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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8. 21. 선고 2013가합551353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신 담당변호사 이상준 외 1인)

피고

대한민국

2015. 7. 17.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 1, 원고 2에게 각 114,736,331원, 원고 3, 원고 4에게 각 3,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3. 5. 1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의 지위

1) 망 소외 1[(생년월일 생략),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대학교 재학 중 해군 부사관으로 지원 입대하여 2012. 7. 2. 기초군사교육단에 입소하여 교육을 받은 뒤 2012. 9. 1. 하사로 임관하여 교육사 정보통신학교에서 음탐사에 관한 후반기 교육을 받고, 2013. 1. 7.경부터 해군 제2함대 21전대 ○○○함(이하 ‘이 사건 소속함’이라 한다)에서 음탐부사관으로 근무하였다.

2) 원고 1은 망인의 아버지이고, 원고 2는 망인의 어머니이며, 원고 3은 망인의 누나이고, 원고 4는 망인의 형이다.

나. 망인의 자살사고

망인은 이 사건 소속함 복무 중 2013. 5. 14. 12:17경 수중정보장비실의 하부음탐장비실 내 천장에 설치된 H빔에 9합사 로프로 목을 매어 질식사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18호증(이하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피고 소속 간부 및 지휘관(이하 ‘소속대 관계자들’이라 한다)에게는 다음과 같은 과실이 있다.

1) 망인은 후반기 교육 전입 다음날인 2012. 9. 6. 실시된 인성검사에서 군생활에서의 부적응이나 사고 가능성이 예측되고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시사되는 등 자살이 예측되는 보호관심대상이라는 결과를 받았으므로 A급 보호관심사병으로 분류되어 체계적인 보호와 관리를 받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망인 소속대 담당 소대장은 형식적인 면담만을 실시하고 망인의 담당 교관인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는 등 망인에 대한 보호, 관리를 소홀히 하였다.

2) 이 사건 소속함의 규정에 따르면 망인은 자대 배치를 받은 후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에 의한 ‘전입자 교육’을 받아야 함에도 이 사건 소속함은 전입자인 망인의 전입자 교육을 비롯한 부대 적응에 필요한 조치 및 보호, 관리를 소홀히 하였다.

3) 망인은 이 사건 소속함 전입 후 부사관 능력평가 및 음탐사 경연대회 등 심각한 심리적 부담감을 받게 되는 상황에 노출되었고 그로 인하여 흡연, 잠수함 부사관으로의 전출 신청, 신변의 정리 등 자살의 징후를 보였음에도 소속대 관계자들은 망인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관리를 소홀히 하였다.

나. 소속대 관계자들의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하여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게 되었고, 이 사건 사고에 대한 망인의 과실은 30% 정도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망인의 부모인 원고 1, 원고 2에게 망인의 일실수입에 위 과실비율을 공제한 금액에 위자료를 합한 각 114,736,331원, 망인의 누나인 원고 3, 형인 원고 4에게 위자료 각 3,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

1) 망인의 입대 전 환경

가) 망인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분자생물학과 재학 중 부사관에 지원하여 입대하게 되었는데, 입대 전까지 학교생활에서 특별한 문제 상황은 없었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적도 없다.

나) 망인이 고등학교 재학 중 망인의 부모님이 이혼하였으며, 입대 당시 망인의 아버지는 ☆☆교도소 복역 중이었다.

2) 망인의 교육사 인성검사 및 면담

가) 망인은 2012. 9. 5.부터 2012. 12. 3.까지 교육사 정보통신학교에서 주특기로 부여받은 음탐사에 관한 후반기 교육을 받던 중 2012. 9. 6. 실시된 인성검사에서 “부적응, 관심(앞으로의 군 생활에의 부적응이나 사고 가능성이 예측되지만, 적극적인 관심이나 도움을 통해 극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살예측”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나) 위 검사에서 망인은 ‘적응척도’ 중 ‘조직적합성’ 부분에서는 “매우 낮음”, “기본적인 능력이 부족하여 임무수행에 곤란을 겪거나 상관이나 동기로부터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라는 판정을 받았으나 그 외 나머지 부분에서는 모두 “높음” 판정을 받았고, ‘특수척도’ 중 가족관계 갈등, 대인관계 문제가 있어 구체적인 면담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자살생각, 자살의도에 관해서는 그러한 판정을 받지는 않았다.

