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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도9242 판결
[횡령][공2010하,1521]
판시사항

[1] 부동산에 관한 횡령죄에서 보관자의 지위에 대한 판단 기준 및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농지의 명의신탁 당시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었으나 그 후 사정변경으로 신탁자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경우, 그 시점부터 수탁자가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가 되는지 여부(적극)

[3] 물품제조 회사가 농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그 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물품제조 회사는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 보관자의 지위는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시행 당시 농지를 매수하여 농가 등 적법하게 농지를 매수할 자격이 있는 수탁자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비록 그 명의신탁 시점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어 위 농지를 매수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농지법 시행 등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위 농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시점부터는 수탁자가 신탁자를 위하여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3] 물품제조 회사가 농지를 매수하여 피고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그 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은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농지개혁법(1994. 12. 22. 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로 폐지)상의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들이 매수인인 물품제조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다. 따라서 이 농지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로 보아야 하며, 위 법이 폐지되고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인은 애초부터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여 위 토지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가.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와 같은 일반 법인은 구 농지개혁법(법률 제4817호 농지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1996. 1. 1.자로 폐지된 법, 이하 ‘구 농지개혁법’이라 한다) 시행 당시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에 의한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농지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농지의 매도인이 매매계약에 따라 그 매수인인 일반 법인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고, 이와 같이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농지의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라고 보아야 하며, 구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1996. 1. 1.부터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무효였던 매매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될 수는 없다( 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18232 판결 ,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다46565, 46572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그 밖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부동산의 경우 보관자의 지위는 점유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의 유무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므로,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 참조).

2. 원심은,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가 1987. 4.경 공소외 2, 3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매도인들로부터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침으로써 소유명의를 신탁하여 두었는데 피고인이 2005년 이후 이를 타인에게 처분함으로써 횡령하였다는 요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① 횡령죄의 대상으로서의 농지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토지의 현상과 무관하게 공부상의 지목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므로, 등기부상 그 지목이 ‘전’인 이 사건 토지는 그 현상과 무관하게 농지로 취급되어야 하고, ② 농지에 관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보관자의 지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농지 소유권의 반환을 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피고인에게 이 사건 토지를 명의신탁한 피해자는 농지법상 농지를 취득할 수 없는 일반 법인이어서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위하여 농지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였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가. (1) 우선, 어떤 토지가 농지 관련 법규 소정의 농지인지 여부는 공부상의 지목 여하에 불구하고 당해 토지의 사실상의 현상에 따라 가려야 하므로( 대법원 1999. 2. 23.자 98마2604 결정 등 참조), 원심이 이 사건 토지를 현상과 무관하게 그 지목에 따라 농지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다.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산업용 플라스틱 일반성형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로서 이 사건 토지 인근의 토지 위에 공장을 신축하면서 그 진입로 확보를 위해 이 사건 토지를 그 소유자들인 공소외 4(제1심 판결문에 ‘ 공소외 2’라고 기재한 것은 오기이다), 공소외 5로부터 매수하였는데, 매매계약 당시에는 그 현상이 지목과 같은 농지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매수한 다음 진입로로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조업을 하는 일반 법인인 피해자로서는 농지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시행되던 구 농지개혁법상의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가 없어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매도인인 공소외 4, 5가 매수인인 피해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원시적으로 이행불능이고, 따라서 원시적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은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로 보아야 하며, 구 농지개혁법이 폐지되고 농지법이 시행되었다고 하여 무효인 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다.

(3) 한편, 부동산을 소유자로부터 매수한 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3자간 명의신탁’ 또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그 제3자가 자기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구 농지개혁법 시행 당시 농지를 매수하여 농가 등 적법하게 농지를 매수할 자격이 있는 수탁자 앞으로 명의신탁하는 경우, 비록 그 명의신탁 시점에는 신탁자가 농지매매증명을 발급받을 수 없어 위 농지를 매수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 농지법 시행 등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신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위 농지에 관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그 반환을 구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시점부터는 수탁자가 신탁자를 위하여 위 농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서게 된다 (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11029 판결 ,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03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인 공소외 4, 5와 매수인인 피해자 사이의 이 사건 토지 매매계약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채권계약으로서도 무효이므로, 농지법 시행 여부를 불문하고 피해자는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매도인을 대위하는 등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은 애초부터 이른바 ‘3자간 명의신탁’에 기한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원인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명의자에 불과하여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지 아니한다. 나아가 피고인이 공소외 4, 5와는 무관하게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명의신탁받아 피고인 명의로 등기를 마친 것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의 진정한 소유자인 공소외 4, 5와 피고인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토지를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것이 공소외 4, 5나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를 횡령한 것으로 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원심판결은 그 이유 설시가 부적절하지만 피고인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므로, 검사의 상고는 결과적으로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김능환 민일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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