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수수][집47(1)형,381;공1999.3.1.(77),414]
[1]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소극) 및 그 임의성에 대한 입증책임의 소재(=검사)
[2]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금품을 사교적 의례의 형식으로 수수한 경우, 뇌물성 여부(적극)
[3]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의 범위
[4] 단일하고 계속적 범의에 의한 수회의 뇌물수수행위의 죄수(=포괄일죄)
[5] 자기앞수표를 뇌물로 받아 소비한 후 액면금 상당을 반환한 경우, 추징 여부(적극)
[1]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잠을 재우지 아니한 채 폭언과 강요, 회유한 끝에 받아낸 것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면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가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자백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자백을 얻기 위하여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2]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여도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의미를 가질 때에는 뇌물이 된다.
[3] 뇌물죄에 있어서의 직무라 함은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및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
[4] 뇌물을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수함으로써 그 행위가 여러 개이더라도 그것이 단일하고 계속적 범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동일법익을 침해한 때에는 포괄일죄로 처벌함이 상당하다.
[5] 수뢰자가 자기앞수표를 뇌물로 받아 이를 소비한 후 자기앞수표 상당액을 증뢰자에게 반환하였다 하더라도 뇌물 그 자체를 반환한 것은 아니므로 이를 몰수할 수 없고 수뢰자로부터 그 가액을 추징하여야 할 것이다.
[1] 형사소송법 제309조 [2] 형법 제129조 제1항 [3] 형법 제129조 제1항 [4] 형법 제129조 제1항 [5] 형법 제48조 제2항 , 제129조 제1항 , 제134조
[1]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도1964 판결(공1997하, 2221)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도3234 판결(공1998상, 1400)
[2][3]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도865 판결(공1996하, 2286) [2] 대법원 1984. 4. 10. 선고 83도1499 판결(공1984, 860) [3] 대법원 1996. 11. 15. 선고 95도1114 판결(공1997상, 131)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8 판결(공1997상, 1368)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도2609 판결(공1998상, 475) 대법원 1998. 2. 27. 선고 96도5828 판결(공1998상, 949) [4] 대법원 1982. 10. 26. 선고 81도1409 판결(공1983, 121) 대법원 1985. 9. 24. 선고 85도1502 판결(공1985, 1461) 대법원 1987. 5. 26. 선고 86도1648 판결(공1987, 1104)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88 판결(공1990, 2233) [5] 대법원 1983. 4. 12. 선고 82도2462 판결(공1983, 850) 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2871 판결(공1984, 543)피고인 1 외 1인
피고인들
변호사 오상걸 외 4인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 후의 각 구금일수 120일씩을 피고인들에 대한 각 본형에 산입한다.
1. 피고인 1, 2과 피고인 2의 변호인의 상고이유 중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임의성 여부에 관하여 함께 판단한다.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잠을 재우지 아니한 채 폭언과 강요, 회유한 끝에 받아낸 것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면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고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도1964 판결, 1998. 4. 10. 선고 97도3234 판결 등 참조), 임의성 없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취지가 허위진술을 유발 또는 강요할 위험성이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자백은 그 자체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오판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자백을 얻기 위하여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압박이 가하여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임의성에 다툼이 있을 때에는 그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입증할 것이 아니고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을 하여야 한다 (위 97도3234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먼저 피고인 2은 1998. 2. 11. 14:30경 검찰에 자진 출석하여 비리혐의에 대하여 진술서를 작성하고, 이어 다음 날까지 계속된 조사 끝에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게 되었으며, 그 조사과정에서 위 피고인은 검사 등이 잠시 쉬는 사이에 같은 해 2. 12. 05:00경부터 1시간 정도 의자에서 잠을 잔 다음 계속 수사를 받았고, 같은 날 09:00경 긴급체포된 다음 같은 날 24:00경 서초경찰서에 유치되었다가 같은 해 2. 13. 10:00경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그 날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같은 날 17:00경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20:00경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사실, 위 피고인은 처음 진술서 작성시에는 금 5,000만 원 뇌물요구 부분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공소외 진학종에게 이를 빌려달라고 하였으나 거절당하였고, 공소외 2측으로부터 뇌물받은 혐의에 대하여는 이를 부인하는 진술을 하였고, 피고인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다음 날인 같은 해 2. 