다) 망인 소속대 생활관 소대장인 하사 소외 2는 위 인성검사 결과를 토대로 2012. 9. 6.경 망인과 면담 후 ‘인성검사 시 가족 및 대인관계에서 문제점 있는 것으로 나왔으나, 동기들과 생활하는 문제는 크게 이상이 없으며 면담 시 항상 밝은 상태를 유지하였고, 앞으로 학생대 생활이나 실무 생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함.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면담내용을 기록하였으나, 망인의 교육사 담임 교관인 상사 소외 3에게 망인의 인성검사 결과 및 면담기록을 인계하지는 않았다.

라) 상사 소외 3은 2012. 9. 13. 망인과 면담을 한 뒤 ‘적극적으로 학업에 임하고 있으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음. 그러나 학업 태도 좋으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있음. 가족 및 본인 건강에 이상 없음. 현재 고민사항 없으며,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취지로 면담기록을 하였고, 교육 9주차인 2012. 11. 5. 면담 후에는 ’조용한 성격으로 성적은 중상위권으로 학업태도 좋음.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교육생임‘이라는 취지로 면담내용을 기록하였다.

마) 당시 망인의 소속대는 망인의 신상등급을 B급(개인적인 고민으로 직무수행에 다소 지장을 초래하나 사고 발생의 우려는 없는 자)으로 분류하여 관리하다가, 2012. 11.경 C급(신상에 문제점이 없는 자)으로 변경하였다.

3) 망인의 전입 후 인성검사 및 면담

가) 망인은 이 사건 소속함 전입 후 2013. 1. 22. 실시된 인성검사에서 “양호(앞으로의 군 생활에 잘 적응할 것으로 예측됩니다)”라는 판정을 받았다.

나) 이 사건 소속함 전입 후 망인에 대한 면담은 2013. 1. 25., 2. 24., 3. 19., 4. 30. 각 이루어졌는데, 망인을 면담하였던 소속대 관계자들은 ‘망인이 부대 업무에 잘 적응하고 있고 특이사항이 없다’는 취지의 면담기록을 남겼다.

다) 이 사건 소속함은 망인이 신규 전입자임을 감안하여 신상등급을 B급으로 분류하여 관리하다가, 망인이 2013. 3. 28. 실시한 스트레스 및 우울증 진단 검사결과에서 이상없음 판정을 받고, 달리 특이상항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여 2013. 4.경 망인의 신상등급을 C급으로 변경하였다.

라) 한편, 이 사건 소속함의 신상파악 운영 예규(2함대 예규 제428호)는 장병의 신상파악 및 관리에 관하여 ‘전입자 발생 시 1차 신상파악 책임자가 면담 및 이전 기록을 참고하여 신상파악 분류 기준에 따라 1차 분류하고, A, B급으로 분류된 자는 반드시 차상급 신상파악 책임자에게 보고하며, 차상급 신상파악 책임자는 A, B급으로 분류된 자를 1차 면담하고 타당하게 분류되었지를 확인·보고하며, B급으로 분류된 장병의 경우 차상급자가 월 1회 이상 면접하고 직접 생활태도 및 관찰기록을 유지하며 특이사항 발견시 부지휘관 또는 지휘관에게 보고’하도록 정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소속함에서는 전입 시 1일 동안 보안교육, 자살예방교육, 함대 주임원사 간담회 및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에 의한 심리검사 및 상담이 포함된 전입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따라서 망인은 이 사건 소속함 전입 당시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에 의한 심리검사를 비롯한 전입자 교육을 받아야 했으나, 교육사 정통교(▽▽)에서 실시하는 ‘음탐운용 보직전 교육(2012. 12. 4.부터 2013. 1. 4.까지 실시)으로 인하여 ▽▽에서 장기 수리중이던 이 사건 소속함으로 현지 부임하게 되어, 전입자 교육을 따로 받지 못하였다.

