, 피고인 2에 대하여는 형이 가장 무거운 원심 제2판결 판시 제1의 나 (2)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죄에 정한 징역형에 가중하되, 병과되는 벌금형은 조세범처벌법 제4조 제1항 에 의하여 판시 제1의 나의 각 죄마다 따로 벌금액을 정하여 이를 합산하고, 피고인 9에 대하여는 형과 죄질이 가장 무거운 판시 증권거래법위반죄에 정한 형에 각 가중}

4. 작량감경(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 제6호 (단, 제6호 는 피고인 2에게만 적용함. 아래 양형이유에서 설시하는 정상 참작)

5. 노역장 유치( 피고인 2)

6. 미결구금일수 산입(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7. 집행유예(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9)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 양형이유에서 설시하는 정상 참작)

8. 선고유예( 피고인 2)

형법 제59조 제1항 , 제2항 (아래 양형의 이유에서 설시하는 정상과 같이 개전의 정이 현저한 점 참작, 유예된 형 : 벌금 400억 원, 환형유치율 : 1일 1억 원)

무죄부분

피고인 최태원에 대한 이 사건 주식교환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3의 가 항 기재와 같은바, 같은 3의 라 항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중 피고인 최태원이 약 721억 원의 재산적 손해를 가하였다는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위 공소사실에 포함되어 있는 가액 미상의 손해를 가한 부분의 업무상배임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양형이유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국가에서 기업의 역할과 책임은 실로 지대하고 막중하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쓰이는 사소한 물품으로부터 도로, 교량, 항만시설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기업활동에 의하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기업은 왕성한 생산활동으로 새로운 재화와 용역을 창출하여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제적 기반을 튼튼하게 하여 국가로 하여금 밖으로 국가의 존립과 위엄을 유지하고 안으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각종 정책의 추진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기업은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종사자들로 하여금 소득을 얻어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고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게 하여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런 만큼 기업에 투자하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참으로 가치있는 일이다.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9는 각자 우리 나라 굴지의 기업 내지 기업집단에 막대한 재산을 투자하거나 혹은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오랜 기간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투입하여 기업경영에 종사한 사람들이다. 기업활동에 관한 공로가 일응 기업에 투자한 재산의 정도, 직책의 중요도, 종사한 기간에 비례한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이 지난 시절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기업활동을 통하여 우리 사회와 국가에 기여한 공적은 일일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막대할 것이다.

그러나 형사재판은 원래 공(공)이 있는 것을 밝혀 이를 기리는 절차가 아니라 도리어 범죄라는 과(과)가 있는지를 엄밀하게 따져서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과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절차이므로 피고인들의 공을 앞세워 과를 덮을 수는 없다. 또한, 오늘날의 민주화되고 정보화된 사회는 사회 각 영역에 있어서 사회 구성원들의 기회균등과 참여의 보장을 핵심적 가치로 받아들여서 기업활동에 대하여도 경영의 합리성, 공정성과 기업정보의 투명성이라는 일정한 질 내지 수준을 갖출 것과 이를 저해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이른바 ‘과거의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엄중한 제재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는 이제 이 법원을 비롯하여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각 범행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는 SK그룹의 계열사인 SK증권이 투자실패로 거액의 손해를 보자 SK증권과 SK그룹의 안위만을 앞세워 별개 법인으로서 이미 자체적인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글로벌과 그 해외법인들로 하여금 이 사건 옵션계약의 상대방이 되게 함으로써 원래 SK증권이 부담하여야 하는 손해를 전가하여 해외법인들에게 1,100억 원 이상의 큰 손해를 주었고, 피고인 최태원은 당초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를 통하여 SK그룹 전체를 지배해 오던 지배구조가 정부의 대표적 재벌개혁방안인 출자총액제한제도로 인하여 흔들릴 우려가 있자, 직속조직인 구조본으로 하여금 다른 취지에서 법령에 규정된 특정 평가방법을 악용하여 자신의 비상장주식을 과대평가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하고 이에 기하여 계열사 SK씨앤씨의 다른 상장주식과 불균등한 조건으로 교환함으로써 SK그룹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권 확보와 함께 개인적인 재산상 이익을 얻었으며,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5, 9는 위와 같은 주식교환 과정에서 발생할 피고인 최태원 개인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재원을 마련해주기 위하여 또 다른 계열사인 SK글로벌로 하여금 영업목적상 필요하지도 않은 나머지 비상장주식을 역시 과대평가된 가격에 매수하게 하였다.

또한,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 5, 9는 SK글로벌의 부실을 감추기 위하여 엄청난 규모인 분식회계의 지속을 꾀하였고, 이에 더하여 위에서 본 이 사건 옵션계약과 주식매매를 통해 다른 계열사나 피고인 최태원이 마땅히 감당하여야 할 손실이나 비용까지 SK글로벌 또는 그 해외법인들에게 전가함으로써 부실과 분식회계의 규모를 더욱 확대시켰다. 피고인 5, 9는 회계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분식을 숨기기 어려워지자 이에 순응하기는커녕 분식을 지속하기 위하여 은행의 금융거래조회서까지 위조하였다.

