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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7261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공여][공2011하,2601]
판시사항

[1] 뇌물죄에서 수뢰자가 증뢰자에게서 받은 돈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수뢰자가 돈을 실제로 빌린 것인지에 관한 판단 기준

[2]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검사)와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수수된 돈의 성격이 뇌물인지 다투어지는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3] 피고인 갑이 골프장 신축사업을 추진하면서 군(군)의회 의장인 피고인 을에게 향후 인허가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등의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고, 피고인 을이 이를 송금받아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돈이 차용금일 뿐이라는 피고인들 주장을 배척하고 뇌물로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뇌물죄에서 수뢰자가 증뢰자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수뢰자가 그 돈을 실제로 빌린 것인지는 수뢰자가 증뢰자에게서 돈을 수수한 동기, 전달 경위 및 방법, 수뢰자와 증뢰자의 관계, 양자의 직책이나 직업 및 경력, 수뢰자의 차용 필요성 및 증뢰자 외의 자에게서 차용 가능성, 차용금 액수 및 용처, 증뢰자의 경제적 상황 및 증뢰와 관련된 경제적 예상이익 규모, 담보제공 여부, 변제기 및 이자 약정 여부, 수뢰자의 원리금 변제 여부, 채무불이행 시 증뢰자의 독촉 및 강제집행 가능성 등 증거에 의하여 나타나는 객관적인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수수된 돈의 성격이 뇌물인지가 다투어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수수된 돈의 성격이 뇌물이라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3] 피고인 갑이 골프장 신축사업을 추진하면서 군(군)의회 의장인 피고인 을에게 향후 예정된 골프장 건설에 관한 군의회의 의견청취 절차가 신속히 처리되고 골프장 사업에 우호적인 의견이 채택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과 향후에도 인허가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고, 피고인 을이 이를 송금받아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원심이 판시한 사정들은 위 돈을 뇌물이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되지 못하거나 위 돈이 뇌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의 정도를 넘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가 되지 못하는 것들에 불과하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도, 이와 달리 판단하여 위 돈이 차용금일 뿐이라는 피고인들 주장을 배척하고 뇌물로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김용균 외 10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뇌물죄에 있어서 수뢰자가 증뢰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그 돈을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수뢰자가 그 돈을 실제로 빌린 것인지 여부는 수뢰자가 증뢰자로부터 돈을 수수한 동기, 전달 경위 및 방법, 수뢰자와 증뢰자 사이의 관계, 양자의 직책이나 직업 및 경력, 수뢰자의 차용 필요성 및 증뢰자 외의 자로부터의 차용 가능성, 차용금의 액수 및 용처, 증뢰자의 경제적 상황 및 증뢰와 관련된 경제적 예상이익의 규모, 담보제공 여부, 변제기 및 이자 약정 여부, 수뢰자의 원리금 변제 여부, 채무불이행 시 증뢰자의 독촉 및 강제집행의 가능성 등 증거에 의하여 나타나는 객관적인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7도3943 판결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9도438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러한 법리는 수수된 돈의 성격이 뇌물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수수된 돈의 성격이 뇌물이라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4305 판결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6110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회장으로서 공소외 2와 공동으로 경기 여주군 북내면 신남리·오금리 일대에서 ○○○○ 골프장(이하 ‘이 사건 골프장’이라 한다) 신축사업을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시행사로 하여 추진하면서 2006. 7. 6.경 여주군의회 의장이던 피고인 2에게 향후 예정된 위 골프장 건설에 관한 군의회의 의견청취 절차가 신속히 처리되고, 그 절차에서 위 골프장 사업에 우호적인 의견이 채택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과 향후에도 인허가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군의회 의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달라는 명목으로 7,000만 원을 송금하여 뇌물을 공여하고, 피고인 2는 위 돈을 송금받아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원심에 이르기까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금전의 교부와 수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돈은 뇌물이 아니라 차용금일 뿐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① 위 돈이 골프장 사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공소외 2 군수가 2006. 7. 1. 