4) 망인의 이 사건 소속함에서의 상황

가) 이 사건 소속함은 1년 중 2회의 부사관 능력평가, 2회의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 2회의 통합대잠전 수행능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① 망인은 이 사건 소속함으로 전입한 이후 2013. 3.경 및 4.경 2차례에 걸쳐 부사관 능력평가를 치루었는데 1차 시험에서는 100점, 2차 시험에서는 90점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② 망인은 부사관 능력평가 후 2013. 5. 24.로 예정된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 전날인 2013. 5. 13. 실시한 모의평가에서 60점의 성적을 거두었다. 위 모의평가에 응시한 이 사건 소속함 장병은 망인을 포함한 3인이었는데, 망인 외 하사 소외 4는 84점, 망인의 후임인 하사 소외 5는 91점의 성적을 거두었다. 모의평가 실시 후 채점 결과가 바로 공개되었고, 당시 음탐장 상사 소외 6은 망인과 하사 소외 4에게 ‘점수가 왜 이렇게 낮냐. 내일도 점수가 이러면 안 된다. ◎하사는 비슷하게라도 다 적었는데 빈칸이 많다’는 취지의 질책을 하였다.

③ 이 사건 소속함의 음탐직별 분대장인 대위 소외 7은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를 대비한 준비계획을 세워 실시하였는데, 처음에는 1단계로 2013. 5. 16까지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2단계로 2013. 5. 17.부터 5. 21.까지 2회의 자체평가를 실시하되 목표점수를 90점으로 하고 이를 미달한 사람은 당일 야간 강제자습을 21시부터 23시까지 시행하도록 하고, 3단계로 2013. 5. 23.까지 2회의 자체평가를 실시하되 목표점수를 95점으로 하고 이를 미달한 사람은 당일 퇴근을 제한하도록 하였다가, 이후 시험은 2013. 5. 13. 17. 21. 3회 실시하고 목표점수는 80점으로 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는 이 사건 소속함을 비롯한 1·2급 전투함의 음탐사 총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최우수 음탐사로 선발된 계급별 3인에게는 함대사령관이 상장을 수여하고, 계급별 2인에게는 작전사 경연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부여되는데, 대위 소외 7은 이 사건 소속함에서 1인 이상의 최우수 음탐사 선발, 계급별 1인 이상의 작전사 경연대회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나) 망인은 2013. 4. 8. 잠수함 승조 부사관에 지원하였고, 2013. 6. 3. 승조원 교육을 받으러 갈 예정에 있었다. 망인의 1기수 선임인 하사 소외 8이 망인에게 잠수함 지원 동기를 질문하자 망인은 “잠수함을 확실히 잡으려면 잠수함으로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하였으며 이전에도 음탐사 지원 동기에 관한 질문에 ‘잠수함을 잡고 싶어서 지원하였다’는 취지로 답하기도 하였다.

다) 비흡연자였던 망인은 2013. 3.경부터 흡연을 시작하였다.

라) 망인은 2013. 5. 8. 1기수 선임인 하사 소외 9에게 ‘자신에게는 발이 맞지 않으니 신으시겠냐’고 하면서 망인의 누나가 사준 나이키 운동화를 건네주었다.

마) 이 사건 소속함에서 망인에 대한 집단 따돌림, 구타, 가혹행위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5) 이 사건 사고 후 조사과정에서 망인의 동료들의 망인에 대한 진술 내용

망인의 동료 부사관들은 이 사건 사고 전 망인의 이 사건 소속함에서의 생활, 상태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가) 하사 소외 10 : 망인은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으나, 대인관계는 원만하였고 선임으로부터 미움을 받지도 않았다. 본인은 망인의 동기로 평소 대화를 자주 나누었는데, 본인이 선임자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하여도 망인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고, 망인이 함정 적응이나 직별업무 문제로 힘들어 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이 사건 사고 당일 오전 망인과 식당 및 화장실에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으나 일상적인 내용이었고, 평소와 달리 행동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나) 하사 소외 4 : 망인은 다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망인으로부터 고민이나 속마음을 들은 적은 없었으나, 근심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본인은 망인과 함께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를 대비하여 자체평가에 참가하였으나 그에 대하여 크게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다. 망인은 이전 2회의 부사관 능력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어서 2013. 5. 13. 실시된 자체평가에서 망인이 낮은 점수를 얻자 다소 놀랐다.