14.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공소외 2으로부터 1995. 가을경 받았다는 금 500만 원, 1997. 12. 24. 받았다는 금 600만 원 부분을 포함하여 합계 금 2,1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공소외 2의 아버지인 공소외 3으로부터도 금 3,000만 원을 뇌물로 받았음을 자백하고 있고, 제1심 법정에서부터는 위 각 금 500만 원, 600만 원, 3,000만 원 금원 수령 부분 및 금 5,000만 원 뇌물요구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부인하고 있는 사실, 피고인 1은 학술세미나 참석차 1998. 2. 8. 독일로 출국하였다가 이 사건 뇌물비리 사건에 관한 연락을 받고, 독일에서 같은 달 11. 17:00경 비행기를 타고 독일을 출발하여 그 다음날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피고인의 연락으로 대기하고 있던 수사관들에게 임의동행되어 그 날 14:00경 검찰청사에 도착한 뒤 자수서를 제출하고, 이어 진술서를 작성하고,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한 다음, 같은 달 13. 11:00경 긴급체포되고, 그 다음날 10:00경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그 날 23:00경 구속영장이 집행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사실, 피고인은 1998. 2. 12.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 진학종 등으로부터 받은 병풍 등은 직무와 관련 없이 선물로 받은 것이고, 진학종이 1997. 9. 29. 놓고 간 금 5,000만 원을 그 해 10. 16. 진학종의 자인 공소외 4에게 돌려주기 전에 공소외 4이 그 해 10. 10.경 위 피고인의 집을 방문한 사실에 대하여는 기억이 없다거나 대화 중 반환하는 것을 잊었다 또는 기억이 없으나 이에 관한 공소외 4의 말을 믿고 싶다는 등으로 진술하였고, 1998. 2. 13.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당시에는 그 날 피고인의 집을 수색하면서 나온 미화 49,000불을 공소외 3으로부터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해외 여행시 사용하고 남은 외화를 모아 놓은 것이라고 하다가, 같은 달 14. 제3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당시에는 공소외 3으로부터 미화 50,000불과 각 미화 10,000불씩 2회에 걸쳐 수령한 사실을 자백하고, 같은 날 제4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당시에는 진학종으로부터 받은 금 5,000만 원은 나중에 상황 보아가며 판단하여 보자고 하여 보관하고 있었고, 공소외 4이 1997. 10. 10.경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이를 돌려주었어야 하였다고 진술하면서 병풍 등도 교수채용과 관련하여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며, 제1심 법정에서부터는 위 금 5,000만 원은 처음부터 반환할 의사로 보관하고 있었고, 공소외 4은 같은 달 10. 위 피고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피고인이 여러 차례에 걸친 연락 끝에 겨우 같은 달 14.경 공소외 4에게 연락이 되어 같은 달 16. 위 금원을 공소외 4에게 반환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한편 피고인 2은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검찰에서 30여 시간 이상 잠을 재우지 않고 꿇어 앉히고, 뺨을 때리고, 볼펜으로 옆구리를 찌르는 등 폭언과 폭행을 하면서 외부와 연락을 하지 못하게 한 채 계속하여 신문을 하여 피고인이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허위로 진술하였던 것이고, 피고인 1은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독일에서 12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온 피고인을 검찰에서 48시간 이상 잠을 재우지 않고 욕설과 폭언을 하면서 밤샘조사를 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코피를 흘리는 등 체력이 극도로 소진되어 의식조차 혼미한 상태에서 일부 수사관의 강압에 의하여 억지로 진술하였던 것이므로 임의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정과 특히 피고인들에게는 진술거부권이 있는 점, 피고인들이 검찰에 임의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귀가하지 못한 채 서초경찰서에 유치되거나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검찰청사에 계속 머물렀던 것이므로 밤샘조사를 받을 수도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이 가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피고인들의 검찰에서의 자백이 그들 주장대로 잠을 재우지 아니한 상태에서 폭언과 강요 속에 신문을 계속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자백은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이와 같은 경우 피고인들이 임의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검찰청사에 머무르면서 조사를 받았으나 필요한 수면을 취하였다는 등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입증은 이를 검사가 하여야 할 것인바, 따라서 피고인들이 검찰에서 행한 각 진술이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철야조사 및 폭언과 강요 등이 있어 그 때문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지 아니하고는 결국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이 그 판시 이유만으로 그 임의성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다만,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그 외에도 증인 공소외 1, 2, 3, 4의 각 진술, 검사 작성의 공소외 1, 2, 3, 4 등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검사 또는 검찰수사사무관 작성의 각 압수조서의 기재, 수사기록에 편철된 각 예금통장 사본, 학술회의 팜플렛 사본 등의 기재 등을 들고 있는바, 그 나머지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여도 피고인들에 대한 판시 각 범죄사실은 그 증명이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2. 피고인 1과 그 국선변호인, 변호인 최종영의 각 나머지 상고이유 및 변호인 최종영, 박만호의 각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 중 이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판단한다.
