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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9.10.선고 2014다23176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4다231767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겸상고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0. 29. 선고 2014나2022336 판결

판결선고

2015. 9. 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 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여 계좌가 개설된 경우에,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본 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모용계좌를 통하여 입출금된 금원 상당에 대하여 언제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주의의무 위반과 피모용자 또는 제3자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 상당인과관계는 일반적인 결과발생의 개연성은 물론 본인확인 주의의무를 지우는 법령 기타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 계좌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그 불법행위에 대한 계좌의 기여도, 계좌 이용자 및 계좌 이용 상황에 대한 상대방의 확인 여부, 피침해이익의 성질 및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이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개설된 모용계좌가 불특정 다수인과의 거래에 이용되는 경위나 태양은 매우 다양함에도 모용계좌를 이용하여 범죄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그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금융기관에 부담시킨다면, 불특정 다수인이 자신의 책임하에 행하여야 할 거래상대방에 관한 본인 확인이나 신용조사 등을 잘못하여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하자 있는 거래관계나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행하여진 다양한 형태의 재산권 침해행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무차별적으로 금융기관에 책임을 추궁하는 결과가 되어 금융기관의 결과발생에 대한 예측가능성은 물론 금융기관에게 본인확인의무 등을 부과한 행동규범의 목적과 보호법익의 보호범위를 넘어서게 되므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본인확인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아니하여 모용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의 잘못과 다양한 태양의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1)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① A 등이 위조된 E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하여 E 명의로 우리투자증권의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우리투자증권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위 증권계좌를 이용하여 인터넷으로 E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은 후, ② A 등이 피고의 우체국을 방문하여 위조된 E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E 명의의 우체국 예금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를 개설하여 예금통장(이하 '이 사건 통장'이라 한다)을 발급받고 나서, 이 사건 통장의 가입일자 및 발행일자를 '2012. 4. 25.'에서 '2011. 1. 25.'로 변조한 다음, ③ A 등이 원고의 전주 고객프라자 창구를 방문하여, 위 주민등록증 및 변조된 이 사건 통장을 제시하고 E 명의로 원고와 사이에 전자금융거래서 비스계약을 체결하고 보안카드(이하 '이 사건 보안카드'라 한다)를 발급받았고, ④ 나아가 위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하여 원고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후 이 사건 보안카드를 이용하여 E 명의로 약관대출(이하 '이 사건 대출'이라 한다)을 신청하고 그 대출금을 이 사건 계좌로 이체받아 인출한 사실 등의 판시 사실들을 인정하고, (2) ①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보면, 피고의 우체국 직원이 E 명의의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할 당시 위조 주민등록증을 제시받고 본인 확인을 할 때에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② 나아가 원고로부터 전자금융거래로 약관대출을 받기 위하여는 보안카드와 전자금융거래 전용계좌가 필요한데, 그 신청은 보험계약자 본인이 주민등록증과 발급 후 3개월이 경과한 보험계약자 본인 명의의 통장을 지참하고 원고의 고객창구에 내방하여야 가능하지만, 그에 선행하는 피고의 우체국 직원의 과실에 의한 이 사건 계좌의 개설을 전제로 이루어졌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대출로 인하여 입은 손해와 피고의 우체국 직원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3) 피고는 우체국 직원의 과실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의 손해와 우체국 직원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설령 원심 인정과 같이 피고의 우체국 직원에게 이 사건 계좌 개설 당시 E 본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도, 피고에게 A 등의 대출금 편취 범행에 대한 방조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피고의 우체국 직원이 A 등에게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하여 이 사건 통장을 발급하여 주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위 우체국 직원이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할 때에 이 사건 계좌를 통하여 위와 같은 대출금 편취의 불법행위가 이루어지며 이 사건 계좌가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 관한 예견가 능성과 아울러 이 사건 대출에 이르게 된 경위, 이 사건 계좌가 이 사건 대출 내지 이에 관한 피고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고가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의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2) 그런데 앞서 본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과연 피고 우체국의 직원이 이 사건 계좌 개설 당시 장차 이 사건 계좌 및 통장을 통하여 입·출금이 이루어지는 것을 넘어서서, 이 사건 계좌 및 통장이 다른 금융기관인 피고 보험회사로부터 이 사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그 전제가 되는 피고와의 전자금융거래 서비스 계약 및 이 사건 보안카드 발급과 관련하여 E 본인확인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됨을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3) 그리고 원심이 이 사건 계좌 개설 당시의 피고의 우체국 직원의 과실로 들고 있는 사정은 위조 주민등록증의 발급명의자가 '서울특별시 강남구청장'이 아닌 '강남구청 장'이라고 표기되어 있고 홀로그램 문양이 진정한 주민등록증과 다름에도 이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것인데, 이러한 잘못은 A 등이 원고와 전자금융거래서비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보안카드를 발급받을 때에 위조 주민등록증을 확인한 원고의 담당 직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한편 피고의 우체국 직원은 원고의 담당직원과 마찬가지로 안전행정부가 제공하는 주민등록증 위·변조 확인수단인 '1382 전화'를 통하여 위 위조 주민등록증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그 위조 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한 과실이 중대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피고의 우체국 직원의 과실이 전자금융거래서비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보안카드를 교부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직원이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면서 저지른 과실과 달리 평가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뿐 아니라, 원고는 E의 보험가입 당시 그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한자 이름에 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전자금융거래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보안카드를 발급할 당시에 E의 실제 한자 이름과 위조된 주민등록증에 기재된 한자 이름이 다르다는 등의 사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발급 후 3개월 경과의 요건을 갖추기 위하여 A 등에 의하여 이 사건 통장의 가입일자 및 발행일자가 변조되어 있었음에도 이에 관하여도 제대로 확인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A 등과의 이 사건 대출과 관련된 거래 당시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이 사건 대출금 상당액의 손해를 입는 것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아래에서 보듯이 전자금융거래서비스계약 체결 및 이 사건 보안카드의 교부가 이 사건 대출 및 손해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음에 비추어 보면, 피고 우체국 직원의 주민등록확인 과정에서의 과실을 원고 직원의 그보다 더 중한 과실과 별도로 전자금융거래서비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보안카드를 교부하는 과정에서의 본인확인에 관한 장해사유로 보아 이 사건 대출 및 그로 인한 손해에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4) 또한 이 사건 대출은 인터넷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를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전자금융거래서비스계약 및 이 사건 보안카드의 발급이 필수적인 전제가 되며, 따라서 그에 관한 우리투자증권의 과실 및 원고의 과실이 이 사건 대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할 수 있고, 그에 비하여 이 사건 계좌는 이 사건 대출을 지급받는 수단으로 이용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5)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좌 개설 시위조된 주민등록증 확인에 관하여 피고의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과실과 이 사건 대출 및 그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앞서 본 것과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입은 이 사건 대출로 인한 손해와 피고의 우체국 직원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잘못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 내지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와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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