그리고 피고인 2는 SK그룹 및 다른 계열사의 이익을 앞세워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SK해운의 거액 자금을 변제능력이 없는 회사에 대여하였고, 무모한 주가지수선물투자를 장기간 감행하여 SK해운에 5,0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혔으며, 이러한 잘못을 감추기 위하여 회계를 분식하고, 그 결과 381억여 원에 이르는 법인세를 포탈하였으며, 나아가 정치인들에게 합계 129억 원에 이르는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범행은 주로 그룹 전체의 이익 또는 그룹 경영권의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저질러진 것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엄연히 별개의 법인격을 지니고 주주가 따로 있는 계열사들을 법적 근거 없이 그룹의 부속물 또는 지배주주의 사유물로 여긴 나머지 합리성 없는 의사결정을 통하여 지배주주나 그룹의 이익에 이용되도록 내몰아 계열사들 및 그 주주나 이해관계인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분식회계를 통한 기업정보의 은폐나 정경유착의 방법으로 외부의 합법적인 감시를 피하고 기회의 독점을 꾀함으로써 거래계의 신뢰와 신용을 잃게 하고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지출케 하여 경제체제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의 기회균등과 참여, 정치 및 경제의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에도 역행하는 것으로서 크게 비난받아야 마땅한 행위이다. 그리고 만약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특정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들로 전가되어 확대되면 그때부터는 특정 기업의 존폐만이 아니라 그 기업집단 및 국민경제 전체에 파국을 가져올 위험마저 안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이 성립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바탕인 근대적 주식회사제도의 취지를 몰각시켜 우리 경제질서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고, 또한 기업으로 하여금 국부 형성의 긍정적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국가의 경제적 기반을 단번에 무너뜨리고 사회구성원들을 도탄에 빠뜨리는 부정적 작용을 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존재의의를 완전히 잃게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더라도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피고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공통적으로 혹은 개인별로 정상에 유리하게 참작할 사유가 있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범행을 행하면서 염두에 두었다는 그룹경영상의 이점이나 필요성에 대하여는 다양한 시각이나 견해가 있을 수 있고, 경험적으로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의 성장에는 SK그룹 등 거대기업집단들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며, 피고인들이 국가경제의 안정까지 고려했다며 내세우는 경영판단들을 비록 이 법원이 법리적인 관점에서 정당한 것으로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그 실질적 유용성이나 결과에 대한 이해득실에 대하여까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피고인들을 비난함에 있어 일정한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

또한, 피고인들은 이 사건 옵션계약 및 주식교환계약, 금전대여 등으로 인하여 계열사들이 입은 손해를 대부분 원상으로 회복시켰고, 이 사건 주식매매로 인한 계열사의 손해 역시 현재 그 보전절차가 진행중에 있고, 분식회계는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되도록 조치를 취하여 앞으로 분식이 계속될 우려가 불식되는 등 이 사건 각 범행 후에 그로 인하여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 각 범행 전에는 피고인들 모두 초범이거나 사소한 범죄전력이 있을 뿐이어서 그 동안 국법질서를 준수하고 성실히 살아왔던 것으로 여겨진다.

피고인 최태원은 SK그룹의 실질적 총수이자 지배주주로서 자신의 의지로써 얼마든지 이 사건 각 범행을 막을 수 있었고 이 사건 주식교환 및 매매로 인하여 재산적 이익을 취하기까지 하였으므로 다른 피고인들보다 더 높은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재산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범행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여겨지고 이로 인하여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익도 크지 않고, 비록 SK그룹의 총수 및 지배주주로서의 지위와 이에 따른 영향력을 향유하게 되었지만 자발적으로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사재출연, 재산의 담보제공 등에 나서 어느 정도 그 지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한 사정이 엿보이며, SK글로벌의 부실 등 SK그룹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그 상당 부분이 위 피고인 자신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인데다가 위 피고인이 나름대로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른 것이고, 범행 후 과거의 잘못된 경영행태를 단절하고 앞으로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투명한 경영을 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피고인 2는 SK그룹의 회장으로서 계열사인 SK글로벌의 도산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 사건 금전대여 및 주가지수선물거래 부분의 배임행위를 하고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분식회계 및 법인세 포탈에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너무 기업경영의욕이 지나쳐 경영판단을 그르친 탓으로 여겨지고, 범행 후 대여금 및 포탈세금의 상당 부분이 회수되거나 납부되었고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정치자금의 제공 부분은 정치인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어서 그 당시의 사회여건과 관행상 거대기업집단을 이끌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기업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치인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고, 일찍이 투철한 소명의식을 갖고 수십년 간 SK그룹의 임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현재의 SK그룹을 이루는 데 많은 공헌을 하였고, 이를 통해 국가의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하였으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면서 SK그룹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밝히고 있다.

피고인 5는 SK글로벌의 대표이사임에도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하여 당해 회사를 돌보지 아니하고 피고인 최태원 개인이나 SK그룹 다른 계열사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나, 개인적으로는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와 구조본 등 SK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에 맞섬으로써 막상 오랜 세월 다져온 기업인으로서의 경륜과 성취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지고, 피고인 최태원, 피고인 2와 구조본의 방침에 동조하여 불법을 저질렀을 뿐이고 자신이 직접 적극적으로 솔선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 각 범행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득한 것이 전혀 없다.

피고인 9는 비록 여러 가지의 범행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이는 회사의 중요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직책에 있었기 때문이지 개인적으로 준법의식이 결여된 탓은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회사에서 자신의 직책에 주어진 업무를 나름대로 성실히 수행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범행에 이른 측면이 있고 업무수행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대하여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괴로워한 사정이 엿보이며, 이 사건 각 범행으로 개인적 이득을 취득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비롯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피고인들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및 그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양형의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한다.

판사 김용균(재판장) 임정수 배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