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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동부지원 2011. 9. 19.자 2011카합211 결정
[고리1호기가동중지가처분] 즉시항고[각공2011하,1335]
판시사항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가 과학기술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운전하자, 발전소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발전소 계속운전에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발전소 가동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위 주민들에게 발전소의 가동중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없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회사가 과학기술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운전하자, 발전소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발전소 계속운전에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발전소 가동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위 회사에게는 당연히 방사능 물질의 누출 등으로 인한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여 공공의 안전을 도모할 의무가 있으나, 원자력 발전이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할 수 없는 위험을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는 추상적 위험만으로 주민들에게 발전소 가동중지를 구할 사법상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발전소 계속운전 과정에서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한 기술적 통제의 불가능 또는 결여로 인해 방사능 물질의 누출이 발생하여 주민들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이 침해되는 재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는 경우라야 위 주민들에게 발전소 가동중지를 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위 회사는 현시점에서 발전소 계속운전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기술적 통제를 적절히 수행하고 있음이 인정되고, 이와 달리 위 발전소에서 방사능 재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구체적 위험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소명자료가 없으므로, 위 주민들에게 피보전권리, 즉 발전소의 가동중지를 구할 수 있는 사법상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채권자

채권자 1 외 96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동규 외 2인)

채무자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외 3인)

주문

1.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2. 신청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한다.

채무자는 부산 기장군 장안면 고리 소재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이하 ‘고리 1호기’라 한다)의 가동을 계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유

1. 기초 사실

아래 각 사실은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가. 채권자들은 부산시민 또는 고리 1호기를 중심으로 반경 30㎞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고, 채무자는 고리 1호기를 운영하는 회사이다.

나.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으로 운영허가를 받아 최초 임계일인 1977. 6. 19.로부터 30년이 되는 2007. 6. 18. 설계수명이 만료되었다.

다. 채무자는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하여, 설계수명 만료 전인 2006. 6. 16. 원자력법 제23조의3 동법 시행령 제42조의2 제4항 에 근거하여 과학기술부장관에게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하고, 원자력법 시행령 제42조의3 동법 시행규칙 제19조의2 에 따라 심사자료로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기기수명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이하 위 평가보고서들을 ‘이 사건 평가보고서’라 한다)를 제출하였다.

라. 과학기술부장관은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적정성을 심사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의견에 따라 2007. 12. 11. 고리 1호기의 10년간 계속운전을 허가하였고, 채무자는 2008. 1. 17. 고리 1호기의 재가동을 개시하여 현재까지 운영하여 왔다.

2. 채권자들의 주장

채권자들은,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은 아래와 같은 안전상의 문제를 안고 있고, 그로 인하여 방사성물질에 의해 채권자들의 건강 및 환경에 위해를 가할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고리 1호기의 가동중지를 명하는 가처분을 구한다.

①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을 다하여 노후화한 원자력발전소로서 잦은 고장, 보수·교체가 불가능한 중요기기의 노후화, 특히 압력용기의 중성자 조사로 인한 취화현상으로 방사능 누출 위험이 있다.

② 고리 1호기의 호안 방호벽 높이, 내진 설계, 비상발전시스템 등이 지진·해일 등의 천재지변과 테러·공격 등에 대처하기에 미흡하고, 인근 주민의 안전보장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③ 고리 1호기 계속운전 허가의 심사자료인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미공개로 계속운전의 안전성이 대외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④ 고리 지역 일대는 고리 1호기뿐만 아니라 총 12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원자력발전소 단지화되었는데, 노후원전인 고리 1호기의 가동정지는 원자력발전소 단지화로 인한 위험의 증대를 막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

3. 피보전권리의 존부에 관한 판단

가. 피보전권리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 보듯이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로 방사성물질이 누출되고 사람을 비롯한 생명체와 환경 및 재산 등이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인명과 환경, 재산 등에 막대하고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고 환경의 회복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고리 1호기를 운영하는 채무자로서는 당연히 방사성물질의 누출 등으로 인한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여 공공의 안전을 도모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이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할 수 없는 위험을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는 추상적인 위험만으로는 채권자들에게 고리 1호기의 가동중지를 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고,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과정에서 잠재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기술적 통제의 불가능 또는 결여로 인해 방사성물질의 누출이 발생하여 채권자들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이 침해되는 재해(이하 ‘방사능재해’라 한다)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위험이 인정되는 경우라야 채권자들에게 고리 1호기의 가동중지를 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개별적 가동중지사유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평가보고서 미공개 문제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미공개로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적정성을 외부에서 심사·검증할 기회가 없었다 하여 고리 1호기에서 방사능재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소갑 제1 내지 5호증, 소을 제29, 30호증의 각 기재와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평가보고서는 국가안전보장, 채무자 및 관련 업체의 영업비밀에 관련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이 인정되고, 이런 사정으로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올해 범위와 방식에 제한을 두고 부분적으로 공개되었다).

