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법 1990. 9. 13. 선고 90노1955 제5형사부판결 : 확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하집1990(3),397]
판시사항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사고운전자가 사고 직후 길 위에 쓰러진 피해자를 차에 태우고 병원을 찾아 다녔으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당황한 상태에 있었던데다가 그 부근의 지리에 생소하여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운행을 계속하던 중 사고장소로부터 1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지점에 이르러 외관상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피해자의 여러 차례에 걸친 요청에 따라 그를 차에서 내려놓은 채 그대로 도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사고장소로부터 옮겨지게 되었다면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 6월에 처한다.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피고인과 그 변호인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첫째, 이 사건 교통사고는 진행하여 오는 차량의 동태를 살피지 아니한 채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피해자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일 뿐 시야범위가 제한된 야간에 차를 운전하던 피고인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사고발생에 있어 피고인에게 운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판시한 데에는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 피고인이 사고발생 후 피해자를 피고인의 차에 태우고 병원을 찾아 다니다가 결국 병원에는 데려다 주지 못한 채 사고장소에서 얼마간 떨어진 도로변 공터에 내려놓고 가버린 것은 사실이나, 이는 피고인이 사고 후 당황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얼른 찾지 못한 데다가 겉으로 보아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꾸 차에서 내리게 해달라고 요구하므로 별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 나머지 이에 따라준 것 뿐이로서, 당시 피고인에게 교통사고로 부상당한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일부러 옮겨 유기하고 도주하려는 범의는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행위에 대하여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가법이라 약칭한다) 제5조의3 제2항 제1호 를 적용, 처단한 데에는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위 특가법조항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것이고, 셋째,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데 있다.

2. 먼저 항소이유 첫째 점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원심판시와 같이 항시 보행자들의 통행이 예상되는 상가지역의 도로를 운행하는 자로서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하여 그 도로를 좌측에서 우측으로 횡단하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1(여, 18세)을 뒤늦게 발견한 잘못으로 동인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차로 치는 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게 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거기에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항소논지는 이유없다.

3. 다음 항소이유 둘째 점에 관하여 본다.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은, 형법 제268조 의 죄를 범한 사고운전자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는 ① 피해자를 치사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② 피해자를 치상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나아가 동조 제2항 은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때에는 ① 피해자를 치사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에 징역에, ② 피해자를 치상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바, 위 특가법 제5조의3 제2항 이 교통사고 후 단순도주의 경우에 관한 동조 제1항 이나 심지어 형법 제250조 소정의 살인죄의 경우에 비하여도 현격하게 무거운 형을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특가법 제5조의3 제2항 소정의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라 함은 위 비교된 법조항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높은 비난가능성을 가진 경우라야 할 것이고 따라서 이는 적어도 사고운전자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거나 죄증을 인멸하려는 등 정당하지 못한 의도하에 일부러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이동시킨 후 버리고 가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1990.2.21. 18:35경 (차량번호 생략) 승용차에 공소외 2(21세), 3(16세)등 두 아들을 태우고 강원 횡성읍 읍하1리 소재 대한화재보험 횡성주유소 앞길을 운전하여 가던 중 이 사건 교통사고를 저지른 후, 뇌진탕과 좌쇄골골절 등이 상해를 입은 연로한 피해자를 차에 태우고 가다가 사고지점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원주시 태장동 소재 신촌교회 앞 도로변 공터에 피해자를 내려놓고 그냥 가버린 사실, 그 후 같은 날 19:30경 피해자가 그 장소를 지나던 공소외 4의 도움으로 인근 원주기독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치료를 받던중 같은 날 23:55경 혈흉증에 의한 불가역성쇼크로 사망하게 된 사실은 각 인정되는 바이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차에 태우고 사고장소로부터 15킬로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이용한 것이 동인을 장소를 옮겨 유기함으로써 피고인의 범죄를 은폐하거나 죄증을 인멸하고 하는 등 정당하지 못한 의도에 기한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는 원심이 거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피고인의 경찰 이래 당심법정에 이르기까지의 일관된 진술과 피고인의 차에 동승하고있던 공소외 2의 경찰 및 당심법정에서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 직후 길 위에 쓰러진 피해자를 차에 태우고 치료할 병원을 찾아다녔으나 피고인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당황한 상태에 있었던 데다가 그 부근의 지리에 생소하여 동인을 치료해 줄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운행을 계속하여 원주시 태장동 소재 신촌교회 앞 노상까지 이르렀을 때, 외관상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아 보이지 않는 피해자가 자꾸 차에서 내리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므로 그만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를 그 주변 공터에 하차시키고 가버리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피고인이 그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동인을 노변에 두고 가버리고, 그로 인하여 동인이 결국 사망하게 된 데 대하여 뒤에서 판시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제1호 를 적용, 처벌함은 별론으로 하고, 그 이전에 병원을 찾아 다니느라고 피해자를 차에 태우고 다녀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사고장소로부터 옮겨지게 되었다 하여 이에 대하여 원심과 같이 특가법 제5조의3 제2항 제1호 를 적용, 처벌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증거의 취사선택을 잘못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특가법 제5조의3 제2항 제1호 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항소논지는 이유있어 나머지 향형부당의 항소이유에 대하여는 판단할 것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동일한 공소사실의 범위 내에서 당원이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4. 당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시 범죄사실 말미의 "그곳에 피해자를 유기하고 도주하여"부분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를 내려놓고 도주하여"로 바꾸는 외에는 원심판시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적용

피고인이 판시행위는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제1호 , 형법 제268조 ,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해당하는 바, 소정형 중 유기징역형을 선택하고, 피고인이 초범으로서 사고 후 당황한 나머지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후, 그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피해자의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합의한 점 등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므로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에 의하여 작량감경을 한 형기범위 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2년 6월에 처하고, 형법 제57조 에 의하여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80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위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피해자를 파고인의 승용차에 태우고 원주시 태장동 소재 신촌교회 앞 공터까지 와서는 그곳에 피해자를 유기하고 도주하여, 1990.2.21. 23:55경 원주기독병원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혈흉증 등에 의한 불가역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함에 있고, 검사는 이에 대하여 특가법 제5조의 3 제2항 제1호 를 적용, 처벌을 구하고 있는바, 앞서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나, 그 일부에 해당하는 판시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제1호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의 선고를 하지는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인(재판장) 정대훈 변종춘

arrow
심급 사건
-춘천지방법원원주지원 90고합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