취임한 후 같은 달 12일자 군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앞둔 상황에서 제공된 것인 점, ② 피고인 1은 위 돈을 피고인 2에게 직접 건네지 않고 동생의 직원 공소외 3이 동생의 처 계좌에서 출금하여 피고인 2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직원 공소외 5 명의의 계좌에 송금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제공한 점, ③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위 돈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변제기나 이자를 약정하지도 않은 점, ④ 위 돈은 이 사건이 기소된 이후에서야 변제되었는데, 피고인 1은 위 돈을 변제받을 때까지 4년여 동안 피고인 2에게 변제 독촉을 하지 않은 점, ⑤ 피고인 2가 위 돈을 받은 이후 변제 시까지 사이에 변제능력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7,000만 원은 차용금이 아니라 피고인 2의 군의회 의장으로서의 직무와 관련하여 주고받은 뇌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신임 군수는 피고인 1이 추진하는 이 사건 골프장 건설을 포함하여 기존에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던 골프장 건설까지 반대한 것은 아니었고, 여주군의회에 위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거나 지연시키려는 기류가 있었다고 볼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으므로, 원심판시와 같이 신임 군수가 취임하였으며 군의회 의견청취 절차가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들은 1988년경 피고인 1이 여주에서 추진한 △△아파트 신축사업과 관련하여 서로 알게 된 이후 1996년부터 피고인 1은 광명JC(한국청년회의소) 회장으로, 피고인 2는 여주JC 회장으로 당선되어 그 유대가 깊어졌고, 피고인 2가 운영하는 회사가 피고인 1이 운영하는 회사의 협력업체로 등록되어 함께 일하는 등으로 피고인 2가 여주군의회 의원이나 의장이 되기 이전부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왔으며, 피고인 2는 이러한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피고인 1로부터 이 사건 7,000만 원 외에도 그 수수 시기를 전후한 2004. 12. 30.에 1억 원, 2005. 10. 19.에 5,000만 원, 2005. 12. 30.에 1억 2,000만 원, 2008. 12. 26.에 1억 5,000만 원을 빌렸다가 갚는 등의 잦은 금전거래를 해 왔던 점, ③ 피고인 2는 그가 운영하는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던 2006. 7. 1. 수주한 공사 도급인 공소외 6 주식회사로부터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의 제출을 요구받았을 뿐 아니라 2006. 7. 9.에 만기가 도래하는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은행 대출금에 대한 신용보증기간 연장을 위하여도 국세완납증명서가 필요하게 되자, 같은 달 6일 피고인 1에게 체납한 세금 납부를 위하여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였고, 피고인 1은 위 말을 듣고 7,000만 원을 송금하게 된 것이지 피고인 2가 뇌물을 요구하거나 피고인 1이 공소사실과 같은 도움을 요청하며 먼저 돈을 제공한 것이 아니었으며, 피고인들은 위와 같이 교부된 돈의 성격에 관하여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④ 위와 같이 송금된 돈은 송금된 당일 63,850,530원권 수표 1장, 100만 원권 수표 6장, 현금 149,470원으로 인출되어 그 중 63,850,530원권 수표 1장이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세금납부에 사용되는 등 거의 대부분이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세금 납부나 신용보증기금의 만기 연장과 같이 피고인 2가 돈을 요구할 때 말했던 용도로 사용된 점, ⑤ 비록 위 7,000만 원의 송금이 피고인들 명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피고인 1 동생의 직원이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직원 공소외 5 명의의 계좌로 대체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나, 피고인 2가 피고인 1로부터 돈을 빌릴 때 대부분 피고인들 본인 계좌가 아닌 피고인 1의 처 명의의 계좌와 공소외 4 주식회사 또는 공소외 4 주식회사의 경리 직원 공소외 5의 계좌 등 다른 사람의 계좌를 이용해 왔던 것에 비추어, 이 사건 송금이 피고인들 명의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고, 오히려 위 돈이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세금 등 회사의 비용에 사용될 예정이었다는 면에서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직원 공소외 5 계좌로 송금된 것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는 점, ⑥ 비록 피고인들이 위 금전의 수수 과정에서 담보제공을 하지 않고 변제기나 이자의 약정도 하지 아니하였으나, 이는 피고인들 사이의 다른 금전거래 시에도 마찬가지였다는 면에서 그러한 거래방식이 이례적인 것이 아닌 점, ⑦ 게다가 공소외 4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주요 자금관리를 담당해 온 피고인 2의 처 공소외 7은 회사의 주요 자금거래를 수첩에 기재하여 왔는데, 그 수첩의 2006. 7. 6.자 부분에는 “상 : 70,――――”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공소외 4 주식회사 측에서 2006. 7. 6. 피고인 1로부터 사업상 70,000,000원을 받았다는 취지라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판시한 앞서 본 사정들은 위 7,000만 원을 뇌물이라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이거나 위 돈이 차용금이 아니라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목적으로 제공된 뇌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의 정도를 넘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정도의 것이 되지 못하는 것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들에 대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앞서 본 바와 같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이유로 위 7,000만 원을 뇌물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양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능환(주심) 안대희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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