다) 하사 소외 11 : 망인은 소극적인 편이고 말이 별로 없었으나 전입 후 시간이 지나자 말수도 늘고 장난도 치는 등 부대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 5. 13. 실시된 자체평가 후 음탐장이 망인을 꾸짖기는 하였으나 이후에도 망인은 평소와 크게 다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라) 하사 소외 12 : 망인은 평소 내성적인 편이었고 소심한 모습이었으나, 전입 후 시간이 흐르자 부대생활에 잘 융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특이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소리를 내어서 웃기도 하는 등 평소보다 다소 밝은 모습을 보였다.

6) 망인에 대한 심리부검 내용

망인의 일기를 포함한 기록들, 이 사건 재판기록, 망인 주변인에 대한 인터뷰 등을 토대로 망인에 대한 심리부검을 실시한 국립◁◁병원 원장인 감정인 △△△은 이 사건 사고의 원인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조사하였다.

① 이 사건 소속함으로 전입하기 전에는 망인에게 고위험 자살요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② 망인이 이 사건 소속함으로 전입한 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내적으로 억압하는 것이 반복되어 점차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고,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적응 장애를 거쳐 우울증으로 진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③ 망인은 자신의 감정을 억압했기에 자신의 어려움을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하여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죽음 직전까지 의연한 태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하여 망인의 주변에서도 우울이나 불안, 죄책감 같은 자살과 연관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망인에게 주어진 각각의 스트레스 상황이 극단적이지는 않았으나,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이 망인에게는 주관적으로 극단적인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⑤ 망인의 사망 전 위와 같은 적응문제 및 우울증상이 있었다고 추정되므로, 입대 후 조기 평가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이나 고립감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였고, 조기 치료 역시 필요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인정근거] 앞서 본 각 증거, 갑 제7 내지 23, 25호증, 을 제1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감정인 △△△의 감정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나.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소속대 관계자들의 귀책사유 유무에 관한 판단

1) 일반 사회와 달리 엄격한 규율과 집단행동이 중시되는 군대사회의 특성상 장병 개인이 체감하는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일반 사회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므로, 소속대는 장병이 복무기간 동안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 보존하여 건강한 상태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배려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해당 장병이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사전에 충분한 면담과 검사를 실시하고, 그 과정에서 자살 가능성이 확인되었다면 적정한 치료, 업무조정 등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조치를 게을리 하였다면 해당 장병에게 고유한 자살의 소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장병건강을 위한 보호 및 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헌법상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제10조 ).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지고( 헌법 제39조 제1항 ),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병역법 제3조 제1항 ). 그리고 군인복무규율(2014. 10. 28. 대통령령 제256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군인은 ① 직책과 직급에 따라 업무의 범위나 내용이 다를지라도 지향하는 목표는 같으므로 서로 도와서 업무를 유기적으로 수행하여야 하고( 제7조 제2항 ), ② 타인의 명예를 존중하여야 하고 이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제9조 제2항 ), ③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폭언 및 가혹행위 등 사적 제재를 행하여서는 아니 되고( 제15조 제1항 ), ④ 상관은 부하가 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하의 고충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25조 제3항 ).

따라서 국가는 상관이나 동료 병사에 의한 가혹행위 기타 사적 제재와 부당한 대우로 인하여 군인의 생명과 신체가 해치는 일이 없도록 건전한 군복무 환경을 조성하고, 지휘관과 상관은 주변사정으로 현저히 불편 또는 불리한 상태에 있거나 질병 기타 일신상의 사정으로 업무수행이 곤란한 처지에 있는 부하가 군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하의 고충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할 보호의무를 부담하는바, 이러한 국가의 의무는 해당 국민이 망인과 같은 직업 군인인 경우에도 존재한다.