가. 병풍, 소파, 금원앙 수수 부분에 대하여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여도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의미를 가질 때에는 뇌물이 된다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도865 판결, 1984. 4. 10. 선고 83도149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1997. 2.경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 원로교수인 김규식 교수가 정년퇴임한 사실, 그 무렵에는 교수 신규채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같은 해 하반기에 구강악안면외과학 전공 교수가 신규채용될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사실, 진우정은 피고인 1의 직계 제자이고 진학종은 그 아버지이긴 하였으나 1996년도까지는 피고인 1과 접촉이 그다지 빈번하지 않았고, 고가의 물건을 선물하는 일도 없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는 것인바, 이러한 점과 위 피고인은 1997. 4. 3. 재혼하였는데 6개월 이상 경과한 다음, 더구나 고가의 병풍 등을 선물한 뒤에 다시 고가의 금원앙을 선물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아니하는 점, 위 피고인 및 공소외 1, 4의 사회적 지위, 재산상태, 위 물품들이 고가품이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수수하였다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를 단순한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속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고, 가사 피고인 1이 공소외 1, 4로부터 위 물품을 의례적인 결혼축하 및 인사명목으로 수수하였다 하더라도, 그들의 내심의 의사는 밖으로 드러난 명목과는 달리, 교수 신규채용과 관련하여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수수한 것으로 볼만하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뇌물의 대가성,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금 5,000만 원 수수 부분에 대하여
원심이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진학종이 1997. 9. 29. 금 5,000만 원이 든 돈보따리를 들고 와서 피고인 1에게 주려고 할 때에 피고인은 처음에는 이를 거절하다가 나중에 반환하겠다고 하면서 받아 이를 그대로 보관하다가 같은 해 10. 초순경 공소외 2으로부터 해외연구활동비 명목으로 미화 50,000불을 교부받고, 같은 달 10. 공소외 4이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여 피고인의 교수임용 추천시 지지를 청탁할 때에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였다가 같은 달 14. 공소외 4에게 전화를 하여 위 피고인의 집으로 오라고 한 후 같은 달 16. 공소외 4이 위 피고인의 집을 방문하자 비로소 공소외 4에게 위 금원을 반환한 사실이 인정된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설사 위 피고인이 처음에는 진학종에게 위 금원을 받기를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그 금원을 일단 영득의 의사로 수수하였다가 피고인이 이를 반환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반환하지 아니하고 있던 중 공소외 4과 경쟁자인 공소외 2의 아버지 공소외 3으로부터 미화 50,000불을 교부받게 되는 등으로 마음이 바뀌어 이를 반환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위 금원을 뒤에 반환하였다고 하여 뇌물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뇌물수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미화 합계 70,000불 수수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1997. 5. 20.경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미화 10,000불을, 같은 해 9. 중순경 해외출장경비 보조금 명목으로 미화 10,000불을, 1997. 10. 초순경 해외연구활동비 명목으로 미화 50,000불을 각 수수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과 박민식과의 친교관계, 사회적 지위, 재산상태, 위 각 금원이 교부된 시기와 그 금액이 사회적의례로 교부되는 금원으로 보기에는 너무 거액인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금원은 위 명목과는 달리 실제로는 교수 신규채용과 관련하여 도와달라,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수수된 뇌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그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뇌물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피고인 2과 변호인 정태류의 각 나머지 상고이유 및 변호인 홍순협의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 중 이를 보충하는 부분을 함께 판단한다.
