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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도6463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공2008하,1626]
판시사항

[1]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를 구성하는 ‘위탁신임관계’를 발생시키는 명의신탁관계의 판단 기준

[2] 산업발전법상 기업구조조정조합의 법률적 성질(=민법상 조합) 및 조합규약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로 업무집행조합원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산업발전법상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 투자자산의 처분 등을 조합원총회의 결의사항으로 규정한 조합규약에도 불구하고 조합 명의로 업무상 보관하던 주식을 임의로 매각한 사안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다. 여기서 보관이라 함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를 발생시키는 명의신탁관계는 반드시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시적 계약에 의하여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도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명의신탁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 수탁자가 그 재물을 보관하게 된 동기와 경위,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거래 내용과 태양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산업발전법상 기업구조조정조합의 법률적 성질은 민법상 조합이므로, 산업발전법 및 그 시행령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는 민법상 조합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산업발전법의 규정 취지상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인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조합재산에 대한 관리·운용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조합규약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업무집행조합원이 조합재산을 처분할 때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게 하는 등의 제한은 할 수 있다.

[3] 산업발전법상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 투자자산의 처분 등을 조합원총회의 결의사항으로 규정한 조합규약에도 불구하고 조합 명의로 업무상 보관하던 주식을 임의로 매각한 사안에서,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Law25 담당변호사 김기원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로서, 횡령죄의 주체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어야 하고, 여기서 보관이라 함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그 재물의 보관자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와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도2413 판결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도108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를 발생시키는 명의신탁관계는 반드시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명시적 계약에 의하여서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서도 성립될 수 있다 ( 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다49091 판결 참조). 그리고 명의신탁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관계, 수탁자가 그 재물을 보관하게 된 동기와 경위,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거래 내용과 태양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받은 아람파이낸셜서비스주식회사(이하 ‘아람파이낸셜’이라고 한다) 증자대금 39억 3,000만 원으로 증자를 하면서 위 피해자를 위하여 피고인 명의로 신탁받아 보관하던 아람파이낸셜 주식 786,000주의 반환요구를 거부하여 이를 횡령하고, 또한 피해자 공소외 1로부터 79억 5,000만 원 및 피해자 안신물류로부터 40억 원을 받아 신호제지 주식회사(이하 ‘신호제지’라고 한다)의 주식 1,877,358주를 매입하여 피고인이 대표이사인 아람파이낸셜 명의로 신탁받아 보관하던 중 위 피해자들의 반환요구를 거부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판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에 각기 위와 같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 명의신탁 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은 공소외 2와 함께 피고인의 도움을 받아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인 아람파이낸셜을 통하여 기업개선작업이 종료될 예정인 신호제지를 인수하여 경영할 목적으로 피고인에게 아람파이낸셜의 증자대금으로 39억 3,000만 원을, 신호제지 주식의 매입대금으로 안신물류와 함께 99억 5,000만 원을 각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아람제1호구조조정조합(이하 ‘아람조합’이라 한다) 및 아람컨소시엄을 구성한 반면, 피고인은 위 자금으로 아람파이낸셜을 증자하고 아람파이낸셜 명의로 신호제지 주식을 인수한 것 외에는 별다른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 점, 아람파이낸셜은 이 사건 당시 자본금의 부족으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등록을 반납한 상태이어서 신호제지를 인수하기 위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50억 원의 증자대금이 필요하였고 공소외 1은 이 중 39억 3,000만 원을 조달한 점, 신호제지의 신채권단은 2004. 11. 23. 신호제지와 사이에 1,450억 원 및 미화 1억 달러를 대출하는 약정을 체결하면서 아람파이낸셜과 아람조합의 신호제지에 대한 지분비율을 33%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하였고, 또한 아람컨소시엄에 150억 원을 투자하여 신호제지 주식 2,830,188주를 매수한 한국캐피탈주식회사 및 70억 원을 투자하여 1,320,754주를 매수한 신한캐피탈 주식회사(신한조합 명의 포함)가 아람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아람파이낸셜에게 담보제공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아람파이낸셜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그 명의로 신호제지 주식을 취득하여야 할 사정이 있었던 점, 구 채권단은 아람컨소시엄에게 신호제지의 구 사주인 공소외 2 및 그의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자금을 주식인수대금에 투입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 까닭에 공소외 2의 지인인 공소외 1 명의로는 아람파이낸셜 또는 신호제지 주식을 취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던 점, 공소외 1이나 안신물류, 공소외 3 등은 모두 피고인에게 금원을 보내기 전에 피고인과 사이에 금원에 대한 이자나 변제기한 등을 정하거나 피고인으로부터 차용증 등 서류나 담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없고 사후에 자금관계 출처에 관한 증빙 등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피고인과 사이에 무보증 사모사채인수계약서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점, 피고인은 공소외 1과 안신물류가 조성하여 지급한 자금으로 신호제지 주식을 인수하면서 공소외 2에게 그 자금에 해당하는 주식 수를 기재한 신호제지 투자자명단을 작성하여 교부한 점, 공소외 1과 안신물류 및 아람조합에 참여한 신호제지 협력업체 등이 자금을 투입한 것은 신호제지의 인수와 경영권 유지를 위한 것이지 피고인에게 대여하여 이자 등 금전적인 이익을 수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공소외 1이 공소외 3 및 동문건설, 동양고속건설로부터 높은 이율로 차용한 자금을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그보다 나쁜 조건으로 다시 아람파이낸셜에게 대여한다는 것은 경험칙상 인정하기 어렵고 공소외 1이 그렇게 하여야 할 만한 특별한 이유도 없었던 점, 아람컨소시엄이 신호제지를 인수한 후 공소외 2는 회장으로, 공소외 1은 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소외 1이 공소외 4를 대표이사로 추천하여 선임되게 하는 등 신호제지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였던 점 등을 알 수 있다.

