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국토이용관리법상 토지거래허가지역 내의 토지에 대하여 허가 없이 체결된 매매계약이 처음부터 허가를 배제·잠탈하려 한 것인지 이와 달리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인지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사실에 법원이 구속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국토이용관리법상의 규제지역 내의 토지에 대하여 관할 도지사의 허가를 받기 전에 체결한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그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의 계약일 경우에는 확정적으로 무효로서 유효하게 될 여지가 없으나, 이와 달리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계약일 경우에는 허가를 받을 때까지는 법률상의 미완성의 법률행위로서 소유권 등 권리의 이전에 관한 계약의 효력이 전혀 발생하지 아니함은 확정적 무효의 경우와 다를 바 없지만, 허가를 받게 되면 그 계약은 소급하여 유효한 계약이 되고 이와 달리 허가를 받지 못하게 된 때에는 무효로 확정되므로 허가를 받기까지는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는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쌍방이 그 계약이 효력이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 이러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당사자 사이에 당사자 일방이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위한 협력 자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허가 신청에 이르기 전에 매매계약을 철회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일정한 손해액을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을 유효하게 할 수 있으므로, 규제구역 내의 토지를 매매함에 있어서 사전에 거래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그 매매계약의 효력은 처음부터 그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려 하였던 경우와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경우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고, 따라서 당사자가 자신이 체결한 계약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주장사실은 법률상의 요건사실인 주요사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법원은 이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사실에 구속되어 그와 다른 사실을 인정하거나 이를 기초로 판단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두산상사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두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정 담당변호사 김학세 외 7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변론주의 위반의 주장에 관하여
가. 기록과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주위적으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1996. 6. 14.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금 16억 원에 매수하기로 약정하고 원고는 당일 피고에게 계약금으로 금 1억 4천만 원을 지급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 당시 이 사건 토지는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위치하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를 원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하는 등 원고를 기망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위 법 소정의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의 계약으로서 확정적으로 무효인 계약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무효인 이 사건 계약에 기하여 지급된 위 계약금 및 이에 대한 위 지급일 이후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고, 예비적으로는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기망행위에 의한 이 사건 계약을 취소하였거나, 이 사건 계약은 합의 해제되었다는 이유로 위 계약금 및 이에 대한 취소 또는 해제일 다음날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고, 한편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은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체결되어 유동적 무효인 상태에 있다가 원고가 먼저 피고에게 계약해제 통지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가 1997. 9. 1. 소외인에게 이 사건 토지 등을 매도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소외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줌으로써 원·피고 쌍방이 허가신청을 하지 아니하기로 의사표시를 명백히 하여 이 사건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무효인 이 사건 계약에 기초하여 부당이득한 위 계약금 및 이에 대한 그 지급일 다음날부터의 이자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 그러나 법원은 변론주의의 원칙상 법률상의 요건사실에 해당하는 주요사실에 관한 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아니한 사실을 기초로 판단을 할 수는 없는 것이고, 한편 국토이용관리법상의 규제지역 내의 토지에 대하여 관할 도지사의 허가를 받기 전에 체결한 매매계약은 처음부터 그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는 내용의 계약일 경우에는 확정적으로 무효로서 유효하게 될 여지가 없으나, 이와 달리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계약일 경우에는 허가를 받을 때까지는 법률상의 미완성의 법률행위로서 소유권 등 권리의 이전에 관한 계약의 효력이 전혀 발생하지 아니함은 확정적 무효의 경우와 다를 바 없지만, 허가를 받게 되면 그 계약은 소급하여 유효한 계약이 되고 이와 달리 허가를 받지 못하게 된 때에는 무효로 확정되므로 허가를 받기까지는 유동적 무효의 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는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쌍방이 그 계약이 효력이 있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 이러한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당사자 사이에 당사자 일방이 토지거래허가를 받기 위한 협력 자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허가 신청에 이르기 전에 매매계약을 철회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일정한 손해액을 배상하기로 하는 약정을 유효하게 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 1995. 12. 26. 선고 93다59526 판결 등 참조), 규제구역 내의 토지를 매매함에 있어서 사전에 거래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 그 매매계약의 효력은 처음부터 그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려 하였던 경우와 허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경우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고, 따라서 당사자가 자신이 체결한 계약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주장사실은 법률상의 요건사실인 주요사실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법원은 이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사실에 구속되어 그와 다른 사실을 인정하거나 이를 기초로 판단할 수는 없다 고 할 것이다.
다.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아무리 기록을 정사하여 보더라도 원고는 어디까지나 이 사건 계약이 처음부터 그 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하려 하였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였지, 원심 인정대로 당사자 사이에 허가를 받을 것을 전제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이고,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계약이 피고가 이 사건 토지 등을 타인에게 매도함으로써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다고 주장한 바는 없으며(원고가 그 예비적 주장사실에서, 피고가 이 사건 토지 등을 타인에게 매도하였다는 주장을 한 것은 그로 인하여 유동적 무효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계약이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주장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피고 또한 허가 문제를 논의하기도 전에 원고의 위약으로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된 것이라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에 기초하여 원고 승소판결을 한 것은, 국토이용관리법상의 허가를 받지 않은 토지매매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변론주의에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아니할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