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노8420 업무상과실자동차전복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김성곤(검사직무대리, 기소), 최여련(공판)
변호인
공익법무관 Q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6. 11. 17. 선고 2016고정2196 판결
판결선고
2017. 6.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피고인은 도로 우측에 승객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진로를 변경하기 위하여 속도를 충분히 늦춘 상태에서 차선을 변경하였음에도, 피해자는 음주 상태로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한 채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초과하여 과속운전을 하다가 피해차량의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여 피고인 차량을 충격하였고 그 충격으로 인하여 피해차량이 전복되었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차선을 변경함에 있어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차량이 피고인 차량과 충돌하여 전복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과실이 없고, 피해차량이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과속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피해차량이 전복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 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C 로체 택시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6. 3. 21. 04:45경 위 차를 운전하여 수원시 장안구 경수대로 832 영화초등학교 앞 편도 3차로의 도로를 오산 방면에서 서울 방면으로 1차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진로변경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진로 변경함에 앞서 진로를 변경할 차로의 교통상황을 잘 살피면서 안전하게 차선을 변경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2차로 및 3차로로 대각으로 가로질러 진로변경한 과실로, 마침 같은 방향으로 3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피해자 D 이 운전하는 E 칼로스 승용차의 좌측 앞 부분을 피고인차량의 우측 앞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가 현존하고 있는 자동차를 전복케 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업무상과실자동차전복죄는 형법체계상 교통방해의 죄 중 한 태양으로 일반 공중의 교통안전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와는 그 입법취지, 보호법익 및 적용대상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상과실자동차전복죄의 과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업무상 과실과는 달리 자동차의 전복이라는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예견 내지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업무상 주의를 게을리 한 경우에 비로소 성립하므로, 피고인의 진로 변경시의 안전운전의무 위반행위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하여 논리적으로 업무상과실자동차전복죄의 과실이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차량의 전복 및 이로 인한 일반 공중의 교통안전에 대한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이를 회피할 수 있었는지를 별도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도530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도531 판결 등 참조).
피고인 차량에 설치되어 있던 블랙박스 동영상 CD를 비롯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이 사건 사고 지점은 가로등이 설치된 평지의 편도 3차로의 직선도로로서 제한속도는 시속 60㎞이고 위 도로의 3차로 우측으로는 보도가 설치되어 있었던 사실, ② 피고인 차량은 위 도로의 1차로를 따라 시속 약 70km 정도의 속도로 진행하다가 방향지시등을 켜고1) 속도를 다소 급하게 줄이면서2) 3차로로 다소 급격하게 진로를 변경한 사실, ③ 피해차량은 위 도로의 3차로를 따라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상당히 빠른 속도로3) 주행하다가 좌측 앞 부분으로 피고인 차량의 우측 앞 휀다 부분을 들이받은 후4) 그 충격으로 도로 우측에 있던 보도 위로 올라가 전복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도로의 1차로를 따라 차량을 운전하다가 3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려던 피고인으로서는 전후좌우를 잘 살펴 3차로로 진행하고 있는 다른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주어서는 아니 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속도를 다소 급하게 줄이면서 3차로로 다소 급격하게 진로를 변경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및 위 각 증거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신의 잘못으로 교통사고가 야기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해차량이 전복되리라는 것까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는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차량이 피해차량의 옆 부분을 들이받은 것이 아니라 피해차량이 그 전방에서 진로를 변경하던 피고인 차량의 우측 옆 부분을 들이받아 발생한 것이다.
② 피고인 차량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상당히 저속으로 진행하고 있었던 반면에, 피해자는 혈중알콜농도 0.152%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상당히 초과하여 진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차량이 피고인 차량을 추돌한 후 정차되지 아니하고 전복까지 되었던 것은 피해차량이 그 과도한 주행속도에 따른 주행탄력을 이기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 차량이 다소 급격하게 차로를 변경하기는 하였지만, 블랙박스 동영상 CD의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지점에는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어 시야 확보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피고인이 방향지시등까지 켠 상태로 서서히 주행하였으므로, 피해자가 전방에서 차로를 변경하던 피고인 차량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는 경찰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인 차량을 못 보았고, 피고인 차량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진술하였으나,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피해자가 피고인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가 음주로 인하여 졸음운전을 하거나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였던 것이 주된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④ 또한, 피해자의 위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제동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 차량의 우측 앞부분을 그대로 충격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 소결론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자동차전복죄에 있어서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3. 결 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2. 가.항 기재와 같은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장구
판사 이성율
판사 정윤섭
주석
1) 블랙박스 동영상 CD를 재생하여 보면, 차량 내부에서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발생하는 음향이 청취된다.
2) 블랙박스 동영상 CD를 재생하여 보면, 피고인 차량의 앞 유리창에 투영된 네비게이션에 표시된 피고인 차량의 속도가 1차로에서 2차로로 변경할 때는 시속 72km였다가 2차로에서 3차로로 변경할 때는 시속 55㎞로 바뀐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에 의하면, 피고인 차량이 3차로로 진입할 당시의 실제 속도는 시속 55km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 피해자는 경찰에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시속 약 50~60㎞의 속도로 달렸다'고 진술하였으나, 위 블랙박스 영상을 재생하여 확인되는 이 사건 사고 당시에 발생한 충격과 굉음의 정도, 피해차량이 충돌 후 전복되는 모습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차량은 제한속도인 시속 60km를 상당히 초과하는 속도로 주행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4)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고인 차량이 피해차량을 들이받았다'고 되어 있으나, 위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차량이 피해차량을 들이받은 것이 아니라 피해차량이 피고인 차량을 들이받아 발생한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