가.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에 대하여
뇌물죄에 있어서의 직무라 함은 공무원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상이나 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 및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8 판결, 1998. 2. 27. 선고 96도582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서울대학교에서의 신임교수채용 절차는, ① 자격심사단계로, 임용신청자에 대하여 해당 단과대학에서 연구 및 교육경력과 연구실적심사를 통하여 자격구비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한 후, ② 본심사단계로, ㉮ 단과대학에서 3인 이상의 연구실적심사위원에 의한 연구실적심사, 서류심사, 공개발표 등에 의한 능력검증 절차를 거친 다음 학장이 위원장이 되고 10명 내외의 인사위원으로 구성되는 단과대학 인사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임용추천 여부를 최종 결정하여 그 결과를 총장에게 보고하며, 인사위원회에서 심의를 할 때에는 학과장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 대학본부에서 총장이 위원장이 되고 부총장 등을 위원으로 하여 구성되는 위원회에서 단과대학 제출의 공채심사결과를 심사하여 본부 인사위원회 상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③ 임용예정자 결정단계로, 교무처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34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인사위원회에서 단과대학의 의견을 참고하여 평가요소별로 최종심의를 한 후, 총장의 결재를 거쳐 임용예정자결정을 각 대학 및 응모자에게 통지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치과대학의 경우는 치의학과 1개학과로 구성되어 있고 비법정조직으로 17개의 교실이 있는데, 교수 신규채용시 해당 교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적인 절차는 없으나 해당 교실에서 교수들의 의견을 주임교수를 통하여 제시할 경우 인사위원회에 보고하여 심의, 결정에 참고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는 치과대학의 교수 신규채용의 경우 해당 교실의 교수회의에서 추천한 응모자가 최종적으로 임용예정자로 결정되는 것이 관례이어서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의 교수 신규채용에서는 이 사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 교실 교수회의에서 추천한 응모자가 임용예정자로 결정되었으며, 교수회의에서 의견을 취합하는 경우 신진교수들보다는 원로교수들의 발언권이 훨씬 강력하여 대부분 원로교수들의 뜻대로 결정이 되는 사실, 이 사건 교수 신규채용 과정에서 치과대학 인사위원회에서 교실 교수회의가 추천한 응모자 공소외 2 대신에 응모자 최진영을 임용후보자로 추천하자, 그 교실 교수들이 관례에 어긋난다면서 강력히 반발하여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치과대학장과 교실 교수들 사이에서 심각한 분쟁이 있었던 사실, 피고인 2은 서울대학교병원 치과진료부 구강외과 과장을 겸임하고 있는 해당 교실의 원로교수인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2은 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 전공의 교수를 신규로 채용함에 있어서 관례상이나 사실상 결정권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 할 것이어서, 그 권한 행사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할 경우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뇌물죄의 직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채증법칙 위배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피고인이 1997. 9. 24.경 진학종으로부터 공소외 4이 교수로 채용되게 도와 달라는 부탁과 함께 연구비 명목으로 금 3,000만 원을 교부받은 사실, 위 피고인이 같은 해 10. 초순경 위 진학종에게 "급히 쓸 일이 있으니 금 5,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진학종이 이를 거절한 사실, 피고인이 1997. 9. 하순경 박민식에게 "돈이 필요하니 돈이 있으면 금 3,000만 원 정도 빌려달라."고 요구하여 그 며칠 후 박민식으로부터 차용금 명목으로 금 3,000만 원을 교부받은 사실, 그 당시 차용증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변제기나 이자에 관하여도 전혀 정함이 없었으며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구속될 당시까지 위 금원을 변제하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먼저 진학종으로부터 수수한 금원 부분 등에 대하여는 피고인과 위 진학종과의 친교관계, 사회적 지위, 재산상태, 피고인이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시기가 위와 같이 금 3,000만 원을 교부받은 직후이고 교수 신규임용을 둘러싸고 응모자들 사이에서 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던 시기인 점, 피고인이 빌려달라고 요구한 금액 등을 비추어 보면, 명목과는 달리 실제로는 피고인이 진학종에게 공소외 4이 교수로 채용되도록 도와주겠으니 그 대가로 금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다음 박민식으로부터의 금원 수수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인과 박민식과의 친교관계, 사회적 지위, 재산상태, 위 금원이 교부된 시기와 통상적으로 돈을 빌려 줄 경우라면 정하여야 할 이자 및 변제기에 관하여 전혀 정함이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금원은 명목과 달리 실제로는 차용금이 아니고 교수 신규채용과 관련하여 도와달라,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수수된 뇌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그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죄수에 대하여