2) 원자력발전소 단지화 완화 문제

원자력발전소 단지화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하다라도 그런 요청만으로 고리 1호기의 가동을 중지시켜야 할 사유가 될 수 없다(원자력발전 자체에 대한 찬성 여부에 관한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을 떠나서 본다면, 원자력발전소를 단지화하는 것과 전력수요지별로 분산시키는 것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할 때 환경과 효율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안전성의 측면에서도 분산화가 더 나은 방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3) 고장, 중요기기 노후화 문제

가) 이 사건 심문 결과에 의하면, 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고리 1호기 계속운전 허가과정에서 3회의 현장점검을 통해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적정성 및 고리 1호기의 안전성·계속운전 가능성에 관한 심사를 수행한 후 2007. 12.경 이 사건 평가보고서가 적정하게 작성되었고 향후 10년간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소을 제5호증)를 과학기술부장관에게 제출한 사실, ② 과학기술부장관은 고리 1호기 계속운전 허가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도 이 사건 평가보고서의 적정성과 고리 1호기의 안전성 등의 검증(IAEA SALTO Peer Review)을 의뢰하였고, 국제원자력기구는 2007. 7. 23.부터 그해 8. 3.까지 이 사건 평가보고서에 대한 검토와 함께 고리 1호기의 현장실사를 한 결과 계속운전이 적정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힘과 아울러 권고사항과 제안사항 등의 후속조치를 제시하였으며, 2010. 5. 18.부터 그달 20일까지 방문점검을 통해 채무자가 후속조치를 모두 이행하였음을 확인하는 보고서(소을 제23호증)를 제출한 사실, ③ 2011. 3.경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증대되자 채무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특별히 고리 1호기에 대한 정밀안전점검을 의뢰하였는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점검 결과 계속운전 중인 고리 1호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재확인하는 보고서(소을 제6호증)를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이하에서 주요 몇 가지 사항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하는바, 소을 제5 내지 15, 22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 등 이 사건 심문 결과에 의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소갑 제11, 12, 13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1) 고리 1호기의 고장 이력

고리 1호기는 운전을 개시한 이후 1995년까지 매년(연평균 5.8회) 고장으로 불시정지되는 사례가 있었으나, 방사성물질의 소량 외부방출을 의미하는 국제원자력 사고·고장 등급(1∼3등급: 고장, 4∼7등급: 사고) 3등급을 초과하는 사고(Accident)는 발생하지 않았고, 2005. 5.부터 2011. 1.까지 무고장 운전을 달성하는 등 국제적으로 우수한 운영실적을 기록했다.

(2) 주기적 안전점검과 주요기기 교체

채무자는 고리 1호기에 대하여 연간 정기 및 주기시험 수행계획을 수립하여 정기적으로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검사를 받고 있고, 안전관련 구조물과 계통 및 기기의 안정기능 및 성능에 관하여 10년마다 재질과 성능 취약화 감시·평가 검사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으며, 주기적 안전평가 외에 경년열화관리계획을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 반영하여 운영 중이다. 채무자는 이와 같은 안전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고리 1호기의 주요 안전설비를 교체·보수하여 왔는데, 1994년 원격정지 제어반 교체, 1998년 증기발생기 교체, 2005년 원자로냉각제펌프 교체, 2007년 대체교류발전기 신설, 연료재장전수탱크 등 내진 보강, 2010년 피동촉매형 수소재결합기 신설 등이 이루어졌다.

(3) 압력용기의 안전성

고리 1호기 원자로의 압력용기는 설계수명이 40년이다(동종의 압력용기를 사용하는 미국 키와니 원자력발전소는 설계수명을 채우고 계속운전하고 있음). 중성자 조사로 인한 압력용기 취화와 관련하여, 고리 1호기 계속운전 허가과정에서 감시시편에 대한 파괴인성검사 결과 최대흡수에너지가 사고상태를 가정한 경우에도 기준치의 약 2.5배 안전여유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가압열충격 기준온도는 40년 운전을 기준으로 기준치 300℉에서 40℉ 여유가 있는 260℉를 나타내어, 계속운전기간에 대하여 압력용기의 안정성이 확인되었다.

4) 천재지변 등 대비 문제

가) 지진 대비

고리 1호기는 원자력법에 의해 준용되는 미국의 10CFR Part 100 Appendix A에 따라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을 결정한 후 안전여유를 반영하여 리히터지진규모 6.5(최대지반가속도 0.2g)의 내진 기준에 따라 설계되었고, 계속운전 허가과정에서 최신기술수준인 Generic Implementation Procedure 3A를 적용한 내진검증을 하고 그 결과 도출된 개선필요사항을 모두 이행하여 내진성능이 보강되었다.

나) 해일, 침수, 정전 대비

고리 1호기는 해일에 대비하여 교육과학기술부고시 제2009-37호 ‘원자로시설 부지의 수문 및 해양특성에 관한 조사평가·기준고시’에 따라 평가된 예상 최고 해수위인 7.2m를 넘는 7.5m 높이의 방호벽으로 보호되고 있고, 비상디젤발전기 2대로 정전에 대비하고 있으며, 교류 대체발전기 1기를 설치하여 비상디젤발전기의 침수 등 가동 불가능에 대비하고 있다. 나아가 전 지구적 온난화 및 기후변화에 따른 해일 위험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하여 방호벽을 10m로 보강하고 비상디젤발전기실에 방수문과 방수형 배수펌프를 추가설치하며 차량장착 이동형 비상발전기를 도입할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다) 인근 주민의 안전보장대책 기타 비상계획

채무자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방재대책법’에 따라 방사선비상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비상대응조직의 기능과 임무, 비상요원편성, 지휘·통제체계, 비상발령기준 등이 정해져 있고, 원자력발전소를 중심으로 1, 2차 비상진료기관을 구성·운영하고 있으며, 실무매뉴얼을 갖추어 지진 등 자연재해 시의 안전대책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대테러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방호장비와 주민구호소 32개소를 지정하고 있다.

다. 소결론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채무자는 현시점에서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에 따르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기술적 통제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고(다만 고리 1호기를 포함하여 채무자의 고리본부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자체 저장공간이 2016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와 달리 고리 1호기에서 방사능재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위험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소명자료가 없다. 따라서 채권자들에게 피보전권리, 즉 고리 1호기의 가동중지를 구할 수 있는 사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채권자들의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없어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박치봉(재판장) 조장현 이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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