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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0. 9.자 2003무23 결정
[집행정지][공2004.2.15.(196),355]
판시사항

[1] 고시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2] 항정신병 치료제의 요양급여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가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서 제약회사, 요양기관, 환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의 법률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성격을 가진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항정신병 치료제를 공급하는 제약회사는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규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향유한다는 이유로 그 치료제의 요양급여 인정기준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를 다툴 신청인적격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

[4]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소정의 행정처분 등의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의미 및 기업의 손해가 이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5] 항정신병 치료제의 요양급여 인정기준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의 효력이 계속 유지됨으로 인한 제약회사의 경제적 손실,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의 훼손은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소정의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1] 어떠한 고시가 일반적·추상적 성격을 가질 때에는 법규명령 또는 행정규칙에 해당할 것이지만,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성격을 가질 때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항정신병 치료제의 요양급여 인정기준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가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서 제약회사, 요양기관, 환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의 법률관계를 직접 규율한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항정신병 치료제를 공급하는 제약회사는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규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향유한다는 이유로 그 치료제의 요양급여 인정기준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를 다툴 신청인적격이 인정된다고 한 사례.

[4]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에 정하고 있는 행정처분 등의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서 이는 금전보상이 불능인 경우 내지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또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형, 무형의 손해를 일컫는다 할 것인바, 당사자가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재산상의 손해를 입거나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이 훼손당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그 손해가 금전으로 보상될 수 없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경제적 손실이나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의 훼손으로 인하여 사업자의 자금사정이나 경영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중대하여 사업자체를 계속할 수 없거나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이는 등의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5] 항정신병 치료제의 요양급여 인정기준에 관한 보건복지부 고시의 효력이 계속 유지됨으로 인한 제약회사의 경제적 손실,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의 훼손은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소정의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재항고인,피신청인

보건복지부장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박인동 외 1인)

상대방,신청인

한국릴리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 외 6인)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처분성에 관한 법리오해에 대하여

어떠한 고시가 일반적·추상적 성격을 가질 때에는 법규명령 또는 행정규칙에 해당할 것이지만,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서 직접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성격을 가질 때에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다.

원심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의 고시(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가 불특정의 항정신병 치료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특정 제약회사의 특정 의약품을 규율 대상으로 하는 점 및 의사에 대하여 특정 의약품을 처방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기준을 제시하면서 만일 그와 같은 처방기준에 따르지 않은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하여 그 약제비용을 보험급여로 청구할 수 없고 환자 본인에 대하여만 청구할 수 있게 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고시는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서 제약회사, 요양기관, 환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의 법률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성격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이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을 관계 법령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재항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이 사건 고시의 처분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신청인적격에 관한 법리오해에 대하여

원심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령상 피신청인은 제약회사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모든 의약품에 대하여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의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이 때 요양급여대상으로 결정된 당해 의약품은 원칙적으로 보험가입자에게 비급여대상으로 공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점,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ㆍ약국이 요양기관으로 강제편입되어 있고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을 제외하고는 국민건강보험상의 요양급여로 공급되는 것만이 판로라 할 수 있는 점,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에서 약제의 제조·수입업자에 대하여도 이미 고시된 요양급여대상 또는 비급여대상의 조정신청권을 부여하고 있고, 또 약제의 제조·수입업자 등이 요양급여대상 여부의 결정을 신청하고자 하는 경우 판매예정가 산출근거 및 내역이나 동일 또는 유사 약제와의 장·단점 및 판매가의 비교 등 비용효과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점, 실질적으로 이 사건 고시로 인하여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는 그 판시의 약품(이하 '이 사건 약품'이라 한다)을 판매하는 신청인과 이미 이 사건 약품으로 치료를 받고 있거나 처음부터 이 사건 약품으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환자일 뿐이고 그 중에서도 신청인이 더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청인은 그가 공급하는 이 사건 약품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 관련 법규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향유한다고 할 것이므로, 신청인에게 이 사건 고시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신청인적격을 인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을 관계 법령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재항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신청인적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에 대하여