나아가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함에 당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무원의 직무집행상의 과실’이라 함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당해 직무를 담당하는 평균인이 통상 갖추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것을 말한다( 대법원 1987. 9. 22. 선고 87다카1164 판결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소속대 관계자들이 망인의 교육사 훈련 과정 또는 이 사건 소속함 전입 이후에 망인을 A급 관심사병으로 지정하거나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또는 전문가의 심리상담을 받게 하는 등 보다 세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소속대 관계자들에게 당해 직무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소속대 관계자들이 망인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가) 2012. 9. 6. 교육사에서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망인이 ‘부적응, 관심, 자살예측’이라는 판정을 받자, 인성검사를 실시한 하사 소외 2는 이를 토대로 망인과 면담을 실시하였는데, 망인은 이 때 ‘누구나 한번쯤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살을 생각할 수 있겠으나, 저는 지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것은 없다’는 취지의 답을 하였고, 하사 소외 2는 이를 토대로 망인을 B급 관심병사로 분류하였다. 비록 하사 소외 2가 망인의 위 인성검사 결과 및 면담기록을 망인의 교육사 담임 교관인 상사 소외 3에게 인계하지는 않았으나, 상사 소외 3은 2012. 9.경 및 11.경 망인을 각 면담하고 망인의 교육사 훈련생활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고 판단하였던 점, 감정인 △△△도 망인이 이 사건 소속함으로 전입하기 전에는 고위험 자살요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보았던 점, 달리 망인이 위 교육사 과정에서 자살의 징후를 보였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하사 소외 2가 망인의 인성검사 결과나 면담기록을 인계하지 않은 것이나, 하사 소외 2 또는 상사 소외 3이 망인을 A급 관심병사로 분류하고 보호, 관리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정도의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 망인이 이 사건 소속함 전입 후 병영생활 전문상담관에 의한 심리검사를 비롯한 전입자 교육을 바로 받지 못하기는 하였으나, 망인의 전입이 있은 2013. 1. 초경 이후 1. 25.에 바로 망인의 상급자에 의하여 면담이 이루어진 것을 비롯하여 이 사건 사고 이전까지 소속함의 규정에 따라 1달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면담이 이루어진 점, 일련의 면담에서 망인은 특별히 자신의 고민이나 심리적 갈등에 대해 토로하지 않았는데 전입자 교육에서 실시되는 심리검사 및 상담 역시 망인이 이처럼 외부에 대한 갈등 표출을 자제할 경우 이를 통하여 망인의 적응문제나 우울증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소속대 관계자들이 망인에 대한 전입자 교육을 누락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과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망인은 평소 자신의 후임인 하사 소외 5가 뛰어난 업무 수행 능력을 보이고,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를 앞둔 모의평가 결과에서 낮은 성적을 거두고,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자 그로 인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망인은 앞선 부사관 능력평가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이 사건 사고 이전까지 이 사건 소속함 상사들로부터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질책이나 꾸지람을 받지는 않았다. 망인이 형 원고 4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비추어 보아도 망인이 외부적으로는 통상적인 정도의 부담감 이상의 것을 표출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음탐사 기량 경연대회를 앞두고 실시된 이 사건 소속함 내부적인 모의평가 과정이 결과적으로 망인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기기는 하였으나, 위 경연대회는 해군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훈련의 일환인 점, 위 경연대회 결과로 인하여 망인이 인사상 불이익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닌 점, 모의평가 결과 이후 망인이 상사로부터 다소 질책을 받기는 하였으나 그 내용이 통상적인 독려, 분발의 촉구를 넘어서 모욕적이거나 객관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주관적으로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상을 겪고 있었다고 하여 그 책임을 소속대 관계자들에게 돌리기는 어렵다.

라) 비흡연자였던 망인이 이 사건 소속함 전입 후 흡연을 시작하게 된 점이나, 잠수함 승조 부사관을 지원한 점, 자신의 운동화를 동료에게 건네준 점 등은 망인이 이 사건 소속함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내적인 고통을 외부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징후만으로 소속대 관계자들이 망인이 곧 자살할 것이라고 예견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면서 이 사건 사고 당일까지도 평소와 같은 태도를 보여 망인의 동료 및 상사등 주변에서도 망인의 우울증상이나 자살과 연관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소속대 관계자들에게 이 사건 사고에 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수(재판장) 황성욱 박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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