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엄재상(기소), 천재인(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임수식 외 1인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1년, 피고인 2 주식회사를 벌금 5,000,000원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피고인 1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2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1은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에 있는 공소외 5 주식회사 공급시설물유지보수공사를 담당하는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안전관리책임자이고, 피고인 2 주식회사는 도시가스 공급 및 사용시설 설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위 공사 중 ‘맨홀의 도시가스 밸브 교체 필요성 점검 및 보수’ 작업을 분리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 도급을 한 사업주이다.
같은 장소에서 행해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피고인 1
피고인은 2013. 1. 31. 14:40경 위 공사현장에서, 공소외 1 주식회사 소속 대표이사인 피해자 공소외 3(53세)와 근로자인 피해자 공소외 2(38세)가 밸브에서 가스가 미세하게 누출되고 있는 맨홀 아래 지하에 있는 가스 밸브를 점검하고 그 보수작업을 하는 경우, 위 공사를 지휘 감독하면서 현장 작업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안전하게 공사를 시행하게 하는 등 위 공사에 대한 안전업무를 수행하게 하여야 하고, 또한 위 공사는 위와 같이 밀폐공간에서 시행되는 작업이므로 안전관리규정에 따라 사전에 가스누설 검지기 등을 이용하여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환기 후 입실하게 하고, 가스 누설이 판단되면 송기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한 후 입실하게 하는 등 작업자들이 가스누출에 대하여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작업의 절차 및 작업자의 행동을 감시하여 이상이 확인될 경우 즉시 퇴실시키는 등 작업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여 사고를 미리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와 같은 조치를 게을리 한 결과, 2013. 1. 31. 15:00경 위 공사 현장에서 도시가스 밸브 교체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밸브를 통하여 분출된 대량의 가스로 인하여 위 공소외 3로 하여금 가스누출로 인한 산소결핍에 따른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위 공소외 2로 하여금 가스누출로 인한 산소결핍에 따른 저산소증에 의한 뇌병증으로 의식불명에 이르는 치료일수 불상의 상해를 입게 하였으며, 가스 누출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의 사용인인 피고인 1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가스 누출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1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공소외 4, 공소외 6, 공소외 7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수사보고서(참고인 공소외 8 증거자료 제출)
1. 각 감정의뢰회보
1. 진단서, 사망진단서
1. 재해조사의견서, 가스안전공사
1. 각 사업자등록증 사본,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등기사항일부증명서 사본
1. 세부견적서, 전자세금계산서 사본, 공사계약서 사본
1. 안전관리규정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다. 피고인들 :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71조 , 제68조 제2호 , 제29조 제3항 , 제1항 제1호
나. 피고인 1 : 형법 제268조
1. 상상적 경합(피고인 1)
1. 형의 선택(피고인 1)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피고인 1)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1. 집행유예(피고인 1)
1. 가납명령(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산업안전보건법위반
가. 주장
피고인들 및 변호인은, 피고인 2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회사’라 한다)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주식회사’라 한다)에게 밸브 점검 및 유지보수 업무 ‘전부’를 도급한 것이고,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에 정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업’이란 수급인이 도급을 받아 실제 행하는 사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인데,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업무는 가스 누기 확인 및 밸브에 석면을 덧대거나 볼트, 너트를 교체하는 것으로 단순한 수리업에 해당하여 위 조항이 정한 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며, 피고인 1은 당시 사고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현장에 있었던 피고인 회사의 직원인 공소외 4에게 안전조치를 지시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무죄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1) 인정사실
살피건대, 판시 각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 회사는 2012. 5.경 공소외 5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5 주식회사’라 한다)로부터 서울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에 설치된 공소외 5 주식회사의 공급시설물유지보수공사를 도급받아 도로상 도시가스 시설물인 맨홀 내 밸브의 가스미세누출 보수작업, 밸브 교체작업, 배관 교체작업 등을 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공소외 5 주식회사로부터 가스 밸브와 관련된 보수요청이 들어오는 경우 공소외 1 주식회사에게 가스 밸브를 점검하고 그 결과 밸브 교체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의 밸브 보수업무를 하도급주었다(공소외 1 주식회사가 밸브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가스를 차단한 후 피고인 회사가 직접 밸브 교체업무를 하였다).