뇌물을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수함으로써 그 행위가 여러 개이더라도 그것이 단일하고 계속적 범의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동일법익을 침해한 때에는 포괄일죄로 처벌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88 판결, 1985. 9. 24. 선고 85도1502 판결, 1982. 10. 26. 선고 81도1409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 2은 장차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악안면외과학교실 교수로 채용되기를 희망하여 1995. 3.경 서울대학교 대학원의 해당 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한 공소외 2으로부터 박사학위 취득 및 앞으로 있게 될 교수채용과 관련하여 선처하여 달라는 취지로 제공하는 뇌물을 1995. 가을부터 1997. 12. 24.경까지 사이에 6차례에 걸쳐 합계 금 2,100만 원을 수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이 피고인 2이 같은 증뢰자로부터 같은 이유 등으로 합계 금 2,100만 원을 뇌물로 받은 것은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를 포괄일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 2이 공소외 2으로부터 받은 뇌물을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고 본 제1심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뇌물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라. 추징에 대하여
수뢰자가 자기앞수표를 뇌물로 받아 이를 소비한 후 자기앞수표 상당액을 증뢰자에게 반환하였다 하더라도 뇌물 그 자체를 반환한 것은 아니므로 이를 몰수할 수 없고 수뢰자로부터 그 가액을 추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83. 4. 12. 선고 82도2462 판결, 1984. 2. 14. 선고 83도287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피고인 2은 진학종으로부터 10만 원권 자기앞수표로 금 3,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모두 소비한 후 진학종에게 다른 돈으로 금 3,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이자를 반환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2으로부터 금 3,000만 원을 추징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조치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옳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추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위와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은 이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피고인 1, 변호인 최종영의 상고이유(변호인 박만호의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 중 이를 보충하는 부분 포함)와 피고인 2, 변호인 정태류의 상고이유(변호인 홍순협의 보충상고이유서의 기재 중 이를 보충하는 부분 포함) 중 자수 여부에 대한 법리오해에 관하여 함께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1998. 2. 11. 또는 2. 12. 검찰에 임의로 출석하기는 하였지만, 피고인 2은 검찰에서 처음에는 진학종으로부터 뇌물로 금 3,000만 원을 받은 부분은 시인하였으나 금 5,000만 원에 관하여는 뇌물을 요구한 것이 아니고 순수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하여 혐의사실을 부인하였고, 공소외 2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하여는 이를 부인하였다가 그 후 공소외 2과 박민식이 금품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자 비로소 금품수수 사실은 시인하였으나 그 중 금 600만 원 수수 부분에 대하여는 뇌물이 아니고 차용금이라고 다투었고, 피고인 1은 검찰에서 처음에는 공소외 4, 진학종으로부터 금품을 교부받은 것에 대하여는 시인하였으나 금 5,000만 원에 대하여는 반환할 의사로 받았고 바로 반환하였으므로 영득의 의사가 없었고 나머지 금품에 대하여도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사실을 부인하였으며, 공소외 2측으로부터는 금품을 교부받은 것 자체에 대하여 부인하였고, 같은 달 13. 피고인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미화 49,000불이 발견된 이후에도 계속하여 공소외 2측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다가, 같은 달 14. 비로소 박민식으로부터 미화 70,000불을 뇌물로 수수한 것을 인정하였고, 금 5,000만 원 수수의 직무관련성에 관하여는 제4회 피의자신문시에 비로소 이를 시인하였으며, 법정에서는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수수한 금액이나 영득의 의사, 직무와의 관련성에 관하여 다투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고, 따라서 피고인 2이 진학종으로부터 금 3,00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피고인들이 자수를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자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 후의 각 구금일수 120일씩을 피고인들에 대한 각 본형에 산입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