가. 원심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고시의 효력이 유지되는 경우 의사는 환자가 약제비 전부를 스스로 부담하겠다고 나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약품을 처방하지 않게 될 것인데 통상의 경우 환자가 그와 같이 약제비 전부를 부담하겠다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려운 점, 따라서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약품의 판매가 현저히 감소되는 손해가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점, 신청인의 총매출 중 이 사건 약품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 이 사건 고시의 효력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신청인은 단순히 이 사건 약품의 판매감소로 인한 손해를 입게 될 뿐 아니라 약제시장이나 잠재적 수요자들로부터 마치 이 사건 약품이 효능의 면에서 열등하거나 심각한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제약회사의 약품에 비하여 고가라는 오해를 받게 될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하여 신청인의 다른 약품들에 대한 신용이나 기업 이미지까지 손상을 입을 수도 있는 점, 이 사건 고시와 같은 특수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의 판결 선고시까지는 통상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청인은 이 사건 고시의 효력이 계속 유지되는 경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의 훼손을 입게 되어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으므로, 이는 신청인이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손해로서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에 정하고 있는 행정처분 등의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서 이는 금전보상이 불능인 경우 내지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또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형, 무형의 손해를 일컫는다 할 것인바 ( 대법원 1999. 8. 23. 자 99무15 결정 등 참조), 당사자가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재산상의 손해를 입거나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이 훼손당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그 손해가 금전으로 보상될 수 없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경제적 손실이나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의 훼손으로 인하여 사업자의 자금사정이나 경영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중대하여 사업자체를 계속할 수 없거나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이는 등의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5. 6. 7. 자 95두22 결정 , 1999. 12. 20. 자 99무42 결정 , 2001. 10. 10. 자 2001무29 결정 , 2003. 4. 25. 자 2003무2 결정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신청인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엘리 릴리사(Eli Lilly and Company Ltd.)의 한국현지법인으로서 모회사(모회사)가 제조하는 의약품을 한국에 수입ㆍ판매하는 영업을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고시의 효력이 유지됨으로 인한 신청인의 손실은 이 사건 약품의 판매감소로 인한 수익감소가 주된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약품과 같은 항정신병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정신분열병 환자는 대부분 장기간 치료를 요하므로 대략 6­8주간의 치료를 받으면서 1차 약물인 다른 비정형적 약물을 투여하여도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에는 2차 약물인 이 사건 약품을 투여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 사건 약품의 효능 및 부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사건 약품의 판매감소가 현저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 사건 약품의 매출액이 신청인의 총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에 지나지 않는 점, 한편 피신청인이 이 사건 고시로써 이 사건 약품을 2차 약물로 분류ㆍ지정한 이유는 약물사용의 효율화와 적정화 등을 통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의 효율적인 운영과 재정적자의 축소를 위하여 다른 유사 약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고가인 이 사건 약품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이고, 달리 그 약효나 부작용 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약품이 2차 약물로 분류ㆍ지정되었다거나 이 사건 고시의 효력이 상당기간 계속된다는 이유만으로 약제시장이나 잠재적 수요자들로부터 마치 이 사건 약품이 효능의 면에서 열등하다거나 심각한 부작용 등의 문제가 있는데도 다른 제약회사의 약품에 비하여 고가라는 오해를 받게 될 우려가 있다거나 신청인의 다른 약품들에 대한 신용이나 기업이미지까지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알 수 있으므로,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고시의 효력이 지속됨으로 인한 이 사건 약품의 매출감소나 신청인의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의 훼손으로 신청인의 자금사정이나 경영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중대하여 사업 자체를 계속할 수 없거나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는 달리 이 사건 고시의 효력이 계속 유지됨으로 인한 신청인의 경제적 손실, 기업 이미지 및 신용의 훼손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행정소송법 제23조 에 정해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재항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재항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유지담 배기원(주심)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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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3.5.26.자 2003루22