(나) 공소외 1 주식회사는 피고인 회사로부터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에 있는 맨홀 아래 가스 밸브 점검 및 보수를 요청받고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직원인 피해자들이 2013. 1. 13. 14:50경 위 장소의 맨홀 아래 밀폐공간에서 가스 밸브의 볼트를 교체하던 중 대량의 가스가 분출되어 피해자 공소외 3는 질식으로 인하여 사망하고, 피해자 공소외 2는 저산소증에 의한 뇌병증으로 의식불명에 이르는 상해를 입었다.
(다) 피고인 1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맨홀에 들어가기 전 배기팬을 돌려 맨홀 내부의 공기를 치환시키게 하였을 뿐 산소농도 측정, 송기마스크, 섬유로프 등 대피용 기구의 비치, 구출시 송기마스크 등의 사용 등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고, 밀폐공간에서 가스 누출에 따른 밸브 점검 및 보수업무를 하는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조치의 내용을 주지시키지 않았다.
(2) 판단
(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 제1항 제1호 는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화재, 폭발 등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2012. 1. 26. 대통령령 제235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6조 제2항 은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란 건설업과 제23조 각 호 의 사업을 말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의2 제2항 은 이 영에서의 사업의 분류는 통계법에 따라 통계청장이 고시한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 제1항 제1호 소정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은 법령 해석상 사업주가 행하는 사업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위 조문에 의하면 수급인의 사업은 ‘사업주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 받은 사업’으로 수급인이 도급받은 사업과 사업주의 사업이 그 범주가 전혀 다른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관계 법령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회사가 공소외 5 주식회사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는 공소외 5 주식회사의 공급시설물유지보수공사로써 도로상 도시가스 시설물인 맨홀 내 밸브의 가스미세누출 보수작업, 밸브 교체작업, 배관시설 교체작업 등으로 결국 피고인 회사의 사업은 통계청장이 고시한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건설업 중 ‘가스배관공사’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공소외 1 주식회사가 피고인 회사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는 공소외 5 주식회사의 공급시설물유지보수공사 중 가스 밸브 점검 및 보수공사(가스 밸브 교체공사 제외)라고 할 것이므로,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사업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 제1항 제1호 에 정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에 해당하고, 피고인 회사는 위 법령에 정한 사업주에 해당한다.
(나) 또한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사업주가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위 죄는 성립한다고 할 것인바(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1906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관계 법령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은 피해자들이 사고 현장에서 산소농도 측정, 송기마스크 등 대피용 기구의 비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가스 밸브 수리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으로, 비록 피고인 1이 사고 현장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행위자로서 안전한 작업방법 등의 주지, 산소농도 측정, 대피용 기구의 비치, 구출시 송기마스크 등의 사용 등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641조 , 제643조 , 제625조 , 제626조 에 의한 안전조치를 전혀 준수하지 아니하였고, 현장에 피고인 회사의 직원인 공소외 4가 피해자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 회사가 피고인 1의 위반행위를 방지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다) 따라서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업무상과실치상
피고인 1 및 변호인은, 공소외 2가 이 사건 사고 당시 맨홀 밖으로 나와 안전한 장소로 피난하였음에도 스스로 무리한 구조 활동을 하다가 위험을 자초한 것이므로,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과 공소외 2의 의식불명의 상해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공소외 2가 작업 중 가스가 분출되자 먼저 사다리를 타고 맨홀 밖으로 나왔다가 공소외 3가 나오지 못하는 것을 알고 다시 들어간 후 맨홀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는 하였으나, 공소외 2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데 소요된 시간이 약 1분 정도에 불과한 점, 이 사건 작업현장은 가로 1.8m, 세로 1.3m, 높이 1.8m의 협소한 공간으로 0.75MPa 정도의 가스압력의 가스 밸브가 터져 대량의 매탄가스가 분출되었던바, 공소외 2가 가스 분출 직후 맨홀 안에서 이미 상당량의 유독가스를 마셔 저산소증에 빠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의 업무상 과실과 공소외 2의 범죄사실 기재의 상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 1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들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하여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의식이 불명한 중한 결과가 발생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3의 유족들과는 합의한 점, 피해자들도 주의를 게을리 한 잘못이 적지 않은 점, 피고인 1은 2002년경 벌금형으로 처벌받은 것 외에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그밖에 피고인 1의 연령, 건강상태, 성행, 환경, 범행 전후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양형요소를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