위 법리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신호제지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신호제지를 인수하여 운영하기 위하여 피고인에게 인수를 대행하게 하였고, 이에 따라 공소외 1과 안신물류가 피고인에게 인수자금을 지급하고, 피고인이 위 자금을 이용하여 아람파이낸셜을 증자하고 신호제지의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에는 위 아람파이낸셜의 증자주식을 피고인 명의로, 신호제지의 주식을 아람파이낸셜 명의로 각 신탁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인이 직접 명의수탁자로서 또는 명의수탁자인 아람파이낸셜의 대표이사로서 보관 중이던 위 주식에 대한 반환요구를 거부한 행위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의 조치에는 묵시적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산업발전법상 기업구조조정조합은 구조조정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 등을 목적으로 하여 결성되고( 산업발전법 제15조 제1항 ), 기업구조조정조합은 업무집행조합원과 업무감독조합원을 두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가 업무집행조합원이 되는 것으로 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5조 제4항 ), 업무집행조합원은 기업구조조정조합에 출자되는 자금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출자자의 이익을 위하여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같은 법 제15조의3 제1항 ), 기업구조조정조합은 기업구조조정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권한과 책임하에 운영된다고 할 것이나,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조직과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제15조 제7항 ), 기업구조조정조합도 그 법률적 성질은 민법상 조합으로서 산업발전법 및 그 시행령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는 민법상 조합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산업발전법의 규정 취지상 업무집행조합원인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조합재산에 대한 관리·운용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조합규약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업무집행조합원이 조합재산을 처분함에 있어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치게 하는 등의 제한은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아람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인 아람파이낸셜의 대표이사로서 아람조합 명의로 신호제지 주식 3,262,055주를 업무상 보관하던 중, 피해자 안신물류 등 아람조합원들이 2005. 10. 7. 조합원총회의 결의로 업무집행조합원의 대리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조합규약을 변경하여 피고인의 신호제지 주식의 매각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백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신호제지 주식 중 2,739,010주를 매각하여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업무집행조합원의 조합재산 관리·운용권에 대한 산업발전법령의 규정은 강행규정으로서 조합규약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일체 변경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신호제지 주식을 매각한 것은 아람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의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것이라는 전제에 선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제1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아람조합의 조합원들이 2005. 10. 7. 임시 조합원총회에서 총 조합원 35명 중 출석한 32명(의결권의 기준이 되는 총출자좌수의 약 85%) 전원의 찬성으로, 아람조합의 투자업체의 임원변경, 정관변경, 영업양수도, 경영위탁 등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대한 조합의 주주권(의결권 포함) 행사 및 투자자산의 처분을 새로운 조합원총회의 결의사항으로 신설하고(신설된 조합규약 제20조 제1항 제9호), 업무집행조합원의 업무집행권한 및 대리권을 일부 제한하여 조합원총회가 조합규약에서 총회의 권한으로 정한 사항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업무감독조합원 중에서 그 총회 결의를 집행할 자를 지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업무집행조합원의 대리권은 소멸되고 총회가 지정한 업무감독조합원이 조합 명의로 조합원들을 대리하여 이를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신설된 조합규약 제25조 제1항 단서)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를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조합원총회의 권한으로 정한 사항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업무감독조합원 중에서 그 총회 결의를 집행할 자를 지정하도록 하면서, 이 경우 업무집행조합원의 대리권 자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산업발전법 제15조 제4항 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무효라고 할 것이지만, 투자자산의 처분 등을 조합원총회의 결의사항으로 한 것은 업무집행조합원의 대리권 행사 방법을 제한한 것에 불과하여 무효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와 같은 아람조합의 조합규약 및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함을 알면서도 업무집행조합원인 아람파이낸셜의 대표이사로서 보관 중이던 위 신호제지의 주식을 처분하였다면,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횡령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횡령의 범의 역시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에는 산업발전법상 기업구조조정조합에 대한 법리오해 및 횡령죄의 성립과 그 범의 등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안대희(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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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서부지방법원 2006.12.21.선고 2006고합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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